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2건) [STORY]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STORY | 2017-11-14 09:58:27 [NEWS] 면접관이 물었다 “자네, 고양이랑 잘 노나” NEWS | 2017-11-13 16:04:18 [NEWS] 신비한 듯 기묘한 이 생물의 정체 NEWS | 2017-11-13 12:01:13 [NEWS] 스라소니는 그저 덩치 큰 고양이라고요 (영상) NEWS | 2017-11-13 11:28:53 [STORY] 동묘에서 만난 동묘의 기억 STORY | 2017-11-13 10:32:22 [STORY] 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 클리닝 마스터… STORY | 2017-11-13 10:17:43 [NEWS] 이 고양이는 커서 ‘소년명수 고양이’가 됩니다 NEWS | 2017-11-10 15:09:10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ESSAY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당신의 시작 누군가 당신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60 평생 착실하게 교직 생활을 해온 사람. 길고양이가 딱해 밥을 챙겨주던 사람. 유난히 몸이 약하던 사람. 그리고 한 고양이를 평생 마음에 품게 된 사람. 당신이 방글이를 만난 것은 2년 전, 호되게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교직 생활을 하며 길냥이들의 밥을 챙겨주던 당신에게 방글이는 다른 아이들과 좀 달랐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모진 이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기어코 밥을 먹으러 오곤 했으니까요. 자세히 보니 뒷다리도 쓰지 못하는 불구였습니다. 임신묘의 딱한 사정에, 당신은 어느새 방글이를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에게 새 삶을 선물하기 위해, 구조를 결심하게 된 것도 이 즈음이었지요. 구조, 그리고 당신의 변화 사람들의 괴롭힘으로 밥 주는 장소까지 빼앗기던 그 날, 당신은 방글이를 구조합니다. 휘청이던 몸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습니다. 만삭의 방글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요. 안전하게 세상에 나온 새끼 고양이들은 각자 입양을 가게 되었지만, 방글이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병원과 임시 보호처를 전전하다가 결국은 15살 노견이 있는 당신의 집에 오게 되었지요. 그런데, 방글이의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자신의 꼬리를 물어뜯는 자해행위를 하고 또 하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방글이를 좀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몸에도 이상이 나타났습니다. 혹시나 싶어 찾아가 본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파킨슨병. 치료시기를 놓쳤다는 그 말에 당신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진/종이우산 당신이 내게 내민 손 병으로 교직을 떠나게 되었고, 순식간에 일상은 마비됐습니다. 하루를 약으로 버티는 일이 늘어났죠. 정신이 까무룩해져 순간순간 기억을 잃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문득 맑은 정신이 돌아올 때면 병원에 있을 방글이 생각에 당신은 황망해지곤 했습니다. 아스라이 멀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당신은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쓰게 됩니다. 문맥도, 앞뒤도 없지만 이상하리만치 절박함이 뚝뚝 묻어나던 글. 그래요. 당신이 내게 남긴 첫 번째 글이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가 장애묘를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문신을 새기듯 남긴 글. 나는 그 글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테지요. 내가 잡은 당신의 손 긴 시간은 필요 없었습니다. 당신의 사연이 내 가슴을 두드렸으니, 이유는 그거면 충분했어요. 부랴부랴 임시 보호처를 리모델링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방글이를 돌보아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먼발치에서 걱정할 당신에게도 작은 평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방글이를 제게 맡기고 헤어지는 순간, 당신의 남편이 속삭이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아팠지... 