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20-11-24 18:18:11
-
[STORY]
STORY | 2020-11-24 18:14:32
-
[STORY]
STORY | 2020-11-24 18:13:46
-
[STORY]
STORY | 2020-11-24 18:13:03
-
[STORY]
STORY | 2020-11-24 18:11:56
-
[STORY]
STORY | 2020-11-24 18:11:14
-
[STORY]
STORY | 2020-11-24 18:10:34
-
- Magazine P. 함께한 첫 해, 함께 할 평생
잘 컸다, 우리 아가들!내가 이 말을 하게 될 줄이야.
1년이 지난 지금 세 마리인 줄 알았던 아가들이 실은 아홉 마리였던 것은 그렇다 치고, 원래 있던 강아지들만으로도 다사다난했던 우리 집이기에 ‘혹시나 아이들이 싸우진 않을까? 원래 있던 아이들 스트레스가 크진 않을까? 좋은 곳에 입양을 가서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 아이들에게 더 좋지는 않을까?’ 하는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리고 2019년 3월 30일. 한 가족이 된 이후, 우리는 새로 태어난 강아지 아홉을 모두 가족으로 품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집 안의 강아지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돌이켜보면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지만, 당시에는 뭐 그리 바쁘고 치열했는지. 막 태어난 아가들이 언제쯤 눈을 뜰까? 조마조마하며 설레던 날들, 아홉 마리 분의 분유를 세 시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먹이던 날들. 처음 귀가 열리던 날, 아이들 하나하나 붙잡고 이름을 불러줬던 것, 드디어 사랑한다는 내 말을 너희가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격스러웠었는지…. 잘 걷지도 못하는 아가들을 두세 마리씩 품에 안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었는데, 그땐 그마저도 전혀 힘들지 않았나 보다. 혹시라도 아가들이 어찌 될까 봐 목줄에 일일이 전화번호와 이름, 주소까지 다 적어두고 졸졸 쫒아다니던 걸 생각하면, 그땐 나도 완전 초짜였구나! 새삼 느낀다. 함께여서 다행이야 종종 비즐라 아가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면, 우리를 알아봐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신다. 유튜브를 통해서, 또는 매거진P를 통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접한 분들이시다.아이들의 유명세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많은 분께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매 순간 정말 신기하고 또 감사하다. 지난번 동물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병원 안의 거의 모든 분께서 우리를 알아봐 주신 적도 있었다. 덕분에 비즐라들 사회화도 더 잘 되는 느낌이랄까.(웃음) 그중 어떤 분은 혹시 비즐라들 중 입양을 보낸 아이가 있는지 궁금해하시기도 한다. 역시 아가들이 아홉 마리나 되니까 자연스러운 궁금증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엔 우리 가족 역시 ‘입양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렵게 꺼낸 물음에 날아오는 대답은 ‘어떻게 수입했어요?’, ‘한 마리당 얼마에요?’, ‘족보가 어떻게 되나요? 제가 펜션을 운영하는데, 갖다 놓으면 모양이 살겠네요’ 와도 같은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것들뿐. 그렇게 입양처를 모두 거르고 나니 우리끼리 똘똘 뭉쳐 책임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굳히게 됐다. 