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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7 1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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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7 10: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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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0 10: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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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17 15: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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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고양이 사이를 잇다, 길냥손
- SHELTER사람과 고양이 사이를 잇다길냥손? 학원과 회사가 같은 건물에 있고, 바로 위에 건물주가 사는 그곳에 70여 마리의 나이든 고양이들이 몇몇 사람에 기대어 남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0년을 맞은 ‘길냥이에게 손을 내밀다’가 바로 그곳이다. 지옥에 거미줄을 내리다 2007년, 혜란 씨는 유기견을 구조해 나올 생각으로 부산의 시 동물보호소를 찾았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외면할 수 없었을 장면을 보게 되었다. 어깨를 서로 딱 붙인 채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있는 고양이들이 가득한 철장이었다. 너무 꽉 차서 몸을 돌릴 수도, 그루밍을 할 수도 없었다. 밥도 물도 없었다. 그 안에서 그 자세로 배설을 하고 울부짖다 죽어가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 죽으면 죽은 만큼 그 철장에 다시 고양이가 채워졌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돌아보지 않으면 그대로 죽어나갈 판이었다. ‘개는 구조하는 사람이 많으니, 고양이는 내가 하자’는 생각이 다였다. 후에 유한이와 락스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 둘을 시작으로, 혜란 씨는 시보호소에서 고양이를 구조하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고양이 구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관련 정보나 단체, 고양이 전문 병원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누리맘’으로 더 잘 알려진 혜란 씨가 해온 일들은 부산 지역에서는 대부분 ‘처음’으로 일어나는 일에 가까웠다. 자연히 혜란 씨가 걸어온 길은 지독한 험로였다. 혜란 씨도 병원의 수의사도 공부를 해가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치료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구조해온 아이들 중 50퍼센트 정도 살린 것 같다던 혜란 씨는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다 살렸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보호소의 유기묘를 구조하는 일, 난치병을 끈질기게 치료하는 일, 쉼터를 만드는 일, 동물권 캠페인을 여는 일, 그녀와 길냥손이 해왔던 일은 대부분 ‘처음’의 역사였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눈 길 위의 첫 발자국 관심이 생겨야지만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동물 유기나 학대 사건 역시 그런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 존재를 알고 대다수는 그 존재조차 모른다. 그리고 설혹 그 사건을 알게 된다 해도, 분노하고 슬퍼하고 개탄하다 허무한 기도나 바람만 가지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처벌되길 바라지만, 아직 한국의 제도와 공권력은 거기까지 와 있지 않음에 분해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길냥손과 혜란 씨는 달랐다. 그녀는 쉼터 앞에 고양이 두 마리를 유기한 남자가 동물보호법 8조 4항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하였으므로, 같은 법 47조 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에 근거하여 과태료 30만 원이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꼬박 3개월을 매달린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2017년에도 지속적으로 고양이를 학대한 두 명을 고발하여 벌금 200만 원의 처벌을 받도록 했다. 가해자 처벌은 결국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증거는 부족하고, 공공기관은 더디고 수동적이다. 동물을 위해 움직여주는 공권력 같은 것은 없다. 