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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7-01 12: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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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7-01 12: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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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7-01 12: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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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7-01 12: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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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소심
-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스튜디오 소심 ‘고양이 한 마리는 또 한 마리를 부른다’는 어느 명언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를 찾게 된다. 쫑긋한 두 귀와 비슷한 모양이라도 발견하면, 혹시 고양이 소품은 아닌지 가슴이 두근두근. 책상에서도, 창가에서도, 옷깃에서도 이 아름다운 생명체들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튜디오 소심에서 정신이 혼미해질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의 앙증맞은 모습에 한 번, 그 속에 담겨 있는 따듯한 마음씨에 또 한 번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테니까.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정현주(blog.naver.com/sosim503) 우연히 운명처럼고양이 인형부터 고양이 얼굴 펜던트가 장식된 팔찌,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머그컵까지. 스튜디오 소심은 온통 고양이들로 가득 차 있다. 애묘인이라면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은 당연하고, 고양이에게 무관심했던 사람이라도 ‘귀엽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스튜디오 소심의 작가 정현주 씨가 고양이 작업을 시작한 건 2012년부터라고.“14년 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도예, 그중에서도 인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캐스팅 기법을 배웠어요. 사실 맨 처음 만든 건 컵케이크였는데요. 삼청동 아트마켓에 들고나가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없더라고요. 궁리를 하다가 우연히 고양이 인형을 만들어 봤는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습니다.”현주 씨의 첫 고양이 인형 ‘마징가 귀를 한 고양이’는 반려묘 ‘양말이’의 모습을 본딴 작품이었다. 귀를 납작하게 뒤로 젖힌 모습이 귀여워서 만들었다는데, 인형에 깃든 애정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본 게 아니었을까. 그 후 현주 씨는 고양이 브로치를 비롯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계속 고양이 아이템을 내놓게 됐다. 마음씨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함스튜디오 소심의 인형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느긋해 보이는 표정, 동글동글한 몸의 선, 편안한 듯한 자세 등이 정감 가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현주 씨와 8년 동안 함께한 양말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빌 ‘나는 고양이’에 담긴 사연을 듣다 보면 그 낯설지 않은 기분의 근원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모빌 같은 경우에는 양말이가 높은 곳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는데요. 사실 저희 양말이 배가 좀 처진 편이거든요(웃음). 그래서 모빌의 고양이도 뱃살이 아래로 둥그렇게 처져 보이도록 작업했어요. 거기에 구름을 달아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표현한 거죠.”양말이에 이어 최근 새로운 모델묘가 영입되었는데, 바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정이’다. 당시 정이는 한쪽 다리엔 붕대가 감겨 있었고 꼬리는 썩어 들어가는 상태였다고. 이틀 후면 안락사 된다는 말에 곧바로 입양을 결심했다. 정이는 결국 한쪽 다리를 잃고 말았지만 누구보다 성격 좋고 애교 많은 반려묘이다. 양말이 역시 유기묘 출신이라고 하니, 스튜디오 소심의 작품들이 유난히 따듯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커져 가는 꿈이 있는 곳그동안 집에서 작업하던 현주 씨는 얼마 전 외부에 공방을 마련했다. 서울 성북구의 정릉시장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아담한 크기와 정적인 분위기 덕분인지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주로 홍대 프리마켓에서 작품을 판매하는데요. 경쟁이 센 편이라 2주에 한 번밖에 참가를 못 해요. 겨울엔 휴장하는 등 날씨에 좌지우지되는 부분도 많죠. 아쉬운 마음에 숍 겸 스튜디오를 내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반려인을 위한 수업을 진행할 계획도 있어요. 제가 만들어 놓은 인형에 각자가 키우는 고양이 무늬를 그려서, 자기만의 반려묘 인형을 완성하는 식으로요.”작업실이 따로 없는 작가들과 돌아가면서 핸드메이드 수업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다는 현주 씨. 잘되면 더 넓은 곳으로 옮겨 공동체식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스튜디오 소심은 이름처럼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앞으로 크게 자라날 꿈과 희망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지금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해 보고 싶어요. 사람과 고양이·강아지가 함께 있는 핸드빌딩 인형, 양모로 만든 인형 등 준비 중인 게 많아요. 그리고 앞으로 고양이뿐만 아니라 북극곰이나 나무늘보 등 다른 동물들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재밌는 작품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STORY | 2015-07-01 12: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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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랍을 타고 찾아온 사랑, 고양이 조수…
