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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5-14 15: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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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5-14 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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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5-08 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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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5-08 15: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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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5-04 18: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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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5-04 18: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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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5-02 13: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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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고양이 호두에 대하여
- 묘생 2막군대, 쥐덫, 그리고 ‘짬타이거’작은 고양이 호두에 대하여 군대에서는 골칫거리인 쥐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 하지만 쥐덫에 걸린 것은 쥐가 아닌 고양이였다. 자칫 쥐로도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작고 어린 새끼 고양이. 쥐는 아니었지만 다친 고양이 또한 곤란한 대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린 고양이가 쥐덫에 잡혔다군부대 근처에는 마땅한 동물병원이 없었다. 물론 동물병원이 있다 한들, 군대에서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라고 지시했을 거라는 확신도 없다. 국방부에는 살서(殺鼠)나 동물에 대한 구제 대책이 별도로 없으니 말이다. 군인들은 뒷다리 가죽이 거의 다 벗겨진 새끼 고양이를 별다른 치료 없이 그냥 놓아주었다. 고양이는 헐레벌떡 그 자리에서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다. 다만 그 부대에서 근무 중인 군인 한 명만이 그 소식을 듣고 고양이를 쫓아갔다. 겨우 찾아낸 고양이는 애처롭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는 남몰래 새끼 고양이를 돌봐주는 생활을 시작했다. 먹을 것과 깨끗한 물을 갖다 주었다. 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뒷다리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에 병원도 없고, 병사 월급에 치료비도 걱정스럽고, 핸드폰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메일로 동물단체에 연락을 취하는 것이었다. ‘쥐덫에 걸린 고양이를 구해주세요’. 그는 그렇게 카라에 어린 고양이의 소식을 건넸다. 그렇게 고양이가 왔다 고양이의 이름은 ‘호두’라고 했다. 호두는 쥐덫에 걸리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털가죽이 벗겨진 다리를 이끌고 몇 주를 버텨왔다고 한다. 상처가 심한 부위는 살이 많이 패여 있어 뼈가 보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발의 붓기는 빠지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는 게 우선이었지만 군인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휴가 날짜는 멀었고, 전화 통화를 하기도 어렵고, 카라 활동가들이 부대에 면회 상태로 들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데려와 치료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도중 그와의 연락이 뜸해졌다. 잘 지내고 있을까,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았나. 한참 걱정하고 있을 때 그는 돌연 카라 더불어숨센터에 직접 방문했다. 안에 숨구멍을 뚫어놓은 커다란 박스를 안은 채로. 