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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1 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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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0 1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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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0 10: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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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30 09: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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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27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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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27 09: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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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24 09: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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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와 안락사, 암과 복막염 우리 고양…
- 잠시만 안녕유기와 안락사, 암과 복막염우리 고양이 얘기입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반려인이라면 언젠가 맞게 될 시간이나 상상조차 아픈 탓에 쉬이 회자되지 않는다. ‘잠시만 안녕’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보며 이미 떠나보낸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그 시간을 앞둔 이들에게 마음 다짐의 계기를 전한다. 내 고양이가 아픕니다, 많이 이름은 니르고, 3~4살일 거예요. 동물병원 앞에 버려지고 그 동물병원에서도 다른 곳으로 보내서 안락사 하루 전에 살아난 놈입니다. 원래 순한 건지 그런 경험이 성격을 만든 건지 착하고 지나치게 조용해서 짠하기까지 했어요. 물론 흥이 나면 잘 놀았지만요. 설사기가 있어서 항생제를 먹고 좀 나아졌는데 완전히 좋아지질 않아 다시 병원에 갔어요. 탈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암이라뇨, 전이라뇨, 복막염과 복수라뇨. 수의사가 그런 말을 쏟아내는 동시에 내 눈에서도 절로 물이 떨어졌습니다. 지난 며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울어도 안 울어도 온 몸이 아팠습니다. 갑작스런 충격 때문이었겠지만 이제 감정에 푹 빠져서 우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 내가 얘를 돌봐줄 수 없으니까요. 조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얼마일지 모르지만 내 고양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귀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내가 간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모든 관계가 시한부인데 언제 갈지를 알았다고 해서 이런 마음이 들다니요. 니르가 엄청 예쁘지만 가끔 부담과 귀찮음도 느꼈던 내가 말이죠. 밥을 못 먹어 살이 많이 빠지고 털에 윤기가 없고 발바닥 젤리가 하얗게 변해도 여전히 내 고양이는 너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앞으로 이 털을 쓰다듬지 못하고 고르릉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이 너무 무섭고 두려운데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니르에게 눈길을 돌리면 니르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앞으로도 쭉 그럴 것입니다. 니르가 멀리 떠났습니다 니르야, 무지개다리는 다 건너갔니? 짧은 생 동안 누구에게도 해 끼치지 않고 많은 이들의 기쁨이었던 너는 분명 꽃밭에서 신나게, 생기 넘치게 뛰어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천국이란 게 있다면 너 같은 영혼에게 마땅하니까. 사실 네가 이제 아프지 않아 난 너무 기쁘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아픈데, 너무 걱정 말아라. 너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거니까. 나도 좀 아파봐야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겠니? 