그래서 이제 나는 쑥스럽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말한다. “아니요, 우리 가족 다 같이 살기로 했어요” 라고. 그러면 곧이어 이런 대답이 날아온다. “어머, 힘드시겠어요.” 그럼 나는 다시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요, 함께여서 얼마나 다행인데요!” 눈코 뜰 새 없지만, 행복해 아이들도 요새는 다 컸는지, 점점 생활리듬이 규칙적으로 잡혀가고 있다. 아침 9시면 다들 슬슬 일어나서 엄마를 깨우기 시작한다. 마당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주면 알아서들 놀다가 아침밥을 먹는데, 요새는 노즈워크를 하면서 마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밥을 먹고 한 30분쯤 있으면 하나 둘씩 주방 앞으로 모여 오순도순 낮잠을 잔다. 어려서부터 다 같이 함께 자는 게 익숙해서인지, 아직도 아이들은 거대한 골뱅이처럼 몸을 동그랗게 만 채 쿨쿨 잠을 청한다 한두 시간쯤 뒤, 잠에서 깬 아이들은1층과 2층을 헐레벌떡 뛰어다니기도 하고, 마당에 나가서 터그놀이나 공놀이도 하고, 산책을 하러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투닥투닥 놀기만 해도 벌써 여섯 시가 가까워진다. 다섯 시쯤 되면 엄마가 강아지 방 청소를 시작하시는데, 그러면 또 지하 강아지 방 (원래는 사람 거실이었지만) 에 다들 슬금슬금 똬리를 틀고 2차 낮잠을 주무신다. 청소가 끝나면 얼추 또 저녁 먹을 시간이 된다. 저녁을 먹고 또 신나게 노시다가 사람 가족이 저녁 식사를 시작할 때 쯤, 또 발치에 모여서 어찌도 잘 자는지…. 그렇게 해가 저물고 아이들이 곤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스레 행복감이 밀려온다. 내가 더 많이 배워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어야지 하는 다짐을 마지막으로, 나의 하루도 마무리된다. 비즐라 꼬물이 아홉 남매에게 안녕, 베리, 루카, 디올, 미니, 룰루, 호야, 노아, 럭스, 라라야. 누나(언니)야. 너희의 첫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아. 물론 내게 너희들은 아직도 아기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훌쩍 자라준 것 같아서 새로워. 사실 너희가 처음 태어났을 때, 기쁨보다는 걱정이 많이 앞섰단다. 막막하고 두려워 피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내가 정말 어리석었었다고 느껴. 그간 우리에게 잊지 못할 여러 일이 있었지? 처음으로 사료를 먹던 날, 처음 목욕을 한 날, 비를 같이 맞은 날, 처음으로 땅을 파본 날, 첫눈을 먹어본 날, 그리고 하루하루 따스해지는 햇볕을 받으며 누워있는 요즘까지. 너희와 쉴 새 없이 달려온 첫 사계절이 드디어 지나고 있네. 너희의 첫해는 어땠을지, 전부 다 듣고 싶고 알고 싶어. 이제 다가오는 두 번째 봄에는 꽃구경도 하고 (제발 먹지는 말고), 여름에는 첫 수영도 하고 놀자. 이렇게 예쁘고 멋있게 자라준 너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게.앞으로도 잘 부탁해, 우리 아홉 꼬물이들. 글.사진 김주리에디터 이혜수<헝가리안 비즐라-함께한 첫 해, 함께 할 평생>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1-24 18:18:11
-
- Magazine P. 시간이 멈춰버린 놀이동산
놀이동산은 어린 시절나에게 최고의 장소였다.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신나게 놀았던 추억이가득한 곳.배가 고파질 때쯤엄마가 정성껏 싸준 김밥을입안에 가득 물고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하루 종일, 아니 1년 365일이곳에서 놀 수 있으면 좋겠다고생각했던 그곳,성인이 되어 같이 갈 아빠도안 계시고 시간도 없어기억 속에 멈춰버린 그곳을얼마 전 우연히 사진을 통해 만났다.
