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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5-04 09: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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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5-04 09: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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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5-04 09: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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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15 1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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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8 1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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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7 1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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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7 12: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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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
-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 장례란 떠난 이에게 마지막 예우를 다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의식이다. 누군가에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았던 동물에게도 장례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반려인이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가는 이유는 단순히 동물 사체 매장이 불법이어서가 아닐 게다.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마지막 순간 역시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일러스트레이션 육선영? 가장 중요한 것은 위로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에이지펫’. 이곳에서는 개·고양이뿐만 아니라 이구아나·햄스터·금붕어 등 다양한 동물들의 장례가 진행된다. 작은 동물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례란 단순히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가족을 떠나보내는 의식이기에 반려했던 동물의 크기나 종은 관계가 없다. 에이지펫 대표 조영두 씨는 이 일을 하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됐다. 그 역시 동물을 키우긴 했지만, 장례식장에서 통곡하는 반려인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의심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저럴까 싶어서 함께 일하는 어르신들께 여쭤 봤더니, ‘자식을 잃은 것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휴먼로스는 없지만 펫로스는 있지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은 부모나 조부모가 아닌 자식이나 형제가 죽었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경우 함께 사는 시간도 길고 사고가 아닌 이상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지만, 자식이나 형제는 그렇지 못하죠.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가족처럼 아끼던 동물을 보낼 때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반려동물의 경우 제사나 성묘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추모 기간은 2~3년 정도로 짧으면서 슬픔의 강도는 센 편이라고. 조영두 씨가 반려동물 장례의 초점을 ‘위로’에 맞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에이지펫에서는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반려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깨끗하게 잘 수습하는 일뿐만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까지 현대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역할이 되고 있다. 폐기물에서 가족으로반려동물 장례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방증하기도 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2008년 동물 장례 시설이 합법화되긴 했지만 반려동물 사체는 여전히 폐기물에 속했다. 폐기물관리법으로는 생활폐기물 혹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에 보내야 하는데, 동물보호법으로는 동물 장묘 시설에서 화장을 할 수 있어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작년 연말 폐기물관리법이 극적으로 개정돼 ‘장례를 치러 주는 동물’은 폐기물에서 제외하기로 결정됐다.“장례라는 것이 어떤 동물을 가족으로, 반려동물로 생각하냐 아니냐의 기준이 됐습니다. 동물등록 같은 경우는 해 놓고도 버리는 사람이 있지만, 장례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잖아요. 비용이 드는 일이고 상당한 추모 절차도 진행되니까요.”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릴 수는 없다는 반려인들의 정서를 고려해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조영두 씨는 동물 장례에서 시작된 변화가 동물보호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관심이 반려동물 문화 전반으로 이어진다면 동물보호법 역시 현실에 맞게 개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치를 수 있는 장례반려동물의 장례에 대해 가족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화장을 선택하는 이도 있지만, 두 번 죽이는 것 같다며 화장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다. 장례 후에 추모하는 방식 역시 매우 다양하다. 골분을 예쁜 병에 담아 보관하거나, 화분에 뿌리거나, 보석처럼 만들어 간직하기까지. 조영두 씨는 반려동물 장례를 시대상과 취향이 반영되는 ‘문화’라 이야기했다.“반려동물 장례는 상업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적극적으로 광고한다고 사람들이 선택하지도 않고 입소문도 강한 편이죠. 요즘 보면 반려인들의 슬픔을 악용해 고가의 장례 물품을 강매하는 경우도 많아 우려됩니다. 물론 소중한 반려동물을 위한 일이라면 얼마도 아깝지 않을 수 있지만, 과도한 건 문제이지요. 거품 없는 비용으로 제대로 장례를 치르는 분위기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올바른 장례문화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최달순 씨 이야기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동물병원이나 미용실과 달리 평상시엔 전혀 가 볼일이 없는 시설이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니 더욱 낯설 수밖에 없으며 때론 의심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과연 반려동물을 소중하게 다뤄 줄까?