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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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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 찾아온 가을 선물
폴리, 하니와 함께 맞이하는세 번째 가을이다.가을은 멋진 계절이지만솔직히 나는 가을을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일단 해가 짧아지는 게 싫고옷이 점점 두껍고 무거워져서어깨가 결리는 게 힘들어서 싫다.그리고 ‘이렇게 한 해가 가고또 나이를 먹겠구나’하고 느껴지는 그 자조 섞인 감정이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소위 ‘FW 시즌’은 영 별로다.
첫 만남, 사무실에 고양이가?폴리와 하니를 처음 만난 것도 내 생일 즈음인 7월 초였다.당시 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고심 끝에 퇴사를 결정하고 공유 사무실을 찾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관심 가는 몇 군데를 우선적으로 추렸고, 당시 회사 근처였던 성수동에 위치한 사무실을 첫 번째로 방문했다.사무실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평소 개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집에서는 동물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겸사겸사 그런 아쉬운 마음도 달래고, 사람에 치여 지친 마음을 귀여운 털뭉치 고양이를 통해 위로받고 싶다는 흑심을 품고 가보니 정말로 뱅갈 고양이 두 마리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반겨주었다.고양이 집사이자 사무실 주인도 친절했다. 또 한강도 무척 가까워 시야가 탁 트인다는 점, 지금은 엄청 유명해진, 작지만 멋진 카페가 지척에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나는 더 볼 것도 없겠다 싶어 바로 그곳으로 결정해버렸다.새하얗고 복슬거리는 털, 도도한 몸짓으로 사뿐사뿐 바닥을 디디는 모습. 내가 상상하던 고양이는바로 그런 모습이었다.그런데 웬걸? 날렵해 보이는 마른 체구, 짧은 털, 게다가 조금은 무섭고 센(?) 호피 무늬라니!저 뒤편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룩덜룩하고 복잡한 줄무늬를 지닌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두 녀석들은 도도하기는커녕 사무실에 사람이 오면 마치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러 다가오기까지 했다.그렇게 이름도 행동도 생소한 ‘뱅갈 고양이’를 처음으로 만난 나는 적잖이 놀랐다.삶, 고양이에게로 흐르다고양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나는 뱅갈 고양이가 품종묘인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껄껄 웃으며 ‘길냥이를 냥줍하신거냐’ 는 말로 무식을 뽐내, ‘뱅갈은 제 로망묘였는데요…’라고 말하는 고양이 주인의 말문을 막아버렸다.지금은 당연히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고양이는 뱅갈이고 하얀 고양이는 어딘가 심심하고 밋밋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지만 뭐, 그때는 그랬다.그렇게 나는 회사원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자영업의 세계로 뛰어들었고, ‘오이스터’라는 브랜드를 조금씩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역마살이 낀 내 관심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행과 방랑이다.그래서 초기에 내가 하고자 했던 디자인 역시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디자이너 경험이 전무했던 나는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많이 방황했었다.그럼에도 나는 귀여운 고양이들을 보기 위해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작업실에 얼굴도장을 찍었고, 애교 많고 영리한 폴리와 하니에게 점점 더 푹 빠지고 말았다.그렇게 고양이를 그리며 조금씩 고양이 디자인에 관심을 가질 무렵, 더는 사무실을 유지할 수 없다며 ‘혹시 고양이를 데려가실 수 있느냐’는 주인의 말에 나는 흔쾌히 ‘알았다’고 대답했다.처음 만났던 때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18년의 여름이었다.그렇게 내 삶에는 ‘고양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하나 추가되었다. 