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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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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2: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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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09 1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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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귀여워!
- 나만 없어 고양이 탈출기또! 귀여워!
고양이는 참 '귀여운 생명체' 다.정말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눈이 무섭다며 처음엔 고양이를별로 좋아하지 않던 친구들도하나둘씩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어지금은 오히려 내 개인 SNS계정을수시로 염탐하고 있다.
고양이는 귀여워 요즘은 이전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선지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심심찮게 고양이를 접할 수 있다. TV 속 광고나 드라마, 또는 서점 매대 위 놓인 책 표지에서도 고양이들은 참 당당하게 책 속 주인공보다 한 발 먼저 보는 이의 시선을 빼앗는다. 필자가 고양이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살아보니, 이 고양이란 동물의 매력이 매력보다는 마력으로, TV 속 한순간의 귀여움보다는 매 순간순간의 묘-한 완전무결한 귀여움으로 칠갑 돼 있음을 고양일 키우기 전엔 몰랐다. 다양한 이유로 고양이를 직접 반려하진 못해도, 고양이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분들을 볼 때면 정말 말해주고 싶다! 같이 살아야만 볼 수 있는 이 녀석들의 숨은 모습이 얼마나 다양한지! 아직도 당신이 모르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다 설명하려면 아마 못해도 하루 꼬박은 걸리지 않을까? 이 녀석들, 그루밍을 할 땐 어찌나 깔끔을 떠시는지!발바닥 손바닥까지 쫙쫙 펴 가며 단 한 톨의 먼지도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정성스레 핥고 뜯는 모습이 정말 얼마나 요망한지 모른다.또 볼일이 마려울 때 갑자기 온 집안을 마치 제 운동장마냥 질주하는 일명 '우다다' 의 의미도 나름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화장실 가기 전의 '우다다' 는 ‘나 지금 응아 마려워! 화장실 갈 거야!’ 라는 의미로, 또 쾌변 후의 '우다다'는 ‘야호! 신난다!’ 일 것으로 짐작하고는 있었다.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본격적으로 검색해보니 고양이는 경계심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볼일을 보고 나온 뒤 모래를 덮는 행위로 냄새를 없애고 자신을 추적할 수 없도록 빠르게 이동해 체취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좁은 집안에 자신을 위협할 포식자가 어디 있다고! 마징가 제트 모양 귀를 하고 있지도 않은 포식자를 피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고양이라니, 이마저도 귀엽지 아니한가 !!!고양이 귀여운 거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필자가 키우는 고양이 보리와 굴비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굴비보다 일 년 먼저 만난 보리는 처음 올 때부터 대담하고 애교 넘치는 고양이였다. 집사와의 끊임없이 아이컨텍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면 가까이 와 골골거리며 뱃살 어깨 할 거 없이 아낌없이 실컷 꾹꾹이를 퍼부어주곤 사라졌다.또 보리가 가장 좋아하는 행동은 바로 ‘궁디팡팡’ 인데, 궁디팡팡이란 집사가 앉아있으면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야옹’ 한 뒤, 집사와 눈이 마주치면 재빨리 꼬리를 바짝 세운 채 궁둥이를 들이미는 행위를 말한다.집사가 녀석의 의도를 알아채고 궁디팡팡을 해주면 한참을 즐기다 또 홀연히 사라진다. 보리의 이 행위 덕분에 신랑과 나는 원치 않는 팔 운동을(?) 하고 있다.그에 비해 굴비는 굉장히 소심한 고양이라서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고 평소 집사 곁에도 잘 오지 않는다. 유일하게 집사가 간식을 들고 있을 때만 가까이 다가와 애정어린 박치기를 해주는... 아주 겁 많은 고양이다.보리만큼 활동량이 많지도 않고 거의 한 장소에만 머무르는 일이 많은 굴비는 사진 찍기가 참 쉽다. 발라당 누워있거나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세로 자신만의 공간에서 주로 잠을 청하거나 멍을 때리는데, 한쪽 코 부분이 흰털인 굴비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바로 멍 때릴 때 가장 잘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 귀여움은 절대 나만 볼 수 없다! 이 귀여움을 전파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거의 국가적 손실이나 다름없다!내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바로 ‘고양이 귀여운 거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이다. 이렇듯 나는 날마다 열심히 여기저기에 고양이의 귀여움을 전파하고 있다.단지 귀엽다는 생각을 넘어서 “아 귀여워” 라고 목구멍과 혀를 통해...그러니까 결국엔 '귀엽다'라는 단어를 육성으로 내뱉지 않으면 도무지 그 이상야릇한 느낌을 설명할 길이 없어 안달이 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이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 역시 오늘도 끊임없이 고양이를 검색하고, 고양이 계정을 팔로잉하고, 하루하루 힘들 때마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지그시 미소 지으며 "아, 귀여워"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나만 없어 고양이 탈출기-또! 귀여워!>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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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잘못이 없다.
