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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8 09: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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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7 11: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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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4 12: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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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4 1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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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2 0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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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1 1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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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고양이 쉼터
- 고양이들만 사는집수원 고양이 쉼터 어서 와, 고양이 집은 처음이지?수원 고양이 쉼터의 ‘고양이 집’은 고양이 혼자 들어가 몸을 말고 자는 작은 집이 아니에요. 큰 방 작은 방이 있고 다 함께 모여서 노는 거실도 있고, 맛있는 게 가득한 냉장고가 있는 주방도 있어요. 빛이 들어오는 큰 창 도 있고 화장실도 있는, 사람들이 사는 것과 똑같은 집에 예쁜 고양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내는 집에 좀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함께 사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여긴 고양이들만 사는 집이에요. 물론 사람친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하고 있지요. 고양이들이 살고 사람들이 찾아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랍니다. 땅값 집값이 비싼 우리나라에 고양이들만 사는 집은 욕심이고 사치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여기엔 밖에선 살 수 없는 고양이들이 와 있어요. 그리고 이 아이들은 곧 평생 가족을 만나 진짜 집으로 가서 사람들과 같이 살 거예요. 그러기에 사람들이 사는 집과 똑같은 환경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고양이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답니다. 길에서 다쳐 힘들어하던 고양이들이 있었어요. 사람에게 학대당하기도 하고 개에게 물리기도 했지요. 집 앞에 묶인 채로 방치되어 새끼를 여러 번 낳고 지쳐 버린 고양이도 있었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고 양이들이 있어요. 집이 있었지만 더 이상 그 집에서 살 수 없게 되어버린 고양이, 임신 중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 입양과 파양을 수차례 겪어 집도 없고 길에서 살 줄도 모르는 고양이. 이런 고양이들을 위해 수원 캣맘 캣대디 협회에서 마련한 쉼터가 바로 이 고양이들의 집입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몸이 다친 아이들은 나았고, 맘이 지친 아이들은 안정을 되찾았어요. 어미들은 기력을 회복하여 무사히 출산했고, 새끼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엄마도 있고 아들과 딸도 있고 형제도 있지만 모두가 가족처럼 잘 지내요. 성묘들은 어린 고양이들에게 장난감을 양보하고 놀아줘요. 어린 고양이들은 성묘를 따르고 의지합니다. 새로 들어오는 고양이도 경계하지 않고 맞아주고요. 또 사람들과도 친하게 되었어요. 수원 고양이 쉼터는 이렇게 아프고 지치고 힘든 고양이들이 와서 건강해지고 순화되는 곳이에요. 사회성도 키우게 되어, 평생 가족을 만나 진짜 집으로 가도록 돕는 곳이에요. 그래서 수원 고양이 쉼터의 구조자들과 봉사자들은 여기 고양이들을 나의 고양이, 우리 집 고양이처럼 생각하며 아껴요.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어떤 아이가 어떤 간식을 좋아하는지, 기분은 좋은지 일일이 살피고 다른 봉사자들과 공유해요. 그리 고 콧물, 눈곱 하나, 응가 모양, 발바닥 상태까지 꼼꼼히 확인한답니다. 봉사자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듬뿍 받고, 서로 위로하고 위안받으며 건강하고 예뻐진 우리 아이들, 지금까진 쉼터 주변과 봉사자 지인들에게 입 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분들이 이 아이들을 봐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 쉼터는 더 많은 아프고 지친 고양이들이 와서 건강과 안정을 되찾고, 진짜 가족을 만나 평생을 함께할 집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수원 캣맘캣대디 협회 카페 http:// cafe.naver.com/suwoncatmom 후원계좌: 국민은행 781601-00-080654 CREDIT글 사진 이은재
