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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3-06 16: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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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3-06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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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3-06 15: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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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3-06 15: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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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만 가지 고양이가 모여 있는 곳
- 천만 가지 고양이가 모여 있는 곳고양이서점 인적 없는 곳에 살짝 웅크려 있는 모습이 딱 고양이스러운 가게, 고양이서점 쇼윈도엔 고양이 액자 및 다양한 예술가들이 빚은 고양이 인형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고양이 작품이 많았던가, 가게 하나를 꽉 채울 만큼? 고양이는 모든 예술가의 뮤즈였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매력 넘치는 고양이 세계의 문을 열었다. 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고양이로 빚은 가게각종 전시회 및 공연 등이 열리는 경기도 일산의 전문공연예술센터 고양 ‘아람누리’안엔 ‘고양이서점’이라는 이름의 작은 가게 하나가 꼭꼭 숨어 있다. 골판지로 만들어진 입간판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고양이서점이라는 이름답게 고양이 관련 서적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물 건너온 고양이 기념품 및 작품까지 구경할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기도 고양이 저기도 고양이, 온통 고양이뿐인 이곳에 우연히 다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은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이 같은 의문으로 가득 차있을 것이 틀림없다. ‘도대체 왜?’ 순도 100퍼센트 고양이 관련 책과 용품이 가득한 고양이서점. 고양이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일찍이 이런 공간은 본 적이 없다. 하물며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굉장히 파격적인 시도가 아닐까. 서점에 들어섬과 동시에 입에선 감탄이 터져 나오고 이내 슬그머니 의아함이 고개를 내민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고양이를 소재로 한 서점을 열게 되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알고 보면 예쁜 너“고양이는 직접 키워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알 수 없는 동물 같아요.”고양이서점의 주인 유종국 씨는 스스로를 고양이서점의 ‘집사’라고 소개했다. 실제로도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반려인인 그는,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만나자마자 고양이라는 매력적인 존재에 미치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된 관심이 집 밖의 고양이에게 뻗어 오늘에 이르렀다며 고양이와의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고양이가 가진 매력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위로라는 단어를 꼽고 싶네요. 바라만 봐도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위로를 줄곧 고양이들에게 받았던 것 같아요.”변화무쌍한 고양이에게 빠져들어 반려묘와 함께하는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유종국 씨는 척박한 길고양이의 삶을 우연히 알게 됐고, 우리나라의 고양이를 둘러싼 시선이 놀라울 만큼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양이가 지닌 천의 얼굴을 낱낱이 보여 주는 고양이서점은 지금껏 받은 위로를 그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유종국 씨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고양이, 특히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이렇게나 많고, 알고 보면 고양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서적도 같은 맥락이에요. 고양이 관련 책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고양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해 알아야 애정도 생기고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는 거거든요. 궁극적으로는 ‘고양이서점을 통한 길고양이 인식 개선’이 목표죠.”유종국 씨는 영업시간 후에도 고양이서점의 조명을 밝게 켜놓고 있다고 했다. 고양이서점이 궁금해진 행인이 언제라도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서점을 살펴보고 그 결과 고양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 곳에서 만나요책이 쌓여있으면 그만큼 함부로 대하게 된다는 생각에 각 서적은 거의 한 권씩만 비치돼 있고 제법 탐이 나는 고양이 작품들은 판매용 반 소장용 반이란다. 이것만 봐도 고양이서점을 통해 막대한 영리를 취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유종국 씨는 이곳을 그저 물건과 책을 파는 잡화상이나 서점이 아닌, 고양이를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고양이서점을 통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을 논의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나누고……. 몇 가지 구상 중인 프로젝트도 있어요.”고양이서점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고양이와 사람까지 이어 주는 장소라는 점에서 ‘고양이 사랑방’이라 불림에 손색없어 보인다.“어째서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왜 가슴 아파해야 하는지 그 시작점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고양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거든요. 인간의 필요에 의해 거둬지고 필요 때문에 버려진 아이들이 길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요. 결국 길고양이 문제를 생각하는 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마땅히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는 거죠. 다 같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양이서점이 작은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인적 드문 장소와 고양이라는 다소 마이너한 소재, 그리고 과장없는 심플한 간판까지……. 고양이서점은 사람들이 꼽는 소위 ‘대박 나는 상점’의 여러 조건과 놀라우리만치 동떨어진 가게였다. 정말 괜찮은 걸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계산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고양이스러운 그 모습이 바로 이곳, 고양이서점다움일지도 모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모두를 이을 고양이서점은, 뜻을 같이 할 따뜻한 사람들을 기다리며 여전히 그 자리에서 홀로 환한 밤을 지새우고 있을 것이다.