그는 휴가를 받아서 센터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상자 안에는 이야기로만 듣던 호두가 귀를 잔뜩 눕힌 채 하악질을 하고 있었다. 몸의 고통 따위는 하악질하는 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 듯이 맹렬한 모습이었다. 뒷다리를 빼고는 꽤 기운 있어 보였다. 고양이의 얼굴은 심각했지만 그 기세에 무척이나 다행스럽다고 생각했다. 카라 동물병원에서 진단한 고양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뼈는 부러졌다가 다시 붙고 있는 상태인데 피부와 근육의 손상이 무척 심했다. 이제라도 치료를 받게 되었고, 식욕도 좋아 걱정은 덜었지만 손실된 피부와 근육이 얼마만큼 다시 재생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군인의 제대일은 5월이었다. 그는 제대 후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카라는 고양이를 잘 치료해 제대한 그에게 입양 보내기로 약속했다. 야생성이 무척이나 강한 호두였지만 어린 녀석이니 사회화를 계속 시도하면 반려묘로서 실내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슬며시 만져본 호두의 가슴에서는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너는 츄르의 멋짐을 아는 귀여운 고양이군부대에는 호두 외에도 ‘짬타이거’라 불리는 길고양이들이 많이 있다. 군인들의 사랑과 돌봄 속에 잘 살고 있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중성화가 안 된 상태이고 간혹 쥐덫 등으로 다쳐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발길에 채이거나 몽둥이로 폭행당하는 등 학대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호두의 경우는 무척 다행스럽고 운이 좋았다. 지금은 카라 동물병원에서 뒷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람 품에 안겨 핸들링을 받고 있고 하악질을 하는 도중에도 츄르는 잘 받아먹으며 인간들의 멋진 문명에 길들여지고 있는 중이다. 비록 츄르를 먹는 중에도 으르렁거리긴 하지만, 심심할까봐 호텔장에 달아둔 장난감을 향해 하악질을 하며 화를 내기도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호두는 하루하루 착실히 집냥이로서의 덕목을 갖춰가고 있다. 이제 곧 호두를 구한 군인이 제대를 한다. 그는 봄날의 따뜻한 볕과 함께 호두를 데리러 올 것이고, 호두는 이제 착실한 집사를 곁에 두고 두 번째 묘생을 시작할 것이다. 호두를 보며 세상의 길고양이들을 생각해본다. 그들 모두 안전하고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다치더라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로 삶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그 연대가 당연한 다정한 날들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CREDIT글 사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나연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8-05-14 15: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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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기다리며, 봄냥이들
- 펫찌 X 네이버 포스트1봄을 기다리며,봄냥이들한낮엔 꽤 더운 것이 바야흐로 봄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들이 피어나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고양이들도 저마다의 모습으로 이 봄을 누릴 것이다. 나에게는 ‘봄’ 하면 떠오르는 고양이들이 있다. 그 녀석들을 만났던 곳은 지은 지 20년 된 아파트 단지였다. 뒤로는 산도 있고 단지 내에 산책로도 잘 되어 있어 숲 내음을 좋아하는 나는 이곳의 풍경이 퍽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는 이 풍경에 설탕한 스푼 같은 존재였다. 여름에 창문을 열면 정자 아래 할아버지 몇 분이 대화를 나누시고 고양이들은 그 옆에 늘어져서 낮잠을 자곤 했다. 길고양이들의 삶은 퍽퍽하지만 공기가 따뜻해지는 계절만큼은 나무 위를 캣타워 삼아 놀고 아무 데서나 늘어져 자는 ‘낭만고양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개나리와 고양이 노란 개나리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다. 개나리 아래에 누워 있는 ‘두키’가 예뻐서 사진을 찍다 보니 배도 불러오고 유두도 붉은 것이 임신한 것 같았다.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길래 의심은 했었지만 아직 1살도 안 된 아이가 임신이라니 걱정이 앞섰다. 미처 TNR을 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컸다. 얼마 후 두키는 자취를 감춰 나를 애태웠고 가을쯤 되어서야 새끼 다섯 마리를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한미모 하는 두키와 닮은 예쁜 아이들이었다. 