- 묘생2막서랍을 타고 찾아온 사랑고양이 조수 ‘서라비’ “미야옹….”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유난히 추웠던 작년 설날. 새끼 고양이는 낡은 서랍장 속에 버려졌다. 가족과 함께여야 할 날에 가족을 잃은 가혹한 운명이었다. 고양이는 추위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끊임없이 소리쳤다. 어디선가 자신을 기다릴 또 다른 가족을 위해. 그리고 씩씩하게 살아낼 묘생 2막을 위해서였다. 첫눈에 반하다반려동물 상담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권보민 씨. 그녀는 총 세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다. 첫째 고양이 랑이와 둘째 탕이, 그리고 겨우 한 살 반이 된 셋째 서라비다. 발랄한 매력으로 특히 눈에 띄는 고양이 서라비는 그 이름만큼이나 각별한 첫 만남의 주인공이었다.“작년 설날 연휴 즈음, 고양이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어요. 아기 고양이가 수건에 감겨 서랍장 안에 버려져 있었다는 글이었지요. 당시 가까운 곳에 계셨던 회원분이 구조하셨고 입양공고를 올리셨어요. 그게 라비와의 첫 만남이었죠.”그녀는 공고에 올라온 고양이에게 홀딱 반해 그날로 입양을 결심했다. 상처가 있을 새끼 고양이를 향한 조심스러움으로 무려 두 시간 동안 신청서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지만, 결국 감격스러운 묘연을 맺었다.그녀에게 온 노란빛의 개구쟁이는 ‘서라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한겨울 서랍장 안에서 발견된 고양이 서라비. 배 쪽에 조그만 탈장이 있었고 그게 유기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보민 씨는 추측했다. 당시 수건에 돌돌 말려 있던 기억 때문인지, 1년 넘게 지난 지금도 수건만 보면 신경질적으로 물어뜯는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라비는 유기된 고양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로 밝고 씩씩했다. 복덩어리 고양이보민 씨의 집엔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지만 라비는 특유의 쾌활함으로 무리 없이 적응했다. 유기된 과거를 가진 동물과의 교감도 진행하는 보민 씨는 버려진 고양이들 대다수가 우울함과 자폐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밝은 성격의 라비는 온 집안에 긍정 에너지를 흩뿌리고 다녔다. 덕분에 그녀의 집은 순식간에 라비의 사랑스러운 애교로 가득 찼다.“라비가 오고 난 뒤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우선 다른 고양이들이 굉장히 살가워졌죠. 원래 무뚝뚝한 아이들이었는데, 라비가 워낙 애교가 많으니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또 라비가 오면서 교감과 힐링에 대해 더 깊게 관심 가지고 공부하게 됐죠.”그녀가 블로그에 공개하는 반려묘와의 유쾌한 일상 덕분에, 라비는 이웃들에게 제법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라비를 보러오는 많은 사람들과 그로 인해 만나게 되는 수많은 동물들. 라비와 같은 처지였던 동물들과 교감하고 힐링하며 함께 위안받는 보민 씨다. 이 모든 게 라비가 이어 준 소중한 인연이었다.“얘 안 만났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예쁜 행동을 많이 해요. 라비 덕분에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죠. 정말 복덩어리 고양이 같아요.” 고양이 조수 서라비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감정 소모가 심한 작업이지만, 교감 중 든든하게 곁을 지켜 주는 라비 덕분에 지칠 겨를이 없다는 그녀. 인터뷰 중 보민 씨는 라비와 눈을 맞췄다. 사랑과 신뢰가 뚝뚝 떨어지는 시선이었다.“이제 라비는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됐죠. 절 치유해 주는 힐러라고나 할까요. 교감할 때도 항상 함께하죠. 일명 고양이 조수예요(웃음).”이대로 세 고양이와 건강하게 함께하고 싶다는 보민 씨. 올해 중순 즈음엔 오프라인 반려동물 상담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그녀가 정한 상담소의 이름은 ‘라비야, 놀자’. 상담과 힐링을 통해 더 많은 반려동물이 라비처럼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란다. 무려 가게 이름까지 차지한 라비는 분명 성공적인 묘생 2막을 살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추운 겨울날 서랍 안에서 발견된 새끼 고양이. 빗소리 그리고 무관심에 묻혀 세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서라비는 다른 동물을 돕는 조수 고양이로 다시 태어났다. 라비는 앞으로도 보민 씨와 함께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던 동물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다. 그날 세차게 내리던 비는 이미 그쳤다. 갠 하늘에 뜬 무지개만이 보민 씨와 라비의 앞길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CREDIT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5-07-01 12: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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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발
