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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23 1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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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17 12: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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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17 1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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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16 15: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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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16 14: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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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10 14: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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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10 14: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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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묘지교, 숙명여자대학교 길고양이 돌봄…
- CAMPUS CAT숙묘지교숙명여자대학교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Q. 숙묘지교의 역사(탄생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A. 수어지교(水魚之交)가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라면, 숙묘지교(淑描之交)는 숙명인과 고양이의 떨어질 수 없는 가까운 관계를 의미합니다. 2017년 9월 길고양이와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숙대 학우들이 뜻을 모아 만든 교내 유일의 그리고 교내 최초의 길고양이 동아리입니다. 현재는 행정팀, 총무팀, 기획팀, 홍보팀 총 6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숙묘지교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숙명이’입니다. 2017년 무더웠던 여름, 숙대 커뮤니티에 교내에서 자주 만나던 고양이가 다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 고양이의 꼬리는 생살이 보일 정도로 괴사가 진행된 심각한 수준이었고, 높은 기온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임이 분명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고양이지만 숙대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감을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현 숙묘지교 회장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학우를 만나 아픈 고양이를 구조하고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고양이는 바로 수술대에 올랐고, 수술 후 5일 동안은 음식과 물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 숙명이를 보며 모두가 걱정하던 차에 숙명이를 돌보던 학우 분께서 큰 시험을 앞둔 상황임에도 숙명이 면회를 갔고, 그날 저녁부터 숙명이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2차 수술까지 간 큰 수술이었기에 숙명이는 한 달 가까이 병원에 머물렀습니다. 수술비용과 입원비용이 상당히 나왔지만 감사하게도 병원 측의 배려와 숙대 학우들의 후원금으로 병원비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회복한 후 숙명이는 원래 살던 곳, 캠퍼스로 돌아왔고 지금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더 귀여워진 모습으로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숙명이는 숙대에 살고 있는 고양이 중 TNR 된 얼마 되지 않는 케이스였습니다. 중성화 수술이 된 고양이는 다른 개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에 숙명이가 다친 이유가 유일하게 중성화된 고양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교내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과 더불어 TNR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같은 뜻을 가진 40여 명의 학우들과 동아리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숙묘지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숙묘지교에서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A. 주요 활동은 급식소 운영, 길고양이 TNR, 아픈 길고양이 치료, 그리고 상품제작을 통한 자금 마련입니다. (1) 급식소 운영 : 길고양이들이 밥 먹을 때만이라도 마음 편히 있고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인적이 드문 장소를 물색하여 학교 허가 하에 총 3개의 급식소를 설치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정오에 숙묘지교 단톡방에서 한 주간의 급식소 당번을 신청 받아 매일 깨끗한 물과 밥을 급여하고 있습니다. 