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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06 10: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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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1 1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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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1 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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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0 1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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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0 10: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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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27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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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27 09: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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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냥이와 길냥이, 미리 쓰는 겨울 일기
- DIARY집냥이와 길냥이 미리 쓰는 겨울 일기 고양이 애호가에게 겨울은 복잡한 계절이다. 겨울 내내 절친이 될 코타츠를 꺼내자 반색을 하는 내 고양이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바깥의 혹독한 추위를 버틸 생명들이 떠오른다. 집냥이와 길냥이,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입동은 어떻게 다를까. 월요일 AM 7 : 00 코끝이 차가워 눈을 뜬다. 밤사이 제법 추워진 모양이다. 반려인이 눈 뜨자마자 찾게 되는 건 두 마리 집고양이. 보리는 다른 장소에서 자고 있는지 보이지 않고, 곁에는 알콩이 혼자다. 먼저 눈을 끔벅거리며 아침 인사를 건네자 고양이식 눈인사로 천천히 답해준다. 따뜻한 녹차를 마신 것처럼 몸이 녹는다. 월요병을 치유하는 처방전은 고양이다. 화요일 PM 10 : 00 아무래도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보일러를 틀었다. 반려인은 가스비를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 날이 조금 더 추워지면 와인으로 뱅쇼를 만들어 마시자는 생각을 연이어 한다. 열 살 치즈냥 보리는 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뜨끈한 기운이 바닥을 타고 올라오자 골골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한참 골골대던 보리는 느릿하게 침대로 향한다. 오늘은 동생 알콩이와 함께 자고 싶은 모양이다. 월요일 AM 6 : 00 호오- 하면 입김이 나오는 아침. 밤사이 기온이 더 내려갔다. 캣맘은 이불에서 몸을 일으키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웠던가 하고 생각에 잠긴다. 찌뿌둥한 몸은 비명을 지르지만 하나, 둘 떠오르는 얼굴들 때문에 결국 몸을 일으킨다. 사료와 고양이 습식 캔을 바리바리 들고 나가니, 늘 모이던 그 자리에 익숙한 얼굴들이 등장한다. 조심한다고 했건만 무심코 손을 깊이 내밀자 한 녀석이 하악질을 한다. 하악질이 새하얗게 공기 중에 흩어진다. 날이 춥긴 추운 모양이다. 화요일 PM 8 : 00 캣맘은 마음이 복잡하다. 10년 동안 아이들 밥을 주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고양이가 있었다. 장대비가 와도 내내 빗속에서 길엄마를 기다리던 아이, 너무 예뻐 이뿌니라고 이름 붙여준 냥이. 그 아이가 최근 점차 음식을 잘 먹지 못하더니 눈에 띄게 추레해진 것이다. 구내염이 확실해 보였지만 자칫 병원에서 묘생을 마감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큰 소동 없이 살게 두는 것이 나은 선택은 아닐까 물끄러미 아이들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들은 혹독한 겨울이 올 것을 대비하는 것처럼 열심히 먹는다. 수요일 AM 10 : 00 알콩이가 보이지 않는다. 소리 내 불러 봐도 기척조차 없다. 처음 3분은 웃을 수 있었는데 점차 입이 바싹 마른다. 이사를 하면서 열어둔 현관문을 기웃대다가 보리가 30분 동안 행방불명되었던 기억 때문에 반려인에게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알콩아, 알콩아? 하는 목소리가 끼익거린다. 급하게 외투를 껴입고 허둥지둥 핸드폰을 챙기는데 낑 하는 작은 소리가 난다. 설마 하면서 침대 한 편에 구겨져있던 담요를 살피니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알콩이가 보인다. 목요일 PM 5 : 00 함께 7년을 키우다 보니 생김새도, 하는 행동도 닮아간다. 보리와 알콩이는 지금 똑같은 식빵 자세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밥도 같이, 낮잠도 나란히 자는 일이 늘었다. 