디자인의 방향 역시 고양이에게로 흘렀다. 너희가 있어 풍성한 가을폴리, 하니와 함께 살아가기란 정말이지 쉽지만은 않다.요 뱅갈 녀석들은 겉으로는 새침해 보이는 레이디임에도 실은 완전히 천방지축에 에너지가 넘쳐흘러서 도무지 가만히 있지를 않고선 배기질 못한다.끊임없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다 장난감을 물고 와서 놀아달라고 하질 않나, 숨겨 놓은 간식까지 척 하니 찾아 물고 와서 내 앞에 떨어뜨리질 않나,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양이는 잠이 많고 고고하고 얌전한 동물이라는 상식이 와장창 깨진 지는 이미 오래다.이 녀석들과 함께 한지도 어느덧 벌써 3년째. 디자인하랴 잡무하랴 냥님들 모시랴 정말 정신이 멀쩡히 붙어서 퇴근하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다그래서 경고하건대, 잠 많고 조용한 고양이를 원한다면 뱅갈은 절대적으로 피하시라!뱅갈이야말로 고양이 계의 비글임을 절절하게 체감할 수 있는데, 소름 끼치게도 비글과 뱅갈은 초성마저 같다!사실 나는 강아지 중에 비글을 무척 좋아했는데, 나름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중이다. 하하!온종일 집사를 부려먹는 귀여운 악마들에게 푹 빠져있다 보면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 정신은 육체를 이탈하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고 평온하다.요즘처럼 날이 선선해지면 곧바로 무릎으로 올라와서 골골거리며 노래 부르는 폴리와 품 속으로 쏙 파고들어 오는 하니 덕분에 늘 고양이가 풍성한 가을을 누릴 수 있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폴리는 나와 함께 자판을 누르고 있고 하니는 놀아달라고 어깨에 올라타서 앙탈을 부리고 있어서 이제 그만 마무리를 하고 카샤카샤(고양이 장난감)를 힘차게 흔들러 가야 한다.문을 활짝 열어 기분 좋은 바람 냄새도 맡게 해줘야겠다. 글.사진 장보영에디터 이혜수<오이스터 스튜디오-여름에 찾아온 가을 선물>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4: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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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의 체온
보리와 굴비. 둘은 모두 한 여름에 나와 만났다. 지금까지 보리와 함께 보낸 여름은 세 번. 굴비와 함께 보낸 여름은 두 번이다. 보리는 에어컨이 옵션으로 들어있던 신랑의 자취방 ‘장미빌’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우리와 시원한 첫 여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다음 해 결혼식을 올리면서 에어컨을 혼수 목록에 넣지 않는 바람에 굴비와 함께한 첫 여름은 정말이지 처참했다.
고양이와 여름 나기2018년 대한민국 여름의 체감온도는 40도를 육박했고, 정 남향이었던 우리 아파트를 순식간에 뜨거운 건식 사우나로 만들어 버렸다. 고양이의 체온은 사람보다 약 2~3도가량 높기에 보리와 굴비는 조금만 움직여도 혀를 내밀고 숨을 헐떡였다. 냉풍기를 들이고 냉수 매트를 깔고 선풍기도 틀어보았지만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은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가장 걱정되는 시간은 우리가 출근하고 없는 시간….우리는 스티로폼 박스를 구해 속을 얼음 팩으로 가득 채우고 그 위에 냉매젤 매트를 올려 차가움이 오래가도록 유지한 뒤 부지런히 출근을 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문을 열면 보리와 굴비는 나란히 스티로폼 박스 위에 엎드려 그 시원함을 최대로 만끽하고 있었는데, 걱정이 되면서도 그 모습을 맞닥뜨리면 ‘너네도 정말 더웠구나?!’ 하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박스 속 얼음 팩들은 우리가 출근하고 돌아올 시간에도 신기할 정도로 꽝꽝 얼어있어서 스티로폼의 보냉성을 굉장히 신뢰하게 되었달까? 그렇게 곤욕을 치렀던 여름날은 갔지만 우리는 벌써 다음 해 여름이 두려워졌고, 말도 못 하고 더위를 감당해야 하는 작은 고양이들이 걱정되어 에어컨까지 구매했다. '그래… 이제 우리나라는 에어컨 없이는 절대로 여름을 버틸 수 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거야…!!!!’고양이 난로코 끝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고양이들은 단박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 식빵을 굽는다. 예를 들면 집사의 배 위라던가 집사의 무릎 위…. 뜨거운 여름날엔 곁에도 잘 오지 않던 고양이들이 가을에 골골거리며 내 배 위로 올라온다.