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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1-22 12: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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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1-22 12: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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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1-16 1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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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1-16 09: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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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1-15 10: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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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1-15 1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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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1-10 14: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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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뜰 날이 온단다, 아름품 터줏대감 …
- 묘생 2막해 뜰 날이 온단다아름품 터줏대감 구름이 구름이 드리우다 구름이가 카라의 아름품 보호소로 들어온 건 2015년 말이다. 카라가 치료를 지원하는 고양시의 ‘달봉이네 보호소’란 곳에서 건너왔다. 그곳은 원래 강아지 보호소인데 길고양이들이 눌러앉으며 고양이도 품기 시작했다. 구름이는 160마리의 강아지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호소란 이름은 붙었지만 어엿한 시설이라 하기에 너무 열악한 곳이었다. 동물들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옹기종이 붙어 더위와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질병이 생기면 더욱 쉽게 번졌다. 카라의 도움 없이는 동물들의 치료가 불가했다. 구름이도 고양이 간 접촉으로 옮는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있었다. 이 병은 상부 호흡기 질환으로 콧물과 재채기, 식욕 부진, 고열을 동반해 사람 질병 중 감기와 유사하게 보이나, 심각한 안구 질환까지 유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결막염을 시작으로 각막염, 안구 건조증, 포도막염 등 광범위한 질병으로 이어지는데 이 병이 마수와 같은 건 나이 어린 고양이들에게 쉽게 도래하기 때문이다. 구름이는 허피스 증세가 심해 눈이 붙어버린 상태에서 카라의 손길을 만났다. 치료는 성공적이었으나 각막이 하얗게 올라오는 후유증이 남았다. 눈에 구름이 낀 것처럼. 별빛이 반짝이다 자, 이제 구름이를 만나보자. 방묘문을 열고 들어간 구름이의 방에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더 있었다. 버선발로 뛰쳐나와 외부인에게 몸을 부비는 녀석들을 떼어내고 구름이를 찾았지만 바로 눈에 띄지 않았다. 몸을 낮춰 찾아보니 구석의 고양이 집 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간혹 취재 중 사람을 극도로 피하는 고양이들을 만난다. 학대의 기억이 있거나 야생성이 남아있거나, 둘 중 하나다. 구름이도 그런 걸까? 딸랑딸랑, 활동가가 장난감을 흔들어 관심을 끌자 다행히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내밀어 준다. 고맙게도 구름이에게 인간을 향해 친 벽은 없었다. 다만 낯선 존재에겐 선을 하나 긋고 천천히 친해지길 바라는 성격일 뿐이다. 거리를 두고 구름이에게 눈인사를 건넸는데 이상한 게 보였다. 눈을 덮었던 뿌연 구름은 사라졌지만, 대신 반짝거리는 별빛이 들어 있었다. 그 빛은 1초에 두 번씩 깜빡, 깜빡거렸다. 구름이를 소개해 준 박아름 활동가에게 묻자 ‘안구진탕’이란 병명이 돌아왔다. 무의식적으로 눈이 리듬감 있게 진동하는 증상이다. 안구가 원하는 주시점을 찾지 못해 이를 회복하려 빠르게 동작하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반사각이 변해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안구진탕은 꼭 병적인 문제를 동반하진 않는다. 활동가도 구름이가 겉보기만 특이할 뿐 정상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구름이의 입양을 희망했던 사람들에게 수없이 해준 말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구름이는 보호소에 남아 있다. 해야, 떠라 구름이가 아름품 보호소에 온 지 2년이 됐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고양이다. 그동안 많은 고양이들이 구름이의 룸메이트가 되었다가 따스한 가정의 품으로 떠났다. 구름이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임시 보호를 세 번 떠났지만, 다시 보호소로 돌아왔다. 그중 한 번은 박아름 활동가가 좁은 곳에 오래 남아 있는 게 안쓰러워 품었다. 활동가의 집에서 구름이는 다른 고양이라 생각될 만큼 활발했다고 한다. 장난감으로 논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밤새도록 장난감과 씨름하고, 골골 소리도 적극적으로 내며, 밤이면 몸에 기대 밀착해서 자는 애정 넘치는 아이였다. 활동가의 집에 있던 다른 고양이와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다고. 그도 그럴 것이 고양이들의 유출입이 잦은 보호소에선 친구가 될 때쯤 모두 떠나가 버린다. 