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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8-20 16: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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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8-14 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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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8-14 15: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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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8-13 15: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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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8-13 15: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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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8-09 14: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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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8-08 13: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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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개, 유대의 탄생
- BOOK SHOP사람과 개, 유대의 탄생 사람과 개, 유대의 탄생 웨인 파셀이 쓴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에 인간과 개 유대의 기원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고아가 된 새끼 늑대를 데려와 사람들 틈에서 키웠을 가능성이 높다. 여자와 아이들은 새끼와 함께 놀고, 여자는 젖을 먹이기도 했을 것이다.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인간과 늑대는 나란히 누워 자면서 서로에게 온기를 주기로 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구석기시대의 늑대는 인간의 지배하에 들어오면서 이후 영구히 이어지는 유대가 형성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반려견과 처음 만나 유대를 형성하기까지의 행동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인간과 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대를 거쳐 정서적 교감을 주고받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에게 ‘반려’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개들은 인간과 평생의 짝을 이뤄 살아가는 동반자가 되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바닥을 기어 다닐 유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주변에 개가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손님이 계신다. 억지로 맺는다고 해서 맺어질 수 없는 게 인간과 동물의 관계라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개를 받아들인 손님에 대한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딩고, 들개가 가족이 되기까지 시골 마을에 살던 황구는 들개처럼 살다 구조되어 보호소로 오게 된다. 목줄이 죄어진 채로 살았지만, 뱃속에 새끼를 배고 있을 만큼 강한 모성을 가진 들개였다. 보호소에서 수술과 출산을 하는 일을 겪기도 했지만 다른 개들과 달리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도 잘 열고 살가운 개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든 보호소의 유기견들이 그러하듯 10일의 입양 공고는 끝나가고 있었다. 품종견, 소형견도 아니고 밖에서 살던 황구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이를 유독 안타깝게 여긴 직원들이 입양처를 수소문했고 지금의 손님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딩고에게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와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어요.’ 