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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0 10: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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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17 15: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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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14 09: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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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13 1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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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13 10: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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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07 12: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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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07 10: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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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 아빠는 육묘 중6화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그 존재감만으로 집안을 가득 채우는 무언가가 있다. 한겨울에도 집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며, 평온과 안도의 공기가 방마다 항상 가득하게 만든다. 신비주의 8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을 오냐와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신비롭고 특별하다. 심장 근육을 진동시키는 갸르릉 소리,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꼬리, 뻔해 보이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가도 가끔은 예측불가능한 발걸음, 코까지 골며 세상 모르게 자는 모습, 만져 달라며 벌러덩 배를 드러내 놓고는 만져주면 손을 확 물어버리는 장난기, 캐러멜과 초콜릿을 녹여 붓으로 색칠한 듯한 줄무늬, 집에 찾아온 손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첫눈에 알아보는 능력, 한 번 본 사람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기억하는 명석함, 자신의 이름 ‘오냐'를 알아듣고 꼬박꼬박 하는 말대답,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기고 우리만 집에 오면 현관문과 우리를 번갈아 쳐다보며 “제인이와 해일이는 어디 있어요?”라는 듯 격양되게 우는 소리, 불편함을 무릅쓰고 굳이 우리의 배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모습, 우리들이 아플 때마다 곁에 와서 간호하는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오냐와의 생활이 벌써 8년이 됐음에도 매번 신비롭고 우리를 설레게 만든다. 이 설렘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이자 복이 아닐까 싶다. 평화주의 오냐는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낸다.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평화롭고 느긋하다. 기껏 한다는 수고는 잠자는 장소를 물색하고 선택하는 것이고, 가장 편하게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곳들을 그때그때 내키는 곳으로 정한다. 그 장소가 마음에 쏙 들면 일주일 내내 그곳에서만 자기도 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옮겨가며 자기도 한다. 그곳은 침대 모서리일 수도 있고, 종이상자 안일 수도 있고, 가지런히 포개어 놓은 옷가지 위나 제인이의 어깨 옆일 수도 있다. 그렇게 세상 편하게 자고 있으면, 오냐 자신뿐만 아니라 그 배경과 공기마저 차분해진다. 심란한 일이 있다가도 오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하다. 우리의 어떤 불안정한 마음을 빗자루로 쓸어내며 “안심, 안심"하고 말하는 것 같다. 