어미가 되어 새끼들을 지키는 두키는 이전과는 다르게 멋있어 보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개나리가 지천으로 피어날 때면 어김없이 개나리꽃 아래 누워있던 두키가 떠오르곤 한다. 봄 같은 첫사랑 고양이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고양이 ‘모모’를 나는 ‘첫사랑 고양이’라 부른다. 첫사랑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지만 모모는 늘 나에게 무관심했다. 겨우내 밥을 챙겨주었는데도 매번 나를 깔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어내심 속이 상했었다. 그런 모모가 처음으로 ‘야옹-’ 소리를 내며 꼬리를 높게 세우고 반겨줬던 날, 카메라를 가지고 나간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모모는 졸린 얼굴로 내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주었고 밥을 먹은 후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혼자 들떠 ‘드디어 모모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생각하며 신이 났었다. 그게 모모와의 마지막 기억일 줄이야. 슬며시 찾아와 바삐 떠나버리는 봄처럼 모모는 자취를 감췄다. 다시 돌아올 거라 믿고 기다려봤지만 내가 이사하는 날까지 모모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모모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지만 마지막으로 건네준 인사만큼은 예쁘게 기억하고 있다. 나무 아래 포토존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초록색 잎들이 돋아난다. 고양이들은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사람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한다.나무 아래까지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하는 것이다. 숨어 있느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무 아래에 사료를 넣어주고 멀찌감치 떨어진다. 얼굴을 익힌 후에도 거리를 유지하니 내심 서운한 마음도 들지만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서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사람을 믿지 말고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주기를. 봄이니까 함께 산책을동네 터줏대감인 ‘밍이’와 ‘랑이’는 항상 붙어 다니는 사이좋은 친구다. 여러해 사계절을 겪어온 선배 고양이답게 여러 사람에게 애교를 부려 먹을 것을 얻어내곤 해서 누군가에겐 ‘나비’로, 누군가에겐 ‘껌둥이’로 불리곤 했다. 이 둘은 내가 만났던 고양이들 중 가장 똑똑하고 용감했다. 아파트 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수풀 속에서 또는 나무 위에서 어느샌가 밍이와 랑이가 달려 나와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살가운 인사를 건네고는 따라오라는 듯 앞장서서 걷는다. 따라가지 않으면 멈춰 서서 기다려주기까지 한다. 무려 길고양이와의 산책이다. “나 오늘 고양이랑 산책했어!”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자랑도 하곤 했다. 짧은 산책이 끝나면 밥을 양껏 먹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루밍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길고양이에게도 봄이 올까요?고작 3~5년 남짓. 녹록지 않은 생을 살다 가지만 봄 햇볕을 받으며 낮잠 자는 순간만큼은 평화롭다. 올봄에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길고양이들이 햇볕을 따라 늘어져라 낮잠을 자더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위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게 고양이들에게는 진정한 봄일 테니까.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CREDIT 글 사진 박지은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8-05-14 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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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_우리는 모두 …