보고싶다, 니르야. 너의 부재가 말할 수 없이 휑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너의 부재만큼 우리 집은 너의 존재로 온통 가득 차 있다. 우리 집 구석구석에서 뛰어노는 네가 보이고 하늘에, 바람에, 햇살에, 그리고 내 가슴에 너는 영원히 남아 있거든. 편재하는 너로 인해 나는 슬프고도 기쁘다. 여전히, 영원히 사랑해. 부디 그곳에서 편히 쉬길 바랄게. 우리 니르. CREDIT글 사진 이진경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30 10: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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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마지막 식사일지 모르는 길 위의…
- GRAND MOTHER어쩌면 마지막 식사일지 모르는길 위의 고양이들을 위해 길고양이들의 모습에서 그 마을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경기도 일산의 캣맘 삼분 씨의 뒤를 따르며 만난 마을의 고양이들은 사랑 듬뿍 받으며 자란 집고양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건강하고 말끔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건축 이전에 살던 생명은 삼분 씨와의 첫 화제는 최근 보도되어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한 ‘일산 PC방 고양이 학대 사건’이었다. 바로 옆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다. 삼분 씨는 학대자를 향해, 미약한 처벌체계에 대해 거친 말을 쏘았다. 일면 이해가 되었으나, 한편으론 저 뜨거움이 어디서 왔는지 의아했다. 궁금증이 풀리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삼분 씨는 이 아파트 단지의 세 번째 입주자다. 일산이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부상할 때였다. 현대식으로 쌓아 올린 근사한 아파트에 저마다의 꿈을 갖고 몰려든 사람들. 그 틈에서 삼분 씨는 쓰레기봉투를 뜯는 볼품없는 고양이를 봤다. 이 아이는 아마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부터 여기에 살던 원주민일 것이다. 직감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청운의 꿈을 갖고 새 집을 마련한 사람들에게 쓰레기나 헤치는 고양이들이 얼마나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될지. 봉투를 뜯던 고양이를 쫓아간 자리엔 새끼 고양이가 몇 마리 있었다. 삼분 씨는 얼른 집에 들어가 먹을 것을 가져줬는데, 사람 밥에 통조림 참치를 섞은 ‘개밥’이었다. 그때는 시판되는 고양이 사료가 거의 없었고 그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했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야무지게 먹어치웠다. 밥그릇 안에 들어갈 기세로 허겁지겁 먹는 새끼들과 그 옆을 내내 지켜보다 빈 그릇을 핥는 어미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삼분 씨의 마음은 미어졌다. 그 날을 계기로 삼분 씨는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그땐 분명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끈끈한 편견과 혐오를 차차 목도하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밥만 줄 순 없더라 현재는 과거의 결과다. 그러니 삼분 씨가 여러 해 동안 겪은 논쟁과 다툼의 역사를 적기보다, 지금 동네의 상황을 살펴보자. 삼분 씨는 서른 개 정도의 밥자리를 돌며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분할해 한쪽은 다른 캣맘에게 맡기고 자택 주변 밥자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가끔 근처 단골식당과 조금 떨어진 야산에도 올라 고양이들의 식사와 보금자리를 살펴 준다. 고양이들이 그렇게 많을까 싶었는데, 밥그릇에 사료 쏟는 소리만 나도 어딘가에 은신해 있던 녀석들이 고개를 내밀고 반가움을 표한다. 야산의 밥그릇엔 4kg 사료 포대를 통째로 붓고 와야 할 만큼 식구들이 많다고.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의 번식력이라는 것을, 모든 캣맘들은 알고 있다. 삼분 씨가 관리하는 거의 모든 아이들의 귀는 조심스레 커팅이 되어 있다. 이는 중성화 수술(TNR)의 상징이다. 사정을 모르는 눈으로 보니 가끔 나타나는 아기 길고양이의 뒷모습이 귀엽기만 했는데 삼분 씨는 “그렇게 신경 썼는데 어떻게 임신을 했는지”라며 결이 다른 말을 했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에겐 적당한 밥자리를 마련해주고, 발정이 와 밤낮 우는 고양이는 중성화를 시켜주면 되지만, 이미 태어나 고양이 집단을 불려버린 고양이들은 어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보는 시선이 고와지고, 오랜 설득으로 해코지하는 주민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길에서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운명은 꽃길보단 가시밭길이다. 사람과 고양이의 합리적인 공존, 이미 있는 고양이들의 부족함 없는 삶을 위해 삼분 씨는 중성화를 통한 개체 수 유지에 세심히 신경 쓰고 있다. ‘현재’를 하나 더 말하자면, 삼분 씨는 경비 아저씨들에게 가끔 커피를 돌린다. 