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 최달순 씨는 이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정갈한 복장에 진지한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란 어떤 직업인가요?반려동물을 보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자식을 잃은 것과 같은 심정이듭니다. 제 역할은 예를 다해 장례 절차를 진행하며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지요. 현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숨을 거둔 반려동물을 직접 안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죽은 아이를 만지기가 무서워서 손을 못 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경우 저희가 직접 댁으로 찾아가서 수습해 드립니다. 장례식장에 같이 가길 원하시면 모시고 와서 장례를 치르고 그렇지 않으면 댁에서 작별 인사까지 진행하게 됩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 활동하려면 특별히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요저는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장례 교육을 따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례의 의미와 지도사로서의 마음가짐, 펫로스같이 반려인들이 겪는 심정, 위생적인 부분 등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웁니다.?? 이 직업은 어떻게 택하게 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나이가 들면서 은퇴를 했는데 우연히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죽은 동물을 차마 못 볼 것 같았는데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이제는 산 아이보다 죽은 아이 만지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반려인이 보는 앞에서 다정하게 품에 안을 수 있을 정도로요.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가족들도 대부분 꼭 안아 주십니다. 생각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시는 군요저도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또 떠나보내 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압니다. 장례식장 안에 보면 작은 나무 조각에 메시지를 써 매달아 놓는 나무가 있는데요, 거기에 저희 강아지 것도 걸려 있습니다. 손님들 메달을 달아드리면서 ‘우리 아이도 여기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울곤 하는데, 같이 슬퍼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반려동물 장례 지도사가 단순히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직업이 아니네요손님이 원하는 방식에 맞춰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르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고로 죽은 동물의 경우 몸이 훼손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풀어서 보여드리길 원하시는지, 아니면 그냥 진행할지 먼저 묻고 그대로 따르지요. 처음 장례식장에 오시면 믿고 맡겨도 괜찮을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럴 땐 시설을 같이 둘러보면서 상세히 설명을 드리지요.? 손님들이 연세가 있는 지도사분들께 신뢰감을 더 느낀다고 들었습니다댁으로 직접 방문했을 때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전에는 젊은 아기 엄마가 있는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주말 부부라 어린 두 딸만 같이 있더군요. 강아지도 4개월 아기였는데 그 모습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을 장례식장으로 데려와 장례를 치르고 다시 집까지 같이 가는데 “친정아버지 보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어떤 사람이 와서 어떻게 할지 몰라 불안했는데 아버지처럼 편안하고 힘이 됐다고 합니다. 일하시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요즘은 우편으로 연하장이 잘 안 오는 시대인데요. 제가 담당했던 손님들이 손 편지를 보내시곤 합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인사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지요.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덕분에 마음이 평온해졌다’더군요.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라는 직업에 관해 당부하고 싶으신 점이 있다면요호기심에, 혹은 일이 필요해서 왔다가도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만두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건 인성,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 STORY | 2015-05-04 09: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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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성마비 고양이 미래 이야기
- INTERVIEW특별한 고양이의 소소한 일상뇌성마비 고양이 미래 이야기 “저는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미래 아빠가 아니죠. 아저씨라고 얘기합니다.” 툴툴대듯 말하면서도 휴대폰 첫 화면은 미래 사진으로 해 놓은 이 남자, 뇌성마비 고양이 미래의 아빠… 아니 아저씨인 김혁 씨다. 온종일 바닥에 누워 있는 미래의 시선이 궁금해, 같은 위치와 각도로 카메라를 놓고 촬영해 보기까지 하는 그. 이 정도면 호칭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사진 한 장에서도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데 말이다. 미래와 5년째 같이 살고 계시죠. 처음 미래 보셨을 때는 많이 놀라셨을 것 같아요미국 출장 중에 아내의 전화를 받았어요. 제 딸 진아가 고양이를 데리고 왔는데, 서지도 앉지도 못한다더군요. 평소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던 참이었는데, 마침 미래가 온 거죠. 우리 집에서 기르는 건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보호소에 데려다주라고. 저는 그 당시 동물들이 보호소에 가면 잘 먹고 잘사는 줄 알았거든요. 안락사요? 생각도 못 했죠. 어쩌다 마음을 바꾸게 되신 건가요?아내가 어디 보낼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어요. 와서 보니까, 말 그대로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는 고양이더군요. 그런 애를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데리고 살아야지요. 입양 결심하기까지 고민되지는 않으셨어요?입양을 하고 안 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딱 하룻밤 생각했는데요, 우리도 싫어서 보낸 애가 동물 보호소에 가면 천덕꾸러기밖에 더 되겠어요. 그러다 죽겠구나 싶더군요. 만약 멀쩡한 고양이였다면, 주변에 기르고 싶은 사람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을 거예요. 그래도 장애동물 입양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큰 용기를 내셨네요다른 사람들도 아마 그렇게 했을 거예요. 