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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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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살으리랏 '개'
- 워너비 밤요남매 물에 살으리랏'개'
어느 날,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다. ‘하얀 백사장, 그리고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뛰놀면 어떨까? 뜨거운 태양 아래서 서로 물장난을 치면 얼마나 즐거울까?'그리고 곧 나는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첫 수영, 실패! 지금은 함께 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 바다란 바다는 다 섭렵하다 보니 내공이 쌓여 반려견과의 바다 여행 시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준비물도 준비물이지만 제일 큰 걱정은 "과연 밤바요다가 수영을 할 수 있을까?"였다. 대부분의 개들이 본능적으로 수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간혹 날 때부터 물을 무서워하는 개들도 있다고 하는데, 혹시 그런 경우는 아닐까. 모처럼의 바다 여행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기에 우선 수영을 가르치기로 했다. 동영상을 보면 반려견들이 멋지게 바닷속으로 다이빙도 하고 헤엄도 곧잘 치던데, 밤바요다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막연한 기대를 품고 집 근처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수영장에 처음 방문해 보았다.수영장 안에는 많은 친구들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멋진 폼으로 헤엄을 치고 있었다. 특히 밤바요다와 같은 골든 리트리버나 웰시코기들이 유독 활발하게 물속을 누비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 녀석의 리드 줄을 잡아 끌었다.처음 본 풍경이 신기하긴 했나 보다. 요리조리 발을 열심히 놀리며 헤엄을 치는 친구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고 수영장 가까이에서 킁킁 물 냄새도 맡아 보기는 하지만 정작 발바닥은 바닥에 딱 붙이곤 꼼짝도 않는 밤바요다였다. 튼실한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물 쪽으로 유도해 봤으나 오히려 더욱 있는 힘껏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곤 "절대 안 들어 갈 거야!"라는 얼굴로 나를 마구 째려보는 거였다. 이게 아닌데, 내 상상은 밤바요다가 멋지게 풀장으로 다이빙하면 나도 같이 따라 들어가 하하 호호 더운 여름 시원하게 수영을 하고선 당당하게 돌아가는 거였는데. 어르고, 달래고, 잡으러 뛰어다녀서 겨우겨우 수영장에 데려다 놨지만 결국 그날 우리는 한여름 땡볕에 더위만 한껏 먹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유아용 풀장에서부터 시작하자"괜찮아. 무서울 수도 있지 뭐!"한 번의 실패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수영장도 깊은 물도 녀석들에겐 모두 처음이니 무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처음부터 무작정 수영을 시키려고 들기보다는 물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심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옥상에 유아용 튜브 수영장을 설치했더니 밤바요다는 마치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해가 저물 때까지 하루 종일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하는 게 아닌가.어느 새 완전히 물에 적응했는지 점점 과격해진 녀석들의 발길질에 얇은 유아용 튜브 수영장에는 금세 구멍이 숭숭 뚫렸다. 너무나 아쉬워하는 밤바요다를 위해 이번에는 좀 더 튼튼한 프레임 수영장을 구입해 보기로 했다. 이전보다 커다래진 크기에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이내 신나게 풀장 안에서 첨벙첨벙 발을 마구 휘젓는 것이었다. 집에서 많은 연습을 한 결과 녀석들은 이젠 완전히 물놀이에 재미가 붙었는지 장소에 상관없이 수영을 즐기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이빙 대회라도 연 것 마냥 앞다투어 수영장 안으로 멋지게 점프를 하는가 하면, 바다에 가서는 겁도 없이 파도에 맞서가며 힘차게 물살을 헤치고 나가기도 했다.바닷가 백사장에서는 나의 오랜 로망이었던 ‘나 잡아봐라’ 놀이도 하고, 바다에서 같이 잠수도 하고, 패들보드도 타면서 우리는 바다의 매력을 온전히 100% 즐기기 시작했다.처음부터, 하나씩지금 생각해보면 욕심부리지 않고 하나씩 천천히 스텝을 밟아가며 다가간 게 밤바요다의 수영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처음부터 무턱대고 물에 빠트리거나 겁에 질려 뒷걸음치는 아이의 엉덩이를 억지로 물가 쪽으로 떠밀면서 “헤엄쳐! 발을 움직여봐!“ 하는 건 어쩌면 놀이라기보다 트레이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그보다는 조금 천천히, 반려견의 속도에 맞춰서 ‘물이 있으니 즐겁구나!’라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끔 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나의 경우에는 바다 수영이었던 것처럼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인적인 로망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을 터,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상상일 뿐이라도, 천천히 반려견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꿈꾸던 로망은 현실이 되어 당신이 꿈꿔오던 즐거운 반려견과의 라이프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Wanna be VAMYO세상에서 제일 멋진 개린이! :) 골든리트리버 밤바 그리고 웰시코기 요다 그들이 만나 워너비 밤요남매!!!!!!!!!!!!!!!! 우리는 언제나 반려견문화를 응원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 - sns https://www.instagram.com/vamyomom/ http...www.youtube.comCREDIT글 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워너비 밤요남매-물에 살으리랏'개'>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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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처럼, 강아지 모드
- 예비 수의사의 일기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처럼,강아지 모드
짧은 만남이 가끔은평생을 함께할 친구로이어지기도 한다.우리 학교에도 유기견 보호소에서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소중한 인연이 있다.강아지 주인의 명랑한 성격을닮아서인지 예쁜 웃음을 지을 줄 아는강아지 '모드'의 이야기다.
