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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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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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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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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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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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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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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rning Point
- 헝 가 리 안 비 즐 라Turning Point헝가리안 비즐라라는 견종이 아직은 한국에서 생소한 게 당연하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생김새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헝가리안 비즐라는 헝가리 국견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진돗개 정도 되려나? 헝가리안 비즐라는 포인터류에 속하는 수렵견 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작고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해서 사냥보다는 집에서 키우는 가정견으로 흔하다. 이런 견종이 또 있을까?
나는 비즐라에게 엄청난 끌림을 받았다.
헝가리안 비즐라 (Hungarian Vizsla)헝가리안 비즐라는 “velcro dog” 또는 “velcro vizsla”라는 별명으로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벨크로. 흔히 우리는 ‘찍찍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 헝가리안 비즐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항상 곁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는 뜻이 아닐까. 이 아이들은 자신이 사 랑받고 있음을 알고 사람의 손 끝에서 전해지는 진심까지도 느낄 줄 아는 아이들인 것 같다. 마냥 아기 같은 이 아이들도 가끔 듬직한 순간이 있다. 바로 우리 가족을 마치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존재라고 굳게 믿는 것 같을 때다. 가끔 일이 바빠서 신경을 못 쓸 때 문득 아이들이 생각나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어딘가에서 묵묵히 나에게 시선을 꽂은 채로 졸거나 괜히 마당을 보고 짖기도 하고, 아니면 새들을 쫓아가면서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고 있기도 한다. 어설프긴 하지만 주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바닥에 궁둥이를 붙이고 버티는 아이들을 볼때면 솔직히 든든하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첫 만남우리 집도 처음부터 대가족은 아니었다. 불과 7년 전까지만 해도 두 마리 강아지와 함께 사는 평범한가족이었다. 우리 가족은 잭 러셀 테리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엄마는 승마를하기 위해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엄마가 계셨던 승마장에는 예로부터 헝가리안 비즐라를 키 워왔고, 승마장에 있는 말들과 사람들 모두 비즐라 들과 두꺼운 유대관계가 형성되어있었다. 엄마가 유학을 가셨을 때, 처음에는 독일어도 미숙하고 현지 환경도 익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엄마를 먼저 반겨주었던 녀석들이 바로 비즐라 삼총사였다. 그중에 한 마리는 항상 엄마를 따라다녔는데, 식사시간에 종종 엄마의 허벅지에 턱을 괴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음식을 나눠 먹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 덕분에 엄마는 웃을 일이 많아지셨고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상황에도 버틸 수 있으셨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부모님과 처음에 독일의 승마장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만나고 싶었던 존재가 바로 고마운 비즐라들이었다. 페티와 루벤이 한국으로 올 수 있게 된 계기도 다 이 덕분이다. 엄마는 한국에 돌아오신 후 독일에서 함께 생활했던 비즐라 아이들에 관해 얘기를 종종 하셨고 아빠도 독일을 방문하셨을 때 이미 한눈에 반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독일 승마장 에 헝가리안 비즐라를 입양하고 싶다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헝가리에서 태어난 페티와 루벤은 임시 보호 기간이 끝나고 약 4개월 뒤, 독일에서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천사 같은 대형견둘 중 한국에 먼저 도착한 것은 페티였다. 