제가 특별한 건 아닌데 대단하다거나 미래가 운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글쎄요, 우리 집 식구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 측은지심이 있나 보지요. 크게 의미 부여는 안 하려고 합니다. 장애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한 듯해서요. 물론 측은지심이 동기유발은 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내가 우월해서 봐 준다’는 느낌이잖아요. 측은지심에서 시작해 배려로 이어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배려는 희생이 담보되어야 하거든요. 제가 미래보다는 먹이를 쉽게 구하고, 미래에게 내어 줄 공간도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감수해야죠.? 미래를 만난 첫날부터 지금까지 블로그에 ‘뇌성마비 고양이 미래 이야기’를 연재하고 계시죠?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기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딸한테는 ‘싫증 났다고 장난감처럼 버리지 말라’고 다짐을 받았어요. 저는 제 블로그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니까 미래 이야기를 일기처럼 쓰겠다고 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죠. 그러면 나중에 어디 갖다 버렸다고 할 순 없으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글을 올리는데 4~5일 동안 잠잠하면 메일과 쪽지로 ‘미래 잘 있느냐’, ‘어디 아픈 건 아니냐’ 연락이 옵니다(웃음). 꾸준히 글 쓰고 사진 찍어서 올리는 게 쉽지 않으실 텐데요약간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특히 작년 몇 달 동안은 사업이 힘들었는데, 그런 상태에서는 의무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렇지만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고 저도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재미있기도 해서 취미처럼 된 것 같습니다. 미래가 오고 나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네요집사람이 저한테 많이 유해졌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원칙적인 면이 있어서 틀린 건 꼭 짚고 넘어가거든요. 꼬장꼬장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그런 면이 미래가 온 후로 많이 누그러졌습니다. 예전엔 애들 기저귀 가는 것도 싫어했어요. 근데 미래 똥은 제가 치웁니다. 고양이 똥 냄새 아주 지독하잖아요. 집사람이 신기하다고 그래요. 자녀분들도 예뻐하시는데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요?저도 그걸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누구 말마따나 ‘미래가 예뻐, 진아가 예뻐?’ 물어보면 누가 ‘고양이’라고 하겠어요. 제가 미래한테 책임감을 느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래 보면 가슴이 아파요. 제가 그냥, 그렇게 해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둘째 아드님의 시각장애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영향도 있는 게 아닐까요?안 그렇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것 때문에 정말 힘들었고 삶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요. 둘째는 시각장애 5급이에요. 하지만 일반 학교도 다녔고, 지금은 대학교 4학년입니다. 그 아이가 미래를 유별나게 좋아해요. 그 모습을 보면 참 운명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미래도 자식처럼 느껴지시는 건가요?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자식보다 덜한 건 아니고, 오히려 자식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우리 집에 있는, 제가 보살펴야 하는, 그냥 고양이죠. 그 고양이가 정말 좋은 겁니다. 그뿐이에요. 저도 항상 생각합니다. ‘얘는 왜 예쁠까? 잘 생긴 건가?’하고 다른 고양이들과 비교해 보니까, 아주 밉게 생기진 않았더라고요. 그렇다고 특별한 품종도 아니고 그냥 고양인데, 이유 없이 예쁜 겁니다. 아무리 박색이어도 제 새끼면 다 예뻐하잖아요.? 평범한 고양이어도 똑같았을까요?우리 집에서 길렀으면 미래만큼 예뻐했겠죠. 하지만 미래가 조금 더 특별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항상 우리 눈앞에 있잖아요. 미래는 싫겠지만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고, 미래가 우리한테 기대는 부분도 분명 있고요. 가족들한테 의지하고 소통을 원하고 이런 것들이 다른 고양이들과는 다르지요. 미래를 키우기로 한 걸 후회하신 적은 없으세요?없습니다. ‘후회하나?’ 자문해 보면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후회한들 뭐하겠어요.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요. 그럴 마음도 없지만요. 무서운 상상은 가끔 해 보죠. 우리 집 식구가 없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아버지가 고령이신데 혹여 언젠가 슬픈 일이라도 생기면 미래 혼자 집에 둘 수 있을까. 다른 방법을 찾긴 하겠지만,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든든한 가족이 있어 미래가 참 행복할 것 같아요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긴 하는데, 과연 미래도 그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미래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너는 행복한 고양이냐?’ 물어보죠. 뇌성마비인데도 우리가 미래를 예뻐해 주니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죠. 바깥에 팽개쳐져 있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겠지만, 본질적으로 행복한가에 대해 고민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우리 식구들이 미래 덕분에 행복감을 느끼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요. 아내는 ‘진아 동생을 낳아도 이렇게 예쁠까?’ 할 정도로 미래를 좋아하고요.? 안타깝게도 장애동물 이야기 하면 사람 장애도 어쩌지 못하는데 동물 장애까지 어떻게 신경 쓰냐고 하잖아요노골적으로 면전에 대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런 시선은 분명히 있어요. 저는 우리 미래의 역할이 고양이에게도 이런 장애가 있다는 걸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워서 숨기든 너무 적어서 찾지 못하든 간에, 우리 사회에는 알지 못하니 배려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많잖아요. 저는 동물, 그중에서도 장애동물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장애가 있는 동물을 위해 집을 지어 주고 돈을 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죠. 그저 고양이도 척추동물이라 뇌성마비가 될 수도 있고, 거기에 작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장애동물에 관한 바람이 있다면요장애는 더러운 게 아닙니다. 자기가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요. 측은지심과 배려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미래 이야기를 정리해서 유투브에 영상을 올리거나 동화책을 한번 써 볼까 싶기도 합니다. 미래가 똑바로 걷지 않기 때문에, 누워있기 때문에 갖는 장점을 내용으로 해서요. 결국은 이 모든 게 다 미래가 예뻐서 하는 일이겠지요.? CREDIT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김혁, 펫토그래피?
