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034건) [STORY] 너를 만나 두근두근 내 인생 STORY | 2018-10-22 14:32:13 [STORY] 잠시만 안녕 STORY | 2018-10-22 14:22:13 [STORY] 나의 스위스 고양이 입양기 STORY | 2018-10-16 11:31:24 [STORY] 헤어볼 방지를 위한 캣그라스 재배 STORY | 2018-10-16 10:57:53 [STORY] 두려움을 극복한 짱가가 내게 준 커다란… STORY | 2018-10-15 14:25:50 [STORY] 리리와 나의 집 STORY | 2018-10-15 14:12:59 [STORY] 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선흘의 밤 STORY | 2018-10-10 14:49:05 너를 만나 두근두근 내 인생 BOOK SHOP너를 만나 두근두근 내 인생사회에서 만나 8, 9년 인연을 이어오다 자신들의 커피집을 열며 두근두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녀들이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비슷한 시기에 고양이 한 마리와도 새로운 인연을 쌓게 되며, 조용했던 그녀들의 인생에 커다란 일 두 가지가 한꺼번에 생겼다. 내가 책방을 열고 둥이와 인연을 쌓았던 것처럼 그녀들도 고양이와 묘연을 쌓았다. 비슷하지만 나와는 조금 다른 그녀들과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다.? 수니를 만나 두근두근 새 인생 오픈한 가게의 옆 가게는 고양이 미용실이다. 고양이 한번 보러 오라는 사장 언니의 말에 인사치레 겸 들른 미용실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다른 2마리에 비해 유독 덩치가 작았던 페르시안 고양이는 이미 두 번의 파양을 겪은 사연이 있었고, 덩치가 작아 다른 2마리에게 늘 괴롭힘의 대상이었다. 제대로 반항 한번 못해보고 미용실에서 늘 주눅이 들어 있던 그 모습이 유난히 마음에 쓰였다는 그녀들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음에도 입양이라는 큰 결심을 한다. 고양이에 대한 지식도 없고 경험도 없는데 이렇게 덜컥 입양해도 되나 싶었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잘 보살펴줄 마음이 먼저 앞섰다고 한다. 그녀들의 걱정과 다르게, 2번의 파양을 겪은 고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입양 이틀 만에 집에 잘 적응하였고, 처음부터 제집이었던 것처럼 경계도 풀었다. ‘수니’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수니와 함께 두근두근 새 인생이 시작되었다. 수니 양육에 대해서도 서로의 스타일이 달라 각자 분업하여 수니를 돌본다.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꼼꼼한 언니는 세심하게 주거 공간 곳곳을 청소하고 관리했고, 대범하고 행동파인 동생은 목욕, 발톱 정리 등 수니의 관리를 맡는다. 혼자였다면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둘이라 덜 힘들다고 한다. 그녀들은 수니를 키우면서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길고양이들도 눈에 들어온다며, 커피집을 방문하는 길고양이들도 챙기고 있다. 요즘 최대 고민은 ‘더운 날씨 탓에 매일 오던 냥이들이 오지 않는 것’이라고 하니, 수니를 입양 후 고양이 사랑이 길 위에까지 전해졌다.? ? ? 언젠가 너로 인해 먹고 자고 아프기도 하는 널 보며난 이런 생각을 했어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바라보는 널 보며난 그런 생각을 했어 아주 긴 하루 삶에 지쳐서 온통 구겨진 맘으로돌아오자마자 팽개치듯이 침대에 엎어진 내게 웬일인지 평소와는 달리 가만히 다가와온기를 주던 너 - 가을 방학 2집 <언젠가 너로 인해> 평소 즐겨듣던 노래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 노래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인터뷰 말미에 동생은 눈시울을 붉혔다. 언젠가 수니도 자신들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쉽게 흘려들었던 노래에도 감정이 묻어난 것이다. 그녀들의 인생에서 작은 고양이 하나 보태졌을 뿐인데 그녀들과 수니 사이에 끊어지질 않을 단단한 고리가 채워졌다. 먼 훗날 이별이 다가온다 해도 하늘과 땅 사이에 인연의 고리는 남아있을 것이다. 언젠가 너로 인해 그녀들은 많이 울고 마음에 커다란 구멍도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녀와 수니의 두근두근 행복한 인생을 기대한다. CREDIT글 사진 심선화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10-22 14:32:13 잠시만 안녕 잠시만 안녕?49일.. #1일, 다음 날 아침 네가 내 곁을 떠나고 나서 가장 많이 떠오른 건 어쩌면 내가 잠들락 말락 하는 그 순간 너는 내게 다녀왔을지도 모른다는 것. 평소처럼 내 옆에 누워 따뜻한 잠을 잤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 문득, 눈을 떴을 때 옆구리가 평소보다 따뜻하다고 느낀, 그 아침엔 ‘아, 어젯밤 내 품에 와 편한 잠을 잤구나...’