- 고양이 발 글·사진 종이우산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양이의 발을 좋아하게 된다. 둥글고 납작한 모습이 닮았다 하여 ‘찹쌀떡’이라 부르는 고양이 발. 폭신폭신해 보이는 게 솜방망이와도 비슷하다.곰 모양 젤리를 닮은 고양이 발바닥은 그 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다. 까만 찹쌀떡에 까만 젤리, 하얀 찹쌀떡에 분홍 젤리…. 하나같이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그 발로 토닥토닥 내 몸을 두드리거나 손을 잡아 주기라도 하면, 행복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고양이의 발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귀엽게 생겨서만이 아니다. 그 안에 날카로운 발톱이 숨겨져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행여 상처 줄까 두려워 보드라운 발 안에 발톱을 꼭꼭 넣고 촉촉한 젤리로만 어루만지는 그 마음을 알기에, 고양이의 발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CREDIT글쓴이·종이우산 (rara1733.tistory.com)사진 블로그 앙냥냥월드를 운영하며, 포토에세이 <행복한 길고양이>를 펴내고 두 번의 전시회도 열었다. 10년 후 길고양이들의 삶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기를 꿈꾼다는 그는, 현재 네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 STORY | 2015-07-01 12: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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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커피농장 편
-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제주커피농장 편 제주에는 며칠 동안 비가 자주 내렸다. 추웠다 더웠다 하는 날씨 때문에, 어쩐지 정신도 오락가락한 한 주였다. 빗방울이 떨어지던 어느 쌀쌀한 아침, 맛있고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 전국 최초로 커피나무 심기를 시도했다는 ‘제주커피농장’으로 향했다. 커피나무, 제주땅을 만나다‘제주커피농장’은 전국 최초의 커피 농장으로, 지난 2008년 첫 파종을 시작해 현재 10년이 된 커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곳이다. 요즘은 커피 생산 지역은 어디인지, 커피나무의 열매는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색깔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관심이 크다. 통상적으로 지구에는 ‘커피 벨트’ 또는 ‘커피 존’이라 불리는, 커피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다. 과테말라·브라질·에티오피아·베트남 등 우리가 커피 생산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가 모두 이 벨트에 위치해 있다. 커피가 잘 자라려면 기온은 15~25℃, 강우량은 1,500~2,000mm가 되어야 하고, 흙은 배수가 잘되는 약산성 토양이어야 한다.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커피 존을 벗어나서는 키우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커피나무가 제주도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이름은 백만 빈‘커피 농장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농장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가 가능한 넓은 공터와 쭉 이어진 나무 데크 끝자락엔 작은 카페 그리고 커피나무가 자라는 비닐하우스가 있었다.천천히 걸어 카페 문을 여니 달콤쌉싸름한 커피 향이 흘러나왔다. 향기를 따라 테이블 옆 의자에 앉았는데,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창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빈’을 만났다. ‘어떤 커피를 시켜야 하는지’, ‘커피 향이 어떤지’와 같은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린 듯 예쁜 눈을 가진 빈이에게 빠져 버린 것이다.한참을 빈이만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카페 직원이 다가와 “저희 농장 식구가 된 ‘백만 빈’이예요”라고 말했다. 커피 농장이니 당연히 ‘커피콩(Bean)’이라 부르겠거니 생각했지만, ‘백만’이란 성은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직원은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안다는 듯 “빈이는 처음 농장에 올 때부터 아픈 아이였어요”라고 운을 뗐다. 행복한 고양이 빈이때는 약 2년 전. 당시 제주커피농장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어느 날 아기 고양이를 한 마리 안고 왔다. 아기 고양이는 체구가 아주 작고 지쳐 보이는 데다 다리도 다친 상태였다. 아픈 다리 때문에 사람을 보고도 빨리 도망가지 못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제주커피농장의 대표인 노진이 씨는 아기 고양이를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 줬다. 그 후로 간병을 위해 카페 내에 잠시 묶어 두고 보살피게 됐다고 한다.정성스러운 간호 덕분이었는지 건강을 되찾은 빈이는 줄을 풀어 놓아도 카페를 떠나지 않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빈이의 건강을 생각해 중성화 수술을 시켰는데, 다른 고양이들보다 허약했던 탓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그래도 며칠 후 회복해 한동안 밥도 잘 먹고 잘 놀더니, 갑자기 장이 아파 3주간 병원에 입원했단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동네 치즈 고양이와 싸워 또 병원 신세. 지난 2년 동안 빈이에게 들어간 돈이 백만 원이 넘어서, 약간은 짓궂지만 장난스럽게 ‘백만 빈’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이렇듯 카페의 모든 사람들이 빈이에게 정성을 쏟고 있는데, 정작 빈이는 ‘도도한 빈이’로 통할 만큼 아주 새침한 고양이다. 하지만 빈이는 알고 있을 것이다. 운명적으로 만난 제주커피농장 사람들 덕분에 햇볕 가득한 창가에 앉아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걸. 카페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무에 감긴 실로 손톱 정리를 하며 기지개를 켜고, 놀고 싶을 땐 농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다는 걸. 진정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고양이라는 사실을…. CREDIT?글·사진 조아라?