오냐라서 다행이다 우리 집에 고양이 오냐가 있다는 존재감은 평소엔 잘 의식되지 않는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므로.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했던 제인이와 해일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엄마아빠의 존재가 당연한 이치이자 환경인 것처럼 오냐의 존재 역시 아이들에게 당연한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8년전 그날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으러가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주인 아저씨의 입양 제의에 손을 번쩍 들지 않았다면, 우리 삶에 오냐는커녕 고양이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이끌림이 그날 나를 그 중국집으로 가게끔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만난 존재가 다름 아닌 고양이라서, 그 고양이가 오냐라서 새삼스레 다행이라 느낀다. CREDIT글 사진 우지욱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0 10: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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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살기 좋은 가을
- PICK UP마사유키 오키의 인스타 네코고양이가 살기 좋은 가을 한국에 비해 따뜻한 일본의 고양이들은 아직 거리 위에서 여유롭다. 일본 길고양이 사진작가 마사유키 오키의 SNS에서 10월 한 달간 흥한 사진들을 모아봤다. | 절친 고양이 두 마리는 지붕 위에서도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었네요. 머리를 써서 몸을 식혀 봅니다. | "이제 뭘 할까?" 기분 좋게 늘어지는 한량이군요. | 언제나 함께 있는 블랙, 치즈냥이. 잠깐 경계하더니 금세 자유로운 표정을 보여줍니다. | 기지개 하는 거 처음 보냥? 스트레칭 중에도 정색을 잃지 않는 도도함. | 애교 부리는 방법은 날 때부터 마스터했죠. |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길을 막은 고양이 아저씨, 어떻게 깨워야 좋을까요?? CREDIT 글 사진 마사유키 오키 (instagram @okirakuoki)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17 15: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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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 ESSAY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당신의 시작 누군가 당신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60 평생 착실하게 교직 생활을 해온 사람. 길고양이가 딱해 밥을 챙겨주던 사람. 유난히 몸이 약하던 사람. 그리고 한 고양이를 평생 마음에 품게 된 사람. 당신이 방글이를 만난 것은 2년 전, 호되게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며 길냥이들의 밥을 챙겨주던 당신에게 방글이는 다른 아이들과 좀 달랐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모진 이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기어코 밥을 먹으러 오곤 했으니까요. 자세히 보니 뒷다리도 쓰지 못하는 불구였습니다. 임신묘의 딱한 사정에, 당신은 어느새 방글이를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에게 새 삶을 선물하기 위해, 구조를 결심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지요. 구조, 그리고 당신의 변화 사람들의 괴롭힘으로 밥 주는 장소까지 빼앗기던 그 날, 당신은 방글이를 구조합니다. 휘청이던 몸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습니다. 만삭의 방글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요. 안전하게 세상에 나온 새끼 고양이들은 각자 입양을 가게 되었지만, 방글이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병원과 임시 보호처를 전전하다가 결국은 15살 노견이 있는 당신의 집에 오게 되었지요. 그런데, 방글이의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자신의 꼬리를 물어뜯는 자해행위를 하고 또 하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방글이를 좀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몸에도 이상이 나타났습니다. 혹시나 싶어 찾아가 본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파킨슨병. 