화보 성지 용마 랜드 강아지와 함께 갈수 있는 놀이동산을 찾다가 지금은 폐장되어 영화 촬영지 등으로 사용된다는 용마랜드를 알게 되었다. 다행히 강아지들도 출입할 수 있다 하니, 반가운 마음에 시간이 멈춰버린 용마랜드로 여행을 떠나보았다. 용마랜드는 1983년에 용마산 작은 놀이공원으로 시작해 2011년에 폐장한 놀이공원이라 한다. 폐장했을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그곳은 현재 웨딩 화보 촬영, 스냅 촬영, 뮤직비디오 촬영 등 촬영 명소로 더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한다. SNS에서 본 사진 속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너무 환상적이라 안 갈 수가 없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폐허에 가까운 곳이라,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면 실망도 클 수도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한눈에 보이는 부지에는 디스코 팡팡, 회전목마, 바이킹 등 어렸을 때 타던 놀이기구가 그대로 있었다. 무심하게 어질러진 듯 보이는 공간이지만 곳곳에 자세히 보면 사진이 멋지게 나올 수 있도록 소품이며 보조 기구들을 잘 설치해놨다. 여러 콘셉트로 다양하게 사진 찍기 좋아 내가 방문한 날도 여러 팀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곳의 운영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가끔 통으로 대관을 해서 촬영을 하는 날도 있다 하니 방문하기 전 용마랜드 사이트에서 스케줄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댕댕이와 함께 견생 사진 남겨볼까?사진에서 본, 환하게 전등이 밝혀진 회전목마가 너무 근사해 저녁 촬영까지 생각하고 느지막이 4시경 도착을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랄까? 흐린 날씨라 해가 더 빨리 지는 듯 느껴졌다. 알고 보니 회전목마 전등은 추가 비용을 내야 켜준다고 한다. 순간 망했다 싶었지만 다른 기구들이 많으니 오랜만에 사진 화보 찍어보자며 열심히 다녀보았다. 움직이지 않는 놀이기구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어린 시절의 기분을 한껏 내보았다. 희한하게도 웃음이 막 나오고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흥분이 된다. 추위도 잊은 채 2시간을 열심히 촬영하고 다녔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처럼 규모가 크지 않아 다행히 댕댕이들과 사진 찍고 다니기에 힘들지 않았다. 딱 내 체력과 맞는 듯했다. 또한 아이들과 눈치 보지 않고 이곳저곳 촬영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날 우리를 포함해 용마랜드에선 대략 4~5팀이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콘셉의 촬영을 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어느 한 팀은 바이킹 위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었고, 또 외국인들로 구성된 팀도 와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여길 어떻게 알고 왔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마 나처럼 SNS에서 보고 왔겠지 하고 생각해본다. 이날 가장 인기가 좋았던 곳은 구름 위를 걷는 듯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옥상 위였다. 때마침 노을이 지는 시간이라 다들 줄을 길게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옥상은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우리도 질세라 어부바 가방에 아이들을 넣어 올라가 보았다. 높은 곳이라 위험하므로 아이들 안전을 위해 강아지 가방은 필수였다. 누구 하나 간섭하는 이 없고, 각자만의 세상에서 멋진 작품을 만드는 이들이 있는 그곳이 왠지 딴 세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을 찍고 있자니 훌쩍 2시간이 흘렀다. 폐장 6시를 몇 분 안 남기고 뮤직비디오를 찍던 팀이 회전목마에 불을 들어올 수 있게 비용을 지불한 듯하다. 어둠이 내린 회전목마에 불빛이 들어오니 ‘와! 여기가 지상낙원이구나!’ 싶을 만큼 환상적이다. 불이 꺼지기 전 우리도 끼어들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칼같이 5시 55분이 되니 불이 꺼진다. 이제 나가야 할 시간. 아이들과 마무리를 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용마랜드를 나왔다. 용마랜드를 다녀오며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 말처럼 일상을 벗어나 반려견과 함께 이런 곳에 와보니, 잊고 지냈던 놀이동산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나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겨울엔 매서운 칼바람 때문에 산책도 자주 못 하는 견주들이 많은데, 주말에라도 가끔 신나게 놀 수 있고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반려견들과 함께 꼭 가보기를 바란다. 참, 반려견과 용마랜드를 갈 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부바 가방은 꼭 챙겨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본동 망우로 70길 118입장료 : 성인 1만원, 학생 5천원 (현금결제만 가능)대중교통 : 망우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주차 : 무료 글.사진 신채민에디터 이혜수<너에게로 떠나는 여행-시간이 멈춰버린 놀이동산>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1-24 18:14:32