짧았던 첫 만남으로 가족이 된 너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중, 유난히도 산책가기 싫어하는 강아지를 만났다. 온몸에 힘을 주고 버티며 다른 봉사자들을 거부하던 아이였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줄이 아닌 가슴 줄로 바꿔주자 순순히 보호소 밖으로 나왔고, 그렇게 발걸음을 맞추어 걸으며 함께 선선한 바람을 느끼는 게 그녀와 모드의 첫 만남이었다. “산책이 끝나고 보호소에 다시 돌아갔는데, 갑자기 덩치가 큰 수컷 강아지 세 마리가 달려드는 거야. 산책할 때도 수컷 강아지들이 계속 따라오길래 이상했는데, 그때 아마 모드가 발정 시기였던 것 같아.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날 온종일 내 품에 안고 있었는데, 집으로 혼자 돌아올 수가 없겠더라고. 보호소에 그 강아지만 따로 분리할 공간이 없었거든.그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들어서 내가 임시보호하겠다고 했지.”영화 속 주인공처럼 씩씩하게 이름은 영화 ‘내 사랑’의 여자주인공 이름을 따서 모드(Maudie)라고 지었다. 영화 속 모드는 몸이 아프고 아무도 그녀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존재다.그러나 모드는 전혀 불행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평생 동안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마지막 순간을 행복하게 보낸다.이렇듯 강아지 ‘모드’의 이름에는 영화 속 ‘모드’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모드가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병원에 데리고 간 임시 보호 첫 날, 모드는 2가지의 전염성 장염과 심장사상충을 진단받았다. 진단 결과를 듣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모드의 평생의 보호자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고.사상충 완치모드의 심장사상충은 그나마 다행히도 1기로 추정되었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주사치료보다는 장기적인 약물치료로 사상충을 잡기로 했다. 몇 주마다 반복해서 진행한 검사의 결과를 보며 그녀는 1년의 동안 절망과 희망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그렇게 1년 반이 지나서야 모드는 심장사상충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네가 연락 와서 모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말하자마자, 내가 심장사상충 완치 판정부터 자랑했던 거 기억나? 완치 판정받는 날, 딱 너한테 연락이 온 거야. 그 날 되게 기뻐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말하고 싶더라.”우리 모드 이제,건강하게 실컷 뛰놀면서 지낼 거라고!
힘을 내요 슈퍼파월! “사실 모드의 심장사상충이 완치되기 전에 자궁이 부어서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어. 너무 놀라서 병원에 급히 갔는데 수술을 해야한다는거야. 종양으로 이어지기 전에 발견한 거였어.근데 모드가 심장이 안 좋으니까 마취하는 게 많이 걱정되더라구. 아니나 다를까 수술 중에 호흡이 비정상적이었던 응급상황이 있었고, 그 때는 정말 너무 무섭더라. 함께 한 시간은 짧지만 모드는 내게 너무 소중한 가족이었으니까. 다행히 잘 깨어나서 지금까지 발랄하게 내 옆을 지켜주고 있네.”힘든 수술과 치료들을 하면서도 씩씩하게 지내는 모드를 위해 그녀는 바쁜 학교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산책을 진행했다고 한다.그래서인지 유기견 보호소에서부터 다른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모드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뛰노는 강아지 친구도 생겼다. 산책을 할 때면 신이 나서 함박웃음을 짓는 모드의 모습은 학과 내에서 미술 동아리 회장인 그녀의 손을 통해 많은 사진과 그림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사실 모드와의 산책은 처음 시작은 온전히 모드를 위해서였어. 이론 수업이 끝나고 실습 수업까지 끝나면 너무 피곤하고 쉬고 싶었거든. 모드를 위해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서 나갔었지.근데 참 신기한게 모드와 산책을 하고 나면, 내가 힘이 나더라고. 그 덕에 기나긴 시험기간동안 새벽 공부를 하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모드와 함께 하면 없던 힘도 샘솟는다랄까.” 오늘도 모드는 그녀와 산책을 나갈 것이다. 길에서 만나는 다른 강아지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피어있는 꽃과 떨어진 나뭇잎의 냄새도 맡을 것이다.그렇게 걷다가 뒤돌아서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달려와 뽀뽀할 것이다.함께 해서 행복하다고.함께 해서 힘이 난다고.CREDIT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제원<예비 수의사의 일기-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처럼, 강아지 모드>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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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와 만나기까지
- 쿠이커혼제 릴케-릴케와 만나기까지-
쿠이커혼제.네덜란드가 태생이며꽤 드문 종인 쿠이커혼제는16세기부터 회화에도 등장할 정도로긴 역사를 지닌 견종이다.쿠이커(Kooiker)라는이름에서 말해주듯네덜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오리 사냥에 활발히 이용되었다고 한다.
