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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18 1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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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15 14: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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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14 16: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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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08 18: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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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08 18: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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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뜻밖의 손님, 궁디와 빵디
싱그러운 봄 내음이 조금씩 짙어지던 3월 초, 오랜만에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고양이를 잠시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전화였습니다. 집 주변에 정원이 있기에 맡아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다른 길고양이들의 텃세, 집을 나가 따로 독립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 농번기가 다가와 마을 주변에 놓인 화학약품을 먹고 변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흔쾌히 답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궁디와 빵디 좀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에 동생은 다급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습니다. 남자친구가 3년간 거주하던 집 계약이 끝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집을 관리하는 분께서 고양이는 들일 수 없다고 하셨답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고양이들이 당장 갈 곳이 없어지자 하는 수 없이 저에게 연락한 것이지요. 물론 동생과 부모님 사이의 타협도 있었습니다. 동생은 가게 건물 2층이나 식당 정원에서 고양이들을 보살피길 원했으나, 2층은 아직 리모델링이 덜 된 데다가 만약 탈출해 가게로 내려온다면 식당 손님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또 식당 정원 근처에는 큰 도로가 있기에 환경 적응이 덜 된 고양이들이 차에 치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결국 아이들의 임시 거처는 본가에 있는 안 쓰는 창고로 정해졌습니다. 다음날 점심 무렵, 광주시에서 충청남도까지 차로 2시간 넘게 달려 온 동생과 고양이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을 아껴주던 집사의 곁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앞으로 몇 달간은 동고동락할 사이가 되었기에 모쪼록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하며 츄르로 환영식을 열었습니다.닮았지만 성격은 정 반대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은 자연스레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둘의 성격은 동생에게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서로 반대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외모만 보면 형제라고 믿을 만큼 둘 다 제법 살집이 퉁퉁한 고양이었으나, 궁디는 아주 낯가림이 심하여 무심코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면 주저 않고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대곤 했습니다. 반면에 빵디는 볼을 꼬집던, 얼굴을 비비던 모두 넉살 좋게 받아주는 낙천적인 아이였습니다. 마당에 데려다 놓자마자 잽싸게 창문으로 올라가 내려올 생각도 않고 주위만 살피는 궁디의 모습이 답답했는지, 빵디는 정원 곳곳을 누비며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빵디는 강아지들과도 곧잘 친해져 함께 정원을 돌아다니는 데 반해 궁디는 끝까지 창문에 붙박인 채 내려올 생각을 않았습니다. ‘아직 첫날이라 적응이 안 돼서 그런가 보다’ 하였으나 겁먹은 채 창문 근처에서 밑을 내려다보던 궁디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모습을 감추다 그 뒤 일주일 정도가 지난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는데 이상하게 궁디와 빵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사료를 챙겨 먹고 마을로 나가던 아이들인데 걱정이 앞섰습니다. 어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다니며 불러 보아도 눈에 보이는 건 다른 길고양이뿐이었습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자 동생은 ‘도시에서 살 때도 종종 집을 나가 며칠 만에 들어오곤 했다’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었으나, 그곳에서는 지리를 잘 알아 돌아올 수 있었을 테고 이곳에선 정착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기에 혹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궁디가 먼저 집에 들어왔습니다. 궁디는 그동안 어디서 밥은 안 굶었는지 뚱뚱한 모습 그대로 돌아와, 무슨 호들갑이냐는 듯 맛있게 사료를 먹고 창고로 다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이 참 황당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빵디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큰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아니야, 좀 더 기다려보자. 궁디도 돌아왔으니까 빵디도 무사히 돌아올 거야’라며 애써 나쁜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빵디, 돌아오다 빵디가 사라지고 3주가 지났을 무렵, 가족들은 붙임성 좋은 빵디가 분명 다른 집에 들어가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돌아오지 않을 리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다시 한 주가 지나고 동생이 집에 왔습니다.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과 함께 빵디를 찾으러 마을 곳곳을 누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살이 쏙 빠져 야윈 모습의 빵디가 동생에게 타박타박 걸어오는 겁니다. 