하고 생각한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내 마음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2일, 너의 꼬소한 냄새가 그리워 내가 좋아했던 건 그 어떤 비싼 향수보다 네게서 나던 꼬소한 냄새와 체취... 네 발바닥에 숨어 살던 말랑말랑한 양 한 마리... 꼬리를 흔들 때마다 씰룩거리던 엉덩이와 해맑던 눈동자... 생각해보면,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너를 지킬 수 없었다는 자책과 부재중인 너로 인해 문득문득 내게 찾아올 허탈함...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널 찾아갔을 때 마중 나와야 할 네가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서운함... 유달리 네가 그리운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예전 사진첩을 들여다보며 ‘이런 날도 있었구나, 우리는 참 좋았구나. 행복했구나. 그리고 따뜻했구나...’ 웃어본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그곳에서 넌 잘 지내고 있겠지? 아프지도, 늙지도 않고 반짝거리는 털을 나풀거리며 친구들과 신나게 뛰놀고 있겠지... 그런데, 그게 내 곁이 아니라서 오늘은 또 서운하고 아프다. #3일, 비우지 못한 간식 봉지 다 비우지 못한 간식 봉지가 덩그러니 남아 있다. 내가 갑이었고, 넌 나의 을이었으니 어느 드라마에서처럼 촛불을 끄면 도깨비가 소환되듯 바스락 간식 봉지를 흔들면 네가 내 앞에 소환되어 웃고 있기를 바라본다. #4일, 기다리지 마 가끔 난, 무지개 다릴 건넌 네가 날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생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늘 너를 기다리게만 했는데, 그곳에서조차 날 기다린다 생각하면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건강하게 뛰놀고 있으렴. 이제부터 널 그리워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건 내 몫으로 정할 테니... #5일, 절대 잊고 싶지 않아 사람이든 동물이든 시간이 흐르면 잊히는 게 당연한 이치고 자연의 순리겠지만, 가끔은 절대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반석이가 그렇다. 내내 아픈 돌처럼 마음에 박혀 있을 아이... #6일, 네가 있어야 할 자리 네가 없는데도, 나는 배가 고프고, 가끔 TV를 보며 피식 웃기도 하며, 다른 녀석을 붙잡고 털을 깎고, 발버둥 치는 녀석은 다리 사이에 안고 손톱도 깎아주며, 흥얼흥얼 노래도 부른다... 그러다 문득, 있어야 할 자리에 네가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면 괜히 창밖을 내다보거나, 애꿎은 녀석들에게 장난을 친다. 잊으려고 애써 노력하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잠시 이생에서의 이별을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그래도 문득문득 네가 많이 그리운 이유는, 나보다 날 더 사랑해줬던 네 마음을 너무 늦게 안 건 아닐까란 자책 때문일지 모르겠다... CREDIT글 사진 이유성그림 김은진, 이민경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10-22 14:22:13 나의 스위스 고양이 입양기 스위스에 사는 고양이나의 스위스 고양이 입양기 프랑스인 남편과 나는 남편의 직장 문제로 작년 8월 스위스에 정착했다. 스위스는 참으로 조용하고 그림 같은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스위스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총 4개의 공식 언어를 쓰는 곳이다. 독일어를 쓰는 지역이 가장 넓으며 프랑스어권, 이탈리아어권, 로망슈어권 순으로 보면 된다. 또한 연방국가로서 미국의 주(state) 개념에 해당하는 칸톤마다 법, 세등 시스템이 각각 다르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칸톤 내 세 번째로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겨우 17,000명에 불과하다. 정착 후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 한가운데에 드러누워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여럿 봤다. 한국에서 온 나는 당연히 길에 사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외양도 집에서 관리를 잘 받은 모습이었다. 남편 말로는 주인이 있는 고양이들인데 낮에는 바깥에 풀어놓는 일명 ‘외출 고양이’라고 했다. 사람은 적고 자연환경은 좋으니 고양이들을 마음껏 풀어놓는 곳, 바로 스위스다. 스위스에 정착한 지 11개월, 우리도 생후 두 달 반의 아기 고양이 남매를 입양하게 되었다. 스위스에서 고양이를 입양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 등등 지인을 통한 직접 입양, 고양이 입양과 관련된 공고, 동물 보호센터에서의 입양이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보편적인 공고 알림판은 마트 입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스위스의 대형 마트 브랜드인 미그로(Migro)나 쿱(Coop) 입구에는 지역주민들이 고양이 입양 공고부터 부동산 매물까지 자유롭게 공고를 붙인다. 