혜란 씨는 공공기관이 신경 쓰는 ‘사람’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생명”이라는 공감대는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길냥손’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인터넷 속 ‘누리맘’은 다소 날이 서고 강한 어조를 쓰는 인물이었지만, 실제 만난 혜란 씨는 차분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일까, 조금은 지친 것도 같아 보였던 그녀는 담담하게 길냥손의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입양 보낸 아이가 모두 세상을 떠나는 날이 길냥손의 마지막이겠죠.” 구조한 고양이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길냥손과 혜란 씨가 말하는 책임이었다. 우리는 많은 구조 사례를 본다. 하지만 그 후를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유기와 학대는 계속 일어나고, 구조 역시 뒤따른다. 이미 구조된 아이까지 챙기자면 시간도 마음도 좀처럼 남아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조자들이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의 사정 때문이다. 결혼·유학·출산·육아·합가·가족 반대 등,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그런 이유들. 그래도 돌아갈 쉼터가 있어 다행이라며 입양자는 고양이와 구조자 뒤로 대문을 닫고 마음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다시 한 번 버려진’ 고양이를 맞는 것은 70여 마리의 ‘버려진’ 고양이들이다. 그들은 구내염이나 허피스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청소를 하고 격리를 해도 허피스 같은 병은 쉽게 새 손님에게 옮겨간다. 병이 끈질겨서일까, 아니면 버려졌다는 아픔으로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져서일까? 이 질문의 답을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길냥손 쉼터에 있는 70여 마리의 고양이 중 절반이 이렇게 파양되어 온 아이들이다. 대개 예닐곱 살은 먹은 이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은 70여 마리 중 하나로 구내염과 허피스가 떨어졌다 다시 붙어가며 그렇게 늙어갈 것이다. 길냥손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더 이상 동물을 구조하지 않는다. 입양가지 못했거나 다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 노령묘들의 병원비라도 벌어보고자 락스룸과 이마켓이라는 수익사업도 시작했다. 고객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죠. 하지 않으면 제로니까요.”라는 대답에서 혜란 씨가 무모하게 보호소에서 고양이 구조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이끌어올 수 있었던 저력을 보았다. 길냥손 쉼터의 벽에는 먼저 떠난 친구들이 유골함 속에 잠들어 있다. 많은 고양이가 거쳐간 길냥손의 낡은 캣타워를 보며, 더 이상 아무도 파양되거나 구조되지 않고 쉼터가 텅텅 빈 미래의 어느 날,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만이 그 위에서 반짝이며 뛰노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도 버려지지 않고, 오직 추억과 햇살만이 이 쉼터에 가득한 날들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때까지 조금은 힘들겠지만 부디 그곳에서 고양이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기를, 그런 이기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 더 가까이 만나는 길냥손의 이야기 (cafe.naver.com/ran1228) CREDIT글 사진 김바다 (작가)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1-27 1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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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이 나무고양이처럼…
- 아틀리에의 고양이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이 나무고양이처럼목조각가 윤소라? 최근 몇 년간 애묘문화가 확산되면서 고양이 화가나 고양이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이는 부쩍 늘었다. 하지만 고양이 목조각을 하는 이는 왠지 만나기 어렵다. 날카로운 칼을 다루는 작업의 난이도도 있겠고, 한번 잘못 깎으면 돌이키기 힘든 재료의 특성 탓도 있을 것이다. 목조각가 윤소라의 나무고양이 작품이 반가운 것도 그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스튜디오앤캣은 목조각가 윤소라의 작업실이자 체험공방이다. 처음엔 빨강머리 앤(anne)처럼 여자 이름과 고양이를 결합한 명칭인가 했더니 ‘앤드(and)’의 앤이란다. 평소 목각뿐 아니라 가죽공예와 도예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할 때면 늘 고양이 형상이 빠지지 않아 작업실 이름도 ‘앤캣’으로 정했다. 집에서 감자와 참치,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공방은 원래 치킨집이 있었던 곳이라 길고양이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마음 편히 숨어서 밥 먹으라고 자투리 나무로 급식소도 만들어줬다. “원래는 건축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워낙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결혼 후에 그만두고 디자인 일을 하기도 하고, 파트타임 일도 했어요. 