단지 내 입김이 센 사람들에겐 가끔 봉투도 보낸다는 은밀한 말도 전했다. 이웃 1층 집 베란다 밑에, 어린이집 계단 아래, 경비실 화장실 옆에 마련된 고양이 밥자리는 지난한 설득과 타협의 결과가 아니라 차라리 유상 임대한 한 줌의 부지였다. 그럼에도 밥자리를 치우란 원성과 그렇게 좋으면 집에 데려가 키우라는 몰상식한 항의는 여전하며 아침마다 목조 급식소는 파손된 채 발견된다. 아무리 때우고 막아도 물이 새는 댐처럼, 완전한 공존은 닿을 듯 닿지 않는 아득한 꿈일지도 모른다. 시작은 미미했고, 끝은 보이지 않지만 “밥을 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여력이 되고 건강하지만 혹 아프거나 형편이 어려워지면 사람에게 의지하고 밥을 기다리는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밥을 주면서도 늘 마음이 편치 않아요.” 삼분 씨는 사료에 몰려드는 아이들마다 이름을 알려주며 그들의 삶을 소개했다. 밥을 처음 줄 때는 몰랐을 것이다. 이토록 깊숙이 아이들의 삶에 관여하게 될 줄은. 그러나 그것은 필연에 가깝다. 다시 적자면, 밥에 가까이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살아온 역사를, 환경의 척박함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굶주린 생명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추위에 떠는, 병에 걸린, 학대를 받는 생명도 지나치지 못한다. 경기 북부에 위치한 이곳은 방문한 10월에도 벌써 낙엽이 많이 져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찾아온 냉기. 캣맘들은 도저히 밥만 줄 순 없다. 부서진 급식소를 손 보고 거처에 담요나 스티로폼을 넣어줄 때다. 아파트 지하 공동 보일러와 연결된 대형 환풍구 앞은 훈풍이 뿜어져 나와 밤마다 아이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동시에 소음과 용변, 주민들의 혐오 어린 시선도 집중되기에 밥을 주지 않는 날에도 둘러보러 나올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삼분 씨의 몸과 마음은 더 바빠질 것이다. 고된 일이지만, 그러면서도 그가 잃지 않으려는 게 있다. “오늘 주는 이 밥이 마지막 밥이 될지 모르잖아요. 아이들이 즐거운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언제나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예민한 길고양이들은 밥을 먹을 때 비로소 사람을 가까이서 본다. 사람에 대한 인식을 가장 많이 입력하는 때가 이 순간이다. 비단 고양이를 하찮게 보는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표정이 아니라, 캣맘을 통해 사람을 배우는 고양이를 위해서 삼분 씨는 웃는 얼굴을 견지해 오고 있다. 삼분 씨가 이 마을에 온 지 20년. 다 적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분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지역의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는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30 10: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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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가방에 전해진 작은 선물
- 잠시만 안녕종이가방에 전해진 작은 선물 SK텔레콤에서 뭐가 왔어? 은별이와의 만남은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찬바람이 쌩하니 부는 날에 문 밖에 나가봤더니 종이가방이 하나 있었다. 선물인가 하고 열어보니 병든 강아지가 담겨있었다. 쇼핑백에 들어있던 작은 강아지. 그 모습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은별이가 담겨있던 가방에 ‘SK텔레콤’이 쓰여 있었다는 것까지도 기억난다. 11월 이 차디찬 날씨에 어쩌자고 옷도 입히지 않은 작은 강아지를 유기했을까. 병원에 가보고 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은별이는 선천적으로 피부병을 안고 태어난 데다 탈장까지 겹쳐 병원을 계속 들락거려야 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은별이는 생후 2개월 만에 유기견이 되었다. 내게는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었고 당시의 남자친구는 실내견을 키운다는 개념조차 없던 사람이었다. 키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내 뒤통수를 잡아 끈 한마디. “이런 아이들이 안락사 1순위예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별이를 안고 집에 돌아와 있었다. 사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12년이 지나 있었다. 너 빼곤 다 바뀌어도 돼 매일 산책을 했을 뿐인데, 매일 꽃을 보고 낙엽을 보고 눈을 함께 보았을 뿐인데. 왜 12년이 흘러버린 걸까. 시간은 공평하다는데, 개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향할 곳 없는 심통이 난다. 그동안 알레르기로 입원까지 해가며 개 키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던 남자친구는 남편이 되었고, 남편은 은별이가 없으면 잠을 청하지 못하는 ‘개바보’가 되었다. 12년 동안 나도 남편도 참 많이 바뀌었다. 