인터넷을 통한 입양도 매우 활발하다. 우리는 anibis.ch라는 사이트에서 갓 어미의 젖을 뗀 아기 고양이 남매 입양 공고를 발견했다. 집에서 차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위치여서 바로 고양이를 보러 갔다. 남매 고양이 중 수컷은 검은색 고양이, 암컷은 노란색 고양이였다. 우리보다 먼저 연락을 취한 사람들이 꽤 있었으나 모두 노란빛의 암컷만 입양을 원했다고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몇몇 국가에는 검은색 고양이가 불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이 있어서 검은색 고양이 입양이 어려운 편이다. 남편의 부모님도 키우던 검은색 암컷 고양이가 똑같은 검은색 새끼 고양이를 낳아 입양 보내려고 했지만 미신 때문에 아무도 원하지 않아 결국 새끼까지 집에서 키우게 되었던 적이 있다. 고양이 색깔이 뭐라고 이런 황당한 미신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검은색 아기 고양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원래 한 마리만 입양할 생각이었지만 신나게뛰어노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보니 억지로 생이별시키는것도 옳지 않아 보였다. 결국 우리는 두 마리를 함께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주인은 우리의 입양 결정에 너무나 기뻐하며 먼저 문의한 사람들을 다 제치고 우리에게 입양시키기로 했다. 남매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남편과 나는 열심히 이름을 고민했다. 검은색 아기 고양이에게는 프랑스어로 검은색을 뜻하는 노아흐(noir)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노아(Noah)’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노란색 아기고양이도 색깔에서 힌트를 얻어 ‘낑깡’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프랑스인 남편에게 한국의 된소리가 연속으로 들어가는‘낑깡’이란 이름을 발음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무리 가르쳐도 ‘킹캉’이라고 발음해서 포기했다. 대신 남편이 ‘폼폼(pompom)’이라는 깜찍한 이름을 생각해내어 노란색 아기 고양이의 이름은 ‘폼폼’이 되었다. 어미 곁을 떠나 처음 우리 집에 도착한 노아와 폼폼은 처음엔 둘 다 낯선 환경에 어색해했다.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인 노아는 조심스럽게 집안 구석구석을 탐색해보더니 금방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적응했다. 폼폼은 낯을 가리는 성격이어서 이틀간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자서 우리의 마음을 꽤나 애태웠다. 다행히 3일째부터 조금씩 밥을 먹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본인만의 영역도 만들고 남매인 노아와 신나게 놀며 잘 지내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스위스에서 프랑스인 남편과 한국인인 나, 스위스산 고양이 노아와 폼폼으로 구성된 새로운 ‘다문화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CREDIT글 사진 이지혜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10-16 11:31:24 헤어볼 방지를 위한 캣그라스 재배 CATFORMATION헤어볼 방지를 위한캣그라스 재배 01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고 죽은 털을 뭉쳐 스스로 게워낸다. 이를 헤어볼이라고 한다. 문제는 헤어볼을 자주 하는 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이다. 02 헤어볼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집사들이 캣그라스를 사 먹인다. 다양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지만 직접 재배하는 방법이 어렵지도 않고 저렴하기 때문에 추천한다. 03 필자가 소유한 씨앗은 다섯 종류였다. 귀리, 보리, 밀, 호밀, 캣닢(캣닢은 헤어볼보다는 스트레스 완화에 좋다). 다들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개인적으로 밀가루 음식을 가장 좋아하므로 밀을 키워보도록 하자. 다음 여섯 단계로 준비해보자. 04 하나, 흙을 화분에 채운다. 흙은 배양토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05 둘, 씨앗을 심는다. 씨앗이 너무 깊게 박히지 않게 하고, 지나치게 촘촘하지 않게 감으로 잘 뿌린다. 06 셋, 물을 준다. 흙이 젖을 때까지 물을 듬뿍듬뿍 주자. 이후 마르면 한 번 더 준다. 07 넷, 흙 상태를 체크하자. 초반에 그늘진 곳에 놔두고 흙이 마를 때쯤 한 번씩 물을 준다. (가장 중요한 건 녀석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08 다섯, 네 번째 단계를 반복하며 기다린다. 보통 3~4일이면 싹이 나오고, 일주일 정도면 다 자란다. 09 여섯, 진상. 이 정도면 다 자란 거다. 냥금님께 진상하자. 10 보통은 이렇게 알아서 풀을 뜯어 잡수신다. 