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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9-28 16: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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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9-27 17: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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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9-27 17: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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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30 1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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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24 1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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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24 12: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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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7-23 14: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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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생일을 맞은 너에게
- DINKPET첫 생일을 맞은 너에게 털이 보드라운 나의 딸, 은비가 첫 돌을 맞이했다 12개월 고양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15살 정도 된다고 하니, 은비는 이제 중학생이 된 셈이다. 은비를 입양하던 즈음에 첫아기를 출산한 친구가 “너는 벌써 많이 키웠네!”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게, 우리 딸이 어느새 이렇게나 많이 컸다. 성인인 우리 부부야 1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데 비해, 은비는 자묘에서 성묘로의 성장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작게 태어난 데다가 입이 짧은 녀석을 밥그릇 들고 쫓아다니며 먹인 결과, 처음 만났을 당시 500g도 되지 않던 은비가 이제는 병원에서 “딱 표준 체중이에요.”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은 나의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그때는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 것 한편, 이제는 추억이 된 은비의 아기 고양이 시절 모습들이 있다. 꼬마 시절의 은비는 우리 부부가 밤에 침대에 누우면, 꼭 머리맡의 쿠션 위로 쪼르르 따라 올라오곤 했다. 그러면 쿠션 아래로 늘어진 은비의 복슬복슬한 꼬리가 내 이마를 스치고, 그 감각이 나의 마음마저 간질이곤 했다. 그런데 은비는 몸이 커지면서 쿠션이 좁아진 모양인지 언젠가부터 해먹 위로 잠자리를 옮겨갔다. 등을 부풀리고 옆으로 통통 뛰는 이른바 ‘사이드 스텝’도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다. 겁이 많은 편인 은비는 작은 소음에도 깜짝 놀라 사이드 스텝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한 번은 내가 샤워 후 마스크 팩을 붙이고 나왔더니 은비가 그 모습을 보고 하악질을 하며 사이드 스텝을 뛰어대서 (“이 달걀귀신은 우리 엄마가 아니야!”) 한참을 웃은 일도 있다. 너의 고마운 변화들 돌이켜보면 은비의 크고 작은 변화 중에는 우리 부부의 생활에 맞추어진 부분들이 많다. 저녁형 동물답게 새벽마다 우리 부부를 신나게 밟고 뛰어다니며 수면 부족을 선사하던 장난꾸러기 아기고양이가 이제는 엄마, 아빠가 일어나는 시간을 조용히 기다려줄 줄 아는 고양이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매일 새벽, 은비는 직장이 멀어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남편을 다정하고도 집요한 꾹꾹이로 깨운다. 옆에서 꿈나라를 헤매며 곯아떨어진 나를 한 시간쯤 더 자게 두었다가, 남편이 출근한 후에야 다시 침대로 올라와 깨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기특한지 모른다! 물론 남편은 덕분에 주말이나 휴가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은비 덕분에 늦잠을 잘 뻔한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고 하니 역시 고마워할 일이다. 은비와 함께 하며 나는 두 개의 시간을 살게 되었다. 