그러면서 집에서 취미로 목가구도 만들고 재봉틀로 소품도 만들었는데, 고양이를 키우게 되니까 나무로도 고양이를 만들어보고 싶은 거예요. 집 근처에 황룡산이 있어서 버려진 나뭇가지를 주워 와서 무작정 깎기 시작했죠.” 버려진 나무로 고양이 조각을 만드는 일에는 목가구를 만들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목가구를 만들 때는 재료를 서로 맞물릴 때 1mm의 오차도 없어야 했다. 비뚤어지거나 틈새가 생기면 하자 있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조금도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창조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그건 마치 답이 정해진 인생을 사는 것처럼 갑갑했다. 하지만 고양이 목조각은 달랐다. 쓸모없이 굴러다니던 나무토막을 원하는 형태로 깎아 생명을 불어넣을 때의 마음도 뿌듯했고 ‘내가 깎는 만큼, 거기까지가 답이다’라는 유연한 생각도 좋았다. “나무로 스푼을 만들 때도, 고양이 조각을 할 때도 정해진 답이 없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처음엔 공방까지 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나무 깎는 먼지가 많이 나고 고양이가 발에 상처를 입기도 해서 공방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7년 3월경부터 본격적으로 공방을 시작했고, 요즘은 일주일에 이틀씩 일반인 대상 강좌를 연다. 수강생들이 나무를 깎아 소품을 만드는 동안 그는 자투리 나무를 집어 들고 슬렁슬렁 깎기 시작한다. 수업 전에는 대략 스케치만 해놓고 수업 중에 틈틈이 깎다 보면 서너 시간 뒤에 손바닥만 한 작은 고양이 조각이 완성된다. 그렇게 공방에 조그마한 고양이 형상의 작품들이 늘어갔다. 나무의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고양이의 특징을 그대로 담은 생활소품은 꾸준히 사랑받는 스튜디오앤캣의 대표 작품이다. 식빵 굽는 고양이가 손잡이에 의뭉스럽게 앉아 있는 볶음주걱, 고양이 발 모양의 냥발 집게, 뚱뚱보 냥이처럼 불룩한 배를 지닌 접시까지 나무로 만든 소품들은 하나쯤 집 안에 두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실용적인 주방도구를 만들 때도 고양이가 주는 느낌을 생각하며 만들어요. 냥발 집게가 그런 경우인데요. 고양이는 공손한 면이 없잖아요, 도도하고…. 그런 고양이가 공손하게 앞발을 모아 과자를 집어주는 모습을 생각하는 거죠. 밥주걱도 ‘고양이가 앞발로 떠주는 밥은 느낌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면서 깎은 거예요. 주방도구를 무심코 걸어두었을 때도 고양이가 내게 오는 것처럼 보이게, 그냥 놔둬도 전시 같은 느낌이 드는 형태로 만들었죠.” 어떤 물건을 볼 때 동그란 눈이 두 개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때면, 자기도 모르게 ‘저 모양을 고양이랑 결합해서 만들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다. 고양이 모양을 한 무전력 우드스피커도 그렇게 탄생했다. 공방에는 칼이나 톱 같은 위험한 도구들이 많고, 나무를 자르고 깎을 때 나는 먼지도 많아 집에 있는 고양이를 데려오진 못한다. 대신 두 마리 고양이를 꼭 닮은 조각을 만들어 작업실에 뒀다. 터줏대감처럼 듬직하게 앉아 책 읽는 흰 고양이가 첫째 감자다. 남편이 감 씨여서 ‘감 씨네 집 아들’이란 뜻으로 이름을 지어줬단다. 물론 둘째 참치를 꼭 닮은 조각도 있다. 고등어 무늬를 한 참치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 작고 어려서 멸치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 참치만큼 커다래지라고 큰아이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현재 감자는 세 살, 참치는 두 살. 한 살 어린 동생인데도 싸우면 참치가 이기고 감자가 진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처음에 둘을 합사할 때 참치는 아무렇지 않게 제 집처럼 돌아다녔는데 감자가 오히려 참치를 경계하더라고요. 털을 바짝 세워 으릉거리고 일주일을 하악거렸어요. 지금도 서로 좋아하진 않아요. 가끔 우다다나 같이 하는 정도죠.” 둘 중에 누가 작품에 더 많은 영감을 주는지 물었더니 감자란다. “아무래도 첫 고양이이기도 하고요. 자는 모습이나 앉아 있는 모습, 나를 쳐다보는 눈빛 등에 사랑스러운 포인트가 있어요. 제가 앉기만 하면 옆에 붙어 누워요. 제 책이나 지갑을 베고 자기도 하고요.”윤소라는 요즘 고양이가 책을 베고 있는 일명 ‘책고양이’를 즐겨 만든다. 고양이를 보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인데, 책을 볼 때도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란다. 작가는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유유자적하는 고양이들처럼 한 박자 쉬어가길 권한다. 작가 자신이 버려진 나무로 고양이를 만들며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듯, 공방을 찾은 사람들도 나무고양이가 선물한 평안을 얻길 바라면서. 윤소라씨와 반려묘 감자(위) 참치(아래) CREDIT글 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7 10: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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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줄 사람이 있단다, 어딘가엔 반…
