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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7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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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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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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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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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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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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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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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봄나들이 상동 호수공원
- 행복한 봄나들이상동호수공원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촉촉한 흙, 빛나는 호수, 싱그러운 바람?봄비가 부슬부슬 내린 다음날, 창문을 열어보니 구름 사이로 둥근 해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하늘은 조금 흐렸지만 햇살이 따뜻해 반려견과 나들이 가기에 제격인 날씨네요. 춘곤증이 몰려오더라도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봄날을 헛되이 보내지 마세요. 굳이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건 아니랍니다. 세희 씨와 유자처럼 집 근처 공원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오늘의 산책코스는 경기도 부천의 상동호수공원입니다. 공원 안에 작은 호수가 있는 이곳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많아요. 일본식 정원으로 꾸민 가와사키 동산, 각종 채소가 심겨진 자연학습장, 재래식 농기구들이 전시된 농업공원까지. 호기심 많은 유자가 공원 이곳저곳을 누비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네요. 그래도 함께 걷는 세희 씨를 배려하는 것만은 잊지 않습니다. 혼자 앞질러 뛰어가지 않고 나란히 보폭을 맞추는 기특한 강아지입니다.그런데 얌전히 걷던 유자가 갑자기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아, 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강아지 친구를 발견했군요. 단숨에 코앞까지 달려가서는 같이 놀자며 장난을 치네요. 덩달아 같이 뛴 세희 씨는 갑작스러운 운동에 숨이 차지만 즐거워하는 유자를 보더니 미소 짓습니다. 상동호수공원에서 산책하다 보면 강아지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공원 안에 흙으로 된 길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가득한 도시에서 신선한 땅을 밟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요.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흙냄새를 맡던 유자. 호수 근처에 도착하니 물 냄새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전망 좋은 이곳은 세희 씨가 호수공원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데크 위를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자세히 물속을 들여다보면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만날 수도 있고요. 물고기들도 봄이 오는 걸 아는지 전보다 더 힘차게 유영하는 듯합니다.공원 구석구석을 돌고 나니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세희 씨도 유자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네요. 오늘 나들이는 대성공인 것 같습니다. 촉촉한 흙. 빛나는 호수. 싱그러운 바람. 상동호수공원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봄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지요.
- STORY | 2015-04-07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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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에서 일상으로
- 임상에서 일상으로실험 비글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5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봄을 느껴 보지 못한 개들이 있다. 관심과 사랑 대신 실험과 관찰을 받아야 했고, 보드라운 흙 대신 차가운 쇠창살을 밟아야 했다. 네모난 케이지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실험 비글 열 마리.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실험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cafe.daum.net/happyanimalcompanion) 햇빛, 바람, 비… 봄이 뭔가요?비영리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의 대표이사이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외부 위원인 이정현 씨가 실험 비글 열 마리에 대해 알게 된 건 작년 11월이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 실험을 하는 기관에서 적당한 개체 수를 꼭 필요한 데만 사용하는지 평가하는 곳인데, 작년 겨울을 끝으로 정현 씨가 활동하던 실험실 비글들의 안락사 일정이 잡힌 것이다. 실험이 종료되면 실험 비글들의 삶도 종료되는 게 현실. 안락사 대신 입양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실험실에 요청했고 허가가 났다. 하지만 고민은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10kg이 넘는 덩치 큰 개들이 열 마리나 되다 보니 임시보호를 해 줄 봉사자나 입양처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고민과 궁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때, ‘나비야-이리온 희망이 프로젝트’가 손을 내밀었다. 희망이 프로젝트란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이하 나비야)와 이리온 동물의료원(이하 이리온)의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로, 희망이로 선정된 동물을 위해 나비야가 후원금을 모으고 이와 동일한 금액을 이리온이 더해 치료비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실험 비글들이 이 프로젝트의 열일곱째 희망이로 선정된 것이다. 2015년 2월 2일, 실험 비글 열 마리는 마침내 실험실을 벗어날 수 있었고 현재 이리온 청담점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희망이 프로젝트가 아니었으면 당장 임시보호나 입양이 가능한 몇 마리만 구조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다행이었어요. 