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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8-01 11: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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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7-11 09: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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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묘 육성 육탄전 | 1화 하얀 고양이…
- 육묘 육성 육탄전 1화 하얀 고양이가 집으로 오다? 이야기는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된다. 공포스러운 납량특집이 대개 평범하게 걸려온 전화로 시작되듯이.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전화벨이 울리고 동창은 자기네 집 근처에 버려진 불쌍한 고양이가 있어 집으로 데려왔다는 말로 우선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고는 곧장 곤란하다는 말투로 “이미 집에 개 두 마리랑 고양이 한 마리가 있어서…”라고 얼버무렸다. 핵심은 아이들이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며 입양 보내기 전에 잠시 맡아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잠시? 고양이? 왠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흔쾌히 승낙했다. 이 대답이 나의 평생을 좌지우지하게 될 결정이었음을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아니, 당신 직업이 타로 점쟁이인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죠?”하고 묻는다면 “한 치 앞도 모르니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살 수 있는 겁니다”라고 자조 섞인 미소로 답해 주고 싶다. 그렇다. 먼 미래는 점치면서도 한 치 앞은 내다보지 못한 타로 점쟁이인 탓에, 그 새하얀 한 마리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서 오뎅꼬치를 신나게 흔들어대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끼치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앞으로 본인 인생에 어떤 파란만장한 일들이 펼쳐질지도 모른 채 낄낄거렸다니.? 너…, 어떡하지?동창은 하얀 고양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본 고양이는 그렇게 하얗지가 않았다. 길에서 꽤 뒹구셨는지 꼬리까지 먼지와 때에 절어서 목욕을 여러 번 해도 소용없었다. 옥시크린을 써도 누리끼리하기만 한 동아리 단체 티셔츠 같은 그런 색이랄까. 거기다 다 큰 성묘. 귀엽지 않았다. 밤에는 또 이상한 사우디아라비아 말을 하는데 얼마나 기겁했던지. 이 녀석, 발정이 난 거였다. 그래서 버려졌는지 도망을 나왔는지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밤새 뛰어다니고 울어대고 헥헥거리고 창문에 온몸을 던지려는 고양이를 뜯어말리는 게 급선무였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날, 고양이보다 더 충혈된 눈과 쉰 목소리로 그 오래간만에 연락 온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얘 발정 났나봐! 밤새 몸부림을 치는데 어떻게 해?” “그래? 곧 입양할 사람한테 연락 올 거야. 근데 그쪽 고양이가 지금 허피스에 걸려서 당장 합사가 안 돼. 그리고…. 거기 고양이 수컷인데 중성화를 안 했대. 당장은 못 데려갈 것 같은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내가 물어본 질문이 ‘어떻게 해’인데 친구가 ‘어떡하지’라고 대답하니 정말 어떡해야 할지 난감 그 자체였다. 고민 끝에 중성화해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입양 갈 집에 튼실한 쌍방울이 달리고 눈물콧물 질질 흘리는 총각이 있다는데 생애 첫 발정기를 겪고 있는 고양이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마흔이나 먹은 노처녀와 갓 발정 난 암컷이 이대로 밤새 같이 사우디아라비아어를 해대며 울어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결정의 기로에서 중성화 수술. 동물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의견과 동물이라고는 해도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단어. 남자들에게는 거세 공포증과 함께 종족번식의 의무를 져버리는 행태이며 삶의 3대 쾌락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트라우마를 동시에 안겨주는 그 단어! 나조차도 병원 예약 후 번뇌에 시달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 역시도 마흔 넘은 싱글로 살면서 어쩌다보니 사회적 중성화가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거야 내 탓이 확실한 부분이라 팔자려니 하고 감당할 문제이지만 과연 내가 이 하얀 고양이에 대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옳은가? 