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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5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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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4 14: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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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2 09: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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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8 11: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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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8 1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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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8 10: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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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7 09: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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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있어야 할 곳
- 명 랑 노 견 생 활 기 내가 있어야 할 곳 나이가 들면 어때서 개도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등이 굽는 걸까. 사람의 등은 굽는 것이고 개의 등은 솟는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려나. 이뿌니의 반듯했던 등이 낙타의 등처럼 볼록 솟아오르고 있다. 이제 튀어나온 등뼈가 만져지고 갈비뼈 라인도 슬쩍 드러나는 것 같다. 잘 먹이고는 있지만, 살이 자꾸 빠지고 특히 근육량이 줄어 뒷다리가 부쩍 더 가느다래졌다. 그렇다 보니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처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뒷다리가 앞다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넘어진다. 살이 빠져 쿠션감이 없으니 넘어질 때 뼈가 다칠까 염려된다. 이뿌니는 보행이 불안정할 때 내 팔이 나 다리에 엉거주춤 엉덩이만 살짝 걸쳐 앉아 쉬었다 가곤 한다. 이제는 엉덩이를 이용해 몸을 기대는 게 편해진 모양이다. 살은 이뿌니가 아니라 내가 빼야 되는데. 남아도는 내 살을 떼어다 말라가는 이뿌니의 몸에 붙여주고 싶다. 이뿌니의 마른 몸과 위태로운 걸음걸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오늘도 조금씩 늙고 있구나. 개모차를 구입하다 뒷다리 힘이 약해지니 이뿌니의 움직임도 조금 우스꽝스러워졌다. 앞발은 달리고 있는데 뒷발은 끌려가고 있는가 하면 로봇처럼 어색하게 걷기도 한다. 갈수록 서툴고 느려진 산책길에 도움이 될까 싶어 강아지 유모차인 개모차를 구입했다. 이 개모차라는 것이 반려견 천만 시대인 우리나라에서도 아직은 낯선 아이템임은 확실하다. 잘못 걷 는 노견을 개모차에 태우고 동네 순회를 하다 보면 쳐다보고 놀라는 사람들, 킥킥대며 웃는 사람들, 뭐라고 한마디 씩 참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유모차에 의지하며 천천히 걸어 다니시는 동네 할머니 옆을 지나칠 때면 괜스레 뒤통수가 따가운 건 기분 탓인가. 개를 유난스럽게 키우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어쩌겠나. 노견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것들이 더러 있는 것을. 이뿌니가 개모차를 처음 타던 날 남편조차 창피하다고 뒤에서 떨어져 걸었으니 말 다한거다. 사냥개 출신 커다란 누렁이를 개모차에 실어 나르는 이상한 아줌마로 보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사실은 이 개가 노견이라 관절도 아프고 디스크도 있어서 잘 걷지 못한다고 항변이라도 하고 싶다. 안아주는 것조차 싫어하던 천하의 이뿌니가 얌전히 개모차에 탑승할 날이 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 지 못했다. 이뿌니가 늙은 뒤로는 모든 게 노견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하루가 돌아가고 있다. 노견의 심화 과정 강아지의 노화에도 단계가 있다. 지금 이뿌니는 한층 더 깊은 노화의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이쁘니의 노화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건 바로 청력의 변화였다. 