구름이가 예민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구름이와 보호소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명백한 오해다. 카라의 많은 이들이 구름이의 입양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보호소에서 입양 서열에 밀려 삶을 다하는 고양이의 대표이기 때문”이란다. 구름이는 입양의 아주 작은 악조건들이 겹쳤다. 일단 눈이 이상하다. 정상적으로 기능하지만 겉보기엔 그렇다. 그리고 선호도가 낮은 카오스 고양이다. 흔히 말하는 개냥이, 무릎냥이도 아니다. 끝으로 나이를 좀 먹었다. 이제 겨우 두 살이지만 수요가 많은 아기 고양이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입소 수속을 밟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입양의 ‘황금 조건’에서 비껴 간 구름이들이 부지기수다. 지금이 밤이라면 하늘을 한 번 보자. 분명 달에 시선이 갈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하늘의 대부분을 채우는 건 잘 보이지 않는 구름들이다. 지극히 평범한 보호소 고양이 구름이, 그리고 수많은 구름이들에게 해 뜰 날을 고대하며 입양 공고를 띄운다. * 구름이의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www.ekara.org/parttake/adopt CREDIT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22 12: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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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쓸데 있는 고양이 털공 만들기…
- CATFORMATION알아두면 쓸데 있는고양이 털공 만들기 고양이들은 강아지만큼 공을 가지고 놀기를 즐긴다. 시중엔 양모로 만든 고양이 장난감 공을 많이 파는데, 어림잡아 개당 2천 원 꼴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슬프지만 현재 최저시급으로 고작 3개를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손쉽게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털공을 무료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01 준비물: 고양이, 빗, 집중력 02 먼저 이 정도 털이 빠지는데 아직도 몸에 붙어있는 털이 남아있는 게 신기한 고양이를 준비하고, 녀석이 비교적 거부감이 없는 빗으로 스윽 스윽 빗어준다. 03 얼마나 빗냐고? 이만큼이 모일 때까지. 04 그리고 또 빗는다. 얼만큼? 아까 그만큼. 05 그렇게 나는 총 다섯 번을 빗어줬다. 어처구니없게도 다섯 번을 빗었는데 동일한 양의 털이 계속 나온다. 06 아무튼 이제 뭉쳐야 하는데, 눈사람을 만들 때처럼 씨앗을 만들고 살을 붙여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작은 뭉치를 떼어내고 여기에 캣닢을 조금 섞자. 07 이를 힘을 줘서 비빈다. 계속 비빈다. 08 그럼 이렇게 작은 털공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처음과 똑같이 털을 조금씩 뭉치며 럭비공처럼 한쪽으로 길게 쏠리지 않게 신경 써서 비벼주자. 09 아까 마리로부터 얻은 5개의 털 뭉치 중 두 개를 합치자 이 정도 크기의 털공이 생겼다. 무념무상으로 만들다 보면 조금 성기게 뭉쳐졌거나 잘못 비볐을 경우 이렇게 썩은 포도 껍질처럼 겉면이 흐물거리고 기존 공과 잘 합쳐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10 그럴 땐 물을 아주 살짝만 묻히면 해결된다. 실제로 펠트 공예에도 사용되는 방식으로, 물 펠트라고도 불린다. 다만 우리 건 양모가 아니라 고양이 털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11 네 덩이를 합치자 이 정도 크기가 됐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큰 털공이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므로 조금 더 거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보자. 12 마리님이 기다리시므로 서둘러서 나머지를 뭉쳐보겠다. 13 다 뭉쳤을 때의 모습이다. 적당히 크고, 단단하고, 탄성도 있다. 이제 이걸 마리에게 상납하여 노력의 결실을 검증할 때다. 14 다행히 마리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셨다. 마리의 경우 사온 공보다 이렇게 만든 털공을 더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냄새가 친숙하기 때문인 것 같다. 15 당연한 말이지만 단묘보다는 장묘가 더 만들기 쉽고, 직모보다 조금 곱슬인 고양이들의 털이 좋다. 16 만약 당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단묘라면... 화이팅! CREDIT글 사진 김태헌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22 12: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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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 클리닝 마스터를…
- CATSCO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클리닝 마스터를 만나다Ⅱ? 여름철 적이 모기라면 겨울의 적은 고양이 털이다. 창문 열기 두려운 혹한의 계절엔 무한대로 뿜어져 나오는 고양이털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 호에 이어 CATSCO 클리닝 마스터와 함께 털 완전 박멸에의 꿈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 보자. # 지난 이야기 3줄 요약1. 세탁 시엔 발상을 전환해라.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기 전 10분 정도 건조기에 넣고 돌리면 박혔던 털이 알아서 빠져나온다. 2. 롤 클리너 하나로는 옷에 붙는 털 떼를 제압할 수 없다. 롤 클리너, 고무장갑, 퍼좁의 삼각편대라면 든든할 것이다. 3. 훈풍이 뿜어져 나오는 진공청소기는 바닥의 털을 부양하게 해 청소가 잘 됐다는 착시를 일으키며, 걸레질은 털을 바닥에 부착시켜 아예 제거 불능으로 만든다. 