개체 수와 건강 파악을 위해 각 급식소마다 정해진 급여량이 있으며, 전염병과 사료가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남은 사료는 모두 버리고 있습니다. 사료는 숙묘지교 SNS를 보고 택배로 사료를 보내주시거나 직접 숙대까지 찾아오셔서 사료를 전달해주시는 감사한 분들도 계시지만, 워낙 사료 소모량이 많아 상품 제작을 통해 나머지 사료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세끼 이상 먹는 돼냥이들이 많아서 비용이 적지는 않습니다. 비만이 염려되기는 하나 사료량을 줄이면 약한 고양이들이 사료를 아예 먹지 못하기 때문에 넉넉히 주고 있습니다.) (2) TNR : 2018년 2월 기준, 숙대 내 길고양이들의 TNR 비율이 90%라는 높은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몇 마리만 중성화 수술을 하면 숙명이와 같은 위험이 있기에 교내에 상주하는 고양이들을 모두 TNR 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주 보이는 냥이들은(이름이 있는 냥이들) 모두 수술이 되었습니다. TNR 포획은 저녁 시간대(간격을 두고 3일간, 6~11시 정도)에 주로 이루어지며 긴급 상황에는 밤을 꼬박 새기도 합니다. 도움을 주시는 병원이 있어서 그곳으로 택시를 타고 곧바로 이동하며 건강검진을 하고 수술 한 다음 원래 살던 위치에 방사하고 그 후에는 급식소에 찾아오는 것을 모니터링해 상태를 확인합니다. (3) 수익금: 주로 숙대 학우 분들의 도움으로 동아리가 운영되다 보니 학생 신분의 학우들에게 기부만을 부탁드리기보다는 상품을 제작해 일종의 기부 리워드로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메모지, 뱃지 3종, 전자파차단 스티커 2종, 물병, 스트랩 키링, 손거울 2종을 제작해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선풍기와 에코백 등 새로운 상품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돈이 부족해서 구조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인 만큼 재정 확보와 안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투명한 재정관리를 위해 숙묘지교 SNS를 통해 수익금과 기부금은 수입 항목으로 분류하고, 병원비나 사료비 등은 지출로 분류해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Q. 숙묘지교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A. 지난해 10월, 태어난 지 3~4일 된 새끼 고양이를 주차장에서 주운 교수님께서 고양이를 경비실에 맡겨 숙묘지교에서 급히 구조한 적이 있습니다. 한 쪽 다리가 이미 괴사한, 아파서 어미가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된 고양이는 구조 직후 임시 보호처로 옮겨 인공수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저녁 작은 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고양이의 이름도 별이가 되었습니다. Q. 숙묘지교 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A. 아팠던 길고양이들이 건강해진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올 때가 가장 좋은 기억입니다. 구조부터 치료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더욱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Q. 숙묘지교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몇 가지만 들려주세요. A.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20만 원 사건’입니다. 얼마 전 제논이가 건물 사이에 빠져서 나오질 못하고 서럽게 울어서 통덫을 설치하고 담요로 만든 로프를 내려둔 채 동이 틀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제논이와 늘 함께 다니는 태평이도 주변을 맴돌고 울며 함께 기다렸습니다.) 제논이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덫에 들어갔고 다리를 저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다리 부상이 걱정되어 곧장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엑스레이 촬영 등 정밀 검사 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라서 동아리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다음 날 같은 자리에 제논이가 또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서럽게 울던 제논이는 학교 경비원분들이 구출하려 뜰채를 들고 다가가자 밖으로 가뿐히 뛰어나와 아무렇지 않게 급식소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서 모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병원비와 택시비를 합쳐 20만 원을 날려먹은 제논이는 이날 이후로 20만 원으로 불리고 있으며, 교내에서는 ‘1제논=20만 원’으로 환산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번 달 알바 월급은 1.5제논(30만원)이야.’라고.... Q. 숙묘지교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바라는 점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A. 숙묘지교는 길고양이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길고양이와 친해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귀여운 태양이를 보면 간식을 주면서 가까이 다가가 보송보송한 털을 한 번 만져보고 싶지만, 태양이와 사람의 안전을 위해 눈과 카메라로만 예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동아리원들은 물론이고 학우 분들도 잘 지켜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내 길고양이들의 건강이 의심되거나 건물 사이에 갇혀있는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제보해주시는 덕분에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사료 기부는 말할 것도 없고 길고양이 구조 시 도움을 요청하면 소리 없이 나타나 도움을 주시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가버리시는 학우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ex. 