고양이와 인간의 시간은 다르다. 그래서 나에게는 날아가는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던 1년이, 은비에게는 너무나 큰 인생의 조각이라는 생각에 때때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은비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잘 자란 것이 기쁘다가도 벌써 의젓해진 모습이 서운하다. 그래서 진부하지만 중요한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너와의 매일을 소중히 하자.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면 골골대며 반기는 소리, 남편과 신나게 뛰어 노는 모습, 소파에 앉아있으면 슬쩍 다가와 몸을 맞대는 감촉까지, 모든 것을 말이다. 그렇게 은비와 함께 하는 매 순간과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는 모든 습관들에 언제나 감동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CREDIT글 사진 박유하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9-28 16: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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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나태천국
- 고양이와 X고양이와 나태천국 보통의 일상에 고양이를 더해보자. 묘하게 감칠맛이 돈다. 고양이와 ‘그 무엇’에 대한 시시콜콜한 필담. 나태지옥, 근면천국웹툰이 원작인 영화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나태지옥’을 아시는지. 망자들은 나태지옥에서 생전의 나태함을 심판받는데, 영원히 달리는 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기실 내가 아는 모든 한국인은 나태지옥에 가려야 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늘 업무를 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을 때에도 머리 한구석에는 업무를 위한 공간을 남겨둔다. 저녁 시간, 편하게 술을 마시다 갑자기 상냥한 목소리로 “네네 부장님”하고 전화를 받던 친구의 모습을 불과 지난주에도 본 참이다. 과거에는 그러려니 했다. 사람이라면 응당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OECD 근로시간 3위 한국에 사니까, 다들 그렇게 사니까. 하지만 이 생각은 고양이와 같이 살면서 바뀌었다. 나태하면 안 된다니... 얼마나 일차원적인 생각이었나!? 누군가 나태함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고양이를 보라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무릇 나태함의 정수를 맛보게 된다. 고양이라는 족속은 절대 부지런한 법이 없다. 평생을 살면서 근면 성실한 고양이는 본 적이 없다.(당신의 고양이가 바지런하다면 동물병원에 데려가세요.) 고양이들은 청소년기까지 시도때도 없이 우다다를 하고 사람의 손발을 깨물지만, 그것을 부지런함의 범주에 넣기는 어렵지 않을까? 청소년기의 주체할 수 없는 혈기와 에너지는 종을 뛰어넘는 것이니까. 그렇게 파란만장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중성화까지 하고 나면, 본격적인 나태천국이 펼쳐진다. 면밀하게 내 고양이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하루 16시간쯤 자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자는 것은 사실이나 워낙 평생을 잠만 자는 족속들이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참으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한 스케줄이다. 자거나 먹거나 몸을 치장하거나. 이 간결한 일과에 부지런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묘생을 허투루 쓴다는 죄책감 역시 있을 리 없다. 츄르를 내놓지 않는 인간에게 가끔 힐난의 눈초리를 보낼 뿐이다. 행복은 성실함 순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 그 가운데서도 업무량이 많은 직업을 택했던 나는 너무나 바빴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업무로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도 헌납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침에 사료를 주고 나가는 것도 여유롭지 않았다. 늦은 밤 집에 오면 고양이와 놀아줄 기력도 없어 지쳐 쓰러지곤 했다. 운 좋게 쉴 수 있던 어느 주말, 꾸벅꾸벅 졸던 고양이가 햇빛 냄새를 머금고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분명 우리는 함께 사는데, 고양이의 이 온기를 느껴본 것이 퍽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태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지만,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볕 좋은 날 고양이와 나란히 해바라기 한 번 해줄 수 없었고, 좋아하는 장난감 한 번 흔들어준 지가 언젠지 까마득했다. 그래서, 나는 각성했다. 