그때만 해도 이뿌니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나는 이뿌니가 더 이상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삶의 질과 생명에는 청력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그리 야단이었을까 싶다. 그때의 이뿌니는 밤부터 아침까지 편하게 잠도 자고 네 발로 씩씩하게 걸을 수 있었는데 귀 좀 안 들리면 어때서. 현재 18세의 이뿌니는 16세의 이뿌니를 부러워한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이다. 최근엔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청력의 변화가 노견의 입문 단계라면 지금은 노견 심화 과정쯤 되는 것 같다. 이뿌니가 아침까지 통잠을 푹 자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한밤중에 홀로 일어나 집안을 방황하는 이뿌니 때문에 나 역시 날마다 피곤에 절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밤에 똥칠까지 해놓는 날이면 으아, 날로 더 흥미진진해지는 노견 생활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상황을 여러 번 겪 다 보니 나는 어느새 위기대처의 신이 되었다. 남편도 나도 이제는 곤히 자는 와중에 벌떡 일어나 기계적으로 사태를 수습한다. 늙고 더 늙으면 진짜로 벽에 똥칠하는 날이 오는 것이다. 이뿌니는 작년에 지독한 피부병을 앓았다. 다행히 지금은 보송보송한 새털이 올라와 예쁜 미모를 되찾았다. 그 후로 이뿌니에게 피부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얼마 전 마지막 미용을 한 뒤로부터 등에 털이 나지 않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피부병 문제가 아닌 노화로 인해 자극이 말초신경까지 고루고루 전달되지 않아 얼굴과 가슴, 배와 같은 장기를 덮고 있는 부분 위주로만 털이 나는 거라고 했다. 이뿌니에게 털이 없다는 게 특별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가뜩이나 말라가는 몸에 털까지 없으니 괜히 더 아파 보여 속이 상한다. 털이 없으니 검버섯이 도드라지고 튀어나온 등뼈로 자꾸만 시선이 간다. 전신에 털이 다 없을 때는 몰랐는데 등에만 털이 없으니 모양이 기괴하다. 우리의 자랑이던 이뿌니가 노화로 몸이 약해지는 것도 서러운데 털까지 없다니. 시간이 지나면 결국 털이 자란다고는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강아지는 원상태로 돌아가는 데 8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8개월 뒤에 이뿌니가 살아 있기나 할까. 이뿌니가 계속 옆에 있어 주길 간절히 바라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도 한두 달 뒤의 미래를 자신하진 못하겠다. 이뿌니가 귀여운 털북숭이가 되려면 8개월이 걸릴 테니 우리 이뿌니,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털아 어서 자라나렴. 야한 생각 많이 하고 쑴풍쑴풍 털 좀 어서 길러봐.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 이뿌니는 여전히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아슬아슬한 뒷다리로 걷고 있지만, 다행히 심각한 병세는 없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맛있는 반찬 좀 달라고 투정하는 듯 1년째 먹고 있는 처방식을 거부하는 날도 가끔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그것조차 잘 먹는 편이다. 자기 의지로 조절되지 않는 똥 칠쯤이야 이력이 붙었으니 우리가 치우면 그만. 이뿌니가 낮잠 자는 시간에 맞춰 나도 자유시간을 가진다. 얼마 전에는 이뿌니를 떼어놓고 모처럼 여행을 다녀 왔다. 호텔에서 며칠간 잠을 자며 깨달았다. 방해하는 개가 없으니 이렇게 숙면할 수 있구나! 꿀 수면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다시 개 수발을 드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조금 피곤해도 여기가 내 자리가 맞는 것 같다. 손 많이 가는 노견 아가의 곁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몸은 피로해도 눈으로 이뿌니를 늘 지켜볼 수 있는 곳, 마음이 편안한 이 곳이 아직은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인 듯싶다. 힘 냅시다. 노견과 노견을 보살피는 견주님들 모두, 잠 못 자고 고단해도 우리 곁에는 아직 따뜻한 숨을 내쉬는 명랑 노견들이 있으니까요. CREDIT글·사진 한진
- STORY | 2019-11-15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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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대는 내 편
