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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1-02 1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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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1-02 1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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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1-02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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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4-12-01 11: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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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4-11-27 1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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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4-11-27 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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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4-11-27 15: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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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넘어서
- 장애를 넘어서나는 고양이 비욘드후지마비 고양이 비욘드. 장애묘 비욘드. 비욘드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붙는 말들이 있다. 그렇지만 비욘드의 반려인이자 동화책 <연두 고양이>의 저자 류은 씨에게, 비욘드는 그냥 고양이일 뿐이다. 첫눈에 반해 묘연을 맺었고 어느 가족들처럼 서로 교감하며 살아가는 둘의 모습은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도서출판 리젬, 류은동화책 <연두 고양이>의 후지마비 고양이 연두가 실재한다는 걸 알고 근황이 궁금했어요. 비욘드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었군요어린 아이들이 발음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책에서는 연두라는 이름을 썼어요. 원래 이름은 비욘드(이하 욘드)입니다. 저와 욘드가 함께 일하는 곳인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따왔어요.욘드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요토끼똥 공부방이라는 곳에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동아리인 ‘길냥이 돌봄이’가 있어요. 당시 제가 지도교사였는데요. 공부방 선생님 중 한 분이, 비를 맞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뜯고 있는 욘드를 발견하셨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새끼고양이를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었다고 해요. 욘드는 공부방에서 머물며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게 됐고 제가 첫눈에 반해 입양했습니다.다리는 어떻게 다치게 된 건지 혹시 아시나요?욘드를 데리고 수많은 병원에 다녀봤는데 교통사고다, 낙상사고다 의견이 분분했어요. 최근에 후지마비를 잘 보는 동물병원에 갔더니 유전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하더라고요.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못 썼던 거죠. 처음엔 아예 다리가 안 움직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장애를 가진 고양이를 입양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요욘드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장애가 아니라 사랑스러움이었어요. 욘드 표정이 정말 발랄했거든요. 뒷다리는 불편했지만 두 앞발로 활발하게 걸어 다니더라고요. 그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혼자 키워야 하는 거면 힘들었을 텐데 제가 일하는 재단 사람들과 공동양육을 하기로 하면서 입양을 결심할 수 있었어요.욘드를 같이 키우는 것에 다들 찬성하셨던 건지요모든 사람들의 동의가 제일 중요했죠. 특히 재단 이사장님은 동물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동물을 키우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인데요, 그 분도 욘드를 보자마자 키우기로 마음먹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그럼 욘드는 사무실에서 지내는 건가요?저랑 같이 출퇴근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섯 시간에 한 번은 압박배뇨를 해야 하거든요. 제가 외근을 하거나 지방에 가야하는 상황이면 다른 직원들이 돌봐주고요. 욘드 집이 서너 군데는 되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영역동물인지라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서인지 다행히 괜찮은 듯해요.도와주시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힘드실 것 같기도 한데요욘드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건 맞아요. 그렇지만 제가 욘드에게 해주는 것보다 욘드가 제게 해주는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예를 들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욘드가 특별히 애교를 부리진 않지만 존재 자체가 기쁨인 것 같아요. 사무실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어요. 욘드가 오늘 밥은 잘 먹었는지, 압박배뇨는 했는지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이 좁혀졌습니다. 재단에 방문하시는 분들께도 ‘같이 일하는 고양이’라며 욘드를 소개했는데 오실 때마다 고양이 용품을 챙겨주시더라고요. 다 같이 키우는 느낌이에요.