더 여유로운 일을 찾았고, 예전처럼 종종거리며 집안일을 하지도 않는다. 고양이들만 입성 가능할 줄 알았던 ‘나태천국’을 찾은 것이다. 일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은 뒤, 내 고양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길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주변의 모든 인물은 부지런하다. 하루 중 대부분 일을 하고 있거나, 적어도 일을 ‘생각’하고 있다. 아차, 이런 말 하는 나도 주말 한낮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문서를 닫고 얼른 본연의 나태함으로 돌아가야겠다. 여러분, 우리는 조금 더 고양이처럼 살 필요가 있다. CREDIT글 사진 이은혜그림 지오니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9-27 17: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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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길고양이들과의 추억을 좋아하지 …
- THINK SO나는 길고양이들과의 추억을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길고양이들과의 추억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대부분의 경우, 추억이 된 고양이들은 더는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니까요. 오? 오다가다 어쩌다 마주칠 때면 사료 한 줌 건네준 것 이 전부인데 겨우 그걸로 온몸을 기대오던 아이,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봐 오다가 이제는 다들 떠나가 빈 곳이 된 골목길의 아이들, 태어날 때부터 지켜봐 오면서 너무 경계심 없이 안겨 오던 아이라 입양을 고민하던 중 별이 되어버린 삼청동 노랑둥이, 처음 만날 때부터 왜인지 먼저 다가와서 만져달 라던 북아현동 순이, 연남동 노랑이 골목의 우애 좋던 노랑둥이 형제가...제겐 모두 더 이상은 만날 수 없게 되어버린 추억이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 아이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 아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아 그땐 그랬었지.”, “그땐 더 잘 해줄 것을..”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입가엔 미소를 짓곤 하니까요. 그런 먹먹함과 달달함이 모여서 지나간 과거를 잊지 않게 해주고 새로운 사랑도 꿈꾸게 만들어 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마도 추억은 완결된 기억이지만, 완결되지 않은 과정으로 남아 좀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힘이 되는 모양입니다. 혹시라도 이별이 두려워 새로운 아이의 입양을 두려워 망설이고 있다면 “괜찮다”라고, 이별하더라도 추억이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그 먹먹함보다는 그 추억조차 없는 것이 더 아픈 일이라고 살짝 등을 떠밀어 주고 싶습니다. CREDIT글 사진 종이우산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9-27 17: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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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친해지기. 너도 나도 즐거운 …
- 집사 지침서고양이와 친해지기너도 나도 즐거운 스킨십하기 가만히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자그마한 머리통도 쓰다듬고 싶고 궁디팡팡도 하고 싶다. 미치게 만지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고양이가 허할 때까지... 고양이와의 스킨십은 집사와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고양이의 건강 체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스킨십을 하면서 탈모가 된 곳은 없는지, 피부병에 걸린 곳은 없는지, 귀에 진드기는 없는지, 만졌을 때 아파하는 특정 부위는 없는지 등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사들은 눈치껏, 요령껏 고양이에게 스킨십을 시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스킨십을 좋아하는 고양이로 만들어야 한다. 같은 부위를 같은 강도로 마사지해주고 있는데 어제는 골골거렸던 아이가 오늘은 할퀼 수도 있고, 내일은 하악질을 할 수도 있다. 언제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모르는 게 고양이 마음이다. 또, 자기가 와서 머리를 비벼대는 건 괜찮은데 내가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는 건 안 된단다. 