- 나 대 의 세 상 나대는 내 편 나대는 기가 센 강아지다. 한번 꽂힌 건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녀석이 만약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큰일을 해냈을 거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나대는 좋게 말하면 장군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대뽀다. 깡패견들과의 싸움동네 강아지 놀이터에 자주 찾아오는 포메 두 마리가 있다. 겉보기 엔 민들레 홀씨같이 작고 보송보송한 아이들인데 정말 못됐다. 둘 은 꼭 붙어 다니면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를 타깃으 로 잡은 다음 그 강아지가 지칠 때까지 쫓아다니며 짖어댄다. 한 마 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한 번에 덤벼드는지라 웬만한 강아지들은 그 두 깡패들만 나타나면 슬금슬금 피한다. 겉보기엔 순둥순둥한 나대 도 그들의 타깃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나대는 오만 발광을 다 떨긴 해도 먼저 누굴 공격하거나 화를 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 나대를 만만히 본 두 포메 깡패들이 나대를 타깃으로 잡았다. 처음엔 살살 신경을 긁던 그들은 나중에는 나대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대놓고 짖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만히 당할 나대가 아니었다. 나대의 용감한 반격에 2:1로 싸움이 시작됐고, 나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때 사건이 터졌다. 분을 참지 못한 포메 한 마리가 내 다리를 덥석 문 것이다. 사실 결론만 놓고 말하자면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워낙 작은 포메 이기도 했고, 당시 나는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기에 별로 아프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나대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나대는 그 포메들이 내 목을 물어뜯기라도 한 것처럼 대노하여 달려들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나는 나대를 거꾸로 들어 (정신이 없어서 거꾸로 든 줄도 몰랐다) 포메들에게서 떼어놨고, 포메 주인들은 두 깡패들을 놀이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다행히 세 마리 모두 다치 지는 않았었다. 결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아니 개싸움에 다리 물린 내가 가 장 큰 피해자가 된 싸움이었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놈이 자기 주장이 강해서 그렇지 그래도 나를 생각하긴 하구나. 충성심이란 요만큼도 없는 줄 알았는데유튜브에서 ‘강아지 앞에서 죽은 척하기’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나대도 내가 쓰러 진 척을 하면 옆에 와서 걱정하는 척을 해줄 줄 알았다. 그래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겨주 고 놀아준 정이 있으니까. 그래서 시험 삼아 ‘으아아악 나대야 나 죽는다!’는 외침과 함께 여우주연상 뺨칠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걱정은 개뿔, 나대는 쓰러진 나를 외면한 채 내 손에 있던 과자만 냉큼 먹어버렸다. 나는 나대가 박애주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사 람은 좋아하지만,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은 없 고, 사람이든 개든 고양이든 공평하게 사랑 을 쏟아주는 녀석이라고. 나만을 향한 유별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건 좀 아쉬웠지만 나대의 그런 박애주의적인 태도가 나대를 더욱 행복 하게 만든다면 그걸로도 괜찮았었다. 그러나 깡패 포메 사건 이래로 나대도 내심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 다. 나대가 무척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뭐, 어쩌면 나를 제 주인이 아니라 제게 밥 주는 하인 정도로 여겼던 거일 수도 있다. ‘감히 내 하인을 공격하다니, 이건 나에 대한 모욕이 다!’ 이런 것 말이다. 뭐 근데 어느 쪽이든 나 대가 나를 같은 편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던 하루였다. CREDIT글·사진 무명
- STORY | 2019-11-14 14: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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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이 뭉쳐 강아지 삼총사
- 이 웃 집 강 아 지 셋이 뭉쳐 강아지 삼총사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햇살 좋은 날엔 폭신한 의자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비 오는 날엔 고소한 빵 냄새 맡는다. 실내에서는 따뜻하게 그리고 실외 인조 잔디 위에서는 뒹굴뒹굴.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은 하루. 셋이 뭉쳐 완벽하게 행복한 강아지들의 일상이다. 카페 ‘유효’의 삼댕이들결혼을 앞둔 커플이 준비하고 있는 건 카페만이 아니었다. 시간을 두고 공들여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사진 동호회에서 만나 좋은 감정을 나누기 시작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고, 여러 계획 중 반려견에 대한 의견도 충분히 나누었던 것.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고르는 일만큼이나 중요했기에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권이는 여자친구가 키우고 있던 말티즈에요. 