이제 끝났다. 이제 끝났어...” 그 말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가장 많이 아파했던 것은 어쩌면 방글이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내 앞으로 편지가 하나 왔습니다. 당신이 손수 쓴 방글이의 일지였습니다. 언제 처음 발견했는지, 어떻게 케어했는지... 기억을 더듬어가며 쓴 글이었어요. “제가 이제는 글씨도 제대로 못 쓰는 퇴물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방글이를 사랑합니다”까지 읽고, 한참동안 다음 줄을 읽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방글이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방글이의 시작 당신의 절박한 안부 글 이후로 계절이 두어 번 지났습니다. 방글이는 임시 보호처에서도 유독 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였습니다. 자해의 흔적으로 단미 수술을 받아 꼬리는 흔적기관이 되었지만 그런 것쯤, 아무 상관없었죠. 방글이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모두,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번엔 당신을 활짝 웃게 해볼까요? 아니면 울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방글이가 가족을 찾았습니다. 따스한 집에 입양됐어요. 입양 가던 날, 막내딸이 온다고 떡도 하셨답니다. 요즘 방글이는 고3 오빠, 중2 언니, 엄마, 아빠, 고양이 동생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지내고 있어요. 당신과 내가 간절히 기도하던, 그런 가족이라면 믿어지시나요? 당신을 떠올리면 이상의 ‘이런 시(詩)’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이 시구로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CREDIT글 사진 로마맘에디터 이은혜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11-14 09:58:27 면접관이 물었다 “자네, 고양이랑 잘 노나” 면접을 앞둔 구직자들을 만반의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면접관의 질문을 듣고 당황한 남자가 있다. 그 질문은 바로 “자네, 고양이랑 공간을 함께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터넷 사이트 레딧의 사용자 chestman_unbound가 공개한 이야기다. 해당 남성은 임상 연구 분야에 일자리를 구했다. 서류를 통과하고 남은 것은 면접이었다. 면접 자리에서 해당 남성은 결코 준비하지 못했던 복병을 만났다. 남성을 당황하게 한 질문의 주제는 고양이였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관은 “고양이를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귀를 의심했다. 이어진 질문은 더욱 쌩뚱맞았다. “자신의 업무공간을 고양이와 나누는 것에 불만이 있습니까?” 알고 보니 이런 질문들은 이 일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해당 남성은 고양이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양이와 공간을 나눠 쓰는 것 역시 불만이 없었다. 그리고 이 답변은 남성의 구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출근을 하고 보니 사무실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이 고양이는 직원들이 갖는 개인 공간을 완벽하게 무시했다. 이곳 저곳을 떠돌며 애정을 갈구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면접자에서 직원이 된 남성은 고양이와 무척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가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사무실 고양이는 슬그머니 가까이 와 마우스 위에 턱-하니 눕는다. 얼굴에 얼굴을 맞대고 얼른 자신을 쓰다듬으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근무처에 애정을 갈구하는 작은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닌 듯 하다. 