- STORY | 2015-07-01 12: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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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작가 이용한
- 보이지만 보지 못했던 존재의 기록고양이 작가 이용한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 생각하는 고양이는 어떤 모습일까. 가끔 마주치는 길고양이는 두려움 가득한 눈빛을 보내거나, 어디론가 후다닥 도망쳐 버릴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무심하고 냉정해지는 건 아닐지. 그들의 사랑스럽고 장난기 어린 면을 본다면, 그들에게도 분명 희로애락이 있다는 걸 안다면, 조금이나마 더 따듯한 시선을 갖게 될 것이다. 이용한 작가의 신작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는 고양이라는 ‘생명’의 ‘삶 다운 삶’을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깊다.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이용한(www.facebook.com/binkond) 여태까지 내셨던 고양이 책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 같아요전작에서는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들이나 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모습을 보여드렸는데요. 이번에는 한때 길고양이였긴 했지만, 시골 마당에서 자라는 고양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봤습니다. 그동안 제 책을 보고 슬퍼서 우셨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번 만큼은 웃다가 눈물 나게 만들지언정,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울게 하진 말자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미소 짓고 위안 받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내용이나 분위기를 좀 더 유쾌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지요. 불편한 얘기는 일부러 안 꺼내신 건가요?그런 건 아니에요. 자연에 파묻혀 있다 보니 대부분의 삶이 낭만적이거든요. 다만 조금 더 역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린아이와 고양이들이 귀엽게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배경이 충북 괴산에 있는 처가인데, 여섯 살짜리 아들이 그곳에서 크고 있거든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가서 아들도 보고 고양이 사진도 찍어요. 그러면서 아들이 고양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장면을 눈여겨 봤습니다. SNS에 올렸더니 사람들 반응이 굉장히 좋더군요. 둘이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이 묘한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크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아들과 고양이의 우정을 사진으로 기록해 보자는 생각은 어느 정도 갖고 있었습니다. 고양이와 아드님이 함께 찍힌 사진들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아드님은 고양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사진으론 예쁜 장면만 있지만, 어린애다 보니 고양이를 괴롭힐 때도 있어요. 그래도 이 세상에는 고양이라는 동물이 있고,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밥을 줘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어쩔 땐 자기가 먹다 남긴 빵을 가져다주기도 해요. 그 나이 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당 고양이들을 돌보고 계신 장인어른, 장모님은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셨나요?처음부터 그러셨던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제 아내나 아들까지 고양이와 어울리다 보니 주변 분위기에 물드신 것 같습니다. 풀 뽑으면 고양이들이 꼭 옆에 와서 몸을 비비는데, 처음엔 만지지 않으셨던 장인어른도 나중엔 쓰다듬으시더군요. 자식에게나 동물에게나 우악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고양이들한테만큼은 다정다감하게 변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은 언제부터 고양이를 좋아하신 건지 궁금해요저도 예전에 고양이에게 냉담한 편이었어요. 발정이 나면 시끄럽기도 하고, 학대한 건 아니지만 인식은 안 좋았죠. 그런데 8년 전 어느 날엔가, 아내가 갑자기 전화해선 집 밖으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왜 그러나 하고 갔더니 누군가 버린 은갈색 소파 위에 어미 고양이와 새끼 다섯 마리가 누워 있더군요. 달이 휘영청 밝은 밤이었는데, 마치 조명처럼 걔네들을 비추고 있었어요. 달빛 속에서 오물오물 젖을 빠는 아기 고양이들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고 한편으론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려 했더니 도망을 쳤지만, 며칠간 그 장면이 눈만 감아도 떠올랐어요. 그런데 열흘 후에 그 고양이들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저 어린것들은 뭘 먹고 사나’하는 걱정이 불쑥 들더군요. 