- 견생 2막사랑해 줄 사람이 있단다소망이와 로비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소망이 지은 씨는 동물 보호와 관련한 석사 논문을 준비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라는 구조 단체를 알게 됐다. 봉사활동을 자처한 지은 씨는 비위가 약해 방문 후 3일 동안은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첫 봉사 때 눈에 들어온 비글들을 앓으면서 그리워했다. 주인의 학대로 배변 장애가 생긴 봄이, 세 번이나 파양당한 하늘이, 운동장에서 나오고 싶은지 문 밑에 구멍을 파며 탈출을 꾀하는 벤자민, 그리고 작은 체구에도 이름을 부르면 강아지들 틈으로 얼굴을 꺼내는 소망이. 모두 동물 실험과 유기, 학대를 운명처럼 감내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을 입양할까 고민했지만 되뇌일수록 이들 삶의 무게는 버겁게 다가왔다. 이미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인 이들에게 더 이상 상처를 더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인연이란 전선은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울리고, 그 거센 마음의 파동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두 번째 만남 때 지은 씨는 모견과 친구들을 입양 가정에 떠나보내고 덩그러니 운동장에 누워 있던 소망이를 품기로 작심했다. 소망이는 동물병원 앞에 묶여져 있던 모견 구름이의 곁을 끝까지 지킨 유일한 자견이었다. 구조된 소망이에겐 시각장애가 발견됐다. 단체의 직원과 회원들이 소망이의 눈을 세심히 관리해주었지만 수의사의 진단을 뒤집을 순 없었다. 그러나 강아지는 시각 이외의 감각도 능히 활용하는 동물이다. 한 회원이 2016년 겨울부터 소망이를 임시보호하며 가정에서 생활하는 법을 가르쳤고, 이젠 밝은 곳에서는 장애물을 피하고 공간의 구조를 기억해 벽에 잘 부딪히지 않는다. 기적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근사한 드라마라면 이쯤에서 소망이의 시력이 회복되어야 하지만 소망이는 여전히 빛의 세기 정도만 감지할 뿐이다. 장애를 다룬 드라마가 장애 극복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장애의 현실은 오직 보호자의 인내로 가득하다. 걷지 못하는 로비 2017년 여름. 모견과 자견 2마리가 창원시 진해 보호소에 입소했다. 그 중 자견은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태로 엉덩이와 뒷다리가 바닥에 끌려 상처가 나 있던 1kg대의 작은 강아지였다. 보호소 동물들의 입양 공고가 올라오는 어플리케이션 ‘포인핸드’를 통해 이 강아지의 사연을 알게 된 지은 씨는 이미 소망이와 함께 살며 장애견에 대한 세상의 차별을 절실히 실감하던 중이었다. 이 아이가 입양될 확률은 아득히 낮았다. 그 확률은 이들이 장애 때문에 당연히 가족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편견으로 인해 더욱 내려간다. 장애견을 키우며 남모를 고충이 있긴 했지만, 한편으론 생각보다 힘들지 않음을 깨달은 지은 씨는 그 편협한 생각에 도전하고 싶었다. 사람들 발에 치이고 눈초리를 맞아가며 살아왔을 그 작은 강아지에게도 너를 사랑해 줄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강아지는 로비라는 이름으로 지은 씨에게 구조됐다. 보호소의 강아지를 임시 보호하기 위해 데리고 온 것을 구조라고 표현해도 될까? 지당하다. 짧은 공고 기간이 끝나면 강아지는 가차 없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로비는 내원해 복합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선천적인 것이 아니란다. 로비가 구조되었을 때가 생후 2개월쯤이었는데 그보다 앞서 엉덩이뼈가 골절되었고 이 상태로 오래 방치되어 뼈가 멋대로 붙어버린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경에 손상이 가 우측 뒷다리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다. 아직 어리기에 엑스레이 촬영만 이뤄졌는데 그것만으로 벌써 다리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진단이 내려졌다. 지은 씨는 접종이 끝나고 로비에게 마취가 가능한 시기가 오면 MRI로 구체적인 상태를 파악해 볼 예정이다. 로비는 배변 장애도 있다. 배변을 조절할 수 없어 하루에 두세 번은 방광을 마사지하고 식후 서너 시간 후엔 항문을 짜줘야 하며 실내에서 기저귀는 필수다. 지은 씨가 죽음 직전의 로비를 구조해 진료를 받고 기저귀 사이로 흘러내린 용변을 닦는 동안 그의 옆을 묵묵히 지키던 존재가 있었다. 보이진 않지만 소리로, 냄새로, 촉감으로 동생의 존재를 느끼는 아이, 소망이다. 음표들이 화음을 찾아가듯이 우리는 뉴스를 통해 장애견들이 운명처럼 만나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접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굳이 구체적인 사연을 들지 않아도 소망이가 남자 사람과 낯선 개를 싫어하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산책은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늦은 저녁이나 이른 새벽에만 한다. 태어난 후 줄곧 보호소에서 지내던 소망이에게 모든 장소와 존재들은 여전히 생경하며, 보이지 않기에 두려움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 작고 어린 강아지인 로비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은 씨는 소망이와 로비의 첫 만남부터 세심히 신경 썼다. 소망이가 갑자기 나타난 강아지에게 놀라지 않도록 로비를 데리러 보호소에 갈 때부터 소망이와 동행했다. 로비를 이동장에 넣고 옮겼음에도 소망이는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차안에서 짖어대기 바빴다. 집에 도착하고 1주일은 펜스로 격리해 서로의 존재를 은근히 인지시킨 후에야 같은 공간에 둘 수 있었다. 