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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6-12-26 1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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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 그 후의 이야기
- ?BE COMPANIONS아산 고양이 호더 사건그 후의 이야기“개인 사정으로 인해 집을 비웠어요. 집 상태도 안 좋고 고양이들도 있고 한데 고양이 부탁 좀 할게요. 고양이들 땜에 악취도 심하고 여하튼 죄송합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던 2016년의 여름, 그 한복판인 8월 15일에 한 무더기의 고양이가 이 메시지와 함께 버려졌다. 그리고 지난한 구조 작업이 시작되었다. ?구조 당일?뜨거운 여름, 7평 좁은 공간에 갇힌 40마리집주인이 문제의 집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대기업을 다니며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던 세입자의 집은 문 앞에서부터 악취가 느껴졌다. 불안과 걱정을 안고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눈과 코를 찌르는 듯한 암모니아가 그를 덮쳤다. 이윽고 바닥 가득 흩어져 있는 쓰레기더미와 오물이 눈에 들어왔다. 귀가 쟁쟁 하도록 울부짖는 고양이의 수는 언뜻 봐도 십수 마리. 정상적으로 키우거나 관리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 사건은 이내 아산시 관련 부서에 전해졌고, 동물 유기 방치 건으로 시 보호소 입소가 결정되었다. 이튿날, 이른 시간부터 아산시 보호소 직원과 <아산 동물 보호 연대>의 봉사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문을 열고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굳은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도 선뜻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맞은 것은 고양이들의 울부짖음이었다. 일단 보이는 고양이부터 철장과 이동장에 옮기고 거대한 쓰레기통 같은 집 안을 수색해나갔다. 물 한 방울 사료 한 조각 없이 먼지와 오물만 쌓인 그릇, 마른 배설물로 가득한 화장실,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상자더미, 먼지와 뒤섞여 굴러다니는 고양이털, 바닥에 말라붙어 있는 뭔지 모를 액체, 여기저기 적재된 쓰레기봉지, 찢어진 벽지와 긁힌 자국이 가득한 문까지, 현장은 참혹했다. 싱크대 하부장을 열자 안쪽 모서리 끝에 그릇처럼 몸을 포개고 숨어 있는 고양이들이 발견되었다. 싱크대 아래쪽 공간, 베란다의 세탁기 뒤 좁은 공간, 캣타워와 벽의 작은 틈 사이, 상자 더미에서도 고양이가 나왔다. 구석구석 살폈지만, 고양이는 다음 날과 그 다음 날까지 추가 발견되었다. 그렇게 드러난 전체 호더 피해 고양이의 수는 총 40마리. 그것이 한 무책임한 인간이 굶어 죽든 목말라죽든 신경 쓰지 않고 문 안에 가둬버린 생명의 수였다. ?뜨거운 열기로 들끓었던 사건 보호소로 옮겨진 고양이들은 대부분 허기와 갈증으로 비쩍 마른 상태였으며, 자신을 돌보지 못해 눈곱과 눈물 자국, 귀지, 몸에 붙은 분변과 먼지로 엉망이었다.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는 본연의 습성을 잊을 정도로 끔찍한 환경과 상황이었다는 뜻일 터였다. 낯선 환경에 내몰렸지만, 이들은 공포나 불안에 떨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오랜만에 주어진 물과 사료를 먹고 또 먹는 데 집중했다.호더를 동물 학대로 보는 것은 그 행위가 동물에게 가혹할 정도로 잔인하고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산 호더 사건 역시 그랬다. 구조된 호더 피해 고양이 중 10마리가 보호소나 보호처에서 갑자기 죽었다. 발견 당시 임신 중이었던 암컷 고양이 역시 대부분 보호소나 보호처에서 사산하거나 유산했다. 사람들은 최소한 일주일은 지속되었을 방치와 그로 인해 밥과 물을 섭취하지 못해 있었을 간과 신장 손상, 갑작스러운 버림과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그 이유일 것으로 추측했다. 보호소에서 허기와 갈증을 면한 후, 호더 피해 고양이들은 철장 속에 가능한 한 작게 몸을 웅크린 채 불안과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봤다. 더하고 덜하고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거나 애정을 표하지 못했다. 그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환경, 사람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 보호소는 그런 것을 제공해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구조에 참여했던 봉사자들이 올린 사진과 글은 빠르게 세상으로 퍼져나갔고, 다양한 단체와 지역에서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렇게 약 20마리가 가을이 오기 전에 새로운 가정으로 떠났다. 뜨겁게 끓어올랐던 관심은 9월 초순을 넘어서면서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듯, 사람의 이목도 새로운 사건으로 옮겨갔다. 임시 보호나 입양 문의도 뜸해졌다. 초기의 역동성과 드라마를 다 소진한 이쯤에서 호더 사건은 끝이 난다. 보통 사람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그 끝은 사실 아주 길고 답답한 구조 작업의 시작이기도 했다. ??