배 위에 있는 고양이는 은근히 묵직해서 어떨 땐 숨이 막힌다. 잘 때 밟히기 라도 한다면 억 소리 나도록 치명타를 입지만 그 따뜻한 체온이 난로 역할을 해준다. 가슴속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고양이 난로와 함께 있다 보면 영원히 이렇게 있고 싶다고 느낄 만큼의 행복감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또한 운이 좋다면 꾹꾹이 안마까지 받을 수 있기에 우리는 이 행운(?)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유지해야만 한다. 무턱대고 큰 동작으로 움직였다가는 이 따뜻한 고양이 난로가 크게 노하며 한심하다는 눈빛을 하고는 휙 미련도 없이 가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양이들은 쌀쌀한 가을이나 겨울에 난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여름에는 털을 조금 밀어주며 시원한 환경 조성하기. 겨울에는 따뜻한 극세사 이불과 쿠션을 제공해 주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쯤은 가볍게 감내하는 부분일 것이다. 체온이 주는 따뜻함은 그 어떤 따뜻함과도 다르다. 따뜻함을 넘어서 울컥하기까지 한 고양이들의 체온. 이 체온이 오래도록 내 곁에 머물기를 오늘도 바라본다.글.사진 차아람에디터 조문주<나만 없어 고양이 탈출기-고양이의 체온>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4: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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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마비 고양이와 사는 법
결혼 후 새로 이사 간 동네에는유난히 고양이들이 많았다.그렇게 자연스레 오며 가며서로 인사를 하게 됐고,이름을 지어주고,간식을 챙겨주게 됐다.둥어 역시 그런 길고양이였다.
언제부턴가 녀석을 ‘둥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형과 누나는 치즈 고양이였는데 혼자만 고등어 무늬 고양이였기 때문이다.그러던 어느 날 건강하던 둥어가 뒷다리를 질질 끌며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도로가 근처에 있어 차도 쌩쌩 많이 다니는지라 둥어가 너무 위험해 보였다. 경계가 심했던 둥어를 간신히 붙잡아 24시 병원을 찾았다.척추뼈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된 것이라고 했다. 치료는 불가능하고, 자가 배변 배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압박 배뇨를 해줄 수 있지만 너무 어려서 배변까지는 병원에서도 해줄 수 없다고, 아마 배변을 하지 못해 하루 이틀이면 죽을 것이라고 했다.그때까지만 해도 둥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어떻게든 둥어를 살려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하지만 의사가 안락사까지 권하며 부정적인 이야기만을 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둥어를 다시 앞 집 어르신 댁에 데려다주고 주차장에 머물게 하여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렇게 며칠을 출근 전, 퇴근 후에 꼬박꼬박 둥어를 보러 갔다. 하루 이틀이면 죽는다고 했던 둥어는 놀랍게도 밥도 잘 먹고, 조금씩 밀려나오는 것이지만 어쨌든 배변도 했다.일주일 정도 남편과 깊이 고민한 끝에 둥어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다.오갈 데 없는 작은 생명을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대단한 마음까지는 아니었다. 단지 아스팔트나 흙바닥에서 다리를 질질 끌다가 생겨버린 뒷다리의 상처가 어서 빨리 아물었으면, 하고 바라며 우리는 둥어를 집에 들였던 것이다.둥어와 함께하는 일상어쨌든 우리는 생각지도 않게 고양이를 돌보게 됐다. 게다가 장애가 있는 고양이었다.건강이 좋지 않던 강아지를 반려했던 적이 있던 지라 아픈 동물을 돌보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역시 쉽지는 않았다. 둥어는 스스로 배변 배뇨를 하지 못하므로 매일 출근 전, 퇴근 후, 자기 전에 꼬박꼬박 압박 배변 배뇨를 해줘야 했고, 퇴근 후 집에 들어올 때면 소변 묻은 곳이나 똥 묻은 곳을 찾아 닦고, 탈취제를 뿌리고, 이불을 빠는 것이 일과였다.그런데 신기하게도 둥어도 우리도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서로에게 적응하게 되니 모든 게 수월해졌다.둥어의 배변 배뇨 활동은 우리의 싸이클에 따라 점차 맞춰지고, 우리의 압박 배변 배뇨 스킬과 둥어의 기저귀가 벗겨지지 않도록 하는 스킬이 늘었다. 