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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11-05 11: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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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10-30 14: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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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10-30 14: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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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10-29 14: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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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10-29 1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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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10-23 11: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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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10-23 11: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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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을 내요, 명랑 노견!
- ?명랑 노견 생활기힘을 내요, 명랑 노견! 나이, 이제 감출 수 없어 언젠가부터 산책하러 나갈 때마다 ‘이 개는 나이가 많은가 봐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동안이라 그런지 처음 본 사람들은 나이를 밝히지 않는 한 이뿌니가 노견이라는 것을 잘 모르곤 했다. 그 때문에 나는 나이를 알게 된 후 나오는 그들의 감탄사와 놀라움의 반응을 은근히 즐겨왔다. 어깨가 으쓱으쓱, 나이든 개가 나이든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만큼 활력 넘치고 건강해 보인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런 즐거움도 올해 초까지 만이었다.털이 희끗희끗해진 건 이미 한참 전이지만 다른 노견들에 비하면 아직도 진한 모색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만으론 노견 티가 나질 않는다. 이윽고 동안의 상징이던 빵빵한 볼살이 빠지면서 턱선이 갸름해졌다. 사람으로 치면 브이라인을 갖게 되었으니 환영할 일이지만 퉁퉁함이 미덕인 강아지들에게는 그리 환영할 일은 못 된다. 얼굴 살이 빠지니 확실히 동안이라 할 수는 없겠다. 무엇보다 나이 많음을 감출 수 없게 된 것은 역시 둔탁해진 걸음걸이다. 가끔은 절룩이기도 하고 가끔은 가만히 멈춰있기도 한다. 산책 자체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날도 많아졌다. 굳이 가까이 와서 색소가 빠진 회색 코나 뿌연 눈동자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이 개는 이제 정말 나이가 많은 티가 나는 것이다. 워워. 희망찬 말을 부탁해요 그런데 노견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에 들리는 뒷 문장들은 안 들어도 될 소리가 더 많았다. 평균 수명 운운하며 기한이 다 되었다는 듯한 뉘앙스의 문장들이 대부분이었다. 워워, 넣어 두세요 그런 말들은. 결코 짧지 않은 십여 년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한 팀으로서 단단하고 견고한 시간을 쌓아왔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렇게 짠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젊고 생기 있는 것만이 아름답다 치부하지 말아 주오. 색 바랜 털은 노견이 지내온 세월의 훈장이고 뿌연 안개가 낀 눈동자 안에는 아직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다. 오래 된 고목에 새겨진 나이테처럼, 세월이 내려앉은 이대로 우리 노견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다. 무심한 사람들의 말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안다면 좀 더 희망찬 말들로 응원해주길. 등을 떠밀어주는 가벼운 바람처럼 우리 둘의 산책길이 좀 더 가뿐해질 것이다. 힘을 내요. 명랑 노견늙었으니 당연히 아프다는 뻔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젊어 보이지만 사실은 되게 늙은 개라든가(그마저도 이젠 못하는 말)’,‘조상님 급으로 대단히 늙은 개지만 아직도 서슬 퍼렇게 쌩쌩해요’같은 반전 있는 이야기들만 하고 싶었다. 명색이 ‘명랑노견’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뿌니라고 별수 있나, 올 봄부터 여름까지 줄곧 아팠다. 동물병원에 기백만 원을 쏟아붓고 얼추 진정이 되었다.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온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이번 가을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당시엔 몇 달 후가 그려지지 않았다. 2002년부터 시작해 월드컵을 무려 다섯 번이나 보고 있는 개와 살다 보니 매해의 계절이 늘 마지막인 것처럼 유난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화보가 따로 없군! 