안락사 문턱에 놓인 보호소의 유기동물이 한두 마리도 아니고 그럴 때마다 직원들이 나서서 아이를 입양 보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이점도 딩고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딩고는 책방 안을 서성일 때도 부산스럽거나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자기 영역인양 늘 편안하고 차분하며 가끔 마주치는 눈동자엔 사람을 향한 깊은 신뢰의 눈빛을 담고 있다. 지난 4년간 손님과 함께 살며 둘이 주고받은 유대의 힘이 고스란히 담긴 거라 생각된다. 가족을 모두 잃은 쯔유,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까지 빠삐용 품종이 돈이 좀 될까 하여 자견과 모견. 모견의 딸까지 두고 분양일을 한 사람이 폐업을 했다. 처치 곤란한 개들을 결국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기 시작했지만, 심장병을 앓고 있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개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이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고 가족을 모두 잃은 개에게 ‘쯔유’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버려진 쯔유는 여러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듬직한 딩고 언니와 그녀의 애정 어린 돌봄으로 회복이 되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픈 심장은 남아있다. ‘딩고와 다르게 쯔유는 사람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늘 요구해요. 질투도 많아서 딩고와 붙어 있기라도 하면 쪼르르 달려와 안아달라고 합니다.’ 개가 살아가는 이유는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늘 사람을 따르고 사랑을 필요로한다. 개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사랑을 이제야 맘껏 누리고 있는 쯔유를 볼 때마다 내 마음도 무겁다. ‘개를 배신하는 건 결국 사람들이에요. 개를 버리고 학대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늘 힘주어 말하는 그녀다. 동물을 향한 유대는 결국 인간으로 이어진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사람도 사랑할 줄 안다’고 말하는 그녀는 딩고, 쯔유를 산책시킬 때마다 만나는 이웃들과도 제법 가깝게 지낸다. 매일 마주치는 할머님이 한동안 안 보일 때면 노심초사할 때도 있고 30-40분이면 마칠 간단한 산책도 이웃들과 얘기하느라 2시간을 훌쩍 넘겨 채울 때도 잦다. 몸이 아픈 어르신이 멀리 있는 아들에게 연락이 닿지 못할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준 적도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 경쟁 과열에 자기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남도 돌아보고 내 이웃들도 돌아보며 사는 게 훨씬 더 아름답고 의미 있단 걸 모릅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자신이지만 가족, 친구, 이웃을 제외한 인생이 뭐 얼마나 대단할까? 인간을 향한 유대가 전해져야 건강한 사회라고 믿는 그녀다. 평생 개 없이 산다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그녀는 오늘도 딩고, 쯔유를 데리고 들이고 산이고 바다를 다닌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지만 개들의 삶과 성격도 존중해줘야 한다며 개에게 자신을 맞출 때도 많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유대는 그에 수반되는 책임감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인식의 큰 전환점이 되고 지금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동물을 넘어 인간과의 유대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해야 할 몫으로 남겨두자. CREDIT글 사진 심선화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8-20 16: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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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만난 반려인과 똑 닮은 아이…
- MORI IN NEWYORK뉴욕에서 만난반려인과 똑 닮은 아이들 발아래, 나와 똑 닮은 친구 얼마 전 2016년 이맘때 쯤 개봉했던 ‘마이펫의 이중생활(The secret life of pets)’이란 애니메이션을 뒤늦게 보았다. 제목만으로도 대략 어떤 내용일지 빤히 보이는 것 같아 관람을 계속 미루다 무더위에 잠을 설치던 어느 여름날 마침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등장하는 모든 반려동물의 성격이 어찌나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여타 헐리우드 영화만큼이나 흥미 있고 재미가 넘치는 영화이다. 