집에 온지 1년이 된 지금, 훌쩍 커버린 둥어는 다리에 근육이 꽤 붙어 잘 걷고, 잘 뛰고, 캣폴에도 잘 오른다. 장애묘를 키우는 데 겁을 먹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둥어와 함께 하는 일상은 너무나 평온하다.평일 아침이면 남편이 둥어의 배변 배뇨를 해준 뒤 출근을 하고, 그다음 내가 양치질을 해주고, 기저귀를 해주고 자동 급식기에 사료를 담는다.나까지 출근을 하면, 둥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곳(주로 침대 이불 속, 라탄 러그 속)에 가서 쿨쿨 잠을 잔다.퇴근 후 7시쯤 남편과 집에 오면, 어느 때는 두 눈 가득 졸음을 달고 나와 인사해주고, 어느 때는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게 말똥말똥한 눈으로 문 앞에서 기다려준다.누군가가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면 잘 놀다가도 엘리베이터 소리에 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우리가 집에 돌아오면 몸을 비비며 꽤 오래 냄새를 묻혀주면서 오래 기다렸다고 이야기해준다.주말이면 둥어도 기분이 좋은지 오랜 시간 돌아다니며 놀다가 평소 자는 시간보다 더 늦게 잠을 자고 일어나 또 밥을 먹고, 놀이를 하며 하루를 함께 보낸다.또 다른 ‘둥어’와 마주한다면둥어의 이름으로 소소하게 sns를 하고 있다. 물론 ‘내 새끼가 이렇게 귀엽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도 있지만, 장애묘를 키우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보다 친숙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이유에서였다.장애가 있어도 둥어는 여느 생명처럼 너무나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는 것, 둥어를 돌보는 일 역시 생각보다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했다.혹시나 누군가가 길 위에서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를 만났을 때, 둥어를 생각하며 도움을 주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다.CREDIT글 사진 김영주에디터 이혜수<CAT'S LIFE-삼색이 예찬>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4: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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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마음가짐
카페 오픈 청소를 마무리하며,하맹이가 무서워하는무선 청소기의 스위치를 내렸다.그때, 마치 연출된 장면처럼핸드폰이 진동했다.하맹이가 다니는동물병원으로부터 온메세지였다.
잠금 화면을 풀고 내용을 자세히 읽어봤다.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하맹이 중성화 수술 적기입니다. 내원해 주세요."무슨 소식인지 궁금해 나를 올려다보는 하맹이에게 말없이 츄르를 짜줬다.다음 날 동물 병원에 방문했다. 선생님은 두 가지 이유로 중성화 수술을 권했다.첫 번째, 암컷 고양이는 높은 확률로 생식기 질병 때문에 사망할 수 있다.두 번째, 카페에 지내고 있어 발정기가 오면 집사와 고양이 둘 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모두 납득할 만한 이유였고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고민했다.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가 백 번 정도 들렸던 것 같다. 더는 선생님의 눈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어렵게 입술을 떼고 다음 주 목요일에 수술하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수술 전 유의사항을 명확하게 일러주고 자리를 떠났다.나는 하맹이가 좋아하는 습식사료 한 캔을 산 후 동물 병원을 나왔다. 오늘은 친구가 카페를 보는 날이고 난지금 약속에 늦었지만 하맹이를 보고 싶었다. 카페에 도착해 해먹에서 자는 하맹이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결국 약속에 늦고 말았다. 목요일은 금방 찾아와 이른 아침 자취방 문을 두드렸다.사실 나와 하맹이는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 있었다. 중성화 수술 전, 공복을 유지해야 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조금 뒤면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하맹이에게 서랍 속에 감춰두고 조금씩 줬던 특식을 꺼내 주었다.남아있는 전복 우유와 건조된 참치도 몽땅 털어줬다. 