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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1-31 10: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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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1-25 12: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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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1-24 10: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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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1-23 1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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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1-18 09: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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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1-17 10: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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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01-16 10: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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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송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워라
- 견생 2막천송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자유로워라 세상에는 어둡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것들이 많다. 억압, 폭력, 회피, 무관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그것들을 희석시키는 밝은 기운을 품은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해, 나눔, 배려, 어울림. 천송이의 맑은 눈동자는 단언컨대, 그 중에서 가장 강한 빛을 띤다. 아픔을 넘어서 이제는 사랑과 자유를 상징하는 송이의 휠체어 바퀴 소리. 더는 어두움을 논하지 말자. 따스함을 전하기에도 부족하니까. 지워낼 수 없는 기억 작년 10월. 동물자유연대 학대제보 게시판에 반갑지 않은 글이 올라왔다. 길을 떠돌던 집 없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부상을 당해 위급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내용이었다. 지역은 부산. 동물자유연대 부산지부에서 즉각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무언가가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요. 아, 강아지가 떨어졌구나 싶었죠." 당시 상황을 상기하자 태희 씨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발로 찬 건지, 집어던진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건물 3층 높이 정도의 축대 위에서 떨어진 아이는 태희 씨가 한걸음에 달려간 그곳에서 쓰러진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떡해, 어떡해. 처음 대면하는 상황에 태희 씨의 머리 위로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폭포수처럼 마구 쏟아져 내렸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이 없어 어딜 다쳤는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꿀렁이는 피를 토하며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고 고통스러워하는 그 모습은 세상 가장 견디기 힘든 슬픔으로 태희 씨의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비극의 끝에서도 사랑스러운 하반신 마비. 참으로 간단명료하게 내려진 결론이었다. 태희 씨는 제 앞에 쑥 들이밀어진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상당한 높이에서 떨어진 충격으로 척추가 부서지고 눌린 강아지는 그 부분을 지탱하기 위해 철심을 여럿 박는 힘든 수술을 견뎠다. 수술은 오래 걸렸고, 그 후에도 췌장염, 쿠싱 증후군(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의 과잉 분비로 전신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 등 잦은 병치레로 한동안 병원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동안 매일같이 찾아간 병원에서 강아지는 태희 씨를 반겼지만 상체만 살짝 들썩이며 반응할 뿐 여느 다른 강아지들처럼 꼬리를 흔들어 주지는 않았다. 그 이유가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니, 저절로 하늘도 무심하다는 원망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픈 걸 티를 잘 안 내는 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아프면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애교가 많아서 병원 식구들 모두에게 예쁨을 받은 아이예요, 얘가." 