원래는 사설 보호소에 위탁을 맡길 생각이었지만 1월에 실외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계속 케이지 안에서만 있던 애들이라 날씨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비 내리는 것도 한번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비야, 이리온과 협력하면서 편히 지낼 곳도 생기고 심히 염려했던 건강 부분까지 해결됐어요.” 아직은 낯선, 네 발로 걷기실험 비글들은 다들 빈혈이 있고 말라 있긴 했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건강 상태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소화제나 피로 회복제 등이 몸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실험했었기에, 약물의 독성보다는 5년 동안 햇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서 생활한 부작용이 더 컸다. 실험을 위해 케이지 밖으로 나올 때도 늘 품에 안겨 이동했으니 제대로 걸을 기회조차 없었다. 휘청휘청 어색하고 힘없는 걸음걸이. 비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비글이 실험동물로 쓰이는 이유는 일단 인내심이 많아서예요. 기다림이나 갇혀 있는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디는 것 같습니다. 예민한 견종은 그렇게 작은 곳에서 몇 년씩이나 지낼 수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견종마다 실험 결과가 다를 수 있으니 비글이 공식적인 실험견으로 정해져 있고요.”중국 실험견 농장에서 생후 6개월에 팔려 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실험실에서 지낸 비글들. 여태까지 있는 기억이라곤 약을 먹고 피를 뽑은 게 전부이다. 사람을 싫어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공격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케이지 근처에 사람이 오면 꼬리를 흔들고 좋아하기까지. 비록 문이 열리면 얼음이 되고 벌벌 떨며 안겨 나오지만 말이다.“사람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고 그 안이 익숙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입원장 문을 열어 놓으면 높이가 15cm밖에 안되는데 아무도 혼자 못 나오거든요. 그래 본 적도, 그렇게 둔 적도 없으니까요.”비글들은 지금도 밖에 나오면 겁을 내며 숨을 곳을 찾는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진다는데, 아마도 자신들의 삶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비글들은 요즘 입양 신청자와 직접 만나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열 마리 비글 중 현재까지 세 마리가 입양을 갔다. 예상보다 적응이 빨라 배변훈련도 어느 정도 됐고 차를 타고 놀러 다니며 잘 지내고 있다고. 비글답게 말썽도 조금 부렸다는데, 세상 어떤 개가 인형처럼 앉아만 있겠는가. 비글 특유의 해맑음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이니 가족들은 오히려 기뻐할 듯싶다. 더 많은 비글들을 위해현재 병원에서 머물고 있는 비글은 일곱 마리. 이번 달부터는 날씨가 따듯해지니 개들이 바깥에서 뛰어놀며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임시 보호처를 마련할 계획이다. 물론 하루빨리 입양을 보내면 좋겠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여태 스무 명이 넘게 입양 신청을 했지만 입양이 성사된 건 그중 세 건뿐이다.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감정적으로 입양 신청을 했다가, 덩치 큰 비글이라는 점에 현실감을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동정은 잠깐이지만 책임은 평생이기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입양 상담할 때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말씀드려요. 사람이랑 교감해 본 적도 없고 훈련 같은 것도 안 해 봤으니 처음부터 시작하셔야 한다고요. 교육 지식도 있어야 하고 그런 걸 가르칠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죠. 그동안 억눌린 환경에서 살았으니 어떤 성격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인내심과 이해심이 필요한 일이라 마음가짐이 어떤지 특히 신경 쓰게 돼요.”정현 씨는 비글 열 마리를 입양 보내는 데 필요한 시간을 1년으로 잡았다. 미국의 실험 비글 입양 전문단체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와도 연결을 추진 중이다. 가능한 한 국내 입양을 진행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국제 입양도 시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이번 일 시작하면서 심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게 ‘입양처가 얼마나 있을까?’였어요. 구조는 정말 쉬워요. 돈은 빚을 내서라도 만들 수 있고요. 가장 어려운 건 입양이거든요. 특히 우리나라는 비글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잘못돼 있잖아요. 비글처럼 활동적인 견종도 충분히 운동시켜 주면 실내에서는 쉬는 시간이 더 많아요. 다들 바쁘다고 못 놀아 주니 그런 건데 조금만 말썽 부리면 모든 죄를 개한테 묻고…… 가장 많이 배워야 하는 시기에 망가뜨려 놓고 버리죠.”2013년 한 해 동안 안락사된 실험동물은 팔천 마리 이상. 동물 실험을 향한 비난 을 의식해 실험 기관들은 입양처럼 좋은 일에도 노출을 꺼린다고 한다. 그 때문에 실험이 끝난 비글이 있어도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사람을 위해 긴 시간을 희생한 동물들에게 그동안의 삶을 보상할 길이 있다면 방법을 찾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비글들에게 이제는 ‘악마견’이란 꼬리표를 떼어 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야 더 많은 비글들이 임상에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실험 비글들의 가족을 찾습니다! 가야 / 비글 / 중성화 수컷 / 6살 / 13kg살짝 소심한 성격입니다. 처음 보는 모든 것들이 낯설어서 겁이 나는 듯합니다. 아직은 꼬리를 내리고 살살 흔드는 정도이지만 머지않아 힘차게 꼬리 흔드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달마 / 비글 / 수컷 / 6살 / 11.5kg비글들 중 가장 마른 상태입니다. 위염과 십이지장염이 있어서 약물치료 중입니다. 혈압도 살짝 높아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안정된 곳에서 점잖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설악 / 비글 / 수컷 / 6살 / 15.9kg설악이는 사람을 잘 따르고 참을성이 많습니다. 아래로 늘어뜨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수줍음을 타지만, 사람 손길을 조용히 받아줍니다. 소백 / 비글 / 수컷 / 6살 / 12.3kg굉장히 활달합니다. 밖으로 나오면 주변을 냄새 맡고 바삐 다닙니다. 오른쪽 뺨에는 털 빠진 굳은살이 있습니다. 실험실 케이지에서 오랜 시간 지내다 보니 물리적인 자극이 생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등에는 아기 주먹 정도 크기로 곱슬 털이 자란 곳이 있습니다. 유달 / 비글 / 수컷 / 6살 / 13.2kg케이지 안에서는 봐달라고 부르는데 막상 문을 열면 벽 뒤로 몸을 살짝 숨깁니다. 그렇지만 사람에 관심이 많습니다. 늘 꼬리를 흔들거리며 반겨 줍니다. 빈혈이 조금 있지만 곧 좋아질 듯합니다. 주왕 / 비글 / 수컷 / 6살 / 12.9kg커다란 눈이 매력적입니다. 아직은 수줍음을 타지만 사람과 바깥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목을 쭉 뻗어 내다봅니다. 손바닥 냄새를 맡으면서 호기심을 표현합니다. 한라 / 비글 / 수컷 / 6살 / 13.6kg여자아이처럼 예쁜 얼굴입니다.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 하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활발한 편이고 깔끔해서인지 입원장 밖으로 오줌을 누기도 합니다.한순간의 호기심과 동정으로 입양하지는 말아 주세요. 소중한 생명이 또 다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신중한 결정 부탁드립니다.입양문의: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cafe.daum.net/happyanimalcompanion>
