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20-06-10 15:04:07
-
[STORY]
STORY | 2020-06-10 15:03:32
-
[STORY]
STORY | 2020-06-10 15:02:39
-
[STORY]
STORY | 2020-06-10 15:02:05
-
[STORY]
STORY | 2020-06-10 15:00:38
-
[STORY]
STORY | 2020-06-10 14:59:51
-
[STORY]
STORY | 2020-06-10 14:52:08
-
- 다사다난 릴케의 성장기
- 쿠이커혼제 릴케다사다난 릴케의 성장기-두 번째 이야기-
앞으로 평생 둥지가 될보훔(Bochum)으로 온 릴케는아빠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만난 유일한 사람이아빠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공원에는 배변 봉투가 마련된 곳도 있지만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
새로운 환경과 릴케의 배변훈련릴케는 이미 집으로 오기 전에 마누엘라로부터 어느 정도 배변훈련을 받았다. 남편은 릴케의 배변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침실 대신 거실에서 생활 했다. 거실이 아무래도 정원과 가기 때문이었다.또, 릴케가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하도록 위층 계단 아래위에 안전가드를 설치했다. 열흘이 지나, 이층 침실의 침대와 같은 높이의 보 조침대 위에 릴케가 잠잘 수 있는 강아지 케이지를 올려놓았다.이 강아지 케이지는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쓸 수 있고, 운전석 뒷자리에 설치 할 수도 있기에 꽤나 유용했다.강아지는 절대로 자신이 자는 공간에서는 배변하지 않기에 취침할 때엔 이 케이지 앞뒤 쪽과 옆면에 있는 지퍼를 모두 닫는다. 그리고 릴케가 밤에 끙끙거리며 배변 하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면 얼른 강아지를 꺼내 안고 정원으로 가 볼일을 보도록 한다.강아지 사료와 하루 식사릴케를 데려오기 전, 우리 부부는 강아지 사료에 관한 오랜 토론 끝에 건식 사료가 아닌 습식 사료를 주기로 했다. 건식 사료의 경우 우리에게 편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해 강아지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습식 사료는 준비과정이 조금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거의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다.손이 많이 가는 사료지만 강아지가 음식의 향과 맛 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첨가제가 건식 사료보다 현저하게 적게 들어가 있다.릴케는 간식을 제외하고 아침,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 하루에 총 240-300g의 음식을 섭취한다.릴케가 어려서 하루 세 번으로 나누어 음식을 섭취하지만 크면 하루 두 번으로 줄이도록 할 계획이다.강아지 병원 방문과 설사릴케에게 예방주사를 맞히기 위해 병원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릴케가 설사하는 바람에 하루 앞당겨 가게 되었다. 병원 의사인 헤르츠 박사님은 처음 부터 약을 주지 말고 우선 식이요법으로 개선할 것을 권장했다.처방전의 내용은 당근에 물을 섞어 간 당근 주스, 닭가슴살과 밥을 섞어서 하루 세 끼를 주라는 것이었다. 그 이외의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서 간식으로도 닭가슴살만 먹였다.이 식이요법의 도움으로 우리는 릴케의 설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강아지 학교와 릴케의 일과릴케가 온 지 이주 뒤, 드디어 강아지 학교에 입학 하는 날이 되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한 시는 릴케가 다른 강아지들과 신나게 노는 시간이자 인내심을 배워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첫 시간에 릴케는 우선 목줄을 빼고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마음껏 뛰며 놀았다. 강아지 학교 덕분에 릴케는 우리가 두 번째 손가락을 치켜들고 ‘앉아’를 외치면 얌전히 앉을 수 있게 되었다.아침에는 릴케가 소변을 보도록 정원으로 데려간다.릴케의 아침 식사 후, 출근 준비가 끝나면 집 바로 뒤에 있는 공원에서 산책을 시킨다. 릴케는 공원에서 다른 강아지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배변을 보기도 한다. 때에 따라 릴케는 남편을 따라 회사에 따라가기도 한다.필자와 함께 집에 있는 날은 하루 다섯 번 이상 집 밖으로 나간다. 독일의 공원에는 배변 봉투가 마련된 곳도 있지만 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배변 훈련부터 학교 입학까지, 짧은 시간 동안 릴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릴케는 우리와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혹시나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릴케가 어려움 없이 잘 놀고, 잘 생활하며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CREDIT글.사진 이영남에디터 이유경<쿠이커혼제 릴케-다사다난 릴케의 성장기>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4:07
-
- 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
- 크리스의 크리스마스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
크리스!!!급기야 터지고 만내 분노에 찬 목소리에,옆에서 함께 걷던 딸아이는품에 안긴 크리스의편을 들고 나섰다.“엄마, 크리스한테 그러지 마.다른 개들도 짖고 있잖아!”