- STORY | 2015-03-06 16: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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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짝을 만나다
- 영혼의 짝을 만나다<the 2nd Kitty Times> 김지윤 작가 모름지기 작가라면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해야 한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김지윤 작가의 10년 전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 과거와 비교해 그녀가 낸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 보였다. 한결 가벼워졌으며 무엇보다 즐거운 에너지가 감돌았다. 굳건했던 알을 깨고 그녀만의 작품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영혼의 짝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고양이였다. 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김지윤 동물작가 김지윤반려동물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동물작가라 불리는 김지윤 작가. 그녀는 현재 동물자유연대에 일정 수익금을 전달하는 후원 전시회 <the 2nd Kitty Times> 준비에 한창이다.“과거에 <공존>이라는 전시회에 참여했었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남았어요. 전시회 수익금 중 일부분을 동물자유연대에 후원했거든요. 이렇게 미술 활동이 도움으로 연결되는 전시를 이번엔 주도적으로 진행해 보자 마음먹었고 3월 18일부터 25일까지 고양이를 주제로 한 <the 2nd Kitty Times>를 열게 되었지요.”그녀는 오래전부터 고양이뿐 아니라 다른 이의 반려동물 사진을 받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본래 반려동물과 전혀 상관없는 주제를 다뤘던 김지윤 작가는 ‘캣대디’였던 남편으로 인해 고양이를 키우게 됐는데, 반려묘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 것을 계기로 다른 이의 반려동물을 그려 주는 나눔 활동에 보람을 느껴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예전엔 작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린 나이에 억지로 전달한 면도 있는데……. 사실 제가 그린 동물 그림엔 특별한 메시지가 없잖아요. ‘꼭 사회 비판적인 작업을 해야 할까? 큰 의미는 없어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이런 작품을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죠.”그렇게 시작한 동물 작품은 많은 호평을 받았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동물작가’란 이름을 붙여 줬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가 보여준 작품집을 넘겨 보니 다른 동물에 비해 고양이 작품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질문에 김지윤 작가는 최근, 고양이의 매력을 표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예술가의 소울메이트“고양이의 매력은 단연 수염이죠. 화룡점정이라고 할까요. 고양이에게 순식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니까요. 아마 다른 작가분들도 공감하지 않을까요?”김지윤 작가는 눈을 빛내가며 고양이가 가진 피사체로서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술가와 고양이는 정적인 성향이 비슷해 그들의 영감과 잘 어우러진다고. 하지만 그녀가 고양이를 그리는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제가 좀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데 제 작품 보시면 배경에도 주인공 못지않은 공을 들여요. 수채화인데도 물을 적게 써서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하죠. 이런 스타일로 다른 걸 그렸다면 좀 답답해 보였겠죠. 근데 고양이와는 어우러져 장점으로 돋보이게 되잖아요. 여러모로 고양이는 교집합처럼 저와 잘 맞는 소재인 것 같아요.”엄했던 본가에서 나와 남편과 살며 고양이까지 만난 덕에, 억눌린 채 조금 어두웠던 그녀의 작품 스타일은 빠른 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삶의 패턴이 달라졌고 당장 날아가는 새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도 바뀌었다. 깊어진 감수성과 책임감까지 이전 생활이 기억 안 날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은 그녀의 그림에선 그림자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어느 날 찾아온 고양이 한 마리가 작가 김지윤의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미국에서 미술치료에 대해 배웠어요. 미술치료라 함은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작업이거든요. 예전에 생각이 많이 엉키고 우울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웅크린 고양이를 그리면서 나 자신을 투영했고 치유도 많이 받았어요.”김지윤 작가에게 있어서 고양이의 존재는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즐거움과 만족을 안겨주는 영혼의 짝, 소울메이트와도 같았다. 치유를 꿈꾸다담요 위에 엉켜 서로 껴안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들. 김지윤 작가의 작품 속 고양이들을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바로 그들이 하나같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작품 속 고양이의 시선 처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거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죠.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거예요. 순수한 존재인 고양이와의 눈 맞춤을 통해서 친밀한 영혼을 공유해 보는 이를 치유 해 주는 것. 그게 작가로서 작품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예요.”과거엔 죽은 반려동물의 그림을 의뢰받아 그리기도 했다는 그녀는, 마치 반려동물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감격해 하는 사람들을 보고선 작가로서 자신의 가치가 더 높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즐거워서가 첫 번째 동기였던 그녀의 고양이 그림이 한 단계 위의 의미를 지닌 채 나아간다면 아마도 이런 ‘치유’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써가 아닐까. 그리고 그 치유는 비단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닐 것이다. 김지윤 작가는 조금 더 입지를 다진 후 반려동물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고 싶다며 훗날의 꿈을 밝혔다.“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잖아요. 집에 있는 아이와 똑같은 녀석이 밖에 있는 거예요.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계기는 그건데, 꾸준히 자금을 모아 미국에서 본 좋은 제도들을 포함해 최종적으로는 대대적인 반려동물 복지사업을 하는 게 현재 계획이에요. 그래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이 스스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고양이라는 파트너이자 인생의 전환점을 만나 작가 자신과 관객 모두 치유해 주는 멋진 작품으로써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 그녀. 동물작가 김지윤의 존재 또한 부디, 모두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으로서 나아갈 멋진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래본다.