- STORY | 2015-04-03 09: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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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B형에 사자자리니까
- 넌 B형에 사자자리니까코카 스파니엘 지오와의 행복한 동거난생처음 키운 개가 하필이면 코카 스파니엘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 그중에서도 유난히 활발했다. 덕분에 매일 사건·사고의 연속이었지만 ‘역시 악마견’이라며 원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람 중에서도 활발하고 다혈질인 이가 있듯이 개 중에도 유난히 밝은 아이가 있고 그게 바로 코카 스파니엘, 지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오와 8년째 함께하고 있는 고영리 작가는 자신의 벗 지오를 이렇게 묘사했다. ‘넌, B형에 사자자리야!’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예쁘니까 봐준다코카 스파니엘 지오와의 반려생활을 다룬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의 저자 고영리 작가. 그녀의 직업은 스토리 프로듀서다. 조금 생소한데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고영리 작가는 기획과 실행을 총괄해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즐거운 ‘무엇’을 기획하고 고민하며 그것을 글로, 때로는 다른 것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고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나간 에세이다.“지오를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책을 내겠다고 결심했어요. 제목도 그때 지어놓은 거예요. 좌우명이자 제가 호처럼 붙이는 ‘지오’를 이름으로 지어 주고 매일 사진을 찍어 준비했죠.”알 지(知) 깨달을 오(悟). 알고 깨달으라는 뜻의 근사한 이름을 가진 개, 지오. 고영리 작가는 책 속 지오의 사진을 보여 주며 어린 지오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스티로폼 상자를 여는 순간 금빛 강아지 얼굴이 튀어나오는데…… 첫눈에 반했죠. 지나치게 예쁜 나머지 아, 얘 때문에 많은 재산을 잃겠구나 싶었는데 진짜 많은 재산을 잃게 됐어요(웃음). 얘가 친 사고요? 정말 종일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많아요.”이후 고영리 작가의 입에선 지오가 벌인 ‘사고 퍼레이드’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책에서 다 소개하기엔 지면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느껴질 정도로 종류도 규모도 다양했다. 하지만 고 작가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사고는 따로 있었다.“어느 날 외출하고 문을 열어 보니 온 집안에 휴지며 오리털이 눈처럼 휘날리고 있는 거예요. 욕조 물은 콸콸 틀어진 채로 문턱을 넘기 일보 직전이지, 벽지는 찢겨서 꼭 공사한 지 3일째인 집처럼……. 그달에 수도세만 한 40만 원 나온 것 같아요.”지오가 물건을 물어뜯어도 그게 그 물건의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고영리 작가. 그날 있었던 일은 그런 고 작가조차 이성을 잃을 뻔했던 대형 사고였다. 하지만 당시 고영리 작가가 택한 방법은 ‘꾸중’이 아니었다. 개를 ‘개’로 보지 않는 것“혼내지 않았어요. 얘도 사고 친 걸 알고 마음속으로 볶이고 있거든요. 그 대신 굉장히 슬픈 얼굴로 ‘왜 그랬어!’만 반복하면서 묵묵히 청소했죠. 그 날 이후로 신기하게도 벽지, 옷 그리고 휴지는 절대 안 건드리더라고요. 때리거나 하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 것 같아요.”그건 사고치는 개를 강한 훈육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통념에 일침을 놓는 시각이었다.“사람들은 ‘개’의 한계를 정해놓고 거기서 벗어나면 악마견이라는 단어를 붙여요. 주인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배변판에 배변 잘해야 하고, 오면 반겨 줘야 하고……. 하지만 그런 게 전부 가능한 상대는 아마 기계뿐일 거예요. 얘도 화가 나는 날이 있고, 그래서 누가 오든 말든 신경을 끌 때도, 쿠션에 화풀이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잖아요. 내가 개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마음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하물며 사람도 부모님께 완벽히 통제받으며 살진 않으니까요.”‘주인’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고 작가는 본인과 지오와의 관계를 서로에게 필요한 벗이라고 정의했다. “지오는 사람으로 치면 B형에 사자자리인 것 같아요.” 관찰력이 뛰어난 고 작가의 절묘한 비유. 하지만 이 한 마디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지나치게 활발한 지오의 행동을 ‘문제점’이 아닌 ‘성격의 차이’로 판단한 점이 그렇다. 그를 바꾸려고 애쓰는 것보다 왜 그와 사랑에 빠졌는지 떠올려보는 것이 연애의 온도를 올려 주는 지름길. 반려견의 성격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들은 적어도 권태기 따위 없는, 변함없는 벗이 되어 줄 것이다.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해세간에선 나쁜 점이 두드러져 있지만, 사실은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코카기에 가능한 장점들이 훨씬 많다. 고영리 작가는 근심 걱정 없이 지내는 지오의 모습에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얘는 늘 평온하거든요. 전 되게 예민한데, 밤샘 작업 때 지오가 옆에 앉아 있어 주면 그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책임감도 느끼게 하고…….”인터뷰 중에도 지오를 향해 눈 맞추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 주던 고영리 작가. 그건 단순한 혼잣말이 아닌 교감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었다. 어느덧 노령기에 접어든 지오에게 그녀가 이르지만 매일 밤 건네는 것은 바로 작별인사다.“지오는 제 인생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 생명 중 하나예요. 그만큼 이 아이가 없는 생활이 무서운 거죠.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연습하고 있어요. 지오가 원하면 오늘 저녁에 조용히 가도 돼. 대신 평화로운 모습으로 엄마가 너무 슬프지만 않게 해 줬으면 좋겠어……. 지오가 선택할 수 있게끔요.”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었던 코카 스파니엘 지오 이야기. 고영리 작가에게 지오(知悟)와의 삶은 그 이름처럼 하루하루 부족한 자신에 대한 앎과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고 작가는 마지막으로 예비 반려인들에게 행복한 동거를 위한 조언을 전하며 더 많은 이들이 반려견과 동반자처럼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을 얻길 바랐다.“입양은 어떻게 보면 결혼과도 비슷하죠. 삶이 좀 안정됐고 적어도 20년간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강아지를 맞이할 적기 아닌가 싶어요. 외로움을 덜기 위해 데려오는 것이 아닌, 나를 필요로 하는 생명에게 내 생활의 일부를 내준다는 생각으로 함께한다면 분명 당신과 강아지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 STORY | 2015-04-03 09: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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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겐 가장 완벽한 반려견