- 펫찌 X 네이버 포스트1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_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우리는 모두 집을 떠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집을 찾는다. 머무를 곳을 찾지 못했던 유기견 푸들 ‘타리’와 까만 고양이 ‘실비’ 그리고 삼색고양이 ‘해적이’는 제주의 한적한 중산간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 로타리에서 만난 푸들 ‘타리’ 타리를 처음 만난 건 재작년 여름, 집 근처 ‘로타리’였다. 서울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해 제주로 떠돌아온 나는 길 위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타리를 만났다. 타리의 이름이 ‘타리’인 건 바로 그 이유이다. 타리는 정처 없이 걸었다. 앞으로걷다가 금세 방향을 바꿔 뒤로 걸었다. 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타리는 한여름의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차선을 넘나들며 걸었고, 덕분에 한적한 시골길은 곤란한 차들로 엉켜버렸다. 보통의 제주에서는 개들을 풀어서 키운다. 특히 내가 사는 시골의 어르신들은 큰 개도 그냥 풀어서 키우신다. 그런 동네 개들은 보통 마당부터 골목길 사이사이에 자신의 자리를 갖고 있는데, 어딘가를 갈 때면 한껏 꼬리를 세우곤 마치 출근을 하는 우리들처럼 걸어간다. 분명한 목적지가 있는 게 티가 난달까. 그런데 타리는 고양이만 키운 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유기견이었다.실비집에서 만난 턱시도 ‘실비’나는 서울에서부터 턱시도 ‘실비’ 그리고 삼색이 ‘해적이’와 함께 살았다. 실비는 6년 전, 학교 앞 술집 <실비집>에서 주운 고양이었다. 어느 날 새벽, 한 여자가 안고 있던 실비는 <실비집>에 버려졌고, 실비는 갈 곳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맞은편 술집에서 버려지는 실비를 보고 있던 한 선배에게 구조되었다. 그런데 실비가 3일 만에 새끼를 낳았다. 임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어 달 뒤, 나는 실비의 새끼 중 삼색묘 해적이를 입양했고, 그렇게 단둘, 오붓한 집사 생활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외출하면 혼자 남은 해적이는 내 뒤꿈치를 무는 버릇이 생겼고, 집에 돌아올 때면 현관문 밖에서도 해적이의 외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해적이에게는 늘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실비와 해적이는 같이 살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청춘을 함께했다. 누군가와 헤어진 밤에도 실비와 해적이는 나의 옆을 지켜주었다. 6개월 동안 떠난 인도에서 돌아왔을 때, 실비와 해적이는 종일 나를 반겨주었다. 차가운 도시를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면, 실비와 해적이가 누워있던 침대는 따뜻했다. 실비와 해적이는 존재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렇게 우리는 6년을 살았다.이름은 ‘로타리’입니다실비와 해적이를 만난 이후 길에서 떠는 생명들이 쉽게 지나쳐지지 않았다. 더구나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차들이 뒤엉킨 로타리에서 이 아이를 외면할 자신은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동물병원이었다. 접수를 받아주던 간호사분이 이름을 물어왔다. 나는 얼떨결에 ‘로타리’라고 대답했다. 역시나 타리에게서는 전 주인과 관련된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타리는 목줄도, 옷도, 칩도 없이 혈혈단신 떠돌고 있었나 보다. 병원에서는 상태를 보아 일주일 남짓, 떠돈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의사는 미용도 되어있고 발톱도 깎은 걸 보면 주인이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데려갈 것을 권했다. 설령 맡아서 키운다고 해도, 유기동물은 전 주인의 소유이기 때문에 훗날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분실신고가 꼭 필요하다고 하셨다. 동물이 재산으로 분류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수의사의 조언이 이어지는 동안 타리는 내 무릎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이 들었다. 언제 봤다고 이렇게 친한 척인지 낯설었다. ‘개’라는 동물은 조금 뻔뻔한 걸까, 아니 어쩌면 이렇게라도 붙잡고 싶었던 게 아닐까. 타리의 뒤통수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수의사는 다시 말을 바꿔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리곤 내 손에 2m 남짓의 목줄과 강아지용 사료 샘플을 한 움큼 안겨주셨다.팔이 안으로 굽어서 미안해집으로 돌아와 보니 타리의 얼굴은 굳어진 눈꼽에 꼬질꼬질했다. 타리는 생각보다 얌전히 샤워기에 몸을 맡겼다. 냥님들 한 번 씻기려면 제일 두꺼운 옷을 입어야 했던 지난 세월이 떠오르며, 타리는 참 순하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샤워기에 털이 젖어갈수록 잔뜩 벗겨져 빨갛게 부은 등이 눈에 들어왔다. 남은 털도 잡아당기면 쑥쑥 빠졌다. 고된 길생활이었겠구나. 그러고 보니 아직 제대로 밥을 챙겨주지도 않았다. 밥보다 씻기는 게 먼저라니... 