만약 내가 지금 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었다면, 스크린 속 캐릭터들을 보다, 내 발아래 조그만 친구를 보다,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양쪽을 보다가 ‘너도 이 영화에 등장할 수 있을 만큼이나 캐릭터가 명확한 것 같다’ 라며 나의 반려동물에게 한마디쯤 건네보았을 것 같다. (혹시나 대답해줄까 라는 말도 안 되는 희망과 함께 말이다.) 세상에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명 모두가 성격이 다 다르듯, 하늘 아래 똑같은 성격의 동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성격은 주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형성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어린 시절 키우던 아롱이(개)는 소심한 성격의 어린 나와 닮아 겁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로 성장했고, 내가 성인이 되어 만난 몽이(개)는 또래보다 조금은 어른스러운 나를 닮아 진지하고 묵직한 친구로 성장했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우리들의 작은 친구들의 정체성은 모두 우리를 닮아 그렇게 형성된 게 아닐까. 반려동물과 반려인 사이, 묘한 동질감, 어떤 닮음 언제나 그렇듯 밖으로 나가 촬영을 하던 어제는 왠지 모르게 네 발로 바삐 걸어 다니는 친구들이 조금은 달라 보였다. 더불어 그들과 같이 두 발로 걷는 사람들마저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두 발과 네 발이 서로 다른 객체로 따로따로 보였다면, 지금은 얇은 목줄에 의해 연결된 그 둘이 하나의 완성체처럼 그룹그룹 묶여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렇게 느끼고만 있었던, 그렇다는 말이 있다 정도로 알고 있던, ‘반려동물은 주인 닮는다’는 말을 영화 하나를 본 이후로 새삼 다시 느끼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전까지는 촬영을 할 때면, 날이 더워서, 할 일이 많아서, 아니면 다른 반려동물을 찾기 바빠서 셔터를 누른 뒤 자주 조급하게 자리를 떠나곤 했다. 그런데 이젠 그들을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그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사진기를 들자마자 쓰다듬어 달라며 나를 향해 살랑살랑 다가오는 이 친구는 어떤 주인과 함께이기에 이렇게 활발한지, 햇볕이 내리쬐는 날 산책을 나와 더이상 걷기 싫어 아예 어린 친구들에게 다가가 자리를 잡고 장난을 치는 이 덩치 큰 친구의 주인은 또 어떤 성격일지, 전에는 궁금하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사이에서 느껴지는 묘한 동질감,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너가 사람이면 이런 친구일 거 같다는 어떤 알 수 없는 확신, 그리고 다른 사람은 평생 모를 너와 나만의 그 어떤 것들은 모두 반려동물과 내가 닮아서 생기는 것들일 것이다. 그런 것들을 아주 독특하게도 영화를 보고 난 뒤 깊게 깨달은 지금, 본인과 닮은 반려동물들과 함께 길거리를 걷는 저들의 삶이 어느 때보다 부러워졌다. 뉴욕의 내리쬐는 강한 햇빛을 고스란히 받으며 걷는 그들의 표정이 어둡지 않고 오히려 밝은 이유는, 어쩌면 발아래 본인과 똑 닮은 친구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을 마치기 전에 혹시나 염려되는 마음에 한 단락 더 적어 내려간다.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혹시나 성격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는데, “그럼 그 성격이 나를 닮아 그런 거라고?” 라며 열을 내는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괜한 오해는 말자. 우울증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는 개를 한때 키워본 반려인 입장에서 말하건데, 반려동물에게 어떠한 문제가 있다면 주인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오롯이 주인에게 전가하는 것도, 그렇다고 무책임을 주장하는 것도 모두 위험한 생각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과 나 사이에 어떤 닮음은 분명히 존재 한다. 그것을 동질감이란 단어로 부르던, 친밀감 혹은 비슷함이란 단어로 부르던 상관없다. 너와 나 사이에 닮음은 어떤 단어로 불리던 존재한다. CREDIT글 사진 박모리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8-14 1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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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의 그림자, 사설보호소 달봉이네