더 크고 힘든 일이 남다예민한 개체 중에 순한 편이었던 가지와 호박이, 순해지지도 않고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했던 양파, 하악질과 발길질을 해대다 성질이 조금 가라앉은 생강이, 보호소에서 사산하고 직원에게만 마음을 연 타리, 성격 좋고 애교도 많지만 갈 곳을 못 찾은 감자, 순하고 사람 손을 그리워하는 송이, 조용하고 소심한 완두, 낯선 사람에게도 만져 달라고 얼굴을 내밀게 된 당근이, 겁은 많지만 순한 편인 배추, 겁 많고 순한 콜리, 덩치가 큰 편이지만 순한 오드 아이 상추, 조금 마음을 연 듯 순해진 피망이까지 총 13마리가 보호소에 남았다. 그런 와중에 구조 당시 가장 먼저 입양 갔던 천동이가 파양되었다. 사람의 무책임함으로 뼈만 남은 듯 말라 있었지만, 현장에 들어섰을 때 먼저 달려나와 사람의 체온과 손길을 갈구했던 아이였다. 입양 간 집에서 잘 살길 바랐지만, 그곳에서 천동이는 아프기 시작했다. 병세는 위중했다. 3킬로그램 남짓한 몸으로 신부전?빈혈?지방간?췌장염?산증까지 앓으며 생사의 갈림길을 수차례 오갔다. 그런 천동이의 입원실 밖에서는 차곡차곡 병원비가 쌓여갔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와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 천동이의 병세. 입양자는 포기를 선언했다. 그렇게 병원비와 천동이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임시보호자를 자처한 한 봉사자에게 남겨졌다. 돌아온 고양이는 또 있었다. 예민하고 친화력은 없었지만, 하얗고 긴 털을 가진 우아한 라온이였다. 그 모습에 끌린 한 사람이 라온이의 새 가족을 자처했다. 그리고 한 달. 혼자 산다던 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다며 파양하겠다고 했다. 잦은 환경 변화에 대한 걱정과 혹시라도 보호소에서 병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임시보호처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데리고 있어줄 수 있느냐 물었지만, 알아서 결정하겠다고 대답한 뒤 보호소로 돌려보냈다. 철장으로 돌아온 라온이에게 입양처나 임시보호처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라온이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을까? 봉사자나 직원과 눈이 마주칠 때면 라온이는 그저 깊은 호박색 눈동자로 가만히 사람을 응시해오곤 했다. ?우리를 잊으셨나요? 시간은 흘렀고, 희망과 절망이 오갔다. 겁 많고 순했던 콜리에게 가족이 생겨 기뻐하는 사이, 마음을 조금 연 것 같았던 피망이가 죽었다. 슬픔으로 마음이 무거워지려 할 때, 사람의 체온을 갈구했던 당근이에게 임시보호처가 나타났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제 갈 곳을 찾지 못한 호더 피해 고양이의 수는 그대로인 채 보호소의 일상이 흘러갔다. 유기동물이 입소하고, 누군가 입양을 가고, 또 새로 동물이 입소하는 무정한 사이클이 돌아갔다. 뜨거운 여름에 시 보호소를 찾았던 호더 피해 고양이 중 일부가 보호소에서 시린 초겨울을 맞았다. 그리고 몇몇 아이가 이 세상에서의 고된 여행을 끝냈다. 사람을 좋아했고 살고 싶어 했던 천동이도 그 중 하나였다. 천동이는 고된 병원 치료에도 삶의 의지를 가지고 병을 이겨냈다. 4기까지 이르렀던 신부전 역시 치료 후, 임시보호처로 옮겨 관리했다. 그렇게 두 달을 평범한 고양이로 발랄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했던 천동이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보호소로 돌아온 뒤 생기를 잃고 시름시름 앓던 라온이 역시 사경을 헤매며 고통스러워하다 숨을 거두었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철장 속에서 웅크린 채 도사리고 있던 양파도 보호소에서 세상을 떠났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생강이 역시 그 뒤를 이었다. ?가지가 낳은 새끼 고양이이것이 구조일까? 다른 좋은 방법이 있지는 않았을까? 자책과 의구심이 봉사자와 구조자의 마음을 좀먹어갔다. 겨울의 추위에 남은 고양이들이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무렵, 임시로라도 맡아주겠다는 가정이 나타났고 그래도 남은 아이는 결국 봉사자가 안아 들었다. 그렇게 감자와 송이, 타리와 완두, 지독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뱃속에서 새끼를 지켜냈고 하얀 새끼고양이를 낳았던 가지까지 보호소를 떠났다. 하지만 이들이 있는 장소는 ‘임시’이다. 2016년 8월 22일 발견된 40마리의 고양이 중 가지, 감자, 당근, 송이, 완두, 타리가 임시보호처에서, 화이와 산이가 대전의 거울쉼터에서, 또 다른 고양이 하나가 수원의 고양이 카페 ‘달 타는 고양이(달타냥)’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아산시는 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를 유기죄로 신고했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아마도 죽은 고양이 없이 현장에서 전원 구조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관계자는 추측했다. 40마리의 고양이가 염천의 문 닫힌 7평 작은 집에 물이나 밥도 없이 버려졌고, 구조 후 10여 마리가 돌연사하거나 병에 걸려 죽었으며, 여전히 9마리가 임시로 마련된 보호처에 있다. 아산 호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realbarn@naver.com으로 문의해 주세요.CREDIT?글 김바다|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사진 손한솔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6-12-26 10: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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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에게 집을! 해비캣이 만든 ‘캣…