- STORY | 2015-03-06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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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사는 내 친구
- 길 위에 사는 내 친구2화 꽃보다 야옹이 글·그림 아녕 저 좀 봐 주세요!길고양이는 늘 경계심 많고 불안한 모습이라, 발라당 같은 애교를 보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런데 녀석들과 매일 만나면서 시간이 흐르다 보니 다가오는 거리의 폭도 좁혀지고 하는 행동도 나날이 달라져 갔다.뭐든 처음이 힘들지 한번 하고 나면 별게 아닌 건지. 어렵사리 시작한 발라당은 걸음을 뗄 수 없게 할 만큼 시도 때도 없어졌다.비록 더럽고 딱딱한 길 위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스런 몸짓을 보여 주는 길고양이들을 생각하며,땅바닥 대신 보드랍고 향긋한 꽃 위에서의 발라당을 떠올려 본다. 고마워… 웃게 해 주어서…사흘 만에 길냥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던 표정이 눈에 선하다.전속력으로 뛰어나온 흰까미와 이뿐이는 꺼이꺼이 울더니만, 밥을 먹고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바탕 뛰어댔다.흰까미는 나무 위로도 올라가고 한참을 팔짝팔짝 거리더니 피곤했는지 이내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그 모습이 예뻐 배시시 미소 지으며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좋은 꿈이라도 꾸는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 기뻤던 탓이었는지 분명 빙그레 웃고 있었다.그런 흰까미를 보며 상상했다.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서는 빙그레 웃는 얼굴을.“그 꽃다발 나한테 주는 거니? 꽃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서는. 그런데 있잖아, 이건 비밀인데……나는 꽃도 좋지만 흰까미 네가 더 좋아.” 나는야 낭만고양이내가 본 길고양이 중 가장 애교 많고 감정 표현이 다양한 녀석을 꼽으라면 단연코 명랑이다.명랑이는 화단에 있는 회양목 향기도 자주 맡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이름 모를 나무 냄새도 때때로 맡는다.그러던 어느 날, 명랑이가 그날따라 너무나 여유롭고 낭만적인 표정으로 나뭇가지의 냄새를 느끼는 게 아닌가.정말 낭만을 알고 즐기는 고양이 같다.가을이라 꽃도 잎사귀도 남지 않은 나무향내를 맡던 명랑이에게 향기로운 장미꽃을 그림으로나마 선사해 본다. 다음 생이 있다면어느날 문득 연꽃이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꽃 하니 심청전이 생각났다.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으나,지극한 효심 덕에 죽지 않고 연꽃에 태워져 바다 위로 보내진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갑자기 떠오른 이 생각들을 그림으로 담으려 하자, 이번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기억났다.녀석을 본 곳은 가끔 가는 절의 길목에 있는 주점 앞이었다.새초롬한 듯하면서도 슬퍼 보이는 가녀린 모습에,귀한 인생으로 다시 태어난 심청이처럼 녀석 역시 연꽃에 태워 보았다.“너도 다음 생엔 길에서 고양이로 태어나지 말고, 그렇게 연꽃 타고 좋은 곳에 가서 사랑받고 살 거라. 그림·아녕 (안영숙) blog.naver.com/2000tomboy어느 날 문득 길고양이와 인연이 닿아 그들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기 시작했다. 길고양이의 고단한 삶이 그림 속에서라도 행복하고 아름답기를 바란다.
- STORY | 2015-03-06 16: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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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사는 사람
- 더불어 사는 사람가수 배다해 지난해 11월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알려진 거식증 고양이 준팔이의 이야기를 기억하실는지. 주인에게 버림받은 후 식음을 전폐했던 고양이가 새 가족을 만나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누군가는 안타까움에 눈물 흘리고, 누군가는 극적인 해피엔딩에 감동했을 사연. 또 한 가지 놀랍고 반가웠던 점은 입양자가 가수 배다해 씨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장 가까이에서 이 모든 과정을 경험한 그녀가 준팔이를,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쓰러움이나 사랑스러움 그 이상이었다.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준팔이 입양 후 벌써 반년 가까이 흘렀네요. 이제 밥은 잘 먹는지 궁금합니다동물병원에 있을 때부터 아주 조금씩 먹기 시작했는데 저희 집 오고 나서는 식욕이 훨씬 왕성해졌어요. 지금은 뭐하나 쳐다보면 밥그릇 앞에 있을 정도로 잘 먹고요. 입양 당시 곰팡이성 피부병도 앓아서 군데군데 털이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새털이 났어요. 정서적으로는 좀 어떤가요?체력을 회복하고 나서 보니 예상보다 온순하고 활발하더라고요.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데 저런 성격이면 주인에게 버림받았을 때 우울증에 걸리거나 크게 좌절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럼 준팔이는 이제 완전히 회복한 건지요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수의사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셨어요. 모든 게 정상이고 최상인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빨리 호전되는 건 쉽지 않은데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간호사 스카웃 제의도 받았어요(웃음). 솔직히 첫 방송 봤을 땐 희망이 없겠다 싶었습니다저도 처음엔 아무래도 살기 힘들겠구나 생각했어요. 방송 촬영 전에도 동물병원에 가서 준팔이를 몇 번 봤는데요, 그 후 그 병원 지나갈 때마다 제가 멀쩡하게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잘 지내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그때는 정말 뼈밖에 없었고 기운 없어서 고개도 못들 때였거든요. 유난히 눈에 밟혔는데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 봅니다. 