- BE COMPANIONS재개발의 그림자,사설보호소 달봉이네 2017년에 발생한 유기동물은 10만 마리라는 통계가 나왔다. 그 수치는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기록한 것인지라, 사설보호소에 있는 유기동물들의 숫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못한 생명들. 카라가 지원하고 있는 사설보호소 ‘달봉이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재개발의 그림자 사설보호소 달봉이네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산자락에 있다. 카라 더불어 숨 센터에서 자동차를 타고 약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외딴 도로를 달리다 산자락으로 접어들면 비닐하우스 두 동을 이어붙인 보호소를 만날 수 있다. 시설 위로는 전봇대 하나 하늘 가리는 일 없이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개들은 펜스에 달라붙거나 멀찌감치 떨어져 봉사자들을 향해 짖으며 꼬리를 흔든다. 160여 마리의 개들의 비슷한 듯 각기 다른 얼굴에는 경계, 혹은 반가움이 짙게 번져 있다. 달봉이네는 2000년대 초반에 진행된 은평뉴타운 개발로 탄생했다. 재개발 지역의 주민들이 철거를 앞둔 집에 반려견들을 남겨놓고 가며 유기견이 대량 발생한 것이다. 당시에는 은평뉴타운 개발지역뿐 아니라 다른 재개발 지역에서도 유기견이 쏟아지고 있었다.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유기견들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는데, 산으로 올라가거나 재개발 지역의 떠돌이 개가 되는 것이었다. 일부 산으로 올라간 개 중 일부는 살아남아 ‘산에 사는 유기견’이 됐고,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유기견들은 대부분 잡혀가 안락사 되거나 주변에 출몰하는 개장수에게 잡혀갔다. 당시 산으로 올라간 개 중 간신히 살아남은 개체는 서로 짝을 지어 새끼를 낳기도 했다. 사람과의 긍정적인 접촉이 없었던 새끼들은 야생성을 가진 개들로 자라나 무리를 지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대부분 산에 사는 개들이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사람에게도 산의 개들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산에서 무리를 지은 것만으로도 위협적으로 보일뿐더러, 등산객을 위협하는 등 공격적 행동을 보였다는 소식이 미디어에 보도되며 ‘산에 사는 개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대중에게 자리 잡힌 듯하다. 한편, 은평뉴타운에 남겨졌던 개들은 재개발 지역의 주민인 원아무개씨가 거두었다. 그 역시 철거를 앞둔 형편이었으나 배고픔과 애정에 굶주리던 개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가 하나둘씩 데려온 개들은 70여 마리에 달했다. 달봉이네 보호소는 그렇게 재개발 지역에 버려진 유기견들의 집합체로서 출발했다. 원씨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어찌 보면 그가 은평뉴타운 개발지역의 개들의 들개화를 막은 셈이다. 그러나 중성화가 안 된 개들은 서로 교배하며 개체 수를 200여 마리까지 늘렸다. 개들은 제대로 밥도 못 먹으며, 그리고 이끼가 낀 물을 먹으며 질병 앞에 취약하게 노출되었다. 병에 걸린 개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했다. 개들은 천장도 없는 비닐 하우스를 집으로 두고 목숨을 간신히 연명하거나 잃었다. 개 주인도, 지자체도, 국가도 외면한 많은 동물을 한 명의 철거민이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도 도움도 없이 시한폭탄처럼 하루하루를 견디던 보호소는 카라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숨 돌렸다. 지붕 없는 비닐하우스 환경을 정비하고, 중성화 수술 등 필요한 의학적 조처로 개체 관리에 나선 것이다. 사설보호소의 올바른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들개 문제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호소가 있는 곳 또한 재개발 지역이었다. 지원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안 되어 즉각 철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예견된 일이었으나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원씨가 혼자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개들을 방사해 산으로 보낼 수도 없었다. 그래도 기회는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성악가 조수미 씨가 봉사에 나서고, 카라가 재개발 지역의 유기견 문제를 사회에 환기하면서 보호소 이전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지역에서 발생한 개들을 자발적으로 보호하는 활동이었고 이미 야생화된 개들의 포획과 이동이 필요한 활동이었건만, 고양시와 소방관서는 냉담하게 등을 돌렸다.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과 카라 활동가들만의 노력으로 180마리의 대규모 엑소더스가 이뤄졌다. 수십 번의 봉사활동 끝에, 달봉이네는 조용한 산 아래에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거처를 얻을 수 있었다. 달봉이네 개들의 삶은 이전 은평구 시절에 비해 나아졌다. 음식물 쓰레기를 뜯는 대신 기부 받은 사료를 먹을 수 있고,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온전하고 섬세한 애정을 받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개들은 입양을 원하는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손길을 받으며 삶을 연명해갈 것이다. 