- SHELTER길고양이에게 집을! 해비캣이 만든 ‘캣터’ 길고양이도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식물쓰레기 옆이나 더러운 바닥이 아니라 깨끗하고 편한 곳에서 쉬길 바랐다. 건축을 기반으로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생하는 삶을 살았으면 했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지리멸렬하고 거친 생활 속에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따뜻하고 소중한 일이니. 이는 건축학을 공부하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병관 씨의 생각이다. 길고양이의 집 ‘캣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공존을 위해 세운 건축의 미학 캣터는 사람 혼자서 5분이면 뚝딱뚝딱 조립할 수 있는, 길고양이를 위한 집이다. 반투명한 흰색 단프라 박스와 동일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방수에 용이하고 도시의 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지저분해져도 쉽게 청소할 수 있고 스티커를 붙였다 떼기도 쉽다. 캣터의 외관은 ‘집의 기초는 삼각형’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정면에서 바라보면 움집, 텐트와 같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동그란 출입구가 있는 앞면은 모서리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온 모양새다. 빗물이 튀지 않게 하는 처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캣터의 뒷면에도 동그란 출입구가 있다. 혹시 누군가가 고양이를 위협할 경우 쉽게, 도망칠 수 있도록 뒷면에도 통로를 뚫어놓았다. 사다리꼴 모양의 바닥이 텐트 모양 집을 지탱해주고 있어서 튼튼하고, 천장에 빗물이 고이지 않고, 눈이 쌓이지 않는 길고양이의 집. 미관과 기능을 알뜰살뜰 야무지게 챙긴 캣터는 만든 이들의 많은 배려가 담긴 노력의 소산이며, 건축으로 공생을 도모하는 이들의 꿈 그 자체이기도 하다. 더 많은 고양이에게, 더 많은 집을 캣터를 지어준 사람들은 ‘해비캣’이라는 모임이다. 병관 씨를 중심으로 건축과 선배인 지은 씨, 영문과인 학영 씨, 의류학과인 유란 씨가 모였다. 다른 학문을 공부했지만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으므로, 곧 그들은 디자인, 마케팅 등 전문 분야를 정해 캣터에 대한 상상의 파편을 조립해 나갔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캣터’를 알리고, 길고양이들에게 집을 선물해 줄 것을 권유했다. 스토리펀딩은 456명의 후원자로부터 89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으는 것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모 인 돈은 온전히 캣터 제작과 배송, 리워드 상품인 엽서, 스티커, 뱃지 등 을 제작해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데 쓰였다. 후원자들은 캣터를 전달받고 각자 돌봐주는 길고양이를 위해 캣터를 설치하며, 장점과 보완할 점 등을 피드백해 주기도 했다. 종종 “길고양이를 위해 활동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온기 이상의 것을 머금고 건너오기도 했다. 이름 모를 길고양이들의 쉼터 해비캣은 캣터를 완성하기 위해 샘플을 몇 개 제작했는데 그 중 하나는 병관 씨의 집 앞에, 몇 개는 재학 중인 고려대 이공계 캠퍼스에 설치됐다. 캠퍼스에서 마주한 캣터는 검은 색이거나 완성작보다 크기가 좀 작은 것으로,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고고쉼’이라고 교내 고양이들을 돌봐주는 동아리가 있어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데 재워줄 집은 없어서요. 그 쪽이랑 연락해서 학교에 허가를 받고 캣터를 설치했어요. 고양이들 이름이요? 이름은 안 지어줬어요. 그냥 고양이예요. 검은 캣터에는 낮에도 삼색이가 와 있고, 저쪽 흰 캣터에는 주로 밤에 다른 애가 와요.” 해비캣의 안내대로 흰 캣터에는 사료와 깨끗한 물이 채워진 그릇만 덩그러니 있었지만, 검은 캣터에는 삼색이 고양이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좀 떨어진 거리에서 보기에도 윤기가 흐르는 털에 잘 먹어서 통통하게 살찐 모습. 고양이는 여유 있게 사료를 먹고, 물을 홀짝이다가 캣터에 두어 번 뺨을 비볐다. 교정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일광욕을 하는 고양이는 나른하고 편해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삼색이로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나비로 불릴 고양이. 길 위의 삶은 춥고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적당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손길과 더불어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기 때문이리라. 해비캣을 돕고 싶다면 facebook/habicat.official CREDIT글 김나연 사진 신한슬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6-12-22 10: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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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뭐할까? 카페 콘하스의 테라스에…