치료시기를 놓쳤다는 그 말에 당신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진/종이우산 당신이 내게 내민 손 병으로 교직을 떠나게 되었고, 순식간에 일상은 마비됐습니다. 하루를 약으로 버티는 일이 늘어났죠. 정신이 까무룩해져 순간순간 기억을 잃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문득 맑은 정신이 돌아올 때면 병원에 있을 방글이 생각에 당신은 황망해지곤 했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당신은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쓰게 됩니다. 문맥도, 앞뒤도 없지만 이상하리만치 절박함이 뚝뚝 묻어나던 글. 그래요. 당신이 내게 남긴 첫 번째 글이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가 장애묘를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문신을 새기듯 남긴 글. 나는 그 글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테지요. 내가 잡은 당신의 손 긴 시간은 필요 없었습니다. 당신의 사연이 내 가슴을 두드렸으니, 이유는 그거면 충분했어요. 부랴부랴 임시 보호처를 리모델링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방글이를 돌보아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먼발치에서 걱정할 당신에게도 작은 평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방글이를 제게 맡기고 헤어지는 순간, 당신의 남편이 속삭이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아팠지... 이제 끝났다. 이제 끝났어...”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장 많이 아파했던 것은 어쩌면 방글이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 앞으로 편지가 하나 왔습니다. 당신이 손수 쓴 방글이의 일지였습니다. 언제 처음 발견했는지, 어떻게 케어했는지... 기억을 더듬어가며 쓴 글이었어요. “제가 이제는 글씨도 제대로 못 쓰는 퇴물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방글이를 사랑합니다”까지 읽고, 한참동안 다음 줄을 읽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방글이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방글이의 시작 당신의 절박한 안부 글 이후로 계절이 두어 번 지났습니다. 방글이는 임시 보호처에서도 유독 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였습니다. 자해의 흔적으로 단미 수술을 받아 꼬리는 흔적기관이 되었지만 그런 것쯤, 아무 상관없었죠. 방글이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모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번엔 당신을 활짝 웃게 해볼까요? 아니면 울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방글이가 가족을 찾았습니다. 따스한 집에 입양됐어요. 입양 가던 날, 막내딸이 온다고 떡도 하셨답니다. 요즘 방글이는 고3 오빠, 중2 언니, 엄마, 아빠, 고양이 동생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지내고 있어요. 당신과 내가 간절히 기도하던, 그런 가족이라면 믿어지시나요? 당신을 떠올리면 이상의 ‘이런 시(詩)’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 시구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CREDIT글 사진 로마맘에디터 이은혜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14 09: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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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묘에서 만난 동묘의 기억
- ON SITE동묘에서 만난 동묘의 기억 동묘에서 만난 동묘 몇 년 전이었을까. 퇴근 후 추위로 벌게진 뺨을 문지르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아는 친구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양이가 이상하단다. 나는 그녀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조차도 알지 못했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너 언제부터 고양이 키웠어?”라고 묻는 내게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며칠 전 동묘 애완동물 거리에서 추위에 떨던 새끼 고양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무작정 2만원을 주고 사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고양이는 축 늘어졌다. 병원을 전전했다… 이후의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자면 추운 겨울 동묘에서 사 온 새끼 고양이는 알 수 없는 질병을 버티지 못하고 고양이별로 떠났다. 