그러곤 매우 성난 목소리로 ‘야옹, 야옹’ 하고 우는데, 마치 왜 자기를 여기에 두고 갔느냐는 듯 화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빵디에게 동생은 미안하다 말한 뒤 간식으로 성난 빵디를 달래주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나온 건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반가워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무사히 빵디를 찾을 수 있어 퍽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빵디와 궁디는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뀐 게 있다면 둘 다 과체중 고양이에서 정상 체중 고양이로 탈바꿈했다는 겁니다. 부디 원조 집사의 곁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렇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글. 사진 안진환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18 1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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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세 식구 24시간 생활기
- 어쩌다 보니 우리 부부는 약 2주 동안 자몽이와 함께 집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당시 임신 중이던 나는 3개월간의 짧은 휴직기를 보내고 있었고, 신랑은 하필 시국이 좋지 않을 때 감기에 걸려 군대(신랑은 직업군인이다)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지시받았다. 우리 부부는 혹시나 모를 만일의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현관문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생활 1일 차 자몽이는 아침부터 굉장히 당황한 눈치였다. 평소에 자몽이 아침밥을 7시 30분쯤 주는 편인데 나와 남편이 계속 거실에 앉아있으니 자몽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우리 쪽을 힐끔거렸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우리 부부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자 자몽이는 담요에서 나와 우리를 빤히 올려다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엄마 아빠가 쉬는 날인가 보다’ 하며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려는 듯했다. 밤이 되자 자몽이는 거실 소파로 슬금슬금 올라왔다. 주로 안방 침대에서 함께 자거나 거실 소파에서 혼자 자는 자몽이가 오늘은 아빠가 있는 거실 소파에 누웠다. 그렇게 자몽이는 곧장 아빠 품으로 파고들어 잠을 청했다.생활 4일 차 지난 며칠 동안 자몽이는 아빠와 밤새 거실에서 놀다 아침에 잠들어, 점심때쯤 눈을 뜨는 일상을 반복하더니 4일 차인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달라고 우는 거였다. 정오에 첫 식사를 하는 대단한 자몽이. 우리 부부도 이렇게 온종일 함께하는 생활은 처음인지라, 낮 동안에는 거실에서 잘 안 하던 퍼즐을 꺼내 맞추는 등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쪼그려 앉아 퍼즐 조각을 만지작 거리는 우리들 옆에서 자몽이는 최애 장난감인 머리끈으로 축구놀이를 하며 뛰어다녔다. 그러다 문득 작은 퍼즐 조각들이 꽤나 흥미롭게 느껴진 건지, 자몽이는 축구놀이를 하는 자세를 잡더니 맞춰진 퍼즐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우리는 그런 자몽이의 모습에 큰 소리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우리 부부의 퇴근 시간인 6시 전후에 저녁밥을 줬었다. 아마 그때의 자몽이는 배고파도 꾹 참고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렸나 보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 있는 지금, 자몽이는 오후 5시 30분 정도가 되면 어김없이 부엌으로 가 배가 고프다는 듯 울어댄다. 특히 우리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고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면 자몽이의 칭얼거림은 한층 더 심해진다.생활 10일 차 이제 자몽이와 우리 부부의 생활 패턴은 서로에게 완전히 맞춰져 있다. 11시쯤 일어난 자몽이는 햇살 아래 그루밍을 한다. 그렇게 해가 지고 저녁 식사까지 마치면 자몽이는 조금씩 잠이 오는 듯 눈을 끔뻑거리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반드시 자몽이의 몸을 긁어줘야만 한다. 좋아하는 부위를 정확히 긁어주다 보면 자몽이는 기분이 아주 좋은 듯 낮은 소리로 계속해서 그르릉거린다. 그리고 잘 시간이 되면 자몽이는 정말 기절한 것처럼 잔다. 종일 우리를 놀아주느라 본인은 낮잠도 못 자고 뛰어다니다 보니 피곤한 게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곯아떨어진 자몽이는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자세만 조금씩 바꿔가며 색색 잘도 잔다.240시간 생활이 끝나고 자몽이는 아무래도 굉장한 지능을 가진 것 같다. 똑똑한 고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정말 대화가 통하는 수준에 이르렀달 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면 눈빛, 발짓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건가 싶다. 어느 날은 자몽이가 머리끈을 가지고 놀다가 가구 밑으로 쏙 들어가더니, 이내 우리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애옹애옹 우는 거였다. 그리곤 이내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은근한 눈짓을 보내더니, 사뿐사뿐 걸어가 어떤 가구 앞에 서서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래서 가구 밑, 서랍 등을 들여다보면 아니나다를까 자몽이가 잃어버린 머리끈이 들어있었다. 또 한 번은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고 있었는데, 자몽이가 또 애옹 하고 울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 바로 따뜻한 물을 물그릇에 담아줬더니 자몽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여 물을 마셨다. 자몽이도 자신의 말을 다 알아듣는 우리가 편해졌는지 요즘따라 이것저것 요청사항이 부쩍 많아졌다. 꼬박 240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꼭 붙어있다 보니, 문득 인제야 ‘진짜 집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자몽이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함께 잠들고, 함께 밥을 먹으며 마치 한 사람처럼 세 식구가 서로를 닮아가는 것. 허락된다면 아주 아주 오래.글. 사진 김성은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1-15 14: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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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TERRORISM
으악! 이럴 수가, 폴리의 생일을 까먹었다! 캣페어를 마친 직후,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던 데다가 또 만성이 되어가는 두드러기로 몸까지 만신창이라는 핑계까지 더해 까맣게 모르고지나치고야 말았다. 사실 냥님들이야 생일 따위가 뭔지 알 턱이 있으시겠느냐마는 집사들의 맘이야 또 그렇지가 않지!