하지만 종종 너무 어리거나, 고양이로서의 본능이 조금 약한 아이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11 보라! 이 행복한 표정을! 12 그리고...음... 13 이렇게 깔고 누워서 침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흔한지는 모르겠으나 보다 온몸으로 느끼는 고양이들도 있다. 14 그럴 경우 정성 들여 키운 캣그라스가 불과 몇 분 만에 태풍 맞은 것처럼 쓰러진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15 그래도 너희들이 좋다면, 집사의 땀 따위... CREDIT글 사진 김태헌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10-16 10:57:53 두려움을 극복한 짱가가 내게 준 커다란… 아파도 사랑해두려움을 극복한 짱가가내게 준 커다란 울림 우리 집에는 사실 짱가 이전에 가족으로 온 녀석들이 있습니다. 사고로 뒷다리 마비 판정을 받았다가 기적적으로 걷게 된 모세. 그리고 아깽이 시절 골반이 부서진 채 안락사를 기다리다 우연히 눈에 띄어 큰 수술을 하고 지금은 잘살고 있는 레아입니다. 둘은 유달리 친하고 서로를 아끼며 챙겨주는 사이랍니다. 두 녀석은 걷지 못할 거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수술 후, 스스로 걷고 뛰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기에 짱가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사람처럼 생각이 앞서 미리 걱정하고 절망하기보다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어떻게든 힘든 현실을 이겨내는 자생력을 가진 녀석들이란 걸 믿었기 때문이죠. 역시 기대에 부응하듯 짱가는 씩씩하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차츰 멋진 놈으로 변화했습니다. 네트 망을 타고 방문 꼭대기까지 올라 제 간담을 서늘케 하더니 아예 그걸 넘어 거실로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차츰 기력을 찾은 짱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활동적이고 발랄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청각과 후각이 더 발달한 듯 보였고, 집 안의 장애물들을 용케 피해 다니며 위험에 대해 스스로 대처하는 기특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 아이의 세계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었습니다. 사람처럼 복잡 미묘하지도 않고, 어떤 계산도 넣지 않는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우려했던 일이 생겼습니다. 열두 시간 반에 걸친 수업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밤 열 시 반에 들어와 집 안을 정리하고 아이들 밥을 주려고 보니 짱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더니 캣타워 꼭 대기에 겁먹은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앉아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짱가를 들어 내려놓고 캣타워 발판을 보니, 언제 올라가 얼마의 시간을 그 위에 잔뜩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건지, 발판 위 한쪽엔 응가를,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온통 소변에 젖어 축축했습니다. 짱가의 배와 가슴 쪽에도 쉬가 잔뜩 묻었고, 얼굴에는 침이 가득하였습니다. 안 보이는 눈으로도 응가를 피해 그 좁은 캣타워 꼭대기 한쪽에 앉아 있느라 얼마나 애를 쓴 건지, 불러도 대답 없는 나를 온종일 얼마나 애타게 불렀을까를 생각하니 울컥했습니다. 짱가는 내가 없으면 캣타워에 올라가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내가 있을 땐 올라갔다가도 내려오고 싶으면 나를 부르는 아이였지요. 자기 발이 닿지 않으면 아무리 낮은 곳이라도 절대로 뛰어내리거나 모험을 하지 않는 아이인데 가뜩이나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날인데 무슨 용기로 그 위를 올라간 건지, 화가 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온몸이 엉망인 짱가를 정신없이 씻겼습니다.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인데 그 날은 씻기는 내내 찍소리 한 번을 안 냈습니다. 다 씻고 수건으로 둘둘 말아 안으니 제 품에서 발발 떨었습니다. 오래오래 껴안아주고 ‘괜찮다 괜찮다’고 얘기하였습니다. 집안에 온도를 잔뜩 올리고 드라이기를 꺼내 뜨거운 바람으로 털을 말리는데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무서웠던 걸까. 그리고 얼마나 나를 원망했던 걸까... 밀려오는 자책감에 비로소 눈물이 났습니다. 그러는 동안 집안에 다른 아이들도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알았는지 나를 재촉하지도 조르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 이 모든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아이들을 위해 밥을 챙겨주었습니다. 