그들을 버린 사람이나 버리도록 만든 체계를 대신해 책임을 지고 있는 다른 이들의 손에서 말이다. 산에 사는 개들을 생각한다. 살기 위해 산으로 가 살아남았으나 사람들의 질서에 반한다고 ‘북한산의 무법자’라 불리며 사람과의 대척점에 선 들개나, 살아남았으나 소외된 공간에서 사람만의 도움을 기다리는 유기견. 양쪽 모두 우리 사회가 동물과의 관계에서 실패했을 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삶의 편리함이 개들을 산으로 밀어냈다는 것을 기억할 때, 그에 대한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갖추게 될 때야 사회는 좀 더 성숙한 의식을 갖추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CREDIT글 사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나연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8-14 15: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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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부터 열까지, 얼마나 더 닮아갈 …
- 명랑 노견 생활기하나부터 열까지,얼마나 더 닮아갈 건지. 이뿌나, 우린 정말 닮았나봐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와 이뿌니가 서로 닮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무척 좋다. 동글동글한 눈, 심술이라도 난 듯 튀어나온 눈두덩이, 고집스럽게 닫힌 입술, 기분이 좋을 땐 헤 벌어지며 드러나는 분홍색 혓바닥까지 어디 한군데 예쁘지 않은 데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 나의 개와 내가 닮았다는 것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외모에 대한 칭찬 중에 최고가 아닌가 싶었다. 적어도 우리 개 덕후들 사이에선 말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닮았다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어딘지 모르게 이뿌니와 비슷하다고 하면 기분은 좋으면서도 솔직히 의아했었는데, 그런 소리를 17년째 듣다보니 이제는 이뿌니 얼굴을 보면 저게 내 얼굴인가보다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 자신은 아직도 우리가 닮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남들의 입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사람들이 이뿌니와 남편이 닮았다는 소리도 하곤 한다. 나와 이뿌니가 닮았다고 하는 점 중에 하나는 적당히 크고 동그란 눈 때문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뿌니가 얇게 찢어진 반달눈을 가진 남편과도 닮았다고? 나와 개가 닮고 개가 남편을 닮았으면 남편과 나도 닮았다는 말인데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셋이 닮아가는 중이었나 보다. 외모만 봐서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 우리 부부의 교집합은 이뿌니 하나뿐이니 지금보다 더 오래 살다보면, 우린 모두 다 강아지 같은 얼굴을 갖게 되려나.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해마다 결혼기념일에 맞춰 셋이서 사진 찍다가 멈춘 것, 다시 부지런히 찍어야 할 것 같다. 나를 닮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결혼 전 남편은 10년 넘게 요크셔테리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작은 개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무게로 치면 요크셔테리어의 3배가 넘는 중형견, 그것도 지랄 맞은 코카스파니엘과 살게 되었으니 살면서 적지 않게 당황하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워낙에 나처럼 모태 개 덕후였으니 망정이지, 품행이 방정맞은 우리 이뿌니를 겪어내는 건 십여 년 함께 살던 친정엄마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니 남편에겐 오죽했으랴. 처음으로 자기가 목욕시켜보겠다고 당시 열두 살이던 이뿌니와 함께 욕실로 들어갔던 남편이 기억난다. 예의바르고 순했던 요크셔테리어와는 사뭇 다른 이뿌니의 폭주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온 남편은 그때부터 툭하면 이뿌니가 나를 닮았다고 말한다. 세상 제일의 말랑말랑 순둥이처럼 자고 있을 때나 총명한 눈으로 오른발, 왼발 내어줄 때 나를 닮았다고 해주면 좀 좋아? 주로 사납게 으르렁거릴 때, 얌체같이 접시위의 토스트를 훔쳐 먹을 때, 시끄럽게 코를 골아댈 때 나를 닮았다고 한다. 하필이면 못된 성질만 나를 쏙 빼닮았다고 하니 그건 아니라고 항변해야 마땅하건만 어쩐지 다 틀린 말 같지는 않아 슬그머니 꽁지를 뺀다. 가만히 나의 평소 모습을 떠올려 이뿌니에게 대입시켜보면 대부분은 나도 모르게 수긍하게 되니 억울할 것도 없다. 틀림없이 내가 이뿌니를 나처럼 키웠다. 완강하고 고집스럽게, 다정한 면보다는 거친 남성성을 강하게 이끌어내고 말았으니 이를 어쩐담. 