레딧의 많은 유저가 사연의 주인공을 부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CREDIT에디터 이은혜사진 reddit/chestman_unbound? NEWS | 2017-11-13 16:04:18 신비한 듯 기묘한 이 생물의 정체 한국인에게 비둘기란 잿빛 도시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일견 불결해 보이지만 때로는 애잔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부다페스트의 비둘기는 지구상 그 어떤 생물체와도 비교하기 힘들어보인다. 부다페스트 비둘기는 ‘비둘기’라는 종으로 구분지어도 될지 고민될 정도로 기묘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다. 흡사 다른 행성의 외계생물체처럼 보일 정도다. 놀랍도록 큰 눈이 처음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러 빛깔의 깃털 역시 묘한 매력을 가중시킨다. 이 새들의 또 다른 이름은 ‘부다페스트 하이플라이어스(Budapest highflyers)’다. 굉장히 높이 날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 부다페스트 비둘기는 어떻게 알려졌을까? 1907년경,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살고있던 폴트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새 브리더로 높이 나는 경주에 참가할 수 있는 새를 세상에 내놓고 싶어 부다페스트 비둘기를 개량했다. 비둘기 경주는 부다페스트에서는 매우 유명한 행사다. 브리더들의 이름 때문에 부다페스트 비둘기들은 종종 폴트 비둘기로도 불린다. 툭 튀어나온 독특한 눈 외에도 부다페스트 비둘기들은 독특한 깃털 색으로도 유명하다. 부다페스트 비둘기를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제법 된다는 후문이다. CREDIT에디터 이은혜사진 어네스트 투 퍼스? NEWS | 2017-11-13 12:01:13 스라소니는 그저 덩치 큰 고양이라고요 (영상)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으면 그릉거리는 소리를 내고 등으로 바닥을 쓸며 애교를 부린다. 몸집이 큰 고양이도, 작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고양이과 맹수는 어떨까? 스라소니는 유럽과 아시아, 북아메리카 북부에 사는 고양이과 동물이다.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종이며 몸무게는 10~20kg 정도다. 꿩 등을 사냥하는 준 맹수로 알려져 있다. 동물 전문 매체 어네스트 투 퍼스는 최근 스라소니가 담긴 한 영상을 공개했다. 스라소니는 박스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평범한 고양이처럼 말이다. 확실히 고양이들은 박스를 좋아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아닌 스라소니도 사람의 손길을 허락해줄까? 함께 영상을 확인해보자. 스라소니는 사람이 쓰다듬어주자 즉각 박스에서 몸을 일으킨다. 마음껏 쓰다듬어 달라는 듯 자리를 잡는다. 몸을 쓰다듬어주자 바닥을 뒹굴며 애교를 피운다. 도톰한 발과 은회색 털결은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영상 속 스라소니는 맥스라는 이름을 가졌다. 사실 맥스는 지난 2011년 5월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그렇기에 인간의 손길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귀여운 은회색 스라소니 맥스가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CREDIT에디터 이은혜영상 및 사진 유튜브 WildlifeBernie? NEWS | 2017-11-13 11:28:53 동묘에서 만난 동묘의 기억 ON SITE동묘에서 만난 동묘의 기억 동묘에서 만난 동묘 몇 년 전이었을까. 퇴근 후 추위로 벌게진 뺨을 문지르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아는 친구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양이가 이상하단다. 나는 그녀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조차도 알지 못했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너 언제부터 고양이 키웠어?”라고 묻는 내게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며칠 전 동묘 애완동물 거리에서 추위에 떨던 새끼 고양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무작정 2만원을 주고 사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고양이는 축 늘어졌다. 병원을 전전했다… 이후의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자면 추운 겨울 동묘에서 사 온 새끼 고양이는 알 수 없는 질병을 버티지 못하고 고양이별로 떠났다. 