차가운 겨울 끝에 선물처럼 주어진 봄에도 그러했지만, 지독히도 뜨거웠던 이번 여름을 견뎌내고 맞이하는 가을이라 이 계절이 참으로 달디 달다. 이렇게 좋은 날은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들과 함께 나누는 게 제일이다. 제각기 자신만의 색깔로 가을을 뽐내는 색 색깔 꽃들 앞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견인 냥 폼을 잡았다. 셀카 찍는 연인들 사이에서도 당당히 제 혼자 이 늙은 개가, 사진 찍는 집의 개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한다. 내 개라 하는 말이지만 화보가 따로 없군. 나는 아직 콩깍지를 벗어던질 마음이 없다. 추억은 차곡차곡지난해 이맘때엔 노견 말년의 절친들을 만나 이리도 환하게 웃으며 노오란 가을빛을 두 눈에 가득 담아 왔다. 괜히 기분 좋아 낄낄거리던 이 날의 선명한 기억들로부터 고작 1년도 못 되어 함께했던 친구는 먼저 떠나고 없다. 사랑한 마음이 길었기에 보낸 이의 슬픔 끝도 길다. 그렇지만 슬픔이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즐거웠던 하루가 그 안에 녹아있고 그 덕분에 마음이 조금 훈훈하게 데워지기도 한다. 추억의 힘이라는 게 이것일까. 친구가 떠난 자리에 이뿌니 혼자라도 이번 가을에 다시 가보려 한다. 새로운 하루를 덧입히고 추억을 차곡차곡 저축해야만 한다. 잔고가 빵빵하게 채워져야 내년 가을에,혹은 운이 좋다면 내후년 가을에 이뿌니가 떠난 자리를 나 혼자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쿰쿰한 발 냄새 풍기는 이 털북숭이가 뭐라고 이다지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단 말이냐. ?CREDIT글 사진 한진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11-05 11: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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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와 친해지기 위한 까노의 행동교정
- BABY&DOG아기와 친해지기 위한까노의 행동교정 수많은 SNS 속 아기와 강아지는 사이가 좋은데, 왜 그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 걸까.?? 까노, 행동교정을 받기로 하다 까노와 아기가 함께 산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까노의 질투도 덜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까노 의 질투는 여전했고, 나는 그로 인해 까노가 받는 스트레 스가 점점 더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늘 고민만 해오 던 방문훈련 받기를 시작했다. 까노가 나와 남편한테 하는 집착, 아기를 향한 질투, 그리고 낯선 방문객에 대한 짖음 이런 것들을 고쳐나가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편해지 려고 훈련을 받는 게 아니라 까노가 더 편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모든 반려인의 애청프로그램 세상에 나쁜 개 는 없다를 보면 문제행동을 교정하고 나서 오히려 강아지 들이 더 편안해 보였으니까. 까노는 외로워야 한다 훈련사님께 까노의 문제행동을 설명해 드렸고 대망의 교 육 첫날이 되었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 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훈련사님한테 까노는 많이 짖었고 까노의 이런 짖음이 결국은 나와 남편을 지키려는 것, 그 리고 우리에 대한 집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원인은 우리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던 것. 너무 넘치는 사 랑을 주다 보니 까노는 우리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다 원 치 않는 것이다. 까노가 이 집착을 내려놓게 해야 모든 문 제행동이 고쳐진다는 것. 내가 앉기만 하면 무조건 내 무 릎 위로 올라오는 것을 못 하게 해야 하고, 내가 부르기도 전에 스스로 와서 자꾸 나한테 몸을 붙이고 있으려는 것 도, 안기려고 나한테 파고드는 것도 모두 내가 거부해야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밀어내고, 내가 예뻐해 줄 수 있을 때만 불러서 예뻐해 주라는 것이었다. 까노를 외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그래야 집착도 줄일 수 있다고. 외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하마터면 눈물을 쏟 을뻔했다. 까노가 더 편안해지라고 교육을 받기 시작한 건 데 더 외로워지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이 됐다. 그래도 까노 가 우리에 대한 집착을 좀 내려놓아야 본인도 편안해질 거 라 믿고 까노를 조금 덜 예뻐해 주기 시작했다. 안고 싶어도, 만지고 싶어도. 습관적으로 너무 안고 싶고 만지고 싶어도 가능하면 만지 지 않고, 아기가 자거나 혼자 놀고 있을 때만 까노를 불러 서 한 번씩 충전하듯 만져줬다. 나도 까노의 발, 까노의 털 을 만지며 힐링을 하던 사람이라 덜 만지는 것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까노의 눈을 보고 있으면 이리오라고 하면 서 무릎 위에 두고 싶고, 까노의 등을 보고 있으면 툭툭 건 드리면서 쓰다듬고 싶고, 까노의 발을 보고 있으면 냄새 맡으면서 발바닥을 만지작거리고 싶었지만. 이 모든 걸 꾹 참았다. 처음에는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것을 계속 밀어내니까 어 리둥절하며 계속 내 앞에서 내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밀 어내도 버틸 때도 있었고 밀렸다가 금세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아기를 안고 있는 순간에도 까노는 어떻게든 내 무릎 위로 올라오려고 했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언젠가 부터 까노가 그냥 스스로 자기 집에 가서 쉬고 있었다. 