교내 커뮤니티에 제논이 구조를 위해 천을 길게 묶어 제논이가 타고 올라올 수 있는 줄을 만들고자 남는 담요나 수건을 부탁드리자, 세 분이 나타나셔서 천이 남도록 물건을 주고 가심. 돌려 드리고자 연락처를 받으려고 했는데 안 돌려주셔도 된다고 그냥 가심.) 그리고 사납고 예민해 까다로운 환묘인 길고양이들을 차별 없이 정성껏 치료해주시는 의료진 분들, 그리고 숙묘지교 운영에 도움을 주시는 교내 관계자 분들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 운영되고 있어서 굳이 앞으로 바라는 점을 찾자면, 현재와 같이 학우 분들이 숙묘지교와 늘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것 뿐입니다. CREDIT글·사진 최한나 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23 1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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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도 할 수 있는 냥금님 알약 먹이…
- CATFORMATION초보도 할 수 있는냥금님 알약 먹이기01. 우리는 미천한 캔 따개의 삶을 살며 냥금님들의 옥체를 보중할 의무가 있다.?? 02.하지만 슬프게도 의지와 상관없이 냥금님들께서 편찮으실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럴 경우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여야 한다.? 03.산전수전 다 겪은 능숙한 캔 따개들은 알약 먹이는 일쯤이야 여반장이지만, 초보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04. 이번엔 누구나 처음 하는 실수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꿀팁을 알아보자.? 05. 알약을 먹이는 방법은 이론상 필건에 껴서 쏘기, 손으로 그냥 먹이기, 사료에 숨기기와 같은 방법이 있는데 진정한 고수는 도구를 쓰지 않는 법이므로 용감하게 직접 손으로 먹이는 방법을 택하자.? 06. 준비물도 간단하다. 냥금님께서 좋아하시는 튜브형 간식(간식을 주면 안 되는 경우 식물성 기름), 알약.? 07. 우선 알약에 간식을 발라 냥금님을 잠시 교란하자. 그들이 방심했을 때 다음의 순서를 기억하고 진행하면 된다.??08. 알약을 먹일 때 가장 중요한 3요소가 있다. 각도, 심도, 속도이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훨씬 수월하다.? 09. 첫 번째, 각도. 각도는 어미 고양이가 아깽이의 젖을 물리는 각도가 가장 이상적이다. 쉽게 말해 머리를 하늘로 추켜올리는 게 관건. ? 10. 두 번째, 심도. 이 부분에서 많은 초보들이 실수하는데, 알약을 목구멍 깊숙이 넣어야 중간에 혀로 뱉어내거나 씹어서 거품을 물지 않는다.? 11. 또한, 여기서 엄지와 검지를 사용하여 약을 먹일 경우, 난이도가 상승하므로 두 손가락이 아닌 검지 하나만을 이용하여 넣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12. 우리가 혹시나 물릴까 봐, 목구멍을 찌를까 봐 주저하면 할수록 고양이는 물론 우리의 스트레스도 커지기 때문에 과감하게 찔러 넣자.?13. 세 번째, 속도. 속도는 두 가지가 중요한데 하나는 빠르게 넣는 것이고 둘은 빠르게 닫는 것이다. 넣는 것만큼 입을 닫고 목을 쓸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14. 혹시 성격이 조금 까칠한 냥금님을 모시고 있다면 반드시 발톱을 잘라주거나 이불로 몸을 돌돌 말아 움직임을 봉쇄해야 피를 덜 본다.? 15.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그들이 발톱을 꺼내기도 전, 약 먹이기를 끝내는 사람임을 명심하자.?CREDIT글 사진 김태헌에디터 김지연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17 12: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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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짱가의 두 눈은 푸른 바다 빛일 거예…
- 아파도 사랑해짱가의 두 눈은 푸른 바다빛일 거예요 ‘짱가’를 소개합니다 지금 제 옆에 잠든 이 녀석의 이름은 ‘짱가’입니다. ‘짱가야~’ 하고 부르니 자다 깨서 돌아보는 아이의 얼굴엔 두 눈 대신 눈이 있던 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짱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에요. 두 눈이 없습니다. 그래도 엄마인 저에겐 응석받이 애교만점 막내 고양이이며, 배변 실수 한 번 하지 않는 기특한 녀석이죠. 또, 놀이를 할 땐 다른 고양이들처럼 우다다도 하고 점프도 하는 아이에요. 말하자면, 이름처럼 아주 씩씩한 녀석이죠. 평소에는 눈이 없다는 걸 모를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다른 고양이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처음 만난 짱가 2016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의 어느 날, 한 보호소에 4개월령의 어린 냥이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게 우리 짱가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 중 안쓰럽고 불쌍하지 않은 아이가 있겠냐만 유독 이 아이가 눈에 밟혔던 건, 작은 얼굴에 터질 듯 튀어나온 두 눈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너무 어린 아기냥인데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듯한 두 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와 제 친구는 약속이나 한 듯, 공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보호소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사진에서 보았던 두 눈은 생각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았고, 그냥 두면 자칫 목숨까지도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참한 모습과는 달리 아이는 사람 손이 닿자 기다렸다는 듯 골골골 소리를 내며 좋아했습니다. 