- 스핑크스 고양이 자몽이고양이는 잘못이 없다
고양이를 집 안에 들이기 전,가장 염려했던 것은 바로‘고양이는 물건을잘 떨어뜨리지 않나?’하는 점이었다.나는 본디 성격이 예민한 편인데,오죽하면 신랑이 가끔가다 실수로물건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괜찮아?’라는 말보다‘조심해야지!’ 가 먼저 나올 정도였다.그런 나였기에 혹시라도 고양이가물건들이 놓여있는 선반을 와르르무너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우리 잘못이라고 보면 돼어느 날, 고양이 4마리를 키우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고양이는 진짜로 물건을 잘 떨어뜨려?"친구는 신박한 대답을 내주었다."응! 그런데 떨어뜨릴 만한 물건을 높은 곳에 놔둔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때 당시에는 사실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몽이와 함께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저 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자몽이는 내가 조금이라도 '떨어뜨릴 만한 물건을 높은 곳에 놔두는 잘못'을 저지를 때면 바로 물건을 바닥에 툭, 던져주곤 했다. 물컵을 바로 치우지 않으면 자몽이는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어줬다. 또 한 번은 식사를 마치고 넓은 쟁반에 그릇을 잔뜩 쌓아뒀는데 자몽이가 쟁반을 잘못 밟아 그릇을 모두 떨어뜨린 적도 있었다. 그때 컵 하나가 깨졌었는데, 자몽이가 많이 놀라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도 미안했었다. 그렇다. 물건을 떨어뜨리는 고양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 물건을 그곳에 올려둔 우리에게 잘못이 있을 뿐이다.자몽이가 집에 오고 난 뒤 나에게 생긴 또 다른 변화가 있다. 이제는 신랑이 실수로 물건을 떨어뜨려도 ‘괜찮아? 안 다쳤어?’가 먼저 나온다. 자몽이 덕분에 이전의 예민함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 같다. 의심해서 미안해자몽이도 보통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물건들을 좋아한다. 특히 머리끈이나 반짝이는 링 귀걸이는 자몽이가 한 시간은 충분히 놀 수 있는 최애 장난감 중 하나이다.가끔 액세서리를 서랍에 넣어두는 것을 잊어버려 자몽이가 신나게 굴리며 갖고 놀 때면 역시나 미리 작은 물건들을 치우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하곤 한다. ‘미리 치우지 않은 우리 잘못이야’라고 되뇌며 말이다. 우리 집에는 성인 허리 높이쯤의 박스형 선반이 있다. 크기가 작기도 하고, 선반 위에 큰 물건이 놓여 있어 자몽이가 올라가기엔 비좁은 곳이다.게다가 자몽이가 지금껏 그곳에 올라가 있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우리는 그 선반에 귀걸이, 시계, 반지 등 매일 착용하는 액세서리를 보관하곤 했다. 어느 날 저녁, 반지를 착용하려고 했더니 보이질 않았다.기억을 더듬어 어제 아침까지 반지가 선반 위에 올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갑자기 결혼반지가 사라지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신랑은 자몽이가 그 선반에 올라간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우리 둘은 고양이처럼 네 발로 기어 다니며 고양이가 반지를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갖고 놀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다. 소파를 들어 올리고 에어컨, 침대, 책상 등을 옮겼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자 우리는 자몽이를 쳐다봤다. 자몽이의 배를 만져보고 화장실을 들여다보았다. 외면하는 자몽이를 붙잡고 하염없이 물었다.“자몽아 반지 어디에 놨어? 먹은 거야? 괜찮아?”하루가 지나도 찾을 수가 없자, 우리는 생각만 하던 ‘그것’을 하기로 했다. 자몽이의 화장실을 뒤져보기로 한 것이다.나는 맛동산을 캐고 신랑은 일회용 장갑을 꼈다. 신랑은 심오한 표정으로 맛동산 속 반짝이는 반지를 찾기 위해 손끝에 집중했다. 그러나 3일이 지나도 반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침 심장사상충 예방을 위해 동물병원으로 정기검진을 가는 날이 왔다. 나는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물었다.“고양이가 반지를 먹기도 하나요?”“반지를 먹는 경우도 있지만 목걸이 같은 유체물을 삼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게다가 반지를 먹게 되면 식욕부진,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보이니까 그때 내원하세요.”자몽이는 3가지 증상 중 어느 하나도 맞지 않았기에 안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자몽이가 삼킬만한 위험이 있는 작은 액세서리를 잘 정돈했고 그 외에 위험할 만한 물건을 깨끗이 정리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났다. 나는 청바지 하나를 오랜만에 꺼냈다.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무언가 작고 둥근 것이 만져지는 게 아닌가.바로 반지였다. 내 잘못된 기억으로 그동안 무고한 자몽이가 의심을 받았던 것이다.자몽이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저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는데 엄마아빠가 느닷없이 배를 만지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싶었다.우리는 반지를 액세서리 보관함에 고이 넣어뒀고 자몽이에게 한참 동안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역시나, 고양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CREDIT글.사진 김성은에디터 이혜수 - STORY | 2020-06-10 1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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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유묘 일기