언젠가는 나와 까노와 아기가 셋이서 편안하게 누워 낮잠을 자는 날을 꿈꿔본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고, 옆에 붙어있느라 본인의 집에는 하 루에 한두 번 들어갈까 말까 하던 까노였다. 물론 그 정도 의 변화로 까노가 확 달라지진 않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면 몇 주 후면 바로 달라져 있고 그랬지만, 까노 는 아주 더뎠다. 하지만 까노도 참는 게 느껴졌고, 또 적당 히 포기하는 것도 느껴졌다. 아주아주 느린 변화 훈련을 해도 까노가 아기를 질투하고 싫어하는 건 여전했 다. 자신의 장난감을 건드리면 발끈하고 짖지만, 아기가 간식을 먹고 있을 때는 무서울 것 없이 아기 입에 얼굴을 들이댄다. 아기와 친해지는 훈련의 일환으로, 아기가 까노 를 만질 때마다 간식을 줬다. 그전에는 아예 못 만지게 하고 피하게 했지만, 점점 더 적 극적으로 되어가는 아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피하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기가 다가가서 만지면 까노는 계 속 그르릉그르릉 거리긴 하지만 내가 간식을 주기 때문에 참는듯했다. 나는 아기가 까노를 잡아당기거나 너무 아프 게 만지지 않게 계속 주시했다. 쓰다듬어주라고 말을 해도 아직 아기는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중간에서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까노가 훈련을 받기 시작하면서 좀 얌전해지기 시작하니 까 주변에서 까노가 너무 기죽었다고 불쌍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가장 마음 아픈 건 나라고 이야기한다. 또 가장 힘든 것도 나라고 이야기한다. 마음껏 나도 까노 를 만지고 예뻐해 주고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시간 과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다. 나는 까노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즐겁게 지 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려고 하고 있는데 까노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까노도 우리에 대한 집착과 아기를 향한 질투 를 조금 내려놓으면 훨씬 편안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쁨 받을 수 있을 텐데. 아기가 자면 까노를 마음껏 만지며 침대에 함께 누워있는 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고소한 발바닥 냄새도 맡아 보고 눈물 자국도 한 번 더 닦아주고 배도 계속 긁어준다. 쓰다듬던 손을 멈추면 더 하라고 내 손을 잡아끈다. 까노 도 내가 오늘 하루 아기에 쏟았던 관심을 보상받기라도 하 듯 착 붙어있는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나와 까 노와 아기가 셋이서 편안하게 누워 낮잠을 자는 날을 꿈꿔 본다. 글쓴이ㆍ주은희 (Instagram / happyccano)육견에서 육아까지, 목청 큰 회색푸들 까노 그리는 걸 제일 좋아하는 디자이너 CREDIT글 사진 주은희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10-30 14: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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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보다 남실, 꽃보다 윤슬
- 여행하며 만나다꽃보다 남실, 꽃보다 윤슬? ?이처럼 무더운 여름은 처음이다. 매 여름 꼭 한 번은 함께 피서를 갔지만 올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에어컨 밖은 위험해!”를 외친지 엊그제인데 어느새 바람 끝에 서늘함이 묻어난다. 초록초록했던 세상이 알록달록 색색으로 물들었다. 무더위에 고생한 댕댕이들을 데리고 꽃길을 걸었다. 가을은 짧지만, 여운은 길고 추억은 진하다. 이 가을, 봉평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다. 소설<메밀꽃 필 무렵> 속 문구 그대로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축제로 알려진 봉평 효석 문화제에서 제법 많은 댕댕이 친구들을 만났다. 팝콘처럼 앙증맞은 메밀꽃들 사이 함박웃음을 짓는 남실이. 역시 개들은 자연 속에서 가장 빛이 난다. 반려견과 여행하는 것은 분명 힘이 든다. 하지만 이 미소에 또다시 가방을 꾸린다.? SNS 세상에서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는 핑크뮬리. 막상 가서 보니 짓밟힐 대로 짓밟혀 씁쓸했다. 설상가상으로 누군가 씹다 뱉은 껌을 윤슬이가 밟아 병원까지 가야 했던 무척 속상했던 여행이다. 윤슬이는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던 모견이었다. 견생의 2/3를 케이지에서 보낸 만큼 남은 시간은 향기로 채워주고 싶다. 천일홍의 향기를 맡으며 가을을 기억하길.? 이맘때면 하늘거리는 억새에 괜스레 마음이 안절부절이다. 이 떨림은 떠나야지만 멈출 수 있는 것. 드넓은 억새밭으로 남실이와 함께 뛰어들었다. 마른 풀밭에서 신나게 뒹굴었다. 춘천 청평사 오르는 길. 계곡을 따라 단풍이 멋들어지게 흐트러졌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자꾸만 앉아서 휴식을 취하게 된다. 살랑살랑 바람도 쉬엄쉬엄 가라며 붙잡는다.? 글쓴이ㆍ박애진 (blog.naver.com/ehehdowls)여행과 반려동물, 상극인 두 가지와 사랑에 빠져 괴로운 여행 작가. 유기견 ‘남실이’를 만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기쁨을 배웠다.? CREDIT글 사진 박애진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10-30 14: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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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깍지라 부르고 사랑이라 쓴다.