더구나 우린 이제 서로 알게 된 지도 며칠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갈등을 겪으며 병원에 앉아 있다 의사선생님께 중성화가 이 녀석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물어봤더니, 원장님은 단호하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버려진 고양이들은 또 버려질 수 있어요. 고양이가 길에서 새끼를 배고 낳고 또 새끼를 가지면서 잘 먹지도 못하면 1~2년도 채 못 삽니다. 부여받은 생명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쪽으로 선택해야 옳죠.” 그 이야기를 듣고 확실히 마음을 잡았다. 이 녀석과 평생 살아야겠다고.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줘야겠다고. 그렇게 수술을 하고 돌아온 날 밤. 그 녀석은 내 옆에 누워 오랫동안 식빵 굽는 자세로 수술의 고통을 참아냈다. 그 밤 이후, 이 고양이는 ‘랍비’란 이름을 달고 지금까지도 내 옆자리에서 매일 밤 잠이 든다. 하얀 고양이 랍비 한 마리로 시작해 3년이 지난 지금은 여섯 마리와 함께다. 탈 많고 사연 많고 그러면서 웃을 일도 많은 여섯 마리 육묘 육성 육탄전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CREDIT글 사진 한민경 (타로 점술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8-01 11: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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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를 위한 작은 쉼표 만들기
- DEAR CATS길고양이를 위한작은 쉼표 만들기? #준비물깨끗한 물, 닭 가슴살 혹은 간식 캔(주식 캔), 사료, 음식을 담을 그릇 #장소수풀 사이, 고양이 급식소 앞, 눈에 띄지 않는 골목 귀퉁이 등? #HOW1. 준비한 물과 음식을 눈여겨본 장소에 놓는다.2. 자리를 떠나며 고양이가 좋은 식사를 하길 바란다.3. 다음 날, 식사를 마련했던 장소로 돌아온다.4. 깨끗해진 그릇을 보며 기뻐하며 뒷정리도 잘 한다.5. 다시 1번으로 돌아가 무한 반복!? CREDIT에디터 김나연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31 12: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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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늑하고 유쾌한 페이퍼 하우스의 세계?
- EDITOR’S PICK아늑하고 유쾌한페이퍼 하우스의 세계? 언제가 될지 모른다. 친구가 집사로 변해 자기 집 고양이를 데리고 들이 닥칠지. 한 집 건너 동물을 반려하는 시대에 손님 고양이를 맞이할 임시 하우스를 준비해 놓는 건 과하지 않은 배려다. 집고양이에겐 은신처와 놀이터의 역할을 해주고 놀러 온 고양이에겐 아늑한 사랑방이 되어줄 페이퍼 하우스의 세계로 떠나 보자. 01 코펜하겐 스크레처 하우스 2층형 설명서를 따라 튼튼한 종이를 플라스틱 나사로 조립하면 2층집을 만들 수 있다. 완성된 모습은 덴마크의예쁜 2층집을 따 온 모양새다. 삼각형의 붉은 지붕에는 튼튼한 플라스틱 반구가 부착되어 있고, 반대편에는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는 넓은 출입구가 있다. 1층과 2층을 경계 짓는 두꺼운 종이에는 고양이가 오르내릴 수 있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다. 1층에도 넓은출입구가 마주 보게 뚫려 있는데, 필요에 따라 바닥에 깔린 스크래처를 교환해 줄 수 있다.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 꼬마는 코펜하겐 스크레처 하우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혼자 1층과 2층과 지붕 위를 부지런히 오르내리다가 2층에서 식빵을 굽는 게 일과 중 하나다. 다만 8.8kg의 고양이 둥이는 2층에는 딱 한 번 오르내린 후 관심이 없다. 묵묵히 발톱을 다듬는 용도나 휴식을 취할 때 1층을 사용할 뿐. 두 고양이의 스크레처 사용에 공통점이 있다면, 하우스에서 장난감으로 사냥놀이를 하면 고양이들도 집사도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정가 39,000원?제조사 KITTENBOX제품크기 495×495×710mm 02 CAT DIAMOND LEAF 박스를 좋아하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반영한 디자인 하우스. 다이아몬드 모양을 거꾸로 뒤집은 모양은 예민한 고양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라고 한다. 오각뿔형태의 구조상 고양이가 쏙 들어갈 수 있는 입구에 비해 내부가 넓은 편. 내구성이 높은 강화골판지에 비닐코팅을 해 보기보다 상당히 튼튼하다. 간단한 방수도 되고, 프린트된 그래픽이 쉽게 변질되지 않는 것이 큰 장점. 조립과 분해가 편리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제격이다. 넉넉한 크기의 아늑한 보금자리여서 이따금 고양이 두 마리가 하우스 안에 다정하게 몸을 포개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빛을 피해 한 숨 자고 싶을 때는 고양이들이 어김없이 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고양이에게 약을 먹일 때나 양치질을 시킬 때… 고양이가 하우스 내로 들어가 나오지 않아 곤란할 때가 있다. 