파릇한 청춘이 중년의 부부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신기하게도 알레르기는 갈수록 약해졌다. 만들 줄 아는 강아지 간식이 많아졌고, 산책은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다. 그대로인 것은 은별이 뿐인 것 같다. 은별이 빼고는 모든 것이 바뀌어도 괜찮았다. 발 맞춰 걷는 걸 좋아하던 은별이는 이제 아빠 팔에 안겨 산책하는 것을 선호한다. 때로는 산책보다 햇살 바른 곳에서 한숨 자는 걸 더 즐기기도 한다.어느 날엔가 윤기를 잃은 털을 빗질해주다가 덜컥 겁이 났다. 소녀 같던 은별이 어깨에 언제 이렇게 세월이 내려앉아 있었던 것일까. 그 때부터 좀 더 부지런해지기 시작했다. 은별이에게 세상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그 핑계로 은별이 모습을 카메라에, 우리 눈에 많이 담아두고 싶어서. 거기에 네가 있었다 올해 초,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우울증이 찾아들었다. 이별이 믿기지 않았고, 상실을 또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한동안 잠으로 세월을 보냈다. 어쩌다 잠에서 깨 눈을 뜨면 멀거니 천장을 보곤 했다. 그 날도 그랬다.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은별이의 까맣고 반질반질한 단추 같은 눈과 눈이 마주쳤다. 너는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자주 내 침대 옆을 지키고 있었던 것일까. 비로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여전히 헤어짐이 두렵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더 많이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날 수 있었다. 내년에는 캠핑카를 살 생각이다. 거동이 불편해지는 은별이를 위해 편한 여행을 물색하다 결심했다. 돌이켜보니 12년 전 SK텔레콤 종이가방에 들어있던 것은 선물이었다. 충만한 애정과, 덤으로 피부병을 달고 있던 내 작은 선물. CREDIT글 사진 김순애에디터 이은혜 ?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30 09: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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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갸릉아, 너는 여전히 아름다운 냥이야
- BE COMPANIONS갸릉아, 너는 여전히 아름다운 냥이야 협회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낙성대에서 고시촌을 운영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였다.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여자가 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고 있는데 하루 종일 집안에서 게임만 하느라 방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이런 제보가 많다. 애니멀호더까지는 아니지만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로 혹은 불쌍하다는 감정으로 무턱내고 데리고 와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살기 위해서 고시원 좁은 방문을 열었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환기도 되지 않는 작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눈이 시리고 아플 정도였다. 삼삼오오 작은 눈동자들이 한쪽에서 빼꼼히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개 한 마리와 관리소홀로 너무도 일찍 엄마가 되어버린 6개월령의 엄마 고양이, 그리고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불안한 눈동자로 귀퉁이에 뭉쳐 있었다. 화장실에는 모래 한 톨이 없었고 모래 대신 깔아 놓은 신문지가 긁히고 긁혀 찢겨 있었다. 덩그러니 놓인 밥그릇과 물그릇은 말라버린 지 오래였다. 그렇지만 여자는 우리의 방문에도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미 고양이 이름은 ‘갸릉이’라 했다. 갸릉갸릉 골골 소리를 잘 내서 지어줬다고 했다. 하지만 갸릉이는 삶에 찌들대로 찌든 리틀맘일 뿐이었다. 마지막 골골송을 언제 불렀을까 싶을 만큼. 그런 지경에서도 제 새끼들을 지키겠다고 연신 우리에게 하악질을 해댔다. 갸릉이는 당시에도 임신한 상태였다. 집에 먹을 게 없어 젖이 돌지 않고 새끼들마저 병에 걸려버리자 오직 살기 위해 스스로 창문을 열고 나갔다고 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역한 음식물 쓰레기라도 먹기 위해 나갔는데, 여자가 깜빡 창문이라도 잠그고 외출하는 날이면 창문 앞에서 밤새 문이 열리기만을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불쌍해도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었단다. 그동안의 일을 들려주는 주인아주머니 또한 우리만큼이나 기막혀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갸릉이의 중성화와 새끼 고양이의 입양 추진이었다. 