제가 입양하고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떡하나 걱정은 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교만일 수도 있지만 저희 집에 오면 동물들이 건강해지더라고요. 기운이 맞는 건지. 뭐든 자만하면 안 되는데 조금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기적처럼 회복했죠. 비결이 뭔가요?특별한 건 없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두는 게 제 방식이에요. 곁에 오고 싶어 하면 오게 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면 그렇게 두고. 너무 유난 떨거나 울면서 가슴 아파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계속 ‘넌 특별해. 소중해’, ‘넌 할 수 있어’하며 좋은 기운을 주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준팔이가 괜찮아져서 다행이지만 공인으로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실제로도 방송 시점 탓에 거짓 입양이라는 오해도 받았는데요그런 변수는 알고 시작한 일이에요. 방송이라는 게 보여 주는 것만 보니 오해의 여지도 있을 수 있고요. 물론 억울하고 답답하긴 했지만 제가 하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제 진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중심을 잡으면 언젠간 진실도 밝혀지고 마음도 알아 주는 것 같아요. 오해가 풀려서 다행입니다. 다른 반려묘 두 마리도 사연이 있다고요아르와 타샤라는 모녀고양이에요. 엄마인 아르가 추운 겨울에 출산을 하고 찬 바닥에서 죽어가다가 새끼들과 함께 구조됐어요. 아기 고양이들은 입양이 잘되는데 다 큰 아르만 가족을 못 만나서 같이 남아 있던 새끼 타샤까지 둘을 데리고 왔어요. 경계심이 심했던 터라 마음 여는데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타샤는 아직도 사람한텐 잘 안 오고요. 준팔이도 그렇고 다들 상처가 있어서 키우기 더 힘들 것 같습니다저는 삶의 가치관이 조금 더 불편해도 더불어 살자는 쪽이에요. 혼자 돈 많이 벌고 좋은 옷 입고 살면 나중에 죽어서 뭐가 남을까, 그런 생각 하거든요. 물론 저도 귀엽고 예쁜 고양이 좋아하고 키우고 싶죠. 그런데 어차피 똑같은 생명이니까. 이 고양이든 저 고양이든 고양이라는 생명이잖아요. 아르와 타샤 입양 전에는 쭉 강아지를 키우셨는데 고양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입양 전에도 고양이 구조나 임시보호는 많이 했는데요, 같이 지내 보니 고양이가 저와 잘 맞고 참 매력적인 동물이더라고요. 예전부터 동물보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강아지에 국한될 게 아니라 더 폭넓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이제 세 마리라 입양은 어려울 것 같고 임시보호는 평생 할 듯싶습니다. 동물보호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고등학교 3학년 때 아주 큰 계기가 있었어요. 강아지를 키울 때였는데 어느 날 한 다큐멘터리에 백구가 나오는 거예요. 강아지가 나오기에 뭔지도 모르고 봤는데 백구를 철장에서 끌고 나와서 밧줄로 목을 매달더라고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제가 먹는 음식들, 생명들이 너무나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축된다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사실 그때 저도 개고기를 먹었거든요. 제가 성악을 전공했는데 노래하는 사람들은 목에 좋다는 이유로 굉장히 쉽게 개고기를 접해요. 어쩌면 처음엔 제 행동을 합리화하고 타당성을 찾고 싶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게 정말 일어나는 일인지 정보를 알고 싶어서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 봤는데 생명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후 동물보호 관련 단체에 가입했고 그때부터 꾸준히 활동 중입니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계셨던 거군요13년 정도 됐어요. 그동안 채식도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지금은 채식 지향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고기를 먹는 게 나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생명이니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존중을 해 주자는 거죠. 얼마 전에는 개들이 가득 실려 있는 트럭을 난생처음 맞닥뜨렸어요. 철장 안에 겹겹이 쌓여서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데…… 차라리 쟤네들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런 모습을 보면 ‘동물 보호법 몇 조 몇 항 위반이다’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냥 그 자리에 멈춰 버렸어요.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했죠. 운동가는 못되는 것 같고 제가 할 수 있는 소소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 나서는 게 제게 맞는 듯합니다. 이렇게 고양이들 입양해서 키우는 것도 그런 작은 일들 중 하나고요. 생명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제 몫인가 봐요. 전 싸우고 싶은데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차분한 성격이신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예전엔 정말 감정적이었어요. 동물을 발로 차는 모습을 보면 소리 지르며 달려가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말리기도 했지요. 그런데 그런 식으론 얻어지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반하게 되고요. 감정을 추스르고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를 보여 줬을 때 사람들의 마음이 더 동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정말 몸이 건강해지고 좋아지면 쟤는 어떻게 살까, 뭘 먹고 살까 궁금해하는 것처럼요. 사실 강한 주장으로 반감을 사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물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너무 관심이 없거든요. 아직까지도 동물 복지 이야기하면 사람이 먼저냐 동물이 먼저냐 일차원적인 질문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질문엔 뭐라고 대답하시나요?