- FOLLOW오늘은 뭐할까카페 콘하스의 테라스에서 뭔가를 좀 해 보려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던 무렵이 있었다. 모든 것에 시들해지면서 무언가 돈 되는 일이 아니라도 좋으니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작은 프로젝트를 작당해볼 만한 공간이 없을까 하자 친한 언니가 나를 합정 쪽으로 불러냈다. 스마트폰 지도를 더듬더듬 보면서 찾아가는데 도통 카페가 어디 있다는 건지. 홍대의 그 많은 카페거리 중 어디도 아닌 것 같은 황량한 도로에서 나는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아까 무심코 ‘저건 뭐지?’ 하고 지나쳤던 건물로 다시 돌아왔다. 콘크리트 하우스를 줄인 말 콘하스, 이름에 걸맞은 독특한 건물이 이제야 눈에 쏙 들어온다. 커피, 추천해 주세요메뉴판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데, ‘저희는 아메리카노가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메리카노 없는 카페가 어디 있나 싶은데, 다양한 원두와 그 본연의 맛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중적인 아메리카노보다는 드립 커피를 메인으로 한다고 한다. 낯선 원두 이름 앞에서 방황하지 말고 추천을 요청해보자. 좀 더 신맛, 더 부드러운 맛, 알기 쉬운 표현으로 취향을 찾다 보면 내가 어떤 커피 맛을 좋아하는지 새삼 알게 되기도 한다. 일반 카페보다 훨씬 번거롭고 복잡한 주문 방식이지만, 커피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지극히 카페답고 또 어떻게 보면 전혀 카페 같지 않은 인테리어를 가진 이곳은 원래 사옥이라고 했다. 사옥이 이사가면서 이 건물을 그대로 남겨두고 카페로 업종만 바꿨다. 건물 형태는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구조가 단정하게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갈라져 있어 마음에 쏙 드는 나만의 자리를 찜해놓는 맛이 있다. 그런 구조 때문인지 홍대 근처라서인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연기 연습을 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콘하스를 찾는 이들이 많다. 한번 자리에 앉은 이들이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뭔가를 복작복작 하느라 쉽게 일어나지 않는 건 카페로서는 장점이자 단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이곳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창작물의 뿌리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슬럼프를 극복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야심차게 찾았으나 강아지에게 집중력을 뺏겨 아무 것도 창작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 낯선 어린이와의 대화널찍한 책상에 A4용지며 노트북이며 늘어놓고 있을 때 갑자기 다다닥 발소리가 들려서 쳐다보니 리트리버 강아지였다. 우당탕 계단을 뛰어 내려온 강아지는 햇볕 잘 드는 테라스 쪽으로 나가더니 느릿느릿 몸을 뉘였다. 근처로 따라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웬 남자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걸어오더니 강아지 옆자리에 익숙하게 앉았다. 초등학생 알레르기가 있는 편이라 분위기가 뻘쭘해지려는데 아이가 명랑하게 묻는다. - 얘 이름이 뭐였죠? - 마음이! - 얘 엄청 순해요. 저쪽에도 강아지가 있었는데 사고 났어요. 에코라는 강아지였는데…- 마음이는 절대 차도에 안 나간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낯도 안 가리고 종알거리는 마음 예쁜 아이를 나도 모르게 위로했다. 마음이 딱딱한 사람들이라도 한순간에 말문을 틔워주는 건 역시나 ‘마음이’의 힘이다. - 지금 가봐야 되는데요, 또 놀러 올게요. 심심하지, 마음아. 이따 또 올게! 마음이는 카페 강아지가 아니라 동네 강아지가 되어 있다.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모두 테라스에 누워 있길 좋아하는 마음이에게 한 번씩 눈길을 준다. 아마 그러는 와중에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다. 지금 이곳을 찾는 이유 혼자 조용히 공부하고 싶다면 벽에 붙어 있는 1층 구석 테이블을 추천한다. 물론 날이 좋다면 고심하기 딱 좋은 곳은 역시 테라스다. 축복 같이 스쳐가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자리에서 또 무엇을 계획해볼까. 가을마다 슬그머니 찾아오는 무력감과 울적함을 대롱대롱 달고 있는 요즘, 그걸 꼬물꼬물 극복해내기 위해 또 콘하스를 찾게 될 것 같다.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는 또 외로우니까,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마음이 한 번 쳐다보며 가을의 배부른 우울을 누려야 할 것 같다. ? INFO 카페 콘하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0502-325-0792? CREDIT 글 지유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12-20 15: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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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큼 강인하게, 앞을 향해 소룡아