- STORY | 2019-10-08 09: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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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번째 봄이 온다
- 내 고양이는 10살 열 번째 봄이 온다 엊그제 입춘이 지나서인지 목 뒤로 내리쬐는 햇살이 한결 따사롭다. 다행히 올겨울은 겨울답게 추웠던 날이 많지 않아서 길고양이들도 한결 수월하게 겨울을 났겠구나 싶다. 사시사철 집 안에서만 지내는 희동이도 봄이 가까워지니 집 안 구석구석 쓰는 자리가 많아졌다. 약간 외풍이 들어 공기가 서늘한 남편 방에서도 곧잘 낮잠을 자는 것을 보면 확실히 봄이 코앞이다. 다시 찾아온 봄과 평온한 일상희동이와 함께 맞는 열 번째 봄이다. 희동이 열한 살, 나는 서른네 살이 되는 바야흐로 평온한 봄. 희동이 ‘노묘’가 된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신부전 등 달라진 건강 상태를 받아들이기까지 근 1년간 마음 안에 폭풍이 일었던 것을 생각하면 요즘의 평온한 일상이 참 고마울 따름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곧 내 고양이의 수명을 의미하는 것 같아 미치게 아깝고, 서럽기만 했던 겨울이었다. 그런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평온한 마음으로 맞는 봄이다. 희동이의 밥과 약을 챙기느라 6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하고, 긴 시간 집을 비우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이 일상에 적응하고 이 안에서 자잘한 즐거움도 다시 누리기 시작했다.희동이는 여전히 귀엽고, 일상의 많은 순간을 즐겁게 보낸다. 여러 장소를 돌아 다니며 희한한 자세로 잠을 자고, 각 방에 있는 창문과 베란다, 세탁실을 포함해 하루에 두어 번씩은 꼭 집 안 곳곳을 순찰한다. 칫솔을 꺼내 들면 부리나케 도망을 가고, 빗질해 주면 큰 소리로 골골송을 부르는 것도 여전하다. 최근엔 식탁 위의 빵 사냥에 성공해 귀퉁이를 조금 뜯어 먹기도 했는데, 오랜만의 말썽이 얼마나 반갑고 귀엽던지 남편과 한참을 웃었다.희동이는 신부전과 췌장염이라는 묵직한 병을 달고 있긴 하지만, 컨디션과 혈액검사 수치 모두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어 평온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엔 띄엄띄엄 앞다리를 살짝 저는 듯한 모습을 보여 관절 보조제를 추가로 먹이려고 계획 중인데, 가만 생각해 보면 고양이가 어리고 건강한 동안에는 그저 함께 ‘살았을’ 뿐, 이제야 비로소 고양이를 ‘키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양이도 나이를 먹을수록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이 중요하다 해서 침대나 소파 등에 오르내릴 때 쓸 수 있게 작은 계단 놓아 줄까도 생각하고 있다. 좀 유난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시점부터인가 희동이를 돌보는 일이 곧 나 자신을 돌보는 일처럼 느껴진다. 진심을 다해 사랑하면 그 존재가 곧 나 자신오랜 시간을 함께 한 반려동물을 자기 자신처럼 느끼고 사랑하는 것, 그보다 당연한 사랑이 또 있을까. 최근에 우리 가게를 찾아온 한 손님이 입구에서부터 눈물을 달고 들어오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오래도록 사랑하며 키우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났단다. 나 또한 늘 마음 한 켠에 미리부터 품고 지내며 두려워하던 일이라 눈물이 났다. 난생처음 보는 여자 둘이 손을 붙들고 울었다. 그러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나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었는데, 지난겨울 잠결에 베개를 붙들고 많이 되뇌던 말이었다. ‘우리가 어떤 존재를 진심을 다해 사랑 하면 그 존재가 곧 나 자신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내가 살아 있는 한 쭉 함께 살아가는 거예요.’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막상 희동이 더 나이를 먹고, 언젠가 내 곁을 떠나는 날이 올 거로 생각하면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아직은 내가 겪은 슬픔이 아니라 더 쉽게 위로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아빠는 내게 ‘부모의 상을 겪으며 사람은 진짜 어른이 된다’고 했다. 그럴 거 같으면 영영 어른이 안 되고 싶다 했더니, 아빠는 그게 되느냐며 한숨을 섞어 웃으셨다. 친구처럼, 동생처럼, 가족처럼, 나 자신처럼 사랑하던 반려동물이 떠나는 과정을 겪으며 사람은 무엇이 될까. 아빠 몰래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열 번째 봄에는우리가 함께 맞는 열 번째 봄, 한 살이던 희동이 열한 살이 되는 봄이다. 나이 듦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질병에 대한 걱정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따뜻하고 노곤한 봄이다. 매일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이 모여 열두 번째, 열세 번째, 열다섯 번째 봄을 데려올 걸 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좋은 일은 매일 더 사랑하는 일뿐이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희동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최대한 걱정 내려놓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나날이 빵실빵실해지는 이 고양이 행님의 몸무게를 어떻게든 1kg쯤 빼 주는 것까지! 그래서 그간 입버릇처럼 말해 오던 ‘고양이와의 조화로운 삶’을 건강하게 일궈 내는 것. 그게 열 번째 봄을 맞는 내 다짐이다. 올봄에도 따뜻한 햇살을 나눠 쬐며 즐거이 보내자. 너도, 나도. CREDIT글 사진 박초롱