그저 자기가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으란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 집 고양이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스킨십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밀당’이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법이 거의 없었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마음으로 각자 할 일을 했다. 아주 간단했다. 고양이를 오게 하려면 그냥 모른 척 내 일을 하면 됐다. 그 결과 지금은 집 안에서는 늘 종아리에 붙어 다니고, 잘 때면 꼭 팔베개를 하고 잔다. 하지만 고양이와의 ‘밀당’은 계속된다.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고양이와의 스킨십에서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고양이가 원할 때,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만큼만’ 스킨십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꾸만 손이 가고, 고양이가 특히 싫어하는 부위를 더 만지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말랑말랑한 젤리며, 배의 부들부들한 털... 꼬리는 또 얼마나 잡고 싶게 생겼나! 하지만 기회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 인내를 갖고 기다리자. 반려묘와의 스킨십 TIP 천천히 손을 내밀어요 한 걸음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나는 게 고양이다. 그런 고양이에게 ‘다가가기’는 고양이와 친해지는 첫걸음이다. 먼저, 목소리는 세상 다정하게 하고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고양이와 시선을 마주친다. 고양이가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눈인사를 해 보는 것도 좋다. 너무 과하지 않게... 그리고 사람한테도 똑같겠지만 식사 중 그루밍(사람으로 치면 샤워 중이겠다) 중에는 다가가지 않도록 한다. 자, 이제 고양이가 눈앞에 있고 눈인사도 했다면 아주 천천히 손을 내밀어 손 냄새를 맡게 한다. 이때, 고양이가 고개를 돌리거나 하악질을 하면 미련 없이 다음 기회를 노리자. 고양이가 손 냄새를 맡고 관심을 보이면 핥거나 머리를 비빌 때까지 기다린다. 절대 먼저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면 안 된다. 고양이의 허락이 떨어지면 이제는 만져도 된다. 이때 고양이가 골골송까지 부른다면 성공한 거다. 만지면 좋아해요 고양이는 만져주면 특히 좋아하는 부위가 있다. 하지만 이는 case by case이기 때문에 용감하게 덥석 만졌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고양이가 좋아하는 부위는 어디이며 각 부위에 따라 어떻게 스킨십을 해주어야 할까? 턱밑은 스스로 그루밍하기 힘든 곳이므로 손가락이나 손톱으로 살살 긁어준다. 이마는 손으로 머리를 빗겨주듯이 쓸어주거나 칫솔을 이용하여 빗겨주면 입을 살짝 벌릴 정도로 무아지경이 된다. 그리고 양쪽 뺨은 두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넘겨주거나 원을 그리며 마사지해주도록 한다. 등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지점은 톡톡 두들겨주거나 손톱으로 긁어주면 좋아한다. 만지면 안 돼요 반대로, 만졌을 때 싫어하는 부위는 어디일까? 고양이는 보통 발바닥, 꼬리, 배를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가 발라당 누웠을 때는 배를 만져도 좋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냥 자기 기분에 취해서 그런 것이니 오해하지 말자. 고양이가 발라당 누워있을 때 잘못 걸리면 ‘토끼발(집사의 팔에 매달려 뒷발로 팡팡 차는 것)’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발톱을 잘라준 고양이라면 괜찮지만 발톱이 뾰족한 상태에서 토끼발을 하면... ‘나만 없어 무릎냥이’ 반려인의 무릎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지만, 무릎에 앉는 것을 단 한 순간도 못 버티는 고양이도 있다. 유전적인 요소보다는 사회화 과정이 큰 이유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람의 무릎에 올라오는 버릇을 들인 고양이가 무릎냥이로 자랄 확률이 높다. 사람에게 소극적인 태도를 가진 고양이의 경우에는 사람과 스킨십하는 것 자체를 꺼릴 수 있다. 고양이를 억지로 무릎에 앉혔다가는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다. 고양이가 원할 때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어야 나중에라도 편한 마음으로 무릎을 찾을 수 있다. 고양이가 무릎에 올라온다면 최대한 부드럽게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도록 한다. 너무 오랫동안 쓰다듬는다면 귀찮아할 수도 있으니 고양이의 기분을 봐가면서 적당히 스킨십하는 것이 포인트다. ‘무릎 위는 따끈하고 행복한 핫스폿’이라고 인지하도록 하자. CREDIT글 김지연그림 지오니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30 1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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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의 가출기