치명적인 옥에 티 곧 있으면 하니 생일도 다가오니 올 상반기에는 선물(?)로 종합검진을 해줄 계획이다. 둘 다 매우 잘 놀고 잘 싸고 맘마도 잘 드시는 걸 보면 문제는 없어 보이나, 이제 폴리는 6살, 하니는 5살이 되었으니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한 번씩은 건강 체크를 하는 게 좋겠노라 작은 집사 삵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폴리, 하니와 함께 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이 좁은 곳에서도 건강하고 발랄하게 잘 지내주는 고마운 우리 폴리와 하니. 외모는 물론 성격과 머리도 좋은 우리 폴리와 하니는 정말로 모든 게 완벽한 100점 만점에 100점 고양이님이시다. 하지만 딱 하나! 엄청난 옥에 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무시무시 한………… 쉬 테러!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기에, 범인은 대체 누군지 (혹은 둘 다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티 없이 해맑고 사랑스러운 짓만 쏙쏙 골라 하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전 주인과 있을 때 맘고생을 했던 시기가 좀 있다. 내가 그 공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사무실 주인이자 (구) 집사의 오랜 부재와 잦은 장소 이동, 그로 인해 밥과 물, 화장실 등 기본적인 관리를 제대로 받은 걸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폴리와 하니는 주인과의 유대감을 비롯해 심적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도 뭐라 할 수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기에 안타까움이 컸다. 특히 하니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1살 반 정도였으니, 아마 하니 는 1살이 되기도 전부터 불안정한 생활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아무튼 그 당시 고양이 오줌 테러가 뭔지 알 턱이 없던 나는 크게 당황했고, 그곳에서의 1년 반 동안 나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어가야만 했다. 잘 오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어떻게 해서든 배변 실수를 고쳐주고자 화장실을 청소하며 관리를 했고, 나중에는 모래가 문제인가 싶어 사비까지 들여 비싼 수입 모래로 바꿔 주기도 했다. 또 날마다 고양이 오줌 테러에 관한 공부도 했다. 야단도 쳐보고, 싫어하는 향수나 냄새 제거제 등등 수없이 뿌려보았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이곳으로 와서도 이어지는 쉬 테러 때문에 내다 버린 패브릭만 몇갠지. 후각이 극도로 예민한 나는 오줌 냄새를 맡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냄새를 지우려고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느라 지치고 지쳤다. 물론 그래도 아이들은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냄새는 미웠지만 좋다고 와서 비벼주고 애교를 부리는 이 강아지 같은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오줌쯤이야….’ 하고 스르르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렇게 반쯤 자포자기한 채로 1년 반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또다시 시작된 오줌 테러 엇! 그런데 어느새 쉬 테러가 사라졌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어쩌면 아이들이 나아진 건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는 쾌적한 화장실 상태는 물론, 매일 곁을 지켜주는 집사들 덕분은 아닐까 생각한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혹시 폴리와 하니는 오랜 시간 분리불안을 겪고 있었던 건 아닐까? 캣 페어로 한창 정신없던 얼마 전, 아마 행사 마지막 날이었을 거다. 일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또다시 바닥엔 오줌 자국이 흥건했다. 내 머릿속에서 오줌 테러가 지워진 지 꽤 되었기에, 다시 전쟁 시작인가 싶어 내심 좀 절망스럽기도 했다. 오랜만이든 아니든 고양이 오줌 냄새는 정말로 적응이 안 된단 말이다. 어찌나 지독한지 닦아도 빨아도 남아있는, 마치 외양간에 온 것 같은 그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 폴리 하니, 아무 걱정 하지 마 행사 기간이었음에도 나는 늘 폴리와 하니의 곁을 지켰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치워주고 밥과 물도 늘 풍족히 채워줬다. 하지만 보채도 놀아주지 않고 하루에 딱 두 번인 좋아하는 간식 타임도 빼먹기 일쑤에, 연일 들이닥치는 커다란 택배 상자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작업실 분위기에 혹시 우리 폴리와 하니가 불안함을 느꼈던 걸까? 고양이들의 불리 불안이 왜 배변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바로 그 케이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 쉬 테러에서 어느 정도는 해방되어서 좋다. 어쩜 이렇게 장한지. 요 작고 작은 녀석들이 집사와 환경이 바뀌는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열심히 참고 견딘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코끝이 찡하다. 사실 이건 가설일 뿐이니, 정확한 원인은 이참에 진료를 받고 나면 알 수 있으려니 한다. ‘혹시나?’ 하는 부분없이 면밀하게 건강 체크를 해주고 폴리와 하니에게 맞는 쾌적한 환경과 편안함을 주고자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면 정말로 테러가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폴리, 하니야, 앞으로 우리와 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리 아가들. 