- STORY | 2019-10-07 11: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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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봄이고, 봄은 고양이이니
- EPISODE고양이는 봄이고, 봄은 고양이이니? 기다리는 일이란 지루하고 힘든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의연하게 기다리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밥 달라고 한 번 운 적도 없다. 그저 고요히 나를 응시할 뿐. 밖에서 돌아올 땐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왔어’ 라고 할 뿐이다. 봄까지만 같이 있자 이 말은 삼색 고양이 왈츠의 입양이 불발되자 내가 녀석에게 한 말이다. 3년 전, 겨울이 오려 할 때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구조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다 만지고 있었고 창고에 아기를 낳은 어미는 며칠째 안 보인다고 했다. 난 그 자리에서 2시간을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만져보기만 하면서 상자 줍는 아저씨에게 ‘햄주면 안 돼요!’ ‘우유 주지 마세요!’라며 핀잔만 했다. 왜인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4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전부 데려왔다. 어디까지나 데려온 새끼 고양이 4마리 모두 입양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두 마리는 입양 가고 두 마리는 남았다. 원래 키우던 고양이 라라 까지. 현재 3마리 고양이들의 집사가 되어있다. 덕분에 허덕이면서도 이 아이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살자고 다짐하는 중이다.데려온 아이들을 모두 입양시킬 계획이었기 때문에 나는 녀석들과 정들까 걱정하여 예뻐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명랑하게 장난쳤다. 으깬 사료를 먹고 앙앙대면서 눈물을 흘렸고 가까이 있는 모래에 알아서 용변을 가렸다. 내가 엄마라고 생각했는지 화장실까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난 사생활을 잃었다. 그중 노랑 고양이 한 마리는 나를 더욱 애틋하게 쫓았다. 내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가슴, 어깨 위 로 올라왔다. 그 녀석은 내 어깨에서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다. ‘애교에 살살 녹는 게 이런 거구나’하고 생각했다. 추운 겨울이 코앞에 와 있었다. 은근히 그 노랑 고양이는 아무도 택하지 않길 바랐다. 한 마리를 입양 보내고, 뒤이어 다른 한 마리도 입양을 보냈다. 두 마리를 입양 보내던 그 날, 입양자를 기다리면서 내 후드 티 안에서 잠든 500g의 온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정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집으로 오는 길에 느껴지는 그 빈자리가 컸다. 집에 오자 나머지 두 아기 고양이들은 서로 의지하고 껴안고 새근새근 잠을 잤다. 저 둘에겐 서로의 체온을 느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시렸다. 이틀 후, 두 번째로 입양 간 아기 고양이가 하루아침에 차갑게 식어버렸다는 연락을 받았다. 입양자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곧 그 원망은 나 자신에게도 번져왔다. 왜 예방주사를 2차까지 맞히지 않았을까. 나는 왜 범백검사라는 것을 몰랐으며, 왜 그 중요한 검사를 못 했을까. 하루종일 자책했다. 자책과 슬픔이 가시기 전에 삼색냥이 왈츠의 입양자가 결정되었다. ‘한진한’ 이라는 이름의 입양자였다. 그 사람은 거리가 너무 멀고 시간이 맞지 않는다며 만남을 주말로 미뤘다. 그러나 주말이 되어도 연락이 없없다. 한 편으로 연락이 오지 않길 바랐다. 잠시후, 페이스북을 통해 입양자를 알아보던 나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한진한이라는 그 입양자는 ‘악용사례’가 있는 사용자였다. 삼색이 왈츠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내 손을 떠나 그 입양자에게 갔을 수도 있었다. 왈츠는 상상도 못 할 끔찍한 일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섬뜩했다. 날도 추운데 겨울을 같이 나자 남은 두 녀석의 이름을 삼바와 왈츠로 지었다. 녀석들에겐 예방접종을 3차까지 맞혔다. 나의 첫 고양이 라라 그리고 아기 고양이 삼바와 왈츠를 위해 극세사 이불을 꺼내고 난방텐트를 구매했다. 이렇게 겨울을 날 준비를 하며 나는 어느새 고양이 세 마리의 집사가 되었다. 처음부터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단계를 건너 뛰고 자연스럽게 ‘어쩌다보니 세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둘은 아직 아기 고양이라 자연스럽게 서로 레슬링을 하고 쥐돌이로 축구도 했 다. 곧 추격전도 하며 ‘노는 맛’을 알았다. 하지만 라라는 어렸을 때 놀이 학습이 잘 되지 않았는지 노는 법을 잘 몰랐고 사회성도 없었다. 