사무실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라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양이군요그럼요. 저희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성적 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하는 곳인데요, 욘드도 동등하게 활동가 자격으로 이곳에서 지내요. 재단의 마스코트죠. 홈페이지 조직도에도 욘드가 들어가 있답니다. 월급도 15만원으로 책정해 사료 값으로 사용하는데 병원비를 많이 써서 월급을 가불한 상태예요(웃음).다리 말고는 아픈 곳이 없는 건가요?혈뇨 보는 것 빼고는 건강해요. 압박배뇨가 혈뇨의 원인인데, 욘드는 사람이 계속 배뇨를 도와줄 수밖에 없으니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라 생각해야 한다더군요. 처음 욘드가 피를 흘렸을 땐 너무 놀랐고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관리해 주는 게 좋을지 차분하게 생각해요. 그래도 마음은 아프지만요.모든 일에 의연하신 것 같아요장애묘를 키우는 게 굉장히 힘든 일처럼 여겨져서 그런지 저한테 대단하다, 좋은 일 한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부담스러워요. 전신마비 고양이처럼 욘드보다 더 아픈 동물들을 보살피시는 분들도 계시는 걸요. 그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욘드를 향한 시선은 어떤가요?한번은 집에 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욘드에게 관심을 보이셨어요. 사연을 들려드리자 저를 꼭 안아주시더라요. 장애 고양이라고 하면 안쓰럽게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은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건데, 욘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자기가 남과 다르다거나 남보다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죠. 다른 고양이들처럼 활발하고 명랑하거든요. 장애묘라는 이유로 무조건 동정하진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연두 고양이>에서도 그런 바람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연두가 동등하게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거든요컨셉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후지마비 고양이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갑자기 연두가 장애를 극복한다는 식의 판타지는 원하지 않았거든요. 물론 토끼똥 공부방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기 때문에 픽션인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임시보호를 했으니까요. 누가 주인공을 할지는 애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정했다고 하더군요(웃음).책 속 아이들은 정말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그렇죠. 어느 날은 슈퍼에 가다가 엄마랑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싸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손에는 상자가 들려있었죠. 엄마가 “갖다 버려”, “또 들고 오면 혼날 거야”하니까 애가 울면서 담벼락 밑에 상자를 놓고 갔어요. 고양이더라고요.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난 욘드도 있는데 어떡해야 하는 건가 정신이 없는데 고양이는 계속 야옹 야옹 울고. 지나가던 커플이 정말 예뻐하면서 키우겠다고 데려가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그때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욘드를 발견한 선생님도 정말 괴로웠다고 하셨는데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그러고 보니 구조 결정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욘드를 처음 봤을 때 ‘왜 나는 돈이 없나’, ‘왜 나는 이런 집에서 사나’ 많이 한탄하셨대요. 어찌 보면 욘드를 키우기로 한 저보다 길에서 데려오기로 결정한 그분이 더 큰 결심을 하신 거죠. 정말 감사해요. 얼마 전에는 나양이라는 고양이가 토끼똥 공부방에 들어왔대요. 사고로 앞발을 다쳐 큰 수술을 받았는데 다리를 절게 됐어요. 다행히 좋은 분께 입양됐습니다. 바로 연두 고양이 책을 낸 출판사로요. 욘드를 공동양육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신 것 같아요.<연두 고양이>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주는군요제 꿈이 바로 어른들이 볼 수 있는 동화책을 내는 거예요. 두 번째 책에는 공동양육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그 책 얼른 보고 싶네요. 또 계획 중이신 일은 없는지요?올해 9월 9일 고양이의 날 전시 주제가 ‘행운’이라고 해서 같이 이야기해보기로 했어요. 욘드를 만나고 많은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길고양이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사회적인 노력이 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강동구청에 마련된 고양이 급식소나 망원 파출소에서 돌보는 고양이 망고처럼, 공공기관에 고양이를 접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생겼으면 해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그런 면에선 앞으로 욘드도 많은 역할을 할 듯해요욘드가 제게 주는 행복에 비하면 후지마비라는 장애는 별 것 아닌 것 같아요. 사람에게서는 받을 수 없는 위로를 욘드가 해 줍니다. 그게 동물의 힘이 아닐까요. 이런 고양이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STORY | 2015-01-02 1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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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와 나, 우리, 같이 살아요 프…