정전기 부직포로 털을 크게 훔친 후, 청소기와 물걸레로 마무리하자.? 인터미션 : 오, 나의 사랑스러운 사치품클리닝 마스터는 청소의 기본기를 열성적으로 강연한 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기력이 쇠한 모양이다. 조금 전에 퍼좁을 실어 가져다준 로봇 청소기가 마스터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지능이 상당한, 굳이 말하자면 반려 로봇으로 보였다. 로봇은 스트레스가 차오른 주인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것 같았다. 갑자기 ‘강력’ 표시등에 불이 들어오더니 굉음을 내며 사무실을 재빠르게 돌아다녔다. 먼지가 내려앉는 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마스터가 나를 응대하는 사이 차차 쌓였던, 눈으론 보이지 않던 먼지 층이 로봇 청소기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대치의 흡입력을 가동한 로봇은 사무실의 구석구석을 누비다 곧 문 앞에서 전원이 꺼졌다. 하얗게 타버린 것이다. 사무실이 쾌적해지자 마스터는 놀랍게도 정신을 찾았다. 얼굴은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해사했다. 마스터는 문 앞에 로봇을 들어 충전기를 물려줬다. “기특하죠? 웬만한 사람보다 나아요.” 그러더니 꼬옥 껴안는다. 대체 둘은 무슨 관계인가. “미안하지만 당신같은 사람은 로보를 들일 자격이 없어요. 충성스럽지만 연약한 우리 로보는 아주 미세한 먼지만을 처리할 수 있거든요. 털 뭉치가 굴러다니는 당신 집에서 혹사당할 로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울컥하는군요.” 난 그런 징그러운 로봇엔 관심 없다고. 여유가 된다면 로봇 청소기를 구매하되 청소를 일임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겠다. 이후 마스터와 대화를 이어갔지만 나는 그의 화만 더 돋울 뿐이었다. 마스터는 한숨과 탄식, 분노와 절규를 이어가다 고개를 크게 가로젓더니 외투를 입었다. “자, 집으로 안내하세요.” 그의 등엔 허름한 배낭 하나가 메어 있었다.? # 필살기 : 청소의 어나더 레벨로 떠나 보자좁은 자취방의 문을 열자 모모가 반갑게 달려 나왔다. 방묘문에 매달려 야옹, 야옹거리는 모모를 떼어 내고 마스터를 방 안으로 들였다. 어느새 마스터는 화재 현장에 돌입한 소방관처럼 대형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몸은 방사능 피폭도 막아낼 듯한 작업복으로 무장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마스터는 집안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슬며시 배낭의 지퍼를 열었다. 거기엔 생소한 청소 도구가 가득했다. 그가 먼저 꺼내 든 건 묵직한 포대였다. 포장을 뜯더니 가루를 설설 뿌려댔다. 한 줌, 두 줌, 천천히 마루와 러그와 카펫 위로 가루를 살포하던 마스터는 점점 흥분하며 양손을 포대에 넣어 가루 폭탄을 사방에 투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악귀를 때려잡는 퇴마사의 박력이었다. 마스터는 흰 자가 뒤집힌 채 불결함을 향한 끝모를 증오를 발산했고, 집은 삽시간에 최루탄이 터진 데모 현장처럼 자욱해졌다. 모모는 신이 났는지 눈밭을 뒹구는 시골 개 같이 가루 사이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포대가 거덜 나고 시간이 좀 흐르자 공기를 떠돌던 분노 어린 가루들은 바닥에 내려앉았다. 마스터는 배낭 안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선 청소기를 꺼내 들었다. 산소마스크 속으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잇츠 파티 타임. 엄청난 파워의 청소기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붙은 가루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로보가 그냥 커피라면 이 청소기는 TOP였다. 본체와 연결된 호스가 갈증난 코끼리의 코처럼 꿀렁거리며 가루를 마셔댔고, 가루는 놀랍게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던 털들을 끄집어내 청소기의 코 속으로 돌진했다. 뭉게뭉게 가루 연기 사이로 포대에 적힌 글씨가 보였다. 가루의 정체는 베이킹 소다였다.? 잠시 후 모든 가루가 사라지자 공기가 휴양림에 온 것처럼 상쾌해졌고 정신이 찬물로 세수를 한 듯 개운해졌으며 믿거나 말거나 지병인 비염이 해결됐다. 청결은 하사불성 만사형통.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아닌 일상에 은밀히 침투한 불결이구나. 득도에 이르며 감격에 빠진 나의 뒷목을 후려친 건 마스터의 먼지떨이(회초리 대용, 1편 참고)였다. 다시 산소마스크 사이로 발음이 불명확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다. 마스터는 배낭을 뒤지더니 양 손에 검을 든 무사로 변했다. 하나는 유리창을 청소하는 대형 와이퍼였다. 저걸 스퀴지라고 하던가. 그리고 다른 한쪽은, 칫솔이다. 스퀴지는 다시 카펫과 러그,그리고 침대의 이불을 향했다. 유리창의 물기를 제거하듯 스퀴지를 꾹 눌러 당기니 더 깊숙하게 박힌 바이러스 같은 털들이 자취를 드러냈다. 채 복귀하지 못한 베이킹 소다마저 단번에 정리됐다. 칫솔은 물티슈를 말아 청소기와 스퀴지가 놓친 사각지대를 공략했다. 정말이지 고양이의 털은 민들레 풀씨처럼 공기가 통하는 모든 곳에 자리했다. 칫솔은 키보드 사이, 창문틀, 경칩, 옷소매를 훔치며 암행하던 털을 말살했고, 비로소 아득해 보였던 털완전 박멸에의 꿈이 잠시나마 실현될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모든 승부는 디테일에서 갈린다고.? # 예방 : 뿌리를 강력하게그제야 마스터는 작업복을 벗고 산소마스크를 뗐다. 그의 시선은 이제 모모를 향했다. 이 모든 난장의 원흉이자 지금 이 순간도 책임지지 못한 털을 양산하며 인류 세계에 흘리고 있는 무법자. 마스터는 모모의 가슴팍을 잡고 살포시 들어 창문으로 가져갔다. 방충망만을 남겨두고 삼중창이 활짝 열렸다. 한기가 엄습했지만 동시에 따뜻한 오후의 햇볕도 내리쬈다. 마스터는 모모를 창문턱에 앉히고 가장 안쪽 문을 닫았다. 어리둥절한 모모의 실루엣이 보였다. 모모는 유리창을 긁어대며 당황해 하다 햇살의 아늑함을 느꼈는지 다리를 몸 안에 집어넣고 식빵 자세를 취했다. 남의 고양이에게 웬 학대냐고 따지기도 전에, 그의 의중이 읽혔다. 모모에겐 바깥 공기와 일광욕이 필요했다. 답답한 마음에 실내에서 날뛰다가 잘 박혀 있던 털마저 빠져나가 버리고, 건조한 실내 환경이 털을 푸석푸석하게 만들어 계절성 탈모를 유발한 것이다. 모모가 바깥바람을 쐬고 있는 동안 마스터는 배낭을 정리했다. 