고백하자면 그 와중에도 나는 타리가 고양이들에게 피부병을 옮기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타리는 정말 배가 고팠는지 당혹스러워하는 고양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동물병원에서 받아온 강아지 샘플사료를 2봉이나 해치웠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타리의 눈이 꾸벅꾸벅 감겼다. 침대 밑, 타리가 따로 누울 수 있는 자리를 깔아주었지만 전 주인과 침대에서 자던 버릇이 있었는지 타리는 기를 쓰고 침대로 올라왔다. 걱정했던 대로 용감한 ‘실비’가 공격적인 하악질과 울음을 쏟아내며 타리를 경계했다. 세 마리 중 한 마리도 침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각자의 입장이 이해는 됐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소심한 해적이는 결국 토를 하기 시작했다. 길에서 떠돌던 타리를 외면할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왔지만 역시나 실비와 해적이의 반응이 만만치 않았다. 함께 사는 건 역시 무리일까? 다음날 아침 나는 타리를 데리고 ‘제주유기동물보호소’로 향했다.CREDIT글 그림 김지은사진 김지은, 정인성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5-08 1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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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고양이를 위하여 <묘리네 …
- SHELTER오로지 고양이를 위하여묘리네 쉼터 2018년 1월에 <묘리네 쉼터>라는 이름의 작고 어린 쉼터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바람이나 기대, 추억, 의미. 그래서 <묘리네 쉼터>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묘리’란 이름의 특별한 고양이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고양이 묘(描)와 이익 이(利)를 합쳐 조어를 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묘한 이치라는 뜻의 묘리(妙理)를 이름으로 쓴 것일까? 고양이의 이익을 위해 묘한 이치로 돌아가는 곳 생각은 여러 갈래로 가지를 치지만, 답은 아주 간단할 때가 많다. ‘묘리’ 역시 쉼터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었다. 그저 운영자인 최경희씨처럼 서대문구 TNR 자원봉사를 하는 분 중에 <묘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고, 쉼터를 하려면 인터넷카페가 필요해서 카페 이름을 쉼터 이름으로 받아 쓰고 쉼터의 소식도 카페를 통해 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직접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면서 <묘리네 쉼터>의 ‘묘리’는 描利도 妙理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묘한 이치로 돌아가는 고양이의 이익을 위한 곳’임도 알게 되었다. 이 묘한 공간의 운영자는 9년 차 캣맘 최경희 씨다. 캣맘으로는 잔뼈가 굵어서, TNR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동분서주해왔고, 2017년에는 동물 보호 명예 감시원으로서 동물 관련 민원을 해결하기도 했다. 1년 내내 구조와 치료 후 입양을 반복하는데 평균 40여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경희 씨에게도 쉼터 일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정도로 벅차다. 하지만 ‘어쩌다 쉼터같이 어려운 일을 하게 되셨어요?’라고 경희 씨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쉼터에 들어서서 3개의 방에 흩어진 고양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5마리의 고양이가 3개의 다리로 뛰어다니거나 우아하게 눕거나 부드럽게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때로는 깡충거리며 화장실에 들어가서 놀랍도록 평범하고 격렬하게 모래를 덮었다. 보호받고 관리가 되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보통의 고양이일 수 있지만, 길 위에서는 고양이로 오래 남지 못할 아이들이었다. 몇몇 고양이는 꼬리가 밥테일 종처럼 짤막하고 동그랬다. 감전 사고로 그렇게 된 아이부터 교통사고를 당해 으깨져서 괴사가 진행되었던 아이까지 다양한 사연이 그 짧고 복슬복슬한 꼬리에 담겨 있었다. 만약 구조하지 않았다면 괴사가 꼬리를 타고 몸통까지 번졌을 것이다. 그러니 쉼터를 어쩌다 하게 되었느냐고, 왜 이 어려운 일을 시작했느냐고 어찌 물을 수 있었겠는가. “밥을 주니까 고양이가 꾀는 거 아니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밥을 주니까 고양이가 더 생긴다는 말. 캣맘 때문에 고양이가 더 많이 꼬인다는 말. 경희 씨 역시 자주 들었던 그 말이 사라지는 데는 4년이 걸렸다고 한다. TNR을 하고 4년, 이제 그 동네의 주민들은 이상하다는 듯 고양이가 안 보인다고 수군거린다. 많은 캣맘처럼 경희 씨 역시 TNR을 죽기 살기로 했다. 경희 씨는 모든 길고양이를 다 집고양이로 만들자는 사람이 아니다. 