아늑함이 장점에서 단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더라도 고양이에게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는 은신처가 있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정가 28,000원??제조사 HUTSANDBAY제품크기 430×410×600mm 03 Caty 고양이 스크레처 하우스 카메라 모양을 본떠 디자인된 하우스로, 깜찍한 외형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스를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충실한 제품이다. 조립 과정이 복잡하지 않고 별도의 부속품이 없어 혼자서도 빠르게 제품을 조립할 수 있다. 골판지 재질이라 꽤 가볍다. 하우스 오른쪽에 출입구가 마련되어 있고, 정면, 왼쪽 면과 천장 면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다. 하우스 내의 스크레처는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뚱냥이가 들어가기에는 좀 작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둥이가 하우스 안에 들어가서 몸을 한 바퀴 돌릴 수 있는 사이즈였다. 오히려 몸 사이즈에 딱 맞는 사이즈의 하우스여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거대한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고양이가 소라게처럼 스크레처 하우스와 하나 된 모습을 볼 수 있겠다. 다만, 호기심이 많고 머리가 큰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하우스 정면의 구멍에 머리가 껴 끙끙거리는 고양이를 이틀에 한 번쯤 구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가 15,000원?제조사 대산앤컴퍼니제품크기 430×310×310mm CREDIT에디터 김나연 사진 엄기태 실험묘 둥이, 꼬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18 11: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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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다리로 길냥패밀리의 NK HOTEL
- ESSAY잔다리로 길냥패밀리의NK HOTEL? NK HOTEL. 잔다리로3길의 한 카페에 마련된 고양이 전용 원목 쉼터다. 이 길의 고양이들은 이곳에서 천천히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때로는 보드라운 털을 만지는 것을 허락해 주곤 한다. 누구 하나 고양이들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 평화로운 동네의 여유 있는 고양이들, NK HOTEL의 손님들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늙은이, 만석이, 용준이, 라이너, 노랭이, 이쁜이, 보검이…. 8년 전, 카페 오픈 첫 손님인 늙은이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모이게 된 잔다리로3길 길냥패밀리다. 첫 손님이 너무도 반가워 간식을 하나씩 챙겨주다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사라지는 아이들도, 새로이 나타나는 아이들도 많았건만, 여전히 동네를 여유 있게 돌아다니는 늙은이를 볼 때마다 아주 많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보다 먼저 터를 잡고 이 동네를 지키고 있는 아이일지도 모르는 늙은이가 사는 이 동네야말로 고양이들의 천국이지 않을까? 늙은이와 단짝인 만석이는 한참 동생이지만 늠름하게 잘 생긴 외모와 떡 벌어진 덩치에 한동안 이 동네 서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 여름부터 많이 아팠는지 삐쩍 말라 나타났다. 한동안 약도 먹이고 고기에, 좋은 간식들 챙겨주며 마음 졸였는데 늙은이와 딱 붙어 다니며 둘이 서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제도 둘이 NK HOTEL에서 점심 배불리 먹고 나란히 낮잠 자는게 너무 좋아 보였다.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도 모두 흐뭇해했다. 검은 턱시도 용준이는 원래 윗 골목 카페에서 챙기는 아이였다. 잘 생겨서 용준이라 이름 지은 카페 사장님이 어느 날 찾아와 카페가 이사 가게 되어 용준이를 부탁한다며 이름과 사진까지 주고 가셨다. 가끔씩 놀러오던 용준이는 지금은 매일 들러서 밥 먹고 놀다가 간다. 아주 통통하게 살이 쪄서 사장님께 연락이 와도 걱정 마시라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다. 작년 봄부터 가을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던 라이너와 노랭이. 항상 둘이 함께 하루 세 끼, 그리고 잠자리까지 카페에서 해결하던 녀석들이 겨울이 되자 갑자기 사라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도 돌아오지 않았다. 봄이 되면 다시 올 것이라 믿고 기다렸건만 둘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다들 너무 예뻐서 누군가 입양했을 거라 얘기한다. 적어도 이 동네에는 고양이에게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나로서도 그렇게 믿고 싶다. 