여자에게는 더 이상 고양이 수를 늘리지 말 것 그리고 갸릉이와 개는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펴줄 것을 당부했다. 갸릉이가 혹시 다시 외출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지자체 TNR에서 포획되지 않도록 귀 끝을 자르긴 했지만 마음에 걸렸다. 이상하게 계속 눈에 밟히고 자꾸만 걱정이 됐다. 며칠 뒤 찾아갔다. 발톱은 빠져 바닥에 떨어지고 집은 비어있었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갸릉이와 새끼들이 탈진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변기물과 마른 화분흙을 먹으며 겨우 버텼던 듯싶었다.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얼마나 창문을 긁고 긁었는지 갸릉이의 발톱이 핏자국과 함께 차디찬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여자가 밀린 월세도 해결하지 않은 채 개만 데리고 사라져버린 후의 일이었다. 처음 아이들을 봤을 때, 그때의 판단대로 밀고 나가지 못했던 내 자신을 책망했다. 그냥 그날 데리고 올 것을……. 새끼들은 힘겹게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고 리틀맘 갸릉이는 협회 쉼터인 휘루네로 입소시켰다. 갸릉이는 한동안 물과 사료가 언제나 가득 채워진 그릇 앞에서만 잠을 잤다. 먹는 양을 조절하지 못해 피똥을 싸고 설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갸릉이는 우리에게 다시 골골송을 들려줬다. 사료에 대한 집착도 사라지고 맘 맞는 친구도 사귀며 잘 지내는 듯했다. 갸릉이의 연두색 영롱한 눈빛이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괴로웠던 기억까지 도려내주세요 이대로라면 새로운 주인만 찾아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갸릉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한쪽 어깨가 위로 솟은 상태로 절뚝거리며 걸어 다녔다.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가 엑스레이를 찍었다. 어깨 부근에 엄청나게 큰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성인 남자의 주먹보다 크게 자란 종양이 어깨뼈를 밀어내 급기야 탈골에 이른 상태였다. 가슴이 미어졌다. 그날 검사가 힘들었는지 갸릉이는 입원실에서 나를 보며 끼융끼융 그렇게 울어댔다. 두 번에 걸쳐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혹시 남아 있는 종양이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으니 팔 전체를 절단하는 큰 수술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할 때 곁에 있어 주고 싶었다. 옆에서 기도해주는 것 외에 갸릉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보기에도 무섭고 큰 종양이 갸릉이 팔에서 잘려나가는 순간, 종양뿐 아니라 갸릉이의 괴로운 기억까지 모두 잘려나가길 간절히 빌었다. 갸릉이 몸에서 나온 종양은 미국행 종양 조직통에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컸다. 수술에서 깨어난 갸릉이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속 머리를 부딪쳤다. 진정제를 맞은 다음에야 얇게 숨 쉬며 숨을 골랐다. 갸릉이가 조금이라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도록 출퇴근길에 병원에 찾아가 다독였다. 두 번째 수술까지 씩씩하게 받은 갸릉이는 현재 한손으로 야무지게 모래도 덮고 벽도 긁으며 멋진 점프도 보여주고 있다. 유독 콩벌레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드는 것을 좋아했던 갸릉이. 이젠 완벽하게 몸을 동글게 말 수 없어도, 하얀 양말을 예쁘게 신은 팔 하나를 잘라냈어도 갸릉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갸릉이 그대로임에 감사함을 느낀다. 힘겨운 삶 속에서도 새끼를 지키려 했던 강한 모성애, 큰 병도 싸워 물리친 갸릉이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 한쪽 팔이 없어도 갸릉아! 너는 여전히 아름답다! CREDIT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본 기사는 <매거진C> 과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0-27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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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바람을 품고 이곳, 제주 바람 …