- Cat's Life-수유묘 일기-
사과야, 살구야, 카레야.언니는 계속 자책을 하게 되네.온도가 너무 뜨거웠나, 아니면 차가웠나.사료를 조금 더 잘게 부수어 줄 걸 .분유를 좀 더 미지근하게 해 줄 걸 .조금 더 많이 안아주고 시간을 보낼 걸.자주 찾아갈게, 절대 잊지 않을게.나에게 와주어서 고맙고 미안했어.많이 사랑했어. 너희들 모두 나의 고양이란다.
수유묘 인공 포육의 일상3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분유를 먹인다. 위가 작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므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트림을 시키고 생식기를 부드럽게 자극해 대소변을 받아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분유를 먹인다. 입가를 닦아주고 케이지 온도를 점검하고 오물이 묻은 부분을 청소한다. 수유묘 인공 포육의 일상이다. 수유기가 끝날 때까지는 외출은 물론이고 잠을 자기도 어렵다. 그동안 꾸준히 어미 없는 젖먹이들 인공 수유를 해 왔지만, 이번 녀석들은 너무나 작았다. 탯줄을 그대로 달고 온 치즈 3형제는 기껏해야 태어난 지 하루 이틀. 갓 출산한 어미 고양이에게 누군가 뜨거운 물을 뿌려 쫓아낸 뒤 구청에 신고해 이 작은 것들을 보호소에 넣었다고 했다. 손바닥 위에 세 마리를 모두 올려놓아도 넉넉할 만큼 작디작았던 치즈 3형제는 젖병을 물 줄도 몰랐다. 어미젖이 아니니 분유의 맛도 어색해서 계속 먹기를 거부했다. 대부분 젖먹이들이 이렇다.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혓바닥에 흘려 넣어주며 ‘이것은 분유고 네가 먹어야 하는 거야. 먹어야 살아’ 하고 알려주어야 한다. 억지로 많은 양을 흘려 보내면 기도로 넘어가 위급한 상황이 되니 혀에 묻을 만큼만, 맛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분유의 맛에 적응한 3형제에게 사과, 살구, 자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늘 그랬듯이 반짝반짝한 어린 고양이로 성장하면 좋은 가족을 찾아줄 계획이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갑자기 한 마리가 분유를 먹지 않고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동물 병원에 달려가 수액을 맞히고 이름 모를 주사도 맞혀왔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내 손바닥 안에서 작은 아기 고양이가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한 마리 역시 별이 되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열 마리가 넘는 젖먹이들을 돌보면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일이었다. 내 품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버티고 있는 젖먹이에게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무력했다. 젖먹이들의 숨이 점차 잦아들고 입가에 말간 침이 흘렀다. 선홍색이던 코와 젤리가 창백하게 변했다. 작은 생명이 내 품 안에서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그저 울고, 쓰다듬고, 입맞춤을 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애 처음 고양이와 이별을 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짧다고 해서 이별의 무게가 가벼운 것이 아님을 그렇게 배웠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저려온다.다행히도 남은 한 마리는 악착같이 자라주었다. 젖병을 힘차게 빨고 배가 고프면 우렁차게 나를 불러댔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 3형제를 내게 임시보호 보냈었던, 유기묘 구조활동을 하시는 지인 분께 연락이 왔다. ‘집사님, 힘드신 거 알지만…. 정말 젖먹이들을 더 받아주실 수는 없으실까요.’ 하며 젖먹이 두 마리가 보호소로 또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그맘때 나는 조금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 어린 것들을 품 안에서 보내고 난 뒤 나는 매일매일 심하게 자책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도 다른 수가 없었다. 내가 맡지 않으면 그 젖먹이들이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두 마리의 젖먹이가 또 내게 왔다. 작은 고양이 두 마리를 받아 들자 눈물이 왈칵 났다. 앞서 보낸 치즈 두 마리와 똑 닮은 아이들이었다. 태어난 날짜도 비슷했다. 먼저 와서 살아남은 한 마리는 이 녀석들이 형제려니 하고 지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또 눈물이 났다. 늦게 온 두 녀석에게는 ‘카레’와 ‘고로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앞서 온 ‘자두’와 함께 세 마리는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카레가 아프기 전까지는.어느 날부터 카레의 발작이 시작되었다. 너무 어려 CT 촬영 검사도 할 수가 없었지만 심한 전신발작의 증 상으로 미루어 볼 때 신경계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나는 그렇게 또 한 번, 내 품 안에서 고양이를 보내야 했다. 