- 길고양이와 나, 우리같이 살아요 프로젝트경기 불황, 청년 실업, 삼포 세대. 먹고 살기 참 힘든 세상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을 신경 쓴다는 건 여유를 넘어서 사치다. 하물며 그게 길거리의 고양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공책 한 권만으로 길고양이를 돕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는 예쁜 공책을 만들고, 말솜씨가 좋은 친구는 사람들에게 공책을 소개한다. 그런 공책 한 권을 사는 것처럼, 길고양이와 같이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작은 손을 잡았던 그날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에 자리한 ‘같이 살아요 프로젝트’ 작업실. 빈 집 혹은 동네 슈퍼처럼 보이는 이 공간이 길고양이와의 공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FIREFISH’팀의 아지트이다. 대학원에서 처음 만나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려고 뭉친 세 청년들이 어쩌다 길고양이를 위해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된 걸까. 프로젝트를 기획한 춘배 씨는 이 모든 것이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내민 작은 손에서 시작됐다고 했다.“2년 전쯤엔 용산에 사무실이 있었어요. 건물 4층이었는데 어느 날 밑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고양이가 데려가겠거니 했는데 저녁 여덟 시부터 다음날 아침 일곱 시까지 울더라고요. 버려진 아이구나 싶었어요. 1층에 내려가 보니 실외기 뒤에 쥐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이 안가는 동물이 꿈틀거리고 있었죠.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이어서 손만 겨우 내밀었는데,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쫄래쫄래 나와서는 장난을 걸더군요.”춘배 씨는 그렇게 고양이 ‘장수’를 처음 보았고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 작업실로 데리고 왔다. 영화 같은 그들의 만남, 그러나 고양이 치료비는 현실이었다. 털은 숭숭 빠져있고 눈에는 덕지덕지 눈곱이 낀 장수와 동물병원에 가고 나서야 알았다. 병원비가 그렇게 비싸다는 것을.“정말 놀랐어요. 주머니에 삼만 원 있었는데……. 다행히 장수는 치료 후 건강을 되찾고 저희와 같이 살게 됐지만 길고양이의 고생스러운 삶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장수처럼 아파서 죽어가는 고양이들이 많겠다 싶었습니다.” 기부는 투명하고 분명하게장수와 같은 처지에 놓인 길고양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자고 뜻을 모은 춘배 씨와 팀원들.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자니 다들 심하게 낯을 가리는 게 문제였다. 결국 각자의 재능을 살려 디자인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해, 수익금의 일부를 길고양이를 돕는 비영리 시민단체 ‘한강맨션 고양이’에 치료비로 기부하기로 했다.그러나 여태 애니메이션만 만들었지, 무언가 팔아본 적은 없었기에 잘 안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다고. 제일 먼저 커다란 노트 하나를 내놨는데 아니나 다를까, 판매가 영 신통치 않았다.“한 달 동안 노트 열 몇 권 팔았던 것 같아요. 적은 돈을 보내기 미안해서 판매 금액과 관계없이 사비를 보태 기부했죠. 그러다가 한강맨션 고양이에서 주최하는 바자회에 초대를 받았어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게 좋을 것 같아 공책 여러 개와 에코백을 제작해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반응이 뜨거워서 가져간 물건을 거의 다 팔았어요. 그날 바자회 수익 중 5분의 1이 저희가 낸 거였죠.”그 후 입소문을 타 판매량이 조금씩 늘었고 드립 커피세트, 보온병까지 상품 군에 추가됐다. 모든 제품은 수익금의 반액을 기부하는 것이 원칙인데 현재 한 달 평균 사십만 원가량을 길고양이 치료비로 보내고 있다.“수익의 일부를 좋은 일에 쓴다는 상품들을 보면 판매 금액의 일 프로 혹은 정말 미미한 수준이 기부되더라고요. 기부 내역이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금액도 정확히 밝히고 용도도 치료비로 정했습니다.”같이 살아요 프로젝트의 올해 목표는 월 백 만원 기부하기. 지금은 블로그를 통해서 판매 중이지만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앞으로 쇼핑몰도 갖추고 상품도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다. 우리 같이 살아요운명처럼 장수를 만나 시작한 같이 살아요 프로젝트. 그 후 고양이 ‘태평이’를 둘째로 맞이하면서 작업실은 사장님 격인 고양이 두 마리와 일꾼인 팀원 세 명으로 복작거리고 있다. 본업과 프로젝트를 병행하느라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춘배 씨는 고양이들이 없었다면 팀이 진작 해체됐을 것이라 말했다.“저희들끼리 얼마나 많이 싸우는데요. 장수랑 태평이 먹여 살리려고 지금까지 모여 있는 거예요(웃음). 지금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프로젝트가 활성화하면 길고양이들을 돕는 일만 하는 게 꿈입니다.”임시 오픈 식으로 소소하게 활동한 작년 한 해에 대해 춘배 씨는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고양이를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프로젝트를 돕는 사람들을 보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의 강한 결집력을 느꼈다고.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다.“저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단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착각이었더라고요. 제 주위에는 고양이를 예뻐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였어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을 만나보면 여전히 도둑고양이라 부르고 고양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고양이를 돕는 사람들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춘배 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단지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고양이에 집착해서 길고양이를 돕는 게 아니라고.“이 도시에는 사람 말고도 다른 생물들이 살고 있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이에요. 큰 해를 끼친다면 고민해야 할 문제인 건 당연하지만 최소한 사람이 필요해서 데려온 고양이나 개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 같이 사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 STORY | 2015-01-02 1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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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소리, 라…