- FOLLOW당신의 바람을 품고 이곳,제주 바람 카페 느지막한 오후에 도착한 제주에는 벌써 이른 어둠이 내려앉으려 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바람 카페로 가는 길에도 외로운 겨울만 혼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오순도순 다정하거나 혹은 소란스럽기도 한 다른 계절에 비하면 겨울은 유난히 말이 없다. 부드러운 불빛이 새어나오는 공간과 부드러운 고양이털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옆 자리에 좀 앉아도 될까?나무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자그마한 카페 안에서는 모두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이미 몇 개의 빈자리에 고양이들이 누워서 자고 있는 중이라, 늦게 들어선 사람들은 고양이 옆자리나 맞은편을 골라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러는 와중에 아기 고양이들은 오래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짧은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는 사람들 사이를 탐색하러 돌아다녔다. 테이블 위의 빈 핫초코 잔에 관심을 보이거나, 자고 있는 어미 고양이 품을 파고들며 잠을 깨우기도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멀리서 벗이 보내온 엽서의 장면 속을 찾아와 다소 설레며 차분히 이야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이제부터 바람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의 도입부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할 참이었다. 어둠이 깊어지니 카페 창문에 달려 있는 불빛들이 더 반짝였다. 고양이들이 이곳에서 몇 세대를 거쳐 오는 내내 바람 카페는 조용히 그들의 집이자 쉼터가 되어 주었을 것이었다. 고양이가 이끌어주는 길이 근처를 지나던 이들 중 몇몇은 얼굴 색깔이 정확히 반은 검정, 반은 치즈인 묘한 고양이를 발견하고 홀린 듯이 따라 걷다가 바람 카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페에 도착해 보면 의자나 테이블 여기저기에서 하나 둘, 고양이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양이를 보고 놀랐다가도 워낙 사람을 따르는 애교 많은 성격들에 반해 결국 집사가 되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처음부터 고양이가 많았던 건 아니에요. 2010년에 오픈하고 두 달 정도 후에 첫 고양이가 생겼어요. 원래 제가 키우던 봉자씨라는 비글 믹스 강아지를 누가 훔쳐가는 바람에 너무 속상해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봉자씨라는 똑같은 이름의 고양이를 알게 된 거예요. 앞뒤 생각도 안 하고 일단 키우기로 했고, 그렇게 얼떨결에 고양이 엄마가 되었죠.” 고양이는 또 다른 고양이를 불러온다던가, 운명처럼 만난 봉자씨를 시작으로 그렇게 고양이들이 늘어갔다. 바람 카페의 현예지 씨가 직접 산파를 해서 아기들을 받다 보니 정이 들어 벌써 4대째 고양이 가족들이 함께하는 곳이 되었다. 공항에서 바람, 바람에서 공항 이곳에서의 바람은 ‘windy’이기도 하고 ‘wish’이기도 하다. 카페를 열기 전, 이 공간 자체에 반했던 그녀가 정말 자신의 ‘바람’을 이룬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바람 카페이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분들 역시 크든 작든 자신의 바람을 이루었으면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여태껏 몇 개의 바람들이 거쳐 갔을지는 알 수 없지만, 쉼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은 틀림없이 뜻밖의 위안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꼬물거리는 고양이들이 엎치락뒤치락 소파 위에 쌓여 있는 와중에, 근심이 소복하게 덮이지 않고 배길 수야 있었을까. 자신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만 메뉴로 선보인다는 예지 씨의 드립 커피와 핫초코도 마음을 덥혀준다. 그래서 바람 카페는 공항을 오가기 전에 들르는 코스로 추천한다. 공항에서 바람에 들러 제주를 만날 준비를 하고, 공항에 가기 전에 바람에 들러 제주와의 차분한 작별을 나누는 것이다. 완전한 휴식을 가져본 게 언제였나 싶은 이들, 도시의 짐을 내려놓고 고요한 제주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채 하지 못하고 소란하게 도착한 이들에게 좋은 시작과 끝이 되어주리라 의심치 않는다. 어떤 바람을 품고 왔다면 고양이들의 말없는 눈빛에 속삭여두자, 배부르고 따뜻하며 사랑받고 싶은 그들의 바람은 매일매일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CREDIT글 사진 지유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27 09: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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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하고 어려운 배변 교육 원리부터 이…
