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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6 14: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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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5 09: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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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4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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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4 0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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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30 0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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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30 09: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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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28 10: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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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한 눈빛의 봄과 동생들 그리고 집사
- 냥 이 이 야 기 황홀한 눈빛의 봄과 동생들 그리고 집사 황홀한 첫 만남 아이들이 한바탕 우다다를 끝내고 꿈나라로 여행 떠난 시간, 이 시간이 집사에게 하루에 주어지는 유일한 자유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조금씩 봄 햇살이 유리창 넘어 베란다로 스며들고 따스한 재스민 향의 차 한잔을 마시며 아이들을 처음 만난 날들을 기억해본다. 러시안 블루 첫째 봄이는 3개월 때 어미젖을 떼고 나에게로 왔다. 모자에 쌓인 한 주먹도 안되는 크기의 조그만 생명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렇게나 사람에게 놀라움을 주는 생명체가 있었나! 집사는 그때 암 환자였다. 1년 남짓, 수술·항암 방사선치료를 하고 암 환자의 전형적인 부작용인 우울증이 슬금거리며 어깨너머 올라오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떤 동물도 키워본 적 없었던 집사는 어린 아깽이를 어찌 키울까 하는 걱정도 잠시 어린아이를 대하듯 아깽이를 키우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계절의 기록 동생 집사와 함께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서 냥이 밴드도 가입했다. 동물권 단체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봄이에 이어 길냥이인 둘째 여름이는 2년 후에 오게 됐는데 어미 길고양이에게 버려진 코숏이라고 했다. 여름이가 오고 1년 뒤 집사가 가입한 밴드에는 페르시안 고양이의 안락사 공고가 붙었는데 그 페르시안 고양이가 바로 셋째 가을이다. 나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가을이를 입양했다. 좁은 집은 생각지도 않고, 어떻게든 잘 돌보리라 자신감에 차서는 말이다. 그해 10월 겨울이도 어미 길고양이에게 버려져 내게로 왔다. 지난 추운 겨울 아파트에서 엄마 고양이에게 버림 받고 간신히 숨을 쉬는 아깽이 두 마리를 동네 할머니가 발견했고 나에게 연락이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분홍 정말 이제 어떡해야 하나 우리 집은 사계절이 완성되었는데 안 그래도 좁은 집에 고양이를 또 들인다는 게 집 아이들에게도 미안해서 그냥 눈 감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눈으로 봐버린 이상 지나칠 수가 없었다. 동생과 상의 후 일단 구조를 했는데 아깽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결국 그 날 새벽 고양이별로 떠났고 남은 한 마리 고양이가 바로 막내 분홍이다. 묘연이란 누가 하라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막는다고 막아지지도 않는다. 나의 우울증은 다섯 아이들을 만남으로써 말끔히 사라졌다. 몸이 하루 빨리 좋아져서 아이들에게 좋은 간식 하나 더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싶다. 달콤한 고기 간식과 함께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깃털 날개를 부지런히 흔들 것이며 집사의 시간을 아이들에게 맞출 것이다. 차가운 거리와 낯선 구조 통에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집사는 기꺼이 피리를 불어주는 연주자가 될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분홍아! 내 눈 감는 날까지 집사로서의 따스함을 잊지 않을게. 사랑한다. CREDIT글·사진 김정
- STORY | 2019-11-06 14: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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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스위스의 이방인 가족