너무 예쁘고 똑똑한 라이너와 노랭이니까, 분명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올해 초 새롭게 등장한 보검이. “보검아~” 부르면 저 멀리서도 뒤돌아보는 똑똑하고 잘 생긴 녀석.이제 7개월쯤 된 보검이에게 얼마 전 놀라운 일이 생겼다. 너무 잘 생겨서 다들 당연히 남자애인 줄 알았는데 두 달 전부터 갑자기 배가 부르기 시작하더니 며칠 전 아기를 낳은 것이다. 으아… 여자애였다니…! 이름을 보순이로 바꿔줄까 했지만 그래도 익숙한 첫 이름 그대로 보검이로 부르기로 했다. 여전히 매일 삼시 세끼를 NK HOTEL에서 해결하고 있는 보검이. 물론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잘 먹고 있다. 애기 엄마니까 닭고기도 삶아주고 영양제도 먹이고. 하하. 사실 이 동네에서는 NK HOTEL 외에도 고양이들이 머물다 갈 곳이 많다. 사료를 내어놓고 있는 앞집 가게, 신선한 닭고기가 있는 옆집 식당, 맛난 간식을 준비하고 있는 뒷골목 사무실…. 흔치 않은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잔다리로3길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이다. 하나둘씩 새로운 고양이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때면, 혹시 고양이들 사이에서 이 동네가 소문난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하. 잔다리로3길 냥패밀리처럼, 세상 모든 길고양이들이 사람들?과 함께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모두가 바라는 진정한 세상일 테니까 말이다.?CREDIT글 노희정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17 12: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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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화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 민화작가 …
- 아틀리에의 고양이민화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민화작가 박혜진과 락군? 박혜진표 민화의 생명력은 위트와 유머다. 그는 민화의 채색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현대적인 도상과 전통적인 도상을 교차시켜 새로운 현대회화를 만든다. 그림 속 고양이는 앞발로 레고 장난감을 쓰러뜨리고, 담장을 오르내리며 숨바꼭질을 한다. 좋아하는 작가가 다녀왔거나 혹은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대신 다녀오기도 한다. 모로코, 남극 대륙 등 이국적인 풍광에 스며든 고양이는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에 민화를 그린다는 건 조선시대 민화작가들이 그랬듯 박혜진 작가도 회화 전공자가 아니다. 학교에선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쇼핑몰을 운영하다 회사원 생활도 했다. 그 사이 2년 정도 문화센터에서 민화를 그리고, 동양화가의 화실을 잠시 다닌 것이 그림 경력의 전부다. 기법을 배우는 건 재미있었지만 본대로 그리는 건 싫었던 작가는 전통 민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그렸다. 연화도를 배경으로 호박과 고양이를 그린다든지, 모란도 뒤에 숨은 반려묘 락군이를 그리는 식이었다. 급기야 범고래와 인사하는 락군이가 등장하는가 하면, 펭귄 무리 속으로 숨어들어 탐험을 즐기는 철수, 락군, 호돌이가 단체 출연하기도 한다. 그의 민화에 등장하는 ‘철·락·꽃·똘·꼬’ 패밀리는 작가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고양이 가족이다. 첫째 철수, 둘째 락군, 셋째 꽃순이, 넷째 똘이, 다섯째 꼬꼬의 줄임말이란다. 2002년 11월 친구 작업실 근처 길고양이의 새끼였던 철수를 데려온 것이 ‘패밀리’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고양이? 집에 들이기만 해봐라” 하고 엄포를 놓았던 어머니는 일주일 만에 철수를 “왕자님”으로 부르는가 하면, 철수가 외로워 보이니 동생을 들이자고 할 만큼 고양이에 푹 빠졌다. 가족의 환대 끝에 들인 둘째가 2004년 1월에 데려온 락군이다.? 모델이 되어준 ‘철·락·꽃·똘·꼬’ 패밀리철수 7살, 락군 6살 때까지만 해도 박혜진 작가는 길고양이를 ‘집고양이와는 별개인 야생동물’ 정도로 여겼다. TNR의 필요성도 몰랐고 사람과 공존해야 하는 동물이란 인식도 없었다. 그 생각을 깨준 것이 길고양이 꽃순이다. 아픈 몸으로 치료해달라는 듯 어머니 가게에 쏙 들어온 꽃순이를 돌보다 2009년 4월 입양했다. 한데 락군이의 반발이 심했다. 꽃순이가 앉은 자리마다 오줌 테러를 해댔다. 결국 작가는 2010년 무렵 작업실 겸 집을 얻어 분가하면서 락군이를 데리고 나왔다. 여러 고양이 중 락군이가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도 늘 작업실에서 같이 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락군이의 모습을 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낯선 사람을 무서워해서 구석에 숨는 탓에, 실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투명고양이’가 바로 락군이라고. 넷째 호돌이는 동네 슈퍼에서 묶어 키우던 새끼고양이였다. 가게 앞에 둔 삼단 서랍장 한 칸이 호돌이의 집이었다. 주인 할아버지는 “몸이 커지면 서랍에 못 들어간다”며 호돌이를 굶기다시피 했고, 물그릇이 얼어붙는 한겨울에도 가게 앞에 묶어두었다. 