눈도 떴고 이제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다 키워 놓았다고 생각했던 아기 고양이를 보내야 했던 기억은 오래도록 나를 힘들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두 녀석, 자두와 고로케는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 좋은 가족 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보살폈던 나의 아기 고양이들. 그 누가 보살폈어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다들 이야기해주었지만 밀려오는 자책감을 덜어내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다.CREDIT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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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 all of us
- 도담도담 하우스For all of us
나는 나의 도담도담 하우스를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소품들과자연적인 요소들로 채워가고제 빛을 내게 해주는 일을참 좋아한다.이 모든 것이 이전엔나를 위해서였다면,조니와 데비가 온 이후로는‘우리를 위해서’ 로 바뀌었다.
Treasure(보물)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매일 녹화해서 보여주셨던 디즈니 인어공주를 참 좋아했다.인어공주는 발견한 보물(육지 사람들의 물건)들을 자신만의 바닷속 공간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는데 인어공주가 그 보물들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나에게는 참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선명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나 역시 나만의 보물들을 간직하고 있는데, 어떤 보물들은 아주 구체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보물들은 아주 추상적이다. 그래선지 사람들이 얼핏 듣고 판단했을 때 내 보물들은 너무도 단순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복잡한 것이라 여겨지는 듯했다.큰 범위에서 내 보물들은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 자연, 나무, 예술, 가족들 그리고 이제는 나와 삶을 함께하는 남편, 바다가 일으키는 소금바람 등이고, 작은 범위에서의 보물들은 오래된 가구와 소품 또 그런 것들로 집을 꾸미는 것, 자연적 패브릭들과 옷, 피스타치오 아몬드 아이스크림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과 노란 전구가 비추는 따스함 등이 있다.이 외의 여러 가지 것들이 나에게는 내 삶의 원동력이자 추진제이며,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제각기 다른 형태의 보물들이다.큰 범위에서의 보물들은 여전하지만 일부분의 보물들은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내 인생에 ‘조니’와 ‘데비’와의 만남은 말과 글로도 표현을 다 할 수가 없는 화려하고 소중한 보물의 발견이었기 때문이다.조니와 데비는 내 보물들의 순서를 뒤바꿔 놓았다. 이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순간의 감정들은 눈앞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 강렬하기도 했으며 은은하게 퍼져 내 코로 슬며시 들어오는 피톤치드처럼 어슴푸레 소소하기도 했다.냥테리어의 완성은 너희우리의 도담도담 하우스는 이처럼 본디 그렇게 원초적인 조니와 데비 (여기서 원래부터라 함은 자연적인 요소를 본능대로 따르고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것을 말한다)를 위한 집인 ‘냥테리어’에 더욱 더 충실해 지고 있다.남편과 필리핀 여행을 다녀오며 ‘우리 조니 데비에게 스크래쳐로 딱 맞겠다!’ 하고 구매해 왔던 매트가 있다. 코코넛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향기로운 풀 내음이 가득한 매트들은 현재 주방, 화장실 앞, 안방이며 할 것 없이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또 우리 집 거실에 놓여 있는 거대한 고무나무는 어느새 조니와 데비를 위한 스크래쳐가 되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흙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위해 가끔 나가서 흙을 파헤치며 놀 수 있게끔 큰 토분에 흙을 담아 베란다 한편에 마련해 놓았고, 부엌에서 웅장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목공테이블 식탁은 어느새 이 아이들이 실컷 뛰어 놀다 지칠 때쯤 쉬어 갈 수 있는 커다란 침대가 되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자연을 경험하게 하고 싶어 마련한 집안 곳곳에 있는 큰 잎사귀를 지닌 열대 식물들은 아이들이 잠시 누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기꺼이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마지막으로 높낮이가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이 서린 가구들은 아이들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게끔 서로 잘 배치되어 복잡하지만 훌륭한 캣타워가 되었다.나와 근접해 있는 모든 것들이 이제는 나를 - STORY | 2020-06-10 1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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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고양이를 구조해도 될까요?