- 묘생 2막이름만큼 강인하게앞을 향해 소룡아 누군가가 말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제 이름대로 살게 된다고. 그래서인지 예부터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소망을 이름 안에 담아왔다. 소룡이의 이름에도 운명의 힘이 깃든 것일까. 안락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비극의 끝에서 살아남은 소룡이는, 살아남은 것으로도 부족하여 이제는 또랑또랑 앞을 마주하며 제 힘으로 일어선다.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소룡이는 그 이름만큼이나, 어쩌면 이름보다도 더 멋지고 강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니 모든 일의 발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다. 지희 씨가 일하는 곳에서 갑자기 구조되어 온 아기 고양이 역시 그랬다. 앙상하게 마른 몸과 흙과 먼지, 오물들이 달라붙어 더러워진 털. 미미하게 들리는 숨소리. 한쪽으로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고 네 다리를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의 왼쪽 귀 안에서는 끊임없이 누런 농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계속 누워 움직이지 않고 제 고개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 하는 모습에 병원에서는 뇌 손상에서 오는 마비를 의심했다. 교통사고보다는 누군가에게 학대를 당해 이 지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어쩌면 던진 돌에 강하게 맞았거나 누군가가 직접 내리친 것 같기도 하다는 그 말을 들으면서 지희 씨는 안 그래도 무거운 마음이 더 깊숙하게 가라앉았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두 달 정도로 추정되는 아기 고양이. 이 작은 아이가 무슨 잘못을 그리도 크게 했다고 악의와 분노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야만 했던 것일까.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결국엔 안락사 이야기가 오갔다. 막대한 치료비와 온전한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수의사의 소견에 구조자는 울며 마음 아파했지만 달리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지희 씨는 임보와 안락사 사이에서 갈등했다. 아픈 아이를 데려와 보호하고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분과 인연을 맺어 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을까. 감히 그래도 되는 일일까. 6년을 캣맘으로 살아온 지희 씨였기에 오히려 생명에 대한 무게감이 크게 느껴졌다. 과거에 구조했던 고양이 두 마리를 고양이 별로 떠나보낸 아픈 기억도 발목을 붙잡았다. 지희 씨의 가족들 역시 고양이 구조로 크고 작은 상처들에 지쳐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그러나 망설임은 잠시였다. 습식사료를 갈아 넣은 주사기를 힘차게 빨며 곧게 자신을 쳐다보는 아기 고양이의 맑은 눈동자에서 지희 씨는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았다. 냐오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울음소리는 가냘프긴 했지만 끊길 줄 몰랐다. 지희 씨의 망설임은 어느새 확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해보자. 그렇게 아기 고양이는 그 이름도 든든한 ‘소룡이’가 되었다. 강하고 씩씩하게소룡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왼쪽 귀 안에 깊은 상처가 있어 심각한 염증과 괴사가 진행된 상태였기에 그 부분을 모두 긁어내고 드레인을 연결해 남은 농까지 전부 빠져나오게 했다. 1kg도 채 되지 않는 몸으로 무사히 수술을 견뎌 준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기특한데 소룡이는 누운 채로 꼬박꼬박 밥도 잘 먹고 배변을 본 후에는 패드를 바꿔달라며 큰 소리로 울기도 했다. 귀 안쪽의 상처가 깊어 뇌쪽 신경에도 영향을 미쳤기에 비록 여전히 부자유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확실한 차도였다. 지희 씨는 고양이 마사지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활치료를 위해 소룡이의 아픈 발을 조심스럽게 몇 번이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소룡이는 지희 씨의 마음이 한가득 담긴 손길을 양분 삼아 차츰 회복되어 갔다. 햇살을 담뿍이 받아 이윽고 피어나는 꽃송이처럼 소룡이는 처음에는 아예 움직이지도 못했던 앞발을 조금씩 펴고 굽히며 그 작은 혓바닥으로 제 앞가슴을 그루밍하기도 했다. 