저는 어린이들도 돕고 있다고 이야기해요. 기아대책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아이 네 명을 후원하고 있거든요. 생명에 우선순위가 있나요. 다 같은 생명체들인데요. 사회가 너무 척박하고 사는 게 어렵기 때문에 동물이 힘든 것까지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있는 듯합니다. 전 누구나 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지녔다고 믿어요. 다들 이야기해 보면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고 싶어 하거든요. 동물 학대처럼 끔찍한 일도 자주 일어나는데, 그럴 땐 좌절감 들지 않으세요?물론 그런 사람도 있죠. 하지만 선한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끼리 힘을 합쳤을 때 뭐든 할 수 있다고 믿고요. 저부터라도 소소하지만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래서 제 주변의 단 한 명이라도 변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봉사활동이나 자선 행사 등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계시죠취지가 좋은 행사엔 가능한 참석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요청이 많아서 부담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듣는데, 할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하려고 합니다. 제가 육십 칠십이 되면 아무도 부탁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때는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은데 못할 수도 있으니까 지금 해야죠. 후원이나 봉사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봉사 다녀오시면 아무래도 힘드시지요?마음이 무겁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서요. 아무리 봉사해도 달라지는 게 없으니 저랑 같이 봉사활동 다니시는 분들도 많이 힘들어하세요. 힐링하려고 하는 건지 속죄하려고 하는 건지…….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생산적인 일만 하겠어요.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간 좋은 결과가 있겠죠. 많이 지치신 것 같습니다힘들어요. 제가 행복하고 열정적이어서 동물을 위해 활동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정말 스트레스 받거든요. 안 보고 싶고 안 하고 싶은데도 자꾸 신경 쓰여서 하긴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가슴 아픈 일인데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럴 땐 반려묘들이 좀 힘이 되나요?고양이들이 있어서 힘든 점이 더 많죠(웃음). 눈뜨자마자 물도 못 마시고 고양이 화장실 청소해 주고 털 치우고 하다 보면 한 시간 반은 지나요. 저녁때도 박스 뜯어놓은 거 정리하고 또 청소하고. 누가 입양하고 싶다 하면 무조건 말립니다. SNS에 올라온 고양이 사진 보면 예쁘지만 실제는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제가 키우는 모습을 직접 보면 마음 접더라고요. 외로운 직업이라 위로를 많이 받으시지 않을까 예상했는데요물론 사랑스럽죠. 동물과의 교감도 정말 있고요. 그렇지만 생명에 너무 감정적으로 접근하진 않았으면 해요. 동물 문제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더 이상 울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슬프고 불쌍한 건 한도 끝도 없잖아요. 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행동으로 옮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길고양이를 위해 하시고 계신 활동도 있나요?자동차 트렁크에 사료 싣고 다니는 정도일 뿐인데요, 강동구 고양이 급식소 정말 지지해요. 어떤 동물이든 그렇게 원인 치료를 했으면 좋겠어요. 동물이 인간의 삶을 침범한다고 하면 왜 그런 건지, 그들의 터전을 빼앗아서 그렇다면 다른 대안으로 무엇을 마련할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우선 음악을 더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제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그만큼 목소리를 높일 수 있잖아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은 아니고요, 저부터 사랑을 실천하면서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그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동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매일 나쁜 짓을 하면 절대 들키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매일 좋은 일을 하면 언젠가 복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희망이 보이진 않지만 ‘아, 희망이 느껴진다’하면서 투자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희망은 있다면 있는 거고 없다면 없는 건데……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모두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 STORY | 2015-03-06 1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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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라 복주