태희 씨는 움직이지 못하는 하체를 끌고 자꾸 앞발로 기어 저에게 오려는 강아지에게 ‘천송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모 드라마의 아름다운 여주인공처럼 주변의 큰 사랑을 받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소망을 담아서. 그 어떤 거리를 넘어서라도 안타깝게도 부산에는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했다. 하반신이 마비된 송이는 하루에 네다섯 번씩 사람이 곁에 꼭 붙어서 배변활동을 도와주어야만 한다. 임보와 입양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태희 씨는 매일 밖에 나와야만 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송이를 맡아 데리고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마음으로는 백 번이고 송이를 데려오고 싶었지만, 자칫 안일한 행동으로 송이가 상처 입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었다. 결국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보호하기 위해, 송이를 부산을 떠나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로 옮기게 되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데. 태희 씨는 이 말이 무색하게 하루에도 몇 번씩 송이가 눈에 밟힌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그 먼 길도 마다않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그 뿐만 아니라 한 아이에게만 오롯이 후원을 할 수 있는 1:1결연을 맺어,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까지도 자처하고 있다. 모처럼 송이를 품에 안은 태희 씨가 금세 또 눈물을 글썽인다. 이윽고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이번엔 송이가 반응했다. 울지 마, 괜찮아, 고마워. 말보다 더 따뜻한 혓바닥으로 송이는 다정하게 태희 씨의 볼을, 코를, 그리고 눈물이 맺힌 속눈썹을 연신 핥아 주었다. 남은 것은 행복해지는 일 "송이가 여기 대장 먹으려고 하는 중이에요. 아주 얼마나 여기저기 참견하기 좋아하는지 몰라요!" 복지센터 직원 분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는데 송이는 엉덩이에 뿔 날 새가 없다. 휠체어를 선물 받아 날아다닐 듯 신나있기 때문이다. 끼릭끼릭, 뒷다리를 받쳐주는 휠체어 바퀴 소리는 경쾌하다 못해 개성적이다. 다만 휠체어를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앞다리에 무리가 가 편히 쉴 수 없기 때문에 두어 시간마다 휠체어에서 내려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태희 씨는 송이의 곁에 누군가가 상주해야 하는 숙제를 어서 풀고 싶다. 기분이 좋으면 휠체어를 타고 내달리기까지 한다는 송이. 반짝반짝, 세상 가장 해맑은 표정 앞에 그 어떤 어려운 문제인들 못 풀까. 송이를 입양 및 임시보호 해주실 분을 찾습니다.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입양신청> 게시판에 연락처와 함께 글을 올려주세요. 담당자가 연락을 드립니다. CREDIT글 장수연사진 엄기태자료협조 조성진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
- STORY | 2017-01-31 10: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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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란의 봄
- ISSUE모란의 봄 모란시장은 3월에서 5월까지 가장 성황이다. 4일, 9일마다 열리는 5일장이 주말에 서면 그야말로 발 딛을 틈 없다. 모란의 봄은 오래 전부터 마을에 내리는 축복이자 도시의 경사였다. 겨우내 한파에 몸을 떨며 상인들은 봄을 기다렸다. 그런데 올 봄 모란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를 것 같다. 모란의 상징이었던 개고기 취급 업소가 전면 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은 어떻게 모란을 바꿨나 모란시장 내 스물 두 개의 업소에서 한 해 8만 마리의 식용견이 거래된다. 개고기의 메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모란시장은 오랫동안 동물보호 운동의 집결지이자 개식용 문화를 지키는 세력들의 든든한 벙커였다. 성남시는 혐오 시설로 질타 받는 이 지역을 탈바꿈하기 위해 단속과 협의를 거듭해 왔으나 실효는 크지 않았다. 2012년엔 5개부서 합동으로 집중 지도 단속을 벌였지만 도로를 점유한 우리를 철거하거나 소음을 방지하는 설비를 갖추는 등의 소극적 정비만 이끌어냈다. 아직 개식용을 긍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작년 7월, 성남시는 11개 부서로 이뤄진 이른바 ‘개고기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차 해법을 찾기로 했다. 반려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서고, 동물에 대한 인식과 고민이 더 깊어진 사회의 분위기를 감지한 것이다. 정계도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도구나 열 등을 사용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내용을, 한정애 의원은 동물 관련 영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아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결국 상인들이 한 발 물러섰다. 