두 녀석이 티격태격 대던 일도 종종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 싸우지 않는 건 기쁘지만, 가끔 한밤의 광란 우다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보리도 알콩이도 나이를 먹어간다. 보리는 열 살이다. 다음 달을 보내고 나면 금방 열한 살이 되겠지.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갔으면. 아니, 내 시간을 조금 떼어줄 수 있었으면... 하고 반려인은 두 고양이를 오래 눈에 담는다. 수요일 AM 5 : 00 캣맘은 비장하고, 이뿌니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길 엄마는 마음을 굳혔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구조해서 치료받게 하자고. 통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이뿌니였지만 길엄마가 도착하기도 전에 기다리고 있었다. 캣맘이 묵묵히 통덫을 설치했다. 고양이는 통덫을 피해 캣맘 뒤만 졸졸 쫓아다니며 애를 태웠지만, 결국은 배고픔이 이겼다. 그 뒤부터는 전쟁이었다. 통덫을 어떻게 들쳐 업고 병원에 갔는지, 길엄마와 이뿌니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목요일 PM 3 : 00 동물병원 원장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10살로 추정되는 길고양이가 입원한 것이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집고양이와 비교 할 수 없이 짧다. 이 정도의 고령은 수의사로 지내며 처음이었다. 고양이는 야생성이 강해 모든 의료진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아마도 이 아이의 평생 밥을 책임졌을 캣맘이 병원에 도착해 말을 걸어주자 고양이는 차분해졌다. 심한 구내염으로 전체 발치가 예정되어 있어 다소 부담을 느끼던 수의사의 마음도 한결 누그러졌다. 그래, 다 잘 될 거야. 내년은 더 좋은 해가 되도록 만들어 줄게. 길에서 10년을 살아낸 이뿌니는 모든 수술을 건강히 잘 마쳤습니다.이뿌니의 남은 묘생을 함께 해주실 분은 edit@petzzi.com으로 문의해 주세요. CREDIT에디터 이은혜 그림 지오니 자료제공 박고은, 정마온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06 10: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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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숨은 고양이 찾기
- THINK SO아침에 숨은 고양이 찾기 | 길고양이들에게 11월은 겨울입니다. 청명한 가을 오후의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어둠이 내린 밤의 한기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 ?가을의 새벽은 아침보다 차갑습니다. 눈이 오기도 하지만, 동이 트면 녹아 사라집니다. | ?아침 현관을 열었을 때 낙엽 무더기 사이에서 동사한 고양이를 본 적도 있는 걸요. | ?그늘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일찍 찾아온 한기와 싸우며, 어서 몸을 데울 곳을 찾아야 합니다. | ?그래서 가을 아침엔 마을을 뛰놀던 길고양이들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알고 지내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밤을 났는지 찾아봐 주세요. | ?그리고 안부를 물어 주세요. 따뜻함이 부족하진 않은지, 당신의 도움이 필요치 않은지를요. CREDIT에디터 김기웅사진 종이우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31 1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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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와 안락사, 암과 복막염 우리 고양…
- 잠시만 안녕유기와 안락사, 암과 복막염우리 고양이 얘기입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반려인이라면 언젠가 맞게 될 시간이나 상상조차 아픈 탓에 쉬이 회자되지 않는다. ‘잠시만 안녕’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보며 이미 떠나보낸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그 시간을 앞둔 이들에게 마음 다짐의 계기를 전한다. 내 고양이가 아픕니다, 많이 이름은 니르고, 3~4살일 거예요. 동물병원 앞에 버려지고 그 동물병원에서도 다른 곳으로 보내서 안락사 하루 전에 살아난 놈입니다. 원래 순한 건지 그런 경험이 성격을 만든 건지 착하고 지나치게 조용해서 짠하기까지 했어요. 물론 흥이 나면 잘 놀았지만요. 설사기가 있어서 항생제를 먹고 좀 나아졌는데 완전히 좋아지질 않아 다시 병원에 갔어요. 탈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암이라뇨, 전이라뇨, 복막염과 복수라뇨. 수의사가 그런 말을 쏟아내는 동시에 내 눈에서도 절로 물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며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울어도 안 울어도 온 몸이 아팠습니다. 갑작스런 충격 때문이었겠지만 이제 감정에 푹 빠져서 우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 내가 얘를 돌봐줄 수 없으니까요.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얼마일지 모르지만 내 고양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귀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내가 간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모든 관계가 시한부인데 언제 갈지를 알았다고 해서 이런 마음이 들다니요. 