그런 라라도 아기 고양이들이랑 친해지고 나서는 빼앗긴 어린 시절을 보상받은 듯 축구하는 법도 배우고 오뎅 꼬치 놀이에도 더 매진했다. 조용히 있던 라라의 명랑한 모습을 보곤 내 마음이 더 설렜다. 아기 고양이의 애교와 귀여움도 큰 기쁨이었지만 라라가 아기 고양이들의 축구를 따라해보는 모습은 왈츠와 삼바가 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다. 물론 갈등도 있었다. 라라는 무릎 냥이 삼바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삼바는 성격도 순하고 품에도 잘 안기고 내 껌딱지였다.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옆에 서 잠을 자던 라라와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나도 막내의 애교에 현혹되어 라라의 질투를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 사이에도 겨울이 온 거다. 그 때가 왈츠의 대활약시기였다. 왈츠는 삼바한테 가서도 열심히 토닥이며 그루밍을 해주고 라라에게도 배를 보여주면서 애교를 부렸다. 의기소침한 삼바에게 위로를 전달하다가도 도도하게 삐친 라라에게 달려가 애교를 부리며 장 난을 걸었다. 나에게도 와서 뭐라고 앵앵 말을 하면서 왈츠가 참 바빴다. 왈츠는 삼색냥이가 그렇듯 똑똑했다. 하도 앵앵 말이 많아 나도 모르게 ‘너 입양 보낸다’고 하면 내게 와서 안기며 애틋하게 굴었다. 내 말을 알아 들은 건가 싶어 미안했다. 추운 겨울도 좋은 건, 같이 체온을 나눠서이기 때문이지겨울이 깊어질수록 우린 작은 슈퍼 싱글 사이즈 침대에서 하나가 되어 갔다. 나는 칼바람에도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울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초인적인 힘으로 과외를 많이도 했다. 예전이라면 피할 만 한 일도 기꺼이 맡았다. 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며 용기를 냈다. 집에 들어오면 차가운 몸을 고양이들이 데워 놓은 이불에서 녹였다. 밖에서의 속상한 일은 고양이들의 얼굴을 보면 잊혀졌다. 이제 벌써 세 고양이들과의 겨울이 네 번째이다. 그사이 이사도 두 번 했다. 처음 이사를 겪는 둘째, 셋째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끊임없이 울어서 택시 기사님에게 끊임없는 웃음을 주었고 나는 창피해서 계속 ‘좀만 참아, 조용히 좀 해!’라고 속삭이며 애원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집은 창문 밖을 잘 볼 수 없는 구조다. 예전 집은 창문도 남쪽과 북쪽으로 나 있었고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도 있는 편이라 아침이면 새소리를 듣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너는 봄으로 가는 중이야유독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다면서 나를 위로해줬던 친구가 한 말이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계절이 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따뜻한 봄이고 그 계절이 계속해서 오래가는 사람들도 있고, 여름에 태어나 계속 열매가 풍성히 열리는 계절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근데 넌 겨울에 태어나 혹독하고 춥고 힘들지만 그걸 견뎌낸 나무가 값진 꽃을 피우듯 곧 봄 으로 가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그 말과 마음이 위로가 되어 세상에 냉담해진 내 마음이 녹아 눈물이 났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세 고양이들이 주는 온기와 위로는 날 봄으로 향하게 한다. 우린 긴 겨울밤에 서로에게 기대어 잔다. 긴 밤이 점점 짧아져 긴 햇살이 방 안으로 길게 들어올 때를 기다린다. 집 밖의 고양이들에게도, 낮은 곳에도, 구석진 곳에도 햇살이 닿기를 기다린다. 그럼 우린 같이 찌뿌둥한 몸으로 기지개를 켜며 햇볕 샤워를 할 거다. 고양이는 봄이고 봄은 고양이이니. CREDIT글 사진 최유나
- STORY | 2019-10-04 12: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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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 THINK SO 겨울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던 봄이 어느새 이마에 닿은 손끝처럼 언듯언듯 느껴진답니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바닥은 더이상 차지 않습니다. 더 이상 발이 시려워 한 발씩 들고 있지 않아도 엉덩이에 뭔가 깔고 앉지 않아도 이제는 괜찮습니다. 겨울 내내 힘들었던 아이들도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마음 졸이던 사람들도 이제야 한숨 돌립니다. 기나긴 겨울을 버티던 아이들도 이제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밥 먹으러 나옵니다. 버텨낸 아이들도, 돌봐준 사람들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봄은 벌써 저만치 다가와 있습니다. CREDIT글 사진 종이우산
- STORY | 2019-10-04 12: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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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를 닮은 다랑이