차라리 아프다고 울었더라면 마음이 덜 아팠을 텐데 그 와중에도 사람 손이 좋다고 부비고 의지하는 모습에 미안함과 속상함으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의지 이미 손을 쓸 수 없었던 두 눈은 결국 적출해야만 했습니다. 4개월 어린 냥이가 감당하기엔 참 힘든 수술이었지만 녀석은 정말 기특하게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참아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짱가는 어쩐 일인지 혀도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삼분의 일 정도만 남아있었습니다. 수술 후 통증이 잦아들 즈음엔 도통 먹지 않아 애를 태우더니, 겨우 먹기 시작하면서는 갑자기 쉬를 제대로 싸지 못해 가슴을 서늘하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먹기 시작했고, 약도 주사도 잘 참아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도 참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어린 고양이 녀석이 잘 이겨내고 참아냈던 것이었습니다. 단지 살아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말이지요. 적어도 제 눈엔 녀석의 그런 의지가 보였습니다. 이후 아이의 사연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늘 씩씩하게 지내라고 지인은 '짱가'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그에 답하듯 짱가는 잘 먹고 잘 자며 모두가 놀랄 정도로 빠르게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수술한 눈에 실밥도 풀 만큼 좋아지면서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그건 짱가의 입양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두 눈을 적출한 냥이를 받아줄까 싶어 내내 맘이 무거웠습니다. 저에게는 노견과 아픈 아이들, 그리고 임신한 채 구조해 아가를 낳은 임보 고양이가 있어서 사실 처음엔 짱가를 임보하거나 입양한다는 건 힘든 일이라고 스스로를 밀어냈습니다. 그러나 인연이란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다가오듯 짱가와 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었으나 결국 제 품에 데리고 있는 게 제일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으니까요. 그렇게 짱가는 본격적으로 우리 집 아이들과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걱정이 무색해진 짱가의 적응력 집 아이들이 짱가를 받아줄까 걱정했지만 그건 저의 기우였습니다. 아이들은 이 낯설고 이상하며 기괴하기까지 한 녀석을 보고 하악질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아프고 힘든 아이에 대한 배려를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차츰 기력을 찾은 짱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활동적이고 발랄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청각과 후각이 더 발달한 듯 보였고, 집 안의 장애물들을 용케 피해 다니며 위험에 대해 스스로 대처하는 기특한 모습도 보여주었지요. 짱가를 데리고 오기 전, 보이지 않는 아이를 돌봐야하니 안전을 생각한답시고 수선스럽게 이런 저런 장치들을 연구했던 저를 무색하게 할 만큼 짱가는 나날이 용감하고 대담해졌습니다. 하루는 네트망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 제 간담을 서늘케하더니 '내려와!'란 한마디에 마치 말귀를 알아듣는 아이처럼 차분히, 그리고 당당하게 내려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보이는 아이처럼 정확히 장난감을 향해 뛰었고, 앞발로 톡톡 치며 가지고 놀았습니다. 동물적 감각이란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보통의 삶이 힘들 거란 저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쉈습니다. 어쩌면 이들의 세계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절망에 빠졌을 때 가지는 부정적 인식들이 이 아이들에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짱가를 보며 알았습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그 뿐, 더도 덜도 없이 딱 현재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껏 제가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사람처럼 복잡 미묘하지도 않고, 어떤 계산도 넣지 않는 아이들의 세계는 말 그대로 순수 그 자체였습니다. CREDIT글 사진 이유성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17 1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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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처음 만난 날
- 펫찌 X 네이버 포스트2우리 처음 만난 날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캄캄한 밤에 고양이를 만나면 조금은 무서웠다. 그런 내가 우연한 계기로 길냥이 급식소를 설치했고 고양이들과 만나는 시간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평생 함께 할 리리를 만나게 되었다. 고양이한테 빠지면 답도 없어2015년 겨울,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 추운 날 고작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는 게 마음 아팠다. 그 일을 계기로 내가 사는 동네에 작은 고양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를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 하는 그 눈망울에 마음을 뺏겼다. 그 애들이 걱정되어 종종 사료를 사서 다니던 길에 두었더니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었다. 