괴팍하고 거칠었던 출장 청소가 거의 끝난 모양이다. 그의 어깨너머로 질문이 들려왔다. “인간이 가장 많이 빗질해 주는 동물,무언 줄 아십니까?” 답이 고양이라면 너무 빤한데. 강아지일까? “말입니다. 말의 피부는 예민하며 그 털은 수려하기에 말 빗질엔 정교하고 세심한 기술이 도입됩니다.” 이 자는 도무지 대답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당신이 올 해 CATSCO의 첫 번… 아니 백 번째손님이기 때문에, 특별히 드리고 가겠습니다.” 마스터는 말을 미용하는 특제 브러시를 바닥에 내려놨다. 말의 촘촘하고 부드러운 털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품질 좋은 브러시 하나면 고양이 몸에 박혀 있던 죽은 털, 상한 털, 빠지다 만 털이 일거에 해결된단다. 처음 보는 브러시를 이리저리 살피다 현관을 문득 보니, 마스터는 사라져 있었다. # 에필로그마스터가 떠나고 몇 주가 흘렀다. 그의 유난스런 결벽증과 전장을 방불케 한 청소는 아주 오래 전 꿈처럼 희미해졌다. 그가 분노하며 박멸하고 간 털과 먼지도 어느덧 다시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마스터는 그날 이후로 만날 수 없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영존한다. 나는 인내하며 크고 작고 굵고 얇은 털들을 지혜로이 제거하고 있다. 그리고 털을 뿜는 무법자를 돌보는 일을 무엇보다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일단 모모에겐 전용 침대가 생겼다. 침대를 좋아하게 만드는 데 애를 좀 먹었지만 이제 모모는 틈날 때마다 내 침대로 올라오지 않는다. 인간이 그렇든 고양이도 바닥보다 고도가 높고 푹신한 장소에서 취침하길 선호한다. 이제 잠자리만큼은 쾌적함이 보장되고 있다. 아울러 오메가3, 코코넛 오일, 올리브 오일 등 모발과 피부 건강을 돕는 영양제도 종종 급여하는 중이다. 털이 빠지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놓는 일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좋은 잠자리와 영양분으로 좀 더 건강해진 모모는 이젠 털을 좀 더 꽉 잡아둔다. 변화는 더 있다. 패브릭 소파를 과감히 팔고 가죽 소파로 교체했다. 가죽엔 털이 박힐 일도 없거니와 소파 위에 천을 하나 깔고 생활하면 틈새에 들어갈 일도 없고 청소도 용이하다. 겨울옷도 정전기가 덜 나고 털이 엉겨 붙지 않는 패딩 위주로 장만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털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겠냐고. 그러나 미세 먼지와 황사를 걱정하면서 더 큰 입자의 털을 저항 없이 마시는 건 건강에 대한 모욕이다. 그리고 털로 인한 알레르기와 비염의 고통은 환자가 아니라면 짐작할 수 없는 스트레스다. 이제 유난 떠는 집사들에게 털 날림쯤은 사랑으로 극복하라 말하기 전에 퍼좁이나 돌돌이 하나씩 선물해 주자. 말끝마다 코를 마시며 괴로워하는 친구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CATSCO를 소개해 주고 싶다고? 그건 추천하지 않는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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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 왜 왔니
- CAT vs CAT우리 집에 왜 왔니회색빛 생활, 고양이로 컬러풀해지다?6년째 유학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외로움과 우울함은 굳은살처럼 익숙했다. 그러나 요즘 같은 겨울마다 베를린의 하늘은 회색빛으로 가득해서 조용히 가라앉은 우울함을 굳이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에 치여 매일같이 지치거나 외로웠던 나의 삶이 변한 것은 미미와 모모를 만난 직후였다. 미미는 우리 집 첫째다. 8개월 된 여자아이고, 동거한 지 3개월이 되었다. 둘째의 이름은 모모. 3개월 된 남자아이고, 우리와 가족이 된지 한 달이 지나간다. 처음 미미를 데려온 계기는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한 친오빠의 생각이었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주위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고 책을 찾아보면서 고양이 지식과 정보를 수집했다. 그것이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하는 미미를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집을 비워야했다. 나는 홀로 집을 지키고 있는 미미의 외로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미미를 데려온 지 2개월 후에 모모를 입양하게 되었다. 태어난 지 2개월 된 모모의 털은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빗질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도났다. 모모의 반려인은 독일인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의 집은 작은 원룸이었다. 그 안에는 존재 자체로 두려움을 줄 정도로 큰 개와 방 한쪽 벽에 자리 잡은 새들, 그리고 그 옆에 문 열린 기괴한 새장이 있었다. 그 작은 공간이 준 인상은 실로 거대했다. 아마도 모모는 방치된 채 살아왔을 거란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자로 돌변한 미미와 운둔 생활 시작한 모모??모모를 데려오기 전에 나는 미미와 모모가 서로 그루밍 해주고 의지하는 그런 다정한 남매처럼 지낼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상상은 곧 망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 모모를 데려왔을 때, 나는 천사 같던 미미가 사자로 돌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미미와 모모, 나의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모모는 미미를 보면 지레 겁을 먹고 잽싸게 도망갔다. 그럴 때마다 모모는 자신의 아지트인 거실에 있는 검은 소파 밑으로 숨었다. 소파 밑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몸집이 작은 모모만 들어갈 수 있었다. 모모를 나오게 하는 방법은 있는 힘을 모아서 소파를 들어 올리는 거였다. 