격리되었던 그 시간은 이들에게 중요했다. 소망이에겐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시간이, 로비에겐 낯선 공간을 파악할 시간이 다른 강아지들보다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로비는 수컷, 소망이는 중성화된 암컷인데 둘이 노는 모습을 본 가족들은 녀석들이 결혼하는 것 아니나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다. 아웅다웅하는 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면 잘 보이지도, 걷지도 못하면서 카페트 위에서 힘차게 뒹굴며 장난을 치고 있다. 소망이는 집에선 이상하리만치 평온하다. 초반엔 자극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이제는 해가 뜨면 햇볕이 내리쬐는 곳을 찾아가 한가롭게 낮잠을 즐긴다. 오히려 예민한 건 로비다. 로비는 아직 하울링을 하고 낯선 이들을 경계하는데, 우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건 천하태평한 소망이의 영향일 것이다. 로비가 휠체어에 올라타면 소망이와 산책을 나설 수 있다. 길 위에서 낯선 존재의 기척이 느껴지면 둘은 화음을 넣듯 함께 짖는다. 그래도 비글이라고 목청이 우렁찬 소망이와 사람 아기가 옹알이하듯 앙앙거리는 로비가 같이 짖을 때면 지은 씨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 마치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주변을 경계하는 소망이와 로비. 혹시 사나운 맹수라도 나타난다면 재빨리 합체해 도망갈지도 모른다. 로비가 눈이 되고 소망이가 다리가 되어서. 그저 한 마리의 강아지 로비는 지금 임시보호 중이다. 지은 씨는 로비에게 더 따뜻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찾아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에 문의해 메인 화면에 입양 공고를 올리기도 하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서 로비의 소식을 알리고 있지만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많아도 실제 입양 문의는 들어오지 않았다. “장애견에 대한 편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입양이 난항을 겪는 이유를 묻자 지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어린 강아지이므로 최소 10년 이상은 매일 마사지해 주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로비는 사람이 없으면 두려워하는 분리불안 증세도 있다. “눈에서 사람이 사라지면 하울링하고, 곁에 있던 사람이 나가려고 하면 간식도 내팽개치고 따라오려고 버둥거려요. 자다가 이불이라도 뒤척거리면 눈을 번쩍 뜨고 쳐다봅니다.” 로비는 마치 영원히 크지 않는 갓난아이 같다. 그럼에도 지은 씨가 로비의 입양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로비, 그 자체예요. 강아지가 주는 사랑스러움과 감동, 교감의 기쁨을 아는 분들이라면 로비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다른 강아지들과 다를 것 하나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거든요.” 냉정히 말해보자. 이 정도로 사람들에게 설득이 될까? 로비의 입양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지은 씨는 말을 이어 그 의문에 답했다. “우리 학교 다닐 때 팔에 깁스를 하거나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대신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고 식사를 도와주기도 하잖아요.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한 친구와 함께 지내며 도와줘야 할 것, 챙겨줘야 하는 것이 조금 더 생긴, 딱 그 뿐입니다.” 장애는 강아지와의 삶의 작은 일면일 뿐이라는 지은 씨는 장애견과 지내는 삶은 어떠냐고 묻는 물음에 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만큼 확신을 주는 답변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별 거 아니라는. 로비의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입양문의 010-3758-7328 / 카카오톡 sens2eun? CREDIT에디터 김기웅 자료협조 최지은?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1-21 10: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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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도 햇살과 놀 수 있도록, 고양이…