- 내겐 가장 완벽한 반려견슈나우저 코난“내 이름은 코난, 탐정…… 아니 슈나죠”하고 말할 것만 같은 강아지 ‘코난’. 미니어처 슈나우저 코난은 만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꼬마 탐정과 묘하게 닮아 있다. 단순히 코난이라는 이름이 같아서가 아니라 작고, 귀엽고, 무엇보다 똑똑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발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견종이지만 코난은 사진 촬영도 척척 해내는 모델 견공이다. 어디선가 슈나우저가 멋지게 포즈를 취한 모습을 보고 신기한 적이 있다면, 아마 코난이었을 것이다.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장혜원(sammychang.blog.me) 함께 달릴 수 있는 친구코난의 반려인 장혜원 씨가 코난을 만난 건 2년 전쯤이다. 20대부터 독립해서 쭉 혼자 살다 보니 언젠가부터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하지만 그전까지 강아지를 길러 본 적이 없고 무엇보다도 생명을 책임지는 게 쉽지 않다는 지인들의 조언에 1년 동안 망설였다. 결국 고민 끝에 반려견을 맞이하기로 결심했다는데, 그 많고 많은 개들 중에 슈나우저라니. 활동적이고 고집 센 성격인 슈나우저는 강아지 초보에겐 녹록치 않은 견종이다. 혜원 씨는 어쩌다 슈나우저와 함께 살게 된 걸까.“사실 저는 슈나우저를 선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티즈를 좋아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딱 한 가지. 저랑 같이 달리고 뛸 수 있는 강아지를 원했어요. 작고 예쁜 인형처럼 기르고 싶진 않았거든요. 건강하고 산책 많이 다닐 수 있는 견종을 물어보니 슈나우저를 추천하더라고요.”그렇게 코난을 만났고 첫눈에 반해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됐다. 잔병치레를 안 한다는 말 외엔 별다른 정보를 듣지 못했다는 혜원 씨.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슈나우저를 입양했다고 하자 대번에 “어떻게 할 거냐, 악마견인데!”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혜원 씨 역시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정보를 찾아봤다. 역시나. 벽지나 신발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글이 수두룩했다. 다행히도 코난은 순한 성격이었고 여태까지 말썽 한 번을 안 부렸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도 혜원 씨 물건은 제자리에 두고 자기 장난감만 꺼내서 노는 영특한 모습까지 보인다.“같은 견종이어도 개마다 성향이 다른 것 같아요. 소형견이지만 온 집안을 물어뜯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리고 똑똑해서 말썽도 피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건강하니까 뛰어놀 수 있는 거고요. 어찌 보면 고맙고 행복한 일이죠.”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로그렇지만 혜원 씨가 단순히 운이 좋아 코난처럼 얌전한 개를 만났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꾸준한 산책은 물론이고 코난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항상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코난이 다른 개들처럼 심하게 사고를 쳤으면 저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냥 교육으로 해결했을 듯해요. 코난도 현관 벨이 울리면 심하게 짖었는데 훈련을 통해 훨씬 좋아졌거든요. 그런 식으로 바꿔나갔을 거예요. 노력해도 잘 안 된다는 개들 보면 그 방향이 좀 잘못된 것 같기도 해요. 이해와 사랑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인데 무조건 혼내기만 한다든지요.”‘앉아’나 ‘손’ 같은 기본 단어뿐만 아니라 잠자기 전 ‘쉬하자’는 말까지 알아듣는다는 코난. 비결은 계속 말을 걸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설명해 주고 이해시켜 주는 게 가장 좋은 훈련 방법 같다고. 혜원 씨는 지금도 계속 슈나우저에 대해 공부하며 코난을 키우고 있다. 정보가 부족한 것 같으면 해외 자료까지 찾아볼 정도로 열성적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무슨 공부를 할까 싶지만 혜원 씨의 대답은 의외이면서도 당연했다.“인간이 봤을 때 문제는 빤하잖아요. 물고 뜯고 이런 단순한 거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한 생명이니까 위험한 일 없이 키우려고 공부하는 거죠. 아무리 못해도 15년은 살 건데 강아지니까 어디가 아프다거나 힘들다고 말을 못하잖아요. 자기가 키우는 반려견에 대해 공부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개에 대해 잘 알아야 어떤 식으로 돌봐야 하는지 알게 되니까요.” 새로운 세계는 바로 너혜원 씨가 바랐던 대로 코난은 함께 걷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코난의 운동을 위해 산책을 꾸준히 나가면서 혜원 씨의 삶도 더욱 건강해진 느낌이다. 얌전하고 말도 잘 듣다 보니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는 대부분 출입을 허가받았다고. 매순간 소중한 코난과의 하루를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데 덕분에 즐거움이 한가지 더 늘었다.“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코난이 어렸을 때부터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어요. 그러다 보니 반려견 의류나 용품 모델 제의도 들어오고 잡지에 연재도 하게 됐습니다. 코난도 사진 찍는 걸 알아서 잘 협조해 줘요. 덕분에 슈나우저에게도 예쁜 모습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델을 하면서 옷도 여러 벌 생겼는데 산책할 때 입히면 잔디에 뿌린 농약 걱정 안 해도 되고 사람들도 거부감을 덜 느끼더라고요. 시커먼 코난 보면 무서워서 우는 애들도 있거든요. 강아지를 인형처럼 생각하는 건 싫지만 사람과 같이 사는 세상에서 조금 꾸미고 나가면 시선이 훨씬 부드러워지는 듯합니다.”블로그에 코난 사진이 가득하다 보니 반려동물 사진작가냐는 이야기도 종종 듣는다는 혜원 씨. 사실 혜원 씨는 여행 포토 에세이를 낸 경력이 있을 만큼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코난을 키우고부터는 여행 한 번 가기가 힘들다고. 코난이 보고 싶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가장 길게 간 여행이 3박 4일이다. 하지만 입양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홀로 누워있으면 조용히 곁에 다가와 온몸으로 꼭 안아 주는 코난이 있기 때문이다. 코난과 함께해 매일 더 행복해지는 삶이 혜원 씨에겐 가장 신선한 세상일 것이다.