길고양이는 길고양이의 삶이 있고, 모두 실내로 들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뿐 아니라, 그런 삶을 견디지 못하는 고양이도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TNR에 더 열성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TNR이 동물학대라고까지 말하고, 자연에 인간이 개입하는 것이라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 사람들이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포장된 시멘트와 콘크리트 더미의 ‘자연’ 속 길고양이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 도태되고 적정 개체 수만 남게 되니 TNR을 하지 말고 그냥 두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 도태 과정이 너무 아프고 처참할 수도 있기에, 또 중성화 안 된 개체 간 영역 다툼과 고양이 울음소리로 인한 피해, 그로 인한 고양이 학대가 걱정되었기에 경희 씨는 그럴 수가 없었다. 캣맘과 쉼터는 하나 캣맘을 하면서 구조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곯고 있는 고양이가 보여서 밥을 주기 시작했던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가자꾸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고양이 돌봄과 쉼터는 하나의 몸처럼 이어져 있다. 누군가는 따로 쉼터를 만들고, 누군가는 가정 내쉼터를 만들어 구조와 치료, 임보, 입양의 길을 갈 뿐이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동물구조 시스템은 ‘구조’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구조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원 현장에서 민원 대상인 동물을 이동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구조된 동물을 치료하거나 돌봐서 새로운 가정으로 보내려는 시도는 미미하다. 또한 구조된 동물이 집결되는 보호소의 규모가 크다 보니 소음과 악취, 부지 비용 문제 등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하게 되고, 사람과의 접점이 적어 반려동물이 될 기회를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경희 씨는 그런 현재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일정 시간 보관했다가 안락사하는 것이 아닌, 치료하고 돌봐서 사람의 곁으로 돌려보내는 데 세금을 썼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묘리네 쉼터>는 캣맘이나 활동가가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가 그렇듯 도심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 혹시라도 위치가 노출되어 쉼터 유기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아 보였다. 그런 까닭에 외부인의 쉼터 방문 봉사는 받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받을 생각이 없다 했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응한 것은 단 하나의 이유였다. 아마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입양처. 후원자도 봉사자도 거의 없는, 운영자 혼자서 거의 모든 일을 감당하는, 1마리의 유기 사례도 너무 큰 짐이 될 이 작은 쉼터에 사람의손길을 필요로 하는 친구들이 사람과 가까운 그곳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였다. 1마리라도 더 나은 삶을 살게해주고 싶어서. 그것이 아마 경희 씨를 비롯한 캣맘과 쉼터 운영을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오로지 고양이를 위하여. *<묘리네 쉼터>에 관심이 있다면 (http://cafe.naver.com/westerncat) CREDIT글 김바다 |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사진 김바다, 묘리네쉼터?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5-08 15: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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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_길섶나그네 편