음식을 챙겨 주기 시작했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 보면 행복하기도 하고 측은지심도 들고. 그러다 사진까지 찍게 된 겁니다. 당시만 해도 여행 작가였는데… 그날의 장면이 저를 지금 여기까지 오게 한 거죠. 작가님 사진 속 고양이들은 유난히 예뻐 보여요. 비결이 뭔가요?가능하면 어느 정도 고양이와 교감을 나눈 후에 사진을 찍자는 생각입니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도 밥을 주면서 관계 맺기를 한 애들은 태도나 눈빛 자체가 다르거든요. 고양이에게 신뢰받지 않고는 신뢰할 만한 고양이 사진을 찍을 수 없지요. 마당 고양이들 같은 경우엔 사람과 같이 사니 친밀감이 더 높고요. 이번 책 보고 ‘고양이들이 모델 노릇을 잘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예요. 절묘한 순간포착 사진은 놀라울 정도예요. 카메라를 손에서 안 놓으시나요?시간을 엄청 투자하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그렇진 않아요. 보통 처가에 1박 2일간 머무는데요, 내려가 있는 내내 아들과 놀아 줘야 해요. 놀이방도 가고 외식도 하다 보면 사진 찍을 여유가 거의 없죠. 이틀간 기껏해야 한 시간 정도 찍습니다. 그것도 아내 눈치 봐 가며 짬짬이 하는 거예요(웃음). 제가 계속 사진만 찍으면 아내 혼자 애를 보게 되잖아요. 아들 보시랴 고양이 보시랴, 거기에 눈치까지 보시느라 바쁘시겠어요(웃음). 워낙 좋은 사진이 많아 고를 때도 고심하셨을 것 같은데요아… 정말 어려웠죠. 여태까지 찍은 고양이 사진이 2TB(테라바이트) 정도 되는데요, 그중 반이 시골 사진이에요. 거기서 삼백여 컷을 고르느라 엄청 힘들었습니다. 한 가지 기준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의 반응이었어요. 저는 재밌다고 던졌지만, 사람들은 냉소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제 마음에 든 사진이 일순위이긴 했습니다. 이 사진만큼은 사진 자체로 좋다 생각하는 건 아무리 호응이 없어도 실었어요. 어려운 질문이겠지만, 어떤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드시는지 궁금합니다정말 멋진 모습을 우연히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중 하나가 장독대 사진입니다. 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각자 장독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있는 장면이에요. 사실 확대하면 초점도 살짝 나갔고 구도도 흔들렸지만, 워낙 힘들게 만난 상황이라서요. 고양이들이 우다다를 하거나 서로 뛰어넘는 장면들도 보통 사람들은 보기도, 포착하기도 어렵지요. 또 아들과 고양이가 교감하는 사진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둘 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들인데, 그럼에도 서로 교감하고 맞춰가는 행동을 해요. 예를 들어 둘이 다정하게 걸어가는 산책 사진들이 그렇습니다. 그 사진은 한 폭의 그림 같더라고요일부러 시켜서 찍은 거 아니냐는 질문도 종종 받아요. 만약 괴롭혀서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면, 가끔 그러고 싶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얻기 어려운 사진들이니까요. 하지만 고양이한테 따라 걸어 보라고 한들 고양이가 그렇게 할까요. 그저 우연의 일치이지요. 사진도 사진이지만 글도 정말 재미있어요. ‘냥드립’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으시는 건가요?고양이의 상황과 제 냥드립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몇 년 동안 트위터를 사용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140자 안에 충분한 설명을 넣으면서도 관심을 끌려면 최대한 광고 카피처럼 써야겠더군요. 상황을 좀 코믹하게 풀다 보니 냥드립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엔 머리 짜내서 생각했지만 나중엔 자연스럽게 재밌는 문구들이 나왔습니다. 평상시에 재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으시는지요?주변 사람들은 저를 과묵하고 따분한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진중하다는 말을 많이 듣죠. 아내만 항상 제가 제일 재미있다고 얘기해요. 왜 저랑 사귀게 됐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재밌어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럼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래요. 이 책 보면 조금은 생각이 바뀌실 수도 있겠네요. 책 제목도 귀엽고 독특한데요어느 날 아내하고 저녁 먹으면서 대화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제목이에요. 고양이 두 마리가 같이 장난치면서 낚시질하는 사진을 보고 만든 건데, 왠지 책과 어울리더군요. 여러 가지 후보들이 있었지만 제일 나은 것 같았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이곳이 고양이들의 천국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환경적으로 좋고, 고양이들이 아이와도 장독대와도 잘 어울리다 보니 이상향처럼 느껴지나 봐요. 그런데 오히려 시골이 도시보다 고양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모종 한두 개 파헤친 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한 존재가 되죠. 물론 고양이가 잘못한 거지만 그렇다고 죽일 정도의 잘못은 아닌데…. 