그녀는 첫 반려동물을 잃고 오래 의기소침했다. 한동안은 고양이를 산 동묘 근처에 가는 것도 꺼려했다. 철창 속에 모여 꼬물대는 고양이를 보면 죽은 새끼 고양이가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몇 번의 겨울이 지나갔다. 안녕하지 못하던 수많은 동물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동묘에서 2만원에 구해온 그녀의 동묘(冬猫)가 생각나 그 곳으로 다시 발걸음했다.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동묘 흐린 날씨 때문일까. 얼마 전 있었던 큰 화재의 영향일까. 유난히 스산하게 느껴지는 골목을 지나자 하나 둘 동물이 담긴 철제 케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무채색의 거리, 칼바람 속에서 버티기 위해 서로의 품을 파고드는 동물들. 귀엽다는 생각보다 딱하다는 감정이 앞선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이곳의 동물들은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 끈 것은 토끼 우리였다. 사람의 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케이지 안쪽에 예닐곱 마리의 토끼가 모여 있었다. 무심코 가까이 다가가니 한 녀석이 홀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우뚝 서더니 앞발을 내민다. 마치 어서 이곳에서 꺼내달라는 것처럼. 내민 앞발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노랗게 묻어있다. 애써 눈길을 돌린다. 토끼장 옆에는 햄스터장이 놓여있다. 작은 리빙 박스에 햄스터가 빼곡하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햄스터를 사려는 듯 화기애애 모여 있다. 애완동물거리에서 목격한 가장 활력 넘치는 장면이었다. 햄스터와 햄스터장을 사는 학생들 뒤로, 하얀 새가 겹쳐 보인다. 날 곳을 잃고 누군가 자신을 택해주길 기다리면서, 철장 속에서 미동조차 없는 새였다. 고양이 없는 거리에 누군가 이야기했다. 동묘역에 있는 청계천 동물거리에서는 못 구하는 동물이 없다고. 농담 삼아 고래가 있냐고 물어봐도 일주일이면 구해줄 수 있는 곳이 그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동묘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보기 힘든 동물들과 만날 수 있었다. 프레리독부터 도마뱀까지. 인절미 같은 털색을 지닌 프레리독은 틈만 나면 철창 사이로 탈출을 시도했나보다. 수백 번 수천 번 얼굴을 들이밀어 얼굴 모양으로 케이지가 휘어있다. 비틀린 철장 사이로 내민 주둥이는 털이 숭숭 빠져있다. 동묘, 겨울 고양이를 찾으러 왔다가 고양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잔뜩 만났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청계천 애완동물거리에서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는 상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깃털 하나 만큼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작은 동물들이 담긴 케이지에는 수통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했고, 자신의 배설물이 덕지덕지 붙은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털친구도 있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없어진 그 케이지는 또 무슨 동물들로 채워졌을까. 집에 가는 지하철 안, 녹슨 철창 속 까만 눈망울이 떠오른다. 미안함에 끝까지 똑바로 눈을 맞출 수 없었던 수많은 눈동자들 말이다. CREDIT에디터 이은혜사진 김기웅 한은주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13 1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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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 클리닝 마스터…
- CATSCO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클리닝 마스터를 만나다 집사에게 월동 준비란 곧 고양이들의 나부끼는 털을 제압하는 일이다. 퀘스트를 완벽히 처리하기 위해 수많은 집사들이 머리를 모았지만 털 완전 박멸에의 꿈은 여전히 요원한 일. 털과의 전쟁에서 연패를 거듭하던 한 초보 집사가 털 클리닝으로 소문난 비밀 사무소 CATSCO의 문을 두드렸다. “웨잇. 거기 잠깐.” 집무실의 나무 바닥을 딛자 흔들의자 너머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자가 바로 ‘마스터’인가. “냄새부터 불결해. 문 앞에 써놓은 경고문을 못 읽은 거야?” 분명 문패 아래 ‘더러운 것은 돌아가라’라는 작은 글귀가 쓰여 있긴 했다. 사무실의 캐치프라이스인 줄 알았는데 방문자에게 하는 경고였다니. 의자가 빙글 돌아가자 마스터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로 얼굴의 2/3을 가린 남자. 