-
- Magazine P. 기억의 조각
- 생각해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많이 달랐다. 발걸음이 느린 나와 달리 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여기저기 활개치고 다니던 너는 발걸음이 너무 빨랐다. 활동적인 것에 관심이 없어 집에만 있던 나와 달리 너는 새로운 공간을 가면 너무 즐거워했다. ‘먹는 것은 살려고 먹는 거지’ 하며, 하루에 한끼 정도만 겨우 챙겨 먹는 나와 달리 너는 간식 냄새가 풍기는 곳 어디라도 가서 꼬리를 흔들며 해맑게 웃었다. 이렇게 첫 단추부터 다른 너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가득 안고 우리는 그렇게 같이 지내기 시작했다. 현실과 마주하다 처음에는 매우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간단한 일이라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떤 밥을 먹여야 하는지부터 막막했다. 다들 좋다고 해서 구입한 사료들을 먹고 설사와 구토를 해서 지금까지 바꾼 사료만 해도 20~30종은 되는 것 같다. 안 먹으면 왜 안 먹는지 왜 별로인지 말해주면 참 좋을 텐데, 사료 한번 보고 내 얼굴 한번 보며 갸우뚱만 하니 참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뿐 아니라 덩치가 점점 커지는 녀석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훈련들을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했다. 미디어에서 보는 것처럼 쉬운 반려견 기초 훈련 영상이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느끼며, 기초 훈련 하는 기간 동안 내 가슴속에 참을 인(忍) 자만 만 번 정도는 새겨 넣은 것 같다. 거기에 중대형견을 키우면서 생각보다 많이 소모되는 용품을 사기 위해 나는 평온한 일상에서 복귀해 다시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일을 하면서 “그래, 일하면서 여유 돈이 생기면 나도 좋지 뭐, 여가활동도 하고 사고 싶은 제품도 사고…“라며 생각했던 내 꿈은 생각보다 비싼 반려동물 용품과 병원비에 무참히 깨져버렸다. 사람은 감기가 걸리면 일단 약국 약을 먹고 심하면 병원을 가는데, 반려견들은 그런 간단한 처치로 해결되지 않았다. 기운이 없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우선 나는 울면서 반려견을 들쳐업고 동물병원으로 뛰어갔다.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 뭐 검사 등등등 이것저것 하다 보면 돈 1~20만원은 기본이며 이 외에도 병원에 주기적으로 접종, 검진까지 하면 1년에 1~200만원은 쉽게 나가 버린다. 밥은 또 어찌나 많이 먹는지 소형견이 몇 달 먹는 사료를 우리 집 아이들은 보름, 한달 내에 다 먹어버리고, 배변패드는 어찌나 많이 쓰는지, 가끔은 참 씁쓸하다. 그렇게 나의 반려견에게 쓰는 비용을 빼고 나니 나에게 남는 비용은 생각보다 얼마 없었다. 어렵지만 행복한 시작 지금의 나는 나의 반려견과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배워가고 있다. 가끔 통제 안되는 리드 줄에 손이 쓸려 피범벅이 되거나, 다른 반려견과의 싸움을 말리다 몸에 구멍이 뚫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반려견과 함께 한 기억들을 모두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다 보면 모든 기억들이 결국엔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순간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생활이 나와 같이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글.사진 최소희에디터 이혜수<워너비 밤요남매-기억의 조각>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11-24 18:13:46
-
- Magazine P. 웰시코기 롤남매, 제주도로 떠나다
- STORY | 2020-11-24 18:13:03
-
- Magazine C. 스위스와 한국, 어디에 살 것인가
내가 사는 스위스는참 심심하고 조용한 곳이다.창문 밖 풍경은 언제나그림처럼 아름답지만,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선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참 컸다.그러나 스위스에서노아와 폼폼을 만나고서부터,내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스위스, 그리워지다 집사들은 반려묘 걱정이 되어 장기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스위스에 사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일 년에 두 번 정도 한 달가량 한국에 다녀오곤 한다. 다행히 내가 한국에 갈 때면 남편이 집에 남아있기 때문에 노아와 폼폼을 돌보는 것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노아와 폼폼을 입양하기 전에는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마냥 좋았고 스위스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면 괜히 우울해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내 모습은 예전과는 달랐다. 한국에 오기 전 노아와 폼폼을 살펴보기 위해 집 안에 설치한 웹캠(Web-camera)에 자꾸만 접속하는 내가 있었다. 웹캠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노아와 폼폼을 부르면 카메라로 다가와 기웃거리는 아이들을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며 언제 스위스에 다시 돌아가는지 날짜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스위스 집에서 노아와 폼폼을 껴안고, 쓰다듬고, 아이들의 고소한 향기를 맡으며 심적으로 평안함을 느끼던 순간들이 그리워졌다. 