니르가 엄청 예쁘지만 가끔 부담과 귀찮음도 느꼈던 내가 말이죠. 밥을 못 먹어 살이 많이 빠지고 털에 윤기가 없고 발바닥 젤리가 하얗게 변해도 여전히 내 고양이는 너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앞으로 이 털을 쓰다듬지 못하고 고르릉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 너무 무섭고 두려운데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니르에게 눈길을 돌리면 니르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앞으로도 쭉 그럴 것입니다. 니르가 멀리 떠났습니다 니르야, 무지개다리는 다 건너갔니? 짧은 생 동안 누구에게도 해 끼치지 않고 많은 이들의 기쁨이었던 너는 분명 꽃밭에서 신나게, 생기 넘치게 뛰어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천국이란 게 있다면 너 같은 영혼에게 마땅하니까. 사실 네가 이제 아프지 않아 난 너무 기쁘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아픈데, 너무 걱정 말아라. 너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거니까. 나도 좀 아파봐야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겠니? 보고싶다, 니르야. 너의 부재가 말할 수 없이 휑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너의 부재만큼 우리 집은 너의 존재로 온통 가득 차 있다. 우리 집 구석구석에서 뛰어노는 네가 보이고 하늘에, 바람에, 햇살에, 그리고 내 가슴에 너는 영원히 남아 있거든. 편재하는 너로 인해 나는 슬프고도 기쁘다. 여전히, 영원히 사랑해.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길 바랄게. 우리 니르. CREDIT글 사진 이진경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30 1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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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마지막 식사일지 모르는 길 위의…
- GRAND MOTHER어쩌면 마지막 식사일지 모르는길 위의 고양이들을 위해 길고양이들의 모습에서 그 마을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경기도 일산의 캣맘 삼분 씨의 뒤를 따르며 만난 마을의 고양이들은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집고양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건강하고 말끔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건축 이전에 살던 생명은 삼분 씨와의 첫 화제는 최근 보도되어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한 ‘일산 PC방 고양이 학대 사건’이었다. 바로 옆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다. 삼분 씨는 학대자를 향해, 미약한 처벌체계에 대해 거친 말을 쏘았다. 일면 이해가 되었으나, 한편으론 저 뜨거움이 어디서 왔는지 의아했다. 궁금증이 풀리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삼분 씨는 이 아파트 단지의 세 번째 입주자다. 일산이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부상할 때였다. 현대식으로 쌓아 올린 근사한 아파트에 저마다의 꿈을 갖고 몰려든 사람들. 그 틈에서 삼분 씨는 쓰레기봉투를 뜯는 볼품없는 고양이를 봤다. 이 아이는 아마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부터 여기에 살던 원주민일 것이다. 직감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청운의 꿈을 갖고 새 집을 마련한 사람들에게 쓰레기나 헤치는 고양이들이 얼마나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될지. 봉투를 뜯던 고양이를 쫓아간 자리엔 새끼 고양이가 몇 마리 있었다. 삼분 씨는 얼른 집에 들어가 먹을 것을 가져줬는데, 사람 밥에 통조림 참치를 섞은 ‘개밥’이었다. 그때는 시판되는 고양이 사료가 거의 없었고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했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야무지게 먹어치웠다. 밥그릇 안에 들어갈 기세로 허겁지겁 먹는 새끼들과 그 옆을 내내 지켜보다 빈 그릇을 핥는 어미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삼분 씨의 마음은 미어졌다. 그 날을 계기로 삼분 씨는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그땐 분명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끈끈한 편견과 혐오를 차차 목도하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밥만 줄 순 없더라 현재는 과거의 결과다. 그러니 삼분 씨가 여러 해 동안 겪은 논쟁과 다툼의 역사를 적기보다, 지금 동네의 상황을 살펴보자. 삼분 씨는 서른 개 정도의 밥자리를 돌며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분할해 한쪽은 다른 캣맘에게 맡기고 자택 주변 밥자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가끔 근처 단골식당과 조금 떨어진 야산에도 올라 고양이들의 식사와 보금자리를 살펴 준다. 고양이들이 그렇게 많을까 싶었는데, 밥그릇에 사료 쏟는 소리만 나도 어딘가에 은신해 있던 녀석들이 고개를 내밀고 반가움을 표한다. 야산의 밥그릇엔 4kg 사료 포대를 통째로 붓고 와야 할 만큼 식구들이 많다고.