- HI STRANGER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_길섶나그네 편 봄, 제주 따뜻한 봄바람에 꽃비가 내리는 4월이 지나고 제주도는 따뜻하게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동서남북 어디에서나유채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쨍쨍하게 빛이 내리쬐는 날이 많아져 나들이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다. 봄이 되면 성인이나 아이나 모두 따뜻한 볕에 누워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버터처럼 사르륵 바닥에 눌어붙어 떨어질 생각은커녕 하루 종일 뒹굴뒹굴 아주 상전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런 여유로움은 길냥이나 집냥이나 모두 똑같다. 오늘 만날 귀여운 길냥이는 제주 동쪽에 채소 쌈 정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길섶나그네’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있는 고양이다. 고등어 무늬를 한 이 고양이는 손님이나 주인이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반갑게 맞이하는 아주 친화력이 좋은 고양이다. 지인과 함께 건강한 밥상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애교덩어리 고양이는 약 2년 전부터 이 식당을 찾아오기 시작한 고양이라 한다. 주변에 워낙 길냥이들이 많아 가끔씩 밥을 주긴 했지만, 모두들 잠시 밥을 먹고 떠나곤 했었는데, 이 고양이는 항상 그 자리에 남아 밥을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식당에서 가끔씩 내어 줄 수 있는 먹이는 부드러운 고기와 생선. 이 외에 다른 음식은 준다고 하여도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생선 중에서도 옥돔을 그렇게 잘 먹는다고 한다. 이름이 생겼어요 ‘야옹’ 아무리 길에 사는 고양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입맛은 확고한 법. 옥돔을 주는 날은 애교도 많아지고 그릇을 뚝딱 비워내는 반면, 고등어를 주는 날에는 애교도 없고 다 먹지도 않는다고 한다. 2년 동안 밥을 먹이고, 안전한 쉼터를 제공해 준 식당 주인으로서는 편식을 하는 고양이가 야속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떤 음식이든 먹어보려 노력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한다. 2년 전 다른 고양이들 사이에 끼어 오던 이 고양이는 뼈만 앙상했고 먹고 싶은 의욕도 없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길섶나그네 식당 주인은 이러한 상황을 미리 파악해 다른 고양이들보다 매일 가게 앞을 지키고 있던 이 고양이에게 더욱 정성을 쏟기 시작했고, 그걸 아는지 이 고양이는 그 후부턴 매일 이 식당을 찾아와 밥을 달라는 듯 울곤 했다고 한다. 가끔은 손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마치 일행처럼 같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식당 주인은 손님들 중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들어오는 것은 제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의 말을 100% 듣는 짐승은 거의 없으니 가끔 식당에 들어갈 때 고양이가 따라 들어온다고 하여도 당황하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식당 주인에게 ‘고양이가 들어왔어요’라고 알려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 어떤 사람이 다가와도 벌렁벌렁 드러눕는 이 고양이는 아직까지 이름이 없다. 식당 주인은 그냥 고양이를 부를 때 ‘야옹’이라고 하면 오기 때문에 따로 이름 지어줄 생각을 하지 못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부턴 이 고양이 이름을 ‘야옹’이라고 하자며 이름을 지어줬다. ‘야옹’이는 앞으로도 이 식당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하게 지내게 되겠지. CREDIT글·사진 조아라 에디터 강한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5-04 18: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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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eeping Beauty
- 아빠는 육묘 중Sleeping Beauty추운 겨울이 끝나고 꽃피는 봄날이 되면, 오냐는 낮잠이 더 많아진다. 꿈 속에서 새들을 사냥하는 건지 잠꼬대로 채터링을 하거나 꼬리를 바르르 떨기도 한다. 오냐가 노묘가 되면서부터 부쩍 더 잠이 많아졌는데 기척도 없이 너무 잔다 싶을 때는 괜스레 덜컥 걱정이 되어 흔들어 깨워보기도 한다.? 따뜻한 봄 햇볕에 일광욕을 즐기다가 이내 스르륵 눈이 감긴 오냐. 이 시간이 오냐에게는 최고의 행복인 듯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린 듯 하다.?발라당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지면 불러도 깨지 않는다. 밀려오는 춘곤증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오므린 다리와 ‘ V ’ 모양의 입술이 너무 예뻐서 혼자 보기가 아깝다.밀려오는 춘곤증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햇볕에 식빵 하나가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다. 봄이 되어 점점 일러지는 아침 해에 눈이 부셔 잠에서 깬다.오냐와 해일이 둘이서 서로 번갈아 하품을 하며 아침잠을 쫓고 있다.CREDIT글·사진 우지욱 (instagram / janehayl)? 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5-04 18: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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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돌아오라 소렌토로’