- EPISODE라라의 가출기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원룸 계약기간을 조금 남겨두고 나는 고양이를 들였고, 고양이 모래를 버리는 문제로 건물관리인과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나의 첫사랑 라라와 그 당시 임시보호 중이던 엘립이, 두 고양이를 데리고 작업실을 빌려서 거처를 옮겼다. 두 고양이는 서로가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도 엉덩이를 붙이고 숨어 있었다. 하루 이틀은 같이 있었지만 계속 그렇게 작업실에서 생활할 수 없어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왔다. 문을 열고 기분이 싸해서 창문을 보니 방충망이 라라의 몸 크기만큼 뚫려 있었다. 난 목소리가 떨렸고 최대한 진정하려고 애썼지만 죽을 만큼 불안했다. 전단지를 붙여야 한다는 생각에 옆 방 작업실에 계신 분에게 부탁해 전단지를 만들고, 어스름하게 밤이 오는 시간에 동네 주변을 돌았다. 세상은 고즈넉하게 여름밤을 맞았는데 나만 조용한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 동네를 5바퀴쯤 돌았을 때였다. 카페 앞 계단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담 너머나 수풀 사이, 자동차 밑을 살펴보는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그들 중 한 여성이 나에게 물었다. “고양이 잃어버리셨어요?” 그녀는 매우 마음 아파하면서도 상실감을 숨긴 채 내게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고양이는 그리 멀리 가지 않았을 거고, 다른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경계하면서 더 멀리 갈 거니 전단지를 붙이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숨겼던 상실감의 실체를 내게 말해주었다. 자신도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고. 몇 년을 찾았지만 찾지 못 했다고. 나도 탐정이 되리라 나는 전단지를 수거해 작업실로 돌아왔다. 인터넷에서 온갖 카페와 지식인의 정보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한 고양이 탐정이 라디오에서 인터뷰한 것까지 들었다. 나도 탐정이 되리라. 내가 찾은 정보들을 정리해보면, 절대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 주변을 샅샅이 뒤져야 하고 주인의 옷이나 담요, 먹던 통조림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인터넷의 바다에서 내가 라라에 대한 단서들을 찾아다닐 때 희미하게 자꾸 방울 소리가 났다. 내가 드디어 미쳐서 환청이 들리나....... 하지만 나가보면 막상 정적이 흐르는 집 주변. 개미 한 마리도 없는 것 같은 고요. 귀뚜라미만 귀뚤귀뚤 울다가 멈췄다. 밖에 놔둔 캔도 그대로였다. 심난하게 머리를 싸매고 누워서 눈 좀 붙이려고 하면 또 들렸다. 희미한 방울 소리. 환청인가 생각해도 나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나가보면, 나뭇잎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정적. 자꾸 왔다 갔다 하니 왜 그러냐고 물어보셨다. 난 혹시 몰라 평소에는 달지 않는 방울을 라라에게 달아주었고, 자꾸 그 방울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잔고를 확인하며 고양이 탐정의 번호를 적었다. 그러던 순간, 옆방에 사는 분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방울 소리가 들려요!” 부엌 쪽에서 방울소리가 들렸다며 내가 미처 가보지 않은 작은 창문 쪽을 가리켰다. 라라는 멀리 떠나지 않았다! 난 작은 담을 넘어서 옆집 사이에 있는 철창 사이에 몸을 구겨 넣고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방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배수로 같이 생긴 사이 길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엉금엉금 기어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랬더니 작고 낮은 지붕 위에 무언가가 있었다. 매우 어두워서 하얀 봉지인지 다른 고양이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하얗고 둥그런 털덩어리였다. 순간 울컥 눈물이 나고 기뻐서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하지만 꾹 참고 “라라야. 라라야.”라고 살살 불렀다. 나를 본 라라는 지붕 끝부분까지 옮겨가버렸다. 몸을 숙이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있었더니 한참을 경계하듯 이리 저리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게 눈을 고정시키더니 집중해서 날 바라봤다. 난 조용히 또 “라라야. 라라야.”하고 불렀다. ‘기억해내렴. 이 바보야!’ 라라는 한 발 한 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숨도 쉬지 않고 손을 조심스레 내밀었다. 잡으려 하면 도망갈 수 있기에. 이 조심스러운 바보는 조그맣고 세모난 코로 킁킁거렸다. 그때였다. 라라는 나를 제치고 본능적으로 도망치려했다. 하지만 난 이 놈을 놓치지 않았다. 라라를 안았다. 