- STORY | 2015-04-03 09: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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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지키는 곳
- 꿈을 지키는 곳팅커벨 입양센터들판을 꽉 채우는 아름드리나무도 처음엔 작디작은 씨앗에서 시작한다. 꿈도 그렇다. 맨 처음 모습을 보면 아무도 훗날을 예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계속 가꾸고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현실이 되어 눈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서울 강서구의 팅커벨 입양센터에서도 그런 꿈의 씨앗이 자라나는 중이다.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작은 강아지 한 마리에서팅커벨 입양센터가 개소한 건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2014년 4월 21일이었다. 모든 것은 비영리 민간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의 대표 황동열 씨가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하면서 시작됐다.“팅커벨이라는 말티즈가 있었어요.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강아지였는데 살리려고 데리고 나온 날 확인해 보니 파보에 걸렸더라고요. 결국 하루 만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팅커벨의 파보 치료를 위해 모금한 병원비가 남아 있었어요. 그 돈을 어떻게 쓰는 게 가장 좋을까 고민했지요.”돈을 돌려주는 건 모금해 준 사람들도 원치 않았다. 논의 끝에 팅커벨처럼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강아지들을 살리는 데 쓰기로 결정했고, 92만원으로 총 네 마리 개들을 시보호소에서 데려와 검진하고 입양 보냈다. 그런데 돈을 다 쓸 때까지만 하려던 일을 끝내지 못하게 됐다. 많지 않은 비용으로 생명을 살리는 모습에 사람들이 후원금을 계속 보냈기 때문이다. 결국 동열 씨는 팅커벨의 이름을 딴 ‘팅커벨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체계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그 후 1년 동안 110마리 정도를 구조해서 입양 보냈습니다. 계속 활동하다 보니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오는 강아지들을 수용할 장소가 마땅치 않더군요. 동물병원 케이지는 개들이 불편해하고요. 사람들과 접촉도 많이 하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카페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팅커벨 입양센터를 만들게 됐어요.” 보호가 아닌 입양을 위해현재 강아지 열다섯 마리, 고양이 다섯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팅커벨 입양센터. 보호소가 아닌 입양센터라는 이름을 붙인 건 보호가 아니라 입양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센터 위치를 서울 강서구, 그중에서도 지하철역 부근으로 정한 것도 입양자가 찾아오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 마리가 나가면 한 마리가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생명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입양이 절실하다. 요즘 황동열 씨가 가장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입양을 많이 보내려고 센터를 세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센터가 생기면서 입양이 줄어들고 말았다.“센터 개소 때 목표는 한 달에 열다섯 마리가 입양 가는 것이었는데 그에 못 미치고 있어요. 강아지들이 좋은 환경에서 편히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드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보호소 케이지 안에 있는 안락사 직전의 유기견들에게 더 마음이 가겠지요.”하지만 동열 씨는 지금을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유기동물이 불쌍해서 건강 상태도 모르고 입양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신뢰감을 가지고 유기동물을 입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팅커벨 입양센터의 모든 강아지들은 진료수첩을 가지고 있는데 검진 결과, 병력, 예방접종 기록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이 분양 업체에 가는 것 대신 잘 관리된 유기견을 입양하도록 유도한다면 입양은 자연스럽게 많아질 거라 동열 씨는 믿고 있다. 티어하임을 꿈꾸다예상보다 낮은 입양률 때문에 지난 1년간의 센터 운영에 대한 만족도는 60퍼센트 정도라는 황동열 씨. 하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바로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다. 평일에 두세 명, 주말에는 스무 명 가까운 학생들이 입양센터에서 봉사를 한다고. 지하철역 근처라 학생들이 오기 편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들이 행복하게 지내니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처음엔 봉사시간 확인서가 필요해서 찾아왔던 애들도 나중엔 그냥 좋아서 봉사 오더라고요. 동물들과 교감하면서 생명을 존중하는 법도 배우고 유기견에 대한 편견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유기견은 병들고 더러운 개라 생각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사람 손길이 닿으면 유기견도 이렇게 예뻐지는구나, 아는 거죠. 처음 센터를 만들 때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교육적인 효과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팅커벨 입양센터의 현재 목표는 구조한 강아지들을 하루 빨리 입양 보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가 하나 더 있다. 독일의 티어하임 보호소처럼 모범적인 유기동물 보호소를 만드는 것이다. 전체 강아지의 90퍼센트 이상이 입양되는 꿈의 보호소. 이런 보호소가 한국에 생기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동열 씨의 대답은 어마어마한 후원금도, 전폭적인 정부 지원도 아니었다.“당장 티어하임 같은 보호소가 국내에 있다고 하면 그 앞에 버리고 가는 동물이 엄청나게 많을 거예요. 그런 보호소가 생기려면 먼저 동물이 유기되는 환경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유기동물 수가 지금보다 적어야 안락사하지 않고 전부 입양 보낼 수 있는 거죠. 실수로 잃어버리고 못 찾는 경우도 많은데 반려견에게 인식표와 마이크로칩을 꼭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팅커벨 입양센터는 이번 달부터 매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상암동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캠페인을 진행한다. 유기동물 입양 홍보 엽서도 나누어 주고 반려동물 인식표 새기기 행사도 한다고. 한국의 티어하임을 꿈꾸는 반려인이라면, 화창한 봄날 반려동물 놀이터에 들러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 STORY | 2015-04-03 09: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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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원이 싫어진 당신에게