- 똑똑!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소리라이프노킹 캠페인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과 못마땅해 하는 이웃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휘둘리는 힘없는 길고양이들……. 언제부턴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마을 사람들과의 분쟁을 품은 시한폭탄처럼 여겨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애써 단념했던 일. 그러나 그토록 찾던 공생의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길고양이와 이웃 그리고 캣맘까지 모두 행복해지는 캠페인, ‘라이프노킹’이 그것이다.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협동조합 살림‘우리’를 지키다따뜻한 곳을 찾아 자동차 엔진룸으로 들어가게 된 아기고양이가 아침이 밝았음에도 깨지 못해 변을 당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사안. 그러나 보닛이나 운전석 바닥을 쿵쿵 노크하는 것만으로 예방이 가능한 간단한 일이기도 하다. 라이프노킹 캠페인은 이러한 사실을 도어사인을 통해 모두에게 알리는 일이다.라이프노킹을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살림’은, 기존 광고회사의 직원들이 다 함께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총 22명의 조합원. 그 중 라이프노킹 캠페인을 담당하는 이상준 씨는, 광고회사에 다니던 과거와 비교해 업무 강도는 비슷하지만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겨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했다.“협동조합 살림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존입니다. 동물을 잘 아는 조합원을 통해 라이프노킹에 대해 듣게 되었고, 길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캠페인이라는 생각에 착수하게 되었어요. 작년 겨울에 시즌 1을 끝냈고 얼마 전 시즌 2를 시작했습니다.”하나둘씩 도어사인을 건 인증샷도 도착하고 있다며 활짝 웃는 상준 씨. 그 미소에선 길고양이를 넘어 모두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손에서 손으로7천 부 배포로 조촐하게 끝났던 시즌 1. 과거의 홍보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시즌 2인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커뮤니케이션이다.“도어사인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채널인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사람들의 입을 타고 모두가 알게 되어 결국 라이프노킹 캠페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니까요.”귀여운 고양이 모양의 도어사인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럼, 옆 차 손잡이에 저를 걸어 주실래요.’ 이상준 씨는 도어사인이 한 번 보고 버려지기보단 이웃의 손을 빌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혹시 시즌 1땐 어땠을까.“기억에 남는 배포자분들이 두 분 계세요. 한 분은 따님에게 라이프노킹에 대해 가르쳐서 유치원에서 발표를 시키신 학부모님이고요, 또 한 분은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게스트 하우스, 음식점 등등 도어사인을 건 곳을 표시해 지도처럼 만드신 여성분이에요. 이런 식으로 지인에서 지인으로 이어져 모든 사람이 알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이프노킹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인터넷 기사의 댓글란에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고양이를 정말 싫어해 시비성 댓글을 남기던 사람도 결국 라이프노킹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싸움이지만 무관심보단 나았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알게 되고 고양이는 살게 되니까. 라이프노킹은 언제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공존을 확신하다길고양이에 대한 의견이 팽팽한 지금, 우리는 확실히 과도기에 와 있다. 과연 길고양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상준 씨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저희는 분명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라이프노킹 캠페인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상준 씨. 그건 바로 길고양이를 통한 이웃 간 화합의 가능성이었다고 했다.“가장 놀랐던 사실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도어사인을 받으러 오신다는 거였어요. 20-30대 여성 뿐만 아니라 철물점 아저씨, 양로원분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요. 어떤 날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오셔서 주민들에게 나눠 주겠다고 가져가셨어요. 이런 일들로 저도 사실은 선입견이 있었다는걸 깨달았죠. 경비원 아저씨는 연세도 있으시고, 주민들의 불평 때문에 길고양이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반대로 젊은 여성분들 중에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많이 반성하게 되었어요. 이런 점에 있어서 길고양이 문제는 이웃 간 화합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고리가 되어 주는 거죠.”어느 날에는 길가를 지나가다 노부부와 함께 있는 길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상준 씨. 고양이가 혼나면 어쩌지 하며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반대로 집에서 우유를 가지고 나와 새끼고양이에게 먹이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단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세상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공존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똑똑 두 번의 노크 그리고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그만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공존이라는 새싹은 겨울을 뚫고 피어날 것이다.