라라가 다시 내 품에 라라는 어리둥절했는지 하악질을 하면서도 잘 안겨 있었다. 난 반갑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서 엉덩이를 살짝 때려주었다. 그랬더니 어이없이 골골송을 부르신다. 품에 안으니 그 체온과 뽀송뽀송하지만 더러워진 하얀 털이 어찌나 애틋하게 느껴지던지. 다시 한 번 맺어준 묘연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라라를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다짐을 밤새 라라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말해주었다. 절대로 너를 놓지 않겠다고. 유기묘였던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하겠다고. 또 한 번의 가출 라라 이 녀석은 뚱하고 시크한 표정으로 두 번째 가출을 했다. ‘밥이 맛이 없었니? 집이 마음에 안 들었니? 밖에서 사는 게 좋은 거니?’ 작업실을 금방 정리하고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좀 더 넓은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역시 사이 안 좋은 엘립이와 함께. 그리고 추석이라 잠시 본가에 다녀왔다. 친구에게 잠깐씩 들여다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둘은 계속 숨어 있는 듯 했다. 집에 온 나는 집 정리로 바빴다. 여름은 쉽사리 지나가지 않아 창문을 열고 잠이 들었다. 비가 와서 창문에 임시 가림 막으로 썼던 책들을 내려놓았다. 아직 적응을 못 했으니 구석에서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라라보다 바보였다. 다음 날 아침 또 방충망을 뚫고 라라는 내게 큰 교훈을 주러 가출을 했다. 친구는 두 번째인데다가 고양이이니 못 찾을 거라고, 괴로워하지 말고 포기하라고 했다. 난 또 방울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친구는 너의 희망이 그런 소리를 만들어 내는 거라고 했다. 쓰라린 소리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찾지 않거나 알아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또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찾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라라는 가까이 있단 확신이 들었다. 그가 떠나고 조용한 저녁이 왔다. 나간 창문 밖 담장 위에 놓았던 통조림도 없어졌다. 난 CSI처럼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수색을 시작했다. 난 고양이가 되어 작은 틈과 판자 사이 숨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또 보았다. 머리만 숨긴 채 하얀 털궁뎅이는 노출시킨 비행 고양이 라라를. 데려와 목욕을 시키니 그제야 날 알아보고 골골송을 부른다. 배를 만져보니 통조림을 평소보다 많이 먹어 불룩해져 있었다. “난 너를 놓아두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 이후 라라는 오랜 시간 창밖을 보는 것에 만족하며 집 안의 1인자로서 안락한 삶을 살고 있고, 엘립이는 외동으로 입양 가서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며 살고 있다. CREDIT글쓴이 최유나그림 지오니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24 1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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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책방 벌써 일 년, 책방엔 …
- BOOK SHOP반려동물 책방 벌써 일 년,책방엔 무슨 일들이 있었나 벌써 일 년 개, 고양이를 비롯해 동물 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한 지도 일 년이 되어간다. 책방에 상주하는 고양이 ‘둥이’와 하루에도 몇 번씩 밥을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과 묘연을 쌓은 지도 일 년여가 된 것이다. 사람보다 길고양이들의 발길이 잦은 곳, 얼룩 고양이가 책방 창가에 앉아 잠을 청하는 곳. 그래서 고양이 카페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음료를 마시며 고양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책도 보는 그런 곳 말이다. 또한, 요즘은 책과 음료를 함께 파는 북카페 형식의 책방이 많아 동반북스도 당연히 북카페일 거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고양이와 카페를 기대하고 오신 손님들에게 보여드릴 거라곤 ‘책’뿐이라 손님도 나도 서로 당황한다. 그나마 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책을 읽으며 반가워하시지만 책엔 별 관심 없으신 분들은 서둘러 무언가를 집어 들고 나가신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책도 보고 느긋한 시간을 기대한 분들에게 실망을 준 것 같아 마음이 쓰이지만 책방에서 제공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나도 늘 안타깝다. 그저 책을 구매하신 분에 한하여 캡슐커피 한 잔을 무료로 내어드리거나 근처 분위기 좋은 커피숍을 알려드리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한다. 