친구의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당시 TV를 틀면 가수 조권이 나와 웃음을 주던 때라 그 이름을 땄다고 해요. 남은 인생 저렇게 웃으면서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 말이지요. 더불어 권이가 가족들도 즐겁게 해주 었으면 하는 의미도 있고요.”두 사람은 강아지를 몇 마리까지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얘기 를 나누었고, 3마리까지는 책임을 다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 했다. 그래서 그들은 두 번째 반려견이자 믹스견 복이를 데려왔다. 복이는 믹스견이라고 덧붙여 말하지 않았다면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강아지인데, 특이하게도 꼬리가 보이질 않았다. 입양 당시 부터 그랬다. 경북에 사는 이들이 먼 서울까지 가서 분양받은 아이였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속았다고 효은 씨가 덧붙였다. “구조된 아이이거나 가정분양인 줄 알았어요. 입양비가 무료라고 기재되어 있어서 설마 업자겠어 했는데 도착해보니 분양 샵이었지요. 그때 복이가 생후 50일 정도 되었는데 아무에게도 선택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데려왔어요. 업자 손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그다음은 안 봐도 뻔하겠다 싶어서 아이를 데려왔는데 사실 합사가 쉽지 않더라고요.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침 흘리면서 싫은 티 팍팍 내고... 난감했지만 급한 마음을 버리고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노력해 보기로 했답니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순 없잖아요. 가족인데.”배를 보여줄 만큼 순하지만, 사람을 무서워하는 복이는 그림자만 보고도 크게 짖는가 하면 품에 안기는 날엔 어김없이 똥을 쌌다. 그런 복이가 가장 의지하는 존재는 엄마아빠도 아니고 권이도 아닌 세 번째 반려견이자 막내인 ‘유효’이다. 이제 10개월이 된 치와와 유효를 품에 안고 키운 것도 복이였다.산책길에 도토리 하나만 발견해도 달려가서 뒹굴뒹굴하는 발랄한 강아지 유효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귀염둥이 막둥이. 겁이 많은 복이 조차 무장 해제시킨 녀석의 매력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낯선 사람에게도 살갑게 다가와 안아달라고 폴짝폴짝. 로망견이었던 시바견을 셋째로 들이려던 마음을 접고 유효의 사랑스러움 앞에 굴복하고만 두 사람은 오늘도 삼댕이와 즐겁게 하루를 시작했다. 애견동반 가능하지만 펫티켓을 지켜주세요메뉴 첫 줄에 ‘강아지를 위한 카푸치노’를 적어놓은 카페 유효는 종종 애견카페로 오해받기도 한다. 강아지 세 마리가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에 새로 생긴 애견카페인 줄 알고 방문하는 손님들도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애견카페는 아니지만, 강아지와 함께 올 수 있는 카페다. 물론 강아지들을 무서워하거나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2층과 3층을 이용하면 된다. 강아지들의 공간은 1층으로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어요. 오픈 초엔 그냥 나가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지금이야 SNS에 올려진 글을 보고 방문하는 손님들도 꽤 있어서 권이, 복이, 유효 이름까지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펫티켓만 지켜주신다면 저희도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이라 반가울 수밖에 없지요. 애초에 각자의 직업을 접고 카페를 열게 된 이유가 강아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일터이자 생활공간인 이곳에서 세 마리 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유효는 딱 봐도 그런 것 같아서 안심이에요(웃음).”쇼파에 누워서 혀를 살짝 내밀고 있는 유효의 눈꺼풀이 스르륵 닫힌다. 신나게 뛰어놀았으니 이젠 낮잠을 자야 하는 시간인가보다.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 그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루 대부분이 웃음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인데, 카페 안에서는 고소한 빵 냄새와 더불어 달콤한 웃음의 향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진의 씬스틸러들결혼하는 커플, 임신한 부부가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는 그 말을 커플도 듣고 있을까. “강아지를 버리라는 그 말요? 이 아이들과 살기 위해서 일터도 바꾸고 인생계획도 변경했는걸요. 해외에 나가서 살려고 했던 저는 지금 세 마리 강아지의 아빠입니다. 결혼 준비도 함께하고 있고요. 카톡 프로필 사진엔 면사포를 쓴 권이 사진도 올려져 있고 드레스를 입은 이 사람이 권이 복이와 함께 찍힌 사진도 있어요. 살 찌고 털쪄도 예쁜 내 강아지들입니다. 우리의 모습이 변한다고 얘네가 우릴 사랑하지 않을까요? 마찬가지예요. 점점 나이 들어가 면서 겉모습은 달라진다고 해도 우리 눈엔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 그대로일 거에요.” 딱 3마리까지만.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겠다 생각하고 반려하게 되었지만, 변수는 많았다. 너무 흥분해서 그 모습이 정말 보기 좋지 않아 산책도 따로따로 나가야 하고 포효하듯 짖을 때도 있어 불편할 법한데 그래도 셋이라서 좋단다. 셋이 모여 삼총사이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며. CREDIT글 박수현 사진 전효은