그녀는 첫 반려동물을 잃고 오래 의기소침했다. 한동안은 고양이를 산 동묘 근처에 가는 것도 꺼려했다. 철창 속에 모여 꼬물대는 고양이를 보면 죽은 새끼 고양이가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몇 번의 겨울이 지나갔다. 안녕하지 못하던 수많은 동물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까. 동묘에서 2만원에 구해온 그녀의 동묘(冬猫)가 생각나 그 곳으로 다시 발걸음했다.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동묘 흐린 날씨 때문일까. 얼마 전 있었던 큰 화재의 영향일까. 유난히 스산하게 느껴지는 골목을 지나자 하나 둘 동물이 담긴 철제 케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무채색의 거리, 칼바람 속에서 버티기 위해 서로의 품을 파고드는 동물들. 귀엽다는 생각보다 딱하다는 감정이 앞선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이곳의 동물들은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 끈 것은 토끼 우리였다. 사람의 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케이지 안쪽에 예닐곱 마리의 토끼가 모여 있었다. 무심코 가까이 다가가니 한 녀석이 홀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우뚝 서더니 앞발을 내민다. 마치 어서 이곳에서 꺼내달라는 것처럼. 내민 앞발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노랗게 묻어있다. 애써 눈길을 돌린다. 토끼장 옆에는 햄스터장이 놓여있다. 작은 리빙 박스에 햄스터가 빼곡하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햄스터를 사려는 듯 화기애애 모여 있다. 애완동물거리에서 목격한 가장 활력 넘치는 장면이었다. 햄스터와 햄스터장을 사는 학생들 뒤로, 하얀 새가 겹쳐 보인다. 날 곳을 잃고 누군가 자신을 택해주길 기다리면서, 철장 속에서 미동조차 없는 새였다. 고양이 없는 거리에 누군가 이야기했다. 동묘역에 있는 청계천 동물거리에서는 못 구하는 동물이 없다고. 농담 삼아 고래가 있냐고 물어봐도 일주일이면 구해줄 수 있는 곳이 그곳이라고 했다. 실제로 동묘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보기 힘든 동물들과 만날 수 있었다. 프레리독부터 도마뱀까지. 인절미 같은 털색을 지닌 프레리독은 틈만 나면 철창 사이로 탈출을 시도했나보다. 수백 번 수천 번 얼굴을 들이밀어 얼굴 모양으로 케이지가 휘어있다. 비틀린 철장 사이로 내민 주둥이는 털이 숭숭 빠져있다. 동묘, 겨울 고양이를 찾으러 왔다가 고양이 아닌 다른 동물들을 잔뜩 만났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청계천 애완동물거리에서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는 상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깃털 하나 만큼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작은 동물들이 담긴 케이지에는 수통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했고, 자신의 배설물이 덕지덕지 붙은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털친구도 있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없어진 그 케이지는 또 무슨 동물들로 채워졌을까. 집에 가는 지하철 안, 녹슨 철창 속 까만 눈망울이 떠오른다. 미안함에 끝까지 똑바로 눈을 맞출 수 없었던 수많은 눈동자들 말이다. CREDIT에디터 이은혜사진 김기웅 한은주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11-13 10:32:22 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 클리닝 마스터… CATSCO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클리닝 마스터를 만나다 집사에게 월동 준비란 곧 고양이들의 나부끼는 털을 제압하는 일이다. 퀘스트를 완벽히 처리하기 위해 수많은 집사들이 머리를 모았지만 털 완전 박멸에의 꿈은 여전히 요원한 일. 털과의 전쟁에서 연패를 거듭하던 한 초보 집사가 털 클리닝으로 소문난 비밀 사무소 CATSCO의 문을 두드렸다. “웨잇. 거기 잠깐.” 집무실의 나무 바닥을 딛자 흔들의자 너머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자가 바로 ‘마스터’인가. “냄새부터 불결해. 문 앞에 써놓은 경고문을 못 읽은 거야?” 분명 문패 아래 ‘더러운 것은 돌아가라’라는 작은 글귀가 쓰여 있긴 했다. 사무실의 캐치프라이스인 줄 알았는데 방문자에게 하는 경고였다니. 