노아와 폼폼을 위한 길 매일 남편에게 노아와 폼폼은 잘 있는지, 사냥 놀이는 충분히 잘해 주는지 등등 아이들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심지어 귀국 날짜를 앞당길 수는 없는지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고양이 장난감을 잔뜩 구매하며 귀국 선물을 준비했고, 아이들이 새 장난감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 것을 상상하면 그저 흐뭇해졌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던 나였는데, 도리어 스위스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이 아이러니. 현실적으로 한국행이 노아와 폼폼에게도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지금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 성분 좋은 사료는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라 문득 걱정이 됐다. 아파트 주민들도 고양이를 키우는 데 매우 우호적이고, 집을 비울 때면 기꺼이 아침저녁으로 들러 아이들과 놀아주고 보살펴주는 친절한 이웃까지 있다. 우리가 만약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한다면, 노아와 폼폼이 원할 시 자유로이 마당에 외출시켜도 안전한 곳이다. 학대당하거나 굶주린 불쌍한 길 고양이들도 스위스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주거지를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전까지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좋은 방향이란 무엇일지 고민했었는데, 노아와 폼폼이 함께한 이후로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결정이 무엇일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노아와 폼폼은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고, 가족으로서 함께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써는 지금 이곳에 사는 장점을 누리며 노아와 폼폼에게 행복한 스위스의 일상을 선물해 주자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글.사진 이지혜에디터 이혜수<스위스에 사는 고양이-스위스와 한국, 어디에서 살 것인가>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1-24 18:11:56
-
- Magazine C. 치앙마이, 길 위의 생명들
-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좁은 실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날이 많기에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습니다.그래서 기분 전환을 위해생각한 것이 바로‘1년에 한 번은 꼭해외여행 다녀오기’입니다.지금까지 다양한 여행지를 다녀왔지만,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인치앙마이 여행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골목길에서 마주한 아이들 벌써 1년도 더 지난 18년 11월, 태국에서 매년 타이력 기준 열두 번째 달 보름에 열리는 행사인 ‘러이끄라통 축제’를 보기 위해 치앙마이로 향했습니다. 도착하기 전까진 고양이를 찍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아마도 같은 해에 다녀온 후쿠오카 여행 중 고양이 사진을 찍겠다는 계획이 빗나갔기 때문일 겁니다. '일본에 가면 고양이가 많겠지? 많이 찍어와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본에 도착하니 한국보다도 고양이가 없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치앙마이에서도 여행 사진을 주로 찍고 와야지 했는데 웬걸, 썽태우(버스, 택시와 비슷한 태국의 이동수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치앙마이의 거리에는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골목길 이곳 저곳을 자유로이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그 아이들을 봤을 땐 주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두 목에 작은 목줄을 매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제 짐작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거주 중인 스냅 촬영 작가님과 사진을 찍으며 물었습니다. '작가님, 치앙마이 주민들은 반려동물을 밖에 내놓고 기르나 봐요? 골목 골목마다 동물들이 넘쳐나네요.' 그러자 작가님은 '아, 대부분 유기견이나 유기묘에요.' 라는 대답과 함께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치앙마이라는 도시는 최근에서야 한국인들 사이에서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라는 타이틀로 유명해지고 있지만, 이미 외국인들에겐 오래 전부터 장기간 머물기 좋은 도시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1~2년 정도 머무는 여행객들 중 일부는 현지에서 반려동물들을 들여 함께 생활하곤 하는데, 귀국 시 반려동물을 데려갈 비용이 꽤 많이 드는데다가 절차가 복잡하기에 그냥 길거리에 내버려두고 돌아가는 경우가 잦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연((緣) 저는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봐왔던 그 수많은 동물들이 대부분 버려진 아이들이라니요. 