말을 듣지 않는 몸을 다루는 데도 익숙해졌는지 용케 몸을 굴려 조금씩 이동하기도 했다. 아아, 기적이다. 누가 이소룡 아니랄까봐! 그렇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지희 씨 집에는 구구와 치즈라는 두 마리의 성묘가 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소룡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준 고마운 형들이다. 특히 첫째인 구구는 검은색과 흰색의 얼룩무늬가 소룡이와 꼭 닮아 지희 씨가 소룡이를 임보하게 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기하게도 소룡이는 저보다 몇 배는 큰 구구에게 살갑게 먼저 다가가 온 몸을 부대끼며 애정을 표현한다. 그루밍은 덤이다. 구구 역시 소룡이가 아픈 것을 아는지 늘 유심히 지켜본다. “더 이상 바라는 건 없어요.” 지희 씨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웃었다. 지금에 대한 감사와 소룡이에 대한 차고 넘치는 사랑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소룡이는 발견되던 당시와 비교하면 같은 아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잘생긴 꼬마 턱시도 고양이가 되었다. 아직 몸이 온전하지 못하기에 여기 쿵 저기 쿵 부딪히기 일쑤지만 그런대로 우다다 시늉도 할 줄 안다. 비록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고개가 여전히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고 왼쪽 귀는 여전히 들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룡이는 제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다. 상처, 만남, 치유, 재생. 그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마침내 지금 여기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희 씨의 등 뒤로 소룡이가 신나게 뛰어간다 싶다가 역시나 데구르르 넘어졌다. 그러나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발딱 일어나 장난감을 물어든다. 호기심 대마왕이란다. 아뵤! 얼마든지 덤벼보라고! 애꿎은 어묵꼬치와 격렬한 싸움을 시작한다. 불편한 몸 따위 천하의 이소룡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놀던 소룡이는 문득 그리운 듯 지희 씨의 포근한 스웨터 속으로 파고들었다. 소룡이에게 지희 씨는, 이름에 깃든 운명의 힘보다 더 강력한 구원자였다. ? CREDIT글 장수연사진 엄기태자료협조 이지희?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12-19 10: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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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브 리그의 방해꾼들
- FROM VET스토브 리그의 방해꾼들 스토브 리그는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추워서 야구를 할 수 없는 겨울에 난롯가에 앉아서 그동안 열심히 뛴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자리다. 우리 병원에도 스토브 리그가 시작됐다. 물론 선수와 구단 사이에서 돈을 더 받거나 덜 주기 위해 하는 야구의 스토브 리그와는 목적이 다르다. 여름 동안 열심히 일한 직원들과 원장이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오면 문틈으로 틀어오는 냉기를 피하기 위해, 난로 곁을 먼저 점령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는 거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놈들이 나타났다. 따뜻한 난로가 옆에 있지만…동물병원은 여름보다 겨울이 한가하다. 날씨가 추워 반려동물들이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적고, 문도 잘 닫아 놓아 여름보다 사건사고가 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물병원이다. 일반 가정집은 문을 닫아서 집 안에 있는 열과 습도를 보존할 수 있지만 동물병원은 내원하는 분들이 많기에 아늑한 환경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전체 병원을 커버하는 난방기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게 하고 소형 난방기 하나씩을 직원들이 끼고 사는데, 최근 병원에 있는 동물 친구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 병원에 있는 동물 친구는 둘이다. 이전에 한 번 소개된 닥스훈트 ‘애니’라는 박힌 돌이 있고 두 달 전 병원 간호사가 대로변에서 로드킬 당할 뻔한 어린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와서 굴러온 돌 ‘케이’가 됐다. 난방 문제야 각자 소형 난방기를 주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문제는 이 동물 친구들이 난방기가 아닌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몸에 꼭 붙어 다니는애니와 케이는 자신들의 난방기 앞에 푹신한 방석을 만들어줘도 기어코 사람의 품으로 파고든다. 진료를 하거나 일이 있어서 자리를 잠깐 비우게 되면 사람의 온기를 좋아해서인지 어느 샌가 조용히 내 자리에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다. 