반려동물 전문서점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 궁금해서라도 한번 들어와 살펴볼 법도 한데 무심한 발걸음은 이내 책방 앞을 지나친다. 고양이를 입양 보내달라고요? 책방, 북카페, 도서대여점 등 책과 관련된 장소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책방 유리창에 부착된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스티커를 보고 동물보호단체에서 운영하는 구조, 입양센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바람이 몹시도 불던 4월. 여성분이 성묘 한 마리를 품 안에 안은 채 책방 앞에 우두커니 서 계셨다. 여성분은 길고양이를 입양 보내려고 하는데 우리 책방에서도 무료 입양을 보내주느냐며 묻는 것이었다. ‘길고양이를 우연히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데려오신 거면 그냥 다시 길에 놓아주면 된다’고 말씀드렸으나 왠지 모르게 여성분과 고양이의 관계가 의심쩍었다. 분명 길고양이가 맞고 둥이와 같은 카오스인데 사람 품에 너무 잘 안겨 있었다. 심지어 고양이 앞발은 여성분의 팔뚝을 꼭 붙잡고 있기까지 했다. 진짜 길고양이가 맞냐 재차 물으니 그제야 사실은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란다. 그녀가 말한 사정은 이랬다. 이미 키우고 있던 고양이가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새로운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둘의 합사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고양이는 서로 보기만 하면 날을 세우고 싸웠으며 한 마리는 거실, 다른 한 마리는 화장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둘을 격리하는 것뿐이었다. 지칠 때로 지친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고양이 한 마리를 다른 집에 보내려고 했으나 입양 글을 올려도 입양은 되지 않았고 되려 사람들의 비난만 받았다고 했다. 그녀는 고양이 합사 과정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키우던 고양이를 제대로 된 입양 절차 없이 버리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참이었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사람 손에 길러지고 사람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길고양이는 더 이상 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는 선에서 고양이 합사 과정에 대해 알려주었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 끈기를 가지라 말해주었다. 나는 ‘본인이 하려던 행동은 입양이라는 탈을 쓴 유기’라 말해주며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합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오라는 당부까지 하며 그녀를 돌려보냈다. 그녀가 책방을 다시 찾아온 일은 현재까지 없다. 합사가 제대로 이뤄줬는지 여전히 두 고양이를 격리시킨 채 살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한 마리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셋 다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는 건 분명하다. 살고자 하면 살고 살리고자 하면 산다 어느 5월 오후 7시. 지나가던 손님이 ‘누가 고양이를 버리고 간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해 오셨다. 손님과 함께 간 장소엔 초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3~4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사료와 펫밀크가 가득 담긴 박스 안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건설현장에서 쓰일 법한 빨간 장갑 위에 고이 올려진 새끼 고양이는 생후 2~3주 가량으로 보였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고, 책방의 위치와 연락처를 남긴 후 새끼 고양이를 책방으로 데려왔다. 떨어진 체온을 위해 마사지와 간단한 응급처치를 했다. 3~4시간마다 한 번씩 분유를 먹여야 할 정도로 어린 고양이를 책방에서 돌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우선 아는 캣맘 분께 임시보호를 맡겼다. 기력이 없던 고양이는 임시보호 이틀 만에 기력을 완전히 회복했고 분유를 넘기지 못할까 염려한 우리의 마음과 달리 분유도 아주 잘 넘겼다. 임시보호를 하셨던 캣맘님 댁에서 감사하게도 입양을 결정해 주셨고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어미와 떨어져 길가에 놓인 새끼 고양이는 성묘 두 마리가 있는 가정에서 막내딸이 되었다. 새끼 고양이를 살리고자 한 사람의 마음이 꺼져가는 생명을 살렸고, 살고자 하는 고양이의 의지가 스스로를 살게 했다.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본 적 없던 나로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지 몰랐고 행여 내가 데려가 잘못되면 어쩌나 덜컥 겁도 났다. 