지금처럼 해맑고 건강하고 또 건강하게만 지내주렴. cat&oister(@cat_and_oister) ㆍ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팔로워 513명, 팔로잉 155명, 게시물 423개 - cat&oister(@cat_and_oister)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www.instagram.com글. 사진. 일러스트 OYSTER STUDIO(장보영) 에디터 이혜수<오이스터 스튜디오-TERRORISM>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14 16: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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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달달한 머랭님
- 이미지 확대보기 작고 소중한 머랭이를 만났는데 "띵동”. 메시지 알림 소리가 유독 반가울 때가 있다. 수업 시간에 슬쩍 대화 창을 확인해보니 보이는 “머랭이 왔다~“라는 말. 이 말 한마디면 지루하던 수업도 버틸 수 있다. ‘수업 끝나면 머랭이 보러 가야지‘라는 부푼 기대감과 함께. 처음 만난 아기 고양이 머랭이는 정말 ‘머랭’같았다. 하얗고 복슬거리고 쫀득거리는 느낌. 당시 유튜브에서 디저트 관련 영상을 즐겨 보던 집사는 머랭이를 보자마자 그 이름이 떠올랐다고. 호기심 대마왕이었던 아기 머랭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우리가 그저 손만 뻗어도 얼굴을 비비며 “너도 내 집사 친구야?”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 흔한 짜먹는 간식도 없었지만 머랭이는 해맑게 우리에게 다가와 주었다. 넘치는 팬 서비스에 실험실 학부생인 우리는 금세 흐물흐물 녹아내렸고, 대학원생인 머랭이 집사님께 머랭이의 다음 예방접종 날짜는 언제인지 물어보며 머랭이가 학교에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 녀석 친화력이 엄청났어! 머랭이는 우리 실험실뿐만 아니라 옆 실험실에서도, 학교 동물병원에서도 인기 스타였다. 동물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도 머랭이는 함께 모니터를 보면서 얌전히 기다려주는 프로였다. 예방접종 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에게 와서 야옹거리며 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멋진 포즈를 잡아주는 아이였다. 마치 하악질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머랭이의 이 타고난 외향적인 성격은 머랭이 집사님의 가족들에게도 통했다고 한다. 평소 동물을 무서워하시던 집사의 어머니께서도 머랭이에게만은 애정을 갖게 되셨다고. 머랭이는 지금도 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어머니께 달려들곤 한단다. 비록 애정의 속도는 다르지만,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분명히 보여서 함께 행복하다는 머랭이의 집사. 머랭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에게도 굉장한 친화력을 보인다고 한다. 집사의 친구 고양이와 한 달간 함께 지냈던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머랭이는 특유의 ‘인싸력’을 선보이며 친구네 고양이에게 끊임없이 다가갔다고 한다. 혹시라도 상대 고양이가 불편해할까 차근차근 합사를 진행했기에, 얼마 안 가 둘은 이모와 조카 같은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년이 바뀌는 동안, 집사가 석사 과정을 졸업하는 동안, 그 작고 소중했던 머랭이도 제법 늠름한 자태로 탈바꿈했다. 포근하고 흐늘거리던 털 역시 어느새 풍성한 털로 바뀌어 있었다. 총총 걷던 발걸음도 위풍당당해졌고, 안간힘을 써야만 닿을까 말까 하던 점프도 이젠 깃털처럼 가볍고 우아해졌다. 호기심 어린 눈빛은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 순백색이었던 머랭이의 동그란 얼굴은 조금 날렵해졌고, 눈 주변 역시 마스카라가 번지듯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 마냥 억울하게만 보였던 처진 눈매도 여느 고양이와 같이 날카로워졌다. 강하게 부정하고 싶지만, 머랭이가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아냐! 머랭이는 아직도 매거진에 들어갈 사진을 요청하려고 오랜만에 머랭이 집사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머랭이는 잘 지내나요? 머랭이랑 잘 놀아주고 계시죠? 집사의 안부를 묻는 것은 뒷전으로 한 채 머랭이의 안부부터 뻔뻔하게 물어봤지만, 집사는 당연한 듯 “머랭이 잘 지내지! 대학원 생활보다는 여유가 생겨서 많이 놀아주고 있어. 주말에는 하루 종일 붙어있다니깐?” 하고 대답했다. 집사가 보내준 사진 속 머랭이는 여전히 쫀득쫀득 보드라운 모습이었다. “다 큰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역시 아기네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머랭이는 더 클 거야. 내가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 줄 거니까.”새삼 부러워서 배까지 아프게 하는 둘의 사이. 이러다 정말 머랭이가 집사보다 커다래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다.글 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예비 수의사의 일기-달달한 머랭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1-08 18: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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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마음을 나누는 일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뿐인데그 뭉클한 위로가 내 마음에 쿵 하고 와 닿는다.