- STORY | 2015-01-02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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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살 나이 드는 보호소의 개들
- 또 한 살 나이 드는 보호소의 개들400마리 강아지들의 행복한 보금자리??태어날 때부터 유기견은 아니었다. 한때는 이들도 작고 귀여웠던 강아지였다. 탄생을 축복받은 새 생명이었고 기쁨과 행복을 주는 반려견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부드러웠던 털을 거칠어졌고 반짝거리던 눈망울은 탁해졌다. 그래서였을까. 하루아침에 버림받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는 가족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나이가 많은 개들에게도 기회를경기도 안성에 있는 400마리 강아지들의 행복한 보금자리(이하 보금자리)에 머무는 유기견들은 거의 다 노견이다. 일곱 살 이상이 많고 어려야 다섯 살. 세 네 살 먹은 강아지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령견 중에서도 아프고 약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방이 따로 있을 정도다. 보금자리의 김계영 소장은 나이 많은 개들이 입양되는 일은 말 그대로 하늘에 별 따기라고 표현했다.?“보호소에서 유기견 입양하시려는 분들은 대개 어린 강아지들을 찾으세요. 새끼 때부터 키워야 훈련도 시키고 정도 든다고요. 네 살만 돼도 나이가 많다고 놀라십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보금자리에서 입양 가는 개들은 3개월에 서너 마리 정도, 한 달에 한 마리 꼴이다. 물론 시 위탁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나이 어린 유기견들을 구조해 오면 더 많은 개들을 입양 보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김 소장은 그런 강아지들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입양해가니 대여섯살된 개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내년이 되면 또 한 살 먹는 보금자리 아이들. 김계영 소장은 앞으로는 개들 나이를 만으로 따져야겠다며 웃다가도 떠나보내는 노령견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개들이 죽는 것에 대해서는 담담해요. 그런데 이별에 익숙해져도 눈물은 마르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오랜 세월 함께하며 힘들게 키운 아이들이 떠나면 더 많이 가슴 아픕니다. 밤에 자려고 누워선 무지개다리 건넌 강아지들의 옛날 사진 보면서 혼자 많이 울어요.” 버릴 거면 차라리 이곳의 수백 마리 개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누군가와 몇 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을 텐데 어째서 거리를 떠돌게 된 걸까. 잃어버린 후 찾지 못한 거라 믿고 싶지만 그런 개들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몸이 아프니 병원비가 많이 들어 버려지는 거라고. 보금자리에도 키우던 노견을 받아달라는 전화가 끊임없이 온다.?“다들 ‘맡아 달라’고 표현하지만 결국은 여기에 버리겠다는 거지요. 어떻게든 키우라고 설득하는데 도저히 안 된다고 하면…… 차라리 안락사하라고 얘기합니다. 편히 보내주고 좋은데서 화장하라고요. 집 밖으로 내보내면 누군가 데려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본인도 십년동안 예뻐하다가 버리는 개를 누가 키우겠어요. 시보호소로 들어가 안락사 되거나 길거리에서 학대받다가 고통 속에 죽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강아지를 키우다 포기할거면 아예 시작하질 말아야 한다. 사실 다들 처음에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살다보면 정말 개를 기를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오지 않는가. 그렇지만 나이든 반려견들을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달라고 김 소장은 간곡히 부탁했다.?“사람도 돈이 없으면 병을 못 고쳐 죽잖아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픈 강아지를 치료해주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병원에는 못 데려가더라도 강아지가 힘들어할 때 한번 안아주고, 고통스러워할 때 옆에 있어주세요.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개는 행복해하니까요.” 그래도 희망은 있다김계영 소장 역시 보호소에 있는 노령견들을 돌보기가 녹록치 않다. 강아지들 밥은 굶기지 않지만 노환에 들어가는 치료비까지 대기는 어려운 게 현실. 먹일 약이 있다 해도 하루에 몇 번씩 수많은 개들의 약을 챙기는 일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김 소장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 많은 아이들 치료하고 싶다고 하면 유기견에겐 사치 아니냐고 합니다. 고치는데 큰 돈 들이느니 밥만 먹이고 명대로 살다 죽게 하자고요. 그렇지만 약이라도 먹서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러다 잠결에 편히 가주면 고맙고요…….”? 그래도 모두가 보호소에서 눈을 감는 건 아니다. 보금자리를 찾는 봉사자들이 나이 많은 개들을 안타까워해 입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그저 하루만이라도 편안한 집에서 쉬다 떠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김 소장이 일찌감치 보호소 청소를 마쳐놓고 봉사자들에게는 산책 같은 아이들과의 교감을 부탁하는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한 마리라도 더 입양갈 수 있기를, 입양은 못 되더라도 한번이라도 더 따듯한 품에 안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그렇다고 해서 노령견을 입양하는 일이 곧 이별을 준비하는 일만은 아니다. 관리만 잘해준다면 몇 년은 더 행복하게 함께하는 게 가능하다고. 지금 여덟 살 아홉 살 먹은 보호소 강아지들, 나이가 많다고 느껴지는 아이들도 그동안 살아온 만큼 앞으로 살아갈 수 있다. 옆에서 보살펴 주고 사랑해 줄 가족이 있다면 말이다.