- STORY | 2019-11-12 09: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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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냥 편
- EPISODE 냥 편 어쩌다 보니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과 가족이 되었다. 남편처럼 한 침대에서 항상 나와 등을 맞대고 자는 삼바, 내 찻잔이 맘에 안 드는지 앞발을 벅벅 긁어 묻으려고 하는 시어머니 라라, 전화통화 할 때 대답해주는 말괄량이 수다쟁이 왈츠. 내가 보이지 않을 때면 빼꼼 머리 내밀고 걱정해주는 삼냥이. 침대에 모여 삼삼오오 잠이 드는 한 가족. 그리고 냥이들의 관계도 흐르는 시간만큼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영원한 내 편 우리 고양이들은 내 편이다. 또 서로의 편이다. 하긴 인간이 나 하나밖에 없으니 그렇겠지만. 아기 때부터 구조한 4마리 아깽이들 중 내 몸 위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거나 어깨에 올라와 자기 얼굴을 들이밀던 유일한 수컷 삼바에게는 냥편이라고 가끔 부른다. 꼭 나와 살을 맞대고 자는 삼바는 나만 바라보며 화 한번 내지 않고 나에게 뭘 시키지도 않는 냥편이다. 삼바 엉덩이의 무게감과 온기는 내 잠자리에 안정감을 준다. 잠에서 깨어 고개를 둘러보면 찌그러져 눌린 삼바 얼굴이 보인다. 냥편이 확실하다. 때로 주인들이 고양이에게 분리 불안증이 생긴다는데 나 역시 하루라도 본가에 내려가 홀로 자는 날이면 잠을 설친다. 냥편이 무게감 있는 엉덩이를 어깨나 옆구리에 턱 올려놓지 않기 때문일까. 정의로운 내 편 제일 덩치는 크나 유일한 수컷인 삼바는 무능력한 남편이자 내 옆을 껌딱지처럼 지키는 ‘냥편’ 같다면 첫째 라라는 삼바 보다는 더 도도하고 무뚝뚝한 느낌이다. 역할로 치면 군기반장이나 시어머니 같달까. 집에서 탈출해 유기된 후 한 살이 조금 못 되어 내게 온 라라는 성질만큼 도도하고 애수에 찬 얼굴을 한 고양이였다. 밥을 잘 못 먹어 듬성듬성한 흰 털 사이로 분홍색 살이 보일 정도였다. 높은 창틀에 올라가 나를 내려다볼 때 모든 것을 하찮게 보는 고고한 라라의 눈빛이 내게 용기를 줬다. 어느 순간에도 자신감은 잃지 않겠다는 눈빛. 초기에는 항상 화장실 앞에서 샤워 하는 나를 기다렸고 무뚝뚝한 성격 탓에 먼저 안기는 일은 아주 드물었지만 가끔은 두 발을 내 배 위에 올려 관심을 표현하는 정 많고 정의로운 아이다. 라라는 동생들이 생기기 전 잠깐 임시보호를 맡았을 때 다른 성묘와 함께 살았었다. 사실 그 둘은 서로를 싫어했다. 한 마리가 없어진 걸 확인하 자마자 골골 송을 불렀으니까. 생전 처음 다른 고양이라는 존재를 본 업둥이 고양이의 충격은 컸나보다. 질투도 많이 하고 그 히스테리를 가끔 나에게 풀기도 했었는데 그때 바로 겁 많고 소심한 고양이 라라가 달려와 내 편에 서서 하악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는 무척 감동했다. 그 후 두 동생을 맞이 한 라라는 내 무릎을 다 빼앗은 삼바 군기를 잡아 조금은 편애한 나의 마음을 바로잡게 했다. 또 어느 새벽에는 잠결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난 내가 실수로 삼바의 꼬리를 밟았는데 놀란 삼바가 비명을 지르자 라라는 바로 나에게 하악질을 했 다. 그때 깨달았다. 라라는 정의에 있어서는 대쪽같은 고양이구나. 성묘가 된 두 고양이는 사료를 먹고 아주 가끔 바로 토를 했는데 가끔 내가 모르는 곳에 토를 해놓기도 해서 집에 왔을 때 바로 못 찾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 같은 라라는 나를 쳐다보며 방바닥을 긁어 열심히 덮었고 몸을 돌려 가기 전에 지긋이 날 응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물을 마시기 전에 맘에 들지 않으면 라라는 고요히 날 응시한다. 그 럴 때마다 ‘아, 예. 바로 갈아 드리겠습니다.’ 하고 난 수발을 든다. 가끔 내가 마시려고 만든 차나 음식도 묻으려고 해서 탈이지만. 수다쟁이 내 편 마지막으로 우리 왈츠는 둘째의 서러움을 느낄 만한 위치 에 있지만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말이 정말 많아서 대답도 제일 잘하고 활동량도 많다. 전화가 오면 꼭 무릎에 와서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항상 정신이 사납다. 우는 소리가 ‘으앵~ 에 엥~ 네에~’ 이렇기 때문에 아기 키우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전화 통화를 하면 내가 혼잣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대답도 너무 열심히 한다. 내가 누굴 부르든 항상 제일 처음으로 나에게 온다. 삼바와 같은 배에서 나온 오누이지만 (사실 누가 먼저인지 는 모른다. 삼바가 하도 아기같이 굴고 왈츠는 삼바를 그루밍 해주기 때문에 삼바가 최하위 꼴찌라는 것만 짐작한다) 둘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왈츠는 누가 싸우는 걸 싫어한다. 삼바가 내 무릎을 차지하고 나는 삼바의 애교에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 삼바를 라라가 구박하고 때려서 냉전 중일 때 왈츠는 양쪽을 왔다 갔다 하고 나는 그 셋을 확인하느라 삼중으로 바빴다. 