의자가 빙글 돌아가자 마스터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마스크로 얼굴의 2/3을 가린 남자. 머리털도 모근까지 완벽히 밀어버려 거대 공룡의 알처럼 보였다. 그는 책장 위 먼지떨이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와 나를 패듯이 탈탈 털었다. “쿨럭, 삼색 고양이 한 마리, 암컷, 쿨럭, 2세에서 3세. 중성화 완료. 쿨럭, 옷에 묻은 털색은 세 종류, 길이가, 쿨럭, 같으니 한 마리, 쿨럭, 일 수밖에.” 소설 속 어느 저명한 탐정을 흉내 내고 싶은 모양인데 기침 때문에 맘 같지 않아 보였다. 여하튼 대단하시며 알겠으니 어서 우리 집 털 난리 좀 수습해 주시라 부탁하려던 차, 마스터는 방 안에 있는 공기청정기 일곱 대를 풀로 가동시켰다. 원하는 쾌적함이 아니라면 대화할 생각도 없는 것인가 # 세탁 : 강적을 상대할 땐 발상을 전환하라 “스튜핏! 스튜핏!” 먼지떨이는 알고 보니 회초리였다. 나이 서른 넘어 허벅지에 매를 맞을 줄이야. “옷의 냄새로 보니 세탁기는 꼬박 돌리는 모양인데 고양이를 키운다면 방법이 틀렸어.” 마스터는 내 바지에 끼인, 아니 단단히 박힌 고양이의 털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리고 불결하다는 듯이 손을 탁탁 털었다. “아니, 세탁기가 하는 일에 제가 어떻게 관여할 수 있습니까?” “털이 옷에 그대로 붙어 있는데 문제가 없다는 건가? 정확히는 방법이 아니라 순서가 틀렸지, 순서가.” “순서요?” “세탁은 어디서 하나?” “동네 세탁소에서 합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온 빨래를 건조기에 넣겠지?” “맞습니다.” 다시 회초리가 날아들었다. “건조기를 먼저 써야 돼, 건조기를!” 마스터는 세탁기에 빨래를 넣기 전에 건조기에 넣고 10분 정도 돌리라고 했다. 고양이와 살게 된 후 셔츠에서 속옷까지 털 코트화가 진행됐다. 처음엔 꼼꼼하게 제거했지만 언젠가부터‘이 정도면 아무도 털인 줄 모르겠지’라며 적잖은 털을 묻힌 채 외출했다. 아무리 강력하게 빨고 손으로도 문대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털을 박멸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조기를 먼저 돌리면 옷 사이사이에 박힌 털의 상당수가 알아서 빠져나온단다. 우화 ‘햇님과 바람’의 지혜인 것이다. 마스터는 세탁 시 섬유 유연제, 식초를 넣어 정전기를 제거하면 세탁 후 건조 시에 남은 털이 잘 제거된다는 팁도 더해줬다. # 청소 : 롤 클리너 하나로 뭘 하겠다고? 어쨌든 잘 세탁한 옷에도 엄청난 양의 털이 묻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마스터는 옷에 묻은 털에 삿대질을 하며 각혈이라도 할 것처럼 조롱성 기침을 세차게 해댔다. 마스터란 칭호는 아무나 다는 게 아니구나, 중얼거리며 가방에 넣어온 롤 클리너를 꺼내 몸을 문댔다. 이 자의 발작 같은 기침부터 멈추게 해야 얘기를 더 듣든 말든 할 테니. 마스터는 롤을 굴리고 있는 나를 가만히 보더니 갑자기 일어나 구석의 찬장을 열었다. 그곳엔 생전 처음 보는 최첨단 청소 도구들이 완벽한 직각과 거리를 유지하며 도열해 있었다. 마스터는 더 깊숙한 곳을 뒤지더니 한 쌍의 고무장갑을 꺼냈다. “수백 개 제품을 써봤지만 이만한 게 없지” 마스크 사이로 혼잣말이 들렸다. 괜히 신뢰가 갔다. 곧 고무장갑은 내 얼굴 위로 던져졌다. 군소리 없이 양손에 끼고 털을 훔쳤다. 효과는 상당했다. 장갑에 물기가 묻었다면 더 깔끔하게 정리됐을 것이다. 리필할 클리너 테이프도 없어 경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옷을 밀고 있는 사이 로봇 청소기가 이상한 돌 하나를 싣고 접근해 왔다. 아무래도 예사 로봇 청소기는 아닌 모양이다. 로봇이 들고 온 현무암처럼 구멍이 뚫린 이 돌의 이름은 퍼좁. 이 또한 털 제거 효과가 막강한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이불이나 카펫 위 털 청소에 효과적이라는, 블로거들의 찬양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기본 아이템 롤 클리너,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고무장갑, 거친 재질의 옷감에 좋은 퍼좁의 삼각편대라면 크고 작은 모든 털들을 싹 다 솎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청소2 : 죽은 털을 다시 살려내서야 공기 청정기의 알림 등이 모두 파란색(청결)을 나타내자 마스터는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상대방의 청결 수준에 따라 매너의 차이가 상당한 사람이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고양이 털이 나부낍니다. 고양이가 아니라 누에고치 같아요. 이 털은 팔 수도 없고…” “집 청소는 어떻게 하십니까?” “꽤 꼼꼼하다고 자신합니다. 하루에 두 번은 청소기를 돌리고요. 