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의 번식력이라는 것을, 모든 캣맘들은 알고 있다. 삼분 씨가 관리하는 거의 모든 아이들의 귀는 조심스레 커팅이 되어 있다. 이는 중성화 수술(TNR)의 상징이다. 사정을 모르는 눈으로 보니 가끔 나타나는 아기 길고양이의 뒷모습이 귀엽기만 했는데 삼분 씨는 “그렇게 신경 썼는데 어떻게 임신을 했는지”라며 결이 다른 말을 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에겐 적당한 밥자리를 마련해주고, 발정이 와 밤낮 우는 고양이는 중성화를 시켜주면 되지만, 이미 태어나 고양이 집단을 불려버린 고양이들은 어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보는 시선이 고와지고, 오랜 설득으로 해코지하는 주민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길에서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운명은 꽃길보단 가시밭길이다. 사람과 고양이의 합리적인 공존, 이미 있는 고양이들의 부족함 없는 삶을 위해 삼분 씨는 중성화를 통한 개체 수 유지에 세심히 신경 쓰고 있다. ‘현재’를 하나 더 말하자면, 삼분 씨는 경비 아저씨들에게 가끔 커피를 돌린다. 단지 내 입김이 센 사람들에겐 가끔 봉투도 보낸다는 은밀한 말도 전했다. 이웃 1층 집 베란다 밑에, 어린이집 계단 아래, 경비실 화장실 옆에 마련된 고양이 밥자리는 지난한 설득과 타협의 결과가 아니라 차라리 유상 임대한 한 줌의 부지였다. 그럼에도 밥자리를 치우란 원성과 그렇게 좋으면 집에 데려가 키우라는 몰상식한 항의는 여전하며 아침마다 목조 급식소는 파손된 채 발견된다. 아무리 때우고 막아도 물이 새는 댐처럼, 완전한 공존은 닿을 듯 닿지 않는 아득한 꿈일지도 모른다. 시작은 미미했고, 끝은 보이지 않지만 “밥을 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여력이 되고 건강하지만 혹 아프거나 형편이 어려워지면 사람에게 의지하고 밥을 기다리는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밥을 주면서도 늘 마음이 편치 않아요.” 삼분 씨는 사료에 몰려드는 아이들마다 이름을 알려주며 그들의 삶을 소개했다. 밥을 처음 줄 때는 몰랐을 것이다. 이토록 깊숙이 아이들의 삶에 관여하게 될 줄은. 그러나 그것은 필연에 가깝다. 다시 적자면, 밥에 가까이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살아온 역사를, 환경의 척박함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굶주린 생명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추위에 떠는, 병에 걸린, 학대를 받는 생명도 지나치지 못한다. 경기 북부에 위치한 이곳은 방문한 10월에도 벌써 낙엽이 많이 져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찾아온 냉기. 캣맘들은 도저히 밥만 줄 순 없다. 부서진 급식소를 손 보고 거처에 담요나 스티로폼을 넣어줄 때다. 아파트 지하 공동 보일러와 연결된 대형 환풍구 앞은 훈풍이 뿜어져 나와 밤마다 아이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동시에 소음과 용변, 주민들의 혐오 어린 시선도 집중되기에 밥을 주지 않는 날에도 둘러보러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삼분 씨의 몸과 마음은 더 바빠질 것이다. 고된 일이지만, 그러면서도 그가 잃지 않으려는 게 있다. “오늘 주는 이 밥이 마지막 밥이 될지 모르잖아요. 아이들이 즐거운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언제나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예민한 길고양이들은 밥을 먹을 때 비로소 사람을 가까이서 본다. 사람에 대한 인식을 가장 많이 입력하는 때가 이 순간이다. 비단 고양이를 하찮게 보는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표정이 아니라, 캣맘을 통해 사람을 배우는 고양이를 위해서 삼분 씨는 웃는 얼굴을 견지해 오고 있다. 삼분 씨가 이 마을에 온 지 20년. 다 적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분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지역의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는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30 10: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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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갸릉아, 너는 여전히 아름다운 냥이야
- BE COMPANIONS갸릉아, 너는 여전히 아름다운 냥이야 협회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낙성대에서 고시촌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였다.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여자가 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고 있는데 하루 종일 집안에서 게임만 하느라 방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이런 제보가 많다. 애니멀호더까지는 아니지만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로 혹은 불쌍하다는 감정으로 무턱내고 데리고 와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살기 위해서 고시원 좁은 방문을 열었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환기도 되지 않는 작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눈이 시리고 아플 정도였다. 