페티와의 첫 만 남은 내가 유학을 하던 중, 방학을 맞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루어졌다. 첫인상은 “그냥 천사가 따로 없네!”였다.위에서 말했다시피 이미 우리 집 식구였던 루이와 율러는 아는 사람은 아는, 절대 지치지 않는 잭 러셀 테리어이다. 이 아이들은 사냥개의 유전자를 가지고있어 그런지 작은 체구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꼬맹이들보다 최소 세배는 큰 헝가리안 비즐라 아이들은 사람 무릎에 살 비비는 것을 좋아하는 수줍은 아이들이었다. 매일매일 시끌벅적했던 우리 집이 페티가 오면서 좀 더 정돈된 듯했다. 이런 성격의 강아지는 처음 본다고 해야 하나? 아직 아기지만 속이 마냥 깊고 맑은 아이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천사 같은 대형견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건 아니었다. 루벤까지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졌다. 루벤까지 집에 있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산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당시 우리가 살던 빌라에는 작은 공용정원이 있었는데 그곳엔 울타리가 따로 없어 공원에 나가서 산책해야만 하는 환경이었다. 때문에 아이들은 항상 리드 줄을 사용해야 했고, 우리도 그게 아이들에게 온전한 자유로움을 주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풀어놓을 곳이 마땅히 없어 안쓰럽고 답답했었다. 보통의 강아지라면, 대형견이라면 특히나 더, 뛰어다니고 냄새 맡는 것만으로도 행복감과 자유로움을 느끼는 게 당연할진대 항상 묶여서 보행의 제한이 있다는 것이 미안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엄마도 산책을 한 마리씩 따로 나가야 했고 겨울에는 심하게 넘어지는 일들도 종종 생겼었다.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우리 가족은 이사를 결심했다. 적당한 밸런스가 중요했다. 사람과 강아지가 공존하는, 서로가 어느 정도 양보하고 서로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 엄마는 일 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스스로 공부해 나가시면서 아이들이 가장 안전하고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살 수 있는 집이란 어떤 집일지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실현해 나가고 계셨다. 그리고 곧 그 집은 지금의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되었다.그동안에 우리에게 새 식구도 찾아왔다. 페티와 루벤의 새끼가 한 마리 태어났다! 외동딸로 태어난 로지는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귀여운 강아지로 커 나갔고, 이마트 출 신 닥스훈트 라온이는 재작년 우리 집의 막내로 들어왔다.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한 지금, 아이들은 마당과 집안을 오가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자리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나와 동생 방에 몰래 들어가서 양말을 훔쳐 내려오기도 하고, 사람 품에 있고 싶다고 보채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집 은 아이들의 일상 대부분을 보내고 불편함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페티와 루벤을 보고 있자면 든든하기도 하고 이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벌써 여섯 살이 된 페티와 루벤, 다섯 살인 로지….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가끔 조금 슬프고 더 잘해주지 못한 점이 많은 것 같아 미안할 뿐이지만 이 아이들 덕분에 바뀐 우리 가족의 삶과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에 대한 설렘이 더 크다. 원하는 것이 다 다르고, 성격과 성향이 다 다르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다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더욱 좋은 견주가 되고 싶다.글·사진 김주리 에디터 글월문 - STORY | 2020-06-10 14: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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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저는 처음이라
- 너 는 내 운 명진저는 처음이라
너랑 나랑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필요한지 나에게 알려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비록 네가 매일 간식을 사달라고 조른다고 해도 말이야