이유도 모른 채 잔칫상을 받아 골골거리며 먹는 하맹이를 보며 부디 수술이 무사히 끝나길 빌었다.열 시쯤, 하맹이를 이동장에 넣고 열기 싫었던 자취방 문을 열었다. 병원에 도착했다. 낯선 곳에서 잔뜩 주눅이 든 하맹이가 안쓰러웠다.선생님은 간단한 피 검사를 마친 뒤 하맹이를 데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은 한 시간도 안 돼서 끝났다. 두 시간이 흐르자 회복실에서 하맹이가 깨어났다. 병원보다 익숙한 집에서 쉬는 게 하맹이에게 더 편할 거라는 선생님 말에 이동장에 하맹이를 넣었다.병원을 나와 이동장이 흔들리지 않게 아주 천천히 걸었다. 병원에서 십 분 거리인 자취방을 이십 분이 넘게 걸려 도착했다.이동장에서 하맹이를 꺼냈다. 하맹이는 몸을 둥글게 말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도 흐르고 있었다. 마취가 풀려 아파하는 하맹이를 보니 더없이 안타깝고 미안했다.그렇게 하루를 뜬 눈으로 보냈다. 다행히 하맹이는 회복이 빨라 다음 날 아침부터 밥을 먹었고 일주일이 지나자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주가 지난 후에는 실밥을 제거하고 환묘복까지 벗었다. 예전과 다름없는 하맹이를 보고 안심이 됐다. 하맹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느 주말 저녁, 여자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취방 문을 여니 신발장 앞에 하맹이가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하맹이는 ‘야옹’거리며 울면서 내 가랑이 사이를 지나다니며 자기 몸을 비볐다.수술 후에 부쩍 더 어리광이 늘었다. 하맹이를 달래 주려 얼굴을 만져 주고 털을 빗겨준다. 수술 탓에 배에 털이 밀려 분홍색 속살이 보이고 가운데엔 아직 아물지 않은 흉터가 보인다.내 품을 뿌리치고 하맹이는 창가로 점프해 앉는다. 밖을 내다보며 무엇을 찾는 눈빛이다. 가끔 창가로 찾아와 시끄럽게 울던 검은색 고양이가 요즘은 통 보이지 않는다.조용한 방에서 나는 바닥에 앉아있고 하맹이는 창문을 내다보고 있다. 작게 켜진 라디오에서 여덟 시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지난주 동물 병원에서 들리던 초침 소리가 생각났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이제 생각해보니 그때, 선생님은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을 생략하고 말한 것 같았다.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의 입장에서 고양이가 오래 사는 게 좋고, 고양이가 시끄럽게 울거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싫지 않나요?’가 맞지 않을까.서랍에서 츄르를 꺼냈다. 창문을 주시하는 하맹이를 불러 머리를 쓰다듬으며 츄르를 먹였다.하맹아, 내가 잘할게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하맹이가 떨어뜨리면 집어서 낮은 곳에 둔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물면 대수롭지 않게 내어준다. 어차피 손가락과 발가락은 열 개다. 한두 개쯤 내어줘도 무방하다.좁은 원룸에서 벗어나 쾌적한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잠을 줄여 일한다. 매일 맛있는 음식은 못 주지만 가끔은 특식을 제공한다. 따로 시간을 내어 자주 함께 있으려고 한다.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킨 집사들은 항상 생각해야 한다. 우린 고양이에게서 아주 큰 것을 희생시켰다.잠이 든 하맹이를 쓰다듬는다."하맹아 오래도록 함께하자, 내가 잘할게."CREDIT글 사진 양세호에디터 이유경<바리스티 하맹이-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마음가짐>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4: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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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색이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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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처럼 화려한 무늬와새초롬하게 생긴 얼굴.내겐 늘 삼색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길냥이들 밥을 챙겨 줄 때에도,어디선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삼색 고양이가 나타나면눈을 떼지 못하고한참 동안 지켜보곤 했었다.