걸레질도 빼놓지 않죠.” “청소기를 돌릴 때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이를 테면 분명히 빨아들였던 털들이 다시 나타난다든가.” “어, 그러고 보니 그런 위화감이 들긴 했지요. 근데 그건 모모가, 아. 제 고양이 이름입니다. 모모가 제가 안 본사이 그새를 못 참고 뛰어다녀서 빠진 거라 생각했어요.” “저런, 고양이가 애꿎은 미움을 샀군요?” 이 무드에도 회초리가 날아들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무게가 제로에 가까운 털은 조금 큰 먼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청소기는 털에게 날개를 달아주죠. 바닥에 깔린 털을 부양 해 날아다니게 하거든요. 그래서 청소 후에 다시 바닥에 털들이 내려앉은 걸 보신 겁니다. 그건 새로 뽑힌 모모의 털이 아니라 당신이 자유를 준 조금 전 그 털이에요. 여기 청소기 뒤에 얼굴을 가져다 대보십시오. 잘 박혀 있던 머리카락도 빠질 강풍아닙니까?” 말하는 도중 자기 말에 몰입해 흥분하는 스타일이었다.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그건 물걸레질로 닦아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물기는 말입니다. 바닥에 털을 붙여 버리는 접착제입니다. 물이 마르고 나면 눌러 붙어 있던 털이 그대로 부활해 버리죠.” 청소기도 물걸레도 안 된다니. 이 자는 반만 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청소의 유구한 역사와 과학적 진보를 모조리 부정할 셈인가! “대신 이걸 써 보시죠.” 마스터가 찬장에서 꺼내온 것은 기다란 밀대. 이건 앉아서 닦아야 하는 물걸레질의 수고를 덜기 위한 오래된 발명품이 아닌가. 엇, 그런데 밀대 끝 걸레를 부착하는 부근이 조금 독특하다. “정전기 부직포란 겁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마스터는 설명을 이었다. “걸레 밀대에 젖은 걸레 대신 부직포를 붙여서 밀면 정전기가 마치 자석처럼 털들을 빨아들이죠. 부직포에 붙은 털 제거도 편할뿐더러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 자, 은근히 경제적인 부분까지 신경 쓴다. “정전기 부직포로 큰 털들을 끌어 모아 정리한 후, 남은 털은 청소기로 제거하는 게 좋겠습니다. 공기 청정기가 있으면 금상첨화겠네요. 다시 말하지만 물걸레질에 의지하지 마세요. 제대로 털과 먼지를 제거하지 않고 물걸레질을 하면, 오히려 부유했던 먼지가 다시 바닥에 들러붙으니까요. 물걸레질은 청소용이 아니라 향균이나 유광 효과를 내는, 요리로 치면 가니쉬 같은 절차죠. 아시겠어요?” *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그림 우서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11-13 10:17:43 이 고양이는 커서 ‘소년명수 고양이’가 됩니다 단 세 장의 사진으로 스타가 된 고양이를 만나보자. 최근 SNS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고양이가 있다. 한 누리꾼은 “지금 못생겨도 크면 엄청 귀여워질거야 하는 생각에 키웠더니...”라고 언급하며 사진을 언급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태비무늬의 평범한 고양이 한 마리와 턱시도라고 하기에는 묘한 모색과 무늬를 지닌 고양이가 함께 안겨있다. 누리꾼이 언급한 것은 턱시도 고양이. 그리고 연이어 공개된 고양이의 최근 사진이다. ‘반전미모’를 기대하고 키웠지만 어린 시절과 너무나 그대로 큰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 속 배경으로 짐작해볼 때 한국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아닌 듯 하다. 한편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무한도전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분장했던 ‘소년명수’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을 나란히 비교한 모습도 눈에 띈다. 특이하면 어떠랴.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부디 ‘외국판 소년명수’ 고양이가 만수무강하기를. CREDIT에디터 이은혜? NEWS | 2017-11-10 15:09:10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면접관이 물었다 “자네, 고양이랑 잘 노나” 신비한 듯 기묘한 이 생물의 정체 스라소니는 그저 덩치 큰 고양이라고요 (영상) 동묘에서 만난 동묘의 기억 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 클리닝 마스터… 이 고양이는 커서 ‘소년명수 고양이’가 됩니다 231 232 233 234 235 236 237 238 239 24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