부족한 엄마라 미안해진저를 데리고 오자마자 남편과 나는 교육에 들어갔다. 일단 앉아와 기다려만 가르쳐 보기로 한 우리는 미리 사둔 훈련용 치즈 볼로 훈련에 돌입했다. 진저의 습득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고 팔불출 개 엄마, 아빠는 ‘이래서 시바가 똑똑한가 보다’ 하고 서로 어깨를 으쓱하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저는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그 뒤로도 진저의 설사는 수차례 반복됐다. 진저의 전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자마자 “혹시 간식 주셨어요?” 하는 말에 아차! 싶었다. 분명 진저를 데려올 때 간식은 더 클 때까지 절대 주지 말라고 했는데, 훈련해야겠다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 그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결국 진저의 설사는 주사를 맞고 나서야 멈췄다.모든 아기강아지들이 그렇듯 진저는 호기심이 많았다. 깨어 있는 동안은 쉴 새 없이 집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날도 꼭두새벽부터 우리를 깨우고 나서 온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거실 창틀을 짧은 다리로 낑낑대며 올라가서 창밖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기도 했다. 그러다 뒤돌아서 폴짝! 하고 뛰어내리는 순간 “깨갱!” 하는 소리와 함께 진저는 한쪽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은 너무 놀라 진저의 다리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다시 걷게도 해봤지만 진저는 다리가 불편한지 계속 절면서 주저앉아버렸다.그 모습에 남편과 나는 이성을 잃은 채 인근에 있는 24시간 동물병원들을 뒤지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연결된 한 병원에 당직 선생님에게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두서 없이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가 뛰어내린 높이가 얼마나 되죠?”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흑…. 어…그게 제 손 한 뼘 정도요.....?" …………………(잠시 정적)“아, 그 정도 높이면 단순히 근육이 놀란 것 같은데 한 시간 정도 지나고도 다리를 절면 그때 데리고 오세요.” 남편과 나는 눈물이 잔뜩 고인 눈으로 진저를 지켜봤고 다행히 30분 정도 지나고 나니 진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방정을 떨면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진저가 우리 집에 온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왼쪽 눈 윗 부분에 희미하게 털이 빠지기 시작했다. 베넷 털이 빠지는 건가 생각했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이상하게 마치 원형탈모처럼 그 부위만 빠지고 있었다. 추천받은 병원을 가서 연고처방을 받았는데 나아지기는커녕 털이 빠진 부위는 더 넓어지기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진저의 땜빵 정체가 모낭충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받은 후 다행히 진저의 털은 다시 자라났다.처음이기에 당연히모를 수밖에 없다
엄마는 처음이라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온 남편이 면봉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기다렸다는 듯 득달같이 달려온 진저는 면봉을 물고 도망갔다. 그 시절에 진저는 한창무언가를 물고 도망가면서 장난을 치던 때라 나는 면봉을 빼앗기 위해 간식으로 살살 유인했다. 하지만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진저는 면봉을 입에 문 채로 간식도 먹으려 하다가 면봉을 꿀꺽 삼켜버렸다. 순간 나와 남편은 얼음이 되었다가 빨리 정신을 차리고 다니는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다. 빨리 오는 게 좋겠다는 원장님에 말에 나는 진저를 안고 병원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퇴근하셨던 외과 원장님이 다시 오셔서 내시경으로 면봉을 빼내셨고, 진저는 하루 입원 후에 큰 탈 없이 잘 회복했다. 내시경을 마치고 아직 마취가 풀리지도 않은 진저가 나에게 오겠다며 회복실 케이지 안에서 버둥거리는 걸 보고 남편하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진저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몇 번의 호된 부모신고식을 치르고 나니 내 손에 이 작은 생명이 좌지우지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졌다. 지금은 웬만한 일에는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그때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은 아마 초보 엄마, 아빠들은 다 한 번씩 느껴보지 않았을까 싶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초보 부모에겐 매번 큰 고민과 선택이기 때문이다. 매번 모든 일에 무턱대고 병원을 찾아가긴 부담스러워 인터넷으로 정보를 많이 구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전문가의 조언은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 이렇게나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었구나. 앞으로도 어떤 일들이 이 초보 엄마, 아빠의 가슴을 철렁이게 할까?글·사진 장성희 에디터 조문주 - STORY | 2020-06-10 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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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쨈과 함께