- 고양이와 X고양이와 ‘돌아오라 소렌토로’? 보통의 일상에 고양이를 더해보자. 묘하게 감칠맛이 돈다.고양이와 ‘그 무엇’에 대한 시시콜콜한 필담. 레몬과 올리브향 은은한 마을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주에 위치한 소렌토를 아시는지. 우리에게는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가곡으로 더 유명한 곳이지만 이탈리아 내에서는 유명한 휴양지다. 레몬과 올리브의 주산지이자 작디작은 이 도시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고양이들을 만나게 된다. 소렌토는 우리나라 부산처럼 항구에 위치한 곳이지만 절벽 위에 세워진 독특한 지형으로도 유명하다. 나는 일부러 소렌토에서도 한참 올라간 산꼭대기 숙소를 골랐다. 한 대문 안에서 주인은 안채에 살고 투숙객은 별채에 묵는 방식이었다. 이곳에서 보는 소렌토의 전경이 끝내준다는 후기도 몹시 끌렸지만 예약 버튼을 클릭한 것은 숙소 소개의 이 문구를 보고 나서였다. ‘안채에 고양이 키움.’ 고양이 보러 가는데 등산쯤이야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절벽 위, 레몬 농가에서 지내는 고양이와의 꿀 같은 시간을. 남편은 이미 도착 전부터 소렌토에서는 관광을 접고 내내 고양이들하고만 시간을 보내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트라도 갈라치면 등산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모두 산 밑 마트에서 구매하고 단단히 준비한 뒤 숙소에 당도했다. 고양이들에게 선물할 캔도 잔뜩 샀음은 물론이다.등산을 하느라 벌게진 얼굴로 숙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숙소의 전망을 본 뒤로 우리는 군소리하지 않고 매일 등반에 임했다. 소렌토 시내는 물론 지중해와 저 멀리 베수비오 산, 나폴리까지 품고 있는 숙소 앞 정경은 숨이 멎게 아름다웠다. 게다가 짐도 풀기 전에 레몬나무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미는 고양이들이라니! 그 깜찍한 녀석들은 우리를 봄볕 아래 버터처럼 흐물흐물 녹게 만들었다. 냥덕은 냥덕을 알아본다호들갑을 떠는 우리를 보며 기뻐진 주인 할머니는 선물로 직접 짠 올리브유와 손수 만든 리몬첼로(이탈리아 남부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레몬 리큐어. 불투명한 노란빛에 달콤하지만 30도가 넘는 독한 술)를 내왔다. 냥덕은 다른 냥덕을 알아보는 법. 첫날부터 국적과 언어, 나이를 넘어 마음이 통해버렸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는 고양이들 식사를 책임져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이후 내가 매일 눈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고양이 캔 따주기였다. 마음을 열락 말락 한 녀석들도 캔 하나면 ‘위 아더 월드’가 될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우리와 친해진 녀석은 논란 치즈 태비 ‘푸파’다. 푸파는 우리가 캔을 딸 기미만 보이면 일등으로 달려와 발과 발 사이를 오가며 보채기 일쑤였다. 소렌토는 힐링이어라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푸파와의 정도 점점 쌓여갔다. 이름을 부르면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 나오는 모습에 심장을 부여잡기도 했다. 푸파가 양지바른 정원에서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 걱정이 다 무엇이냐 싶었다. 회색 태비 고양이도 새록새록 기억난다. 늘 새침하던 이 녀석이 어느 날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환기를 시키기 위해 문을 열어둔 숙소 식탁 의자에 올라와있던 것이다. “너 여기 있었어?”하며 불렀더니 태연하게 눈인사를 해 우리를 기쁘게 만들었다. 소렌토는 우리에게 ‘휴식’ 그 자체였다. 매일 숨을 씩씩대며 등산을 하고 여름도 아닌데 출몰한 산모기에 몸을 뜯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꿀 같은 휴식을 선물 받았다. 몸보다 마음의 평안이 컸다. 아주 오래간만에 쏟아질 듯한 별을 보기도 했고, 눈 시리게 아름다운 소렌토 전경과 고양이를 한 화면에 담는 행운도 얻었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거기 있었다. 집을 떠나 또 다른 집에 기거한 기분이다. 소렌토를 떠올리면 마음이 녹는다. 소렌토는 늘내게 여행지가 아닌 안젤라 할머니의 집으로 기억될 것이다.언젠가는 돌아가리라, 소렌토로. CREDIT글 사진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5-02 13: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