여섯째 고양이우리 집에는 치즈 태비 수컷이 세 마리, 고등어 태비 암컷이 한 마리, 크림치즈 수컷이 한 마리. 이렇게 다섯 마리가 살고 있었다. 모두 길에서 오게 된 갈 곳 없는 아이들이다.그래서 삼색이 로망은 항상 가슴 한 켠에 묻어둔채 다른 삼색이들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았었는데...어느 날, 아기 고양이의 수유 임보처를 찾는 구조자 분과 연이 닿았다.그렇게 작은 삼색이는 내 품으로 왔다.하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길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낳았는데, 그중에 몸이 약한 세 마리는 버려두고 떠났다고 했다.엄마를 꼭 닮은 파란 눈의 흰 고양이가 둘, 그리고 삼색이가 한 마리. 그렇게 세 마리의 수유 임보를 시작했다.파란 눈의 흰 아기 고양이들은 입양 문의가 많아 분유를 떼기도 전에 좋은 입양처를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색이는 입양 문의가 거의 없었다. 같이 태어난 자매들보다 유난히 몸집이 작고 설사가 잦았던 삼색이. 내 눈에는 제일 예쁜데 왜 입양문의가 없을까 속상해하고 있던 차에 남편이 삼색이 눈이 조금 이상하다며 병원엘 가보자고 했다.자세히 살펴보니 한 쪽 눈이 돌출되었나 싶을 정도로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볼수록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갔더니 그냥 선천적인 짝눈일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눈이 약한 것 같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눈이 불안한 아이를 입양 보낼 수는 없었다. 사실 나는 이 과정에서 조금 기뻤다. 나도 모르게 이 아이가 나의 여섯째가 되어야 할 이유에 대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렇게 짝눈의 삼색이는 ‘박하’라는 이름과 함께 우리의 여섯째 고양이가 되었다.삼색이 예찬오매불망 그리던 나의 로망묘 삼색이 ‘박하.평소 수컷 고양이들하고만 지내던 집사가 암컷 고양이, 특히 삼색이를 모시게 되면 그 애교와 섬세한 몸짓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다.물론 개묘차가 있겠지만 요 작은 삼색이가 없었다면 내 하루가 이렇게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박하는 나에게 소중하고 소중한 막내가 되었다.여섯째 고양이라니, 우리 괜찮을까? 하고 남편과 고민했었던 시기가 무색하게 박하는 지금까지 온갖 깜찍한 짓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내 품에서 분유를 받아먹던 시절, 수유 장소는 우리 부부의 침실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밤만 되면 박하는늘 침실로 들어오려고 애달프게 운다.본래 침실은 '고양이 출입 금지 구역'이었지만 삼색이 앞에서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랴. 현재는 매일 같이 잠들고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박하는 무척 예민하고 겁이 많은 성격인데 침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 보여서 우리부부는 침실에 아예 박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아마도 어릴 적 기억 때문이겠지. 박하에게는 고향 같은 장소이려나/코트에 따라 성격과 체형을 조금 예측할 수 있는 것이 고양이를 반려하다 보면 알게 되는 즐거움인데, 치즈들은 대체로 통통하고 느긋하며 뻔뻔할 정도로 능글맞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치즈 삼 형제가 그렇듯.삼색이 집사들은 입을 모아 얘기하더라. ‘삼색이들은 예민하고 섬세하며 애교가 많아요’라고.그 말을 듣고 보니 나의 삼색이, 박하는 참 삼색이 다운 그런 고양이다.삼색이를 로망하는 사람들 모두가 언젠가는 새초롬하고 섬세한, 그런 삼색이를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고양이가 될 테니까.CREDIT글 사진 장경아에디터 조문주<CAT'S LIFE-삼색이 예찬>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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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aAakkKKK!!!