솔직히 조금 귀찮은 적도 있었다. 손님이 오면 가만히 내려놓거나 다른 방석 위에 잠이 깨지 않게 올려놓은 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점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이놈들의 온기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익숙해지더니, 몸에 붙어있는 이것들을 떼어 놓는 것이 오히려 귀찮아진 거다. 그러다 이것들을 그대로 들고 일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렀고, 나나 직원들이 한 마리씩을 몸에 붙이고 원내를 어슬렁어슬렁 다니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조금 추우면 어때사람이나 동물이나 생명은 모두 외로운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추위도 싫지만 외로움을 더 못 견딘다. 이러한 이치를 우리 병원에 있는 박힌 돌과 굴러온 돌이 나에게 새삼 알려 준다. 여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을 어렵게 보냈는데, 이번 겨울 역시 혹독한 한파가 예보되고 있다. 하지만 따스한 곳에 혼자 있는 것보다 약간 비좁고 춥더라도 사람들 옆에서 함께 체온을 나누려는 이것들을 보니, 올 겨울은 우리들도 좀 춥게 지낼 각오를 해야겠다. 그래도 좀 어떠냐. 마음은 더 뜨끈하게 날 터인데. 김명섭 원장님이 전하는 반려 동물과 겨울나기 TIP! 반려 동물들은 온도보다 습도가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인 집 안에 있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때 습도 문제인 적이 더 많아요. 춥다고 너무 집 안 온도를 올리면 오히려 실내가 건조해져서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고요. 피부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피부가 말라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습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좋은 건 누구나 알고 있죠. 방법을 숙지해 주세요. 급하게 습도를 좀 올리고 싶을 때는 가습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급적 가습기를 먼 곳에 두어서 서서히 습도를 올리는 게 좋습니다. 호흡기에 문제가 있는 반려 동물과 산다면 초음파 가습기의 물 입자는 오히려 호흡기를 자극하기도 하니까요. 틈틈이 싱크대 등에서 주 전자로 물을 끓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끓으면서 나오는 수증기는 당연히 살균된 상태이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요. 입자가 아주 작아서 호흡기를 자극하지도 않으며 순간적으로 집 안 전체의 습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요. CREDIT글 김명섭 | 애니동물병원 목동점 원장 그림 우서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12-15 12: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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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시마의 고양이 마법사
- WONDERLAND아오시마의 고양이 마법사 |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 우리에게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도고온천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에히메현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사는 작은 섬 아오시마가 있다. 주민 열 네 명에 고양이 백 마리가 거주해 고양이의 낙원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고양이 마법사를 만났다. | 이른 아침, 고양이의 단잠을 깨우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땅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던 무거운 엉덩이가 들썩인다. | 묵직한 보따리를 들고 선착장 다리 위에 우뚝 서있는 아주머니. 신기하게도 섬의 고양이들이 아주머니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 아주머니가 한 걸음 발을 내딛자 섬 고양이들도 우르르 움직인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주머니를 따라 걷는데……. | 곳곳에서 튀어나온 고양이들로 어느새 긴 행렬이 만들어졌다. 아주머니는 선두에 서서 묵묵히 걸어간다. | 도대체 아주머니에게는 어떤 힘이 있어 백여 마리 고양이들이 한 곳에 모이고 줄을 서게 된 것일까? | 아무래도 그 해답은 보따리 안에 있었나 보다. 마법에 빠져 공터에 오순도순 모인 고양이들은 아주머니가 또 다른 마법을 부려 그들을 배부르게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 허기진 고양이들의 배를 채워준 아오시마의 고양이 마법사는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홀연히 사라졌다. CREDIT글·사진 박용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12-14 1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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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잡화점 니쿠큐