다행히 짱가도 잘 먹어주었습니다. 오래오래 물을 마셨지요. 그리고는 동굴 같은 상자 속으로 들어가 등을 돌리고 앉았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속상함에 내가 짱가를 키울 깜냥이 안 되는 위인인데 내 욕심에 끌어안고 있는 게 아닌가란 자책이 처음으로 든 날이었습니다. 진즉에 온종일 옆에서 지켜 줄 엄마를 찾아줬더라면... 가뜩이나 추운 날 창문 옆 캣타워 꼭대기에서 오랜 시간 전전긍긍하고 불러도 대답 없는 날 원망하며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아이를 키우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란 후회가 많은 밤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짱가는 일주일 동안 캣타워를 쳐다보지도 올라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무슨 결심을 한건 지 슬슬 다시 캣타워 근처를 서성이기 시작했습니다, 짱가가 실수로라도 다시 오를까 봐 그 아픈 일이 또다시 되풀이될까 봐 나름 캣타워에 오를 모든 경로를 차단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 듯했습니다. 언제까지 못 올라가게 막을 수도 없고 짱가가 또다시 오르지 말란 법이 없으니 몇 번의 실패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익숙하게 오르내리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짱가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니, 조금이라도 발이 닿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발끝이라도 닿는 곳이면 조심스럽게 더듬더듬 올라가고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짱가를 낮은 곳부터 오르내리는 연습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집 안 어디서든 겁먹지 않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역시 짱가는 이름값을 하더군요. 처음엔 올려놓으면 두려워 내려오지 못해 칭얼대더니 조금씩 적응했습니다. 물론, 조급해하지 않고 짱가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기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제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냈습니다. 어느덧 두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하나 터득하는 짱가를 보며 저 역시 저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어쩌면 짱가보다 못한 인내심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쉽게 포기하거나 부정하고 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짱가와 함께 어느새 저도 성장하고 있었던 거지요.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가 제겐 커다란 울림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름도 없이 보호소에서 죽어갔을 아이였던 우리 짱가가 인연이라는 실을 따라 제게 왔다는 건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우연히 눈에 띈 것도, 처음엔 단순히 동정과 안쓰러움에 데리고 온 그 어리고 연약하던 녀석이 대수술을 참고 견뎌서 살아나 준 것도 기특하고 대견했습니다. 절망이란 건 애당초 없는 아이처럼 늘 씩씩한 긍정 덩어리입니다. 이 녀석은 용기가 뭔지, 매번 새로운 희망을 몸소 보여준 천사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보통의 인연을 넘어선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까요? CREDIT글 사진 이유성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10-15 14:25:50 리리와 나의 집 펫찌 X 네이버 포스트2리리와 나의 집 이사는 무서워! 고양이와 이사하기리리를 구조해 집으로 데려왔을 당시에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가족들이 작은 고양이를 환영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고,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독립하기로 결심했다. 집을 구하기 전에는 예산에 맞는 집만 있으면 이사도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을 구하러 다녀보니 다른 조건이 맞아도 고양이가 있으면 계약할 수 없다는 집주인들이 꽤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고양이가 있어도 상관없다는 집을 겨우 찾아냈다. 집도 넓은 편이고 아래층이 비어있어 리리가 새벽에 뛰어다녀도 괜찮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예민한 리리를 데리고 이사하는 것도 큰 걱정이었다.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이사를 하는 동안에는 동생에게 맡겨두었고 이사를 완료하고 정리를 웬만큼 끝낸 후에 데려왔다. 