그때 내가 왈츠 덕을 봤다. 뭐랄까 왈츠는 든든한 여동생 같다고 해야 하나. 그 책임감 때문인지 이사 와서는 밖에서 소리가 나면 으르렁거리면서 문 쪽으로 가기도 했다. 집도 지킬 모양이다. 나의 영원한 아깽이들 그래서 난 냥편과 시엄냥 그리고 든든한 냥동생과 산다. 하지만 동시에 셋 다 모두 내 아기들이자 내 재산 1호다. 또한 밥벌이에 필요한 맥북을 침수시키고 안경을 물어뜯어 흠집을 내어 두 동 강 내서 빈티지한 안경 두 개로 만들어줄 뿐 아니라 또 몰래 어딘가에 오줌을 싸놓는 말 안 듣는 막냇동생들이다. 또 외롭고 힘든데 아무도 안 보일 때 부르면 어딘가에서 뿅 하고 나타나 나와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들이기도 하다. 그래도 난 내 고양이들에게 언니나 누나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데 그 이유는 7년 전 직장을 관두고 부모님 집에서 쉴 때 산골에 사연을 가지고 모여 있던 업둥이 강아지 세 마리 때문이다. 부모님은 엄청난 츤데레였는데 ‘언니’ 하길래 누굴 얘기하나 하다가 그게 날 지칭하는 말이란 걸 알고 꽤 속으로 충격을 받았었다. 근데 생각하면 본인들이 엄마, 아빠니까 나까지 개 엄마가 되면 족보가 꼬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았다. 나름 유교적이고 타당한 칭호였다. 그리고 동생들은 날 산책시키며 약해진 몸을 회복하는 데 엄청난 공로를 해주었다. 그 이후론 언니라고, 누나라고 스스로를 칭하게 되었다. 먼 훗날 냥편도 시엄냥도 냥동생도 무지개다리를 건너가게 되면 나를 이끌고 산책시켜줬던 업둥이 개 동생들과 어렸을 적 내 강아지도 만나고 사이좋게 언니 오빠 동생 누나 엄마 아빠 하면서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생각하면 3마리의 고양이들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다. 산속의 업둥이 강아지들도 맘 찢어지게 보고 싶지만 내가 지상의 삶을 다 하고 가면 무지개다리 앞에서 날 반겨줄 거란 이야기 하나가 모든 슬픔을 무지개 아래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여러 역할을 하면서도 끝끝내 애기인 냥들아 매일 매일을 가족의 날처럼 살자. 냥냥. 항상 내 편인 냥편들아. CREDIT글·사진 최유나
- STORY | 2019-11-08 11: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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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이와 아이들
- 양 이 는 양 이 양 이 해 양이와 아이들 양이는 딱 한 번 아기를 낳은 적이 있었다. 총 5마리로 4녀1남이었고, 다행히 별 탈 없이 모두 건강히 자라주어 믿을 만한 지인들에게 보내졌다. 아무튼 우리 집이 가장 복작였던 시기를 꼽아보라면 양이의 아이들이 우리 집을 점거하고 있을 때였다. 주먹만한 아깽이들이 난동을 피우면 얼마나 난동을 피우겠냐 하겠지만 그들은 유례없는 망나니,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첫째와 넷째는 젖소 고양이인 엄마와 터키시앙고라인 아빠 사이에서 어째서인지 카오스 무늬를 가지고 태어났다. 쌍둥이처럼 닮은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두 녀석은 다섯 남매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컸고, 사람을 굉장히 좋아했다. 뚠뚠한 생김새 때문에 못난이란 뜻의 사투리인 미구딴지에서 이름을 따와 각각 미구와 딴지로 불렸다. 미구딴지는 개냥이의 이데아 같은 애들이었다. 좋게 말하면 발랄했는데 나쁘게 말하면 정신없었다. 이빨이 생기자마자 양이의 밥을 몽땅 훔쳐먹었고 (덕분에 양이가 밥을 맨날 못 먹어서 따로 방으로 데려가 먹여야 할 정도였다) 청소기라도 돌리려 하면 청소기 위에 올라타고 놀았다. 다른 애들에 비해 덩치도 크고 눈도 작아서 작은 독만두같이 생긴 애들이었지만 나름 복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엄마는 이 두 녀석을 제일 예뻐했었다.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대학 후배들에게 보내졌는데, 그곳에 가서도 왕 노릇을 했다고 전해들었다. 특히 딴지의 경우는 1키로도 안 나가던 주제에 후배네 집에 있던 말티즈 강아지를 가볍게 제압하고 강아지 집과 장난감을 모조리 차지해버렸다는 무용담을 남겼다. 셋째는 유일하게 남아로 태어난 고양이였다. 그리고 양이를 판박이로 닮은 외모로 태어났다. 남아선호주의였는지 아니면 자기와 유일하게 닮은 아가였는지여서는 모르겠지만, 양이가 유독 끔찍하게 챙기던 자식이었다. 그래서 버릇이 없었다. 고양이다운 도도 한 왕자님이었다. 셋째 고양이의 이름은 까망이였다. 까망이도 잘 자라서 친한 후배 집에 보내졌는데 대학을 졸업한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 도도한 왕자님이었던 까망이는 왕이되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왕이다. 후배 왈, 심심하면 동네와 아파트 복도를 순찰하고 돌아오는데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귀여움과 간식을 하사받는다고 한다. 언젠가 가진 술자리 에서 후배는 까망이를 하도 오냐오냐해줬더니 기고만장 해져서 엄마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슬퍼했다. 후배가 슬퍼하건 말건 잘 지내고 있으니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소심하고 겁 많던 아이었다. 성격으로만 따지자면 양이를 제일 많이 닮았다. 