- STORY | 2015-05-04 09: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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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거기에 있었다
- 고양이와 산책을그들은 거기에 있었다 글 김철수·한은주 사진 김철수 나는 고양이들이 지상에 내려온 영혼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들이 밑으로 빠지는 일 없이 구름 위를 걸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 쥘 베른 -? “부르면 와요?” 고양이와 산책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부르면 와요? 한 번 불러 봐요. 오나 안 오나 보게.”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이런 질문 앞에서는 좀 난감해진다. 부르면 오냐고? 거의 안 온다.가끔, 정신 팔렸을 때나 사정거리 내에서 벗어났을 때만 힘차게 달려온다. 이런 경우는 가뭄에 듬성듬성 콩 나듯, 아주 가끔 일어난다.? 자연에서 본능대로 살아가야 할 그들이 자연을 만나는 시간이다.비의 소리를 듣고, 바람에게 길을 물었다. 삶 두 개가 서로 다른 공간에 놓여 있다는 것이 마치 기적 같다.어느 순간, 뜻밖의 위로를 받는다.? 봄을 기다린다. 무심하게 그냥, 그들은 거기에 있었다.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5-05-04 09: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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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여고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
- 세상과 한 걸음 가까워지는 길 동일여고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리>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이 사람도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동물 학대가 일어난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 게임이나 자극적인 방송에 노출되어 자란 일부 아이들이 동물을 생명이 아닌 장난감으로 여겨 우려를 낳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접하는 것을 그에 대한 완벽한 해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작은 생명과 함께하는 노력으로 해답에 조금씩 닿아갈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도우미견과 함께하는 동물매개활동 초여름의 싱그러운 토요일, 학교는 쉬는 날이지만 교복을 예쁘게 입은 여학생들이 교정에 모였다. 시험이 끝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며 신나게 재잘대던 학생들은 이내 강아지 세 마리를 데리고 금천구의 한 아동센터를 찾는다. 대부분 초등학생인 어린이들이 반갑게 맞이하더니 이내 강아지들에게 관심이 모인다. 익숙한 듯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기도 하고, 처음인지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하더니 곧 함께 어울리는 모습. 동일여고의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리’의 활동 풍경이다. “도우미견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을 주로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청각도우미견, 마약 탐지견, 문화재보호를 위한 흰개미탐지견, 구조견 그리고 동물매개치료 활동을 하는 치료도우미견이 있습니다. 치료도우미견이란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도와주는 것인데,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스킨십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함께 운동을 해서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모두 포함되는 거지요.”이들이 하는 동물매개활동은 주로 도우미견들과 운동이나 퍼즐 맞추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장애복지관이나 사회복지관, 어린이집, 양로원 등 다양한 복지기관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9년 한양대학교 사회봉사단 주최의 ‘70일 기적을 만드는 봉사원정대’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대한적십자가 총재상’, 여성 가족부 주관의 ‘제 7회 푸른성장 대상’,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 체험마당 부문의 ‘우수동아리’와 ‘지도교사 교육감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으며 고등학생 봉사활동으로는 거의 전국 유일한 동물매개활동 동아리다. 시작의 원동력, ‘1대 도우미견’ 동일여고에서 이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2005년, 가장 처음에 함께했던 도우미견은 당시에 7살이던 퍼그 ‘콩콩이’였다. “제 반려견이던 콩콩이가 평소 성격이 너무 좋아서 낯선 사람이 와도 짖지 않고 꼬리를 치고는 했어요. 강아지가 집도 못 지킨다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고아원에서 치료도우미를 하는 강아지의 모습이 담긴 TV 공익광고를 보고 아, 저거다 했죠.” 동아리의 담당 윤인영 선생님은 2002년, 삼성 도우미견센터에서 콩콩이와 함께 매개치료에 대해 배우며 개인적으로 치료도우미견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도우미견에 대한 인식이나 체계가 거의 없을 때여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선구주자로 뛰어들어 차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한걸음씩을 내딛었다. 그때 콩콩이는 삼성 도우미센터에서 치료도우미견으로 어엿하게 인증을 받았고, 2003년에 입양한 아메리카 코카 스파니엘 ‘바다’가 합류했다. 재주가 많고 똑똑해서 1살부터 노하우를 익혀 건국대 수의학과 주관의 반려견 예절교육을 수료하기도 했다. “사실 콩콩이가 매개활동을 시작할 때 이미 7살이라 걱정도 있었는데, 당시 수의사 선생님의 말이 힘이 됐어요. ‘견생은 이제 시작’라고요. 