지난 12월 성남시와 가축상인회는 10여 차례 협의 끝에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장 내에서 판매 목적으로 개를 가두거나 도살하지 않기로 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제 모란시장에서 개 도살뿐 아니라 살아있는 개를 진열하는 행위까지 근절되는 것이다. 상인들이 자진 철거하는 대신 시는 업종 전환을 대폭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대타협에 외신들이 즉각 반응했다. 한국의 개식용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던 영국 언론 ‘미러’는 이 합의가 “역사적 협약”이라고 특필하기도 했다. 지금 모란에서는 그러나 현장에는 아직도 냉랭한 공기가 흐른다. 모란시장의 주차장에 들어서니 한쪽 벽엔 시정에 반발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를 들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개 유통장 내 상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유통장 앞마다 도열한 거대한 철제 우리 안에는 수십 마리의 누렁이들과 듬성듬성 품종견까지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풍문대로 짖음을 막기 위해 청력을 강제로 잃게 한 것인지, 아님 정말 짖을 기력조차 없어서인지 외지인을 보고도 조용한 녀석들이었다. 소리가 날아든 건 오히려 상인들 쪽에서였다. 경계심을 풀지 않던 그들은 조금 다가가려고 하자 곧바로 “사진 찍으면 안 돼요”라 외치며 취재진을 막아 세웠다. 자세히 보니 매장마다 ‘촬영 금지’ 문구가 큼직하게 박혀 있었다. 모란 시장은 장날이면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활기를 띤다. 수많은 유동 인구가 활보하는 길목에 버젓이 위치했으나, 유통장의 풍경을 온전히 담은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외부 노출을 극도로 막아서며 외딴 섬처럼 명맥을 이어온 ‘전통’이었다. 이러한 상인들의 경계와 위협에는, 머지않아 내몰리듯 가게를 닫고 업종을 바꿔야 하는 처분에 억울한 심경 또한 담겨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모란의 강아지들에겐 좋은 일이 아닌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언론에서 주의 깊게 다루지 못한 점이 있다. 성남시와 상인회의 업무협약을 살펴보면 시장에서 살아있는 개의 진열과 도살 행위는 중단되지만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는 부분은 없다. 개고기 거래 금지에 대한 합의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곳에서 도살된 개고기는 여전히 모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미관을 해치는 개 진열과 도살 시설은 사라지겠지만, 잘 가공되어 포장된 개고기는 여전히 유통될 수 있다. 개들이 이제와 같은 잔혹한 방법으로 도살되는 것은 변함없다. 다만 가려질 뿐이다. 혹자는 혐오 시설의 셔터만 내리고 보는, 성남과 모란 시장의 ‘화장술’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개를 먹지도 팔지도 않는 세상을 위한 위대한 첫 걸음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어떤 입장이든 이제 중요한 것은 다음 행보다. 작년 12월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는 공동논평을 내어 성남 모란시장의 변화를 환영하며 전시 행정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시설 철폐 이후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뜻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유통 근절·불매 운동 여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모란시장의 유통장 업종 전환은 2월까지 이뤄지며, 5월까지 시설 환경 정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모란 시장이 가장 번성하는 딱 그 시기다. 그러나 올해에는 봄날의 여유를 만끽하기보다 더 뜨겁고 치열해질 여름을 대비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모란의 봄, 그 다음 라운드를 말이다.CREDIT?글 김기웅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1-25 12: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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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 ‘장화신은 …
-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장화신은 고양이’ 편 제주도의 겨울바람 낙엽 위에서 ‘바스락’ 하던 발자국 소리가 ‘뽀드득’으로 변했다. 손발은 꽁꽁 얼어도 마음만은 따뜻해지는 겨울이다. 한라산도 어느새 알록달록한 옷을 벗어 던지고 하얀 모자만 꾹 눌러썼다. 제주도의 겨울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진 않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제주바람 때문에 너무 춥다. 이런 날씨엔 제주의 수많은 오름 그리고 한라산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춥다고 이 아름다운 제주도에 꽁꽁 숨어 있을 수는 없어 선택하게 된 여행은 바로 마을길 탐방. ‘제주올레 19코스’와 ‘해안누리길(해안경관이 우수하고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해 걷기여행에 좋은 해안길 중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관광 진흥을 위해 선정한 길. 제주도에는 9개 노선이 있음)’을 함께 볼 수 있는 북촌마을을 찾았다. 북촌리는 아직까지 개발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아름다운 해안마을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곳이다. 