도시에서는 밥 주지 말라고 경고라도 하지만 시골엔 그런 게 없어요. 말도 없이 쥐약을 놓습니다. 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죄책감도 없고,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예요. 사진 속에서는 평화롭게만 보였는데, 농촌 길고양이의 삶도 녹록치 않군요시골에는 캣맘이나 캣대디가 전무합니다. 제가 처음 고양이를 알게 된 때와 비교해 보면, 도시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꽤 좋아진 편이에요. 하지만 농촌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나빠진 것 같기도 해서 안타까워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예전 같으면 사다 먹을 농산물을 시골집에서 올려보내거든요. 그러다 보니 농사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면 전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사람 형편도 어려운데 어떻게 고양이까지 챙기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사람도 살기 힘든 거 맞지요. 근데 그건 마음에 달린 듯합니다. 제가 인도를 여행했을 때 일입니다. 캘커타 시장에 갔는데 입구에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부르더군요. 무슨 일인가 싶어 가 보니 소위 빈민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시장에서 닭 내장을 얻어 와 고양이들에게 먹이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생선 내장을 주고 있고. 하루 한 끼 먹는 사람들이지만 측은지심을 가지고 동물을 보살피는 거지요. 경제적 궁핍함하고는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고 하죠여행 책 작업하면서 일본·대만·모로코·라오스 등을 다녀봤는데, 거기 사람들도 고양이를 위해 특별히 뭘 하진 않아요. 하지만 학대라는 게 거의 없고 고양이들이 돌아다닐 자유가 있죠. 밥 주는 사람들도 많고요. 쓰레기봉투를 뜯고 발정 소리를 내는 건 전 세계 고양이가 마찬가지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찬밥 신세입니다. 분명 우리나라도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도시와 농촌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보면 아주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아요. 8년째 고양이 작가로 활동 중이신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바뀐 부분은 무엇인가요?대중매체가 급속도로 달라졌다는 겁니다. 광고에 고양이가 등장하고, 드라마 제목이나 영화에도 고양이가 나오지요. 길고양이에게 우호적인 기사도 보이고요. 이런 건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고양이 작가들이 생겨서 관련 연극·영화·출판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사람들의 관심을 더 집중시키고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SNS에 고양이 사진 올리시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정말 권장하고 싶은 일입니다. 분위기를 한꺼번에 조성하는 게 중요한데, 그건 고양이 작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분위기를 끌고 나가야 해요.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초점 나간 사진이라도 괜찮아요.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도록 사진을 많이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사진도 계속 볼 수 있겠군요. 차기작도 계획하고 계신가요?여태 고양이 책들을 연작으로 냈다 보니, 이번에도 최소 두 권은 시리즈로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유쾌한 이야기들을 한 권 정도는 더 보여 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이 작가님 책을 보면 좋겠어요. 고양이에게 이런 명랑한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거든요저도 고양이를 냉대했던 사람들이 제 책을 보고 고양이에게 관심 갖고, 최소한 고양이를 학대하는 편에 서진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고양이를 좋아해 주면 더 기쁘겠지만, 그저 해코지만 하지 말았으면 해요.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을, 다 같이 사는 방법을 한번 모색해 보자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 STORY | 2015-07-01 12: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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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괜찮아. 다시 시작하자!”