- 동물원이 싫어진 당신에게<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최혁준동물원. 어린 시절 참 좋아했던 곳.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안 가게 된 곳. 동물과 함께 살면서부터 동물원 동물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안 가고 안 보는 것뿐……. 그런데 과연 외면만이 정답일까? 또 다른 선택지를 갖고 싶다면, 조금 더 행동하고 싶다면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의 저자 최혁준 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스스로를 진짜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동물에 대한 그의 생각과 애정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글 이지희 자료협조 최혁준(blog.naver.com/96spore), 책공장더불어(blog.naver.com/animalbook) 동물원 평가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에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네덜란드의 한 동물원에 가게 됐는데, 국내 동물원과 사뭇 달랐어요. 동물들을 배려하고 각각 특성에 맞게 환경을 꾸며 준 모습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동물원에 잘 안 가다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다시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몇 년 만에 가보니 뭔가 달라졌더라고요. 동물에 초점을 맞춘 변화들이 보였습니다. 동물원과 동물원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졌고요. 이런 시기에 국내 주요 동물원을 평가한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실행으로 옮긴 거죠.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책을 낼 계획이었나요?원래는 블로그에서 자료를 공개하려고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했거든요. 2012년에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출판 제안을 받은 건 2014년이었어요. 2년이 흘러 평가 결과가 나올 때쯤이었죠. 블로그엔 못 올려서 아쉽지만 책으로 나온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동물원 관람객 중 가장 많이 배웠으면 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이랑 학부모들인데 둘 다 블로그보다는 책을 쉽게 접하니까요. 처음엔 책 제목에 ‘고등학생의’라는 말이 쓰여 있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더라고요.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을 것 같아요동물은 제 탄생과 함께 시작된 관심사였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쑥스럽지만, 기본 소양은 돼 있었나 봅니다(웃음). 원래도 야생동물을 좋아했고 집에서 키우는 동물도 야생동물에 가깝고요. 물론 책 쓰면서 공부를 더 많이 했죠. 특히 동물행동학이요. 행동을 보면 잘 살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거든요.동물원에는 얼마나 자주 갔나요?평가 기간에는 엄청 많이 다녔고요. 그전엔 일 년에 네다섯 번 정도였어요. 고등학교 진학한 후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기분 전환하러 갔습니다. 꼭 프로젝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냥 가서 보면 재밌는 것도 배울 것도 많아요. 그런데 혁준 군처럼 동물에 대해 많이 알면 심적으로 힘들지 않나요? 뭐가 부족하고 불편한지 알잖아요책 내고 나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도 의문이 들었어요. ‘난 어떻게 가는 거지?’ 싶었죠. 일단은 너무 심한 게 아니면 불쌍하긴 하지만 아예 못 보겠진 않더라고요. 저는 여러 가지 시선으로 동물을 관찰하거든요. 외형 자체가 흥미로울 때도 있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때까지 기다려서 포착하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참 의미 없이 관람한 것 같아요. ‘와~ 호랑이다’ 이런 식으로만 보고 지나다녔던 기억이 납니다동물원이 오락과 휴식을 목적으로 지어졌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봐요. 현대 동물원의 기능은 위락뿐만 아니라 기르는 동물의 야생개체군 존속에 이바지하는 '보전', 동물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연구', 관람객에게 생태지식과 생명존중 정신을 가르치는 '교육'의 역할까지 하고 있거든요. 동물원의 역할이 바뀌었으면 관람객도 그런 걸 보려고 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내 동물원들이 변화를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고요. 사실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은 동물원에 안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지요그러면서 악순환이 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외면하면 동물원은 피드백이 없으니까 나아지지 않거든요. 수익성도 떨어지면서 가난해지고, 그럼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깎고. 결국 동물들은 점점 나쁜 삶을 살게 됩니다.막연히 불쌍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는 거군요동물원 동물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데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관람객이에요. 제가 책을 관람객 대상으로 쓴 것도 그래서입니다. 동물들이 불쌍하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면 변화로 이어지기 어려우니까요.혁준 군은 동물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네. 