삼삼오오 작은 눈동자들이 한쪽에서 빼꼼히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개 한 마리와 관리소홀로 너무도 일찍 엄마가 되어버린 6개월령의 엄마 고양이, 그리고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불안한 눈동자로 귀퉁이에 뭉쳐 있었다. 화장실에는 모래 한 톨이 없었고 모래 대신 깔아 놓은 신문지가 긁히고 긁혀 찢겨 있었다. 덩그러니 놓인 밥그릇과 물그릇은 말라버린 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여자는 우리의 방문에도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미 고양이 이름은 ‘갸릉이’라 했다. 갸릉갸릉 골골 소리를 잘 내서 지어줬다고 했다. 하지만 갸릉이는 삶에 찌들대로 찌든 리틀맘일 뿐이었다. 마지막 골골송을 언제 불렀을까 싶을 만큼. 그런 지경에서도 제 새끼들을 지키겠다고 연신 우리에게 하악질을 해댔다. 갸릉이는 당시에도 임신한 상태였다. 집에 먹을 게 없어 젖이 돌지 않고 새끼들마저 병에 걸려버리자 오직 살기 위해 스스로 창문을 열고 나갔다고 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역한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기 위해 나갔는데, 여자가 깜빡 창문이라도 잠그고 외출하는 날이면 창문 앞에서 밤새 문이 열리기만을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불쌍해도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단다. 그동안의 일을 들려주는 주인아주머니 또한 우리만큼이나 기막혀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갸릉이의 중성화와 새끼 고양이의 입양 추진이었다. 여자에게는 더 이상 고양이 수를 늘리지 말 것 그리고 갸릉이와 개는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펴줄 것을 당부했다. 갸릉이가 혹시 다시 외출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지자체 TNR에서 포획되지 않도록 귀 끝을 자르긴 했지만 마음에 걸렸다. 이상하게 계속 눈에 밟히고 자꾸만 걱정이 됐다. 며칠 뒤 찾아갔다. 발톱은 빠져 바닥에 떨어지고 집은 비어있었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갸릉이와 새끼들이 탈진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변기물과 마른 화분흙을 먹으며 겨우 버텼던 듯싶었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얼마나 창문을 긁고 긁었는지 갸릉이의 발톱이 핏자국과 함께 차디찬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여자가 밀린 월세도 해결하지 않은 채 개만 데리고 사라져버린 후의 일이었다. 처음 아이들을 봤을 때, 그때의 판단대로 밀고 나가지 못했던 내 자신을 책망했다. 그냥 그날 데리고 올 것을……. 새끼들은 힘겹게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고 리틀맘 갸릉이는 협회 쉼터인 휘루네로 입소시켰다. 갸릉이는 한동안 물과 사료가 언제나 가득 채워진 그릇 앞에서만 잠을 잤다. 먹는 양을 조절하지 못해 피똥을 싸고 설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갸릉이는 우리에게 다시 골골송을 들려줬다. 사료에 대한 집착도 사라지고 맘 맞는 친구도 사귀며 잘 지내는 듯했다. 갸릉이의 연두색 영롱한 눈빛이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괴로웠던 기억까지 도려내주세요 이대로라면 새로운 주인만 찾아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갸릉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한쪽 어깨가 위로 솟은 상태로 절뚝거리며 걸어 다녔다.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가 엑스레이를 찍었다. 어깨 부근에 엄청나게 큰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성인 남자의 주먹보다 크게 자란 종양이 어깨뼈를 밀어내 급기야 탈골에 이른 상태였다. 가슴이 미어졌다. 그날 검사가 힘들었는지 갸릉이는 입원실에서 나를 보며 끼융끼융 그렇게 울어댔다. 두 번에 걸쳐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혹시 남아 있는 종양이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으니 팔 전체를 절단하는 큰 수술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할 때 곁에 있어 주고 싶었다. 옆에서 기도해주는 것 외에 갸릉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보기에도 무섭고 큰 종양이 갸릉이 팔에서 잘려나가는 순간, 종양뿐 아니라 갸릉이의 괴로운 기억까지 모두 잘려나가길 간절히 빌었다. 갸릉이 몸에서 나온 종양은 미국행 종양 조직통에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컸다. 수술에서 깨어난 갸릉이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머리를 부딪쳤다. 진정제를 맞은 다음에야 얇게 숨 쉬며 숨을 골랐다. 갸릉이가 조금이라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출퇴근길에 병원에 찾아가 다독였다. 두 번째 수술까지 씩씩하게 받은 갸릉이는 현재 한손으로 야무지게 모래도 덮고 벽도 긁으며 멋진 점프도 보여주고 있다. 유독 콩벌레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드는 것을 좋아했던 갸릉이. 이젠 완벽하게 몸을 동글게 말 수 없어도, 하얀 양말을 예쁘게 신은 팔 하나를 잘라냈어도 갸릉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갸릉이 그대로임에 감사함을 느낀다. 힘겨운 삶 속에서도 새끼를 지키려 했던 강한 모성애, 큰 병도 싸워 물리친 갸릉이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 한쪽 팔이 없어도 갸릉아! 너는 여전히 아름답다! CREDIT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본 기사는 <매거진C> 과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0-27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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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바람을 품고 이곳, 제주 바람 …