- 스위스에 사는 고양이 우리는 스위스의 이방인 가족 지독한 향수병에 걸린 나는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어 한국에 갔었다. 한 달 반가량 한국 체류 후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스위스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본인의 오랜 소원이었던 아기고양이 입양을 제안했다. 향수 병과 외로움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가 어린 생명을 평생 책임질 수 있 을까? 남편은 망설이는 내게 우선 고양이를 직접 보러 가자고 제안했 다.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는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스위스에 사는 이방인 외국에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외롭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삼십 년을 살았던 내가 아무런 연고 없는 스위스에 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간 첫 해외살이의 희로애락을 야 무지게 겪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사는 데 가장 기본적인 문제 인 언어였다. 스위스의 공식 언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 아어, 로망슈어로 총 네 개나 된다지만, 이중 내가 할 줄 아는 언어는 없었다.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나는 왜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주어에 따 라 동사가 변하는 프랑스어는 영어에 비하면 어쩜 이리 복잡하 고 외울 것도 많은지. 한국에서는 하고 싶은 말 실컷 하며 살다 가, 본의 아니게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은 한국인은커녕 길거리에서 아시아인 한 명 보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일까, 밖에 나갈 때면 쏟아 지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보수적인 스위스의 국가 특성상 외국인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 같은 유럽 국 가 사람들이야 외모가 비슷하니 겉으로는 외국인인 게 티가 잘 나지 않지만, 나는 외모부터 완벽한 외국인이다 보니 때로는 상당히 불쾌한 시선을 느낄 때가 많다. 한국에서 나는 어엿한 대학 졸업장이 있었고, 열심히 직장생활 도 했었다. 부모님과 형제들, 친구들처럼 나라는 존재를 인정 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지만, 여기에서 나는 오롯 이 혼자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남편이 일 하러 나간 시간이면 집에 홀로 남아 외로움에 시달리곤 했다. 이렇듯 나의 첫해는 상당히 외로웠다. 마음 나눌 인연을 만나다 지독한 향수병에 걸린 나는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어 한국에 갔었다. 한 달 반가량 한국 체류 후 무거운 마음으 로 다시 스위스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본인의 오랜 소원 이었던 아기고양이 입양을 제안했다. 향수병과 외로움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가 어린 생명을 평생 책임질 수 있 을까? 남편은 망설이는 내게 우선 고양이를 직접 보러 가 자고 제안했다.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는 한 마리가 아 니라 두 마리였다. 한 마리는 검은 털에 흰털이 조금 섞인 일명 ‘턱시도냥’이었고, 다른 한 마리는 노란 털과 흰털의 ‘치즈냥’이었다. ‘치즈냥’에 대한 사람들의 입양 문의는 많지만, ‘턱시도냥’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괜히 마음이 시렸다. 스위스에서 이방인으로 붕 뜬 나와 남편처럼 애처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두 마리를 함께 입양하여 노아와 폼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유러피안 숏헤어인 노아와 폼폼은 한 국인인 나와 프랑스인 남편으로 구성된 우리 가족에게 처 음으로 생긴 스위스와의 연결고리였다. 남편도 나도 스위 스에서는 외국인이기에 보수적인 이곳에서 마음을 나눌 인연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우리에게 와준 것이 바 로 스위스 고양이 노아와 폼폼인 것이다. 남편과 나는 노 아와 폼폼을 함께 보살피면서 여기에 점점 정착하고 있다 는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존재 가끔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몸 서리치게 지치고 괴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인종차별을 겪을 때다. 인종차별, 나 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그 느낌은 겪어 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길 을 걷고 있는 내 뒤에서 “칭챙총”거리며 나 를 조롱하는 철없는 십대들을 만난 적이 있 다. 단지 내 인종이 아시안이라는 이유만으 로 나를 경멸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인종차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훅 치 고 들어온다. 그리고 나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곤 한다. 왜 여기에서 난데없는 인종차 별을 당해야 하나, 가라앉은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겨준 이들이 있었다. 안방에서 곤히 낮잠을 자다가 내 발소리만 듣고 나라는 걸 안 노아와 폼폼이, 졸린 눈을 꿈뻑꿈뻑하며 마중 나온 것이다. 낮잠을 더 자고 싶었을 텐데, 침대에서 나와 반갑 게 부벼대는 노아와 폼폼을 보고 나는 울컥 했다. 철저하게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나를, 인종이나 그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고 무조 건 사랑해주는 나의 유일한 스위스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그 날은 한참을 노아와 폼폼을 쓰다듬으며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 나의 인종이 다른 것은 노아와 폼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 는 것이었다. 그저 내가 아이들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처럼, 노아와 폼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고 따르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스위스에서 만난 가족이니 까. 가족은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해 주는 존재니까. CREDIT글·사진 이지혜