- “이젠 괜찮아. 다시 시작하자!”?유기묘 햇살이 구조기? 한 캣맘이 협회에 구조 요청을 했다. 온몸의 털이 엉킨 장모종 고양이가 심하게 침 흘리는 모습으로 계속 목격되고 있다는 전화였다. 페르시안 친칠라로 추정되는 이 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라고 했다. 집을 나왔거나 버려졌을 거라 생각하며 한두 번 밥을 줬는데, 전쟁 같은 거리 생활을 하며 몰골이 점점 형편없어졌다고. 품종묘로 집 안에서 곱게 살다 험난한 길 위로 내몰린 고양이는 제정신이 아닐 터였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할 것은 물론이었다. 2년 동안의 사투현장에 도착해서 고양이를 보자 “아!” 하고 탄식이 절로 나왔다. 고양이의 상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전화로 들었을 땐 치주염이나 구내염 감염이 예상됐지만, 음식에 반응하는 태도나 늘어진 침을 보았을 땐 턱뼈가 으스러졌을 거란 추측이 들었다. 초조함은 배가 되었다. 보통 길고양이들은 오토바이나 차에 치이거나, 사람에게 구타를 당한 경우 턱뼈가 부러지고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아예 먹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구조를 위한 미끼 음식에도 반응이 없고 체력은 빠르게 악화돼 구조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포획용 덫을 놓기 위해 주민들의 협조를 요청하다가, 그중 한 사람으로부터 이 고양이의 슬픈 묘생에 대해 듣게 됐다. 2년 전쯤 일이었다. 키우던 고양이가 발정이 나 집을 나갔다며 찾아다니던 청년이 있었다고 한다. 몇 개월 뒤 고양이가 발견됐지만, 주인이 더는 찾지 않는다고 해 그렇게 잊혀졌다고. 주민은 전단지 속 고양이가 하도 예뻐 사진을 찍어 놓았다며 핸드폰을 내밀었다. 청소년기쯤 되어 보이는 고양이의 앳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토록 예뻤던 아이가 저렇게 비참하게 변했다니, 두 번의 겨울을 힘겹게 버텨내며 살고 있었다니…. 울컥하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요동쳤다. 마침내 품에 안은 고양이고양이는 낯선 사람들의 출현 때문인지 한층 경계가 심해졌고 자꾸만 모습을 감췄다. 모여드는 주민들에게 잠시만 멀리 떨어져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총 세 개의 덫을 설치한 뒤 차 안에 숨어 고양이의 움직임을 관찰했는데, 참치 냄새를 못 이긴 고양이가 몇 번의 망설임 끝에 통덫 근처로 다가갔다. 그런데 고양이의 몸이 반쯤 덫 안에 들어간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동네 아저씨가 도우려는 마음에 그만 미리 끈을 당겨 버려 고양이를 놓치고 만 것이다. 고양이의 경계심은 최고조가 되어 담벼락 위에서 한 발자국도 내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3일이란 시간이 흘렀다.구조 시도 사흘째 되던 날, 다시 포획을 위해 출발하며 제발 오늘만큼은 구조에 성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고양이는 며칠 전보다 훨씬 더 기력이 없는 모습이었는데, 얼굴 근처에 파리 떼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파리는 고양이 구조에 있어 가장 무서운 존재. 괴사 부위에 알을 낳아 구더기가 살을 파먹으면 염증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다. ? 그래도 매일매일 방문한 덕분인지 고양이의 경계심은 조금 풀어진 상태였다. 힘이 빠져서 그런지 아주 가깝게 접근하는 것도 허락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캣닙·마따따비·참치캔 국물 등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냄새를 몸에 잔뜩 발랐다. 그렇게 마침내 고양이의 얼굴까지 만질 수 있었다. 사실 고양이를 손으로 잡는 구조는 사람도 고양이도 다칠 위험이 커서 절대 하면 안 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망설일 틈이 없었다. 숨겨 놓았던 담요를 조심스럽게 꺼냈고, 고양이가 경계를 늦춘 순간 담요로 덮어 안아 버렸다. 고양이는 얼마 남지도 않은 힘을 쥐어짜며 아주 잠깐 반항했다.“고양이 잡았어!”라는 외침에 숨죽여 구경했던 사람들이 달려왔다. 삼삼오오 모여 그간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며 계속해서 고마움을 표한 주민들. 부디 지금의 마음으로 다른 길고양이들도 따듯하게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린 후 동물병원으로 출발했다. 햇살이의 두 번째 묘생품종묘들은 풍성한 털 때문에 겉으론 괜찮아 보이지만, 구조한 후에 살펴보면 앙상한 뼈뿐이다. 이 고양이 역시 예전엔 건강했다는 주민들의 말이 무색할 만큼 아주 많이 말라 있었다. 털은 마치 소용돌이처럼 엉켜 있었는데, 이런 털 뭉치는 고양이가 다리나 척추를 펼 수 없게 만들어 위험하다. 항문이나 생식기를 막으면 요독증이 유발돼 고양이가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품종묘들의 삶이 새삼 측은해지는 순간이다.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간 후,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턱뼈가 으스러진 게 아니라 혀가 반이나 잘려 있다는 것. 혀끝은 이미 괴사된 상태였다. 우선 탈수 교정이 시급하고 염증 치료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고양이는 지쳤는지 그저 눈을 감고 있었다. 눈꼬리가 처져서일까, 이따금 눈망울을 끔뻑거리는 모습이 유난히 애잔했다. 나는 무릎을 꿇고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몇번이고 말해 주었다.“절대 포기하지 마. 힘든 건 다 끝났어. 맛있는 음식 배불리 먹으며 요양하고, 다 나으면 좋은 엄마 만나자. 우리가 널 행복하게 해 줄게. 이제 괜찮아. 다시 시작하자!”고양이의 이름은 ‘햇살이’라 지었다. 푸른 5월의 햇살처럼, 맑고 영롱한 연둣빛 눈동자를 가진 햇살이. 그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햇살이처럼 구조되는 고양이들을 위해 한국고양이보호협회(www.catcare.or.kr)의 후원 회원이 되어 주세요. 다친 길고양이들이 치료받고 학대당한 고양이들이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CREDIT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www.catcare.or.kr)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치료, 구조 담당으로 대한민국 길고양이의 안위와 올바른 캣맘 문화, 길고양이의 인식 변화를 위해 활동하며 구조된 유기묘의 입양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 STORY | 2015-07-01 12: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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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죠틱