국적이나 인종이 달라도 사람은 모두 이기적인 동물이구나 싶었습니다. 타지에서 지내며 외로울 때 기댈 곳이 필요해 입양했던 가족 같은 아이를 단지 비용이 많이 든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외딴곳에 홀로 버려두고 떠나다니 참 잔인한 행동이 아닌지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 유기 동물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는데 어떻게 마을 주민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음식까지 잘 챙겨줘, 다들 건강상태도 꽤나 양호한 모습이었습니다. 궁금함을 뒤로한 채로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불교 사원인 왓 프라싱(Wat Phra Singh)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왓 프라싱에 도착해 사진을 찍기 위해 구석구석 돌아다니던 찰나, 뜻밖의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석상 앞에 공양된 음식들을 유기견이 먹는데도 그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지켜만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던 제가 눈에 띄었는지 일행 작가님께서 이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아마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사상 때문에 그럴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이해가 갔습니다. 죽음은 영원한 끝이 아니며, 사후 그 업에 따라 육도의 세상에서 생과 사를 거듭한다는 불교의 가르침. 태국 국민의 90% 이상은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저 작고 약한 생명과 내가 먼 존재가 아니라, 모두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믿는 이들로 인해 길 위의 동물들이 하루하루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겠지요. 필요에 의해 입양되고 필요가 없어져 파양당한 동물들이 현지 사람들에게 다시 보살핌을 받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기심을 버릴 수 있다면 과정과 결과가 어찌 되었던 치앙마이에서 만난 아이들도 우리나라의 유기견, 유기묘와 같이 버림받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모습이 서로 닮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현지인들에게 사랑 받으며 상처를 치료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유기동물은 길거리를 서성이다 누군가에게 맞아 죽거나 큰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가 잦고, 유기동물 센터는 새로 들어온 아이들로 넘쳐나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게 현실입니다. 행정적,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태국보다 선진국인 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길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 건, 어쩌면 우리나라에는 치앙마이보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좀 더 많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내가 가진 것 중 아주 조금이라도 유기동물들에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번 글을 마칩니다.글.사진 안진환에디터 이혜수<내가 너희들을 기억하는 방법-치앙마이, 길 위의 생명들>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11-24 18:11:14
-
- Magazine C. 스핑크스 자몽이의 수술일기
-
평온하던 어느 겨울날.우리 부부는 평소와 다름없이자몽이에게 아침밥을 주고 출근을 했다.퇴근을 앞둔 5시 30분경,먼저 집에 도착한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자몽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으니어서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한밤중, 서울로 운전하는 내내 신랑과 계속해서 통화를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침대 밑에 숨어있던 자몽이를 먼저 도착한 신랑이 막 꺼내려던 참이었다. 전해 들은 상황은 이러했다. 아침에 그릇에 부어준 밥이 그대로 있었고 자몽이가 보이지 않아 신랑은 위험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몽이를 찾아 집안을 뒤지던 신랑의 귀에 어디선가 작게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안방 침대 밑 구석을 들여다보니 그곳에서 자몽이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을 애써 붙잡고 비상등을 킨 채 퇴근길 막히는 도로를 헤쳐 동물병원을 향해 달렸다. 도착한 후 자몽이는 곧장 X-ray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자몽이의 상태는 이러했다. 자몽이의 장 속에서 7㎜x 13㎜ 정도 되는 이물질이 발견되었는데, 현재로서 가능한 첫 번째 치료 방법은 이물질이 변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었고 두 번째 치료 방법은 서울에 있는 24시간 대형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응급 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24시간 운영하는 큰 동물병원이 없었다. 