쿠이커혼제와의 만남 우리 부부가 쿠이커혼제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쿠이커혼제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를 가졌다는 점, 그리고 쾌활하고 순종적이며 온순한 성격을 지닌 개라는 점 때문이었다.이 견종은 한때 거의 멸종 위기에까지 처해 있었지만 쿠이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과 정성으로 다시 살아난 특별한 견종이기도 하다.하지만 쿠이커혼제는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 인기 있는 견종이라 분양받기가 쉽지 않았다.분양 합격 통지서를 받다 우리 부부는 쿠이커혼제를 전문적으로 분양하는 독일의 여러 기관에 지원서를 냈다. 지원서는 대략 A4용지 한 페이지 반의 분량으로 별다른 형식 없이 자유롭게 작성하게끔 되어 있었다.우리 부부는 지원서에 왜 쿠이커혼제를 분양받고 싶어 하는지, 우리 부부의 동물사랑, 직업, 생활 수준, 거주 형태, 반려견을 키우는 자세는 어떻게 되는지. 또 우리가 쿠이커혼제를 분양받으면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들을 정성껏 적어 제출했다.그 결과 모두 세 곳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데 대체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아서 당장은 분양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아쉬운 대로 우리 부부는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올해는 아마 힘들겠거니 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 한 곳으로부터 희소식이 왔다.우리 부부의 지원서에 감동하였으며 분양 시기가 되면 다시 연락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부부는 마치 입학이나 취직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것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릴케, 세상에 나오다 쿠이커혼제 분양사인 마누엘라로부터 강아지가 태어나기 위한 합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았다. 또 합방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어야 하므로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도 했다.모견인 제타가 드디어 임신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부부는 ‘드디어 우리도 반려견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얼마 뒤 마누엘라는 우리 부부에게 태어날 강아지들의 초음파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강아지들은 모두 둥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작고 여린 모습이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였다.이제부터는 그야말로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리 부부는 제타의 안정, 그리고 뱃속의 강아지들이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그리고 무사히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3월 26일, 드디어 우리의 강아지가 세상에 나왔다. 우리 부부는 강아지 이름을 이미 릴케로 정해두었다.릴케는 수컷 강아지로 두 마리의 여동생들과 함께 태어났다. 릴케를 당장에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참는 것도 배워야 하는 법.이제 막 태어난 어린 릴케는 모유를 먹으며 건강하게 잘 자랄 때까지 최소 2개월 동안은 반드시 다른 형제들과 함께 엄마 곁에 있어야 했다. 아빠와의 첫 만남 마누엘라는 우리 부부에게 릴케의 성장이 담긴 사진을 왓츠앱(일종의 메신저 앱)을 통해 수시로 보내왔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릴케를 두 눈으로 직접 보며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제타의 안정이 우선이었기에 꾹꾹 눌러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우리 부부는 그사이 릴케에게 필요한 침대며 식기 도구, 장난감 등등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릴케가 태어난 지 한 달째 되던 날, 드디어 릴케와 아빠가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날짜가 확정되었다. 남편은 릴케를 만나러 가기 일주일 전부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만남의 자리. 그곳에는 릴케의 다른 여동생들을 분양받고자 하는 가족도 함께였다. 릴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한다. 남편이 릴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날, 우리는 이전보다 더 릴케가 집에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집으로 드디어 릴케를 집으로 데려오는 날! 첫 만남이 있고서 다시 꼭 한 달이 지난 뒤였다. 마누엘라는 우리에게 릴케에 관한 증명서를 건네주었다. 그곳에는 릴케의 족보를 비롯한 동물 병원에서 체크했던 릴케의 건강 상태 및 예방주사 여부, 그리고 칩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마누엘라는 릴케와 릴케의 여동생들을 보며 잠시 눈물지었지만 릴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순히 아빠와 함께 차에 올랐다.한 달 전 만난 일을 기억하는 건지, 아니면 워낙에 붙임성이 좋은 성격인지 집에 가는 내내 릴케는 우리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며 별다른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집으로 데려온 첫날 릴케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으나 금세 활발하게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사실 릴케보다 남편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찰방찰방, 기분 좋은 물소리처음으로 마주한 커다란 소이제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어떤 곳에 가게 될까?그렇게 설렘으로 가득 찬 상상을 하며, 우리에게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앞으로 펼쳐질 릴케와의 하루하루가 무척 기대된다.<쿠이커혼제 릴케-릴케와의 첫만남>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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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를 유기한 당신, 쓸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크리스의 크리스마스크리스를 유기한 당신,쓸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를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크리스를 구조해오신 분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관계의 진전에 있어서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크리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사랑하는 이의 불편한 과거를 억지로 들추는 건 곧잘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도로 한구석에 묶인 채 발견되었다는 말만 구조 처로부터 얼핏 전해 들었다. 