- LIVING WITH CATS겨울에도 햇살과 놀 수 있도록고양이 맞춤형 하우스 원룸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며 많이 미안했다는 송희 씨. 그녀는 신혼집을 꾸리면서 가장 먼저 고양이를 떠올렸다. 넓은 집에서 신나게 뛰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어쩔 수 없는 고양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상향에 가까운 집을 꾸리면서 고양이도 한 마리 늘어 금동이, 꼬동이, 흰동이, 깜동이 도합 넷이 됐다. 이 집에서 고양이들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펫도어부터 베란다까지, 냥이들을 위한 마음이 묻어나는 고양이 맞춤형 하우스. 어쩌다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더라 송희 씨의 집은 겨울에도 해사함이 머무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송희 씨 부부와 네 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을 음료로 비유하자면 마시멜로우를 띄운 진한 핫 초콜릿일 것이다. 추운 겨울 몸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것. 달콤한 것. 고양이와 함께하면 더욱 좋은 것. 파스텔과 밝은 원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곳에서 네 마리의 고양이는 언제나처럼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을 고를 때 본인보다 고양이의 취향을 먼저 존중한 송희 씨. 어쩌다 집사가 되었냐고 물었다. 어릴 적부터 늘 고양이와 살아왔을 것 같았는데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송희 씨는 어른이 되도록 동물을 키울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아버지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로 살고 계시지만, 동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런데 4년 전, 아버지가 길에서 주워온 캣초딩 금동이를 보고 송희 씨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작고 초라한 이 고양이를 내가 데려가야겠다, 하는 모성본능이 눈을 뜬 것이다. 그렇게 첫째 금동이를 입양하고 그 후로 매년 유기묘가 한 마리씩 굴러들어와 도합 네 마리가 되었다. 묘연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셋째를 입양할 때까지는 원룸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다. 3년 넘게 좁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송희 씨는 수없이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꼭 넓은 집에서 신나게 뛰어놀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서울에서의 10년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대구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기뻤던 일은 고양이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관점으로 집 꾸미기 신축아파트보다 아이들이 원 없이 뛰어 놀 공간이 필요했다. 넉넉한 평수로, 지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를 골랐다. 대신 집의 거의 모든 곳을 리모델링해야 했다. 평생 살 생각을 하고 이곳저곳 시간과 품을 들여 고쳐나갔다. 송희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햇빛과 우다다.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였다. 따뜻한 햇살이 하루 종일 들어오는 남향집은 고양이들의 골골송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남은 것은 우다다를 할 수 있는 공간 활용이었다. 우연의 일치로 네 마리 모두 남자 아이들에, 다묘가정이다 보니 우다다와 레슬링이 끊이지 않는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내달리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최대한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야 했다. 실과 비닐도 어느 틈에 주워 먹고 전선도 씹어놓는 사고뭉치 녀석들이다. 송희 씨는 꼭 필요한 가구와 소품을 제외하고는 잡다한 물건을 모두 수납한다. 전선줄 역시 보이지 않게 숨겨두었다. 대신 고양이들을 위한 스크래쳐는 곳곳에 배치해두었다. 깔끔함을 사랑하는 송희 씨지만 스크래쳐는 예외다. 스크래쳐를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는 없으니까. 사소해 보이지만 애정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하얗고 노랗고 까만, 내 고양이들을 위해서 네 마리의 고양이는 털 색도, 무늬도 제각각이다. 올망졸망 모여 있을 땐 색색의 모자이크를 떠올리게 한다. 가족이 된 사연도 모자이크 같았다. 금동이가 하루의 절반을 혼자 지내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송희 씨는 둘째 꼬동이를 입양하게 된다. 아기 꼬동이는 울고불고 송희 씨를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예상 외로 첫째는 유순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죽고 못 사는 형제가 되면서 집안에 흐르는 웃음도 두 배가 되었다. 알콩 달콩 두 녀석과 1년 이상을 살았고, 다시 유기묘 흰동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셋째는 3주쯤 걸렸다. 그리고 넷째는, 아직도 가족이 되는 과정에 있다. 성묘가 되고 난 이후 데려와서일까. 넓은 집을 활주하며 싸우는 꼬동이와 깜동이를 보면 심란하다. 그렇다고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이던 깜동이를 모른 척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것이다. 송희 씨는 오늘도 생각한다. 셋이 아니라 넷이라서 다행이라고. 겨울이 오면 길고양이, 유기묘 출신의 네 고양이들은 유달리 온기를 좋아한다. 한여름에도 베란다의 햇살을 만끽하며 일광욕을 하고 에어컨을 반기지 않던 녀석들이었다. 바깥 겨울의 혹독함을 알고 있어서일까. 송희 씨는 겨울이 오면 빙그레 미소 짓는 일이 잦다. 