- FOLLOW당신의 바람을 품고 이곳,제주 바람 카페 느지막한 오후에 도착한 제주에는 벌써 이른 어둠이 내려앉으려 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바람 카페로 가는 길에도 외로운 겨울만 혼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오순도순 다정하거나 혹은 소란스럽기도 한 다른 계절에 비하면 겨울은 유난히 말이 없다. 부드러운 불빛이 새어나오는 공간과 부드러운 고양이털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옆 자리에 좀 앉아도 될까?나무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자그마한 카페 안에서는 모두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몇 개의 빈자리에 고양이들이 누워서 자고 있는 중이라, 늦게 들어선 사람들은 고양이 옆자리나 맞은편을 골라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러는 와중에 아기 고양이들은 오래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짧은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는 사람들 사이를 탐색하러 돌아다녔다. 테이블 위의 빈 핫초코 잔에 관심을 보이거나, 자고 있는 어미 고양이 품을 파고들며 잠을 깨우기도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멀리서 벗이 보내온 엽서의 장면 속을 찾아와 다소 설레며 차분히 이야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이제부터 바람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의 도입부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할 참이었다. 어둠이 깊어지니 카페 창문에 달려 있는 불빛들이 더 반짝였다. 고양이들이 이곳에서 몇 세대를 거쳐 오는 내내 바람 카페는 조용히 그들의 집이자 쉼터가 되어 주었을 것이었다. 고양이가 이끌어주는 길이 근처를 지나던 이들 중 몇몇은 얼굴 색깔이 정확히 반은 검정, 반은 치즈인 묘한 고양이를 발견하고 홀린 듯이 따라 걷다가 바람 카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페에 도착해 보면 의자나 테이블 여기저기에서 하나 둘, 고양이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양이를 보고 놀랐다가도 워낙 사람을 따르는 애교 많은 성격들에 반해 결국 집사가 되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처음부터 고양이가 많았던 건 아니에요. 2010년에 오픈하고 두 달 정도 후에 첫 고양이가 생겼어요. 원래 제가 키우던 봉자씨라는 비글 믹스 강아지를 누가 훔쳐가는 바람에 너무 속상해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봉자씨라는 똑같은 이름의 고양이를 알게 된 거예요. 앞뒤 생각도 안 하고 일단 키우기로 했고, 그렇게 얼떨결에 고양이 엄마가 되었죠.” 고양이는 또 다른 고양이를 불러온다던가, 운명처럼 만난 봉자씨를 시작으로 그렇게 고양이들이 늘어갔다. 바람 카페의 현예지 씨가 직접 산파를 해서 아기들을 받다 보니 정이 들어 벌써 4대째 고양이 가족들이 함께하는 곳이 되었다. 공항에서 바람, 바람에서 공항 이곳에서의 바람은 ‘windy’이기도 하고 ‘wish’이기도 하다. 카페를 열기 전, 이 공간 자체에 반했던 그녀가 정말 자신의 ‘바람’을 이룬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바람 카페이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분들 역시 크든 작든 자신의 바람을 이루었으면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여태껏 몇 개의 바람들이 거쳐 갔을지는 알 수 없지만, 쉼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은 틀림없이 뜻밖의 위안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꼬물거리는 고양이들이 엎치락뒤치락 소파 위에 쌓여 있는 와중에, 근심이 소복하게 덮이지 않고 배길 수야 있었을까. 자신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만 메뉴로 선보인다는 예지 씨의 드립 커피와 핫초코도 마음을 덥혀준다. 그래서 바람 카페는 공항을 오가기 전에 들르는 코스로 추천한다. 공항에서 바람에 들러 제주를 만날 준비를 하고, 공항에 가기 전에 바람에 들러 제주와의 차분한 작별을 나누는 것이다. 완전한 휴식을 가져본 게 언제였나 싶은 이들, 도시의 짐을 내려놓고 고요한 제주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채 하지 못하고 소란하게 도착한 이들에게 좋은 시작과 끝이 되어주리라 의심치 않는다. 어떤 바람을 품고 왔다면 고양이들의 말없는 눈빛에 속삭여두자, 배부르고 따뜻하며 사랑받고 싶은 그들의 바람은 매일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CREDIT글 사진 지유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27 09:4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