- 길 고 양 이 의 생 활이 고양이를 구조해도 될까요?
여기저기서 태어나는 고양이는 여기저기서 주워진다. 주워온 사람은 한결같이 말한다. 불쌍해서. 냥줍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불리는 이 행위의 행위자는 병원에 가져다주거나 구조 요청을 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아주 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얼마나 책임질 수 있나요?어느 봄, 한 통의 전화가 훈혜 씨에게 걸려왔다. 낯선 사람의 익숙한 질문. “길에서 불쌍해 보이는 새끼 고양이를 주웠는데, 어떻게 해요?” 도와줄 수 있는 부분과 구조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 그에 따라 발생할 비용을 설명하자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혹시 임보처가 안 구해지면 다시 연락 달라 부탁했지만 전화기는 잠잠했다. 대신 훈혜 씨의 마음만 불안으로 일렁거렸다. 혹시나 하고 전국 동물보호소 현황을 볼 수 있는 앱에 접속했다. 거기에 전화 상담을 했던 그 고양이 둘이 있었다. 보호소로 달려간 훈혜 씨는 아는 고양이라 설명하고 입양계약서를 쓰려 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젖먹이 고양이는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마다 젖을 먹어야 하고, 그만큼 자주 배변을 유도하고 닦아주어야 한다. 수시로 먹이고 닦아가며 따뜻하게 품어줄 어미를 잃은 젖먹이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만이라도 살려보려 입양 절차 후 데리고 나왔지만, 다음 날 제 형제의 뒤를 따랐다. 이런 전화와 죽음은 절대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처음도 끝도 아니다. 불확실로 가득한 길고양이의 삶에서 확실한 사실은 그것 하나다.제일 잘 돌보는 건 엄마“혹시 구조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그렇게 묻는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산책길에 안면을 익힌 캣맘과 고양이 식구들 이야기에 훈혜 씨는 단숨에 현장으로 갔다. 어미가 새끼를 잘 돌보지 못하니 구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캣맘의 의견이었다. 한 번은 어미에게 밀려 새끼 고양이 하나가 집 밖으로 흘러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캣맘의 걱정과 달리 새끼 고양이들의 상태는 양호했다. 눈가가 조금 불긋한 걸 제외하면, 털은 깨끗했고 배는 통통했다. 어미가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기존의 집이 새로 생긴 식구까지 보듬기에는 좁았다. 구조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어미가 아주 잘하고 있다, 다만 집은 조금 큰 것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집 교체 요령을 알려주는 것으로 상담을 마무리했지만, 캣맘의 근심은 조금도 덜어진 것 같지 않았다. 뭔가 더 드라마틱한 변화, 거칠고 힘든 길 위의 삶에서 건져내어 위험도 불편도 없는 곳에서 살게 해주길 희망했던 모양이었다. 훈혜 씨는 그런 캣맘에게 지난 몇 년 동안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던 그 말을 다시 했다. “엄마가 제일 잘 키워요. 새끼들을 돌보고 싶으시면 어미에게 맛있고 좋은 것을 많이 주세요.”얼마 후 새끼들이 주변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하자 이 가족은 그 집을 떠났다. 그리고 그 뒤처리와 청소는 캣맘이 맡았다. 이소 후에도 고양이 가족과 두 사람은 간혹 만난다. 어미는 사람의 시선이 덜 닿는 안전한 곳에서, 젖먹이에서 아깽이, 다시 청소년묘로 자라나 갈 세 마리 새끼를 돌본다. 그리고 훈혜 씨와 캣맘은 먼발치에서 와락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아껴가며 이 고양이 식구를 챙기고 있다.그래도 구해야 할 때가 있다한겨울, 집 근처 쇼핑센터의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던 중이었다. 훈혜 씨와 친구 진선 씨의 눈에 작은 고양이 하나가 들어왔다. 버려진 걸까? 길을 잃은 걸까? 어미는 근처에 있을까? 가만히 다가가면서 새끼를 살폈다. 냄새도 나지 않았고, 눈가도 깨끗했다. 배는 빵빵했고 털도 뽀송했다. 발은 까만 아스팔트 바닥을 당당하게 딛고 있었고, 활기차고 호기심도 많아서 공처럼 굴러다녔다. 어미의 존재가 어린 고양이의 온몸에서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과 차가 오가는 지하주차장이라는 것이 걱정스러웠지만, 추운 겨울을 피할 더 나은 장소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 후로 두 사람은 한 달 가까이 같은 장소를 찾았다. 처음에는 정말 어미가 있고 잘 관리 받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그다음은 구조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옳은지 자신의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안심하고 안 와도 되겠다 싶을 때쯤, 변화가 감지되었다. 털이 눅진거리는가 싶더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눈곱이 끼고 눈가도 부어올랐다. 이른 독립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태의 어린 것을 보며 어미가 먼 곳으로 먹이활동을 하러 간 것이길 바랐다. 다시 주차장 출근이 시작되었다. 그 고양이를 찾아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확인했다. 어미가 불귀의 객이 된 것이든, 이른 독립을 시킨 것이든 이대로 길에서 살 수는 없는 상태라는 걸 확신하고서야 구조를 결정했다. 