- 잠시만 안녕 도토리를 닮은 다랑이 경기도 모란시장은 지날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픈 곳이다. 한쪽에 줄지어 동물을 내다 파는 보기 싫은 시장. 가슴이 아파 차마 볼 수 없어서 늘 고개를 돌리고 다니던 곳이다. 몇 해 전 어느 여름, 나는 모란시장을 지나 집으로 가던 길에 녹슨 철장 앞에서 발이 멈춰 버렸다. 작고 뼈만 앙상한 아기 고양이였다. 나는 애써 못 본 체 외면하고 집으로 왔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내내 그 작은 생명의 눈망울이 잊히질 않았다.‘내가 지금 뭘 한 거지? 난 왜 그 작은 생명을 외면하고 왔지?’ 제발 살아만 있어 줘나는 결국 저녁 식사 준비를 중단하고 모란시장으로 뛰어갔다. 무조건 구해야만 한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시장에 도착하니 작디작은 아이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듯했고, 곧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아기 고양이 옆의 작은 철장엔 성묘 8마리가 좁은 공간에 껴서 웅크리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성묘들은 관절에 좋다며 5천 원씩에 팔리고 있었다. 다 구할 수 없는 내 처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10명만 모여도 저 아이들 모두를 구할 수 있을 텐데…답답한 마음에 양손을 꼭 쥔 채로 고양이를 파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작은 아기 고양이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할머니께 빌기도 하다가 화도 내보고 별짓을 다 했다. 아기 고양이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단호했다. 할머니는 인심 쓰듯 원래 15만 원인데 싸게 해줄 테니 10만 원에 데려가라고 했다. 결국, 나는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털어 할머니에게 쥐여 주고 나서야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아기 고양이를 수건에 감싸 안고 도망치듯 시장을 빠져나왔다. 아이의 상태가 많이 위급해 보여서 일단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결과는 처참했다. 귀 안엔 진드기가 꽉 차 있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 결과는 더 참혹했다. 이 작은 생명이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란다. 오늘 밤을 과연 넘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심지어 뼈만 남아있어서 혈관을 잡기 힘들어서 수액마저도 놓아주지를 못했다. 병원에서는 더는 해줄 것이 없다고 했다. 아기 고양이에게 일단 뭐든 먹여야 할 것 같아서 고열량 사료와 캔 그리고 간식을 사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제발 한입만 먹자. 그래야 살지. 안타까움이 섞인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캔을 따서 따뜻하게 데운 후, 불린 사료에 섞어서 주었더니 잘 먹어주었다. 그래. 이제 잘 먹고 엄마랑 우리랑 같이 잘 살자.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쭌군과 이제 막 유치원에 입학한 5살 딸 사랑이가 꼬마 집사가 되길 자청했다. 먹을 것은 사랑이가 담당하고 화장실은 쭌군이 챙기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집엔 고양이 막냇동생이 생겼다. 아기 고양이의 이름은 막내딸 사랑이의 돌림자를 써서 다랑이로 지어주었다. 아들과 딸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다랑이는 빠르게 회복하면서 잘 커 나갔다. 집 근처에 아들과 딸은 다랑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예쁜 추억을 쌓아나갔다. 행복도 잠시다랑이가 우리 집 막내가 된 지 한 달가량 되었을 때 다랑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일이 있어 부산에 일주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다랑이의 배가 뚱뚱해 보였다. 바로 다랑이를 안고 병원을 향했다. 병원에선 복막염이 의심된다고 했다. 복막염이라면 잘 먹지도 못할 건데 우리 다랑이는 너무너무 잘 먹었다. 토한 적도 없다. 응가도 예쁘게 잘 누었다.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 었다. 복막염이라니. 수의사 선생님이 실수한 거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수의사 선생님은 충격적인 말을 이어나갔다. 다랑이가 많이 고통스러워하면 안락사까지도 생각해야 한단다. 다랑이의 뚱뚱한 배를 보며 다랑이에게 말을 걸었다. ‘복막염은 무슨. 다랑아. 집에 가서 응가 하자. 배가 쏙 들어가게 응가 하자’. 그 후에도 다랑이는 여전히 잘 먹었다. 아기 때부터 굶었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배가 불러도 잘 먹었다. 문제는 숨을 자꾸 헐떡거린다는 것이다. 복막염 복수로 인해 숨을 쉬기 힘든 상태라고 한다. 혹시나 싶어 좀 더 큰 고양이 전문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다랑이는 병원이 신기한지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니느라 바쁘다. 보는 사람마다 ‘강아지야? 고양이야?’라며 해맑은 우리 다랑이 예뻐해 주었다. 그런 예쁜 다랑이의 진단명은 결국 복막염란다. 입원치료로 복수를 반복해서 빼주는 거 말고는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다랑이는 점점 힘들어했다. 병원에서는 다랑이의 수명이 길어야 3일에서 4일이라고 했다. 다랑이는 우리 가족이 눈에 보여야 안정을 찾는다. 