- STORY | 2019-11-05 09: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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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 같은 녀석
- 같이의 가치먼지 같은 녀석반사되는 빛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각도를 이리 틀고 저리 틀어봐도 도무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모처럼 천사같이 잠든 녀석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하다가 포기하고선 녀석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먼지 귀신의 등장 일본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먼지 귀신을 닮은 이 녀석은 바로 우리 집 막둥이 6개월 호강이다. 4개월 전, 3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우리 집에 당차고 용감한 이 먼지 같은 녀석이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면 안된다고들 하지만 호강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녀석이다. 그 궁금증은 호강이를 데려온 첫날부터 시작됐다.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합사 문제는 수많은 집사들의 고민일 것이다. 외부환경에 예민한 고양이의 특성상 낯선 환경에서는 숨어서 경계를 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호강이는 첫날 집에 오자마자 밥그릇으로 돌진해 배를 채우더니 엉아들이 좋아하는 캣닢가루를 입에 물고 뒹굴었다. 난 사실 그때 생각 했다. “나 잘한 거 맞지?” 호강이의 당당한 태도에 나와 3마리의 고양이 들은 마치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합사 기간 단 1분도 없이 자연스럽게 우린 가족이 되었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자야할 시간 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행복한 미소와 호탕한 웃음으로 답했다.새로운 식구를 들인다는 것생명을 기른다는 건 정말로 신중해야 하는 일이다. 한 번에 쏟아 부었던 사랑을 여러 고양이에게 나눠주는 것에 대한 고민은 아마 풀어내지 못할 난제일 것이다. 3마리의 고양이들이 평소와는 다른 표정과 행동을 보일 때마다 혹시 호강이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신경 이 곤두서곤 했지만,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이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사실 만큼 무겁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아이들이 오 고 난 뒤 나는 매일같이 지나치던 길고양이의 존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냥 흘려보냈던 시간에 추억을 심기 시작했고 더 이상 행복을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1+1+1+1=4나는 호강이를 데려올 때 나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했었다. “내 욕심은 아니겠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먼지 귀신 같은 작은 생명체로 인해 4마리의 고양이들이 서로를 핥아주며 챙겨주는 사 랑스러운 모습을 보았고, 아이들이 없었다면 몰랐을 ‘교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재 4마리의 고양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 사랑은 훗날 다시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풍족한 마음과 행복한 미소를 띠며 살아가는 중이다. 이처럼 작은 생명체가 가져온 행복은 나와 3마리 고양이들의 하루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으며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CREDIT글·사진 조문주
- STORY | 2019-11-04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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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들이의 첫 발정
- 들 들 자 매 와 숙 녀 네 집해들이의 첫 발정 ‘어라? 이 녀석, 이제 노래 부르네?’ 하고 해들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자 녀석이 발라당 드러누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해들이에게 발정이 왔을 거라곤 의심하지 않았다. 보통 암컷 고양이의 발정은 생후 6개월, 늦으면 8개월에 찾아오기 때문에 몇 달 후에야 중성화 수술을 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들이가 밤낮없이 울기 시작한 지 3일째가 되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해들이의 첫 번째 수다강아지 숙녀 그리고 고양이 자매 해들이와 산들이가 가족이 된지도 어느덧 3개월 이 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산들이는 내게 다가와 슬그머니 안기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해들이는 툭하면 말대꾸하는 수다쟁이 고양이었다. 딱 그뿐이었으면 좋았으련만, 해들이의 수다는 점점 심해지더니 벽을 향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라? 이 녀석, 이제 노래 부르네?’ 하고 해들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자 녀석이 발라당 드러누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해들이에게 발정이 왔을 거라곤 의심하지 않았다. 