마을의 집 사이로 바람을 피할 수도 있고, 제주다운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돌담이 가득 쌓여진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제주도에 사는 장화 신은 고양이 추운 날씨였지만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북촌포구로 향했다. 돌담이 양 옆으로 쌓인 좁은 골목을 지나던 중 우연히 하늘을 봤다. 높게 쌓은 돌담 위에 아주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쳐다보니 건물 2층에 그려진 벽화였다. 벽화가 있는 곳 가까이 갔다. 그곳은 ‘장화신은 고양이’라는 상호를 가진 카페&게스트하우스였다. 카페 외부에는 ‘여기는 고양이를 위한 곳입니다’라고 얘기하듯 고양이 얼굴 모양을 한 화분이 놓여 있고, 비어 있는 벽에는 모두 고양이 자화상(?)이 그려져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카페 안에는 아기자기한 고양이 모양의 소품이 있고 고양이 화장실도 보였다. 그런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주인아주머니께 “혹시, 고양이를 키우시나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그랬더니 환하게 웃으며 “우리 아들이 키우는 고양인데, 정말 예뻐요”라고 말씀하시며 카페 구석진 곳으로 이끌더니 구석에 놓인 대각선 무늬로 된 나무상자 위의 바구니를 들어 올렸다. 그 나무상자 안에는 이 카페의 마스코트인 ‘다나’와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새끼 고양이 여덟 마리가 쉬고 있었다. 장화 신은 노르웨이 숲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다나의 눈빛보다 더욱 놀라웠던 건 그 왜소한 몸으로 여덟 마리나 되는 새끼를 낳았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다나의 주인인 권익수 씨는 다나를 키우기 전에 기르던 고양이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고, 그 후론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양이 품종 중에 가장 건강하다는 노르웨이 숲 ‘다나’를 만나게 됐고, 익수 씨는 다시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다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장화신은 고양이 카페&게스트하우스’의 대표 이미지로 사용할 만큼 대단한 정성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고양이를 요물로 여기며 별로 좋아하지 않던 주인아주머니도 다나를 만난 후 애묘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들은 엄마 먹을 건 안 사줘도 고양이한테는 그렇게 사다 날라요”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사랑스런 눈빛으로 다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모자의 사랑을 독차지 한 다나는 5년이 지난 지금 세 번의 출산을 경험하고도 병원신세 한 번 진 적 없는 건강한 고양이로 자랐다. 지금 다나는 여덟 마리 새끼 고양이의 엄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여섯 마리의 새끼를 놓더니 이번엔 여덟 마리. 이렇게 새끼를 많이 낳은 고양이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조금 놀랍기도 했다. 거기다 새끼들 모두 배가 볼록한 게 건강해 보였다. 다나를 휘어잡은 대장 고양이 이렇게 새끼들이 건강한 이유는 너무 뜨겁게 불타오른 사랑의 힘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다나와 북촌마을 대장고양이의 사랑은 각별했다고 한다. 카페를 종종 찾던 손님 중에 다나를 너무 예뻐해서 자기네 고양이와 한 번 맺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익수 씨는 다나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 출장까지 갔다. 하지만 다나의 취향이 아니었는지 하악질을 하더니 때리기까지 해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카페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대장고양이와 다나가 눈이 맞아 버린 것. 보통 다른 고양이들이 카페 창가에 있으면 경계하며 하악거렸을 다나가 창밖의 대장고양이를 보고는 애가 타는 듯 발라당하며 울어댔다는 것이다. 며칠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아주머니는 결국 다나를 외출시켜줬고 그렇게 제주도에서 출산을 두 번 하게 됐다. 익수 씨는 제주도에 오면 다나의 건강을 위해 중성화수술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둘의 뜨거운 사랑을 차마 떼어놓을 수 없어 지켜봐 왔다고. 하지만 무려 14마리의 새끼를 낳고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다나를 보니 이제는 정말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익수 씨는 말한다. 새끼 고양이들도 좋아하지만 이 많은 고양이를 다 키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분양할 수도 없다는 게 요즘 익수 씨의 고민이다. 최근 제주도에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만 예뻐서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도 많다. 다나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대장고양이도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자란 고양이지만 하룻밤에 길거리를 헤매는 신세가 됐다. 사람들의 욕심이 부른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말도 못하고 하는 것 없는 짐승일지라도 그들을 받아들일 땐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CREDIT글 사진 조아라본 기사는 <매거진C> 2015년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01-24 10: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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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모든 동물의 대변인, 카라 대…