- 동글동글 만두 냥이, 엑죠틱엑죠틱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라게 된다. 꾹 눌린 코와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억울한 눈망울, 너구리 마냥 두툼한 꼬리 등이 지금껏 알던 고양이의 이미지를 단번에 깨트리기 때문이다. 만두를 닮은 엑죠틱. 당신의 고양이가 얼굴을 들이밀며 다정히 코를 맞대는 순간, 고양이는 쌀쌀한 동물이라는 편견까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짧은 털의 페르시안엑죠틱이라는 이름은 ‘이국적인’, ‘색다른’ 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Exotic’에서 유래했다. 장모보단 짧고 단모보단 긴 피모를 가진 동글동글한 묘종. 엑죠틱은 장모종 페르시안과 단모종 아메리칸 쇼트헤어 사이에서 태어난 특별한 고양이다.페르시안의 아담한 코비 체형을 물려받은 엑죠틱은 ‘페르시안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모색은 아메리칸 쇼트헤어처럼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가지고 있다. 당신의 고양이는 여러모로 페르시안과 아메리칸 쇼트헤어의 장점을 두루 지닌 듯하다.개성 있는 생김새답게 별명도 많은 엑죠틱. 엑죠틱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별명은 바로 ‘게으른 페르시안’이다. 외모는 페르시안과 같으면서도 털이 짧아 관리가 편하기 때문에 붙여진 애칭이다. 정확히 말하면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짧은 털의 페르시안’쯤 될까. 같은 맥락으로 지어진 다른 명칭으론 ‘파자마 입은 페르시안’이 있다. 별명만으로도 짧은 파자마를 입은 귀여운 엑죠틱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외에 찐빵 냥이, 만두 냥이 등 당신의 고양이 엑죠틱은 대중을 휘어잡는 매력적인 외모로 많은 별명을 갖게 됐다. 야옹~ 묘생 뭐 있냐옹?엑죠틱을 보고 있노라면 혹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게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고양이 <가필드>. 1978년에 탄생한 이 캐릭터의 모델은 다름 아닌 엑죠틱이다. 오렌지빛의 뚱뚱한 고양이 가필드는 게으른 평화주의자로 먹고 자는 것을 좋아하는데, 매사에 느긋한 엑죠틱의 특성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햇볕 아래서 짧은 입으로 천천히 그루밍 하는 엑죠틱.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잔잔한 광경에 졸음이 쏟아진다. 마치 ‘묘생 뭐 있냐’고 말하는 듯한 당신의 고양이는 부드럽고 상냥하며 어떤 일에도 부산스럽게 동요하지 않는다. 얌전한 성격으로 간혹 다른 고양이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도 한다고. 사람으로 치면 내성적인 소녀에 비유할 수 있겠다.물론 활발한 면을 보여 줄 때도 있다. 엑죠틱은 사람을 잘 따르는 일명 ‘무릎 냥이’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친하게 지낸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도 좋아해 놀이 시간엔 의외로 열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처럼 마루를 질주하기보단, 조용히 장난감 공을 굴리거나 똑딱거리는 시계 초침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한다. 얌전하고 상냥한 엑죠틱은 조용한 삶을 추구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파트너다. 부드럽게 돌봐 주세요많은 이에게 훌륭한 반려묘가 되어 줄 엑죠틱. 하지만 반대로 훌륭한 반려인이 되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한 묘종이기도 하다. 페르시안의 혈통을 물려받은 엑죠틱은 페르시안 종의 건강 상 문제 또한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가장 대표적인 건 누루병의 가능성이다. 눌린 얼굴로 인해 눈물과 콧물을 자주 흘리는데, 부지런히 얼굴을 닦아 주지 않으면 눈과 코가 헐게 된다. 털 관리가 비교적 편함에도 반려인이 마냥 게으를 수 없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엑죠틱은 특유의 짧은 입으로 인해 부정교합이 있을 수 있으며 음식물 섭취에 취약하다. 식사할 때 다른 고양이에게 뒤처지기 쉬우므로 다묘 가정이라면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더러 작은 알갱이를 꿀꺽 삼키고 캑캑대기도 하므로, 엑죠틱의 식사 시간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어쩐지 지켜보고 돌봐 주고 싶은 엑죠틱과의 반려생활. 초보 반려인보다는 집사 경력이 있는 능숙한 이에게 추천한다.
- STORY | 2015-07-01 12:0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