그게 내가 크리스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크리스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동안 크리스는 모르는 성인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탈 때면 겁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컹컹 짖어댔다.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이나 여자들을 마주할 때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이었다. 산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는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성인 남자들을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따라가려는 듯한 모순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를 보며 우리 가족은 ‘크리스를 유기한 전 주인은 아마도 성인 남자일 것이고, 크리스를 학대했지만 그럼에도 크리스는 그를 주인으로 생각했겠구나’ 하고 짐작했다. 크리스의 학대 사실에 대해 확신하게 된 건 이불과 벨트를 볼 때마다 나타나는 크리스의 반응 때문이었다. 크리스는 가족 중 누군가가 침대위를 정리하기 위해 이불을 양손에 잡고 펄럭거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갔다. 벨트에 대한 반응은 더 심각했다. 한번은 무심코 문고리에 걸어두었던 남편의 벨트가 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는데, 크리스는 째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더니 반나절이 지나도록 벌벌 떨며 나오지 않았다. 우리 집에 온 지 3년이 지난 지금, 예전처럼 예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지만 벨트만큼은 아직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인 사이 다행히 크리스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첫 번째 변화는 크리스의 외모에서부터 나타났다. 깊게 패 없어질 것 같지 않았던 눈물 자국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송보송한 흰털이 자리 잡았다. 늘 겁에 질린 듯 보이던 표정은 많이 편안해졌고,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도 사라졌다. 크리스는 이제 우리가 집 안에 있더라도 다른 방에서 혼자 태평하게 낮잠을 자기까지 한다. 달라진 건 크리스뿐만이 아니었다. 딸이 유아기를 막 지날 무렵, 매사에 조급하고 스트레스를 잔뜩 받던 나는 크리스를 들인 후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크리스를 만나기 전의 나는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다. 내게 있어 ‘열심히 산다’는 것은 ‘1분의 여유도 없이 산다’는 말과 동의어나 다름없었고, 닦달하는 사람이 없을 때조차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그래서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유기견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우습게도 가장 먼저 우려했던 점은 ‘산책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이왕 가족으로 들였으니 매일 산책을 해줘야 할 테고 집 앞 공원이라도 한 바퀴 돌고 오려면 못해도 하루에 한 시간은 날아갈 터였다. 처음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나로서는 개와 단둘이 매일 한 시간씩이나 굳이 시간을 들여 산책한다는 게 어려운 과업처럼 느껴졌다. 이렇듯 크리스의 견주가 되는 일은 내게 ‘시간 낭비해보기’라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변화는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찾아왔다. 크리스와 산책을 할 때마다 나는 공원에서 마주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젊은 부부나 노신사,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크리스를 바라보는 어린아이들, 또 이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견주들과 다양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반려견’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똑같았지만 대화의 샘은 이제 막 물꼬를 튼 것 마냥 그칠 줄 몰랐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런 만남을 언제부턴가 나는 ‘동네 개파티’라고 부르며 크리스만큼이나 산책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건 정말이지 엄청난 변화였다. 딸이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이든지 하나라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을 지니고 살던 나는 스스로를 괴롭혀 오던 시간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크리스가 내게 ‘여유로움의 미학’을 가르쳐 준 것이다.내게 온 뒤 크리스의 삶이 달라진 것만큼이나 나의 삶의 역시 이전과는 180도 달라졌음을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크리스를 유기한 당신에게‘어떻게 이런 아이를 길가에 버릴 수 있을까?’
크리스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거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마주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하지만 크리스를 유기한 그 사람을, 이제는 미워하기보다 불쌍하게 여기려고 한다. 크리스에게서도 이제 전주인의 그림자가 많이 옅어진 것 같다. 여전히 몇 가지 좋지 않은 습관은 남아 있지만 그마저도 우리 가족과 보낼 시간 속에서 하나둘 희미해져 갈 것이라는 걸 안다.유기견을 반려견으로 맞이하고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개를 유기하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더욱 싫어하게 됐지만 혹시라도 크리스를 유기한 사람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신에게 이 한마디만은 꼭 해 주고 싶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들 하지요. 당신이 크리스에게 잊혀진만큼, 적어도 그 기억의 크기만큼은 꼭 쓸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CREDIT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크리스의 크리스마스-크리스를 유기한 당신에게>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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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는 가을이라서
- 강원도 횡성 풍산개가을이는 가을이라서
속으로 ‘이름을 뭐라고 할까?’하고 고민했던 것도 잠시,곧바로 ‘가을이, 가을에 태어났잖아.’라는 대답이 떠올랐다.10월의 어느 멋진 날,푸르고 높은 하늘 아래 태어난우리 가을이.날도 어쩜 그렇게 예쁜 날을골라 내게 왔는지 모르겠다.