- INTERVIEW대한민국 모든 동물의 대변인카라 대표 임순례 감독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동물인권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메마른 땅을 일구고 작은 씨앗들을 심으며 소중히 가꾸어 왔다. 탈무드의 나무 심는 노인처럼 당장의 결실을 바라기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 누군가가 보다 나은 오늘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 터전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다. 카라의 대표 임순례는 동물에게 척박한 한국의 땅을 풍요로운 숲으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모여, 한 그루라도 더 심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과정 속에 비료와 물, 햇볕을 잊지 않고 마련해 주기 위해서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다. 동물들의 고통을 대변하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2009년부터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임순례라고 합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 등의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기도 하고요. 현재는 <리틀 포레스트>의 촬영 준비에 한창이에요. 카라는 어떤 단체인가요?2002년도에 ‘아름품’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동물보호단체예요. 2005년에 카라(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로 개명을 했고 2010년에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어 보다 본격적으로 동물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동물복지 증진, 동물권리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학대에 대한 일시적인 대응보다 정책이나 캠페인을 통해 사회와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어요. ?영화 활동을 하시면서 카라 대표까지 맡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예전에 기르던 백구를 잃어버려서 그 아이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전단지를 붙이고 인터넷 공고를 올렸던 적이 있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히 같은 지역에서 아름품의 활동가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떠돌이 백구 한 마리를 구조하려고 노력하던 중이었죠. 진돗개 외모는 다들 비슷비슷하니까 하얀 백구가 나타났다고 하면 저는 제가 잃어버린 아이인가 가 보고, 그 분도 구조하려는 개인가 가 보고. 그러다보니 자주 만나게 되었어요. 나중에 그 분이 카라의 명예이사직 자리가 비었는데 단체 홍보를 위해 인지도가 있는 제가 맡아줄 수 없겠느냐고 묻더군요. 당시 동물보호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고, 영화에 전념해야 할 때여서 몇 번이나 거절을 했죠. 그러다 우연히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아무리 깊은 깨달음도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듣게 됐어요. 365일 중 단 하루만이라도 카라를 위해서 할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대표직을 맡았어요. 저를 필요로 해주는 것도 고마웠고요. 여전히 논란의 중심, 개고기 식용 문제 카라하면 최근 개식용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네, 맞아요. 요즘 카라는 개식용 철폐에 관련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활동을 매진하고 있는 편이에요. 개고기 농장의 열악한 환경, 비인간적인 대우 등을 고발하고 이를 반대하는 서명운동, 광고 집행, 교육, 국제 컨퍼런스, 실태조사 연구보고서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물인권이 워낙 전반적으로 낙후되어 있어서 어느 한 분야만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요. 그중 왜 개인가요?개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유독 인간에게 굉장히 깊은 유대감과 의존감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에요. 한 마리, 한 마리의 성격이 아니라 개라는 동물 자체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동물들 중에서도 개는 다른 동물들보다 사람들과 조금 더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개를 잡으려고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었는데 거기서 뛰쳐나온 개가 온 몸에 화상을 입고도 자기를 물 속에 집어넣은 사람에게 다시 꼬리를 흔들었다는 얘기는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에요. 