- STORY | 2014-12-01 11: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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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산책도 문제없어요!
- 겨울 산책도 문제없어요!리드줄 연결이 가능한 누빔 망토 차가운 바람 때문에 반려견이 산책하다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불안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강아지에겐 외투가 필수인 계절. 그런데 가슴줄을 착용하는 반려견들의 경우 두꺼운 옷 위에 줄을 차야해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럴 땐 티셔츠나 올인원 같은 실내복을 입고 가슴 줄을 채운 후 그 위에 걸칠 수 있는 겨울 망토를 만들어 보자. 가볍고 따듯할 뿐만 아니라 리드줄 연결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다. 글·사진 심주희 재료 폴라폴리스(안감), 면20수(겉감), 7온스 안감 솜, 단추, 고무줄, 바이어스 패턴 그리기? 등 길이와 몸통 둘레를 잰 후 얇은 종이에 패턴을 그린다. 강아지에게 직접 입혀보면서 패턴을 만든다. 만들기01. 겉감, 안감 솜, 안감 원단을 차례대로 놓는다. 02. 포개놓은 원단을 누빔 처리(박음질)한다. 03. 누빔 처리한 원단에 패턴을 올려놓고 패턴을 따라 원단을 자른다. 04. 리본을 만들 목 부분을 제외 한 등 부분을 바이어스로 박음질한다. 05. 목 부분은 리본을 묶을 수 있도록 바이어스를 양 끝에 15cm정도 여유 있게 남긴 후 박음질한다. 06. 강아지의 배 부분을 잡아줄 단추와 고무줄을 단다. 07. 리드줄과 가슴줄을 연결할 수 있게 등 부분에 구멍을 낸다. 08. 올이 풀리지 않게 손바느질로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 STORY | 2014-11-27 1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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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와 반려견
- 아기와 반려견나의 가인 그리고 페이 두 살 반 래브라도 리트리버 페이와 생후 5개월 아가 가인이는 한 집에서, 그것도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아꼈던 나. 동물에게 무덤덤한 편이었던 내 남편. 가인이와 페이를 함께 키우기까지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글·사진 정맑은 페이와의 첫 만남페이를 반려견으로 맞이한 건 아기가 생기기 전인 2012년 4월이었다. 잦은 출장으로 오랜 시간 집을 비우는 남편 때문에 나는 페이를 분양받기로 했고 남편도 동의했다. 대형견은커녕 소형견도 한번 키워보지 않았던 그였기에 커다란 페이의 발랄한 등장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형견 좀 키워봤다 소리를 하고 다닌단다. 그렇게 오순도순 함께 살게 된 우리 부부와 페이. 그러다 결혼 후 2년쯤 지나면서 이제는 때가 됐다 싶어 자녀계획을 세웠다. 기쁜 일이었지만 걱정거리도 많았다. 나는 아기가 생기면 첫 자식 같은 페이를 제대로 관리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죄책감을 느꼈고 남편은 페이의 털과 덮침으로 인해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아쉽게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우리는 아기를 가졌다.?기른 정이 무섭다고 했던가. 페이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편도 나에게 동화되어 가는 듯 했다. 그렇지만 동물을 포용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개념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각자 입장이 다르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일 터. 서로를 이해하기로 하고 페이와 아기가 한 공간에 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점들에 대비하기로 했다. 이해하기, 이해시키기가장 먼저 털 빠짐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한 것은 로봇청소기였다. 그 다음으로는 페이가 부웅부웅 흔들어대는 어마어마한 꼬리로부터 아가를 보호해 줄 아기침대를 준비했다. 여러 가지 해결책들 중 가장 유용했던 건 켄넬훈련이었다. 집에 손님이 오거나 아기를 돌볼 때 등 잠깐씩 페이를 켄넬로 들여보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미리 훈련을 해 두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로봇청소기와 아기침대는 실제로 사용해 보니 매우 유용했다. 