풍산개 가을이, 태어나다 풍산개 여섯 마리가 태어났다.청이의 부른 배를 보며 짐작은 했었지만 설마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이야.청이는 고통스러운지 끙끙거리며 몸을 계속 뒤척였다. 이 모든 상황이 처음이라 안절부절못하던 나는 무언가 깔아줄 만한 것이 없을까 집안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안 쓰는 침낭이 있었다. 청이는 신통하게도 침낭을 물어다 밖이 보이지 않도록 입구를 막더니 출산을 시작했다. 얼마 뒤 희미하게 끼잉 거리는 소리가 청이의 집 밖으로 새어 나왔다. 꼬물이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초보 왕 엄마인 나는 덩달아 바빠졌다. 무언가 몸보신 시켜줄 만한 것이 없을까 냉장고와 찬장을 뒤졌더니 말린 북어와 미역이 나왔다. 일단 마른미역을 솥에 가득 넣고 푹푹 끓여 청이에게 주었다. 모자란가 싶어 사료도 조금 먹였는데 마저 삼키지 못하고 캑캑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한 마리도 아니고 여섯 마리씩이나. 얼마나 고생했을까? 미안한 마음 가득 담아 다음엔 북엇국을 끓여주기로 했다. 다행히도 새끼강아지들은 엄마를 닮아 모두 토실토실 건강했다. 눈도 못 뜨고 그저 낑낑거리며 엄마 젖만 찾는 꼬물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유난히 하늘이 높고 선선하던 10월의 어느 날, 나는 그렇게 가을이와 처음 만났다.사고뭉치 여섯 악동들꼬맹이들은 우리 가족과 엄마 청이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다.청이가 교육을 얼마나 잘 했는지, 꼬맹이들은 응가도 쉬야도 꼭 집 둘레에만 했다. 따로 교육하지도 않았는데도 의젓하게 ‘앉아’, ‘기다려’도 잘했다.무엇보다 다들 순했다. 특히 꼬맹이들의 먹성은 알아줘야 했는데, 청이 주려고 끓여놓았던 미역국이나 닭죽까지도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먹을 거면 몰래 먹던가, 꼭 국물을 몸과 마루에 온통 범벅을 하고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럼 혼내려고 마음먹었다가도 금세 사르르 녹아버리는 거였다.딸아이도 새끼강아지가 귀여운지 무릎 위에 올려놓고 몇 번이고 쓰다듬곤 했다. 하얗고 통통한 새끼강아지들이 올망졸망 뭉쳐 다니며 먹고, 자고, 뛰어다니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워 천사가 따로 없지 싶었다.하루는 엄마 사료를 단체로 훔쳐먹다 내게 걸려서 견사 밖으로 내보냈더니, 벌 받는 줄도 모르고 신나서 사방팔방 뛰어다니다 이리 박고 저리 박고 난리도 아니었다. 꼬맹이들은 뭉쳐 다니며 산으로 들로 신나게 뛰어다녔다. 바람 부는 갈대밭이 온통 저들 놀이터였다.어쩜 그렇게 신통방통하니, 가을아? 시간이 지나 가을이의 형제들은 모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고 그중 가장 못난이(!)이던 한 녀석만 곁에 남았다. 그 못난이를 가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어렸을 적 가을이는 기특하게도 농원 안에서만 놀 뿐, 밖으로 나가 나를 걱정시키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좀 더 크자 걸핏하면 제집에서 탈출을 감행하더니 뻔뻔하게도 이 논두렁, 저 밭두렁을 구경 다니며 참견을 해 대는 거였다. 그러면서도 ‘가을아!’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쏜살같이 나타나 내 품에 안겼다. 땅굴은 또 어찌나 잘 파는지, 안으로 쏙 들어가 반대편에 있는 제가 봐 둔 전망 좋은 자리에 떡 하니 앉아있곤 했다. 농원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그 자리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하지만 농사철에는 어쩔 수 없이 목줄을 매어두어야 했다. 순하고 착한 가을인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얌전히 있어주었다. 그 모습이 또 미안하고 안쓰러워 시간이 날 때마다 가을이와 시간을 보냈다.가을이는 어릴 때 버릇 그대로 집 주변에서는 배변을 하지 않았다. 꼭 줄을 풀어주어야 농원 주변 풀밭에서 해결하곤 했다. 가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랬다. 예쁘고 사랑스러워 도무지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조금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아들이 군에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농원 일은 언제나 산더미처럼 많았다.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지만 무기력을 느낄 틈조차 내겐 없었다.지긋지긋한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자꾸만 자라나 나를 괴롭혔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쉽게 피로해졌지만 그 모든 일을 나는 혼자 해내야 했다. 정신없이 풀을 뽑고 있으면 어느 순간 손의 감각은 희미해지고 계속 같은 일만 반복하는 기계가 된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여전히 높고 파래서 괜스레 야속한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을이는 내게 다가왔다. 잠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어슬렁거리다가 쓰다듬어 달라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애교에 긴장이 풀린 나는 가을이와 함께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도대체 어찌 알고, 내가 힘들 때마다 다가오는 걸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가을인 그저 묵묵히 들어줄 뿐이다. 내게 있어 가을이는 행복 그 자체인 것 같다. 힘들고 우울하다가도 가을이와 장난치고 웃고 떠들다 보면 작은 걱정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지친 일상 속에서 가을이 덕분에 나는 마음속 빈틈을 잠시나마 메울 수 있었다.