- MOSAIC BROTHERS?콩깍지라 부르고 사랑이라 쓴다. 글 이미나 그림 이미란 에디터 이제원냄새는 향기가 되고 소음은 음표가 된다. 함께하면 그리된다. 사랑하면 그리된다. 낮잠 쉿! 숨죽여 카메라를 찾는다. 절대 잠을 깨워서는 안 되기에 먼지가 내려앉듯 고요히 손만 움직인다. 이 각도 저 각도 셔터를 누른다. 발그레한 배를 무방비로 꺼내 놓고 두발을 공중으로 뻗은 채, 잠에 취한 바치를 볼 때마다 반복하는 행동이다. 햇수로 5년째니, 똑같은 사진이 못해도수백 장은 될 터. 병에 가까운 증상을 가까운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그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16살 노견 ‘뚱이’와16년째 동거하는 오랜 반려인이다. 돌아오는 대답이 과연 놀라웠다. 본인은 16년째 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며, 휴대폰 용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몇 년 전부터는 아예 대용량 외장하드에 세부 폴더 ‘뚱이 자는 모습’을 만들어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고. 그에 더해, 이 병적인 중독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질 뿐 좀체 무뎌지지 않으니 나더러 휴대폰 용량 관리를 잘하라는 조언까지 덧붙여 주더라. 보고 또 보고, 이리보고 저리봐도 어쩜 이리 어여쁠까. 어제도 자고, 지금도 자고 있고, 내일도 바치는 분명 잠을 잘 텐데. 매일 새롭고 매 순간 사랑스럽다. 콩깍지란 녀석, 아마 한평생 내 눈두덩이에 덮여있을 모양새다 방귀 쿠당탕탕 퍽퍽-저녁밥을 먹던 중 거친 방귀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빠였다. “아이고 딸, 미안하다".아빠는 반사적으로 사과를 했고 우리는 더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였다. 뽀오오옹-허약하나 분명한 방귀 소리가 어디선가 또 새어 나왔다. 이번엔 바치였다.“세상에 우리 바치, 방귀껴쪄! 아이고 바치는 똥구멍이 작으니까 방귀 소리도 앙증맞네". 갓난아이 첫 뒤집기를 바라보는 부모 표정이 이러할까. 방귀가 진귀한 재롱이라도 되는 듯, 직전까지 미간을 찌푸리던 언니는 미소를 깨물며 바치를 끌어안는다. 밥상앞에서 방귀 낀 60살 아빠는 죄인이 되고, 8살 바치는 귀인이 되는 상황. 달봉이네도 콩이네도 똑같지 않을까. 코골이 가출한 적이 있다. 23살 때 일이니 어린 날의 치기는 아니요, 가정불화 때문도 아니었다. 코골이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4륜 오토바이 발통 소리와 맞닿는 언니의 거친 코골이! 각박한 서울살이에 네 방 내방 없는 원룸인지라, 밤마다 우리 자매는 나란히 누워 자야 했다. 아, 그런데 이놈의 코골이가 얼마나 고약한지 코골이 듣다간 내가 먼저 골로 가겠다 싶을 정도였다. 중요한 시험을 겨우 3주 앞둔 상황이라 숙면과 컨디션 조절이 필수였기에, 하릴없이 세간살이를 포기하고 근처 고시원으로 잠자리를 옮겨야 했다. 코골이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 코골이란 응당 무섭고 두렵고 지독한 놈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었다. 이 코골이라는 놈이 코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그 결이 다르다는 사실을, 바치를 만나고서 알게 되었다. 크아아앙 어푸푸- 전력을 다해 뛰놀던 날 밤, 바치 코가 들끓기 시작했다. 코골이가 반갑기는 난생처음이었다. 부디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휴대폰을 찾았다. 요행히 지척에 있었다. 녹음 버튼을 눌렀다. 두고두고 듣고 싶고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 터져 나오는 웃음도 틀어 막아가며 코골이를 녹음했다.코골이가 듣기 싫어 숙면하는 언니 목울대를 내려친 적있고, 제발 좀 멈추라며 곤히 자던 아빠 몸통을 옆으로 굴린 적도 있다. 그런 내가, 바치 코골이는 자장가라도 되는양 가만가만 감상하고 있더라니. 이 극성맞은 차별도 콩깍지라면 콩깍지일까. #말은_바로하자 #분양말고 #입양요즘 매일 하는 기도가 있다. 주인 변심으로 버려질 위기의 반려동물이 있다면, 부디 주인 마음을 되돌려 달라는기도. 이미 버려졌다면 제발, 더 따듯한 가정과 더 좋은 환경이 있는 곳으로 그 친구를 보내 달라는 간절함을 담은기도다. 무르익는 가을, 반려동물 ‘입양’ 소식이 풍성해지길 바라며 SNS 피드에 #말은_바로하자 #분양말고 #입양 해시태그를 꼭 달아주길!
- STORY | 2018-10-29 14: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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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를 입양하는 이에게 아무도 알려주지…