마음을 나누는 일 모카와 두부, 고양이 두 마리와 생활하다 보니 한 마리 한 마리에게 골고루 애정을 쏟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모카에게만 마음이 기우는 것은 아닐까, 혹시 소극적인 성격의 두부가 서운해하진 않을까, 간혹 마음이 쓰인다. 그럴 땐 모카가 낮잠 자는 틈에 몰래 두부에게 간식을 챙겨주곤 한다. 모카가 깰까 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두부가 좋아하는 간식을 몰래몰래 챙겨 줄 때면 괜히 미안하기도, 고 양이의 눈치를 보고 있는 지금 상황이 퍽 우습기도 하다. 허겁지겁 비밀스런 간식을 먹고 나면 두부도 고맙다는 듯 ‘야옹’ 하고 나에게 사랑스런 인사를 남긴다. 몰래 먹는 간식 맛을 알았는지, 한동안 모카가 잠들 때마다 자꾸 나에게 와서 간식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던 두부를 외면하느라 혼났지만 말이다. 간식도 가끔 먹어야 맛있단다, 얘야.두부는 모카에 비해 소극적인 성격인 데다 치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간식 양을 모카와 똑같이 줘도, 느리게 먹는 탓에 늘 남기곤 한다. 심지어 입맛도 까다로워 새로운 간식을 시도할 때면 킁킁 냄새만 맡고 떠나버리기 일쑤. 이러니 늘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쩌다 두부의 입에 맞는 간식을 발 견하면 너무 기뻐서 많은 양을 쟁여놓기도 한다. 나는 대충 밥을 챙겨 먹으면서 고양이들의 사료나 간식은 친환경, 엄선한 재료, 홀리스틱 등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따진다. 이런 게 바로 엄마 마음인가, 피식 웃음이 나온다. 고양이에게 받는 무심한 위로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빵빵 터질 때가 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멍하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공허한 상태. 지친 몸을 이끌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풀썩 침대에 기대앉아 후우 한숨을 쉬고 있자면 슬그머니 나의 고양이들이 ‘야옹’ 하고 다가온다. 작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꼭 내 맘을 안다는 듯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식빵을 굽는다. 참으로 고양이스럽고 무심한 곁이지만, 지금 내겐 가장 필요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그저 곁을 지켜주는 것, 그래도 내 편이 하나쯤은 있구나. 따스한 존재감에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린다. 너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너무 바쁜 날 집을 오래 비워야 할 때, 정작 고양이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내가 괜히 미안해서 구구절절 미안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외출하곤 한다. 이러저러해서 어쩔 수가 없어, 그래도 최대한 빨리 들어올게.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일을 하는 우리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 것과 떨어져 있는 건 너무도 다르다. 그럴 때면 서둘러 바깥일을 보곤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나를 기다리는 작고 따스한 생명체들을 떠올리며. 어떤 날, 괜스레 의자 밑이나 테이블 아래로 쏙 들어가서 그대로 식빵 자세를 취할 때. 이유 없이 토라지면 ‘혹시 나 때문인가?’ 싶어서 괜히 찔리고 미안한 날.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는 널 보드랍게 쓰다듬어 주는 것. 그저 그 뿐이지만 그래도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자. 오늘도 서로 눈으로 말했다.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한소원<냥이의 숲-마음을 나누는 일>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08 18: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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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그래도 다행이야 곁에 있어서
고양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는 건 분명 건강에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즐거운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았던 지난해 말. 틸다가 많이 아팠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잦던 녀석이라 언니와 나는 항상 틸다의 건강을 습관처럼 살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화장실을 치우며 변과 소변 상태를 체크하고 밥을 먹이고 놀아주었다. 그런데 틸다가 평소답지 않게 짜증을 내며 엉덩이 주변을 그루밍 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에게 힘든 시간 틸다가 진료를 받으러 처치실에 들어가고 우리는 대기실에 남았다. 안에서 틸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마다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조금만 더 빨리 병원에 왔었더라면 지금보다 덜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까? 그때 먹은 사료가 문제였을까? 온갖 추측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틸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안겨 나오고 있었다. 떨고 있는 틸다에게 ‘고생했어, 잘했어’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도 잠시,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진료실로 다시 들어갔다. 