- CASE BY CASE복잡하고 어려운 배변 교육원리부터 이해하기 Q. 실내에서 배변을 잘 못 가리는 개가 있는가 하면, 어떤 개는 밖에 나가야만 배변을 한다고 해요. 그리고 어떤 개는 특정한 바닥에서만 배변을 하고, 교육이 되었던 개가 나이가 들면서 다시 배변을 실수하기도 하고요. 배변 교육은 정말 복잡한 것 같아요. A. 배변 교육의 핵심 열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 인간과 다른 개가 지니고 있는 본능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고, 그 다음에는 그 본능을 기반으로 연관을 통해 올바른 배변 습관을 교육하는 것입니다. 개의 본능을 이해하고, 연관을 통해 가르친다! 이것만 염두에 둔다면, 변화는 어느덧 여러분의 곁으로 찾아가 있을 것입니다. # CASE_1 어떤 배변 장소를 제공했는가? 우리 개가 어떤 바닥을 좋아하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개가 배변을 위해 선호하는 바닥은 보통 실내보다는 실외에 더 많이 존재하는데, 그 이유는 개는 배변 장소로 다공성 표면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다공성 표면이란 바닥 재질이 공기를 머금을 수 있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풀밭, 흙 등은 매끈한 대리석이나 코팅된 바닥보다 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바닥이죠. 개는 이런 바닥을 배변 장소로 더욱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실외로 나가 배변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본능에 맞는 방법이며, 실내에 배변장소를 원한다면 내 반려견이 배변을 하길 바라는 곳에 다공성 표면의 공간이 충분한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다공성 표면을 제공했음에도 배변 교육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들은 어떤 바닥에 배변을 하면, 다음에 다시 그 바닥을 찾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배변 교육이 오래 걸리게 되는 이유입니다. 올바른 바닥을 선호하도록 가르치는 최고의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이 배변을 원하는 장소로 개를 데려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 나은 배변 장소로 바꾸기 위해서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합니다. # CASE_2 배변 교육을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가? 개는 연관을 통해 배웁니다. 이 사실은 개에게 예절이나 트릭 등 어떠한 행동을 만드는 데에 절대적인 명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개가 하는 이유 또한 동일합니다. 내 의도와 관계없이 개 입장에서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연관 관계를 발견했기에 그 행동을 반복해서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 입장에서는 연관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호자는 내 반려견이 올바른 장소에 배변하는 연관을 맺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배변 패드 위에 소변만 보고 대변을 보지 않는 반려견에게 어떤 변수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과거에 배변 패드 위나 주변에서 대변 때문에 크게 처벌을 받은 트라우마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배변 패드와 대변을 쉽게 연관시킬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 교육은 단 하나의 왕도만 존재할 수 없습니다. 중한 것은 내 반려견의 배변습관에 어떤 연관이 작용하는지 관찰하고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연관을 맺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원하는 장소에 배변을 한 반려견을 칭찬하는 식으로 말이죠. # CASE_3 배변 실수한 반려견을 혼낸 적이 있는가? ‘개는 연관을 통해 배운다’고 설명했는데, 잘못된 배변을 혼내게 되면 개는 흔히 두 가지 연관을 갖습니다. 먼저 보호자가 있을 때 배변하면 처벌이 온다는 연관을 갖게 되어, 보호자가 없을 때에만 배변을 하는 개가 됩니다. 이 말은 개가 사람 앞에서 배변하는 것을 피하고, 배변을 보기 위해 사람이 없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보호자는 올바른 실내 배변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 잘못된 배변을 혼냈겠지만,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는 개는 보호자의 의도와 전혀 달리 보호자가 없을 때 배변을 해야 한다는 연관을 갖게 된 것이지요. 또 집 안에서 배변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연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실내 배변 시 항상 안 좋은 일(처벌)이 생긴다는 연관성이 깊어지면, 실외 배변만을 고집하게 되는 것입니다. 혼내는 것을 행동학적인 용어로 ‘혐오 자극’이라고 합니다. 모든 동물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자극이 발생하면 그 자극과 멀어지려고 합니다. 오랜 기간 맺어온 인간과 개의 사회적 관계가 없었다면, 우리가 반려견을 혼냈을 때 개는 우리 곁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배변 실수를 혼내면 반려견은 좌절합니다. 이 좌절은 행동 형성에도 지장을 주지만, 보호자와 반려견 사이의 유대감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CREDIT글 이기우(Alex lee) 그림 지오니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0-24 09:4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