- 꽃개 네트워크개를 입양하는 이에게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가장 불편한 이것 개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 어떤 개를 데려다 키울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은 길수록 좋다. 시장 조사를 하고 관련 책을 읽고 방송을 보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갈등해서 선택하는 게 그렇지 않은 선택보다 현명할 가능성이 높다. 책임져야 할 시간의 무게 개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다. 팻숍에 들러 적당한 돈을 지불한 뒤 인형처럼 귀여운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나서는 순간 책임져야 하는 시간의 무게가 자그마치 15년이다. 꽃개 나이는 만 3세, 이제 겨우 3년을 같이 살았을 뿐인데 그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내가 20년 다닌 회사를 은퇴하면서 개를 키우기로 결심 했을 때 나 역시 후회 없는 선택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1년 가까이 시장 조사를 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경험담을 읽고 전문가가 쓴 책도 봤다. 개의 품종은 웰시코기로 일찌감치 정했다. 아내는 개를 좋아하지만 나는 개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를 키울 권리와 고를 권리를 공평하게 교환한 것이다. (아들은 개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끼어들지 않았다. 지금도 아들은 자전거에 미쳐있기 때문에 웰시코기가 아닌 래브라도나 셔틀랜드 쉽독하고 살았어야 한다고 툴툴대지 않는다) 백만 불짜리 조언 우리는 운이 좋아 아내의 지인의 지인을 통해 일반 가정견을 분양받았지만 팻숍에 들러 웰시코기를 문의할 때마다 우리는 털 때문에 파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경고를 들어야 했다. 엄살이 아니라 백만 불짜리 조언이 맞다. 웰시코기 이슈는 단연 털이다. 이중모 품종의 특성인 털 빠지는 문제만 없었어도 웰시코기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아내가 꽃개 털 빠짐에 대응하기 위해 사들인 장비만 5종 이상이다. (독일에서 생산된 7만 원 상당의 명품 빗도 있다) 이때만 해도 웰시코기는 그렇게 알려진 품종이 아니었다. 주병진의 대중소가 방송되기 전이었으니까. 매스컴을 타면서 웰시코기가 부쩍 늘었고, 유행이 끝나버린 지금은 버려지는 웰시코기가 많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꽃개랑 3년을 살아온 내가 반려견 입양을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 해줄 첫 번째 경고는 ‘털’이 아니다. 웰시코기뿐 아니라 400종에 달하는 모든 반려견 입양을 앞둔 우리나라 사람이 고민해봐야 하는 첫 번째 문제는 ‘털’도, ‘배변 활동’도, ‘헛짖음’도, ‘공격성’도 아닌 바로 이것 ― ‘출입금지’다. 반려견 문화와 ‘출입금지’ 꽃개랑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어딜 갈 때 같이 갈 수 있는 데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이동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다. 개를 데리고 살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다. 외식을 한 번 하려 해도 꽃개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하루에 5회, 배변 활동을 겸한 산책을 하기 때문에 꽃개가 집에서 혼자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따져보는 것이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멀티플렉스가 입점한 백화점에 가도 꽃개가 버틸 수 있는 최대치인 5시간 안에 돌아와야 한다. 외식이나 쇼핑 같은 소비 행위는 우리가 즐기는 거니까 양보하면 그만이라 쳐도 병원이나 친척 집 방문 등 반드시 가야 할 데가 생기면 꽤 난처하다. 가장 불편한 항목은 여행. 어디 잠깐 바람 쐬러 가려 해도 꽃개가 걸린다. 1박을 하지 않는 국내 여행은 그래도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어디든 다녀올 수 있다. 1박 이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거의 모든 숙박 시설에 개 출입은 금지니까. 해외여행은 말할 것도 없다. 비행기에 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소형견은 캐리어에 담아 발밑에 두는 것으로 동반 탑승이 가능하다. 웰시코기 같은 중형견 이상은 캐리어에 담아 화물칸에 싣는다. 