고칠 것은 고치고, 지킬 것은 지켜야 개고기 문화는 우리의 전통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우리 조상들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나 가난하여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마지막의 마지막에 먹었던 것이지, 지금처럼 이렇게 상품화하여 집단으로 사육해 잔인하게 잡아먹지는 않았어요. 사회가 많이 발전하고 풍족해져서 선택할 수 있는 음식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과거보다 훨씬 더 잔혹하게 개들을 사육하고 도살하여 오직 식용만을 위한 개고기를 생산하는 것에 의문을 느껴요. 과거에 조상들이 먹던 음식이라고 해도 사회와 생활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과거에 행해졌던 모든 것들이 반드시 기준이 되어야 하거나 옳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오랫동안 많은 것을 발전시켜 왔듯이 살아가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식문화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나 풍족합니다. 선택해서 먹는 기쁨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 것을 먹더라도 먹는 양, 종류 등을 줄여가는 것은 꼭 필요하지요. 다 똑같은 생명인데 왜 개식용만 문제냐는 의견은 어떻게 보시나요?저희의 주장은 개식용만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개식용 문제부터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이 결국 동물복지 개선으로 이어지는 첫 걸음이라고 보는 거예요. 한 번에 모든 동물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는 없잖아요. 개식용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모든 동물들의 보다 더 동물다운 삶, 동물과 사람의 올바른 관계까지 떠올리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제공하길 원하는 거죠. 개부터 ‘시작’을 하자는 뜻이에요. 개고기 식용 반대 컨퍼런스까지 열렸다고 들었어요.국회의원, 수의학자, 생태학자,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등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개식용 금지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했어요. 우리나라의 개식용 문제를 비단 한국만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동물학대 범주로 보고 공개적으로 물 밖으로 끌어낸 거죠. 개고기가 이렇게 공개적인 장으로 공론화되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았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서양의 동물보호단체에서 동양의 개고기 문제에 가지는 관심은 정말 커요. 서양에서는 동물을 정말로 사람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기르는 개와 먹는 개가 따로 나뉘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거든요. 그들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죠. 현재 법적으로 개식용이 금지되지 않은 곳은 한국, 중국, 베트남 세 나라밖에 없어요. 정기적으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형식의 국제간 정보 공유는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요. 컨퍼런스 이후로 다른 외국 단체에서도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고 연락이 오가는 경우가 늘었거든요. 앞으로 카라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반려동물뿐만이 아니라 야생동물, 동물원 동물, 식용동물, 실험동물 등 정말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의 삶과 밀접해 있어요. 동물들의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 사람의 삶을 논하는 것과 같아요. 결국 동물들의 복지는 우리 인간들의 복지 향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우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능을 가졌다고 해서 동물들을 우리 밑에 있는 존재로 보고 지배하려 들어서는 안 돼요. 오히려 동물들을 돌보고 지켜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상호공존하면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죠. 동물과 인간은 서로를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카라는 이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고 싶습니다. CREDIT글 장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01-23 1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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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키와 바다 | 1화 오늘도 산책