자꾸만 바라게 된다는 것은사랑한다는 것 어떤 사람들은 풍산개가 우리나라 토종 견종이자 호랑이도 잡는 용맹한 개이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가을이가 가을이라서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내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쫑긋 서는 세모 모양 귀도, 온 힘을 다해 흔드는 풍성한 꼬리도, 심지어는 사소한 사고를 칠 때까지도 모두 좋다.요즘 들어 가을이와 해 보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씩 자꾸만 떠오른다. 먼저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가을이와 함께 여행을 가 보고 싶고, 그게 안 되면 올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라도 가서 신나게 놀고 싶다.최근 집에 들인 또 다른 풍산개, 풍산이와 가을이 둘의 새끼를 보고 싶은 욕심도 조금 있기는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을이가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그저 햇볕이 내리쬐는 농원에서 땀을 닦으며 가을이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이, 더운 여름날 시원한 마루에 누워 살을 맞대고 함께 설핏 낮잠을 자는 달콤한 시간이, 그렇게 가을이와 보내는 매 순간순간들이 언제까지나 이어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CREDIT글 사진 이채현에디터 이혜수<강원도 횡성 풍산개-가을이는 가을이라서>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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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삶의 한 페이지
- 비몽사몽 다이어리내 삶의 한 페이지 2018년 01월 15일. 이 두 녀석과 인연이 된 날이다.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 꽤 오래전의 일이었다. 가족들의 반대로 그 시기를 미뤄오던 나는 결혼과 함께 드디어 바람을 이룰 수 있었다. 강아지들을 데리고 오기 전부터 녀석들의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비몽이, 그리고 사몽이.
“우리 집에 온 걸 축하해.비몽아, 사몽아!”
첫 만남, 첫 위기처음 만난 두 아이는 그저 너무 귀엽고, 귀엽고, 또 귀여웠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하는 낯섦도 잠시,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어떻게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첫 번째 위기는 두 녀석을 집에 들인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찾아왔다. 처음부터 사몽이의 눈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 불편해 보인다 싶기는 했지만, 설마 그게 각막궤양으로까지 번질 줄이야. 태어난 지 고작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새끼강아지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아픈 강아지를 돌보는 일 역시 나에게는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두려웠다. 사몽이와 함께 지낸 시간은 비록 짧았지만 그사이 정이 찰싹 붙어버려 입양처로 되돌려 보내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대신 이 아이를 책임지고 낫게 해주어야겠다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 후 사몽이의 눈 치료는 두 달간 이어졌다.사몽이는 먼저 ‘제3안검 플랩’이라는 각막 치료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뒤 수술 부위가 터지는 바람에 재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면 시간을 제외한 매 30분 간격으로 사몽이의 눈에 안약을 넣어 주어야만 했다. 긴 치료 기간은 사몽이와 나를 지치게 했다. 하지만 고비마다 비몽이가 의젓하고 든든하게 곁을 지켜준 덕분에 나도 사몽이도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비몽이에 대한 사몽이의 의존도가 유독 심해지는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심지어는 견주에게조차 느끼지 않던 분리불안을 비몽이에게 느끼게 되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가끔 보면 사몽이는 비몽이를 아빠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고맙게도 사몽이는 두 번의 눈 수술을 잘 버텨줬고 각막의 염증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사라졌다. 나는 정말이지 뛸 듯이 기뻤다. 힘든 일은 이제 다 지나간 거라고, 힘들었던 만큼 행복한 기억을 잔뜩 비몽이, 사몽이에게 심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중성화수술, 잘하는 걸까?한동안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비몽이와 사몽이는 뽀드득뽀드득 하얀 눈도 밟아보고, 푸른 잔디밭을 실컷 뛰어놀고, 이갈이도 하며 여느 강아지와 다를 것 없는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 사몽이에게 첫 생리가 찾아왔다. 생리 기간 내내 사몽이는 굉장히 힘들어했다. 배가 아픈지 계속해서 끙끙거리는가 하면, 왕성하던 식욕도 팍 줄어들었다. 