사진 한 장 마음 편히 찍을 수 없는 너크리스는 산책하기 힘든 개다. 누군가 근처에 다가오기만 하면 상대방이 개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짖고 화내기 바빠서다.하지만 그 날은 크리스가 유난히 예쁘게 미용을 받았던 날이었고, 인형처럼 깜찍한 그 모습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나는 오늘만큼은 기필코 성공하겠다며 집에 있던 카메라까지 챙겨 들고 집을 나섰던 거였다.하지만 크리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작품 같은 사진을 찍기는커녕 제대로 된 산책을 하기도 어려웠다.물론 처음 입양을 왔을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만 그래도 ‘평범하다’, ‘산책을 즐긴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의 원인은 아마 사회성이 형성되는 주된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크리스의 경계가 너무 심해 인터넷에서 관련 글들을 나름대로 많이 검색해 읽어보았는데, 개의 경우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초기사회화’가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태어나고 1년이 되기 이전인 소위 ‘개린이’ 시절에 다른 이(사람이든 개든)들을 많이 접해본 개들이 성견이 되어서도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다.댓글란에는 ‘아, 진작 애를 데리고 다닐걸’, ‘너무 아쉽네요’는 식의 견주들의 한마디가 줄줄이 달려있었다.나의 경우에는 그런 후회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미 성견이 된 후 입양)이었기에 그저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주변을 무서워하는 걸까? 하고 크리스의 과거를 궁금해 할 뿐이었다.하루하루 새로운 크리스 육아.“양치질은 어떻게 시키나요?”“아, 정말 전혀 몰랐어요. 수영을 시키면 좋다구요?”“연어는 얼마나 자주 먹이세요?”
SNS에는 자신의 육아법을 공유하는 이들이 참 많다.소위 ‘내 새끼 육아법 자랑’이 범람하고 있는 이때, 보기 드물게(?) 스스럼없이 남들에게 육아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한없이 자신의 육아법을 자책하기도 하는, 적어도 내가 알기론 보기 드문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는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다.딸 육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내가 ‘크리스 육아’에 있어서 만큼은 남들에게 조언을 아낌없이 구하게 됐다. 아마 그 까닭에는 성견이 된 후 반려견을 들인 데서 오는 어려움 탓이 클 것이다.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산책을 즐기지조차 못하는 겁 많은 크리스. 그런 크리스를 돌보는 일이 때로 힘들고 또 안타까워서.입양 초기에는 크리스 때문에 가족 간에 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했었다. 물론 지금은 우리 모두 크리스를 이해한다. 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생해서 그런 거야’,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됐겠어’라는 말로 크리스의 성격적 결함을 보듬어주고 더욱 사랑하려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크리스의 사진을 제대로 찍기 어려운 것은 크리스가 좀처럼 내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를 않기 때문이다.처음 나섰던 산책에서 발도 딛지 않고 안겨만 있으려 하던 크리스는 이후 조금씩 발을 내딛게 된 후에도 절대 나를 앞서가는 법이 없다.몇 발자국 앞서는가 싶으면 이내 화들짝 놀라며 내 뒤에 숨어버리고, 조금만 불안하면 빨리 안아달라고 성화다.그래서 크리스를 바닥에 내려놓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진첩에는 바닥에 내려둔 크리스가 부리나케 나를 향해 돌진하는 흔들린 사진만 한가득이다. 강아지를 입양하신다구요? 글쎄요처음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을 때, 그 결심을 주변의 ‘반려인’들에게 먼저 털어놓았었다. 당연히 나 역시 ‘반려인’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을 그들 또한 환영해주기를 기대해서였다.그런데 뜻밖에도 미적지근하거나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서 낙심했던 기억이 난다. ‘개 좋아하는 줄 몰랐네’라거나 ‘딸도 좋대? 왠지 같이 키우기 힘들 것 같은데’같은 답들이 대부분이었다.그때는 정말 섭섭했다. 내가 개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어릴 때부터 유기견 입양소를 차리는 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면접이라도 보듯 털어놓아야만 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원망스럽기도 했었다.하지만 크리스의 여러 ‘단점’들 때문에 때때로 벅차고 힘든 지금, 그들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 그건 개를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더구나 상처가 있는 아이를 품고 돌보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을 것이다.나 역시도 누군가 갑작스럽게 개를 기를 거라고 하면 일단 반대하고 본다. 입양 아닌 분양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누구든 눈만 마주쳐도 컹컹 짖어대는 통에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나는 때때로 크리스로 인해 ‘진상’이 된다.낮에 산책을 나서면 행여 누군가 다가오기라도 할까 30초에 한 번꼴로 긴장을 하고, 밤에 산책을 나서야만 비로소 거리를 마음껏 달린다.차를 타면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심한 공포감을 드러내며 낑낑대기 때문에, 우리는 크리스를 직접 품에 안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때문에 함께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이 우리 가족에겐 꽤나 어려운 일이라서 한여름에도 우린 남들처럼 휴가를 떠날 수 없다. 앞으로 점차 나아질 크리스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생각이지만, 일단은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너를 사랑한단다. 크리스.CREDIT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크리스의 크리스마스-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3:32