워낙 성격이 좋아서 금방 배우고 많은 도움을 줬죠.” 개인적인 봉사활동으로 시작했지만 너무 좋은 일이라 2005년부터 그것을 동아리에 접목해 현재의 <도우미견 봉사활동반>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학부형의 협조를 받아서 학생이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하기도 했으나 곧 콩콩이와 바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돌보는 유기견인 페키니즈 ‘쥬쥬’가 함께해 훌륭한 도우미견들이 구성되어 매개활동을 도왔다. 쥬쥬는 하얗고 작은 외모 덕분에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나이가 많아 지금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그 때의 콩콩이와 바다, 쥬쥬의 공적 덕분에 지금까지 보람 있게 활동해올 수 있다며 여전히 ‘1대 도우미견’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이란다. 도우미견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피하지 않는 온순한 성격인 것도 중요하지만 짝을 지어 활동을 돕는 봉사자들도 할 일이 많다. 2학년인 한혜리 학생은 2년째라 활동이 익숙해도 언제나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한다. “충분히 교육받은 강아지들이지만 매개활동을 할 때 어린 아이들이 사탕이나 과자를 들고 있으면 도우미견들이 유혹을 느낄 수 있어서 우선 간식을 치우고, 어린이들도 흥분하지 않도록 미리 안내를 해요.” 지금은 코카 스파니엘 ‘도도’와 시츄 ‘해태’, 푸들 ‘돌이’가 도우미견으로 함께하고 있다. 도도는 현재 유인영 선생님의 반려견이고, 해태와 돌이는 학교 근처의 ‘은행나무 동물병원’에서 데리고 있는 아이들인데 모두 유기견 출신이다. 그저 가까워지는 것어릴 때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며 수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방예진 학생은 도우미견 봉사활동이 더욱 귀중한 경험으로 느껴진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신기하거나 귀엽다고 다가오다가 점점 마음을 여는 게 느껴지면 저희도 기분이 좋죠. 전에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조금씩만 다가서면 서로 많이 교감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과 어울리는 일이기 때문에 도우미견들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서 한 번에 한 시간 정도씩 활동하는데, 워낙 사람의 손길을 받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라 만나면 서로 즐거워해서 좋아요.” 초반에는 주로 노인이나 장애우들을 도왔다. 처음에는 작은 강아지를 보고 무서워하거나 거부하며 만지지도 않으려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만남이 거듭되며 강아지 뿐 아니라 봉사활동 학생들에게도 마음을 열어갔다. 특히 강아지에게 직접 명령을 해보고 재주를 보며 점차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던 자폐 아동은 나아가서는 봉사자들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거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작년부터는 일반 학교의 초등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어릴 때 별 생각 없이 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것이 나아가서는 생명 자체에 대한 경시로 이어질 수 있는데, 동물매개활동을 통해 강아지를 만지고 같이 노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똑같은 생명이라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어린 아이들이 도우미견들과 보내는 시간은 생명의 존엄성을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마음에 와 닿는 훨씬 가까운 길이다. 그저 반려동물과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으로도 나눌 수 있는 위로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안다. 동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따뜻한 만남이 세상의 채도를 한층 높여줄 것을 응원해본다. CREDIT글 박은지사진 황창조자료폅조 동일여고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리> | 담당 윤인영 선생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5-04-15 1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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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고양이, ‘다행이’다 역곡역 김행균…
- 그 고양이, ‘다행이’다역곡역 김행균 역장?? 끝인 줄로만 알았다, 영등포역에서 아이를 구하다 선로에 떨어져 기차에 치였을 때.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다행’이었다. 죽지 않고 살아 다행이다. 상반신이 멀쩡해 다행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절망하는 대신 희망을 봤다. 1년 여 간의 재활 끝에 다시 코레일로 돌아온 김행균 역장. 그는 약 두 달 전부터 다시 다행을 찾고 있다. 쥐덫에 왼쪽 발가락을 잃은 고양이 ‘다행이’. 김 역장에게 입양돼 역곡역 명예 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다행이가 있어 역곡에는 오늘도 미소가 가득하다. 고양이 역장을 만나면 당신도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의 주문 ‘다행이다’. 글 이청 사진 박민성?? ? 역무실 안에 이런 공간이 있었군요. 고객상담실인가요? 여기 고양이 캣타워가 있네요. 정말예뻐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선물해준 겁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여기 잘 안 와요. 보면 저쪽 창문이나 내 의자에 있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꼭 제 자리에 앉아 있고 말입니다. 역시 고양이 역장님답네요. 