나를 닮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식성까지, 모든 게 나를 닮아가는 걸까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여자가 된 것처럼 이뿌니도 사람이 주는 밥 10년 먹었으니 얼추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나보다. 먹성 좋은 어릴 때는 어떤 사료를 던져놔도 열이면 열, 가리는 법 없이 뭐든 잘 먹어주었는데 이제는 그럴 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구에는 사료보다 맛있는 식재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리고만 영특한 노견. 제 건강을 챙기는지 사람이 먹는 조리된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 대신 생야채나 과일은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한다. 당연히 제 것인 것처럼 밥그릇 속의 사료보다는 배추 한 장, 당근 한 토막에 더 열광한다. 가끔 사료 위에 이뿌니가 좋아하는 야채들이나 닭고기를 삶아 얹어 주다보면 무슨 개가 사람처럼 밥과 반찬을 놓고 먹으려고 하는가 싶어 웃음이 나곤 한다. 감자보다는 고구마를 더 좋아하고, 오이 대신 당근을 선택하는 것도, 그리고 안 먹던 토마토를 먹기 시작한 것 역시 모두 다 나를 닮아가는 것일까. 식성만 보면 확실히 남편보다는 나의 취향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입 짧은 남편 대신 잘 먹는 나를 좀 더 닮으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사람이 되어가는 이뿌니이뿌니는 꼬물이 시절 밤에 낑낑거리는 게 안쓰러워 침대 위로 올려 데리고 잔 게 버릇이 되어 아직까지도 나와 한 침대를 쓴다. 개에게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대서 뒤늦게 방석을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본인이 사람이라 생각하는 개인지라 방석은 짧은 잠을 잘 때나 쓰고 나머지는 사람 침대에서 함께 잔다. 침대 하나에 남편과 나, 중형견이 각각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땅따먹기가 시작된다. 양쪽에 사람 둘이 눕고 이뿌니는 항상 가운데에 눕는데 양심없이 네 발을 다 쭉 펴고 자기 때문에 제일 많은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 땅따먹기는 커녕 제 땅 지키기도 실패한 우리는 한밤중에 이뿌니를 피해 머리와 발 방향을 바꿔 자기 일쑤다. 그렇게 하면 셋의 어깨가 닿지 않게 되어 상체만이라도 좀 넉넉해지기 때문인데 신기한 건,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발치에 있어야 할 이뿌니가 우리와 똑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자다가 여러 번 자세가 바뀔 수야 있지만 매번 신기하게 우리와 항상 머리를 같은 방향으로 하여 나란히 잔다는 게 우습다. 자기도 사람이라고, 이 작은 꼬맹이가 꼭 우리처럼 나란히 누워 베개를 베고 자려고 애쓰는 게 귀엽다. 좁은 어깨로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고는 아저씨 강아지.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를 닮아갈꺼면 사람의 기나긴 수명이나 좀 닮았으면 좋겠다. 자기 하려는 대로 내버려두면 얼마나 더 나를 닮아갈지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 진짜로 사람이 될지, 되려다 말지 궁금하니까. CREDIT글 사진 한진에디터 이제원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8-13 15: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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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닮은 둘, 언젠가는 친구가 되길
- BABY&DOG서로 닮은 둘,언젠가는 친구가 되길3년, 부지런히 닮아가다까노와 함께 산지 3년이 되었다. 3년 동안 까노는 내 생활을 아주 부지런하게 변화시켰다. 걷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까노의 산책을 위해 자주 걸어 다녔고, 까노가 뛰어 다니는걸 보고 싶어 함께 뛰기도 했다. 까노와 같이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귀찮음과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알게 되었고 바닥에 떨어지는 까노의 소변 방울 자국을 수시로 닦기 위해 걸레질도 끊임없이 하는 부지런함을 갖추게 되었다.푸들의 특징인지 몰라도 까노는 유난히 활동량이 많고 활발한 편이었다. 틈만 나면 누워있는 걸 좋아하던 프로 와식생활러인 내곁에 어떻게 까노같은 아이가 왔냐며 주변에서도 신기해했었다. 내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기만 하면 장난감을 물고와 던지라고 재촉하니 말이다.?서로가 닮아가는 속도그런데 여기에 까노와 비슷한 활동량을 가진 아기가 내인생에 추가되었다. 까노의 속도를 따라잡고 싶어서인건지 아기는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졌다. 까노가 저쪽에서 보이면 까노한테 가고싶어 속도를 냈고 까노가 피하고 다른곳으로 가면 또 까노를 따라가기위해 속도를 냈다.접종하러 병원에 갔더니 아기가 많이 먹는데 그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서 살이 안 찌는 거 같다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 비슷한 활동량을 가진 이 두 놈이 서로 같이 놀면 좋겠지만, 이 둘은 나의 바람처럼 같이 놀지 않았기 때문에 나만 더 바빠지고 정신이 없었다.