-
- 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
- 워너비 밤요남매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시원한 계절의 소식을 알리는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했다.드디어 가을이 온 것이다.공기가 선선해지자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기가한결 편해졌다.이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듯,한적했던 공원에는꽤나 많은 친구들이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갸우뚱, 내가 뭘 잘못했나요?가을 소식을 서로서로 알리듯 풀 향기도 맡고, 오랜만이라며 서로 왕왕 짖으며 개구지게 장난을 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하지만 마냥 즐거운 시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큰 개 한 마리와 조금은 작은 개 한 마리를 함께 키우고 있는 나는 밖에 나가면 가끔은 무례한 말도 듣기도 한다.처음엔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덤덤해지고, 이제 나는 경계의 날을 바짝 세운 채 마치 미어캣처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면서 불안한 산책을 할 때가 많다.“어휴~ 무서워!““어머머, 너무 크다!“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와 마주치기라도 한 듯, 공포감이 서린 얼굴을 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곤 허겁지겁 자신이 데려온 작은 친구를 들어올려 나와 내 반려견 곁을 스쳐 지나간다.처음엔 그 작은 친구가 ‘다른 반려견한테 민감한 편인가?’ 싶어 무심히 지나갔지만, 이내 다른 강아지들과 내 반려견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고선 안타까운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왜 그럴까? 해맑게 웃으면서 공원 냄새를 킁킁 맡고 즐거움을 표현하는 내 반려견을 무섭다며, 작은 친구를 허겁지겁 들어 올려 도망가듯 뛰어가는 사람들.그 뒷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반려견은 그저 의아하게 갸우뚱 쳐다볼 뿐이다. 밤바요다는 무서운 아이들이 아니에요당연히 리드줄 없이 뛰어놀 때, 애견 운동장을 분리하는 건 이해 할 만하다. 체격부터 힘까지 소형견과 대형견은 너무 다르기에 어울리기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게 아니라 반려견에게 리드줄을 연결하여 통제가 가능한 공간, 반려인 비반려인이 구분 없이 매너를 지켜야 하는 산책로에서 들려온 차별적인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남편과 매일 같이 다니는 산책로에서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었기에 어느 날은 장난처럼 ‘인종차별에 이어 견종차별 당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왔을 정도다. 보통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건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큰 개에게 유달리 공포감을 느끼시는 분도 많고, 개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말 속상한 건 똑같이 반려견을 키우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단지 덩치가 크다고 그런 차별성 발언을 쉽게 내뱉는다는 것이다.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곧 잊어버리겠지만, 어떤 단어들은 내 머릿속을 맴돌며 오래 마음에 남을 때도 있다.우리 아이들은 덩치가 크고 싶다고 선택해서 태어난 존재도 아니고 차별받아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덩치 큰 친구들 역시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똑같이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어느새 완연한 가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온 만큼 밖에서 강아지 친구들을 만나기도 더욱 쉬워졌다.늘어난 친구들의 숫자만큼이나 반려견 관련 사건 사고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때문에 보호자들도 보다 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꽤나 예민해진 사회다.당연히 지켜야 하는 ‘펫매너’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의 매너도 함께 지키며, 조금이나마 발전된 대한민국 반려동물 문화가 어서 정착되길 바랄 뿐이다.CREDIT글.사진 최소희에디터 이혜수<워너비 밤요남매-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2:39
-
- 너와 함께여서 행복한 매일