- 캬키와 바다1화 오늘도 산책 오전 10시쯤 될 무렵이면 캬키는 문 앞을 서성인다. 산책할 시간이 된 것이다. 아침식사를 마치면 세수를 하고 나갈 차림을 단단히 한다. 겨울이어서 외출을 하려면 꽤나 준비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버겁고 귀찮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꽤 자연스럽다. 그렇더라도 바다는 아직 걸음이 좀 서툴러서 공원까지는 힙시트에 앉혀서 가는 게 좋다. 그렇게 오손도손 산책길에 나선다. 아침의 공원을 걸으며 두 달 전에 이사 온 이 동네엔 가까운 공원이 있어서 참 좋다. 가볍게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킁킁 이곳저곳 냄새를 맡고 낙엽이 쌓인 곳에서 볼 일을 치른다. 잔디가 있는 곳으로 가면 캬키의 리드줄을 놓고 바다와 함께 땅에 내려준다. “캬키야, 바다야! 이제 뛸 시간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둘은 헐레벌떡 뛰어간다. 캬키는 나뭇가지나 솔방울을 물고 오는 놀이를 하고, 바다는 캬키를 쳐다보거나 하늘에 날아가는 새를 구경하다가 자주 넘어지곤 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는 공원은 우리만의 세상이다.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캬키의 발을 씻기는 동안 바다는 화장실 문지방에 서서 우리를 구경한다. 이것이 우리 집의 아침 풍경이다. 첫째 아들 캬키, 둘째 딸 바다 2013년 6월 내 생일. 이전에 운영하던 작은 작업실 ‘돗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촛불을 부니 한 친구가 눈을 가렸다. 짜자잔- 내 손에 솜뭉치가 잡혔다. 눈을 떠보니, 겁을 먹어서인지 목을 꼿꼿이 펴고 축 쳐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가 있었다. 강아지를 안으며 ‘선물이야? 짐이야?’라고 중얼거렸다. 만감이 교차했다. 부모님이 15년 동안 복실이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반려견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알았기 때문이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동물을 좋아했기에 그 이상의 고민 없이, 그리고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강아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캬키’라 이름 붙였다. 평소에 좋아하던 색이 'khaki'이자, 언젠가 반려견이 생기면 꼭 지어주고 싶었던 이름이었다. 그 후 출근할 때도, 여행을 갈 때에도, 부모님 댁에 갈 때에도 늘 캬키는 나와 함께했다. 캬키와 가족이 되고 일 년 뒤 결혼을 했다. 그리고 2015년 8월 여름의 끝에 바다가 태어났다. 지방에 내려가 부모님 댁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친구 부부네가 캬키를 돌봐주었다. 평소에도 캬키를 많이 사랑해주고 가끔 돌봐주던 친구들이라서 걱정 없이 맡길 수 있었고, 그 고마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10월 중순이 되어서 캬키와 바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바다의 탄생과는 상관없이 캬키는 여전히 얌전하고 의젓하다. 하지만, 아주 조금 애교가 늘었다. 남편이 퇴근하면 머리를 만져달라고 얼굴을 남편의 다리 사이에 묻는다. ‘아빠, 나도 더 예뻐해 주세요’라는 걸까. 그 모습이 왠지 짠하다. 듬직한 오빠가 되어줄게 용변은 무조건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캬키 덕분에 하루에 두 번 이상 하는 산책은 일상이 되었다. 캬키와의 산책 덕분에 나와 바다도 건강하게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바다가 태어나고 나서는 매우 신속하고 짧은 산책을 해야 했다. 바다가 잠시 잠을 청하는 사이 감행해야 했던 외출. 캬키에게도 바다에게도 각기 다른 이유로 미안한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바다는 곤히 잠을 자고 있었고,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위험했을지도 모르지만 캬키도 내 아들이니까. 우리는 나름대로의 균형을 잡아야 했으니까. 그리고 캬키와의 짧은 산책이 육아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미안함과 불안감, 안심과 위로가 복잡하게 엉킨 산책길을 걸었다. 그리고 곧 바다가 산책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기띠를 매야 하지만, 대부분 바다는 유모차에 태운 채 카키의 리드줄을 잡고 산책을 한다. 캬키는 늘 내 옆을 잘 따라와 주었고, 그건 바다와 함께할 때에도 예외는 아니다. 돌발행동 없이 쭉 걷는 캬키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캬키의 의젓함에 놀라고는 했다. 한편, 바다는 점차 캬키의 존재를 알아가기 시작해, 유모차 너머로 동행하는 캬키를 보며 이것저것 웅얼거렸다. 유모차에서의 시간을 지루해 하지 않은 것은 카키 덕분일 것이다. 바다가 걷기 시작하고서, 그리고 공원의 놀이터에 앉아 노는 것을 시작하고서 캬키는 가만히 유모차 옆에 앉아 바다가 노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볼 때면 캬키가 바다의 ‘든든한 오빠’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이 노는 것을 지켜주며 경계태세를 갖춘 영특한 오빠. 우리는 이렇게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연스럽게. 내일은 어떤 산책이 기다리고 있을까. CREDIT글·사진 김현주 | 프리랜서 디자이너(@zoooukh)편집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 STORY | 2017-01-18 09: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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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할 수 있어요 도그 어질리티