소파 들어 올리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모모는 서서히 소파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레슬링 즐기는 사이가 되기까지?며칠이 지나고, 모모는 미미에게 먼저 장난 아닌 장난을 걸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미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거다. 모모가 미미에게 치근덕거릴 때마다 집안에는 냉기가 흐르고 나는 왜인지 미미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모모는 눈치를집 밖으로 내던져버린 것 같았다. 모모의 몸집이 커지면서 같이 자란 배짱은 미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미미는 참는것인지, 귀찮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눈빛만큼은 사뭇 달라졌다. 동거 초반에 자주 보여줬던 사자 미미의 모습도 드물게 보게 되었다. 모모에 대한 미미의 눈빛과 태도는 확실히 유순해지고 있었다. 모모가 우리 가족이 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미미와 모모는 아직도 싸움 아닌 싸움을 하며 지낸다. 사실 장난을 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의 ‘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미미와 모모는 서로의 몸을 누르거나 힘껏 쳐내면서 웃기지도 않은 레슬링을 하고, 어떨 때는 한 마리가 뛰면 다른 한 마리가 뒤쫓아 술래잡기를 하며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 모모는 미미의 꼬리를 깃털 장난감인양 가지고 놀고, 돌발적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져 미미 얼굴을 강타하기도 한다. 이는 정작 미미는 이해하지 못하는 모모 나름의 애정표현이다. 혹여나 미미가 울 때면 내 품에 안겨있던 모모는 곧바로 미미에게 달려간다. 미미도 모모가 안 보이면 찾는 듯한 눈치다. 내가 잠깐 샤워하고 돌아오면 둘은 같은 침대에 누워있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상반된 성격의 두 고양이, 이제는 내 보물?하루 종일 학업과 일에 치이고 집에 들어오면 몇 시가 되었든 미미와 모모는 항상 문 앞에서 나를 반긴다. 그러면 나는 잠이 덜 깬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나에게 미미와 모모는 회색빛 하늘 아래 활기를 주는 활력소다.상반된 성격을 가진 이 두 녀석과 어떻게 동거생활을 할 수있을까 했던 내 걱정은 기우였다. 어떻게든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를 보면 ‘이렇게 또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독일에 와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했던 내 두려움이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치고 박고 말리고...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게 일상을 쌓으면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CREDIT글·사진 박민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16 09: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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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송당나무 편
- HI STRANGER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송당나무 편? 제주는 여전히 고양이 천국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시선이 하늘에 닿기도 전에 담벼락에 멈췄다. 그곳에선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따뜻한 햇살에 몸을 담그고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청하고 있다. 내 눈에만 이런 모습들이 보이는 것일까. 요즘 제주도에서는 이처럼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지금 행복한 것인지 추위에 떨며 먹이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밥그릇과 물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는 모습이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 고양이라면 치를 떨며 쫓아내기에 바쁘던 이곳 사람들이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꽃과 커피, 고양이가 있는 온실 오랜만에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고양이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지인이 고양이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곳이 있다며 소개해 준 ‘송당나무’. 이곳은 멋진 식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온실카페다. 따뜻한 온실 속에서 향기로운 꽃향기와 은은한 커피 향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요즘 말로 깡패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에 고양이까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름이 많은 동네인 송당리는 최근 몇 년간 엄청나게 발전해 카페며 식당이며 없는 것이 없는 시골동네다. 고양이들이 지내기에도 좋은 마을이긴 하지만 큰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로도 유명한 곳이라 고양이들의 안전이 걱정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카페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이런 곳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외딴곳에 위치해 고양이들의 낙원이 되기엔 충분해 보였다.? 달콤한 디저트 곁엔 녀석들이 ‘온실카페’라는 태그가 근사하게 잘 어울리는 통유리 건물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무성한 식물들 사이를 사뿐사뿐 뛰어다니는 어린 고양이들이 눈에 띄었다. 