그런 다랑이를 낯선 병원에 입원을 시킬 수는 없어서 녀석을 집에 데리고 왔다. 집에 오고 나서야 감정이 몰려왔다. 나는 다랑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신이 있다면 한 번만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다랑이를 살려 달라고 애타게 울었다. 처음 데려올 때 했던 평생 같이 살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를 다랑이와의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그렇게 8일이 지났다. 하루하루 별 이상 없이 잘 버텨주는 다랑이가 기특했다. 마지막은 조용히 찾아왔다내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빠 집사가 연락이 왔다. 다랑이가 위급하다는 소식이었다. 급하게 집에 돌아오니 다랑이가 움직이기 힘든 몸을 질질 끌고 화장실에 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는 다랑이가 안쓰러워 다랑이를 품에 안았다. “다랑아. 괜찮아 괜찮아. 엄마 품에 응가 해도 괜찮아. 닦으면 되지. 힘들게 왔다 갔다 하지 마. 가는 길 편하게 엄마가 안아 줄게. 우리 다랑이 사랑해. 다음 생엔 꼭 좋은 집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배고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다시 엄마 만나러 와줘. 다랑아 우리 가족 품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다랑이는 내 품에 안긴 지 10분 만에 크게 한 번 울고는 고개를 떨궜다. 별이 된 다랑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랑이가 ‘다랑이가 갑자기 왜 안 움직이는지’ 물었다. 나는 사랑이에게 ‘다랑이가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으려고 하늘나라의 예쁜 별이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딸이 순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랑이는 간식을 좋아해서 내가 간식 줘야 하는데 이제 간식 못 먹어? 우리 다랑이 간식 못 먹어서 어떡해?”다음 날 아침 다랑이와 산책하고 놀던 작은 공원에 도토리와 밤나무가 많은 그곳… 공원 고양이와 놀던 도토리나무 햇살이 잘 스며드는 그 아래에 다랑이를 보내주었다.‘공원에 있는 냥이들아. 그리고 도토리나무야. 우리 다랑이 잘 지켜줘. 사랑해 다랑아.’ CREDIT글 사진 Lee Seo
- STORY | 2019-10-04 1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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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고양이가 된 옆집 고양이
- 40마리의 고양이 우리 집 고양이가 된 옆집 고양이 옆집 고양이 순남이옆집에 사는 이모는 집에 오는 길에 생후 3개월의 아기 길냥이를 만났다. 예쁘게 생긴 아기 고양이는 아장아장 다가오더니 이모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고, 이모는 그 길로 아기 냥이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2개월 후, 비가 내리던 날 이모가 우리 집에 찾아와 순남이가 보이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했다. 집사람과 이모는 순남이를 부르며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길모퉁이에서 악에 받친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비를 맞으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 갔다. 그곳에는 뒷다리가 축 처져 쓰러져있는 순남이가 있었다. 비에 젖은 순남이는 움직이지 못한 채 두 사람을 보고 계속해서 울었다. 순남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우리 집 고양이가 된 옆집 고양이밤 11시. 웬만한 동물병원은 이미 닫았을 시각이지만, 그렇다고 다음 날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다행히 열려 있는 동물병원을 수소문해 순남이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모는 순남이의 간호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사실, 이모는 처음부터 순남이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이모가 순남이를 길에서 데려온 이유는, 고양이를 키우는 우리에게 데려다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우리 집은 이미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었기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모는 순남이를 어쩔 수 없이 키웠던 것이다. 이모가 순남이의 간호를 거부한다고 해서 우리마저 녀석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집사람은 순남이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2개월 후, 우리는 완치된 순남이를 이모네로 다시 돌려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순남이는 우리 집에 찾아왔다. 옆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틈만 나면 순남이는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는 녀석과 5년째 같이 살고 있다. 그렇게 순남이는 우리 집 고양이가 됐다. 순남이 출생의 비밀순남이는 외출냥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간다. 