다행이가 지난 4월에 명예 역장으로 취임했죠?제가 입양했다 하더라도 일단 공공시설물에서 사는 거니까 정식으로 역장 임명을 받았습니다. 주위 사람들 아이디어였는데요, 역장님으로 있으면 제가 역내에 없더라도 직원들에게 관심을 받고, 애착도 더 생길 거라더군요. 그래서 본부장님이 명예 역장 위촉장을 내리고, 다행이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임명장도 수여했습니다. ? 역장으로서 다행이의 임무는 무엇인가요?응원단이라고 할까요? 저희 직원이 아홉 명, 공익근무요원이 일곱 명, 청소하시는 분들과 지원 나오신 연세 지긋한 분들까지 계신데, 요즘 참 화기애애해요. 전에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다행이가 와서 기대고 비비니까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 하면 사납고 사람을 피하는 동물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다행이 덕분에 다 깨졌습니다. 다행이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바빠요. 제가 야간 근무를 들어가면 저 없을 때 명예역장으로서 자리를 지키죠. 또 시도 때도 없이 참견합니다. 직원들이 밥 먹을 때 식탁 위에 올라와서 앉아 있고, 누가 오면 쫓아가고. 기분이 좋을 때면 하도 돌아다녀서 제가 업무를 제대로 못 봅니다. 책상 위를 떡하니 차지해요. 다른 사람보다 역장님을 더 따르나 봐요글쎄, 그렇더군요. 화장실 갈 때도 제 뒤를 졸졸졸 따라옵니다. 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요. 물론 제가 맛있는 간식을 많이 쥐어주는 것도 있습니다. 하하. 고양이와 역장님이 다정해 보여서 참 좋습니다. 그럼 다행이는 역곡역에서 24시간을 보내는 건가요?이곳에는 직원이 하루 종일 상주합니다. 제가 없더라도 다른 직원이 다행이와 같이 있지요. 주간에는 물론이고 야간에도 근무자가 있어서 다행이를 두더라도 걱정이 덜 됩니다. ?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어떻게 아셨는지 다행이 보러 많이들 오십니다. 하루에 두세 팀 정도 오시는데 장난감도 갖다 주시고, 간식거리도 가져오셔서 덕분에 큰 부담 없이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반려동물센터에 근무하면서 다행이를 좋아하는 친구가 다행이 페이스북에 올려주는데요. 그 페이스북을 보고 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행이의 인기가 대단하네요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여학생들이 와서는 다행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두 시간 놀다 가지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끊이지 않아요. 요전번에는 유치원 어린이가 엄마 아빠 손잡고 왔습니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올 때 아파서 못 왔던 앤데 친구들이 고양이 보고 왔다니까 부모님을 조른 겁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못 키우는 젊은 친구들한테 다행이가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알레르기가 심한 분들이 있습니다. 다행이를 올해 4월에 데려왔는데 그때 털이 엄청 빠졌어요. 그래서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알레르기 약을 먹어야만 하는 직원들이 생겨서 참 미안했습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고양이가 사무실 밖으로 못 가게 하기도 했죠. 그래도 털을 깎으니까 한결 나아졌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고양이를 키울 때 털만한 고민거리가 없죠네, 미용 안 하려니까 털이 너무 많이 날리더군요. 우리 역에 돌돌이(털 떼는 도구)를 세 개 구비해 놨습니다. 시민들께 깔끔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제복에 묻으면 바로바로 떼어내고 있지요. 돌돌이 양도 감당 못해요. 일주일이면 아이고~ 옷을 하얀색으로 해야 하나. 겨울 춘추복은 더 잘 달라붙어서 흰옷이 되어버릴 텐데. 빨아도 털은 잘 안 떨어지지 않습니까. 애 하나 키우는 것 같아요. 하하. 손이 많이 간다는 점에서 아기와 닮았죠. 다행이는 어떻게 입양하게 된 건가요?어느 날 후배가 얘기를 해요, “선배님, 고양이를 키우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처음엔 손사래를 쳤습니다. 개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처음이니까요. 그런데 들어보니 이 고양이에게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쥐덫에 앞다리 일부가 절단돼서 천안시 보호소에 들어왔다네요. 고양이들끼리 싸웠는지 몸에 상처도 많이 생겼고. 입양시키려고 수소문 해봐도 일반 사람들이 다친 애를 입양하려고 하겠습니까? 한 네 달 정도 보호소에서 살았나 봅니다. 마지막 시도라고 온 사람이 저였는데, 저까지 버리면 어떡하겠습니까. 마음이 아파서 입양을 하게 됐습니다. 시민 모임에서 이름을 ‘다행이’로 지어왔더군요. 올 4월에 왔는데 두 살 정도 되는 수컷입니다. 발은 다 나았나요? 현재 다행이 발 상태는 어떤가요?발가락 세 마디 정도를 다쳐서 왔어요. 처음 왔을 땐 다친 발은 올리고 세 발로만 걸었는데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이제는 다 아물었는지 무뎌졌는지 네 발로 잘 다녀요. 언뜻 봐선 장애가 있는 고양이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 역장님도 다리를 다치셨죠. 괜찮으신가요?왼쪽은 의족이고 다른 쪽도 쓸 만합니다. 많이 쓰면 오른쪽 발에 피부 이식한 데가 터지고 잘 아물지 않지만 괜찮아요. 사고를 당한 게 2003년이었죠. 어떤 사건이었나요?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기차는 자동차와 다르게 속도감이 잘 안 느껴져요. 천천히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굉장히 빠른 속도입니다. 전철 오면 지금이야 스크린 도어도 있고 펜스도 있는데 기차는 노란 안전선뿐이에요. 그때가 방학시즌이었나. 가족들이 승강장에 엄청 붐볐습니다. 당시 전 영등포역 열차 팀장이었죠. 기차가 들어오는데 아이가 승강장에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겁니다. 승강장 끝단에서 소리 지르면서 갔습니다. 사람이 많으니까 헤치며 뛰어가기도 힘들었어요. 기차와 아이가 접촉할 상황에 닥쳐서 애를 확 밀쳤습니다. 그 탓에 저는 승강장 바닥으로 떨어졌고요.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네요. 