까노가 새끼 때 씹어대던 수많은 전선, 의자 다리, 각종 물건들이 아직 그 자국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이제는 아기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입에 넣고 빨고 씹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까노오빠가 가르쳐줬느냐며 입에 못 넣게 하느라 바빴다. 삑삑 소리 나는 인형을 좋아하는 것도 닮았고 아빠를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 남편이 귀가하면 둘은 누가 먼저 도착하냐 겨루듯 남편에게 달려간다. 매일 붙어있는 나는 느껴볼 수 없는 환영인사라 이런 대접을 받는 남편이 가끔 부럽기도 하다.?관종 둘, 서로 닮은 둘산책하러 나가서 낯선 사람들을 마주칠 때, 이 둘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관종력을 펼친다. 까노는 시비를 거는 스타일이다. 누가 먼저 말 걸면 짖으면서, 또 막상 누군가 자기한테 관심이 없으면 먼저 뒤에서 냄새를 맡거나 빤히 쳐다본다. 마치 나랑 당장 눈을 마주치라는 듯. 그러다 막상 말 걸면 짖을꺼면서 말이다.아기는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웃는다. 밖에 나가면 말을 거는 사람들에게 곧잘 웃어주고 쳐다보는 스타일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남자 여자 어린아이 안경 쓴 사람 가리지 않는다. 아기가 어쩜 이렇게 낯을 안 가리느냐고 하면 나는 속으로 까노 덕분이라고 말을 한다. 항상 주변을 맴돌고 있는 까노를 보고 늘 활짝 웃었기 때문이다. 웃는 게 뭔지 모르던 신생아 시절부터 이미 까노를 보며 웃고 있었다고 난 믿고 있다.?서로 닮은 둘, 언젠가는 친구가 되길아기와 함께 산 지 벌써 9개월이 되어간다. 까노는 여전히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기를 향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인지 까노의 짖음이 점점 더 심해지는 거 같아 며칠 전부터는 방문훈련을 받고 있다.훈련사님의 말로는 강아지가 보호자에 대한 애착이 심하면 아기랑 친해지는 건 어렵다고 한다. 그저 큰 충돌 없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잘 지내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까노는 나와 남편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기와 친해지는 건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둘이 서로 닮은 점이 많다는걸 모른 채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 체력도 활동량도 비슷한 둘이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다. 둘이 서로 닮은 점이 많다는걸 모른 채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CREDIT글 사진 주은희 (인스타그램 happyccano)에디터 이제원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8-13 15: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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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나의 바다 이야기
- 여행하며 만나다너와 나의 바다 이야기 매년 이맘때쯤이면 ‘반려견 해수욕장 동반 입장’ 이슈가 수면위로 떠오른다. 하와이에서 지내는 동안 참 많은 바다를 갔다. 당당하게 산책을 하고 수영을 즐기는 반려견을 마주했다. 언제부터 바다가 사람들만의 것이 되었을까. 우리는 정말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 아쉬움을 곱씹어본다. 꽤나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나온 아주머니와 푸들. 그림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공 물어오기 놀이가 한창이다. 사진을 찍자 더 열심히 공을 던지는 아주머니 덕분에 웃음꽃이 피었다. 몸집이 나보다도 큰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강아지다. 함께 수영을 하던 주인이 깊은 곳으로 헤엄쳐가자 따라 가지는 못하고 낑낑거리더니 곧 텐트로 돌아와 기다린다. 영특해라! 대롱대롱 해먹에 누워 즐기는 망중한이라니. 부러움에 눈을 떼지 못하는데 빼꼼 귀여운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얼굴을 내민다. 자세히 보니 잔디에도 한 마리가 더 있다. 여자 셋 리트리버 셋. 시선강탈 당할 수 밖에 없는 멋진 조합이다. 한 마리는 모래 구멍을 파서 들어가고 두 마리는 엎치락 뒤치락 혼을 쏙 빼놓는다. 그만큼 웃음도 늘어난다. 같은 방향을 향해 보폭을 맞춘다. 가끔씩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살핀다. 조깅 파트너로도 손색없던 너였는데... 언제부턴가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따스함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한 걸음 한 걸음에 빌어본다. CREDIT글 사진 박애진에디터 이제원?