발견부터 이 결심까지 6주 동안, 매일 같은 장소를 찾으며 살피고 고민해야 했다. 훈혜 씨의 전화기에는 눈에 회반죽을 얹은 듯한 회색 고양이 사진이 있다. 신비한 우주 풍경 같은 눈동자 대신에 붉게 부풀어 레이스처럼 쪼글거리는 눈꺼풀의 아기 고양이 사진도 있다. 보여주기 위해, 정말 구조가 필요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저장해둔 사진이다. 선뜻 손 내밀고 싶지 않은 상태, 딱 보기에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 상태, 냄새나고 아파 보이는 상태, 그런 상태만이 인간이 개입해도 괜찮은 때이다. 인간에게 맡기는 순간몇 년 전, 훈혜 씨 집 뒤에 한 고양이 가족이 살았다. 고양이 밥을 싸들고 다니며 동네 고양이들과 눈도장을 찍고 안면을 익혀왔던 덕분에 동네 대장 고양이의 부인인 어미 고양이와 대장 고양이의 새끼 세 마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담장 위에서 어미와 세 새끼가 평화로이 노니는 모습을 보며 때때로 밥이나 간식을 챙겨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문 아래서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다보니 새끼 고양이였다. 며칠 전까지 제 가족과 있던 새끼 중 하나였다. 새끼가 사람도 들을 정도로 소리 높여 우는데 어미는 어디 있나 봤더니, 늘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등을 보인 채였다.어미가 버린 거구나, 나 주는 거구나. 순간 알았다고 한다. 살려는 운명이었는지, 쉽게 잡힌 새끼는 병원 치료 후 그 집에 셋째가 되었다. 새끼가 너무 약하게 태어났거나, 병이 깊거나, 어미가 힘에 부치면 때때로 새끼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어미 고양이는 제 새끼를 지극히 돌보고 아낀다는 점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아기 고양이가 보인다고 덥석 잡아들거나 불쌍하다고 쓰다듬지 말아야 한다. 또 정리해준다고 이것저것 만지거나 옮겨서도 안 된다. 낯선 냄새가 나는 새끼나 서식지로 돌아오길 어미는 주저한다.바라봄과 기다림고양이는 사람과 가까이 살고 있기에, 고양이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망각한다. 길 위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법은 인간의 기준과 감정을 성급히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바라보고 지치지 않고 기다리다 그들이 필요할 때에야 손을 내미는 것이다. 내가 필요할 거라는 인간의 확신이 아니라 ‘내가 필요하니?’라는 조심스러운 질문과 그들의 대답을 기다리는 자세이다.글 김바다 자료협조 배훈혜, 노진선 행복한 고양이 마을 : 네이버 카페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cafe.naver.com - STORY | 2020-06-10 14: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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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iendly
- 스 핑 크 스 자 몽 이Friendly아침에 눈을 떠서 잠드는 그 순간까지 너는 항상 내 옆에,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해가 지는 오후에 나는 너를 안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왈츠를 추고, 너는 내어깨에서 잠이 든다. 나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네가 ‘애옹’ 하고 울면 나는 네가 뭘 원하는지 다 알 수 있게 되었다. 졸리니까 안아달라며 다가오는 너를 안아주고 그렇게 내 품에서 잠드는 널 보면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때가 존재했을까 싶다.겁쟁이, 집사가 되다군인 남편을 따라 타지 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어가던 어느 가을.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첫 직장을 그만 두고 백수가 된 지 2달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대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결혼을 한 나는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엄청난 겁쟁이에 무서운 꿈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난 인간이었다. 하루는 내 상상력이 만들어 낸 무서운 생각들에 빠져 집에 혼자 있는 것조차 너무 무서웠다. 결혼 전부터 본가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던 남편은 고양이를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 냐며 먼저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는 이제껏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우리 인간보다 훨씬 짧 다는 것을 알기에 사랑을 잔뜩 준 존재가 먼저 떠나가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꾸준한 남편의 설득은 나에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보내면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반려묘에 대해 알아 보다가 우연히 스핑크스 고양이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 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천안에 사는 작은 아기 고양이 들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중 내 눈을 사로잡았던 한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샤워를 하던 남편의 욕실 문을 벌컥 열며 ‘아기 고양이가 자꾸 생각나, 데려오고 싶어’라고 통보를 했다. 그렇게내 생에 첫 반려동물 스핑크스 고양이 자몽이를 만나게 되었다.