페이와 아기를 한 공간에 둘 수 있게 한 효자상품들이다.?청소는 수시로 하면 되고 페이의 침과 꼬리, 깨방정은 우리 부부가 옆에서 막아주거나 안된다고 하면 페이가 잘 알아들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가족과 주변 지인들을 이해시키는 것이었다.?남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우선 나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상태여야 했는데 두 해 전 같은 동네 친구에게서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라는 책을 빌려 읽고 깊이 공감한 경험이 큰 보탬이 됐다. 친구는 골든리트리버를 키웠는데 같이 사는 그녀의 언니가 임신 중이었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토끼와도 함께였다. 그 모습을 보며 대형견과 아기의 동거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고 그 때부터 둘을 같이 키워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나의 친정 식구들 역시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길렀고 지금도 개 세 마리와 함께 살기에 아기와 페이의 동거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남편의 경우 신혼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나의 동물 사랑 이야기를 들어왔고 무엇보다도 내가 입덧 때문에 몸무게가 8kg이나 빠지고 정신마저 피폐해졌을 때 페이가 내게 가장 큰 위로가 된 것을 잘 알았기에 반려견과 평생 함께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다.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를문제는 시댁과 주변 지인들이었다. 우선 우리 시댁 어른들 중에는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분이 없다. 개는 그저 집 지키는 짐승으로만 여기셔서 가끔씩 나나 남편에게 “개는 어떡할거고?”, “개는 언제 치울거고?” 말씀하셨다. 속으로는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 그 때마다 웃으며 넘겼다. 시댁 식구들도 내가 페이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아셨기에 무조건 없애라고 하진 않으셨다. 그것만이라도 감사했다. ?출산 후 조리원에서 퇴원하기 전에 페이를 잠깐 친정에 맡겼는데 아마도 그때 시부모님께서는 페이가 영원히 우리 친정에 있으리라 생각하셨을 것이다. 페이가 곧바로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아시게 됐지만 이미 페이와 가인이가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별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아직도 탐탁지 않아 하시지만 둘을 예쁘게 잘 키우면서 위험하지 않다는 걸 보여드리면 아마도 무언의 긍정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주변 지인들의 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는데 꾸준히 나의 블로그와 SNS를 통해 동물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더니 ‘아, 얘한테는 개 치우란 소리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더 이상 가인이와 페이를 같이 키우면 큰일 난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내 확고한 의지가 전해진다면 아기와 개의 동거에 반대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이렇게 모두를 조금씩 이해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힘들 때는 나조차도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페이와 가인이는 가족들의 보살핌 아래 잘 지내는 중이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길 바라며 요즘 아기 때문에 많은 것을 참아야 하는 페이에게 좀 더 잘 해주리라 다짐해 본다. 글쓴이?정맑은(http://blog.naver.com/clear8385)가인이와 페이는 그녀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다. 아기와 반려견이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려견을 파양하거나 버리는 일이 줄어들기를 소망한다.