보수적이면서 환경 변화에 민감한 동물의 특성상 우리 좋으라고 할 짓이 못 된다. 1시간, 2시간 거리는 그나마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10시간 이상을 굉음으로 가득 찬, 캄캄하면서 추운 곳에 갇혀있다고 생각해보라. 사람이라면 10시간 뒤 벗어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버티겠지만(여객기 일반석 이용자가 그러하듯) 개는 그런 이해 속에 갇혀있는 게 아니다. 개는 주인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공포와 좌절감 속에 10시간을 벌벌 떨다 나오는 수가 있다. 여름 휴가철 때 버려지는 개가 많다는 건 빈말이 아니다. 물론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반려견과 동반 투숙이 가능한 숙박 시설도 어딘가에는 있다. 굉장히 제한된 지역에 눈이 튀어나올 가격으로. 하와이 여행을 갈 때 우리는 꽃개를 애견 호텔에 맡겼다. 호텔에 맡긴 비용을 전해 들은 이들은 아주 그냥 돈을 길바닥에 뿌렸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이런 불편함에 지불하는 비용에 비하면 털은 정말 별거 아닐 수 있다. 수시로 빗기고 부지런히 청소하고 그래도 돌아다니는 털들은 참으면 그만이다(털은 개의 정체를 말해주는 본질적 요소 중 하나다. 내 옷에 묻어 하와이까지 쫓아온 꽃개의 털은 사랑이다). 반려견 문화와 ‘출입금지’는 애견인들에게 모순으로 다가온다. 애완이 아닌 삶의 동반자로 하자면서도 여전히 개는 함께 다니기 힘든 가족이다. 약속의 땅 하남에 있는 별땅 쇼핑몰은 그런 의미에서 애견인들에게 약속의 땅이라 할 만하다. 백화점은 여전히 출입금지이지만 나머지 쇼핑 구역에선 사람만큼 자연스럽게 돌아다닐 수 있다. 매장 입구마다 출입 가능함을 알리는 스티커가 있어 같이 들어가서 둘러보거나 캐리어에 싣고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 출입이 안 되는 매장도 있지만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꽃개는 복잡하고 거대한 쇼핑몰에서 한 사람 몫을 해냈다. 걷는 데서는 걷고 기다려야 하는 데서는 기다렸다. 짖지 않았으며 타인과의 간격을 유지해 불편을 초래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그렇게 많은 사람을 접한 것에 긴장했지만 흥분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꽃개를 보고 혐오스러워하지 않았다. 개가 이런 델 오면 어떡하느냐면서 치워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없었다. 여기서 만큼은 꽃개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그것은 생각보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CREDIT글 사진 BACON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10-29 1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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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과 고양이
- 여름밤과 고양이 올빼미 같은 내가 아직도 잠이 들지 않아도 아이들은 저마다 잠들 곳을 찾아 잠을 잔다. 그러다가 내가 일어나면 어둠속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내 동태를 살핀다. 그러면 이름을 불러본다. ‘라라야?’ 반쯤 감기던 눈이 번쩍 뜨이며 나를 쳐다본다. 귀도 쫑긋댄다. 그 모습이 재밌어서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그때 ‘네에~’ 하면서 다가오는 녀석이 있으니 바로 왈츠란 녀석이다. 라라, 왈츠, 삼바 셋 중에 가장 말이 많고 활동적이고 누구를 부르든 제일 빨리 달려오는 녀석이다. 1, 2년 전만 해도 애들이 1, 2살이었으니까 더 적극적이고 내게 먼저 애교를 부리는 일도 자주 있었는데 요즘은 피곤하고 후텁지근한 밤이면 애들 얼굴 보기가 어려워 가끔은 여기저기로 찾아다니며 숨어있는 애들 얼굴 보러 숨바꼭질을 해야 한다. 그때 드는 것이 나의 비장의 무기 두 가지이다. 깃털과 잠자리가 달린 장난감 그리고 간식. 이때부턴 인내심이 필요하다. 진짜 새와 잠자리가 된 것처럼 움직여야 한다. 한쪽 팔과 손목의 스냅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순간적인 에너지가 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힘이 꽤 드는 일이다. 얕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일과가 끝나고, 자거나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싶은 그런 시간에는 더 더욱이나 말이다. 놀이를 즐기고 제일 재밌어하는 아이는 라라다. 