- 몽글몽글 모찌너와 함께여서 행복한 매일"전문: 고구마 먹는 걸 좋아하고,양말 물어뜯기를 좋아하고강아지 친구들도 고양이 친구들도너무너무 좋아하는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모찌’를 소개합니다!"너를 만나기 전2017년 9월 13일, 모찌와 내가 가족이 된 날이다.모찌를 데리고 오기 전, 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괜찮을까? 나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는 걸까?’ 반려견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테지만, 정작 내 문제가 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3개월밖에 안 된 새끼 강아지를 키워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니, 그것도 그것이지만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지는 일에는 큰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강아지를 기르는 지인들은 주변에 아주 많았고 그들로부터 반려견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장에라도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충동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과연 현재의 나는 이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었는지, 나는 정말로 반려견을 들일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그렇게 이리저리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6개월 넘는 시간이 훅 지나가버렸고, 긴 고민 끝에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모든 게 설레고 서툴렀다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모찌가 우리 집에 오기 전, 나는 모찌만의 공간을 만들면서 ‘이건 좋아할까?’ 저건 좋아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음식명을 따 이름을 지으면 오래오래 장수한다는 사람들의 말대로 나는 강아지의 이름을 ’모찌‘라고 지었다.설렘으로 잠 못 자던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모찌가 집으로 오는 날이 되었다. 그 작은 몸으로 집 안 이곳 저곳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게 어쩜 그렇게 귀여웠는지!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한참을 모찌만 바라봤다. 혹시나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모찌는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대소변도 잘 가리며 천천히 적응을 잘 해주었다. 하지만 며칠이 되지 않아 일이 생겼다. 그 즈음 모찌는 새로 나는 유치 때문에 잇몸 부근을 많이 간지러워했었다.주변에 물어보니 강아지 껌을 주고 잘 지켜보면 괜찮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잠깐 다른 일 하는 사이에 모찌는 껌을 핥고 깨물고 가지고 놀다 보니 작은 껌 조각 하나를 그냥 꿀꺽 삼켜 버린 듯 했다.모찌는 갑자기 캑캑거리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깜짝 놀라 엉엉 울음이 터진 나는 ‘제발 아무 일 없게 해 주세요’ 하고 속으로 빌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단걸음에 뛰어갔다.하지만 병원에서는 모찌의 몸을 만져 보더니 ‘이상이 없다’고 하는 거였다. 그 사이 증상도 없어져서 괜찮은가? 싶어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10~15분쯤 있다가 또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집에서 가까운 병원은 이미 문도 닫은 뒤였다. 급한 마음에 나는 택시를 타고 24시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엑스레이를 찍은 뒤 검사를 하기 위해 모찌를 검사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초조하던지. ‘혹시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정말 다행히도 결과상에는 이물질 낀 것도 없이 깨끗하다며 괜찮다고 하셨다. 만약에 정말 기도에 걸렸거나 하면 오기 전에 잘못됐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하는 마음과 동시에 밀려드는 미안한 감정. 집에 돌아와 모찌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데 이젠 모찌가 내 인생에서 정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 날은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함께여서 행복한 매일 모찌를 키우면서 행복이 정말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뭐 엄청나게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함께 자고 일어나 모찌의 눈을 바라보며 ‘잘 잤어?’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 힘들거나 기쁠 때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다는 것. 혹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함께 산책할 때와 같은 소소한 순간들마다 나는 행복을 느낀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면 참 좋겠다.혼자일 때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은 없었는데, 마냥 아기일 것만 같았던 모찌가 어느새 2살이 되었다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만 같아 아쉽다. 조금은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항상 하는 말이지만 오늘도 이렇게 말해 본다. 사고치고 장난쳐도 좋으니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옆에서 함께 해달라고.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이다. CREDIT글.사진 심미진에디터 이혜수<몽글몽글 모찌-너와 함께여서 행복한 매일>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2:05
-
- 아웃도어 라이프
산책이 너무 재미없었다.아니, 정확하게는동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게너무 재미없었다.야외에서 10km 러닝은 하면서러닝머신 2km가 지겨워헬스장도 안 가는 내가 맨날같은 동네를 산책하다니........지겨워도 너무 지겨웠다.과연 나만 그랬을까?!코르키와 에코도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흙도 밟고 풀냄새도 맡고바람도 쐬고 싶지 않았을까?그래서 시작되었다.