머리털도 모근까지 완벽히 밀어버려 거대 공룡의 알처럼 보였다. 그는 책장 위 먼지떨이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와 나를 패듯이 탈탈 털었다. “쿨럭, 삼색 고양이 한 마리, 암컷, 쿨럭, 2세에서 3세. 중성화 완료. 쿨럭, 옷에 묻은 털색은 세 종류, 길이가, 쿨럭, 같으니 한 마리, 쿨럭, 일 수밖에.” 소설 속 어느 저명한 탐정을 흉내 내고 싶은 모양인데 기침 때문에 맘 같지 않아 보였다. 여하튼 대단하시며 알겠으니 어서 우리 집 털 난리 좀 수습해 주시라 부탁하려던 차, 마스터는 방 안에 있는 공기청정기 일곱 대를 풀로 가동시켰다. 원하는 쾌적함이 아니라면 대화할 생각도 없는 것인가 # 세탁 : 강적을 상대할 땐 발상을 전환하라 “스튜핏! 스튜핏!” 먼지떨이는 알고 보니 회초리였다. 나이 서른 넘어 허벅지에 매를 맞을 줄이야. “옷의 냄새로 보니 세탁기는 꼬박 돌리는 모양인데 고양이를 키운다면 방법이 틀렸어.” 마스터는 내 바지에 끼인, 아니 단단히 박힌 고양이의 털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리고 불결하다는 듯이 손을 탁탁 털었다. “아니, 세탁기가 하는 일에 제가 어떻게 관여할 수 있습니까?” “털이 옷에 그대로 붙어 있는데 문제가 없다는 건가? 정확히는 방법이 아니라 순서가 틀렸지, 순서가.” “순서요?” “세탁은 어디서 하나?” “동네 세탁소에서 합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온 빨래를 건조기에 넣겠지?” “맞습니다.” 다시 회초리가 날아들었다. “건조기를 먼저 써야 돼, 건조기를!” 마스터는 세탁기에 빨래를 넣기 전에 건조기에 넣고 10분 정도 돌리라고 했다. 고양이와 살게 된 후 셔츠에서 속옷까지 털 코트화가 진행됐다. 처음엔 꼼꼼하게 제거했지만 언젠가부터‘이 정도면 아무도 털인 줄 모르겠지’라며 적잖은 털을 묻힌 채 외출했다. 아무리 강력하게 빨고 손으로도 문대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털을 박멸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조기를 먼저 돌리면 옷 사이사이에 박힌 털의 상당수가 알아서 빠져나온단다. 우화 ‘햇님과 바람’의 지혜인 것이다. 마스터는 세탁 시 섬유 유연제, 식초를 넣어 정전기를 제거하면 세탁 후 건조 시에 남은 털이 잘 제거된다는 팁도 더해줬다. # 청소 : 롤 클리너 하나로 뭘 하겠다고? 어쨌든 잘 세탁한 옷에도 엄청난 양의 털이 묻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마스터는 옷에 묻은 털에 삿대질을 하며 각혈이라도 할 것처럼 조롱성 기침을 세차게 해댔다. 마스터란 칭호는 아무나 다는 게 아니구나, 중얼거리며 가방에 넣어온 롤 클리너를 꺼내 몸을 문댔다. 이 자의 발작 같은 기침부터 멈추게 해야 얘기를 더 듣든 말든 할 테니. 마스터는 롤을 굴리고 있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갑자기 일어나 구석의 찬장을 열었다. 그곳엔 생전 처음 보는 최첨단 청소 도구들이 완벽한 직각과 거리를 유지하며 도열해 있었다. 마스터는 더 깊숙한 곳을 뒤지더니 한 쌍의 고무장갑을 꺼냈다. “수백 개 제품을 써봤지만 이만한 게 없지” 마스크 사이로 혼잣말이 들렸다. 괜히 신뢰가 갔다. 곧 고무장갑은 내 얼굴 위로 던져졌다. 군소리 없이 양손에 끼고 털을 훔쳤다. 효과는 상당했다. 장갑에 물기가 묻었다면 더 깔끔하게 정리됐을 것이다. 리필할 클리너 테이프도 없어 경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옷을 밀고 있는 사이 로봇 청소기가 이상한 돌 하나를 싣고 접근해 왔다. 아무래도 예사 로봇 청소기는 아닌 모양이다. 로봇이 들고 온 현무암처럼 구멍이 뚫린 이 돌의 이름은 퍼좁. 이 또한 털 제거 효과가 막강한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이불이나 카펫 위 털 청소에 효과적이라는, 블로거들의 찬양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기본 아이템 롤 클리너,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고무장갑, 거친 재질의 옷감에 좋은 퍼좁의 삼각편대라면 크고 작은 모든 털들을 싹 다 솎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청소2 : 죽은 털을 다시 살려내서야 공기 청정기의 알림 등이 모두 파란색(청결)을 나타내자 마스터는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상대방의 청결 수준에 따라 매너의 차이가 상당한 사람이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고양이 털이 나부낍니다. 고양이가 아니라 누에고치 같아요. 이 털은 팔 수도 없고…” “집 청소는 어떻게 하십니까?” “꽤 꼼꼼하다고 자신합니다. 하루에 두 번은 청소기를 돌리고요. 걸레질도 빼놓지 않죠.” “청소기를 돌릴 때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이를 테면 분명히 빨아들였던 털들이 다시 나타난다든가.” “어, 그러고 보니 그런 위화감이 들긴 했지요. 근데 그건 모모가, 아. 제 고양이 이름입니다. 모모가 제가 안 본사이 그새를 못 참고 뛰어다녀서 빠진 거라 생각했어요.” “저런, 고양이가 애꿎은 미움을 샀군요?” 이 무드에도 회초리가 날아들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무게가 제로에 가까운 털은 조금 큰 먼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청소기는 털에게 날개를 달아주죠. 