- STORY | 2014-11-27 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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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도 가족도 되찾아줘요
- 웃음도 가족도 되찾아줘요유기견 후원 ‘미소 팔찌’ 1천 만 애견인시대를 맞이하면서 동시에 늘어난 유기견의 수. 매년 6만 마리씩 발생하는 유기견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니 유기견 후원 또한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알록달록 예쁜 팔찌를 차는 것만으로도 수 십 마리의 유기견을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사람의 과오를 사람의 손으로100% 사람의 손으로 만든 팔찌. 거기에 판매 수익금을 전부 유기견에게 기부하는 착한 팔찌가 있다고 한다. 단국대학교 유기견 봉사단 ‘미소 지킴이’가 판매하는 ‘미소 팔찌’가 바로 그것이다.?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다고 했던가. 미소지킴이는 원래 단국대학교 봉사동아리 ‘미소’ 안에 포함된 유기견 봉사 소모임이었으나, 현재는 미소 대부분의 인원이 미소지킴이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미소지킴이를 기획한 미소 동아리 전(前) 회장 오욱진 씨는 유기견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유기견 문제는 사람의 과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희도 처음엔 벽화봉사, 산타 봉사 등 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사람의 과오로 발생한 유기견에 대한 단체 및 법적제도는 너무나도 부족하더군요.” ??그렇게 유기견 봉사단 미소지킴이가 탄생했다. 매달 견사를 치우고 산책 봉사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돌보는 유기견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개체수가 늘어나기만 했다. 봉사활동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미소지킴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기견에 대해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몸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이라면 자연스럽게 홍보될 수 있을 것 같아 미소 팔찌 제작을 시작했다. 진심이 엮은 팔찌꼼꼼히 엮여있는 끈 가운데 강아지와 고양이 마스코트가 달려있는 미소 팔찌.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지금의 미소팔찌가 있기까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했다.?“한번 차보고 서랍 속에서 잠자는 팔찌보단, 예쁘고 실용적이라서 항상 지니고 다닐 수 있는 팔찌를 만들고 싶었어요. 매달 일정 금액 이상 후원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하죠. 거기다 시판되는 다른 팔찌에 뒤지지 않는 품질까지…… 두 마리 토끼 전부를 잡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의 팔찌를 끊임없이 제작했어요.” ??수익률과 품질 모두 만족시킨 현재의 미소 팔찌는 같은 재질 다른 팔찌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4,500원이라는 가격으로 첫 선을 보였고 별다른 마케팅 없이 미소지킴이 블로그 판매 포스팅만으로 목표 판매량을 가볍게 채웠다. 소문을 듣고 점점 더 몰려드는 구매자에 비해 수제품이라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었던 미소 팔찌는, 주문페이지가 열리자마자 금방 동이 나버려 구매 희망자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한다고.?“그럴 땐 저희도 죄송하죠. 그래도 저희가 학생인지라, 또 100% 수작업 팔찌라 한꺼번에 많이 만들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에 정해진 양만 선착순으로 판매합니다. 한 분 당 구매량도 여섯 개로 제한했어요.” 한 명에게 많이 팔아도 수익은 똑같지만 굳이 구매량을 제한한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기견을 도울 기회를 주고자 했던 미소팔찌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다. 미소 팔찌 판매로 발생한 수익을 100% 유기견에게 기부한다는 처음의 약속도 꾸준히 이행하고 있다. 블로그에 수익 내용과 쓰임새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봉사 장면까지 인증하는 모습에는, 시간이 지나도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굳건한 진심이 담겨있다. 미소팔찌의 꿈오욱진 씨는 미소 팔찌를 ‘매개체’라고 했다. 유기견을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실행하지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유기견에 관심이 없었지만 미소팔찌로 인해 관심을 가질 많은 사람들을 유기견과 이어주는 매개체. “팔찌뿐만 아니라 유기견을 프린팅한 에코백 등 다양한 제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주로 손으로 들고 다녀서 눈에 잘 띄는 제품들 위주로요.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으니까요.” 미소지킴이가 미소팔찌와 다양한 제품들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욱진 씨는 수줍게 커다란 꿈을 이야기했다. ?“현재 보호소 두 군데에 수익을 환원하고 있거든요. 일차적인 목표는 더 많은 수익금을 더 많은 곳에 전달하는 거죠. 궁극적인 목표는…… 저희는 조금 큰 꿈을 꾸고 있어요. 바로 미소동아리의 비영리단체화입니다. 졸업 등 끊임없이 결원이 생기는 학교 동아리로는 봉사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미소동아리를, 더 이상 찾아다니는 단체가 아닌 찾아주시는 단체로 탈바꿈하고 싶습니다. 미소팔찌는 그 첫 걸음인 셈이죠.”?아무런 대가 없이, 오히려 사비가 들어가는 활동이지만 그 덕에 진심으로 유기견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며 동아리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오욱진 씨. 그리고 미소 팔찌를 만들면서도 끊임없이 왁자지껄 새로운 제품 기획 회의를 하는 미소지킴이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더욱 행복해질 유기견들의 밝은 미소를 보았다.
- STORY | 2014-11-27 15:5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