우리와 함께 오래 살았지만, 아직도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런 순남이만 보면 예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던 암컷 길고양이가 떠오른다. 그 암컷 길고양이는 자궁에 이상이 있었다. 한번은 임신을 한 녀석이 자궁 끝에 아기 고양이를 매달고 다녔다. 너무 안쓰러워 포획하여 치료해주고 싶었으나, 그 암컷 길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해 근처만 가도 멀리 달아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 나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암컷 길고양이는 러시안블루 종이었다. 순남이 또한 러시안블루의 피가 섞여 있었다. 길냥이 출신의 러시안블루. 집사람과 난 순남이가 그 암컷의 새끼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보곤 한다.순한 남자 고양이의 짜증 순남이는 ‘순한 남자 고양이'란 뜻으로 내가 이름을 지었다. 녀석은 이름에 담긴 뜻처럼 정말 순했다. 우리 집에는 순남이 이후로도 어린 고양이들이 새 식구로 계속 들어왔는데, 순남이는 텃세 하나 부리지 않고 새 아 이들을 잘 받아줬다. 하지만 고양이가 많아질수록, 공간은 나뉠 수밖에 없다. 안에는 수박이와 녀석의 새끼 치즈. 바깥에는 테리와 수박이. 그리 고 천재, 백미, 크라크, 삼일이가 있다. 기존의 고양이들과 새로운 녀석들 이 점점 늘어나자, 순남이는 갈 곳을 잃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여기에도 고양이, 저기에도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들이 늘어나자, 순남이는 좁아지는 영역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찾곤 했다. 그러나 맘 편하게 쉴 곳은 없어 보였다. 순하던 녀석이 짜증이 많이 늘었다. 순남이. 그 순하던 녀석이 요즘 옆에 있던 동생 고양이들에게 신경질을 내고 냥냥펀치를 날린다. 빨래를 개는 방으로 사용했던 빈방이 있다. 가끔 그 방에 들어가 보면, 순남이가 어둠 속에 혼자 앉아있다. 짠하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들. 혼자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고양이들. 그래 주지 못해 미안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고양이를 좋아하는 프레디 머큐리가 고양이를 위해 큰 집을 산다. 그는 자신의 고양이들에게 방을 하나씩 준다. 멋지다. 나는 순남이를 보며 생각했다. ‘순남아, 아빠가 큰 집 지어서 방 하나 줄게.’아, 그러고 보니 고양이 방만 40개가 필요하다. CREDIT글 사진 고양이 나무
- STORY | 2019-10-02 0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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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으로 나온 보틀캣
- 똥꼬발랄 고양이 이웃, 보틀캣 세상으로 나온 보틀캣 에옹~ 나는 보틀캣의 주인공! 바트라고 해. 나는 반려인 브루와 함께 살고 있지. 오늘 아침에 브루가 못 일어나길래 얼굴에 똥꼬를 들이밀었더니 브루가 아주 좋아하면서 일어나더라고~ 역시 믿을만한 가족에겐 똥꼬를 들이밀어 줘야지! 브루도 나한테 똥꼬를 들이 밀어줬으면 좋겠는데…아, 맞다! 우린 새로운 마을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브루가 사냥하러 간 사이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났어.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일들이 엄청 많았거든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데 잘 들어봐~! 에옹~ 보틀캣이 무슨 뜻이지? 보틀캣은 본래 Bottle(병) cat(고양이)이 아닌 Butthole cat 즉, 똥꼬와 고양이의 합성어인 똥꼬냥이었다. 이 컨셉과 브랜드명은 고양이 행동 언어에서 비롯되었다. 점박이가 엉덩이를 들이밀며 나에게 속삭인 말은 ‘너를 신뢰한다’ 였다. 그리하여 캐릭터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으 면 하는 바람을 담아 ‘똥꼬냥’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똥꼬냥은 브랜드 명으로 사용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외국인들이 들었을 때 Butthole이라는 단어는 그저 항문이었다. 항문 고양이, 이상하지 않은가? 다행히도 보틀캣 세계관, 오젠브룩 (Oddsendbrook)의 어원이 되는 영어단어 잡동사니(Odds and Ends)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는 약간의 언어유희와 연상 이미지를 통해 Butthole을 Bottle로 바꾸었다. 유사발음이라고 생각했고 콜라 병의 뚜껑이 똥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보틀캣 세계관 속 고양이들은 병뚜껑을 화폐로 사용한다는 설정이 있다.) 오젠브룩의 고양이들 바트, 팻 그리고 캔 보틀캣에는 오젠브룩이라 불리는 항구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오래전 사람들이 강을 따라 만들어둔 수로가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아 방치되어 있지만, 이곳에 길고양이 친구들이 자주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젠브룩의 고양이들은 지하수로를 깨끗하게 다듬고 수리하여 그들만의 멋진 아지트로 만들었다. 일종의 고양이들의 프라이빗 룸인 셈이다. 이곳에서의 이야기를 이끌어 갈 캐릭터는 집고양이 바트(Batt)이다. 