- 쨈 에 게 쓰 는 편 지쨈과 함께 2016년 12월 10일, 쨈이 우리에게 처음 온 날이다. 그러니까 겨울은 쨈과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같이 보낸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눈도 제대로 못 뜨던 작고 솜털 같은 쨈이 엄마 품 안에서 벌벌 떨며 집으로 들어오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천사 같은 쨈의 모습에 감탄하는 것도 잠깐, 콧물을 흘리는 저 강아지를 따뜻하게 해 줘야겠다는 마음에 온 집안의 담요를 다 가져와 쨈의 몸에 칭칭 둘렀던 기억이 난다. 향기로운 봄쨈의 이름은 처음부터 쨈이 아니었다. 엄마가 ‘몽이’라는 이름을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언니와 내가 좋아하던 웹툰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에 쨈이라는 강아지와 주인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그 웹툰을 너무 감명 깊게 본 나머지 이 강아지와 우리는 겨울에 만났으니 무조건 쨈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마냥 웃기지만 처음부터 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우리에게 온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쨈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쨈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사랑스럽다. 만져달라고 나의 손을 긁으며 애교를 피울때면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는다. 그래서 예쁜 쨈의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겨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세상 사람 모두가 우리 쨈 귀여운 걸 알아 줬으면 하는 팔불출 같은 마음도 있다. 사진으로는 쨈의 실물이 다 담기지 않는 게 안타깝지만, 앨범의 사진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쨈과 함께한 추억도 그만큼 쌓이는 것 같아 행복하다. 우리 가족끼리 부르는 쨈 화보 버전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공을 들이는 화보가 바로 봄에 찍는 벚꽃 사진이다. 분홍색, 노란색 등 생긋하고 향기로운 꽃들과 쨈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것이 너무 조화롭기 때문이다. 똘망똘망한 눈과 포실한 털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봄과 가장 어울린다. 쨈을 꽃과 함께 찍는 것 그 자체로도 이미 화보라고 생각한다. 가장 포근하고 부드러운 계절인 봄, 그 속의 쨈은 언제나 사랑스운 내 가족이다.여름도 쨈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여름의 쨈은 유독 바닥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길다. 몇 걸음 걷다가 철퍼덕, 몇 걸음 걷다가 철퍼덕, 대짜로 뻗어버리기에 십상이다. 집안에서 쨈이 보이지 않으면 주저 없이 화장실을 쳐다보게 된다. 우리 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인 화장실 변기 옆 타워 위에서 배를 드러내 놓고 자고 있는 쨈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집 안 한구석에서 마치 사람처럼 드러누워 있는 모습은 특히 여름에 자주 볼 수 있는 쨈의 전매특허 포즈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볼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쨈의 배를 더 자주 쓰다듬어줄 수 있으니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른 개와 달리 산책을 싫어하는 쨈은 무더운 날씨에 나가는 것을 질색한다. 그런데도 바깥 공기를 쐬어 주고 싶은 마음에 항상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에 쨈을 안고 집을 나선다.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쨈을 안고 산책하는 것은 우리 가족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소확행이 쨈에게도 무더운 여름을 잊을 수 있는 시원한 소확행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는 쨈, 먹는 쨈, 뛰는 쨈. 수많은 쨈의 모습을 찍어왔지만 내가 가장 기대하는 건 저런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 곁에서 무럭무럭 자랄 쨈의 건강한 모습이 가장 기대된다. 항상 빠른 속도로 나와 달리던 쨈, 내가 밥을 먹을 때면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쨈, 나와 같이 잠들던 쨈. 언제까지나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주길 바란다. 가장 활기 넘치고, 가장 사랑스럽게 말이다.아마 우리 가족은 죽을 때까지 쨈과 함께 있을 운명일 것이고, 그래야 한다. 이 짧고도 긴 편지를 쨈에게 전하며, 글을 마친다.글·사진 최윤서 에디터 조문주본 콘텐츠는 2020년 MAGAZINE P 8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무단 복제. 사용 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STORY | 2020-06-10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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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가 서로에게