보다 못한 작가의 어머니가 대신 키우겠다며 조른 끝에 2011년 크리스마스 날 간신히 데려올 수 있었다. 호돌이를 처음 거실에 내려놓았을 때 보인 반응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집에 와서 목줄을 풀어줬더니 거실을 쉬지 않고 뱅글뱅글 돌더라고요. 내내 묶여서 얼마나 뛰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동물도 조기교육이 중요한데, 호돌이 성질이 고약한 것도 묶여 자란 영향 아닐까 싶어요.” 고양이별 떠난 꼬꼬야, 나비 되어 다시 오렴? 막내 꼬꼬는 2010년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분가 준비를 하던 시절 만난 길고양이였다. 셋째 꽃순이를 키우며 길고양이의 세계를 알게 된 작가는 꼬꼬에게 왠지 마음이 갔다. 밥을 주려고 몸을 숙이면 등에 올라타 꾹꾹이를 할 만큼 사람을 좋아해 더욱 그랬다. 2011년 겨울, 호돌이와 꼬꼬 중 하나를 입양해야겠다 고민하다 좀 더 상황이 나빴던 호돌이를 택했지만, 꼬꼬도 자꾸 눈에 밟혔다.? ? 뒤늦게 꼬꼬를 데려온 건 칼리시로 인한 구내염이 심해져 밥도 못 먹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였다. 한 달간 집에서 치료하며 돌보다 가족이 되었지만, 작업실에 살던 락군이를 뺀 나머지 고양이들에게 그만 병이 옮았다. 그 과정에서 셋째 꽃순이를 잃었고 꼬꼬도 2년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제 ‘철·락·꽃·똘·꼬’ 패밀리는 셋만 남았지만, 누가 “고양이가 몇 마리 있어요?” 하고 물으면 “세 마리”란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떠난 두 아이가 지금도 집 어딘가 있는 것 같아서. 3점 연작인 <묘접도>는 떠난 꼬꼬를 기리며 완성한 작품이다. “꼬꼬가 투병할 때였어요. 의사 선생님이 꼬꼬가 치료도 잘 받아서 착하고, 이마 무늬도 예쁘다며 ‘머리에 나비가 있네’ 하시는 거예요. 그 이야기 듣고부터 검정 나비가 날아와 머리에 앉은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묘접도가 나온 거죠.” 사실 <묘접도> 연작은 끝난 게 아니다. 꼬꼬 머리에는 나비 무늬가 남고, 흰 나비가 멀리 날아가는 그림으로 끝을 맺을 생각이다. 작가는 매화골에서 여왕으로 군림하고 살던 꼬꼬가 지금도어느 화단에서 나비랑 놀거나, 나무에 주둥이를 긁고 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올해 9월 열릴 제9회 고양이의 날 기획전에도 참여하는 박혜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아홉 마리 고양이 요정이 등장하는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꼬꼬가 요정이 되어 오빠 락군 곁에 머물며 도와주는 모습을 그리고 싶다. 고양이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들 박혜진 작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그림을 지향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일상을 그린다. 내 눈에 귀여운 순간, 마음에 꽂히는 한마디, 여행하다 문득 든 ‘우리 애들이 여기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이를 한데 모아 따뜻한 눈으로 고양이를 그려내고, 고양이를 보는 다른 이들의 눈길이 따뜻해지는 계기를 만드는 것-그것이 화가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라 믿는다. 길고양이였던 꼬꼬를 모델로 <초충묘도>를 그리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길고양이를 돌보거나 입양한 분들이 이 그림을 좋아하셨어요. ‘내 새끼가 길에 있을 때도 저랬겠구나’ 하고 느끼신 것 같아요. 길고양이를 잘 모르는 분들에겐 한쪽 귀를 커팅한 꼬꼬의 그림을 보여드리고 자연스럽게 길고양이 TNR을 설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요. 저도 꽃순이를 키우기 전까지 TNR을 몰라서 ‘귀를 왜 잘랐어? 학대 아니야?’ 생각했거든요.” 고양이들의 오늘 하루가 행복하고, 내일은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 이를 이루기 위해 그는 한 발짝씩 나아간다. 아파트 단지에 캣맘이 한두 명만 있어도 그곳의 길고양이 삶은 한결 나아지는 걸 알기에, 그림을 통해 고양이를 사랑하는 ‘한두 명’이 자신의 주변에서 늘어날 수 있게 만드는 화가가 되고 싶은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CREDIT글 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17 11: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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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의 게스트하우스