동물원 역사를 공부해 봤는데 동물원 같은 형태의 시설이 나타난 건 인류 고대 문명 때예요. 야생동물을 가두고 구경하는 행위가 아주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던 거죠. 인류의 필연적인 욕망 같기 때문에 당장 없앤다고 해도 분명 비슷한 종류의 시설이 곧 생길 겁니다.없애는 게 의미가 없겠네요거기에 더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어요. 동물원 관계자들이 ‘동물원 동물들은 야생동물의 외교 사절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항상 말하는데요. 저는 그런 역할이 아주 미약할지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알면 사랑한다고 하잖아요. 그 반대로도 되는 것 같아요. 모르면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동물 만나기가 정말 쉽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동물을 접하고 부정적으로 소개받지 않는데도 동물 문제가 생기죠. 특히나 야생동물은 곁에 있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생명이고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주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동물 서식지를 보전한다고 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게 아닌 데도요. 야생동물이 어떤 동물이고 어떻게 사는지 안다면 무조건 무시하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동물원이 존재하되 동물 복지를 지켰으면 하는 거군요그리고 외교 사절 같은 역할과 함께 앞서 말한 보전, 교육, 연구의 기능을 제대로 한다면 동물원이 꼭 사회악적인 시설이 아닐 수도 있죠. 느리지만 계속 발전도 하고 있고요.동물원뿐만 아니라 관람 예절에도 아쉬움을 느낀다고 들었습니다동물에 대한 갑질이라고 해야 하나요. 우리가 동물들의 집에 방문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돈 내고 놀러온 유원지지만 동물들은 거기서 평생 동안 살잖아요. 남의 집에 가면서 그렇게 무례할 수 있나 싶어요. 반응을 보려고 유리를 두드린다거나 소리를 지르고, 어떤 분들은 욕을 하기도 해요. 동물이 알아듣지는 못한다 해도 동물원이 동물을 조롱하는 공간은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 집에 갔다고 생각하고 관람 예절을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혁준 군도 반려동물이 있다고 했죠? 책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요왕관앵무 ‘띵똥’, 아프리카민며느리발톱거북 ‘사하라’, 녹색이구아나 ‘정치’를 키우고 있는데요. 야생동물에 가까운 동물이다 보니 야생에서 어떻게 사는지 알잖아요. 결국 동물원 환경을 평가한다는 건 동물에게 환경이 적절한가를 보는 거니까 야생에서의 모습을 아는 게 제일 중요하죠. 그러고 보니 요즘 희귀한 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사실 야생동물을 집에서 기른다는 건 정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에요. 이구아나도 대중성에 비해 굉장히 키우기 힘든 동물이거든요. 초식 파충류는 먹이를 계산해서 먹여야 하는데, 어떤 동물의 신진대사까지 조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기를 거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사람이야 좀 안 좋은 경험하고 돈이 날아가는 정도겠지만 동물들은 생명을 잃게 되니까요. 개처럼 생각해서 잘 놀아 주면 문제없을 거라 여기는 경우도 많은데 그건 개라는 특이한 동물에게만 해당되는 거예요.개는 어떤 면에서 특이한가요?야생동물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할 걸 개는 당연히 저렇게 해요. 그리고 야생동물은 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사람이나 그렇죠. 인간도 아닌 것이 동물도 아닌 것이, 정말 신기합니다. 강아지도 키워본 적이 있나요?집에서는 없고 친구 강아지로 간접 경험을 했어요. 라온이라는 말라뮤트였는데 친구가 키웠지만 제가 개에 대해 배워서 참견도 하고 도와주기도 했죠. 개를 겪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많은 걸 느꼈어요. 매번 만날 때마다 신기했고 개에 대한 생각이 삼천 번은 바뀐 것 같아요. 라온이는 정말 선생님이었어요.라온이가 혁준 군에게 준 영향이 상당한 것 같아요사육은 공부와 연구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미건조한 동물을 기르면서도 매번 새로움을 느끼는데 하물며 개는 어떻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기회를 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아는 만큼 더 잘해주게 되잖아요. 굉장히 사람 같은 동물이지만 사람과 전혀 다른 동물이니까 오해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 하죠.지금도 라온이에게 배우고 있나요?안타깝게도 라온이는 다른 집으로 보내졌어요. 수능 끝나면 제일 먼저 라온이와 산책하려 했는데……. 다행히 제 친구보다 더 좋은 주인을 만났지만 그래도 씁쓸해요. 개한테는 환경보단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라온이가 좁은 집에서 산책도 자주 못하는데 밝은 성격을 유지한 것도 그래서겠죠. 늑대라면 그렇지 못했을 거예요. 그동안은 개에 대해 혼자 생각하면서 공부했는데 올해 특수동물학과로 진학하게 되어서 이제는 대학교에서 배울 예정이에요. 그간의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차기작을 낼 계획도 있는지요?아마도 동물원에 관한 그림책이 될 듯해요. 동물원에 많이 다니다 보니 애착이 생긴 동물들이 있는데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그런 사연들을 그림으로 그려 볼 예정이에요. 이번 책 출간하면서 독자와 동물원 걷기 행사를 했는데 또 예정되어 있나요?5월 이후로 소식을 많이 들려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책 덕분에 동물원 쪽에서 연락이 와서 만나기도 하고 프로젝트 논의도 하고 있거든요. 행사도 있고 강연도 있고. 같은 주제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워요.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동물과 사람의 매개자가 되는 거예요. 서로에게 서로를 소개해 주는 거죠. 외교관도 될 수 있고 분쟁해결사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동물의 편에 조금 더 가깝게 서 있겠죠? 동물은 말도 못하고 사람과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서 오해와 불이익을 받기도 쉬우니까요. 사람과 동물이 모두 잘 살 수 있도록 원만하게 풀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STORY | 2015-04-03 09: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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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이상적인 마지막