봉제 인형 사이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는 게 취미인 아기였기에 나는 둘째가 커서도 온실 속 화초같은 고양이로 자랄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오판이었다. 둘째는 아빠가 다니던 직장 부하 직원에게 보내졌고, 미야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간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그 직원이 단기로 해외에 나갈 일이 생기는 바람에 미야는 우리 집에 일주일 정도 맡겨지게 되었다. 미야는 엄청 예뻐져 있었다. 어디 사료나 장난감 모델을 하는 고양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예쁜 고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미야가 반가워서 아는 척을 했던 나는 화가 난 미야에게 얻어맞고 말았다. 내가 얻어맞는 모습을 본 양이가 달려와서 미야를 똑같이 때려줬고 둘 사이에 냉전이 흐르게 되었다. 사실 당시에는 아뿔싸 싶었었다. 1년이나 못 봤으면 남남이나 다름없을 텐데. 특히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짜증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두 녀석이 저러다 피라도 볼까봐 전전긍긍했었다. 하지만 그건 내 기우였다. 만난 지 하루 만에 두 녀석은 모녀의 정을 되찾았다. 나중에는 둘이 너무 잘 지내서 헤어지고 나서 서로를 찾을까봐 걱정을 할 정도였다. 막내는 유달리 내 기억에 많이 남는 아이다. 막내는 다른 애들에 비해 작게 태어났었다. 양이가 아기를 낳다가 너무 지친 탓에 막내의 태막도 떼어주지 못해 내가 태막을 벗겨주고 탯줄까지 잘라줬었다. 막 태어났을 당시에는 숨도 쉬지 않고 있어서 인공호흡까지 해줬었다. 간신히 숨은 쉬기 시작했지만 영 움직이지를 못해서 모두가 얘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상은 기분 좋게 깨졌다. 막내는 힘과 체력이 부족했지만 깡이 남달랐다. 양이의 젖을 빨러 기어가지도 못하길래 직접 들어다 젖을 물려줬는데 막내는 거기서 신세계를 느낀 듯했다. 언니 오빠들이 막내가 물고 있는 젖을 뺏으러 할 때마다 막내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작은 발을 마구 휘저어댔다. 눈을 뜨는 법보다 고양이 펀치를 날리는 법을 먼저 배운 것이다. 제일 작게 태어나서 걱정했는데, 걱정 말곤 별달리 해준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막내는 악으로 자라 났다.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땐 밥도 와구와구 먹었고, 장난감을 던져주면 누구보다도 열중해서 사냥을 했다. 막내 도 아빠의 부하 직원 집에 보내졌는데, 손가락만 하던 작은 애가 이제 호박만 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일 좋아하는 자리는 사람의 무릎 위이고, 꼭 사람 옆에서 붙어 자려 해서 예쁨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잘 지내주고 있어서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CREDIT 글·사진 무명
- STORY | 2019-11-08 1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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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긱냥이들이 몰려온다
- 기 숙 사 고 양 이, 긱 냥 이 긱냥이들이 몰려온다 우리 기숙사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하기는커녕, 먼저 와서 애교를 부리고, 등굣길을 배웅해주기도 하고, 하굣길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 긱냥이를 모시는 집사들 대학교마다 캠퍼스에 사는 유명한 고양이 한두 마리 정도는 있다. 이런 사실을 반증하듯이 우리 학교에도 고양이들이 많이 있다. 체육관에 사는 흰색의 뚱뚱한 고양이, 도서관에서 사는 얼룩 고양이를 비롯하여 여러 고양이들이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살고 있다. 특히 우리 기숙사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하기는커녕, 먼저 와서 애교를 부리고, 등굣길을 배웅해주기도 하고, 하굣길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학생들이 기숙사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맛있는 간식과 좋은 사료를 조공하며 다들 집사가 되기 바쁘다. 상자와 담요만으로 이루어진 간이 보금자리는 고양이의 거처로 열악하다고 판단하여 제대로 된 집도 몇 채 마련해주었다. 그뿐일까? 피부와 입안도 틈틈이 확인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는 수의사 선생님들께 연락을 취했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학교 게시판에 붙여 기숙사 학생들과 함께 공유했다. 각종 전공 수업과 과제로 바쁜 학생들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긱냥이들에게 푸짐한 간식과 영양제를 챙겨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고양이들을 모시며 살아가는 기숙사생들은 매일 누워 낮잠을 자거나, 식빵을 굽는 고양이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는다. 기분 좋은 긱냥이들이 손길을 허용하면, 우리는 이때다 싶어 녀석들을 쓰다듬고 간식을 주 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곤 한다. 