난 산책이 너무 싫어!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웰시코기는 꼬리가 없어서 표정이 다양하다면서요?”웰시코기인 다섯 살 코르키와 세 살 에코는 여우처럼 큰 귀와 동글동글한 눈 으로 어찌나 자신의 심리상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지...좋을 때, 싫을 때, 귀찮을 때는 물론이고 특히 집안에서와 밖에서 보여주는 롤남매(코르키와 에코 는 유명 게임 ‘롤’의 캐릭터 이름입니다)의 표정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어찌나 활동량은 또 대단한지, 웬만한 동네 산책으로는 롤남매의 에너지를 해소시킬 수 없었다.일이 바빠 산책을 건너뛰는 날 이면 메기 눈을 하며 째려 보기 일쑤였고, 조금이라도 산책이 부족한 날이면 밖에 주저앉아서 안 가겠다고 떼를 쓰며 버티는게 일상이었다.지나가는 사람들이 “집에 가기 싫구나?” 하며 웃으면서 갈 정도였으니……. 그러면 할 수없이 다시 돌아가 동네 한 바퀴를 더 돌아야만 했다.코르키와 에코는 내가 어디 나갈 채비를 하고 있으면 종일 졸졸졸 따라다니며 간섭하고, 혹시 자길 데려가진 않을까?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곤 한다.그 눈빛이 안타까워 어딜 나가도 일찍 들어오게 되고, 어딜 가도 롤남매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반려견 운동장과 수영장도 처음엔 재미있었다.보통 반려견 운동장에 가면 애들이 놀 때 앉아서 수다를 떨며 동 시에 다른 반려견들과 문제는 없는지,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먹진 않 는지 감시하고, 공을 던져주거나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내 몫이었다.물론 코르키와 에코가 너무 좋아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너무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부족했다. 개들끼리 놀고, 개들만 수영하고……. 나도 같이 놀고 싶단 말이야!!!산으로 트레킹을 떠나다.어릴 적부터 바다보다 산과 친했던 나는 롤남매와 산으로 떠나보기로 했다.반려견 동반 트레킹 장소를 물색하기에 앞서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1 계단이 많지 않은 산 계단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등산 코스를 가본 적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흙길보다 두 배는 더 힘들다! 특히나 하산 중이라면, 힘들 뿐만 아니라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 웰시코기는 긴 허리와 짧은 다리를 가져 지속적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면 관절이 무리가 올 수 있으니 꼭 피해야 할 코스이다.2 국립공원이 아닌 곳 안타깝게도 아직 반려동물은 국립공원 출입이 불가능하다. 도립공원도 대부분 반려동물 출입 불가하니 사이트에 나와 있지 않다면 전화를 미리 해보는 게 좋다.3 이미 많은 반려견이 다녀간 곳 언제나 우리의 목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웃도어 라이프!’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미 반려견들이 다녀간 후기가 많은 곳이 좋다. 그래서 결정된 우리의 첫 트레킹 코스는 바로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민둥산이었다. 여느 산과 는 다르게 끝도 없이 펼쳐지는 정상의 드넓은 억새밭이 유명한 산이었다.그렇게 두 세 시간을 달려 달구지 마을에 도착했다.다행히 월요일이라 등산하며 보거나 만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산 전체를 전세 낸 듯 아무도 없이 고요했다. 롤남매는 말 그대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얼마나 좋은지 뛰고, 구르고, 주워 먹고..... 둘이 우다다다 몰려다니며 냄새도 맡고 바닥에 몸을 비비기도 하며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던 코르키와 에코.그 모습이 마치 놀이동산에 처음 가본 5살짜리 어린 아이들 같았다.나 역시 롤남매의 모습과 산의 풍경을 하나 하나 눈에 담으며 느긋느긋 천천히 올라갔다.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연과 초록 색은 넋을 나가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거기다 내가 사랑하는 롤남매와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해가 뜨고, 구름이 몰려오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1117m 민둥산 정산 구간.워낙 겁이 많아 언제 비가 올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던 광경.코르키는 가만히 앉아 계속해서 풍경을 둘러보았고,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에코는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가만 보면 동네 산책할 때와 똑같다. 코르키는 앉아서 사람들 지나 다니는 걸 구경하고, 에코는 그저 더 걷고 싶어 한다.롤남매 눈에는 이 풍경들이 어떻게 비쳤을까? 내가 느끼는 것만큼 황홀하고 아름다워 보였을까?난 사실 겁이 무지 많다. 떠날 때까지만 해도 혼자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다.하지만 아무도 없었던 산을 코르키 & 에코와 걷기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두려움이 사라졌다.‘기다려줘!’ 하면 쪼르르 뛰어가다가도 기다리고, ‘언니 힘들어’ 하면 옆에 와서 발걸음 맞춰 걸어주는 이 작은 친구들을 보면서 오히려 든든하고 행복했다.우리의 문밖의 삶은 계속 될거야!그렇게 첫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리는 선자령, 오서산, 어 비산, 축령산, 청계산 등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함께 누비고 다녔다. 