-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제주생활을 그저 마음으로 동경만 했을 겁니다.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준 제이, 레이, 써니에게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에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우리는 반려가족이랍니다.애완과 반려저는 사랑스러운 장난감 같은 존재로서 생명을 대하는 의미가 담긴 듯한 단어, ‘애완’보다는 평생을 함께한다는 의미의 ‘반려’가 더 와 닿는 한 사람입니다. 벌써 제이와 레이, 써니를 가족으로 맞이한 지 2년이 훌쩍 다 되어 가는군요. 광복절이면 사랑스러운 첫 가족 써니가 켄넬에서 독립을 한 지 2주년이 된답니다. 아기 아기했던 모습들은 사진을 들춰봐야 새삼 기억날 만큼 이제는 어엿한 성견의 포스가 가득하죠. 제이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너무 귀여운 나머지, 레이와 써니의 어릴 때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끔은 아쉽기 도 합니다. 레이는 10개월, 써니는 18개월이 되었을 때 가족이 되었거든요. 그래도, 살아 온 날보다 함께 살아갈 날이 더 오래 남았다는 사실을 나름의 위안으로 삼고 있어요. 아이들 덕분에 매일이 행복하니까요.아이들과 함께하면서 휴가는커녕 잠시 집을 비우는 것에도 신경이 쓰여 틈만 나면 산책을 시켜주려고 노력했지만, 복잡한 도시생활에서는 사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제주생활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널려있으니까요.얼마에요?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개 딸들과 산책하러 다니다 보면 가끔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특이하게 생겼네, 얼마에요?”이런 질문을 들으면 괜히 내 안에 숨은 다중이가 불쑥 올라와요. 순순히 말하고 싶지 않아 “아이마다 천차만별이에요.”라고 말하고 돌아서곤 하죠.물론 저도 처음 개 딸들과 가족이 되었을 때는 책임에 따른 비용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였는지는 현재 전혀 중요하지 않고, 또 굳이 각자의 몸값이 얼마인지에 따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므로 1도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의 개성을 가진 녀석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즐거운 날을 보내는 것만 늘 꿈꾸는 견상궁입니다. 반려동물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비싸다면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을까요? 몸값이 얼마이건 가족으로 맞이한 이상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가족을 손을 놓는 일은 없어야겠죠. 아이들은 우리가 부자이건, 재주가 있건, 똑똑하건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단지 당신이 아이들을 반려가족으로 대하는지 애완동물로 대하는지, 소유물로 대하는지를 보면 우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잔인한 8월이 되지 않기를휴가철이면 버려지는 동물들이 급증한다는 뉴스. 올해는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야생의 무리도 가끔 만나곤 하는 데요, 어떤 이유로 떠돌이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야생에서 고단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선뜻 손길을 내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도움을 준다는 핑계로 포획하고 2주의 공고 기간 동안 입양되지 못하면 죽은 목숨이 되기 때문이죠. 제주는 인구대비 유기동물 발생률 1위라고 하더라고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입도할 때는 함께 왔다가 버려두고 떠나는 사람들도 유기동물 발생률 수치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고 하네요.부끄럽게도 아직 유기된 생명을 거두기에는 마음의 그릇이 크고 넓지 못해 지금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어 줄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먼 미래의 일로 생각만 하고 있지만, 하루를 온전히 함께해 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언젠가는 꼭 용기를 내어보려고 합니다. 아직은 마음뿐인 견상궁이지만 주변에는 언젠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먼저 한 걸음 앞서 걷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멋짐 폭발하는 반려가족들이죠?올 휴가철에는 유기되는 아이들이 없더라는 슈퍼팔월 빅뉴스가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전에서 “유기”라는 단어가 없어지도록 묵직한 슈퍼 책임감을 장착 해보아요!글 김윤정 사진 이성훈에디터 글월문본 콘텐츠는 2020년 MAGAZINE P 8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 사용 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STORY | 2020-06-10 14: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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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잠든 사이에