침대로, 쿠션으로 모여들어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매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집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입동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다. 더운 계절에 넣어두었던 고양이들을 위한 쿠션과 러그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러그를 깔아두면 청소나 빨래에 더욱 신경 써야 하지만 괜찮다. 겨울의 고양이들은 러그 위에서 한참을 뒹굴며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캣그라스도 심어두었다. 겨울이 되면 활동량이 둔해지는 아이들의 소화를 위해서다. 송희 씨가 일주일 동안 정성들여 키운 캣그라스를 내왔다. 흰동이부터 차례로 맛을 보더니 고양이들은 5분도 안되어 쑥대밭을 만들고 유유히 떠났다. 고양이에 집을 맞춘 것도 모자라서 지금 송희 씨는 고양이 옷을 만들고 있다. 취미로 접한 일이 업이 되었다. 고양이는 그녀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상냥한 일인지. 진한 핫 초콜릿을 한 모금 넘길 때처럼, 기분 좋은 만족감이 목을 간질였다. ? CREDIT?에디터 이은혜 사진 김송희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1 10: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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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 묘령화 가족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남편과 굴러들어온 둘째 고양이 순돌이와 가족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본격 고양이 위주의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팔불출 집사임에도 사진 속 남의 집 고양이들이 하나 같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순돌이가 외로울지 모른다는 것을 핑계 삼아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와 나의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큰 걸림돌이었고, 무엇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섣불리 결정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남의 집 고양이들 사진을 보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둘째에 대한 미련은 접어야 했다. 이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의 고양이 꽃비도 가족이 되었다. 주말부부로 지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꽃비는 부모님과 순돌이가 있는 본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결혼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토록 바라던 둘째, 순돌이의 동생이 생긴 것이다. 에너지 넘치는 꽃비와 동생이 생겨 신이 난 순돌이는 새벽이면 우다다 신공을 펼쳤고, 한동안 사람 가족은 잠을 설쳐야 했다. 순돌이와 다르게 꽃비는 집안 가구를 긁기도 하고 말썽이 많았다. 그리고 사료 챙기기, 화장실 청소, 빗질이나 동물병원 데려가기 등 집사 업무도 두 배가 되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나보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이 힘드실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얼마 전 주말 이틀 동안 엄마가 신혼집이 있는 우포에 다녀가셨다. 일요일 오후 돌아왔을 때, 문을 열기도 전에 꽃비가 쏜살같이 달려 나와 반겨주었다. 순돌이는 한참을 데면데면 굴다가 그날 밤 뒤늦게 엄마 얼굴에 제 얼굴을 비비고 꼬리를 떨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걸로 모자랐는지 순돌이는 다음날에도 엄마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한참을 꾹꾹이를 했다. 전에 없던 순돌이의 애교에는 반가움과 안도의 마음이 담겼으리라. 그렇게 시차를 두고 성격 다른 두 녀석의 애교가 이어졌고, 덕분에 엄마는 긴 시간 행복해하셨다. 꽃비가 오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두 녀석의 우다다도 잠잠해졌고, 처음과 달리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지내는 듯 보였다. 그런데 며칠 전 구내염이 재발해 병원에 다녀온 꽃비를 이동장에서 꺼내자, 순돌이가 다가와 꽃비 머리를 다정하게 핥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날 밤 순돌이는 좋아하는 박스에 꽃비가 먼저 들어가는 것도 허락해 주었다. 집사의 눈에는 순돌이가 동생 꽃비에게 양보해준 것처럼 보였다. 무심한듯 지내지만 녀석들도 서로에게 의지했던 것이다. 꽃비가 오고 둘이 되어 분명 힘든 점이 있지만 부모님과 나, 그리고 첫째 고양이 순돌이 모두 받는 기쁨 역시 더 커졌음이 분명하다. CREDIT글 사진 정서윤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0 10: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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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 아빠는 육묘 중6화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그 존재감만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는 무언가가 있다. 