태어난 지 2~3개월 정도 된 아깽이 2마리가 손님들이 먹던 달콤한 디저트 주위를 맴돌며혀를 내밀더니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슬그머니 맛을 보고있었다. 그 손님들이 다시 돌아와도 여전히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아깽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혹시나 배탈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손님, 왠지 흐뭇해지는 광경이다.? 이곳에는 2마리 아깽이 외에도 3마리의 고양이가 더 있는데, 이 5마리 고양이들 중 까만 옷에 하얀 장화를 신은 모습의 고양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토리’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양이는 4년 전 제주도로 건너온 ‘송당나무’의 주인장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강아지가 물고 온 새끼 고양이의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바로 달려가 만나게 된수컷 고양이다. 그리고 현재 카페에는 없지만 ‘토리’와 함께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인 ‘나무’가 바로 나머지 4마리 고양이의 엄마다. ‘나무’는 마을 안쪽에서 가게를 준비하고 있을 때 만난고양이다. 캄캄한 밤에 하얀 솜뭉치가 지나가는데, 누가보아도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임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페르시안 고양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종신고가 들어왔는지 확인을 해봤지만 아무도 없어 집으로 데려왔다고. 수컷인 ‘토리’와 암컷인 ‘나무’의 사이가 좋지 않아 떼어놓기로 결정하고 수술할 시기를 때마다 놓쳐버려 3번의 출산 후 수술에 성공했다. 그래서 현재 ‘나무’의 새끼인‘라봉’, ‘마리’, ‘낭낭’, ‘먼지’ 그리고 ‘토리’는 오픈한 지 1년 된 ‘송당나무’에서 생활 중이고, 암컷인 ‘나무’와 ‘당근’이는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유롭게, 더 자유롭게 수컷 고양이들만 지내고 있는 이 카페에서는 대장인 ‘토리’가 고양이들끼리 다투지 않게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데, 밥 먹는 시간이 되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무’가 처음으로 낳은 고양이인 ‘라봉’이가 막내인 ‘낭낭’이와 ‘먼지’를 질투해 겸상을 하지 않고 그 고양이들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와 함께 이 카페를 많이 찾곤하는데, 외출하는 고양이들이긴 하지만 어디에 있든 주인장이 부르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오듯이 멀리서 방정맞게 뛰어오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멀리에 있어도 ‘토리야~, 라봉아~’라고 부르면, 꼬리는 천천히 흔들고, 발은 총총하며 달려오는데 진정한 ‘개냥이’의 모습으로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다니며 뱀도 잡고, 쥐도 잡으며 놀다가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카페로 들어와 배를 채우고 따뜻한 햇살 아래 잠도 청한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진정한 천국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같이 험악한 세상에 좁은 방에서 보호받으며 지내는 고양이들도 나름 호강하는 삶일 테지만 적당한 보살핌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들판에서 지내는 이곳 ‘송당나무’ 고양이들이야 말로 호강하고 사는 행복한 고양이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CREDIT글·사진 조아라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15 10: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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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별 나의 고…
- 아틀리에의 고양이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별,나의 고양이그래픽디자이너 이재민? 스튜디오 fnt의 그래픽디자이너 이재민은 ‘고양이 아빠’다. 2013년 봄 첫째 시루를 가족으로 맞았고, 2017년 가을 사무실 근처 길고양이 미미의 딸 자루를 둘째로 들였다. “세상에 사람과 동물이 이렇게 많은데 어떤 인연으로 너와 만나게 되었을까. 오래 함께 살다가 다음 생에도 또 만나자.” 그가 시루에게 남긴 메모를 읽노라면 뭉클해진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마음이어서. 함께하는 고양이가 주는 평안에 감사하며, 그는 자신의 디자인에 고양이를 슬며시 등장시킨다.? 2015년 44개국 44명의 디자이너가 자신들만의 평화의 깃발을 디자인해 전시한 네덜란드의 <플래그 오브 피스(Flags of Peace)>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그는 ‘갤럭시 뮤(Galaxy Meow)’라는 이름의 깃발을 만들었다. 깃발에 그려진 건 단순하게 도안한 고양이 코와 수염뿐이지만, 부분만 보아도 고양이란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평화의 상징으로고양이를 등장시킨 건 “지구와 환경, 사랑과 우정 같은 거창한 소재보다, 보드랍고 따뜻한 털을 지닌 동물을 상상할 때 내가 더 쉽게 평화로워지기 때문”이란다. 2017년 과자·베이커리 페어 <과자전>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로 아트워크를 의뢰받았을 때는 고요한 과자마을을 지키는 고양이를 등장시켰다. 일본 전통 판화 우키요에처럼 ?고요한 화면에서 고양이의 형상은 아주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이 아주 작아도 단 하나만 있으면 능히 어둠을 밝히듯, 이 작은 고양이는 우리 마음의 그늘을 걷어내고 영원히 반짝인다.? 