바닥에 깔린 털을 부양 해 날아다니게 하거든요. 그래서 청소 후에 다시 바닥에 털들이 내려앉은 걸 보신 겁니다. 그건 새로 뽑힌 모모의 털이 아니라 당신이 자유를 준 조금 전 그 털이에요. 여기 청소기 뒤에 얼굴을 가져다 대보십시오. 잘 박혀 있던 머리카락도 빠질 강풍아닙니까?” 말하는 도중 자기 말에 몰입해 흥분하는 스타일이었다.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그건 물걸레질로 닦아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물기는 말입니다. 바닥에 털을 붙여 버리는 접착제입니다. 물이 마르고 나면 눌러 붙어 있던 털이 그대로 부활해 버리죠.” 청소기도 물걸레도 안 된다니. 이 자는 반만 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청소의 유구한 역사와 과학적 진보를 모조리 부정할 셈인가! “대신 이걸 써 보시죠.” 마스터가 찬장에서 꺼내온 것은 기다란 밀대. 이건 앉아서 닦아야 하는 물걸레질의 수고를 덜기 위한 오래된 발명품이 아닌가. 엇, 그런데 밀대 끝 걸레를 부착하는 부근이 조금 독특하다. “정전기 부직포란 겁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마스터는 설명을 이었다. “걸레 밀대에 젖은 걸레 대신 부직포를 붙여서 밀면 정전기가 마치 자석처럼 털들을 빨아들이죠. 부직포에 붙은 털 제거도 편할뿐더러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 자, 은근히 경제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다. “정전기 부직포로 큰 털들을 끌어 모아 정리한 후, 남은 털은 청소기로 제거하는 게 좋겠습니다. 공기 청정기가 있으면 금상첨화겠네요. 다시 말하지만 물걸레질에 의지하지 마세요. 제대로 털과 먼지를 제거하지 않고 물걸레질을 하면, 오히려 부유했던 먼지가 다시 바닥에 들러붙으니까요. 물걸레질은 청소용이 아니라 향균이나 유광 효과를 내는, 요리로 치면 가니쉬 같은 절차죠. 아시겠어요?” *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그림 우서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13 10: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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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냥이를 돌보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월동…
- GUIDE길냥이를 돌보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월동 안내서 겨울의 길고양이에게 단 하나의 과제는 생존이다. 당신은 출근길에, 퇴근길에, 산책길에 얼어붙은 고양이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수도 없이 갖게 된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생존 키트를 구비해보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틀렸다. 다음 생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번생은 가망이 없다. 겨울이 오면 포차에서 기분 좋게 어묵 꼬치를 먹다가도, 퇴근 후 집고양이와 볼을 비비다가도 길 위의 꼬물이들에게 마음이 쓰여 문득 마음이 허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그저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비슷해 보이는 검은 비닐봉지만 봐도 황급히 가방을 뒤지며 고양이 캔을 찾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괜찮다. 다 괜찮다. 애묘인이면 다 한 번쯤 겪는 시련이다. 씁씁 후후 한번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도록 하자. 어차피 당신은 이생에는 글렀으니. 차분히 숙명을 받아들이고 내 말을 잘 들어보시라. 이 생존 키트만 구비한다면 언제 어디서 고양이를 만나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01 가방가볍고 튼튼한 것으로 고른다. 예상치 못한 고양이의 부비부비로 사료나 고양이 캔 내용물이 묻을 수 있으니 아끼는 가방은 피하자. 배낭이라면 열고 닫는 것이 용이하도록 옆에도 지퍼가 있는 것이 좋다. 02 보온병길 위의 물은 모두 얼음이 되는 겨울. 그러나 수분 공급은 고양이 생존의 핵심이다. 깨끗한 물을 끓여 보온병에 넣고 다니자. 다른 마음씨 좋은 이가 두고 간 물을 발견한다면 그 위에 얼지 않도록 뜨거운 물을 부어주어도 좋다. 설탕을 조금 타면 어는 속도가 늦어진다. 03 건사료선호도는 캔보다 낮지만 모든 것이 꽁꽁 어는 시기에는 건사료가 습식사료보다 늦게 언다. 사료를 뜨거운 물에 불려 동글동글하게 마는 경단 밥도 겨울철 길엄마 길아빠들의 선호 품목이다. 건사료는 은근히 냄새가 고약하므로 쓰지 않는 플라스틱 병이 있다면 그 안에 넣어서 뚜껑을 꼭 닫고 다니자. 나중에는 병 안에서 사료가 차카차카 흔들리는 소리에 쫑긋 귀를 기울이며 다가오는 고양이가 생길지도 모른다. 04 습식 캔습식 캔은 소화가 빠르다. 