네가 없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아
스핑크스 고양이가 키우기 쉽다고?털이 많이 빠지는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고양이 키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털이 없는 고양 이가 있다니 모두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SNS상에 스핑크스 고양이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스핑크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키우기 어려운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스핑크스 고양이는 목욕을 자주 시켜줘야 한다. 털이 없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처럼 기름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적게는 2주,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몽이의 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스핑 크스용 고양이 샴푸가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주로 고양이의 털 관리를 위한 샴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몽이는 신생아용 샴푸와 무향 로션을 사용한다. 스핑크스 고양이의 특징인 큰 귀는 일주일만 지나도 까만 때로 가득해지는데 유독 귀는 기름 분비가 많아 식염수를 묻힌 탈지면으로 청소를 해줘야 한다.스핑크스 고양이는 털이 없어 발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 수밖에 없다. 가끔 자몽이가 뒷발로 본인의 목덜미를 세차게 긁어대다가 빨간 상처라도 내는 날이면 발톱 정리를 미처 못 해준 나를 자책하곤 한다. 발바닥에 털에 없어 털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털 대신 자리를 차지한 검은 때들을 틈틈이 제거해주지 않으면 구수하고 진한 발바닥꼬순내를 맡게 된다. 마지막으로 스핑크스 고양이의 피부는 예민하기 때문에 집사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청소 여부가 피부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집에 먼지가 최대한 없도록 유지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털이 없는 고양이를 키워서 청소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청소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다. 사료 선택 역시 중요하다. 스핑크스 고양이의 경우 사료의 반응을 피부로 알려주기 때문에 사료를 고르는데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몽이는 집에 처음 온 날부터 피부에 두드러기가 항상 서너 개 내외로 나 있었는데 가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아무것도 나 있지 않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스핑크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데 있어서 ‘편하고 쉽게’라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글·사진 김성은에디터 글월문 글·사진 김성은에디터 글월문 - STORY | 2020-06-10 12: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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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마리의 고양이
- C a t ' s L i f e 여섯 마리의 고양이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살게 되면, 집사의 모든 시간에 고양이가 살게 된다. 내 곁에서 잠을 자기를 원하는 고양이와 함께 잠을 자고, 무릎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어느새 무릎에 앉아있고, 집사 구경이 취미인 또 다른 고양이는 식탁에 앉아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식사에 참견한다. 또 한 녀석은 욕조 난간에 걸터앉아 내가 씻는 모습을 구경하고, 그렇게 외출 준비를 마치면 문 앞까지 배웅하기를 원하는 고양이가 나와 배웅을 해준다. 그렇게 나는 매일 고양이로 꽉 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위해 신혼집도 복층으로 결정을 한 우리 부부는 늘 장난처럼 ‘손을 뻗으면 항상 고양이가 있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층 난간에도 고양이, 식탁 위에도 소파 위에도 그렇게 고양이가 가득한 삶. 여섯 배의 행복 많은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또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다. 