- PET LOSS가장 이상적인 마지막만성신부전으로 떠난 미미 말티즈 미미는 전 주인에게 받은 학대 탓에 나이에 비해 체구가 훨씬 왜소했다. 다행히 지금의 주인을 만났고 진료를 위해 몇 마디 나누는 동안에도 미미와 보호자 간의 유대감이 매우 두터운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미미는 일곱 살이었지만 불행히도 만성신부전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4단계 상태였다. 지속적으로 관리해도 6개월을 채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미미의 보호자는 많이 슬퍼했지만 남은 기간 동안 미미가 힘들어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치료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치료 과정 동안 보호자는 미미 입장에서 주치의인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전 호에 언급했던 삶의 질 척도 항목과 미미의 상태 변화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미미의 완화 치료맨 처음 미미는 신장수치가 너무 높고 물이나 밥을 스스로 먹지 않는 상태였다. 만성신부전 관리에 있어 식이와 음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므로 우선 비강에서 위로 이어지는 튜브를 장착해 보호자가 액상사료와 물을 주사기로 직접 넣어 주었다. 여러 신장 보조제와 조제약도 일부 튜브로 먹여서 약을 거부하는 미미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미미는 1~2주 간격으로 내원해 기본검사를 받았는데, 다른 만성신부전 4단계 환자에 비해 신장수치가 많이 감소해 좋은 컨디션이 유지되기 시작했다. 기력이 생기자 미미는 비강튜브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튜브를 제거하고 보호자가 직접 식사량 및 음수량을 유지하며 하루에 한 번 피하로 수액을 투여했다. 또한 만성신부전에 필요한 치료제는 시간 간격을 두고 먹여야 하는데, 가능한 투약 횟수를 줄여 미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했다. 만성신부전은 현대 수의학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아직 어렵다. 때문에 완화 치료를 통해 증상 악화 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치료 목표이다. 미미 역시 가능한 통원 치료로 상태가 잘 유지될 수 있게 세심히 관리했다. 남은 시간은 모두 지나가고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치료를 시작할 때 선고 받았던 기간이 지나자 미미의 신장수치는 마지막을 향해 높아져 갔다. 다른 신부전 환자와 같은 구토·설사 등의 위장 증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미미는 식욕과 기력이 점차 없어져 갔다. 그동안 치료에 최선을 다했던 보호자도 이제 미미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했다. 상담을 통해 나는 미미가 고통 없이 보호자 품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혹여 발작이나 호흡곤란 등 너무 괴로운증상을 보인다면 안락사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다시금 말씀드렸다. 더 이상은 여러 보조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미미가 힘들 수 있는 보조제 치료는 중단하고 피하수액 등 일부 처치만 실시하기로 했다. 며칠 뒤 피하수액을 해도 소변 양이 많지 않아 몸이 붓는 듯하고 호흡이 힘들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신장기능이 다해 소변을 잘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피하수액도 거의 중단해야 했다. 미미는 그동안 받았던 치료를 모두 줄이고 보호자와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집중하기로 했다. 안녕 미미그러고 며칠 뒤 미미가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보호자는 전화로 미미의 마지막을 말해 주었다. 미미는 죽기 전 2~3일 동안은 산책을 나가도 될 만큼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고 한다. 보호자는 미미와의 마지막을 꼭 함께하고자 외출도 피하고 지냈는데, 그날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 잠시만 다녀오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비틀거리며 잘 걷지도 못했던 미미가 갑자기 보호자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자리를 잡고 눕더란다. 보호자는 “미미야, 엄마는 미미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사랑해”라고 미미의 귀에 속삭여 주었는데, 이후 갑자기 미미가 거친 숨을 한번 몰아쉬었고, 그대로 심박과 호흡이 멎었다고……. 준비는 했지만 황망했던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하며 보호자와 나는 함께 울었다. 그러나 미미가 참 배려심이 깊은 강아지고, 가장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했다는 점에 안도했다. 보호자가 외출한 사이 혼자 떠나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겨 큰 고통 없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니 말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웃으며 추억할 수 있도록?한 달 뒤 보호자가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병원에 왔다. 미미가 치료받으러 다녔던 병원에 올 수 있을 만큼 보호자는 펫로스를 극복한 상태였다. 미미가 얼마나 예쁘고 특별한 아이였는지 같이 회상하며, 구토나 발작 등 힘든 증상 없이 떠났다는 점에 함께 감사했다. 의학적으로는 몇 가지 사망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미미와 보호자는 가장 이상적인 마지막 몇 개월을 보냈고 주치의로서 이를 도왔다는 것이 보람됐다. 보호자는 내 손을 꼭 붙잡고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갔다. 노령 반려동물을 치료하다 보면 환자, 보호자, 수의사 모두 힘든 상황을 겪게 된다. 그러나 미미의 경우처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고 환자와의 마지막 기억을 좋게 마무리 짓는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자와 사별하더라도 보호자가 덜 힘들어할 수 있고, 나중에는 웃으며 옛일을 추억할 수 있다. 죽음이라는 사건을 겪으며 한 단계 성숙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인연을 시작할 용기도 얻게 된다. CREDIT글 해마루 동물병원 김진경 수의사그림 박혜미?
- STORY | 2015-04-03 09:2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