삼바는 엉덩이가 제일 커서 그런지 꼬시기가 쉽지 않다.짧은 놀이 시간이 끝나면 여름밤의 침묵이 찾아온다.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에어컨을 사이에 두고 냉전 아닌 냉전을 하고 있다. 너무 그리워서 밥그릇을 내 방에 가져다 놓았다.겨울이라면 따뜻한 이불에서 같이 잤겠지만 올여름, 이 더위에는 무리다. 에어컨이 있는 방에는 절대 들어오지 않으니 내가 찾아갈 수밖에. 엉덩이를 쓰다듬으면 그르릉 그르릉 소리를 내다가도 갑자기 내 손을 깨물고 돌아눕는다. 이렇게 덥지 않았을 때는 내 주변에서 몇 번을 울고 놀아주지 않으면 뒤돌아 삐치기 일쑤였다. 그것이 삐친 것이라는 건 난 뒤늦게 알았지만. 다른 집고양이들은 더워서 시원한 곳으로 찾아다닌 다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움직임이 아주 적어질 뿐 창문 아래 누워 잠을 늘어지게 잘뿐이다. 혹시 죽었나 싶어 맥이라도 짚어 보러 가야 한다. 고요한 여름밤 가끔씩 고양이들이 모여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엄청난 집중력 때문에 나도 고양이들과 같이 그곳을 쳐다본다. 얼마나 그곳에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같은 곳을 쳐다보다 구석으로 삼바와 왈츠가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드디어 나도 그 실체를 보게 된다. 검고 작은.벌레.난 짧고 작게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 놓쳤다. 그러면 난 고양이들을 쳐다본다. 고양이들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러면 벌레를 다시 찾을 수 있다. 벌레에 약을 뿌리면 고양이들은 쏜살같이 튀어 도망간다. 그리고 나는 벌레를 치운다. 이렇게 벌레를 잡으면 고양이들과 공조 수사를 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정도까진 아니고 사냥 정도겠지만.여름엔 유난히 벌레가 많다. 초파리, 나방, 거미, 돈벌레,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까지. 고양이들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약도 발라준다. 안으면 눈곱을 떼어주거나 털을 자르거나 발톱을 자르거나 해서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무슨 오해가 있는 건지 내가 일어서서 활동을 하면 나를 모두 피한다. 그리고 자기를 잡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돌아서서 물끄러미 날 쳐다본다. 그러면 나도 장난기가 발동한다. 안으려 했던 건 아니었음에도, 가서 안아서 코딱지를 파준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코딱지를 이렇게 자주 파주리라고는 생각은 못 했다. 불면증 때문에 내가 이리저리 뒤척이다 일어나서 왔다 갔다하면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눈을 감고 명상이라도 하는 듯 잠을 자고 있는 얼굴이 이리도 마음에 위안을준다. 가만히 몸에 손을 대어보면 그르릉 그르릉 그러다 배를 내어주기도 한다. 아니면 눈을 감고라도 내 쪽을 바라보고, 귀만이라도 쫑긋 움직이는 아이의 동그란 얼굴을 보면 이 여름밤의 근심도 같이 벌레를 잡아 없애듯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CREDIT글 사진 최유나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10-23 11: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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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함께 한 시간은 9년
- 내 고양이는 10살너와 함께 한 시간은 9년 작년 겨울, 아홉 살을 넘긴 내 고양이 희동은 신부전 초기 진단을 받았다. 희동의 나이가 곧 두 자릿수가 되고, 수의사들이 말하는 ‘공식적인 노묘’가 된다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불안하던 때였다. 그때부터 우리는 매일 시간대별 케어 일지를 기록하며, 아홉 달째 희동이를 지켜봐 왔다. 희동이 하루에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보조제는 다 챙겨 먹었는지, 배변 상태에 이상은 없는지 기록하는 노트다. 고백하자면 나는 희동이 아프다는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절망했고, 많은 시간을 분노하고 슬퍼하는 데 썼다. 정작 희동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로 잘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보는 내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썩였다. 