보통 암컷 고양이의 발정은 생후 6개월, 늦으면 8개월에 찾아오기 때문에 몇 달 후에야 중성화 수술을 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들이가 밤낮없이 울기 시작한 지 3일째가 되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암컷의 중성화 수술은 배를 열어야 해서 혹시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생후 4개월밖에 안된 아기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참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마취와 수술을 이겨내려면 고양이의 몸무게가 최소 2kg은 넘어야 하지만, 더욱 안전을 기하기 위해 대개 2.5kg일 때 수술을 받는단다. 생후 4개월의 해들이의 무게는 2kg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었다. 과연 지금의 해들이가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해들이를 걱정하며 검색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발정 중엔 중성화 수술을 하면 안 된다’는 글을 발견했다. 그래. 지금은 발정 난 상태니까 이번만 참고 넘어가 보자. 녀석이 밤새 울어서 내가 잠이 들지 못하더라도 이번만 참아 보자. 그 다음에 생각해보자. 곧 내 마음 한켠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해들이의 두 번째 수다 드디어 해들이의 첫 발정이 끝났다. 해들이의 첫 발정이 끝나면 다음 발정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아직 목 요일인데 해들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2주째 잠을 자지 못해 다크서클 이 턱밑까지 내려온 나는 초조해졌다. 결국, 난 과거 천호동에 살 적에 자주 방문했던 동물병원의 주치의 선생님께 전화해 사정을 설명드렸다. 선생님은 발정 중이어도 괜찮으니 해들이를 얼른 데리고 오라고 하셨고, 토요일 오전으로 예약을 잡았다. 수 원으로 이사 온 나는 해들이를 데리고 예전에 살던 천호동까지 다시 찾아갔다. 선생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바로 검진에 들어갔다. 선생님 은 해들이의 외관을 천천히 관찰한 후 몸무게와 혈액 검사를 진행하고는 초조해 하는 내게 한 시간도 안 걸릴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덜컥 겁부터 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들이 보호자님. 지금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가 급하게 입원해서요. 해들이 중성화 수술을 오후로 미뤄도 될까요?” 나는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아, 네. 일단 급한 생명부터 살려야죠. 천천히 기다릴 테니 해들이 수술만 잘 부 탁합니다.” 큰 산을 넘다 사실, 병원에는 해들이와 함께 산들이도 데려갔었다. 산들이는 발정 징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해들이를 데려온 김에 같이 검진을 받은 것인데, 산들이도 발정 직전이었다고 한다. 오후에 시작된 해들이와 산들이의 수술은 20분이 채 안 걸렸으며 수술 절개 부위의 크기는 고작 0.5cm로, 수술 자리가 아니라 배꼽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작았다. 곧 마취에서 깨어난 산들이와 해들이는 가냘픈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해들이와 산들이의 씩씩한 울음소리를 들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 두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마취 기운에 몸을 비틀거리긴 했지만, 물그릇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서 촵촵 물도 잘 먹고 쉬야도 시원하게 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더니 뛰어다니며 장난치기 시작했다. 아이구 애들아 니들 안 아프니? 몇 시간 전 중성화 수술을 한 아이들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지경이다. 어쨌든 이렇게 큰 산을 넘었다. “해들아, 산들아. 조금 늦었지만 어른 된거 축하해. 앞으로 20년 넘게 즐겁게 아빠랑 같이 사는 거다.” 중성화 수술,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 수술 전에는 많은 생각을 했었다. ‘꼭 중성화를 시켜야 할까?’ ‘내가 이 아이들을 집에서 키운다고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산들이와 해들이는 길에서 태어나 어미를 잃은 아기 길고양이였다. 얼마 전에 읽은 책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의 제목처럼 해들이와 산들이가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녀석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녀석들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가족과 같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길고양이의 발정으로 인한 울음 소리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진 경우가 많다. 내가 겪어보니 해들이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나도 녀석의 울음소리를 한평생 견디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충분히 안다. 그래서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에 대한 한 방법으로 지자체에서 제시한 것이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이다. 이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예산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다. 집 주변의 고양이 울음소리로 힘들다면, 거주 지역의 시청이나 구청에 전화해 고양이 TNR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된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우리와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글·사진 보들이아빠 에디터 이제원 글쓴이·보들이아빠 (instagram / @yebodle) 유튜브 ‘댕냥티비’ 채널에 생을 함께하는 강아지 숙녀와 고양이 보들, 산들, 해들 자매의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있다.