- Black Hair「haaAakkKKK!!!」
날 본적 있나요?어때요, 불행한가
‘haaAakkKKK!!!’ 이라는 곡은고양이의 ‘하악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만약 내가 검은 고양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이 곡은이 한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안녕, 호박아! “어! 나왔다!"“(속삭이며)모르는 척 해. 깜짝 놀랄라."가족들은 아기 고양이가 혹시라도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못 본 척, 곁눈질로만 귀여워했다. 그리고 잠시 뒤, 어디에선가 까드득 까드득 밥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서야 우리 가족도 고양이 뒤로 빙 둘러앉아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양이는 ‘호박이’가 되었다.나는 호박이에게 최고로 좋은 가족이 되어주고 싶었다. 호박를 제대로 이해하고, 호박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또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호박이와의 사소한 순간들과 그때의 감정들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호박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쓰다듬다 보면,따뜻한 온기가 몸 안 가득 퍼진다.호박이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고롱거리며 대화했다.’‘문득 무서운 생각이 몰려와쉽사리 잠들 수 없을 땐호박이가 찰싹 붙어있는,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집중한다.’
이 밖에도 휴대폰엔 호박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금세 넘쳐났다. 찍어놓은 동영상으로 ‘선우정아 고양이벤트’에 참여해 상품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렇게 내 핸드폰 속엔 호박이와의 행복한 순간, 웃긴 순간, 슬픈 순간 등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이 수북히 담겨있다.도대체 누가? 왜 또 휴대폰 속엔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우리 동네엔 길고양이 급식소가 여러 군데 있는데, 날이 좋을 땐 서로 기대어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급식소가 길고양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햇볕에 반짝이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니까. 내 눈엔 이렇게 예쁘게만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가 보다. 몇 년 전, 온몸의 털이 하얗게 빡빡 밀린 데다가 군데군데 상처까지 난 검은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보자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도대체 누가? 왜?’ 옆에선 식사를 마치고 나온 아저씨 두 분이 어떤 못된 놈이 저래 놨냐며 쯧쯧 거리고 계셨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잠시 안쓰럽게 쳐다보고는 지나쳐갔다. 그 애 눈엔 모든 사람이 똑같아 보였을까. 도저히 그 기억을 흘려 보낼 수 없었던 나는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검은 고양이에 대한 미신을 알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는 단지 까맣다는 이유만으로 불길한 존재라고 여겨졌다고 한다.사실 검은 고양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은 마음대로 검은 고양이를 불길한 존재로 규정지었다. 어처구니없는 옛날이야기지만 한 가지 느꼈던 게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가 비단 검은 고양이만의 억울함은 아니겠다는 생각.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주 사소한 계기만 있으면 우리들은, 심지어 상대를 잘 알지 못할 때조차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손쉽게 판단해버리곤 하니까. 또 그렇게 불거진 오해를 바로잡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니까. 날 본적 있나요? 어때요, 불행한가‘haaAakkKKK!!!’ 이라는 곡은 고양이의 ‘하악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만약 내가 검은 고양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이 곡은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된다.당신은 날 마주쳐 불행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만약 당신이 편견으로 날 대한다면, 나 역시 당신을 할퀴고 밀어낼 것이라고, 더 날이 선 행동으로 당신을 경계하고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이다.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꼭 검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물론 호박이와 살며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에 대한 곡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내가 느꼈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보는 것이야말로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테지만, 그 뒤편에 자리한 어두운 부분들은 고양이에 관해 관심이 없다면 모를 테니까. 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두운 이야기로부터 눈을 돌리곤 하니까.나 또한 호박이와 함께하기 전에는 검은 고양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편견 때문에 억울한 오해를 받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곡 안에서 울부짖는 검은 고양이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울음 속에 담긴 깊은 외로움과, ‘나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검은 고양이의 목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OurR(아월) - haaAakkKKK!!! Official M/VOurR(아월) - haaAakkKKK!!! Official M/V Music Video Credit Directed by Kim Sunyou Assistant Director Jeon Boreum Gaffer Kim Deokgeun Camera assistant Kim Kyung...youtu.be CREDIT글 사진 홍다혜에디터 이혜수haaAakkKKK!!!>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ㅇㅇㅇㅇㅇ - STORY | 2020-06-10 14: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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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
- 세상에서제일 귀여운 고양이「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
2017년 이전, 나는 동물에게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강아지를 봐도별 감흥이 없었고 심지어 길고양이라면 질겁을 하고 도망갔다.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추천으로 인터넷에서 고양이 영상을 무심코 눌러 봤던 게 계기가 될 줄이야.