구내염을 앓고 있는 길고양이들도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겨울에는 보온병에 담긴 물을 타서 따뜻하게 섞어주면 더욱 좋다. 하지만 건사료에 비해 금방 얼기 때문에 바로 급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눈앞에 갑작스럽게 겨울 고양이를 보는 횡재를 누린다면 캔 따는 청량한 소리로 보답해보자. 05 핫팩군인도, 고양이도 추울 땐 핫팩이 필요하다. 고양이를 냉큼 잡아다가 우리 집 전기장판 위에 모시면 제일 좋겠지만 여러 여건 상 장판길을 걷게 해줄 수 없으니 임시방편으로 핫팩만 한 것이 없다. 플라스틱 물그릇 아래쪽에 비닐을 한 겹 깔고 두면 물이 어는 것을 방지한다. 겨울이 오기 전부터 각종 소셜커머스에서 군용 핫팩을 대용량으로 판매한다. 사두면 나도 쓰고 고양이도 쓰고 종을 넘나드는 홍익인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고양이에게 조공할 때 저온화상에 유의하자. 06 수면양말고양이에게 저온화상 없는 온기를 주고 싶다면 한 쪽만 남은 수면양말을 챙겨서 다니자. 수면양말 속에 핫팩을 넣어 묶으면 한나절 정도는 온기가 유지되는 간이 보일러 역할을 해준다. 겨울 내내 곁을 내주고 싶지만 나도 춥다. 심지어 내겐 오지도 않는다. 핫팩 넣은 수면양말이라도 껴안아주렴... 07 플라스틱 그릇사료나 물을 담는 간이 밥그릇이 되어준다. 집에 플라스틱 밀폐용기가 없다면 전자렌지 즉석밥을 먹고 남은 용기도 훌륭한 그릇이 된다. 현대인은 플라스틱에 쌓여 살아간다. 집에서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를 씻어서 말려두는 습관을 기르자. 08 물티슈고양이의 건식, 습식 사료는 특유의 비린내가 나는 경우가 있다. 고양이들에게 덜어준 뒤 깔끔하게 뒤처리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가끔 눈곱을 달고 나타나는 녀석의 얼굴을 보송하게 닦아주기도 한다. 다만 마음이 아주 너그러운 녀석이 아니면 하악질과 할큄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 참고하시길. CREDIT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1-07 12: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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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
- TOGETHER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고양이를 위한 겨울 집 링컨이 민주주의를 논하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라는 말을 남겼다면 두령이형은 길고양이 집을 논하며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이라는 표절, 아니 패러디를 남겼다. 길고양이를 위한 겨울 집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이 얘기를 들려준 것은 전직 길고양이 출신, 현직 기업 상무 ‘두령이형’이었다. 두령이라는 번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두령이형으로 불리는 이 사나이는 치대고 싶은 매력의 고양이다. 두툼한 솜방망이로 건네주는 명함에도 두령이가 아닌 두령이형이라고 쓰여 있었다. 두령이형은 이제 막 시작된 스타트업 기업 ‘따뜻한 친구들’의 상무 겸 홍보팀장이다. 길고양이를 위한 집, 길고양이 전용 밥그릇 테스트 현장에는 늘 두령이형이 투입된다. 길고양이 출신인 두령이형의 호불호는 개발 프로세스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말 그대로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겨울 집이 되는 셈이다. 공개된 프로토타입의 길고양이 집은 독특하게도 우유갑 모양이다. 플라스틱 외관에 내부는 보온 유지를 위한 스티로폼을 넣었다. 우유갑 뚜껑 부분은 열 수 있어 물품을 보관하거나 벽돌을 넣어 무게를 무겁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집 지붕에 쓰인 문구는 ‘안녕, 낯선 사람’ 하고 말을 걸어온다. 인간 친구가 전해준 온기로 겨울을 무사히 나고 싶다는, 부디 해치지 말아달라는 진심이 담긴 인사다. 아직 개발 중인 길고양이 집이지만 벌써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길고양이를 위해 만들어 본 겨울 집은 맞지만, 상품화를 결심한 것은 사람들의 성화 때문이었다. 길고양이집을 보고 얼른 만들어달라고, 내 지갑 속 돈을 털어가라는 독촉(!)이 끊이지 않았다. 마당냥이나 외출냥이용으로 구입을 원한다는 집사들의 연락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이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캣대디의 문의다. 길 위의 생명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길 바라는 따끈한 마음들은 이렇게나 많다. 마음만으로 온기를 나눌 수 있다면 길고양이들이 추위에 떨지않아도 될 만큼. 길고양이를 위한 마음은 기업을 만들고, 지갑을 열게 하고, 심지어 고양이를 일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사람이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희망을 살며시 품어도 괜찮지 않을까. 