산에서만큼은 척하면 척!내 작은 사인에도 코르키와 에코는 귀 기울여 따라주었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었다.트레킹을 하며 힘들 때도 있고,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였기 때문에 10km도 거뜬히 걸을 수 있었고, 매번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머리에 담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코르키 나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 관절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더 이상 10km 가량 되는 긴 트레킹을 하거나 가파른 산에 올라가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래서 요즘은 롤남매와 국내여행, 캠핑 혹은 물에서 할 수 있는 엑티비티를 많이 즐기고 있다.함께 한강에 나가 스탠드업 패들 보드(SUP)를 타기도 하고, 홍천강으로 나가 카누를 타기도 한다.누군가에게는 단지 강아지일 수 있지만, 나에겐 가족인 코르키와 에코에게 계속해서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오랫동안 함께 즐기고 싶다.CREDIT글.사진 한민혜에디터 조문주<아웃도어 라이프-문밖의 삶>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5:00:38
-
- Jeju Dog Life
보름 살이, 한 달 살이, 일 년 살이.제주 라이프에 대한 동경을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많아지고 있죠.저 역시 도시의 답답함을 벗어나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즐거움 때문에주말이면 짬을 내어제주를 바삐 오가던 1인이었습니다.그러다 우연히 제주로완전히 이사를 하게 되었고,지금은 제주 개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는이탈리안그레이하운드써니, 레이, 제이와제주를 즐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도시견도시견 시절,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워야하는 신세였다 보니, 평일 바쁜 출퇴근시간 짬을 내어 개린이들과 맘 놓고 산책하는건 엄두도 못냈어요.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주말 애견카페라도 나들이 갈라치면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든 견파에 맘 놓고 우아한 산책을 즐길 수도 없었더랬죠.가끔 시외곽으로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는 날이면 그나마 한적한 곳에서 우다다를 쬐끔 즐기는 정도였어요.늘 미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던 도시라이프 시절, 그나마 써니, 레이, 제이 셋이서 함께 있으니 서로 장난도 치고, 나름 의지하며 잘 지내고 있는 모습에 위안을 삼았죠.집 근처에는 차도 많이 다닐뿐아니라, 도로와 사람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반쯤 포기하다시피 지냈답니다.제주견그러다 견생 처음으로 제주 라이프를 즐기게 되는 기회를 얻었어요!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신나게 뛰놀 수 있는 초록초록한 잔디밭에 최고의 산책코스인 오름 천국까지. 우다다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제주의 매력을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답니다.제주에는 무려 360여개의 오름이 있는데요,설문대 할망의 설화에 의하면 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기 위해 흙을 옮겨 나르다가 치마폭 사이로 조금씩 흘린 흙덩이가 오름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전체 오름 중에는 일몰 명소 새별, 일출 명소 용눈이,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 가을 억새가 장관인 따라비, 효리네 민박에 나와서 유명해 진 궷물 등 사람들이 자주 찾는 오름들 뿐만 아니라 인적이 드물어서 탐방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오름까지 실제 오를 수 있는 곳은 280여 개라고 합니다.높으면 30~40분, 낮으면 20여 분 정도만 투자해도 정상에서 환상적인 제주의 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름이에요.더군다나 긴 다리 죽죽 우다다를 즐기는 개너자이저들에게는 산책코스로 딱 안성맞춤이랍니다.써니, 레이, 제이와 견상궁은 제주개 라이프를 만끽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집 근처의 오름부터 하나씩 투어를 시작했어요.날씨가 좋아도 좋지 않아도 그 모든 순간이 언제나 아름다운 곳. 태풍이나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날이라면 1일 1우다다를 즐기기 위해 수발상궁 모드를 풀가동하고 있답니다.제주 개 라이프를 시작하고 가장 변화된 점은, 일단 수발상궁 모드로 생활 패턴이 변하다 보니, 저절로 건강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함께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하루 적게는 3천보에서 많게는 5천보 가량을 매일 걷다보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고 건강해졌다는 사실!그리고 도시개 라이프 때에는 발바닥 패드가 늘 거칠고 건조했는데요. 매일 코코넛 오일을 쏟아 붓다 시피 해도 잘 낫지 않던 건조했던 발바닥이 제주에 이사 온후로 몰캉몰캉 복숭아패드로 변해 있었답니다.내일은 또 개딸들 모시고 어디로 아침 일찍 수발행차를 나서볼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또 하루를 마감해봅니다. (웃음) CREDIT글.사진 김윤정에디터 조문주<견상궁 수발라이프-Jeju Dog Life>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4:59:51