스튜디오 fnt 멤버들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생활용품 브랜드 TWL의 로드숍 ‘Things We Love-Shop & Studio’에서는 1년에 두 차례 플리마켓을 연다. 봄의 춘우장, 가을의 만추장이 그것인데, 이 행사를 알리는 전령으로 등장시킨 동물 역시 고양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나른한 봄 날씨에도, 포근한 이부자리 속이 그리운 쌀쌀한 계절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이 고양이이기 때문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고양이가 작업에 자주 등장한 건 TWL의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부터였던것 같아요. TWL의 공동 대표 둘과 저, 모두 고양이랑 살다보니 하는 이야기라든지, 공통된 관심사가 고양이인 경우가 많았어요. 시기적으로 시루가 온 다음부터는 아예 작업에 의도적으로 고양이를 등장시키려는 시도를 종종 해왔던 것도 같아요.” 물결처럼 굽이치는 옆구리의 무늬가 예쁜 시루는 2013년봄, 부산에 행사 차 내려갔던 TWL의 스태프들이 구조한 길고양이였다. 서면 시장바닥에서 셔터 문 구멍에 몸이 끼어울고 있던 꼬마 고양이를 외면할 수 없어 데려왔다. 그렇게 서울로 온 시루는 이재민 작가와 가족이 되었다. “시루가 처음 온 게 2013년 5월 26일이니까 4월 초 생으로 추정해요. 저 혼자 사는 집에 시루만 있는 게 마음이 쓰여서 시루 물건을 조금씩 사기 시작했죠. 강단 없이 마냥 아기 같은 성격이라 미안한 마음이 많았어요.” 이재민이 보기에 시루는 야무지게 의사 표현을 못 하는 꼬마 같다. 다른 집 고양이들은 반려인을 친구처럼 여기고 당당하게 의사를 표현하지만, 시루는 “이거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해도 돼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느낌이란다. 소심하다기보다는 겁 많은 아기 같은 느낌이어서 더 보호해주고 싶다. 시루가 좋아하는 자리는 아빠가 음악을 듣는 스피커 앞이다. 시루가 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스피커 앞에 수건을 깔아뒀더니, 그때부터 여기 앉아도 된다고 생각했던지 자주 올라온다. 그래서 그 자리 근처의 스피커에는 늘 시루의 털이 붙어 있다. “잠을 자면서도 음악을 듣는지 귀를 쫑긋거려요. 너무 전통적인 곡보다는 1960~1970년대 CTI 레이블 등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좀 더 재즈 펑크나 퓨전에 가까운 곡도요. 마우스를 움직이다 시루를 쓰다듬기도 하는데, 그럼귀찮다고 꼬리를 팡팡거려요.” 시루를 위해 둘째를 들일까도 생각했지만 아직은 고양이를 두 마리씩 키울 상황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다 운명처럼 둘째가 왔다. “몇 년 전 연건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는데, 건물 뒤 공터에 자주 오는 삼색 고양이가 있었어요. 저희는 미미라고 불렀는데, 잠시 사라졌다가 올해 아기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나타났더라고요. 우리가 먹이를 주는 걸 본 주민들과 갈등이 심해진 바람에, 고민 끝에 입양을 보내기로 했어요.” 결국 미미는 TWL 사무실 고양이가 되었고, 아기 고양이들은 다른 직원들의 집으로 입양을 갔다. 그중 고등어 무늬 자루가 시루의 동생이 되었다. 자루는 금세 새 집에 적응했고 시루를 많이 따랐다. 하지만 엄마가 “인간은 가까이하면 안돼” 하고 가르쳤는지 쓰다듬진 못하게 한다. 언젠가 자루가 마음을 열고 만지는 걸 허락하길 바랄 뿐이다. 195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슈바이처 박사는 “인생의 시름을 달래주는 두 가지가 있다면, 그건 음악과 고양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재즈 마니아이자 두 마리 고양이의 아빠로 사는 이재민에겐 부쩍 와 닿는 말이다. 하지만 두 가지가 주는 위로의 결은 조금 다르다. 그에게 음악이 “내 주변에공기처럼 얕고 넓게 드리워진 무엇”이라면, 고양이는 “음악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삶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내게 주는 것에 비하면, 내가 음악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하지만 고양이와 나는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지요. 밥, 신뢰, 물리적 접촉, 애정, 시선, 털, 체온 등 여러 가지로요. 확실한 건, 고양이와 음악 둘 다와 함께하는 삶보다 더 좋은 건 많지 않다는 겁니다.” 고양이와 함께하면 느껴지는 삶의 온기가 달라진다고 그는믿는다. 혼자 살며 가끔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뭔가 꼬물꼬물 부드럽게 움직이는 존재가 집에 있음을 떠올리면 큰 힘이 된다. 내 인생에 들어온 고양이 가족이 소중하기에, 세상의 다른 고양이들도 함께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CREDIT글 고경원 자료협조 이재민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8-01-15 1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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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은 고양이 배지를 받다가 온다네