- DRAWING고양이의 게스트하우스?분명 고양이들에게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신출귀몰하게 자취를 감췄다가 어느 샌가 훌쩍 나타나 있고는 하는 사례들이 설명이 안 된다. 고양이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내놓은 그림이 그 증거다. 고양이들만의 게스트하우스를 상상한다. 이족보행을 하는 생물은 혼자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일 것이다. 집고양이는 집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가 외출을 하거나, 깊은 잠에 빠져든다면 서랍 문을 열거나 벽 틈 사이를 비집고 다른 차원으로 건너갈 것이다. 길고양이 또한 마찬가지.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출입구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찾기만 하면 열심히 드나들 게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 사실은 상상하는 만큼 무척 많다. 고양이들은 가장 취향에 맞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해 킬킬거리며 유쾌한 휴식을 취할 것이다. 다만 인간세계에 놓고 온, 고양이를 살뜰히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게스트하우스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을 안쓰러워하지 않을까.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돌아온 후에는 이따금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 꿈을 불어넣듯이 머리속에 이 풍경을 슬쩍- 집어넣어 줄 것이다. 고양이는 이런 곳에서 삶의 피로를 풀고 있노라고. 너도 고양이가 된다면 이 곳으로 와서 캣닢을 즐기자고. 그가 그림을 그려 고양이의 게스트하우스를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은 채 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게스트하우스 뚱냥? 이곳은 아무나 이용할 수 없는 고양이 전용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고양이 손님들은 각자의 캣타워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느긋하게 보냅니다. 차를 마시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지요. 때로는 만찬이 준비된 테이블에서 여럿이 즐겁게 먹고 마시기도 합니다. 날씬한 고양이도 이곳에서 묵으면 뚱냥이가 되어 떠난다는군요. 여행객 길냥이들의 아늑하고 행복한 쉼터, ‘게스트하우스 뚱냥’입니다. 최봉수 (twitter / bskirei)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위주로 작업합니다. 상상의 공간 속에서 풍요로움과 호화로움을 즐기는 뚱냥이를 주로 그립니다. 뚱냥이 애니메이션과 그림을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쉬어 가는 곳? 고양이들의 게스트 하우스에 초대되었습니다. 이곳은 한적한 바다 마을에 자리 잡고 있어요. 바람 소리 바닷소리가 이곳의 전부니 소음 때문에 소심한 고양이들이 놀랄 일은 없네요. 계단이 높은 건물로 수직 운동을 좋아하는 그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거실로 들어가 봤어요. 캔과 간식이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고 이곳의 주인장들이 둘러앉아 있습니다. 카펫 위에는 그들의 털이 잔뜩 묻어있는데 두께감을 주어 밟기 푹신합니다. 청소는 방문하는 게스트들이 한다고 들었어요. 구멍 나고 뜯어진 소파들은 고양이들의 스크래쳐 대용일 테죠. 고양이들은 손님이 오거나 말거나 모두 낮잠에 취하기 바쁩니다. 꾸벅꾸벅… 그들의 편안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저까지 졸음이 쏟아집니다. 아마 남은 저 소파가 저를 위한 자리인 듯싶으니 앉아 휴식을 취하도록 해요. 고양이처럼 느긋한 마이웨이로.? 줄리 (instagram / juliefriedfish)일러스트레이터 겸 웹카투니스트. 일상, 고양이, 연애 관련 그림을 그립니다.? CREDIT? 글 그림 최봉수, 줄리 에디터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11 1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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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도자기 마을 하기
- WONDERLAND고양이와 도자기 마을 하기? | 일본 야마구치현 하기는 성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항구 마을이다. 지금은 성터만 남아 있지만 그 주변으로 옛 풍경을 간직한 상점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 도자기의 명소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네코노쵸(고양이 마을), 고양이 절 운린지 등 고양이 명소가 많다. 마을의 캐릭터가 고양이(하기냥)라는 점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 푸른 잎사귀를 살피는 하기의 길고양이. 뜯어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얼굴이다. 따뜻한 아스팔트 위에서 식빵이 되어 풍경으로 자리잡는다. | 하기 고양이들은 그늘 위에서 여름을 보낸다. 하기 성터와 주변 공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양이을 반기는 마을, 하기. 고양이를 키우는 주민들도 많아 골목골목 숨어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CREDIT 글 사진 박용준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7-11 09:5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