- BE COMPANIONS달려라 복주 “나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 나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아무 힘이 없는 걸요…….” 여기, 가련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이 고양이는 누구나 사랑스러워할 만한 뛰어난 외모를 갖고 있다. 풍성하고 빛나는 긴 털, 보석 같은 큰 눈, 볼록한 볼. 아기 속살보다 더 보드라운 털과 인형보다 더 완벽한 비율의 얼굴을 가진 페르시안 친칠라다. 이 고양이가 예쁜 친칠라로 태어나 오줌 지리는 학대묘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 인형이 아니에요중년의 남자는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과 더 이상 아버지를 전처럼 따르지 않는 딸들의 마음을 돌릴 목적으로 인형 하나 선물하듯 이 고양이를 펫샵에서 80만 원에 사왔다. 남자의 생각대로 아이들은 고양이를 좋아했고 그 맑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곧잘 아버지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미소의 대상이 자신이 아닌 고양이라는 걸 느낀 남자는 이 고양이를 쓸모없어진 인형 취급했다. 80만 원이나 하는 고양이를 사 줬음에도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감을 고양이에게 표출했다.고양이를 들어 벽에 던지고 바닥에 나동그라져 바동거리는 고양이를 발로 걷어찼다. 고양이를 예뻐하는 아이들이 보고 있다고 해서 그 행동이 멈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날도 학대는 계속되었다. 다리 하나가 부러지고 나머지 한 쪽마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를 내리 발로 찼다.“고양이가 안 움직여요. 누운 채로 똥오줌을 흘리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동물학대를 하는 아버지를 더 이상 애들에게 보여 주면 안 될 것 같아요. 와서 고양이 좀 데리고 가 주세요.” 수화기 속 여자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아파요, 아프다고요“그 놈의 피난권…….”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다시 한 번 인간 중심의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2006년 많은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요구로 ‘동물에 대한 피난권’이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피난권을 인정받으려면 생명이 위급한 정도의 상해를 입어야 하고 또 피난권으로 격리시킨다 해도 결국 주인이 원하면 돌려보내야 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법이었다. 피해를 당한 동물에 대한 정말 최소한의 배려만 있을 뿐이었다.현장에 도착하니 고양이가 방 한 편에서 죽은 듯 홀로 누워 있었다. 학대에 이어 이번엔 방치였다. 동물학대로 고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자칫 이 가여운 고양이를 눈앞에 두고도 구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봐 소유권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족들을 설득해 나갔다.병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이 고양이는 숨소리 조차 내지 않았다. 몸을 만지고 불러 봐도 두 눈동자는 미동조차 없었다. 진료 차트에 이 고양이를 등록시키려면 이름이 필요했다. 우리는 복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서 ‘복주(福主)’라고 불렀다. 꼭 살아야 하는 걸까요엑스레이 촬영을 마친 원장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호출했다. “뒷다리 모두 골절됐고 골반 뼈까지 나갔어요. 뼈가 전부 잔금투성이입니다. 복주……, 학대 고양이 맞죠?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위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비어 있고 탈수도 심합니다.”수술을 최소한 세 번으로 나눠서 해야 하고 대수술이라 마취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니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뒷다리 하나는 골절과 인대파손이 심각해서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게 정녕 태어난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는 어린 고양이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란 말인가.복주는 늘 멍한 표정으로 사람을 쳐다봤다. 1차 수술 후 식욕은 좀 돌아왔지만 학대 트라우마 때문인지 남자 선생님들만 나타나면 엎드려 고개도 들지 않았다. 손만 닿아도 비명을 질렀고 큰 소리에는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발을 딛고 일어설 수는 있었지만 걸으려고만 하면 두 다리가 꽈배기처럼 꼬여 이내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늘 앉은뱅이처럼 다리를 끌며 다녔다. 이름대로 ‘복주’예요인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몸과 마음에 남겨진 지독한 상처. 그런데 이런 복주에게도 마음을 열고 싶은 사람 한 명쯤은 있었나 보다. 특별히 복주를 예뻐했던 C 선생님이었다.2차 수술까지 무사히 마친 복주는 몇 발짝 안 되었지만 그 걸음걸이가 확실히 전보다 안정되어 갔다. 자신이 걸을 때마다 박수치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에 넘어져도 다시 걸으려 노력했는데, 특별히 C 선생님이 있을 때는 더 애쓰는 것 같았다. 구조되고 4개월쯤 지나자 복주는 C 선생님과 눈만 마주쳐도 갸르릉 거렸고 그녀의 품만 좋아했다.3차 수술까지 마친 복주는 고보협 자문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의 집에서 잠시 거주했다. 푹신한 이불에 감동하고 보드라운 모래가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쉼터 휘루네에서 온 고양이 두 마리와도 잘 지냈다. 복주가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을 때다. 복주는 C 선생님을 보자마자 강아지처럼 달려가 빙글빙글 돌며 무한 애정을 표시했다. 선생님도 계속 복주가 눈에 밟혔다고. 어릴 적부터 아프리카의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 주는 게 꿈이었던 C 선생님에게 복주는 더 이상 장고를 거듭해선 안 될 고양이였다.입양이 서둘러졌다. C 선생님의 부모님 그리고 유기견이었던 멍뭉이, 유기묘였던 방방이와 동동이가 복주를 반겼다. 새로운 가족들의 환대 속에서 복주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살폈다. 원래 이곳에 살았던 고양이처럼 복주는 당당하고 밝았다. 그것은 앞으로의 복주 삶이 행복해질 조짐이었다. CREDIT글 박선미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표)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치료, 구조 담당으로 대한민국 길고양이의 안위와 올바른 캣맘 문화, 길고양이의 인식 변화를 위해 활동하며 구조된 유기묘의 입양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 STORY | 2015-03-06 15: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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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보면 언제나 그곳에