- BOOK SHOP인연은 고양이 배지를 받다가 온다네고양이 배지로 시작된 인연 그녀와의 인연은 고양이 배지에서 시작되었다. 책방 오픈 두 달이 지나가는 늦은 저녁, 여성 두 분이 책방에 들렀다. 책방 앞 아파트에 사는 그녀는 어머니가 먼저 책방을 방문한 뒤 한번 가보라며 이곳을 알려주었다고 했다. 의정부에 동네 책방이 생긴 것도 반갑고 신기한데 반려동물 책만 판다고 하니 꽤 놀라워했다. 4살 고양이 ‘코니’의 집사이기도 한 그녀와 길냥이 밥을 챙겨주시는 어머니 얘기부터 반려묘 얘기까지, 대화는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참 이야기한 뒤 그녀는 고양이 집사답게 일러스트레이터 미스캣의 사계절 고양이를 그린 그림에세이 <또 고양이>를 구매했다. 그리고 수줍게 내게 ‘선물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무언가를 내밀고 책방 문을 나섰다. ‘고양이 배지’였다. 배지만 주고 후다닥 나가버리는 바람에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고 누가 만든 것인지 배지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알 수 없었다. 손님에게 선물을 받았다는 기쁜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글을 게재하며 고마움을 대신했다. 그것이 그녀와 나의 첫 인연이다.단골이자 동네 주민 이후 그녀는 동네 햄버거 가게에 햄버거를 사러 갈 때 잠시 들르기도 하고 어머니랑 마트에서 장을 본 후 함께 오기도 했다. 때로는 언니와 함께 발걸음했다. 그녀는 명실상부 우리 책방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우리 서점의 단골손님 기준은 간단하다. 세 번 이상 방문하여 물건을 사면 단골이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나라초이(@naraaa02)’라는 필명으로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배지도 만들고 매년 달력도 만드는 능력자였다. 보통 고양이를 모티브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일러스트레이터나 혹은 그와 비슷한 직군의 사람일 거라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림 계열과는 전혀 다른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진로를 미술로 하기 위해 그림을 배웠던 적은 있지만 그 일이 자신의 천직으로 되진 않았고 지금처럼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누리는 게 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반려묘 ‘코니’와 함께 생활한 후 고양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생겨 고양이 그림을 그리는 그녀. 표정이 풍부한 고양이 그림은 아니지만 뚱해 보이는 표정과 뚱냥이스러운 매력을 담아내 그리는 게 우리 단골 그림의 포인트다.? “이제는 가족 모두가 애묘인” 사실 그녀에게는 지금 키우는 코니가 첫 고양이는 아니다. 2012년 첫번째 반려묘 똘똘이가 집에 온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고양이별로 떠났을 때 가족들은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평소 어디가 아팠더라면 병원 치료도 다니며 마음의 준비를 했을 텐데 너무나 갑자기 닥친 일이라 어찌해 볼 도리없이 똘똘이를 떠나보냈다. 가족 모두 고양이는 처음이라 서툴기도 했고 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둘째 코니를 가족으로 맞아들였고 똘똘이처럼 갑자기 이별하게 되는 일을 겪지 않으려 코니를 더 세심히 살피게되는 동안 가족들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첫째 딸은 지금의 반려묘 코니를 데려왔고 둘째 딸은 코니를 모티브로한 그림을 그린다. 어머니는 코니를 보살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길냥이들까지 챙기는 캣맘이 되셨다. 어머니 핸드폰 사진첩에는 코니와 함께 길냥이 ‘에코’의 사진도 자리 잡고 있다. 심드렁하던 아버지도 코니를 보고 피식 웃으시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하니 이만하면 가족 모두가 애묘인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가정의 분위기를 바꾸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애묘 가족이 되었다. 고양이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고양이 하면 다들 도도하고 우아한 자태라고 생각하는데 그와 상반되게 어설프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일 때도 많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소소한 재미라 만족한다는 그녀. 앞으로도 그림도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반짝이는 즐거움을 간직하길.?? 작은 책방을 하면서 시작된 변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서점을 열려고 마음먹었을 때 책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다부진 포부는 없었다. 책 팔아서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구조이기에 진즉에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그럼 굳이 돈도 못버는 동네 책방을 그것도 반려동물 책만 팔려고 했느냐라는 의문점이 들지도 모른다. 최우선적으로 생각한 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쌓고 싶었다. 책을 좋아하고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알아가다 보면 왠지 이제까지는 없었던 좀 더 새롭고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강아지 밖에 키워본 적 없던 내가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며 길고양이들의 곁을 살피게 되었고 TNR에도 관심을 가지며 활동하는 단체를 후원하는 일도 고려하고 있다. 손님들은 오며 가며 서점을 방문하는 고양이들의 안부를 묻곤 한다. 또한 창작자들의 재능을 알리고 동물들을 향한 관심을 도모하기 위해 동물 관련 작가들의 그림을 정기적으로 전시한다. 작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어 좋고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손님들은 그림을 보고 기쁨과 위로를 받으며 재능 있는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인연이 된다. 서점을 방문하시는 거의 모든 분께 여쭤보는 질문이 있다. ‘반려동물 키우세요?’이 질문으로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곳. 인연을 쌓아가는 곳.그런 곳이 되고 싶다. 지금 페이지에 눈을 맞추며 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도 활자를 통해 수줍게 말을 건다. 어서 오세요, 작은 책방에. CREDIT글·사진 심선화 그림 지오니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10 14:3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