- STORY | 2019-11-04 0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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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면
- 내 가 너 희 들 을 기 억 하 는 방 법 봄이 오면 춥고 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겨울이 남긴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어느새 다가왔습니다. 봄이 오면 언제나 그랬듯 당신과 함께 할 줄 알았던 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있을 때 좀 더 잘해줄 걸이라는 뻔한 후회를 하며 이제는 없는 당신을 추억합니다.당신이 거쳐 간 이 자리에는 아직도 당신이 남긴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보던 꽃, 나무, 친구, 거리가 조금씩은 바뀌었지만, 당신의 따뜻한 온도는 아직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뚜렷하지 않은 기억을 애써 잡으며 당신을 기억합니다.참 이상합니다. 당신이 남긴 흔적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당신은 어디로 간 걸까요? 아무런 예고 없이 사라진 당신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참 귀엽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이기에, 누구를 만나던 어디에 있던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요. 다만 걱정이 있다면 추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진 않을지 혹여나 큰 사고를 당하지 않을지가 걱정입니다.어디에 있든 부디 여기보다 따뜻하고 좋은 친구와 좋은 사람들이 많은 꽃내음 가득한 곳이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잠시라도 내 곁에 머물러줘서 감사합니다. 옐로와 옐로 아이들을 그리며, 봄 CREDIT글·사진 안진환
- STORY | 2019-10-30 0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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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모습
- T H I N K S O 가족의 모습 5월이 되면 길고양이 가족들이 골목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이른 봄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한창 발발거리며 돌아다닐 계절이니까요. 어미 고양이는 그런 아기 고양이들이 마냥 불안해 눈을 떼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지 자기들끼리 노느라 천방지축입니다. 버려진 비닐 속에서 숨바꼭질하던 아기 고양이들은 그새를 못 참고 뛰쳐나와 계단에서 레슬링을 합니다. 딱딱한 바닥이 무섭지도 않은 지 펄쩍펄쩍 뛰어다닙니다. 엄마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리라도 비우면, 아기 고양이들은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합니다. 엄마가 평소 가까이 가지 말라던 큰 길가에 다가가 낯선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죠. 그렇게 막무가내로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놀이가 심드렁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를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언제 오나 하염없이 길만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그런 아이들이 걱정되어 걸음을 재촉합니다. 낮 동안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뿔뿔이 흩어졌다가도 저녁이 되면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 각자의 가정을 이루느라 헤어져 살다가도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그렇습니다. CREDIT글·사진 종이우산
- STORY | 2019-10-30 09: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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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에는 고양이만 보여요
- 나 의 작 은 고 양 이 m o n p e t i t c h a t내 눈에는 고양이만 보여요 산속의 고양이 마을, 허우통 당신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여행 중 길에서 고양이를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 행복한 일이다. 나는 고양이를 잔뜩 만날 수 있다는 대만의 고양이 마을 허우통으로 찾아갔다.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에 탑승한 후, 다시 전철로 갈아타는 긴 여정이 설레기만 했다. 고양이 마을 스탬프 투어허우통 마을에는 곳곳에 도장이 있어서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다. 역 안에는 다양한 도장이 준비되어 있는데, 까칠한 고양이 한 마리가 스탬프를 지키며 경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풀밭 위의 주인날아다니는 비닐을 낚아챈 까만 고양이가 풀밭 위를 뒹굴며 신나게 놀고 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까불거리는 고양이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아저씨가 주인 행세를 하는 까만 고양이를 쫓아내는 건 아닐까. 보는 내가 긴장하게 되는 순간, 고양이 앞에 발걸음을 멈춘 아저씨는 뒹구는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아! 여기는 고양이가 주인인 마을이라는 걸 깜박했다. 느릿느릿 산책하기고양이는 원래 조용하다. 고양이가 길가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면 움직임이 거의 없어서, 고양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조차도 녀석들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풀숲 아래 혼자 간식을 먹는 고양이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그림 같이산으로 둘러싸인 허우통 마을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창 안쪽에서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다가 나를 보고는 냐앙~ 하고 운다. 창틀 안의 고양이도 액자 속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 모습을 보던 내 마음도 같이 아름다워진다. CREDIT글·그림 에이치
- STORY | 2019-10-28 10: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