반려인 브루의 카페 취직으로 오젠브룩으로 이사와 낯선 마을에서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바트는 러시안 블루이며 통통한 매력을 가진 엉뚱하고 천진난만한 성격의 고양이이다. 사람에게는 반려묘로서, 길고양이들에게는 동족으로 각각 모두에게 익숙한 바트는 이들 사이의 다리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바트는 어느날 창밖을 바라보다, 요리하고 있는 길고양이 한마리를 보게 된다. 그는 팻(Fat)이라 불리는 냥식요리사로 치즈태비 색을 가진 꾸덕꾸덕 한 살…. 아니 털찐 (단모종이신 팻 본인의 주장) 고양이다. 푸근한 살…. (눈치) 아니…. 털만큼 성격도 푸근한 팻은 많은 오젠브룩 주민들과 고양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팻의 오랜 친구 캔(Can)은 검은 털과 시크한 매력을 가진 고양이이다. 그녀는 화끈한 리더쉽과 카리스마로 오젠브룩 길고양이 연합의 자경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벽할 거 같아 보이는 그녀에게도 사실 남모를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약점은 언젠가 작가가 웹툰을 연재하게 되면 확인하시길…) 이 밖에도 보틀캣이 구축하고 있는 거대한 세계관, 오젠브룩의 길고양이 사회는 여전히 건설 중이다. 아직 작가들이 마무리하지 못한 혹은 작가들의 뇌 깊은 곳에서 나오지 못한 여러 길고양이 친구들의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꼭 그러길 바란 다. 아니 노력할 것이다.) * 브루_Brew Knit : 바트의 반려인 길고양이와 사람, 공존에 대하여 크리브(Krhive) 작가는 보틀캣의 공동대표이자 아트토이 제작을 맡고 있다. 하루는 그가 대학생 시절 대만의 허우통_고양이 마을을 다녀온 여행기를 들려줬는데 이는 보틀캣의 비전 설정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허우통은 대만의 산자락에 걸친 시골 외딴곳에 있는 고양이 마을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본 사람들과 고양이의 공존 문화는 너무 아름다웠다. 이곳이 고양이 마을임을 증명하듯 역 안엔 비를 피해 들어온 고양이들이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녀석들…. 푹신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털을 쓰다듬고 싶었지만 낯선 자신이 휴식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눈 인사만 나누고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과 조화되어 아름다운 마을에서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녔 다. 고양이가 눈에 안 띄고, 구석진 자리를 좋아한다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니 가판대 위에는 고양이가 그려진 귀여운 상품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졸고 있더라…. 상점 주인과 고양이를 번갈아 보았다. 상점 주인은 녀석의 행동에 전혀 개의치 않 았고, 기념품을 사러 온 손님들 마저도 고양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상품을 꺼내곤 하였다. 자리를 내어주었다. 양보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우리도 허우통의 주민이라고!’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 자리를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쪽이 훨씬 가까웠을 것이다. 공존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그렇게 우리는 보틀캣이라는 이름으로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에 대한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독자들이 거리의 고양이들을 단지 길고양이가 아닌 ‘이웃’으로 느끼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닮았고 사람처럼 행동한다. 우리가 경험한 그리고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 오젠브룩을 독자들과 함께 이 땅에 건설하길 갈망한다. 우리는 이상을 그린다 내용을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작품에 대해서는 처음 쓰는 공식적인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때 아니면 보틀캣이 전하고 싶은 진중한 이야기를 할 자리가 또 언제 올지 모르기에, 한 단어, 한 문장 그 의미 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길고양이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에 비하면 여기, 두 명의 작가는 고양이 학과 새내기와 다른 바 없다. 그래도 똥꼬냥, 보틀캣이라는 하나의 유쾌한 세계 속에 담겨있는 그리고 담고자 하는 가치와 신념이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우리는 이상을 그린다. 더는 우리의 고양이 이웃들이 사람을 피해 다니지 않고 사람도 절대 고양이를 혐오하지 않아,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공존 문화를 열고 싶다. 우리가 그리는 이상적인 마을 오젠브룩이 현실로, 이곳저곳에 생겨나길 바라며…. * 본 작품 활동은 2018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스마트 2030 청년창업 지원을 통해 사업화되었습니다. 글 그림 고병욱, 김환식
- STORY | 2019-10-01 11: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