- FOLLOW 냥덕에 의한, 냥덕을 위한 고양이 잡화점 니쿠큐 뭔가 발음이 어려운 것도 같고 의성어처럼 귀여운 것 같기도 한 니쿠큐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고양이의 발바닥을 뜻한다. ‘육구’라고도 부르는 그것, 더 쉽게 집사 용어로 설명하자면 ‘젤리’ 말이다. 그렇게 설명을 듣고 나니 니쿠큐라는 간판이 갑자기 친근해진다. 그야말로 고양이 잡화점에 잘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때로는 하나뿐인 특별한 아이템 말 그대로 잡화점, 자그마한 공간에 빼곡하게 진열된 물건들은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부터 그릇, 에코백, 그림 액자까지 크기도 종류도 다양하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제각기 다른 물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물론 ‘고양이’다. 이은정 씨는 작년 가을에 니쿠큐를 오픈했다. 원래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던 그녀는 한 번은 아예 고양이를 만날 수 있는 코스만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러는 동안 마음을 빼앗을 뿐 아니라 지갑도 열게 만드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 숍도 많이 만났다. 그리고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고양이 소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딘가 나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또 있지 않을까 싶어 고양이 잡화점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니쿠큐의 소품들은 은정 씨가 대부분 일본 여행에서 직접 구한 것들로, 유명한 것도 있지만 핸드메이드 가게나 조그만 상점에서 발견한 것도 많다. 그래서 각각의 수량은 많지 않지만 그 종류가 방대하고 희소성이 있다는 것이 특징.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중에서 분명히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접대묘가 빠질 수 없지 니쿠큐는 잡화점과 아로마테라피 공방이 함께 붙어 있다. 정작 잡화점보다 공방이 차지하는 공간이 훨씬 더 넓다는 점을 모두들 의아해하는데, 그 안에서 이은정 씨의 반려묘 여덟 마리가 지내고 있는 덕분이다. 니쿠큐를 오픈하면서 일부러 고양이들만을 위한 공간을 꾸며주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첫째 고양이 양락이는 종종 공방 문을 열어달라고 졸라 잡화점으로 넘어와서는 접대묘 노릇을 하고는 한다. 손님인지 아닌지를 기가 막히게 구분하는 센스는 접대묘로서 기본 중의 기본. “첫 고양이 양락이를 만난 덕분에 냥덕의 길이 열린 거죠. 원래는 가족들도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제가 잠시 일 때문에 외국에 다녀왔더니 그사이에 엄마가 푹 빠져서는 지금은 따로 키우고 계세요. 저는 온갖 고양이 제품을 모으기 시작했고(웃음).”가장 최근에 입양한 막내는 삼색냥이 히요다. 누군가 버리고 간 아기 고양이의 임보처를 구하는 걸 보고 입양해 젖 먹이면서 키웠더니 지금은 해맑고 호기심 넘치는 4개월차 캣초딩의 면모가 나오고 있다. 선반에 늘어서 있는 소품 하나 안 건드리고 우아하게 넘어 다니는 걸 보니 제법 잡화점 고양이의 면모가 보인다. 고양이를 위한 아로마테라피니쿠큐의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고양이만을 위한 아로마테라피 제품이다. 강아지에게도 함께 쓸 수 있지만 따로 주문하면 강아지 기준으로 맞춤 제작을 해드리기도 한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청소나 환경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특히 락스 같은 걸로 청소를 하면 고양이가 자꾸 바닥을 핥아 먹더라고요. 건강에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 때문에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그래서 친환경, 천연 아로마 제품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고양이는 사람과 피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피모에 맞춰 케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해요. 주로 은은한 발향 제품이 많지만, 지난겨울 동안에는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가 가장 인기 있었어요.”온전히 고양이를 위한 공간인 만큼, 냥덕도 행복하고 또 그들의 고양이도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니쿠큐의 바람이다.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작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세상에 따뜻한 전등 하나가 반짝 켜져 있는 것 같다. INFO 고양이 잡화점 <니쿠큐>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50TEL 070-5043-0502 ?CREDIT?글 지유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12-13 12:3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