-
- 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
- 너는 내 운명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
내겐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중대한 선택이 두 가지가 있다. 진저의 의사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주인이라는 이유로 대신해 준 많은 결정에 대해 때론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의 수많은 선택 중에 어떤 것도 진저를 먼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걸,작고 소중한 이 아이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선택, ‘사회화’진저는 어릴 때 정말 귀여웠다. 팔불출인 내 눈에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저의 존재는 예상한 것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산책을 시작하면서 진저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하거나 무턱대고 만지려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멀리서 달려오기까지 했다. 그 시기 진저의 유치는 바늘처럼 따가웠다. 티비에서 시바견에게 물린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던 때라 진저가 괜한 송사에 휘말릴까 걱정됐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진저를 안고 피해 다니거나 ‘만지지 마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양해를 구하지 않고 진저에게 손을 뻗는 사람들 속에서 한창 입질이 절정인 진저와의 산책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급기야는 멀리서 젊은 사람들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나는 진저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며 산책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견주가 지켜야 할 펫티켓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비(非) 반려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 또한 비 반려인일 때 강아지들에게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다른 반려인과 그의 반려견에게 얼마나 무례한 행동이 되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이었을까? 진저는 지금도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만지려고 하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예민함을 고쳐보려고 진저와 처음 만나는 지인들에게 간식을 이용해 친해져 보게끔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진저에게 낯선 사람은 아빠, 엄마가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기억된 걸까? 그래서 두려운 존재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 지금까지 진저를 아무렇지 않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때 당시에는 조심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진저의 평생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훈육방식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선택, '중성화’진저를 키우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강아지가 거의 필수적으로 하는 ‘중성화’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궁 축농증과 유선종양을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의 가능성을 막는 방법으로 중성화 수술을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성화를 너무 빨리 하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내 일이 아니다 보니 으레 강아지와 고양이의 중성화를 당연히 여겼지만 막상 내가 선택을 할 때가 되니 이것 또한 엄청난 고민이었다. 진저가 4개월 정도 되고부터는 다니는 동물 병원의 원장님과 중성화를 상담하면서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남편과 수시로 의논했다. 활동하는 시바 커뮤니티 카페에 다른 시바 견주들의 의견도 많이 찾아봤지만 정보를 많이 접할수록 반대로 선택은 더 어려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냐, 하지 않느냐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견주들이 반려동물 삶의 중대한 결정을 대신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내가 선택한 결정이 오롯이 이 작은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길 바라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을 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이 최고의 선택일까? 사실 중성화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다.CREDIT글.사진 장성희에디터 조문주 <너는 내 운명-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5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