잘 먹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결국 동생과 함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에 급식소를 설치하고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직장 생활에 지쳐 있었고 퇴근길에 아이들을 만나는 것만이 유일한 낙이었다. 나는 고작 밥을 챙겨줄 뿐이지만 그 아이들은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멀리서도 알아보고 달려와주고 밥을 다 먹고도 떠나지 않고 내 옆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고양이한테 빠지면 답도 없다. 나는 자연스럽게 집사의 꿈을 키워갔다. 금빛 털을 가진 리리와의 첫 만남 집사의 꿈을 꾼 지 반 년쯤 지난 7월의 어느 날이었다. 친구가 일하는 하천 주차장에 놀러 가는 길에 우연히 <리리헤어>라는 간판을 보고 확 꽂혀버렸다. ‘리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이름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나중에 집사가 되면 고양이 이름은 리리라고 지어야지’ 스치듯 그런 생각도 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한참 얘기를 나누던 중 희미하게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더운 날 차 안에 들어가 목청이 터져라 우는 고양이를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차주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대로 시동을 걸면 위험할 것 같아 전화부터 걸었다. 차주가 오길 기다리는 4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주차장은 비가 많이 오면 하천이 넘쳐 물바다가 되기도 했고 대형 트럭이며 버스들도 많이 다니는 곳이라 고양이가 살기엔 위험했다. 시간이 지나 차주가 왔고 구경하려고 사람들도 몰려들었다. 차 안에서 고양이를 꺼냈을 때 너무 작아서 누군가는 “뭐야, 쥐새끼야?”라고 했고, 누군가는 “쟤 때문에 이 고생을 한거야?”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고는 모두들 돌아갔다. 캄캄한 주차장에 혼자 남은 작은 고양이가 못내 쓸쓸해 보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묘연이란 게 이런 걸까. 금빛 털을 가진 작은 고양이의 이름은 자연스레 리리가 되었다. 리리를 처음 안았을 때 리리를 처음 들어 올렸을 때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빽빽 거리며 울고 마지막까지 하악질 하던 아이였는데 품에 안으니 이제 안심된다는 듯 눈을 감고 고요해졌다. 바로 병원으로 가서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고 집으로 데려왔다. 길냥이들 주던 사료가 있었으니 당장 끼니 걱정은 없었지만 화장실로 쓸 모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종이박스 안에 신문지를 깔아주고 “미안하지만 오늘만 여기가 화장실이야!” 했는데 말을 알아 들었는지 정말 그 위에 볼 일을 봤다. 동생은 집에 있던 효자손에 인형을 묶어 장난감을 만들어 놀아주었고 나는 신문지를 동그랗게 구겨서 공을 만든 뒤 공놀이를 하며 놀아줬다. 리리는 밥과 물을 야무지게 먹은 후 우리와 신나게 놀아주었고, 자기 전에는 나를 쳐다보며 따뜻한 눈인사도 건네주었다. 나는 걱정과 설렘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내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작은 털 뭉치가 주는 위로와 따뜻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웃음이 많아졌다. 리리를 구조했을 때는 내가 리리를 도와줬다고 생각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리리가 삭막했던 내 인생을 도우러 와준 거라 생각한다. 리리를 구조한 건 리리의 ‘묘생 역전 스토리’가 아니라 ‘나의 인생 역전 스토리’일지도 모른다. CREDIT글 사진 박지은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16 15: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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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우리는 모…
- 펫찌 X 네이버 포스트1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다 머무를 곳을 찾지 못했던 유기견 푸들 ‘타리’와 까만 고양이 ‘실비’ 그리고 삼색 고양이 ‘해적이’는 제주의 한적한 중산간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 로터리에서 만난 푸들 타리와 고양이들의 하룻밤이 위로 푸르스름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타리는 사람과 함께 자는 버릇이 있었다. 침대맡에서 나에게 오려고 낑낑대는 타리와 그게 불편한 고양이들은 밤새 신경전을 벌였고, 혹시나 싸움이 날까 나는 밤새 잠을 설쳤다. 타리가 돌연 나를 물지는 않을까, 고양이들을 공격하지는 않을까.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문구는 쉽지 않다. 나 역시 유기묘를 두 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떤 습관들이 형성되었는지, 그 성격을 짐작하기 어려운 유기견과 유기묘의 입양은 녹록지 않다. 처음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안 그래도 미운 일곱 살처럼 알 수 없는 습관들에 지쳤는데,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떨어져 있을 수 도 없다. 사람 아이는 나이가 들면 성장을 하고, 독립을 하지만 동물들은 독립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기견, 유기묘의 입양은 정말 어렵다. 밤새 잠을 설친 이른 아침, 타리를 데리고 차를 탔다. 목적지는‘제주유기동물보호소’. 보호소에 도착하니 울려 퍼지는 멍멍이 들의 짖음이 그 수를 짐작게 했고 동시에 타리의 표정은 금세 불안해졌다. 불안해하는 타리를 안고 유리문을 서성이는데, 입구 쪽에 있던 수의사가 물었다. “아이고, 유기견인가요?” 수의사는 처치실과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나를 안내하곤 바로 타리를 살폈다. 저울로 타리의 몸무게를 재는 수의사의 어깨너머로 게시판이 보였다. 