당장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는 곧장 서울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도 자몽이는 물 구토를 했다. 입원 생활을 시작하다 자몽이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탈수가 심해 수술을 바로 할 수도 없어, 1시간 정도 수액을 맞고 나서야 자몽이는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자몽이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계속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수술이 잘 끝나서 자몽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서울에 살고 계시는 양가 부모님께서 자몽이 소식을 듣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오셨다. 길게만 느껴지던 수술은 결국 끝났고, 다행히 소장이 유착되었거나 주변 조직에 근처에 이상한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소장을 작게 절개하고 이물질을 빼낸 뒤 꿰매는, 어렵지 않은 수술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자몽이는 입원실로 옮겨졌다. 마취가 덜 풀려 흥분할 수도 있으므로 아주 짧은 시간만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투명 유리창 너머에서는 자몽이가 가만히 누운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가녀린 몸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그리고 자몽이는 그 날로부터 약 열흘간의 입원 생활을 시작했다. 날마다 너를 만나러 갈게 우리 부부는 거의 매일 저녁 퇴근 후 자몽이를 만나러 갔다. 주말에는 다행히 서울 부모님 댁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나 평일마다 자몽이를 만나러 서울까지 가는 일은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수술 후에는 꼬박꼬박 밥을 잘 먹어야 회복도 빠른 법인데, 워낙 예민한 성격의 자몽이는 역시나 걸핏하면 식사를 거부했다. 계속 밥을 거부하면 식도에 관을 삽입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집사가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있을까. 밥을 거부한다던 자몽이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그르릉’ 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냈고 밥도 잘 먹었다. 자몽이의 상태는 날마다 나아졌다. 다만 네 발에 돌아가며 링겔 주삿바늘을 꼽다보니 다리에는 붕대가 가득했다. 면회가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께 자몽이를 건네드릴 때면 자몽이는 하악질을 했다. 자신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지독히도 싫었던 모양이다. 퇴원 수속을 밟고 집에 오는 길, 자몽이는 집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흔들리는 이동장 속에서도 담요에 얼굴을 묻곤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자몽이는 그새 제대로 먹지 못해 몸집이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곧 밥도 잘 먹기 시작하더니 금세 원래의 몸집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수술 상처도 잘 아물었다. 대신 한 번 아팠던 탓인지 자몽이는 예전보다 더 수다스러워졌다. 또 우리 곁에 딱 붙어선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집사라면 조금 더 세심하게 다시는 그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와 신랑은 집을 더욱 깨끗이 정리했다. 전에 자몽이를 아프게 하던 그 이물질은 바로 리모컨 버튼이었는데, 리모컨을 깨물며 놀다가 뾰족한 이빨에 말랑한 고무 버튼이 떨어지자 그대로 꿀꺽 삼킨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리모컨을 사용하고 나면 꼭 서랍 속에 넣어둔다. 또 자몽이가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물건들은 되도록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벌써 약 두 달이 흐른 지금 우리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다. 가끔씩은 귀찮기도 하지만 자몽이가 아팠던 그때를 생각하면 몸이 먼저 움직인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반려묘와 함께 살면서 언제나 집 안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 꽤나 어려운 일이다. 관련 용품만 해도 한가득이고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호기심 많은 녀석들 탓에 집 안은 금세 어질러진다. 하지만 정리를 바로 하는 작은 습관 하나로 크나큰 위험을 막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 모두 조금씩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글.사진 김성은에디터 이혜수<스핑크스 자몽이-자몽이의 수술일기>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11-24 18: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