진흙탕이라고 꽃을 피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 인터뷰두령이형 | 코리안 쇼트헤어, ‘따뜻한 친구들’ 상무 거두절미하고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과거 길고양이 시절 ‘두령이파’ 보스였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어떻게 회사원이 되신 거예요?그럼 나도 거두절미하고 얘기하겠네. 나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두령이파의 대장이야. 다만 지금은 따뜻한 친구들의 상무를 겸하고 있을 뿐이지. 지금 두령이파 일은 부하들이 맡아서 하고 있어. 영역을 지키는 우두머리 일을 어떻게 그만두겠나. 그만두고 싶어도 딸린 길고양이들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어. 명함을 보니 직함이 홍보팀장 겸 상무시던데요. 역시 큰 머리, 아니 브레인 역할인 건가요?큰 머리 뭐?(발끈) 예민한 곳 건드리기 있는 건가? 전국에 있는 대두묘들의 원성을 한 번 받아볼 텐가? 아닙니다.흠. 그래. 머리 언급만 빼면 맞는 말을 했다네. 난 두령이파의 대장이자, ‘따뜻한 친구들’ 상무로서 홍보팀장과 영업팀장 몫을 해내고 있지. 게다가 틈틈이 디자인 컨펌, 성능 테스트도 하고. 브레인 역할이라기보다는 브레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아마 난 지금 한국에서 가장 바쁜 길고양이일 거야. 잠도 20시간 자던 걸 19시간으로 줄였다니까. 디자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렇게 감각적인 길고양이 집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후후. 나랑 따뜻한 친구들이 개발한 길고양이 집이야. 이름은 두령일호(DR01)지. 감각적이라니 듣기 좋은 칭찬인 걸. 그렇지만 그만큼 길고양이 집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말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네. 마음이 아주 복잡해지는구먼. 우유팩에서 모티브를 얻은 건가요? 색이 검은색 무광인 것도 독특해요.우유팩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네. 우선 익숙한 모양이라 낯설지않지 않은가? 그리고 청소나 관리가 쉽도록 뚜껑을 열 수 있도록 만들었지. 알겠지만 고양이들이란 어찌나 위생에 신경을 쓰는지. 지붕에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재미있고 따뜻한 메시지를 붙일 수 있어. 해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될 수도 있겠지.(잠시 고요) 집인 검은색인 이유는 우선 눈에 잘 띄지 않기 위해서야. 두령일호(DR01)는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중요했거든. 정성을 들여 스티로폼으로 겨울집을 만들어도 자꾸 버려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두령일호는 손톱만한 미적 감각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버리지 않겠죠?길냥이 시절에 스티로폼이나 종이박스 집 많이 봤지. 오갈 곳 없는 추운 날 얼마나 의지가 되던지… 정말 귀하게 이용했는데 그런 집을 보기 흉한 쓰레기로 보고 치워버리는 인간들도 있더군. 그런 일로 인간끼리 싸우기도 하는데 중간에서 참 난처했어. 이번에 만든 집은 그런일이 줄어들길 바라면서 제작했지. 어쩐지 버리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예뻐야 되지 않겠는가? 그게 포인트였지. 부하 길고양이들에게 테스트도 해보신 걸로 알고 있는데, 반응은 어땠나요?일단 두령파 부하인 빅나루, 앤소니에게 2채를 분양해줬지. 엄청 좋아하더라고. 비나 바람, 추위를 피하는 기본기가 뛰어나다는 피드백을 받았어. 겨울 집 말고 다른 아이템도 개발하고 계신가요?개미가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밥그릇을 제작하고 있지. 나 혼자 아이디어를 내는 건 아니야. 인간 동료들과 협업이지. 다년간의 길고양이 경력으로 그 때 겪은 불편한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개발하게 됐어. 이름은 ‘가장 작은 길고양이 급식소’로 지어봤는데 어떤가. 감성적이지? 빗방울도 개미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고 열심히 실험 중이야. 정말 추위가 코 끝까지 도착했어요. 뭘 준비해야 할까요?길고양이들에게 고하겠네. 얼른 살을 많이 찌우고 털도 찌우게. 추위랑 바람 피할 곳도 미리 점 찍어두고. 최대한 따스한곳을 물색해 둬. 나는 집을 많이 만들 테니까 그 때까지만 버텨. 길고양이도 기죽지 않고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살 권리는있는 거니까. 내가 그 권리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뛸게. *두령이형과 친구들이 만든 겨울집을 더 보고싶다면 이곳으로.? CREDIT에디터 이은혜 자료협조 박경민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1-07 10:0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