검사 결과 는 전혀 힘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부정적이라도 검사 결과를 듣기만 하면 조금은 후련할 줄 알았는데 더 큰 복병이 남아 있었다. 바로 약이었다. 약이 아픈 곳을 나아지게 해주면 좋겠지만, 장이 약한 틸다는 예전부터 항생제만 먹으면 설사를 했다. 염증을 낫게 해주는 약이라도 틸다에게는 탈수나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한동안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새벽에도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을 치우고, 틸다를 씻겨야 하는 일이 많았기에 항상 잠이 모자라 피곤했다. 다시 병원으로 일주일 뒤 틸다는 지긋지긋하던 항생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깨끗하게 나은 줄로만 알았는데 올해 초, 틸다의 투병이 다시 시작되었다. 틸다를 어릴 때부터 지겹게 괴롭히던 면역계 이상 반응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면역에 좋다는 각종 보조제를 해외에서 공수하고 틸다와 비슷하거나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는지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수집해온 틸다의 진료 기록들을 살펴보며, 반복되는 증상의 연관성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틸다의 증상은 더 심해져만 갔다. 나는 결국 전보다 더 착잡한 마음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간의 기록들을 빠짐없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의심되는 병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생각했던 대로였다. 2020년 2월, 틸다는 ‘천포창’이라는 병을 진단받았고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치료 방향을 잡았다.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 아니겠어? 비록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지만 다행히도 지금 틸다는 매우 건강하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 검진 결과에서 뜻밖의 긍정적인 소식을 들었다. 비만인 것만 제외하면 아주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틸다의 목표는 ‘건강하게 다이어트 성공하기’다. 마침 더 큰 집으로 이사 온 덕분에틸다가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틸다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넓은 집에서 마구 뛰어다니다 보면 자연히 살이 빠질 것이고, 요즘에는 제한 급식도 잘 따라와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나는 ‘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사실은 참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실감 하고 있다. 위기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우리는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거니까. 그러니 틸다야, 언제나 지금처럼만 편안하고 고요한 모습이길 바라! 글 사진 송지영에디터 한소원<장난감 가게의 틸대리-그래도 다행이야 곁에 있어서>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08 18: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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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자두밭 고양이들
고양이에겐 사람을 홀리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어느 날 나타난 한 마리의 고양이는, 한 가족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사람 다룰 줄 아는 녀석 아버지께서 직장을 퇴직하신 후 가꾸고 계신 자두밭에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평소에는 고양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마침 간식으로 드시던 육포를 녀석에게 던져주셨다. 무심코 던져진 이 육포 하나가 지금의 고양이 여덟 식구와 우리를 만나게 해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육포를 받아먹은 고양이는 길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음 본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아니, 오히려 뻔뻔스럽게 더 내놓으라고 야옹거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캔 두 개를 해치운 고양이는 다음날 죽은 새끼 두더지를 자두밭 하우스 문 앞에 고이 놓아두고 갔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고양이의 보은인가? 녀석의 기특하고 귀여운 행동은 우리 가족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갔다. 아마도 사람 구슬리는 법을 잘 아는 녀석이었던 것 같다. 자두밭 고양이 그렇게 그 고양이는 ‘자두’라는 이름을 얻으며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두는 임신한 상태였고, 지금까지 두 번의 출산을 해 총 7마리의 새끼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자두의 새끼들은 더운 여름에 일하느라 지친 우리 가족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귀여운 외모에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내내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자두밭 하우스는 8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완전히 점령당해 있었다. 