고양이 마릿수만큼 시간과 돈이 배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외동묘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다묘가정의 고양이들 때문에 완벽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다묘가정은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고양이가 심하게 아플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가고 삶이 무너지는 그런 경험들을 여섯 배로 감당해야 한다. 그런 일련의 이유들로 나는 다묘를 반려 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은 부정적이다. 다묘를 키우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그중 제일 나를 힘들게 했던한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면 바로 '유자'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네 번째 고양이 유자는 내가 밥을 챙겨주던 길냥이였는 데, 어느 날 다리를 심하게 쩔뚝이며 나에게 걸어왔다.이동장을 챙겨와 유자를 안아드니 유자는 순순히 내 품에 안겨주었다. 나는 곧장 병원으로 갔고 유자의 뒷다리 뼈는 심하게 골절되어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마 사람이 해코지한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다리 골절 수술을 위해 유자를 병원에 맡겨놓고 집으로 돌아온 그때 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수술 중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가 들어왔고, 그 고양이의 상태를 살펴보는 짧은 순간 유자의 산소가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유자는 뇌를 다쳤고 머리와 몸을 마구 떨며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다리 수술은커녕 기립도 불가능한 유자를 병원 입원실에서 마주했을 때 나는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자책감에 많이 괴로워했다. ‘내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원장선생님께서는 분명한 병원의 과실이니 자폐묘의 삶을 살게 될지 모르는 유자를 거두어 책임지겠다고 하셨지만나는 오랜 상담 후 입원중인 유자를 집에 데려오기로 했고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유자를 보살폈다. 그 시절의 나의 시간은 모두 유자였다. 다리가 완전히 붙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작은 케이지에서 한 달을 보내야 했던 유자는 기적적으로 자폐묘가 되는 상황을 면했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딱히 해준것도 없는데 말이다. 머리맡에 유자의 케이지를 두고 자폐묘를 반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며 수도 없이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유자는 그 시간들을 강하게 이겨내 주었다. 아직까지 유자에게 그 시절의 후유증이 남아 있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를 정도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늘 나의 곁을 맴도는 유자는 현재 우리집의 스윗함 담당으로 집사들의 힐링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녀석이다. 그 외에도 방광염 때문에 요도에 관을 꼽아 소변을 빼내는 카테터를 받다 요도가 찢어져 큰 수술을 해야 했던 둘째 율무, 갑자기 거식증이 와서 음식을 강제 급여하며 보살펴야 했던 셋째 보리, 치아 흡수성 병변으로 이른 나이에 치아를 발치해야 했던 넷째 유자, 새빨간 핏물을 흘리며 위급한 상황이 왔었던 다섯째 계피까지. 우리 부부는 고양이 여섯을 반려하며 많은 사건을 겪었고 같이 이겨냈다. 텍스트로 써내려가니 꽤 담담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런 사건을 겪을 때마다 삶이 무너져내렸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이런 굵직한 일들은 드문 편이지만 고양이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약한 동물이라 나는 매일 여섯 마리의 음수량, 피부, 치아 상태 등 건강 상태를 살피는 일에 집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묘가정이라서 다묘가정 집사들은 더러 우스갯소리로 ‘욕심이 많으시 네요’ 하는 말들을 듣곤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많이 반려하는 사람일수록 정말 욕심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다묘가정의 고양이들은 아마 정말 갈 곳이 없고 다친 아이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과 집사가 금전적, 시간적인 부분을 고양이에게 쏟아 부음으로 인해 강제로 청렴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다정한 여섯 마리 고양이들로부터 매일 위로를 받고 있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다묘가정을 꿈꾼다면 나는 두 마리가 적당하고 세 마리까지가 가장 행복하다고 조언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미 나처럼 여럿을 반려하는 집사님이라면 ‘우리 힘내요. 열심히 고양님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시다. 집사님도 꼭, 행복하세요.’라고 얘기하고 싶다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글월문
- STORY | 2020-06-09 1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