고양이가 주인 마중을 나오고 애교를 부리는 영상이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고양이의 이미지와는 완전 다른 모습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그 이후 나는 빠르게 고양이에게 빠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고양이 카페에도 가게 됐다. 들어가기 전에는 고양이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까 봐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그 어떤 고양이도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렇게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을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런 생각은 처음 해 본지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한 달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결국, 가족들과 상의 끝에 '리리'를 새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가족이 된다는 것 리리가 가족이 되고 난 뒤, 나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고작해야 2kg뿐이 안 나가는 작은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일주일에 한 번 방을 치울까 말까 했던 나는 매일 아침 쓸고 닦고 청소를 해야 했고, 화장실은 잘 가는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 처음으로 리리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가는 날엔 리리가 걱정이 돼서 울었던 적도 있었다. 어느덧 리리와 함께 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출을 할 때면 리리 걱정에 최대한 일찍 귀가하려고 한다. 막상 집에 돌아오면 리리는 늘어지게 자다가 부스스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데도 말이다. 어느 날은 리리의 한쪽 눈이 뿌옇게 되어 눈을 잘 못 뜨고 있어 바로 병원에 데려갔더니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포도막염은 단독으로는 잘 걸리지 않고, 주로 복막염의 합병증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복막염까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고 하셨다. 복막염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병이기 때문에 집사들에게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단어이다. 복막염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리리랑 함께한 시간은 고작 1년 남짓이었는데도 리리가 더 이상 없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흘러내렸다.2주 동안 여러 사례들을 접하다보니 오히려 걱정은 늘어나기만 했다.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리리의 상태를 체크했다. 걱정과는 달리 검사결과 리리는 복막염이 아닌, 단순 포도막염으로 결론이 났다.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달았다. 앞으로 또 어떤 해프닝들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리리는 소중한 나의 가족이기에 어떤 일도 함께 헤쳐나갈 것이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리리는 대놓고 애교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허나 밀당의 고수이자 어리광쟁이랄까.리리는 마중 냥이라 내가 집에 돌아오면 나를 졸졸 쫓아다니고 궁디팡팡을 해줄 때까지 주위를 맴맴 도는데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또 밥을 혼자 먹는 걸 싫어해서 밥 먹으러 밥그릇 근처로 갈 때면 꼭 야옹거리면서 사람을 부른다. 안 오면 올 때까지 애처롭게 운다. 사람이 온다 싶으면 그제야 엉덩이를 떼고 밥그릇을 향해 움직이는데 앞에 가면서도 뒤에 내가 오는지 안 오는지 힐끗힐끗 뒤돌아보며 감시한다. 또 엄청난 관종이라 식탁에서 엄마랑 아빠가 얘기하고 있으면 식탁으로 올라가서 얼굴을 들이밀며 쓰다듬을 강요한다. 리리가 식탁에 올라가면 펄쩍 뛰며 화를 냈던 아빠도 금은 리리의 애교에 무장해제되어 이제는 허허하며 웃고 마신다. 리리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가족에게 행복과 사랑을 준다.문득문득 리리도 우리처럼 행복한지 궁금할 때가 있다. 리리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집사인 내가 리리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배려해야겠다고 항상 다짐한다. 리리로 인해 우리가 행복해진 것처럼, 리리에게도 행복한 기억만을 남겨주고 싶다.CREDIT글 사진 윤현주에디터 조문주<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3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