아름다운 철도원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습니다.아유, 아름답기는요. 몸에 남긴 흔적만큼 마음의 상처도 크셨을 것 같아요. 1979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거의 현업 업무를 봤습니다. 그동안 사고 현장을 많이 겪었어요. 한 열댓 건 겪었죠. 직원 순직하는 것도 보고, IMF 때 경제사정이나 신변비관으로 자살한 사람들 숱하게 봤습니다. 열차 사고는 처참해요. 철도는 다 쇳덩어리 아닙니까. 머리 부딪치면 현장 사망입니다. 그런데 전 다리만 다쳤고 상체는 큰 이상 없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 좋으면 복직이라도 할 수 있고 안 되면 딴 일이라도 하지 뭐’ 하는 마음이었달까요. 그래서인지 편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했습니다. 재활하다 보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어요. 덕분에 1년 만에 복직했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역장님과 다행이 모두. 이 인연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네, 나중에 역곡역 임기가 끝나고 다른 역으로 옮기더라도 다행이와 같이 갈까 합니다. 보통 3년 정도 한 역에서 근무하는데 역곡역은 1년 좀 넘었어요. 신입 역장에게 인계를 할 수도 있겠지요.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이 역장님의 선한 인상으로 배어나오는 것 같아요. 역장님의 인생 목표는 무엇입니까? 소박합니다. 아들 둘 있는데 막내가 이번에 대학교 들어갔어요. 스스로 앞가림만 하면 초야에 묻히고 싶습니다. 시골에서 동물농장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다행이도 함께겠죠?물론입니다. 본 기사는 매거진C 2014년 7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STORY | 2015-04-08 1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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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내게 다시
- 그대 내게 다시 글?사진 최형진 2012년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던 고양이 ‘모모’가 집을 나갔다. 그녀는 상심이 컸던지 며칠을 슬픈 표정을 하고 모모가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사방팔방으로 고양이를 찾았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모모의 빈자리를 슬퍼했다. 관리를 조금 더 잘했더라면 모모가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 자책했다. 마음이 아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듬어 보았지만 그녀는 자기 탓이라고만 했다. 사실 모모는 길고양이었다. 길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던 아기 고양이 시절 수의사에게 구조되었고 동물병원에서 지내다 그녀와 만났다. 매일같이 그 아이의 눈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그녀와 함께 병원에서 데리고 나왔다. 모모는 한 달 동안 피부병과 장염을 앓아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와 나는 서툰 반려인이었지만 정성을 쏟았고, 그 덕분인지 모모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그랬던 고양이가 뭐가 싫어졌는지 갑자기 그녀의 품을 떠났다. 함께한지 1년 만이었다.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봤던 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받는 이는 그녀, 보낸 이는 모모. 그녀를 위해서 생각해 낸 작은 거짓말이었다. 며칠을 글을 썼고, 그녀가 웃었다. 그렇게 가끔 눈에 띄는 길냥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나하나 심어주었다. 내가 만든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녀는 좋아했고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치료되는 듯했다. 2013년 그저 그런 날그녀와 헤어졌다. 5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서로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이별임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습관처럼 사랑했기에 그 습관을 고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습관처럼 길냥이를 보며 그녀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고, 수많은 모모들을 보며 습관처럼 그녀 추억을 되새겼다. 그 순간들이 그리워지면 문득 그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책으로 만들어 주면 안 돼?”2013년 7월, 그렇게 만든 내용이 책 한 권이 되었다. 3년 동안 만들었던 이야기였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쓴 책이 아니었기에 만들고 나니 헛헛함만 더했다. 되돌리고 싶지도 않은 추억인데도 하루하루가 울적해졌다. 세상에 나보다 더 우울한 녀석은 없을 거라 여기던 어느 날, 고양이 카페에서 스코티시폴드 한 마리를 보았다. 한없이 슬픈 표정을 한 그 녀석은 꼭 나를 보는 듯했다. 마음을 보듬어 주고 손잡아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고양이 책을 쓰면서 고양이에 관한 지식은 많아졌지만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기에 이 선택이 옳은 것인지 망설였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이것은 운명이라 최면하면서 고양이를 데려왔다.고양이를 들였지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이름은 내 옆에 없거나 보고 싶을 때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항상 그리움과 아쉬움이 있지만 고양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늘 같은 표정으로 날 반기고 그리워해줬다. 어느 날 어린 조카가 나에게 말했다. “삼촌, 고양이는 고양이인 거야. 