게시판에는 반려견, 반려묘를 찾는 공고들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타리는 없었다. 어느새 타리가 내 다리를 긁고 있었다. 바닥에 놓인 타리가 두 발로 서서 안아 달라며 애를 쓰고 있었다. 수의사가 말했다.“강아지가 많이 의지하나 보네요.” 아무리 고양이와 강아지가 다르다지만 이런 적극적인 표현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애초의 삶의 태도가 다른 것 같다. 사생활도 없고, 독립성은 더더욱이 없다. 수의사가 채혈해야 한다며 타리를 안고 있어달라 부탁했다. 낯선 손길이 두려운지 타리는 있는 힘을 다해 나에게 밀착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나도 낯선 사람이다. 채혈을 하고 검사 키트의 반응을 보는 동안 다른 수의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한 수의사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한쪽 의자에서 기다리던 부부에게 입양 신청서를 작성케 했다. 다른 수의사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처치실로 들어갔다. 안락사를 시키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수의사의 손길에 불안해하는 타리를 붙잡고 보니 어느새 처치실의 문이 닫혀있었다. 사람이 들고 나는 곳에는 많은 것들이 버려진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는 도시의 피로감, 버틸 수 없는 고독감, 참을 수 없는 슬픔들이 버려진다. 나 역시 제주에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종종 털어버리곤 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털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외로움을 위해, 누군가의 가족이 되었을 생명들은 이곳에 털어졌다. 그리곤 돌아갈 곳을 잃었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다. 그런데 너희들은 집을 찾을 수 있을까? “다 됐습니다. 가 보셔도 돼요.” 수의사가 말했다. “혹시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임시보호를 할 수 있나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시종일관 건조하게 느껴지던 수의사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네, 가능해요. 대신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입양을 하셔야 합니다. 입양을 전제하셔야 해요.” 나는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타리를 만난 제주에 오기까지, 나 역시 길을 잃고 떠돌았다. 살다 보면 우리는 한 번쯤 길을 잃고 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한다.그 두려움과 막막함을 모르지 않기에, 운명처럼 다가온 푸들 타리에게, 오래전 그날 ‘실비 집’ 앞에서 마주쳤던 턱시도냥 실비에게, 적어도 우리의 삶에는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우린 가족이 됐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이야기는 판타지다. 오늘도 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에는 수많은 타리와 실비가 웅크린 채 잠이 들것이다. CREDIT글 김지은 사진 김지은, 정인성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16 14: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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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외출냥이 : 뽀리 이야기 강렬했…
- 냥이는 외출 중프로 외출냥이 : 뽀리 이야기강렬했던 첫 만남의 기억 이제 곧 만으로 열 살이 되는 뽀리는 ‘프로 외출냥이’다. 나가고 싶을 땐 매너 있게 자신의 의사를 밝힐 줄 알고, 노크도 할 줄 아는‘신사 고양이’다. 냥줍 단계 어느 대학 캠퍼스 건물 안에 잘못 들어와 길을 잃고 패닉이 된 고양이를 발견한 건 2009년 2월이었다. 여자 직원의 비명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시커먼 고양이가 빗자루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험악하게 생긴 고양이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빗자루, 몽둥이 등을 들고 내쫓고 있었다. 나 역시 고양이는 무서웠다. 평소 동물을 좋아했지만 고양이는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야산에서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자란 고양이는 매우 공격적일 것 같았다. 사람을 피해 도망을 가보지만 어느 열린 문으로 들어가도 사람들이 있는 좁은 복도였기 때문에 고양이로서는 도저히 스스로 나갈 수 없을 상황이었다. 매우 놀란 표정이었고, 제 정신이 아닌 게 한 눈에 보였다. 살려달라는 건지, 엄마를 찾는 건지, 눈에 초점이 사라진 채 일관된 울음소리로 울어대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도 성묘도 아니었다. 예쁜 고양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저 겁에 질린 어린 고양이를 구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고양이의 진로를 방해하고, 눈높이로 앉아 ‘이리와’ 하고 팔을 벌렸다. 지금은 알지만, 이건 고양이 언어로 싸우자는 건데, 청소년 고양이는 다급했던지 ‘살았다’ 하는 눈빛을 하고선 나의 품으로 총총 뛰어 들어왔다. 그렇게 집사들의 관문인 ‘간택’ 단계를 거치고, 길고양이였던 청소년 고양이는 집고양이 뽀리가 되었다. 고양이 키우기 고민 단계 품으로 뛰어 들어온 고양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양이에 문외한인 나는 다음 단계를 알 수 없었다. 일단 진정시키기 위해 창고방으로 데려가 먹이를 조금 먹였다. 다음을 생각했다. 이 고양이를 밖으로 내보낼 것인지, 집으로 데려가 키울 것인지 고민했다. 사람들이 어미 고양이와 함께 다니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최근 혼자 돌아다니며 점점 말라갔다고 했고, 엄마를 찾아서 들어온 건지, 배고파 들어온 건지 사람 사는 곳으로 들어 왔다가 못 빠져 나간 것이라 추측했다. 