예전 같으면 순도 101%의 넘치는 사랑으로 바라봤을 내 고양이의 귀여운 뒤통수가, 이제는 쓸데없이 애틋해서 틈만 나면 삐죽삐죽 눈물이 났다. 그러다 문득 마음 한구석에 희미하게 자명종이 울리듯이,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다. 내가 희동의 나이듦과 질병,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 대해 미리 극성을 떨며 슬퍼하느라 귀한 시간을 공중에 흩뿌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내 불안감이 어쩌면 희동이의 평온한 노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다. 지금껏 습관처럼 ‘고양이를 키운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희동이 내게 의지하던 순간보다는 그냥 일상적인 행복을 함께 누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더 가볍게 내 고양이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떠들며, 주변 사람들에게 고양이와 함께 살라고 권하곤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덮어 놓고 사랑한 것일 뿐 ‘키운 것’은 아니었구나 싶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의 노년기는 내가 희동을 조금 더 정확하게 사랑할 수 있는, 보듬으며 ‘키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일 거다.? 희동은 어릴 때부터 점잖고 차분한 성격의 고양이였다. 컵을 깬다든지, 물건을 망가뜨린다든지, 자잘하게 사고를 치는 일이 거의 없어서 한 번씩 ‘너도 말썽 좀 부려 봐’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의사 표현은 아주 확실해서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곤 했다. 캣닢을 꺼내 놀고 싶을 때, 원하는 간식이 있을 때, 같은 장난감이라도 놀이 방법을 달리 해줬으면 싶을 때 희동은 항상 원하는 바를 내게 전달했다. 그 섬세한 호불호가, 나만 이해할 수 있는 표현 방식들이 희동이를 ‘내 고양이’로 만들었다.? 물론 오랜 시간을 함께 살며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희동이 아프다는 걸 알고 몇 번이나 마음이 무너지면서도 소리 내어 울지 못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견고하던 행복이 흔들리는 순간에 마음껏 괴로워하지 않는 것, 그런 게 나잇값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사실 희동이 (우는 날 보고) 놀라 불안해하는 것 말고 신경 쓰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면에선 가족이나 배우자보다 더 깊은 교감을 나누는 희동이 내 슬픔을 모를 리 없으니까, 희동이를 위해서라도 내 마음이 평온하고 믿음직스러워야 한다고 다짐하며 시간이 흘렀다. 반려동물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의 밀도가 달라진다고들 한다. 지금껏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앞으로 같이 나눌 생에 대해 떠올려 보기 때문일 거다. 언젠가 한번은 일상처럼 남편에게 불안감을 털어놓으며 (희동이 없는 집 밖에서) 눈물을 훔치다, ‘희동이 어릴 때 더 많이 사랑해줬어야 하는 데 후회스럽다’ 고백한 적이 있다. 그때 남편이 나에게 ‘그때도 너는 희동이한테 끔찍했어’라고 했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으며 잔잔하게 위로가 되었다. 지금 내 고양이가 나이 들어간다고 해서, 하나둘 아픈 곳이 생긴다고 해서 여태 함께 한 시간이 다 잘못된 것은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달까. 돌이켜 보면 그냥 사랑할 수밖에, 앞을 찬찬히 내다봐도 지금보다 더 사랑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언젠가 나 몰래 빵을 훔쳐 먹던 희동이와 그 덕에 더없이 즐거웠던 오후, 좋았던 햇살까지 빈틈없이 마음에 담으며 더 열심히 사랑할 수밖에. ‘라몽 의사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필요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해야 한다.’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그러니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더 사랑해야 한다. CREDIT글 사진 박초롱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10-23 11: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