- STORY | 2018-08-09 14: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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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개 보드 액션
- 꽃개 네트워크물개 보드 액션 꽃개의 약점, 여름! 웰시코기인 꽃개는 여름에 약하다. 다리가 짧아 산책 중일 때는 난로 위를 걷는 느낌이고, 온몸에 풍성하게 자란 이중모는 헤비다운을 두 벌 껴입은 느낌일 텐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애견공원에서 프리스비를 했더니 벤치 아래 주저앉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밥 짓는 소리를 냈다. 헥헥헥헥. 길게 나온 혀는 넥타이를 매도될 정도였다. 6월 초인데 그랬다.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그들은 겨울이 오는 게 두렵지만 우리는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 이렇게 더운 녀석을 데리고 두 달을 버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차로 10분 거리에 애견카페 딩고가 있었다. 애견카페 딩고는 본래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여 제공했으나, 이듬해 제법 규모가 큰 야외 수영장을 지었다. 나는 수영복을 입고 꽃개와 함께 집을 나섰다. 꽃개, 둥이 그리고 바디보드 우리는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사장은 준비 중이라며 20분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그사이 둥이네가 왔다. 수질 관리를 마친 사장이 다가와 보드도 있다며 꽃개가 타고 놀아도 된다고 했다. 하와이에서 타고 놀았던 부기보드(바디보드)였다. 놀랍게도 우리 집에 있는 노란색 보드랑 색깔만 다른 같은 제품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꽃개는 보수적이라 안 탈 거예요.” 사장은 다른 개들도 잘 타고 논다면서 걱정 말라고 했지만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녀석은 죽을힘을 다해 거부할 게 분명했다. 보수적인 꽃개는 예상대로 얼어붙었다. 억지로 태우니까 버티고는 있는데 물 위에 떠 있는 보드가 녀석에게는 발바닥을 찌르는 가시방석이나 다름없다. 반면 포토제닉한 둥이는 보드를 타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멋진 사진을 남겼다. 둥이네도 자기들이 탄 것처럼 즐거워했다. 물 만난 코기 사실, 꽃개는 처음엔 수영도 거부했다. 영특하게도 스스로 물에 뜨는 걸 알아차린 뒤로는 꽤 즐기는 수준이 됐다. 딩고에서 과거 간이 수영장을 운영할 당시 사고를 친 적도 있었다. 꽃개가 1미터 높이를 점프해 수영장 테두리를 밟고 물속에 들어갔다. “안 돼! 이 놈! 혼난다!”. 나는 깜짝 놀라서 꽃개를 건져낸 뒤 돈을 내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가르쳤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따로 티켓을 끊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이스 커피와 에어컨 바람으로 만족하기로 했던 것이다. 새로 지은 수영장은 난간이 성벽처럼 막고 있어 도둑 입수가 불가능했다. 꽃개는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줄을 섰다. 냄새로 아는 것 같다. 물이 덩어리져 출렁거리는 것을. 나는 물과 친하지 않다. 어디 놀러 갈 때마다 수영장에 들어가 고독하게 팔을 젓지만, 속도만 찔끔 늘었을 뿐 본질적으로 수영을 한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런 면에서 꽃개는 탁월하다. 녀석은 그 누구로부터도 배운 바 없는 수영을 한다. 그들은 물속을 걷는다. 물로 된 땅을 밟고 건너가는 것이다. 수심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수영장 수심이 1미터가 넘는다. 꽃개의 체고는 34센티미터. 10미터 수심에서도 꽃개는 쟁반을 입에 물고 척척척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꽃개는 몸을 말리고 집에 가야 하는 순간에도 수영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줄을 섰다. CREDIT글 사진 BACON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8-08 13:5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