- 명 랑 노 견 생 활 기 당신이 잠든 사이에전에는 꿈도 못 꿨던 많은 일을 이뿌니의 노화로 이제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에서 다 알아줄 정도로 거친 개였던 이뿌니는 나이가 드니 저절로 순해지고 말았다. 전에는 나를 제외한 누구도 이뿌니를 1분 이상 안아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누구의 품에서도 으르릉거리지 않고 가만히 안겨있다. 그래야 한다는 제 고집도 잊은 걸까. 어쨌든 반겨야 할 일이다. 덕분에 요즘은 집에서 목욕도 한다. 최근에는 생애 최초로 미용도 시도해보았다. 정말로 이런 날이 올 줄이야.순둥이와 여름나기이뿌니의 배변 활동이 엉망진창이 된 건반년 정도가 되었다. 아무 데나 싸도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그것을 밟고 또 밟고 그발로 온 집안을 정처 없이 배회한다는 것이다. 이뿌니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 홀로 일어나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당연히 수습은 우리의 몫, 이뿌니의 목욕은 그 때문에 시작되었다. 예전에 이뿌니는 한두 달에 한 번 샵에서만 목욕을 할 수있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이틀에 한 번꼴로 응가를 밟으니 감당이 안 되어 우리는큰 용기를 내봤다. 욕실 바닥에 이뿌니를 세워두고 남편이 두 손으로 이뿌니를 붙잡아주면 나는 샤워기 호스를 들고 네 발 중 어느 발이 주범인가 하나씩 색출하는 데, 이때 시간을 지체하면 큰일 난다. 영문도 모른 채 당하고 있던 이뿌니의 성질이 슬그머니 살아나기 때문이다. 순둥이 다된 것 같았던 노견이 아직 살아있다며 힘껏 아르르를 시전한다. 앞발은 반항이 심하지만 그래 봤자 2인 1조 부부 목욕 단을 이겨내진 못한다. 그렇게 발 씻기를 성공한 우리는 자신감이 생겼고 허리부터 가슴까지 차츰차츰 범위를 늘려갔다. 현재는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 목욕이 가능하게 되었다. 똥 밟는 개가 이리 목욕비를 벌어주니 감사한 일이다.순둥이 노견의 기적여름이 시작되기 전 서늘하다 싶은 기온에도 체온조절이 잘 안 되는 이뿌니에겐 헐떡거림이 생겼다. 하지만 본격적 으로 에어컨에 의지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였다. 이뿌니의 체온을 어찌 내려줄까 고민하다가 털이라도 잘라줘야겠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미용 이후 아직 노견을 받아주겠다는 미용실을 찾지 못했다. 10살만 넘어도 안 받아 주는 곳도 많다는데 18세 노견은 위험 부담이 크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저 털을 다 어쩐담. 자가 미용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우리 집엔 여태 미용기와 발톱 깎기조차 없었다. 나는 내 앞머리를 자르려 사둔 미용 가위 하나를 들고 이뿌니가 잠든 사이 엉덩이 털부터 쓱쓱 잘라보았다. 이뿌니가 세상 모르고 자길래 뒷다리까지 과감하게 가위를 들이댔다. 과연 이런 상태로 얘가 밖에 나가도 될까 싶을 정도로 털은 계단식으로 이상하게 잘렸다. 이뿌니가 거울을 볼 수 있었다면 이게 뭐냐며 난동을 피우며 울었을 것이다. 잘라놓고 나니 솔직히 나도 약간 미안한 감은 있었는데 이뿌니가 조금이라도 더위를 이길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이뿌니가 깊은 잠에 빠질 때마다 가위를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뭣 모르고 자르느라 계단식 미용이 돼버렸지만 숱 가위를 이용하니 제법 털 모양이 다듬어졌다. 예쁜 털 모양까진 바라지 않고 그저 시원하게 자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단정해졌다. 오호라, 나에게도 이런 재능이? 숱 가위의 마법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뿌니가 잠들 때마다 조금씩, 보름 이상 걸려 몸통과 네 다리까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믿어지지 않는 순둥이 노견의 기적. 물론 목욕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얼굴은 건들 수 없지만 이게 어디냐 싶다. 이번 달에는 여기까지지만 곧 얼굴도 손댈 수있는 날도 올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뿌니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너라서 가능한 지금반면 전에는 하지 않았어도 될 일도 따라 생겼다. 요즘 이뿌니는 자꾸만 밥을 먹다 주저앉는다. 전에는 밥만 퍼주면 되었는데 지금은 뒷다리를 붙잡아 부축해줘야 한다. 고드름처럼 길게 늘어진 침을 닦아주는 일은 하루에 오십 번은 한다. 쉬가 마려울 땐 배변 판 앞까지 잘만 걸어갔던 전과 달리 조준이 매번 빗나간다. 그래서 이뿌니가 쉬할 때마다 밖으로 흐르진 않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자다 일어나 멍하니 멈춰 서 있는 이뿌니를 발견할 때면 여러번 이름을 불러 현실로 돌아오게 해주기도 한다. 혹여나 걷는 법을 잊은 건 아닐까 한 걸음씩 걸음을 유도해준다.