- 돌아보면 언제나 그곳에남양주 능내역 능내역엔 수많은 사람의 역사가 잠들어 있다. 철로 위로 아슬아슬 곡예 하듯 등교하던 순간과 친구들과 함께 떠난 기차여행, 두근대던 상경의 기억까지 전부……. 비록 폐역이 된 지금 더 이상 기차는 다니고 있지 않지만, 멈춰 버린 시간 속 추억의 조각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능내역은 오늘도 북적거리고 있다. 폐역에서 쉼터로지난 50여 년간 여러 이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한 남양주의 한 간이역인 능내역. 세월이 지나고 근처에 새로운 선로가 놓이면서 하루 두세 대의 기차로 한적하게 운영되던 능내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비록 폐역화는 피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2012년 능내역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은 마을 사람들 덕분에 능내역은 오늘날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번듯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낡은 기차를 리모델링한 열차 카페와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추억의 사진관도 있어요. 옛날 교복을 입어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공간이죠. 옛날 생각도 나고, 정겹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작년에 오셨던 분이 다음 해 또 오시고 그러기도 해요.”황지영 씨는 3년 전부터 능내역의 관리를 맡고 있는 마을기업의 직원이다. 동절기엔 열차 카페도 매점도 문을 닫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지만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부턴 운영을 재개함은 물론 정기적으로 ‘7080 통기타 라이브 공연’도 열린다고 했다. 겨울인 지금, 드문드문 찾아오는 이들 사이로 새들의 지저귐만 나직하게 흐르는 능내역은 마치 겨울잠을 자는 것 같다. 하지만 곧 꽃이 피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면 이곳 능내역엔 과거를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터줏대감 고양이 능내키도 모양도 제각각인 알록달록한 나무 의자 위엔 능내역을 찾은 사람들의 기념사진이 나란히 매달려 있었다. 기찻길을 거니는 장면, 연인과 마주 보는 모습 등 활짝 웃는 얼굴이 보기 좋아 한참을 둘러보다 역 안으로 들어섰다. 아담한 역내엔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녹슨 난로와 초록빛 의자 그리고 파란색 아이스께끼 통이 정물화처럼 놓여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흑백 사진을 훑어보다 특별한 사진 한 장에 시선을 빼앗겼다. 말똥말똥 두 눈을 빛내는 새끼 고양이의 사진이다.“능내역 터줏대감 고양이인 능내예요. 이건 어렸을 적 사진이고 지금은 엄청 커서 새끼 호랑이만 해졌어요(웃음). 원래 사진관 아저씨가 키우셨는데 사진관이 문을 닫고 난 뒤엔 제가 돌보고 있죠.”3년 전부터 쭉 능내역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 ‘능내’는 마을에서는 물론 능내역을 한 번이라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했다. 사진관에서 자란 덕분에 관광객이 들이대는 사진기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여느 고양이와 달리 사람들의 무릎에 턱턱 앉는 등 애교 넘치는 모습에 일부러 능내를 보러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능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고양이용 참치캔이다. 수많은 관광객에게 아양을 피우고 간식을 얻어먹은 탓에 현재 거구를 자랑하는 돼냥이가 되어 버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모습도 동글동글 귀엽기만 하다.“어휴, 여기서 더 찌면 안 되는데……. 그러면 나무에 못 올라가잖아요. 요 앞 들판에서 햇볕 쬐며 늘어지게 자는 게 얘 일과예요. 그리고 능내역 앞 의자 중에서도 가장 큰 탁자. 여기가 능내 전용 자리예요. 제일 좋아해요.”능내역을 제 집 삼아 돌아다니며 관광객을 맞이하는 접대 고양이 능내. 사람을 좋아하고 태연히 몸을 맡기는 모습 탓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었다고.“어느 날은 한 4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부부가 능내를 안고 가더래요. 매점에서 일하는 분이 걔 데리고 어디 가냐니까 너무 귀여워서 집에서 키운다고……. 마침 발견해서 망정이지 그대로 못 볼 뻔했어요.”세월이 흐른 현재, 능내는 여전히 귀엽지만 덩치가 커진 탓에 더 이상의 납치는 시도되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고양이 능내지만 그래도 이 녀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이곳 능내역이 아닐까 싶다. 위로가 되는 풍경매일 최고 속도가 갱신되는 통신사 광고처럼, 빠르고 정신없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능내역에 방문해 향수를 느끼고 사색도 하며 마음을 치유한다. 황지영 씨 역시 과거엔 청담동에 위치한 번듯한 직장에서 일했었다. 그녀에게 능내역 관리는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업무 아닐까.“그냥 이곳에 온 뒤론 소소한 일들이 다 재밌는 것 같아요. 원래 일하던 곳에서 너무 치이고 힘들었거든요. 능내역은 한적해서 확실히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자유롭기도 하고…….”능내역의 주소 남양주시 조안면은 ‘새가 편안히 깃드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시간이 느릿느릿 흐르는 곳.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능내역과 터줏대감 고양이 능내는 십년지기 친구처럼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줄 것만 같다.“오시는 분들에게 능내역이 마음을 편하게 풀어놓고 치유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돌아갈 시간이 되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데 고양이 능내가 역 앞 풀숲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어쩐지 매일 반복될 평화로운 하루가 부러워져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그들은 물론, 그들의 ‘변함없음’에 위로받을 모든 사람을 위해 능내역과 고양이 능내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하길. 그리고 돌아보면 언제나 그곳에 있길 기도한다. CREDIT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 STORY | 2015-03-06 15: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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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만 고양이