야산에서 뛰어놀며 자유롭게 지내던 고양이라 그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집생활에 적응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풀어주기 위해 마지막 만찬인 소세지를 들고 창고방으로 갔다. 문을 닫고 조용해지자 뽀리는 어느 구석에서 슬그머니 나왔다. 허겁지겁 소세지를 먹는데 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고,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이라 뭐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그때의 뽀리는 누군가 돌봐줄 존재가 필요해 보였다. 풀어주려던 마음을 바꿔 입양하기로 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집생활 적응 단계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디 구석에 처박혀서 안 나오거나 문이 열리면 금방 도망칠 거라 예상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바로 나와 돌아다니며 집을 여기저기 구경했다.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것도 괘념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할 걸 알고 안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양이 용품이 하나도 없던 터라 바로 주문을 했고, 사흘 뒤 사료와 화장실, 모래가 왔다. 모래를 화장실에 붓는 와중에 들어가서 용변을 보고, 나와서는 부어준 사료를 세 접시나 깨끗하게 비우는 뽀리를 보며 이 고양이는 바깥 생활을 못 할 것 같다는 강한 확신이 왔다. 문을 열어두어도 문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오히려 문을 무서워했다. 나가는 것을 무서워했다. 그렇게 알콩달콩 집냥이로 유순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외출냥이 단계 이제 곧 만으로 열 살이 되는 뽀리는 프로 외출냥이다. 나가고 싶을 땐 매너 있게 자신의 의사를 밝힐 줄 알고, 마실 다녀와서는 노크도 할 줄 아는 신사 고양이다. 일부러 길고양이들을 찾아가 시비를 걸지도 않고, 만나게 되어도 심하게 싸우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각고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길 출신이긴 했지만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바깥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리가 조금만 나도 무서워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기본적으로 고양이는 소리에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긴 하지만 뽀리의 경우, 구조 당시 많은 수의 인간에게 한꺼번에 둘러싸여 격렬한 적대적 반응을 겪었기 때문에 트라우마로 남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한 번씩 이상행동을 보이면 영락없이 그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그게 안타까웠던 우리 가족은 사회성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고양이에게 창밖을 보여주고 창문을 열어 바깥공기 냄새를 맡게 해주며 끔찍했던 야생의 기억들을 좋게 다듬어주려 노력했다. 외출냥이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다른 고양이를 만나면 죽일 듯이 덤벼들어 싸웠다. 우리 가족은 이 꼭두새벽에 동네 떠나가라 싸워대는 저 문제의 고양이를 마음속으로나마 모르는 척해야 했다. 외출하겠다고 고래고래 떼써서 밖으로 어쩔 수 없이 내보내주고 나면, 또 나가서 불쌍한 길고양이를 괴롭히지는 않을까 매일 밤 노심초사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일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다. 이 고양이가 달리 똑똑해서가 아니다. 외출냥이 뽀리를 키우며 생겼던 문제와 해결 에피소드를 <프로 외출냥이 : 뽀리 이야기>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뽀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출냥이가 되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일에도 어떤 교육 철학이 필요했다. 가족과 뽀리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먹고 자는 문제 외에 뽀리에 대해 중요하게 대화한 주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고양이의 개성과 사회성이었고, 두 번째는 고양이의 입장, 즉 고양이의 자유 의지, 세 번째로는 환경이었다. 이 고양이가 달리 까탈스러워서가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생각해봤을 주제에 대해 이 코너를 통해 나눠보려 한다. CREDIT글 사진 손향기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10 14: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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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녹음 아래에, 여의도공원 고양이…
- SHELTER깊은 녹음 아래에,여의도공원 고양이 급식소 22만 9,539제곱미터의 자연,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이 반갑고도 이질적인 공간에서 일반의 상식으로는 비상하고 부자연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여의도공원 고양이 급식소 이야기다. 자연 속의 부자연 서울의 노른자 위에서 푸르게 숨만 쉬고 있는 여의도공원에 고양이를 위한 공식 급식소가 생긴 것은 2017년의 일이다. 하지만 공원이 존재하고 거기에 고양이가 찾아들면서부터, 캣맘이라는 단어가 있기도 전부터 그들을 챙기는 사람은 있었다. 지금도 급식소 회원은 아닌 다양한 개인들이 공원 여기저기에서 개별적으로 고양이를 챙긴다. 그런 돌봄을 어떤 사람들은 부자연스럽다거나 낭비라고 평가한다. 