작업장 겸 창고로 쓰이던 하우스는 현재 거의 고양이 전용 집이 되어버렸다. 하우스 문에는 아이들이 드나들기 좋도록 고양이 문이 달렸고, 겨울엔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보온 빵빵 폭신한 집까지 마련되었다. 그것도 부족해 하우스 중앙에 난로까지 생겼다. 아, 물론 이 모든 것은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으신다던 아버지께서 손수 해주신 일이다. 집사의 삶이 우리의 의지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또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 역시 처음이기 때문에 아직은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오늘 자두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새끼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이야기를 늘어놓으시는 부모님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하다.부모님께서 요즘 들어 자주 하시는 말이 있다.“고양이들이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지 몰랐어.”
너에게 난 어떤 존재일까 자두를 만난 후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물음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물음이다. 자두가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그것은 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 가족은 자두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 걸까? 자두에게 물어봐도, 묵묵히 옆에 앉아있기만 하는 자두. 몇 달 전, 자두의 반복되는 출산을 막기 위해 중성화 수술을 해준 뒤 집에서 자두를 며칠간 돌본 적이 있었다.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자두의 성격대로, 자두는 집에서도 적응을 꽤나 잘했다. 다시 밖으로 돌아가 적응을 잘 못하면 어쩌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자두밭으로 돌아간 자두는 눈에 띄게 즐거워했다. 사랑스러운 새끼들은 돌아온 엄마를 반겨주었고, 자두가 거닐던 햇살 가득한 자두밭도 자두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자두도 그제야 제 옷을 입은 듯했다. 내 눈에 비친 아이들은, 태어난 자연 속에서 형제들과 걱정 없이 뛰놀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 물론 모든 고양이가 그렇게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수많은 위험이 곳곳에 도 사리는 도시의 고양이들은, 하루하루가 위태롭고 치열한 생존 경쟁의 순간에 놓여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좋은 집사를 만나 따뜻한 곳에서 배를 채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생명이 더욱 많다. 자두와 아이들은 운이 좋게도 한적한 시골에서 태어나 고양이들이 살기에 꽤나 좋은 환경을 만났다. 게다가 꼬박꼬박 밥과 간식을 챙겨주는 집사까지 생겼다. 이곳저곳 먹이를 찾아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다른 고양이들에게 영역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해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자연스럽게 살되, 생존을 위한 걱정 없이 살게 도와주는 것. 이 정도가 나의 개입의 적정선이 아닐까 싶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얼마 전 자두의 새끼 중 하나인 ‘홍시’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원인은 약물중독으로 추정되었고,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홍시는 그렇게 5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홍시는 태어났던 자두밭 한쪽 양지바른 곳에 묻혔고,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 작은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동안 많이 괴로워했다. 또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죽는다’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인간이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나는 아이들이 우리에게 의지하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되, 아이들의 삶은 자연에 맡기고 그들의 모든 삶을 통제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자두밭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상,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평화롭게 뛰어놀게 해주고 싶다. 자두가 우리를 믿는 만큼 자두에게 최선을 다해 지켜주고 싶고, 자두가 자두밭 고양이라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아갔으면 한다. 자두를 보면 늘 신기할 뿐이다. 어디서 이렇게 착한 고양이가 나타나서, 내가 어딜 가든 따라와 주고 내 발걸음을 맞춰 걸어주며, 옆에 앉아 말 없는 위로를 건네주는지.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자두는 아는지 모르겠다. “우리 사랑스러운 자두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우리를 만난 것에 후회하지 않고 즐거운 기억만 안고 갈 수 있게, 언니가 함께할게. 우리 가족의 첫 고양이 자두야, 우리에게 나타나 줘서 정말 고마워.”글 사진 권미소에디터 이혜수<자두밭 고양이들-어쩌다 집사>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08 18: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