- 당신의 고양이는 성스러운 신화 속 고양이버만 고양이 본래 동남아에서 살던 버만 고양이가 서구세계로 전해진 유래는 확실치 않다. 다양한 설이 있으나 하나같이 검증되지 않은 것 뿐으로 결국 버만의 기원은 미스터리라는 사실만 되새겨 줄 뿐이다. 아마도 평생토록 이들이 우리 곁으로 오게 된 정확한 사연을 알기는 힘들 듯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당신의 고양이 버만에게는 아주 근사한 전설이 깃들어 있으니 말이다. 전설 속 고양이버만 고양이는 본디 버마(오늘날의 미얀마)의 승려들과 함께하던 반려묘였다. 흰 털에 금빛 눈을 지닌 그 고양이들은 버마 사람들에게 신성시되었는데, 세상을 떠난 승려의 영혼을 고양이들이 극락으로 인도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버마의 서부 한 편에 있는 라오춘 사원은 영혼의 윤회를 관장하는 여신, 춘크라얀세를 모시는 곳이었다. 그곳의 대(大)라마 ‘문하’는 평생 춘크라얀세를 섬겨 기도했고 그의 옆에는 늘 ‘신’이라는 이름의 버만 고양이가 함께했다.어느 날 시암(오늘날의 태국)의 침입자들이 라오춘 사원을 침략해 그날 밤 문하는 생명을 잃게 되었다. 그의 반려묘 신은 춘크라얀세 상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문하의 몸 위로 올라가 그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해 주기를 기도했는데, 숨을 거둔 문하의 영혼이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양이의 금빛 눈이 여신의 눈과 같은 푸른 빛으로 변함과 동시에 하얀 털 또한 여신의 머리칼처럼 황금색으로 물들게 된 것이다. 단, 귀와 다리 등 몸의 끝 부분은 짙은 빛깔을 띠었는데 땅에 닿는 모든 것은 불순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승려의 옷에 딛고 있던 고양이의 네 발만은 하얀 빛을 뿜어냈다. 순수하고 거룩한 승려의 영혼과 닿아 세속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것이다.그런 일이 있은 다음 날, 놀랍게도 사원의 모든 고양이가 황금 빛 털과 푸른 눈을 가지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죽은 문하의 곁을 충실히 지키던 버만 고양이는 7일 후 주인의 영혼을 인도하며 함께 극락으로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성스러운 전설 속 고양이 버만은 사람들로 하여금 ‘버마의 신성한 고양이’로 불리며 신비로운 매력을 더해갔다. 샴과는 달라요긴 털에 물든 짙은 포인트 컬러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당신의 고양이 버만은 총 일곱 가지의 컬러 포인트 유형을 지니고 있다. 짙은 푸른색의 블루 포인트와 부드러운 초콜릿색의 초콜릿 포인트, 분홍빛에 회색이 섞인 라일락 포인트 그리고 짙은 갈색을 띄는 씰 포인트가 있으며 이 외에도 크림·레드·토티 및 무늬가 있는 링스 포인트까지 전부 국제 고양이 애호가 협회 CFA(Cat Fancier's Association) 에 승인된 유형들이다.샴을 쏙 빼닮은 포인트 컬러에 길고 뽀송한 장모를 보면 혹 샴과 페르시안의 교배종이 바로 버만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일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비록 2차 세계대전 이후 단 두 마리만 남은 버만 고양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종과의 교배가 이루어진 역사가 있기는 해도, 개체수가 안정된 이후부터는 다시 동일종의 혈통을 유지해 오늘날의 버만 고양이는 샴 그리고 페르시안과는 거의 교집합을 지니고 있지 않은 독립적인 개체라고 전해진다. 이 사실은 체형만 살펴봐도 간단히 알 수 있다. 버만 고양이는 샴 고양이처럼 호리호리한 몸매도 페르시안처럼 땅딸막한 코비 체형도 아니다. 다부진 직사각형의 몸통을 지녀 튼튼하고 넓은 골격을 자랑하는 당신의 고양이는 머리와 몸통에 이어 꼬리까지 떨어지는 비율 또한 훌륭하다. 하얀 글러브를 신은 고양이 버만의 자랑은 또 있는데 바로 뒷발에 뾰족하게 퍼져나간 흰색 레이스다. 양쪽 다리의 레이스는 대칭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며 완벽한 글러브와 레이스를 지닌 버만 고양이의 탄생엔 신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는 여담이 전해지니, 당신의 고양이 버만은 유래로 보나 외모로 보나 특별 그 자체임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같다. 느긋한 성격의 반려묘사파이어 빛의 눈에서 배어나오는 엄숙하고 성스러운 기운이 인상적인 당신의 고양이 버만은 승려와 함께한 반려묘답게 느긋하고 자애로운 성품을 지녔다. 또한 머리가 좋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다양한 동물 및 아이와도 잘 지내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비교적 무난히 적응하는 특성이 있다. 다만 주인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버만은 긴 시간 홀로 남겨지면 심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니 예비 반려인은 이 점을 고려한 후 입양하도록 하자.뽀송뽀송하고 부드러운 털은 잘 엉키지 않아 많은 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데 이 점도 다른 중장모종 고양이와 비교해 큰 장점이 될 수 있겠다. 다만 어디까지나 많은 모량에 비교해 관리가 쉽다는 것이지 털이 아예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손이 덜 가는 고양이라도 결국은 고양이라는 이야기다. 이 사실을 명심하면 버만뿐만 아니라 다른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신비로운 사원의 땅 미얀마에서 건너와 황홀한 반려생활로 당신을 인도하는 버만 고양이. 그들과 함께하는 나날은 간혹 분에 넘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충만감을 당신에게 안겨 줄 것이다.
- STORY | 2015-03-06 15:4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