계속해서 주저하며 망설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당장이라도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릴 것 같은 새끼 고양이를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는 게 시급해 보였고 임시보호니 입양이니 하는 문제는 두 번째였던 것 같다. 그래도 개, 고양이를 사랑하는 동반북스 SNS 팔로워 분만 해도 천 명이 넘는데 이 아이 하나 돌보지 못할까 싶었다. 정 안되면 내가 입양하면 될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새끼 고양이는 사랑 가득한 가정에 입양되었고 ‘솜이’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아직은 어색한 사이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오빠 냥이들이랑도 친해질 것이고 덩치도 지금보다 많이 커질 것이다. 코발트블루 색의 눈동자는 황금빛이 될지 연둣빛이 될지 모르지만 솜이 눈앞에 환한 빛은 이미 드리워졌다. 앞으로의 책방 고양이 카페라 오해 좀 받으면 어떻고, 북카페로 오해 좀 받으면 어때. 동물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고 가며 책방에 들려주면 그걸로 됐다. 우리는 길고양이에게도 따뜻한 책방이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생명에게도 손을 내미는 책방이고 싶다. 뭐 여전히 책방 운영비를 버느라 고군분투해야 하고 팔리지 않을 책을 파느라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되었지만, 고양이들에게 사료 한 주걱 줄 수 있는 하루였다는 것으로 애써 위로해본다. 내일도 책 방 문을 열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줄 ‘둥이’를 볼 생각에 하루를 접는다. 수.고.했.어.오.늘.도! CREDIT글 사진 심선화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24 12: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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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야는 울트라수퍼캣맘
- GRAND MOTHER호야는 울트라수퍼캣맘 호수의 대모냥이 호야 6년간의 ‘석촌호수 냥이들 밥 배달 생활’을 돌이켜 보니, 호수 냥이들에게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새로 태어나고, 별이 되기도 하기를 반복했다. 수많은 아이들 중 밥 배달 첫해부터 아직까지 건재한 호야를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험난한 길 생활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 마당냥이처럼 늘 거기에 있는 호야가 신통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애정도 깊어지는 거 같다. 물론 크게 한 번 고비를 맞긴 했지만 잘 이겨냈고, 이제는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호수 최고의 권위와 권력을 가진 대모냥이 된 것이다. 석촌호수 동(東)호는 모두 호야의 직계 후손들로 구성되었는데, 최근 들어 서(西)호에서 미꾸라지 하나가 유입됐다. 드문드문 외부냥들이 들어와서 눌러앉기도 하고, 다시 쫓겨나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동(東)호 왕국이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산의 여왕 호야 호야는 명실상부 다산의 여왕인데, 영리하고 촉도 좋아서 결코 만만한 냥이가 아니다. 중성화할 틈을 안 보이고, 새끼들을 어찌나 잘 키워내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물론 새끼들이 다 자란 이후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호수를 떠나가서 늘 일정 숫자를 유지하지만, 새끼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에는 호야만 한 어미냥을 못 봤다. 새끼들을 끼고 있을 땐 거처를 몇 군데 정해놓고, 수시로 옮겨 다니며 캣맘 골탕 먹이기가 다반사이고, 새끼들을 독립시키기 전엔 꼭 하나씩 따로 떨어뜨린 후, 혼자 살아남기 연습을 시키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나무타기 연습은 기초 과정에 속한다. 냥이 엄마 노릇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호야. 이런 호야도 이젠 나이가 들었는지 작년 가을에 낳은 새끼 셋을 모두 잃게 되었다. 때는 이때다 싶어 중성화하기 위해 신청을 했는데, 포획하시는 분이 이미 또 임신한 거 같다며 한 번 더 낳고 다음에 하자고 하셨다. 그런데 호야는 그때 임신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렇게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몇 달 뒤, 결국 아홉 번째 새끼들을 낳았다. CREDIT글쓴이 이재은에디터 김지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7-23 14: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