산책하러 나갔을 땐 내리막길로만 와다다다 내빼는 이뿌니를 연행해오거나 리드 줄로 묶어 둘 땐 1~2분 간격으로 다리에 꼬인 줄 풀어주기도 하는 일은 번번이 산책 중에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작년만 해도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놓고 가만히 앉아 이뿌니의 움직임을 눈으로만 쫓던 우아한 피크닉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앉아서 커피 한잔 마시는 일도 사치가 되었다. 돗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시간 없이 계속해서 이뿌니를 주워와야만 한다. 내가 뭘 하든 낮잠 잘 시간엔 제 혼자서도 침대에 올라가 잘 자곤 했는데 지금은 내가 옆에 있어야만 잠을 자겠단다. 이뿌니를 재워놓고 살금살금 주방으로 나와 내 할 일을 하려고 하면 어느샌가 잠에서 깬 이뿌니가 쪼르르 뒤따라 와있다. 그것도 무너지는 뒷다리를 하고선 내 옆에서 빙빙 돌고 있으니 모른 척할 수가 없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뿌 니를 다시 방으로 데리고 와야만 한다. 이뿌니가 잠들 때까지 곁을 지키는 일도 전에는 할 필요 없었던 일이다. 온종일 노견의 수발을 들기에 바쁘지만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고된 즐거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 감정들도 사그라지고 나면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내가 이리 바쁜 것도 다 이뿌니가내 옆에 있어 줄 때나 가능한 일이니까.CREDIT글·사진 한진 에디터 조문주
- STORY | 2020-06-10 14: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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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집고양이와 놀아주는 법
- 스위스 집사의 삶처음에는 스위스 펫샵에 가서 여러 가지 장난감을 구매해 봤다.조그만 쥐돌이 인형을 사 왔을 때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노아와 폼폼은 작은 인형을 축구공 차듯 차며 한 시간이 넘도록 쥐돌이에게 열광했다. 그때부터 장난감을 사 모으는 집사의 삶이 시작되었다.모든 장난감에 열렬하게 반응하던 노아와 폼폼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깃털 막대의 털을 다 뽑아 망가뜨리고, 몇 번 가지고 논 장난감에도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그 모습에 애간장이 타 여러 번 펫샵에 가서 장난감을 사 왔지만, 스위스 펫샵에서 파는 고양이용 장난감의 종류는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스위스는 동물의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인데 어째서 고양이용 장난감의 수는 적은 걸까. 스위스 고양이는 ‘외출 냥이’스위스는 고양이를 집안에만 두고 키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위스 가정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고양이는 자유롭게 집 밖을 나다닐 수 있는 ‘외출 냥이’라고 한다.외출 냥이는 인위적인 사냥놀이가 굳이 필요 없다. 바깥에서 진짜 사냥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공기, 푸른 잔디, 천연 나무 스크래쳐 등을 마음껏 즐기고, 따스한 햇볕 아래 광합성도 즐기다가 집에 돌아온다.집고양이들처럼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다. 물론 이것은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파트에 살더라도 외출 냥이로 키울 수 있다.스위스의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 건물 외벽에 고양이가 딛고 내려갈 수 있는, 일명 ‘고양이 사다리’를 설치하기도 한다.하지만 이 또한 아파트 층수가 낮은 경우에서나 실현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7층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노아와 폼폼은 집고양이로 사는 것이 안전하다. 노아와 폼폼의 한국 장난감 사랑올겨울,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고양이 장난감을 몇 가지 구매해왔다.스위스와 비교하면 종류가 아주 다양했고, 질은 훨씬 좋은데 가격은 저렴했다. 한국의 고양이들은 집 안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스위스와 비교해 한국의 고양이 장난감 시장이 훨씬 큰 것 같았다.한국에서 사 온 장난감을 접한 노아와 폼폼의 반응은 아주 대단했다.특히 사냥 본능이 강한 폼폼의 경우, 한국에서 사 온 낚싯대 모양의 장난감을 잡기 위해 믿을 수 없는 높이로 연달아 점프해 가며 열심히 사냥감을 쫓았다.사냥감을 낚아챈 후에는 ‘으르르’ 소리를 내며 격한 만족감을 표현하기까지 했다. 한국산 낚싯대 장난감은 고리에 다는 사냥감만 교체해주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사냥감을 여러 종류 갖춰 두고, 자주 교체해주면 아이들이 금세 질리지도 않는다.무엇보다 스위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사냥놀이에 시큰둥해진 아이들에게 다시 격한 사냥 본능을&nb
- STORY | 2020-06-10 14: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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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떼랑 소꿉놀이
올해로 4살,사람의 시간으로 계산하면서른세 살 정도 되었으려나.그러니까 라떼는 지금우리 부부와 또래나 다름없다.