이동장 안에 평소 리리가 꾹꾹이 하던 담요를 깔고 이동장 위에도 담요를 씌웠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는 리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사 갈 집에 대해 설명해줬다. 낯선 공간을 두려워하는 고양이에게 이사란 얼마나 무서운 것일까. 리리는 이사 온 첫날밤, 벗어둔 내 잠바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고 이튿날 겨우 나와서는 또 행거 아래로 들어갔다. 억지로 나오게 하지 않고 주변에 화장실과 밥만 두고 기다려줬다. 화장실도 가고 밥도 먹었지만 여전히 멀리까지 나오지는 못했다. 3일쯤 지났을까, 퇴근하고 돌아왔더니 평소처럼 마중을 나왔고 집안 곳곳을 기웃거리며 둘러봤다. 리리를 위한 공간가족들과 살 때는 내 방에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따로 리리의 공간을 만들 수가 없었다. 화장실과 밥그릇이 거의 붙어 있는 환경에 뛰어다닐 만큼 넓지도 않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때 리리는 책장에 올라가서 책들을 다 떨어뜨리고 그 위에 자리를 잡고 자기도 했는데, 그런 기억 때문에라도 이사를 하면 제일 먼저 캣폴을 해주고 싶었다. 거실 창가에 캣폴을 설치하고 캣폴 아래에 스크래쳐를 여러 개 두어 첫 번째 리리의 공간을 만들었다. 리리는 내 마음도 모르고 거의 일주일 가까이 캣폴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잘못 산 건 아닌가 후회할 즈음에야 캣폴 위에 올라가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캣폴 위에서 편안하게 자는 리리의 모습을 보면 나의 마음도 평화로워진다.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자는 모습은 매일 봐도 지루하지 않다. 리리가 자고 있으면 세상이 조용해지고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 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큰 방에는 리리가 바깥 구경을 할 수 있도록 선반을 설치했다.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조는 리리를 상상했지만 이번에도 집사의 예상을 빗나갔다. 리리는 창밖 보는 것을 무서워해서 낮에는 구경도 하지 못하고 가끔 새벽에만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그 외에도 모든 곳이 리리의 공간이 되었다. 커튼과 침구를 스크래처로 써서 구멍이 뚫리고 패브릭 소파도 리리의 전용 놀이터 겸 스크래처가 된 지 오래다. 처음에는 리리가 물건을 망가뜨리면 혼내곤 했는데 이제는 물건들을 어떻게 쓰던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리리가 위험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만이 내 몫이다. 가족들과 살 때보다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해지니 리리도 훨씬 편안해 보인다. 집주인답게 위풍당당해졌다. 리리가 있어 소중한 일상우리는 이사한 집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새 리리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예전에도 혼자 자취한 적이 있었지만 차가운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늦게까지 집 주변을 서성이다 들어가곤 했는데 리리와 함께 있는 지금은 외출을 했다가도 귀가를 서두르게 된다. 리리와 나를 닮은 우리의 집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작은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리리에게 고맙다. 나 하나밖에 챙기지 못할 때는 모든 기준이 나에게 맞춰져 있었지만 지금은 늘 리리를 먼저 고려하게 되고 리리를 위해 좀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앞으로 몇 번의 이사를 함께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공간이든 리리와 함께라면 행복할 것 같다. 리리의 마음도 나와 같기를. CREDIT글 사진 박지은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10-15 14:12:59 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선흘의 밤 펫찌 X 네이버 포스트1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선흘의 밤 혼자여도 좋고, 함께여도 좋은 밤 제주의 한적한 중산간 마을 선흘에 깊은 밤이 찾아옵니다. 도시보다 이르게, 선흘에는 밤이 찾아옵니다.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은 밤 꿈속엔 텃밭 채소의 향이 납니다. 더 푸르게, 골골, 깊어가는 꿈속의 밤 CREDIT글 그림 김지은사진 정인성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10-10 14:49:05 너를 만나 두근두근 내 인생 잠시만 안녕 나의 스위스 고양이 입양기 헤어볼 방지를 위한 캣그라스 재배 두려움을 극복한 짱가가 내게 준 커다란… 리리와 나의 집 고양이 둘, 강아지 하나 선흘의 밤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