긱냥이가 애틋한 우리 3년 전 내가 기숙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긱냥이들의 세대교체는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기숙사에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면, 종종 처음 보는 고양이들이 기숙사 근처에 터를 잡은 것을 발견한다. 새로 나타난 고양이들이 기존의 긱냥이들과 치열한 영역 싸움을 한 끝에 ‘새로운 긱냥이’로 군림한 것이다. 새로운 긱냥이들은 기숙사생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는 좀 더 귀엽고 특별한 긱냥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4마리의 아기 고양이들이다.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이기에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지만, 꼼질 거리는 아깽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우리도 엄마 미소를 지르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아기 고양이들의 어미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 아기 고양이가 이제 부모가 된 것이다. 어미 고양이도 아깽이 시절부터 기숙사생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터라, 우리에게 단 한 번도 경계심을 내비친 적이 없다. 내가 기숙사에 있는 3년 동안 이 고양이 가족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출산의 과정을 다 보아왔기에, 조금 더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고양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쌓여갔다. 어느덧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능숙하게 집사 구실을 하고 있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고양이와 수유 중인 고양이에게는 사료의 종류와 양을 특별히 따로 관리하였고, 아기 고양이가 있는 지역에는 철조망을 설치해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혹여나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 되어 안내문도 붙였다. 종강 전에는 우리끼리 미리 당번을 정해 방학 기간에도 긱냥이들에게 사료를 급여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할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긱냥이 더 주니어들과 함께할 것이다. 아침 9시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수업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도. 시험공부로 밤을 꼴딱 새운 어슴푸레한 새벽에도. 졸음에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 비몽사몽 한 아침에도. 우리는 언제나 긱냥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허리를 숙인다. 오늘도, 내일도, 항상. CREDIT글·사진 성예빈
- STORY | 2019-11-08 10: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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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표정 탐구 생활
- 4 0 마 리 의 고 양 이 고양이 표정 탐구 생활 고양이에게 절 받아보셨어요? 아직, 안 받아보셨다구요? 만약, 당신이 집사가 된다면 고양이는 키워준 당신에게 사진처럼 웃으며 감사인사를 할지도 모릅니다.어떻게?이렇게... 고양이가 집사를 사랑하면 윙크를 날립니다.어떻게? 이렇게... 삼일아, 사랑해... 많이, 많이... 삐삐는 우리 집 고양이 중 표정이 가장 다양합니다. 인상을 썼다 풀었다 환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좌우지간 보고 있으면 재밌습니다. 정면에서 한참 사진을 찍는데 순간 삐삐가 이런 표정을 짓습니다.“너 또 내 사진 찍냥? 허락은 받고 찍냥?”집에서 고양이 사진 많이 찍으시죠? 사전에 허락을 구하십시오. 그냥 막 찍으면 고양이들 순간 이런 표정 나옵니다. 우리 집 고양이 화로는 항상 혼잡니다. 애들하고 같이 잘 안 놀아요. 이 사진을 찍었을 때 전 그냥 표정이 신비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슬퍼 보인답니다.우리 화로는 왜 그럴까요? 화로야, 엄마 아빠가 뭐 잘못한 것 있니?화 풀어... 밤늦게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데 처음 보는 길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다른 길고양이들은 가까이 가면 피하거나 도망가는데 오늘 처음 본 이 녀석은 가까이에서 사진 찍으라고 자세를 잡아줍니다. 표정도 참 좋습니다.아내는 항상 말합니다. “사람마다 팔자가 다 다르듯이 고양이들도 팔자가 다 달라.” 사람을 대하는 편안한 얼굴의 길고양이“난 너를 믿어.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CREDIT글·사진 고양이 나무
- STORY | 2019-11-07 09:5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