사실 남아, 여아 한 쌍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온 이유에는 둘의 새끼를 보고 싶단 마음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사몽이의 모습을 보니 차마 그럴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민고민하다 사몽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해 주기로 했다. 수술 일정은 사몽이의 첫 생리가 끝나고 약 석 달 뒤로 잡았다. 사몽이는 여아였으므로 중성화 수술을 하기 위해선 개복을 해야만 했다.초조했다. 수술실 밖에서 사몽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내 선택이 맞을까? 괜히 사몽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다행히 사몽인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씩씩하게 회복해 주었다. 이때 역시 비몽이는 ‘거 참, 별것도 아닌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 의젓한 얼굴로 아픈 사몽이와 못난 초보 견주 곁 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이번엔 비몽이가 각막궤양이라니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서 비몽이와 사몽이의 생일이 되었다. 1년간 무려 세 번의 수술을 이겨내 준 사몽이에게 고마웠고, 무엇보다 아픈 사몽이를 질투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 비몽이에게 한없이 미안했다.하지만 그러던 중 비몽이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차우차우는 다른 견종에 비해 유독 얼굴에 주름이 많은 견종이다. 이 때문에 안검내반(쌍꺼풀) 수술을 종종 한다고 들었지만, 내심 우리 집 개들은 아니길 바랐다.하지만 비몽이 역시 새끼 때부터 과도하게 분비되던 눈물 때문에 눈 주변이 늘상 축축하게 되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비몽이의 안검내반 수술을 결정했고 이왕 마취하는 김에 중성화 수술까지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수술이 끝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비몽이 역시 사몽이가 그랬던 것처럼 금세 씻은 듯 나아 펄펄 날아다닐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하지만 회복 과정에서 비몽이의 눈은 덧났고 다시 지긋지긋한 각막궤양이 왔다.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단지 조금 회복이 느린 거라고 생각했다. 수술 후 비몽이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을 뜨지 못하니 막다른 곳에 자꾸만 머리를 부딪쳤다. 억지로 두 눈을 뜨게 해 보려고 해도 자꾸만 발버둥 치는 바람에 손조차 제대로 댈 수 없었다. 결국 우리는 비몽이를 다시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마취 후 들여다본 비몽이의 눈 상태는 심각했다.지금껏 한 번도 아팠던 적이 없었던 비몽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안구에 렌즈를 삽입하여 각막을 보호하는 방법을 써 보려 했지만 야속하게도 렌즈는 계속 빠져버렸고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30분마다 눈에 안약을 넣어 주는 수밖에 없었다.싫어할 법한데도 착한 비몽이는 언제나처럼 의젓하게 버텨줬다. 안약을 넣을 때도 잘 참았고, 약도 잘 먹어줬다.다행히 비몽이의 시력은 조금씩 돌아왔다. 지금은 전혀 불편해하지도 않고 상처 역시 아물었지만 그때의 흉터 자국은 훈장처럼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다.비몽이는 무사히 회복했지만 나는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수술받기 전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괜한 욕심을 부려 비몽이를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말도 못하는 아이가 두 달간 얼마나 아픈 시간을 보냈을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끝까지 꿋꿋하게 참아 준 비몽이를 생각하면 한 편으론 대견하면서도 가슴이 아려온다.다시, 여름돌이켜보면 사몽이의 첫 생리가 끝났던 시기 역시 작년 이맘때였다. 유독 모량이 풍부한 차우차우에게 사계절 중 여름은 아주 위험한 계절이다. 체온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작년의 나는 녀석들과 맞는 첫 여름을 잘 이겨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아이스팩을 넣을 수 있는 대리석 침대에서부터 새 선풍기, 공기 순환기를 구비해두는가 하면 냉동실에 얼음을 가득 얼려두기도 했다. 수영장에서 헤엄도 신나게 쳤다. 덕분에 두 녀석은 유독 더웠던 작년 여름을 씩씩하게 이겨냈다.어느새 우리는 벌써 두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물론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여름도, 앞으로의 여름도, 어쩌면 앞으로 우리에게 찾아올지도 모르는 또 다른 위기까지도 비몽, 사몽이는 잘 견뎌내 줄 것이라 믿는다.덩치만 컸지 순 장난꾸러기인 이 두 녀석을 키우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커다란 행복감을 나는 분명 느끼고 있다.한 생명을 내 인생의 ‘반려’로 맞아들인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는 요즘, 내가 받고 있는 조건 없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두 녀석의 견생을 그 누구보다 굳건한 마음으로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다.CREDIT글 사진 이수정에디터 이혜수<비몽사몽 다이어리-내 삶의 한 페이지>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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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만 도와주세요