라떼에게 남편은 라떼에게 남편은 아빠와 같다.겁이 많아 남의 귀를 파주거나 발톱을 깎아주는 걸 무서워해서 연애 시절, 나는 남편을 무릎에 눕혀 귀 한 번 파준 적이 없다.그러다 보니, 라떼의 발톱을 깎아주는 것도, 귀를 파주는 것도, 목욕도, 그리고 모래통 청소까지 전부 남편이 담당하고 있다.남편이 하는 일이 라떼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녀석도 자신을 위해 이것저것 고된 일을 한다는 걸 아는지 남편을 제법 잘 따른다.퇴근해서 집에 같이 돌아와도 유독 남편에게만 더 달라붙어 ‘냐앙냐앙’하며 애교를 부리고, 나 빼고 둘만 있을 땐 남편의 배 위로 올라가 잠을 자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와 달라고 사정하고 빌어도 와주지 않더니 말이다. 그리고 남편이 크고 거칠거칠하지만 따뜻한 손으로 라떼를 쓰다듬으면, 마치 그루밍을 받는 느낌인지 어쩔 땐 스스로 다가와 남편의 손에 몸을 비비고 문지르며 셀프 마사지를 한다. 아무튼 내가 볼 땐, 늘 라떼의 두 눈엔 '아빠 최고!'라고 쓰여 있고 아빠에게 ‘하트 뿅뿅’인 느낌이다. 나는 라떼에게 나도 나름대로 라떼를 위한 일을 한다. 바로 놀아주기 담당. 그리고 사료나 모래, 간식, 장난감 등의 재고 상태를 늘 파악하고 미리 구매하는 역할도 한다.간혹 집 안 가득 굴러다니는 털 뭉치를 청소하는 일도 내 역할이다. 남편은 손이 조금 느린 편이라 라떼를 놀아주는 일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재밌게 놀아줄 수 있다고 자부한다.잠자리 모양의 낚싯대를 움직일 땐 마치 잠자리로 빙의라도 한 듯, 라떼를 약 올리며 애를 태운다.숨이 헥헥 차오를 때까지 신나게 놀아주고서 간식을 주면 라떼는 모든 걸 가진 양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라떼의 표정만으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같이 노는 친구라 그런지, 남편보다 체구가 작아 자신이랑 비슷하다 느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라떼는 나를 엄마보다는 동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내가 거실에 서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면 멀리서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지켜보다 갑자기 달려와 내 허벅지에 냥 펀치를 날리고 도망가고, 양반다리를 하고 의자에 앉아 밥을 먹고 있으면 다가와 무릎 아래에 깔린 내 발가락을 옥수수 알갱이를 털 듯 깨물고 긁는다.라떼가 나를 만만한 여동생, 혹은 움직이는 커다란 장난감으로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라떼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5년 차 부부로 아이가 없는 우리에게 라떼는 아들내미나 다름없다.호기심이 많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킁킁거리고 ‘냐앙냐앙’ 거리며 뭔가 이야기를 해주고, 내가 끌어안고 뽀뽀하거나 좀 싫어하는 짓을 해도 묵묵히 참아주는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하는 라떼.스스럼없이 무릎에 올라와 내 품에 먼저 파고들진 않지만 요리를 하느라 주방에 있을 때도, 텔레비전을 보며 거실에 있을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도 늘 우리의 가까운 곳에 있는 다정한 녀석. 는 언젠가 라떼가 말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라떼를 안고 창밖을 보며 "라떼야, 저게 뭐야? 저건 자동차~ 저건 나무~ 그리고 저건 구름~이야. 따라 해봐!" 하고 말을 가르치기도 한다.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면 웃음거리가 되곤 하지만, 라떼가 진짜 말하게 된다면 유튜브로 꼭 방송하라는 친구도 있었다.물론 사람의 언어를 따라할 순 없겠지만, 함께 산 세월이 있으니 적어도 속으론 한국말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그만큼 라떼를 고양이가 아닌 아들로 생각한다.이렇게 착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와준 건 정말 큰 축복이다. 라떼의 생각을 알 순 없지만 라떼에게 우리가 좋은 부모이자, 친구이자, 형제였으면 좋겠다.포근한 일상 속에서 우리 가족 오래오래 함께 하길 ….CREDIT글 사진 김예지에디터 이유경<라떼랑 소꿉놀이-언제나 우리 가까이>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4:3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