한겨울에도 집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며, 평온과 안도의 공기가 방마다 항상 가득하게 만든다. 신비주의 8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을 오냐와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신비롭고 특별하다. 심장 근육을 진동시키는 갸르릉 소리,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꼬리, 뻔해 보이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가도 가끔은 예측불가능한 발걸음, 코까지 골며 세상 모르게 자는 모습, 만져 달라며 벌러덩 배를 드러내 놓고는 만져주면 손을 확 물어버리는 장난기, 캐러멜과 초콜릿을 녹여 붓으로 색칠한 듯한 줄무늬, 집에 찾아온 손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첫눈에 알아보는 능력, 한 번 본 사람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기억하는 명석함, 자신의 이름 ‘오냐'를 알아듣고 꼬박꼬박 하는 말대답,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기고 우리만 집에 오면 현관문과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제인이와 해일이는 어디 있어요?”라는 듯 격양되게 우는 소리, 불편함을 무릅쓰고 굳이 우리의 배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모습, 우리들이 아플 때마다 곁에 와서 간호하는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오냐와의 생활이 벌써 8년이 됐음에도 매번 신비롭고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이 설렘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이자 복이 아닐까 싶다. 평화주의 오냐는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낸다.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평화롭고 느긋하다. 기껏 한다는 수고는 잠자는 장소를 물색하고 선택하는 것이고, 가장 편하게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곳들을 그때그때 내키는 곳으로 정한다. 그 장소가 마음에 쏙 들면 일주일 내내 그곳에서만 자기도 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옮겨가며 자기도 한다. 그곳은 침대 모서리일 수도 있고, 종이상자 안일 수도 있고, 가지런히 포개어 놓은 옷가지 위나 제인이의 어깨 옆일 수도 있다. 그렇게 세상 편하게 자고 있으면, 오냐 자신뿐만 아니라 그 배경과 공기마저 차분해진다. 심란한 일이 있다가도 오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하다. 우리의 어떤 불안정한 마음을 빗자루로 쓸어내며 “안심, 안심"하고 말하는 것 같다. 오냐라서 다행이다 우리 집에 고양이 오냐가 있다는 존재감은 평소엔 잘 의식되지 않는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므로.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했던 제인이와 해일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엄마아빠의 존재가 당연한 이치이자 환경인 것처럼 오냐의 존재 역시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8년전 그날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으러가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주인 아저씨의 입양 제의에 손을 번쩍 들지 않았다면, 우리 삶에 오냐는커녕 고양이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이끌림이 그날 나를 그 중국집으로 가게끔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만난 존재가 다름 아닌 고양이라서, 그 고양이가 오냐라서 새삼스레 다행이라 느낀다. CREDIT글 사진 우지욱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0 10: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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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살기 좋은 가을
- PICK UP마사유키 오키의 인스타 네코고양이가 살기 좋은 가을 한국에 비해 따뜻한 일본의 고양이들은 아직 거리 위에서 여유롭다. 일본 길고양이 사진작가 마사유키 오키의 SNS에서 10월 한 달간 흥한 사진들을 모아봤다. | 절친 고양이 두 마리는 지붕 위에서도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었네요. 머리를 써서 몸을 식혀 봅니다. | "이제 뭘 할까?" 기분 좋게 늘어지는 한량이군요. | 언제나 함께 있는 블랙, 치즈냥이. 잠깐 경계하더니 금세 자유로운 표정을 보여줍니다. | 기지개 하는 거 처음 보냥? 스트레칭 중에도 정색을 잃지 않는 도도함. | 애교 부리는 방법은 날 때부터 마스터했죠. |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길을 막은 고양이 아저씨, 어떻게 깨워야 좋을까요?? CREDIT 글 사진 마사유키 오키 (instagram @okirakuoki)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17 15: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