다른 이름은 필요 없어. 고양아.” 2013년 함께 한 날피부병?외이염 등등 고양이가 아파하는 모습에 가슴을 몇 번이나 쓸어내렸다. 부족한 반려인이라고 스스로를 탓했다. 예전에 그녀가 느꼈을 아픔을 조금은 알듯했다. 다른 시간 다른 사람 다른 공간이지만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묘한 경험이었다. 사랑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 뜻은 같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았다. 그녀 또한 나와 다른 방법으로 모모를 사랑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고양이에게 느끼는 감정은 같은 듯하다. 2014년, 그리고 함께 할 날한두 번 하는 이별이 아니기 때문에 이쯤 되면 면역이 될 법도 한데 헤어짐은 항상 아리다. 예정된 이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언젠가 다가올 일인 줄 알고 있지만 스치듯 떠올리면 가슴이 멘다. 대부분의 스코티시폴드가 갖고 있는 골연골 이형성증을 생각하면 슬픔은 더욱 커진다. 고양이도 분명 언젠가는 나를 떠날 텐데. 누군가는 그걸 알면서도 키우는 반려인들이 문제라고 간단히 말해 버린다. 더할 수 없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별을 슬퍼하기만 하면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만들어갈 아름다운 추억마저 놓칠 수 있기에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잠시 외면한다. 내 품에 오지 않았다면 어딘가에서 힘들어 했을 반려묘를 보면서 ‘역시 우리는 운명이야’라는, 남들은 이해 못할 합리화 해본다. 오늘도 준비된 이별의 그 순간에 울기보단 웃을 수 있도록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가련다.“너와 나의 거리가 한 뼘이 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듯해. 처음에는 항상 나를 피해 숨어 있고 도망가던 네가 지금은 바로 내 앞에 앉아 있고 내 무릎에 올라오잖아. 나도 그래. 누군가를 향한 작은 그리움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너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하니까. 수많은 추억과 시간이 우리를 서로 길들인 게 아닐까. 아프지 말고 항상 오늘 같이만 살아 줬으면 해. 양이야 사랑해.”
- STORY | 2015-04-07 1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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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와 고유의 사이 고양이 문방구
- 향수와 고유의 사이고양이 문방구 상호를 몇 번이고 읽어보다가 들어올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 ‘고양이 문방구는 어떤 곳일까? 카페일까? 고양이가 살고 있는 문구점일까?’. 이곳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은 있지만 쉽사리 문턱을 넘어오기 어려운 듯 “들어가도 되나요?”라고 묻는 고객이 약 70퍼센트. 고양이들조차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 할 듯하다. ?글 남유미 사진 박민성 행위와 체험의 공간조용한 성격의 주인장처럼 고요한 고양이 문방구, 또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고양이처럼 이곳에서 만나는 제품들도 유사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옛 집을 고치지 않고 고양이 문방구 공간을 완성했다는 손종현 대표, 이곳은 나의 취향과 기호를 반영한 나만의 문구를 만들어갈 수 있는, 말 그대로 문구점이다. 각각의 방은 노트 커스터마이징, 백 프린팅, 스탬핑을 하는 곳으로 나뉜다. 셋 중 본인의 취향대로 선택을 해서 체험을 시작하면 된다. 내 마음대로 체크한 주문서대로 노트를 만들거나, 나만의 에코백을 제작하고 싶다면 다양한 위치에 프린팅을 입힐 수도 있다. 또 마음에 든 용지를 구입하고 그 위에 스탬프를 찍어 엽서나 달력을 만들면 된다. 이 세 가지 행위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춘 듯 이뤄지고 있다. 한편 고양이 문방구는 이름과는 다르게 고양이는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굳이 고양이를 만나고 싶다면 매장 안팎에 자리 잡고 있는 까만 고양이 큐로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큐로는 스페인어로 치유라는 뜻의 고양이 문방구 자체 캐릭터. 고양이 문방구에서 선보이고 있는 캔버스 백에 약 27마리가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큐로의 위트 있는 모습을 통해 재미와 웃음을 전하며, 자연스럽게 큐로, 즉 치유라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캐릭터다. ‘나만의 것’이 지니는 의미아직은 ‘나만의 것’을 만드는 이런 체험이 우리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손종현 대표. 하지만 분명 고양이 문방구에서의 활동은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물건은 뭔가 남들이 쓰는 것과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좀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기초부터 내가 참여해서 만들어 낸 물건임을, 그리고 차별화 된 것임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요. 또 종이라는 소재 자체가 전자 매체가 발달한 현재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기에, 고양이 문방구에서 문구 뿐 아니라 추억도 만들어 가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디지털화 시대에서 존재감이 없어진 문방구라는 이름은 이젠 흔히 찾아보기에 어려운 단어가 됐다. 하지만 옛 것을 그리워하며 추억하고 싶은 어른들에겐 가끔 한 번쯤 들러보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한옥 빼곡한 서촌 골목 안에 숨은 듯 자리 잡은 고양이 문방구는 이처럼 지나가는 이들에게 향수와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 STORY | 2015-04-07 12: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