- 최 자 매 의 행 복 한 이 별 이 야 기 두 달만 도와주세요
시리를 구조해준 구조 단체와 시리 입양을 결정해준 입양자분 ,그리고 시리의 인생을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끌어준 어디엔가 있을지 모를 행운의 존재에게까지 모두 감사하다. 그렇게 임시 보호를 통해 또 다른 인생의 행복함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결국, 시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아이를 데려왔다
데리고 오자“긴급 유기견 임시보호 구합니다! 두 달 후 캐나다 해외입양이 확정된 아이라 두 달 동안만 보호해줄 집이 필요해요. 다리 한쪽이 없어 보호소에서 다른 친구들이랑 지내는 것이 힘듭니다. 두 달만 도와주세요.” 언니의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다. 우리 자매는 항상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우리의 책임감, 가족의 동의’ 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항들로 인해 결국 ‘나중에’로 마무리하곤 했다. 하지만 시리의 글을 본 언니는 곧장 내 침대로 달려와서는 ‘데리고 올까?’ 물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데리고 오자’라고 대답했다. 여러 단체들 중 우리와 인연이 닿은 유기견 보호단체는 파주에 위치하고 있는 ‘행동하는 동물사랑’이었다. 우리는 꽤나 세세하고 긴 ‘임시보호 신청서’를 작성한 후 스태프분과 간단한 통화인터뷰를 통해 신청을 완료했다.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다리 한쪽이 없어서 문턱 같은 걸 잘 못 넘더라고요.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시리에 대한 첫 소개였다. 구조되었을 당시 시리의 몸 구석구석엔 학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그 흔적의 일부로 다리 한쪽이 없는 상태였다. 사람에 대해 큰 상처가 있을 만한 시리였지만 고맙게도 시리는 우리 자매에게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줬다. 사료만 준비되어있는 상태에서 시리를 맞이했던 터라 그 외의 강아지 용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활성화가 잘 되어있는 아파트 카페에 우리의 사연 글을 올렸는데, 이게 웬걸. 많은 주민분들이 강아지용 마약 방석부터 샴푸, 강아지 밥그릇, 간식 등 여러 가지 강아지 용품들을 후원해주셨다. 시리 덕에 ‘세상에는 참 따뜻한 사람이 많구나.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 를 몸소 느꼈다. 그리고 이 따뜻함은 내가 이후 계속해서 임시보호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문턱도 넘기 어려워하던 아이는 몇주가 지나자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산책하러 나가면 어찌나 세 발로 잘 뛰어다니는지, 농담 삼아 우리는 사실 시리의 다리가 다섯 개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한번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그 높은 침대에 올라가서 오줌 한강을 만들고는 해맑게 웃고 있던 적도 있었다. 시리가 캐나다로 떠나기 일주일 전, 이제 캐나다로 가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서운함을 달래 보고자 우리는 시리와 함께하는 강아지 스냅사진을 신청했다.햇볕이 쨍쨍했던 5월의 어느 날, 예쁜 스냅 사진촬영과 동시에 시리와 보냈던 시간을 이제는 행복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며 차차 마음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 날 폭풍 오열을 했지만 말이다. 이별 당일,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분이 시리를 데리러 직접 우리 집으로 와 주셨다. 입양자분을 뵙자마자 시리를 대하는 눈빛, 말투부터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약간은 불안했던 마음이 단번에 푹 놓였다. 캐나다에서는 개를 버리는 사람들이 없어서 이런 유기견 입양 시스템이 굉장히 생소하다고 하셨다. 입양자분은 개를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어 찾아보다가 우리나라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고 유기견 입양을 결심했다고 하셨다. 사실 이런 상황에 보통 같으면 최대한 건강하고 예쁜 아이들을 열심히 고르고 골라 고심 끝에 입양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는 강아지를 데려올 때마저도 자신만의 이상형을 찾아 헤맨다. 다리 한쪽이 없는 다 큰 슈나우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이런 결정을 한 입양자분이야말로 정말 날개 없는 천사가 아닐까 생각하며 나는 부랴부랴 시리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쇼핑백에 넣으며 이별을 준비했다. ▲캐나다 집에서 보내 온 시리의 근황 사진.그리고 시추 친구와 함께 넓은 마당이 있는 캐나다 집은 우리 집보다도 시리가 훨씬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임이 틀림없다. 가끔 메신저로 시리의 사진과 동영상을 받는 날이면 하루 종일 마음이 싱글벙글하다. 마음씨 좋은 엄마·아빠, 장난꾸러기 시추 친구, 언제든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캐나다 특유의 푸른 하늘까지 시리가 지내기에 완벽한 환경이다. 글·사진 최세화 에디터 글월문거누파파네 Dog family은퇴백수 아빠 & 유기견이었다가 가족이된 건우 & 여행작가 누나 의 아무 이야기입니다 ♡ 겁짱이에서 채널명 변경했어요 :)www.youtube.com - STORY | 2020-06-10 14:4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