고양이는 길이나 야산에서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밥이나 물을 주지 않고 알아서 살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TNR을 하거나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는 것을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세간의 평가에 급식소 회원들은 무심한 편이다. 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공원 전체에 흩어져 있는 5개 급식소를 관리하고 밥과 물을 챙긴다. 이들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은 먹을거리다. (사료부터 약까지 최대한 좋은 먹을거리로 평소에 건강하도록 하자는 것이 활동 방향이다.) 마치 밥 세 끼 잘 먹여서 아프지 않도록하자는 부모의 마음 같다. 고양이의 목소리 부모가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자녀가 때로 아프거나 다치듯, 고양이 역시 그렇다. 그럴 때면 사람 아이처럼 직접 아픈 곳을 설명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할 수도, 112나 119에 신고를 할 수도, 인터넷을 켜고 민원을 넣거나 국민신문고에 글을 쓸 수도 없다. 그들의 이익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행한 점은, 싫다는 감정을 혐오나 폭력 행동으로 발산한다는 데 있다. 작게는 욕을 하고 돌을 던지는 행위일 것이고 크게는 폭력을 직접 행사하거나 독극물을 살포하는 것이다. 수년 전, 공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 캣맘이 둔 밥에 독을 탔다. 그리고 다수의 고양이가 그 밥을 먹고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그저 살던 곳에서 먹을거리나 마실 거리의 고민을 덜하면서 살기를 바랐던 마음이 그런 형태로 돌아온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신고 후 가해자 추정까지 되었지만 처벌은 없었다. 이 일로 캣맘들은 극심한 죄책감과 불안에 빠졌고,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빌미를 주지 않는 것. 밥 주는 시간은 야간이나 새벽이 되었고, 밥자리는 더욱 으슥한 곳으로 숨어들었으며, 그릇조차 남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 고양이 보는 것을 좋아할 뿐인 평범한 시민 하나가 공원 고양이에게 “아, 귀엽다.”라며 손짓을 했다. 그때 뒤에서 버럭 고함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에게 밥 주지 마요! 또 밥 주면 내가 쥐약 놔버릴 거니까!” 그 노성을 들은 시민은 고양이 밥을 가지고 있기는커녕 캣맘이나 캣대디의 존재조차 몰랐다. 하지만 위협 가득한 그 남성의 발언이 시민을 움직였다. 밥을 챙겨야 하는 고양이가 공원에 존재한다면 위협이나 공포 없이 밥을먹을 수 있는 공식 급식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선례가 있어, 지자체에 요청할 수 있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동물권 단체케어(CARE)의 도움으로 서울시와 공원관리사무소의 허가를 받은 공식 급식소가 설치될 수 있었다. 이 활동이 모두에게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싫어하는 사람뿐 아니라, 기존 캣맘들 역시 우려 섞인 시선으로 급식소를 바라본다. 혹시라도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고양이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 급식소를 통한 범죄는 없지만 여전히 캣맘과 급식소 사람들 모두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고마운 사람은 곳곳에 숨어 있어요 어려움과 부침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사람이 더 많다고 급식소 사람들은 말한다. 대표적으로 관리사무소 사람들이 있다. 공원은 넓고 고양이의 활동 시간은 다양한 데 비해 회원들이 급식소를 방문하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모든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직원들은 오래 머무는 까닭에 공원 고양이의 파악이 쉬운 편이다. 어떤 고양이가 힘이 없어 보인다거나 아파 보인다, 혹은 아파 보였는데 이제 많이 나아졌다와 같이 기존 고양이의 상태를 알려주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못 보던 얼굴을 보았다는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특히 신규 개체 유입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위해 임시 급식소를 추가하여 기존 고양이와의 싸움을 최대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원의 도움이 있어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존재는 또 있다. 여의도공원에 있는 모금함이다. 공원 방문객이 때때로 무심하게 얼마간 돈을 넣어준다. 금액은 사실 아주 약소해서 사료 한 봉지 살 만큼도 안 되지만, 급식소 사람들이 받는 것은 돈이 아닌 마음과 응원이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누군가 모금함을 파손했지만 보수해서 다시 설치할 거라고 말하는 급식소 회원의 표정은 밝고 당당했다. 삶, 그 반가운 반복 길과 공원에는 이제 초록이 완연하다. 오가는 사람 속에, 무심하게 푸르른 녹음 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중에는 15마리의 공원 고양이가 있다. 그리고 5개의 급식소와 6명의 급식소 회원, 다수의 캣맘이 있다. 또한 공원에 고양이가 있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방문객과 호의 섞인 인사나 덕담을 건네고 가는 다수의 사람들, 고양이를 싫어하고 해코지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군상을 높은 건물과 차츰 다가오고 있는 재개발 계획이 감정 없이 내려다본다. 오늘도 회원 중 하나는 급식소를 돌며 밥과 물을 갈고 주변을 정리할 것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혀를 차거나 욕을 할 것이고, 고양이는 그저 사람을 기다리며 그들에게 주어진 나무와 하늘, 바람과 물, 흙과 풀을 즐길 것이다. CREDIT글 김바다사진 여의도공원 고양이 급식소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10 14: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