- 개인플레이우리도 할 수 있어요도그 어질리티 핸들러의 신호와 함께 강아지가 퓽! 총알처럼 뛰어 나간다. 힘차게 도약해서 허들을 넘더니 재빠른 몸놀림으로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내린다. 어둡고 기다란 터널을 망설임 없이 통과하는가 하면, 제 몸보다 훨씬 큰 시소의 한 쪽 끝에 올라타서는 다른 쪽 끝으로 이동한 후 침착하게 착지한다. 일렬로 늘어선 12개의 막대- 위브폴을 앞두고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멋진 솜씨로 요리조리 통과한다. 마치 TV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장애물 경주를 보는 것만 같다. 핸들러의 핸들링에 따라 강아지가 정해진 코스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지 겨루는 스포츠. 바로 어질리티 Agility다. 가깝고 평범한 스포츠한국에서 어질리티를 즐기는 반려인과 반려견을 보기란 쉽지 않다. 한국의 주거문화 특성상 어질리티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장애물을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질리티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람과 그 반려견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어질리티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도 들기 어렵다. 하지만 사실 어질리티가 작고 평범한 푸들 강아지를 데리고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면? 게다가 가까운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장소라면 어떨까? 도심 속에서도 쉽게 어질리티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선릉역 근처에 있는 ‘더 왜그 클럽’이다. 클리커에 맞춰 하나, 둘, 점프더 왜그 클럽은 어질리티 전문 반려견 카페다. 여느 반려견 카페처럼 음료, 미용, 호텔링, 유치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곳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독립된 어질리티 교육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김혜민 트레이너가 일대일로 어질리티를 가르쳐 준다는 점이다.어질리티를 경험하기 위해 반려견 ‘우리’를 데리고 더 왜그 클럽으로 향했다. 우리는 10개월령의 푸들이다. 몸무게는 약 2.3kg 정도 나가는 소형견으로, 집에서 간단한 교육만 받았을 뿐 어질리티에 대한 경험은 전혀 없었다. 우선은 우리가 경기장에 친숙해지도록 경기장 내부를 맘껏 뛰놀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리는 다양한 장애물의 냄새도 맡고, 발로 슬쩍 건드려보기도 하고, 경기장 한 쪽에 소변까지 봤다.우리가 어느 정도 경기장에 적응이 된 후에 교육을 시작했다. 허들, 터널, 타이어까지 모두 폴짝 폴짝 뛰어넘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0여 분. 클리커를 이용한 긍정강화 트레이닝의 결과였다. 강압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우리는 어질리티 교육 내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수신호를 확인하며 장애물을 하나하나 넘는 우리와 잘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기쁘게 다가왔다.? 달릴수록 즐거워, 뛸수록 행복해어질리티는 짧은 시간동안 정신적, 육체적인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스포츠다. 어질리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해소되기에 반려견의 문제 행동이 많이 치료된다고 한다. 대개 반려견의 문제 행동은 표출되지 못한 에너지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질리티를 함께하는 동안 반려견이 반려인의 신호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수행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교육을 받는 것에 적응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문제 행동이 잦고 ‘기다려’조차 되지 않던 반려견들이 어질리티 교육을 받은 후 기본 예절교육을 비롯해 어려운 교육까지도 척척 해낸 사례가 적지 않다. 추운 겨울은 사람과 반려견 모두 밖에 나가기 부담스럽다. 그러니 따뜻한 실내에서 소중한 반려견과 어질리티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 반려견과 반려인 모두에게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INFO 더 왜그 클럽 THE WAG CLUB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905-19 시상빌딩 1층TEL. 02-554-5999 CREDIT글 박상진 사진 엄기태편집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01-17 10: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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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매개활동 | ③ 활동가 3인을 만나…
- SPECIAL동물매개활동가 3인을 만나다 활동가 하은주 | 꿈나래 지역아동센터 수의사인 남편한테 이 활동이 있다는 걸 전해 듣고 관심이 생겨서 알아봤어요. 강아지랑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활동이 많지 않으니까요. 또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과 반려견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도 궁금했고요. 반려견을 오래 키워서 강아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교육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모르는 것도 많이 알게 되고 동시에 '어떻게 아이들과 매개활동을 해야 할까?'하는 걱정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많은 강사님들이 꼼꼼히 도와주신 덕분에 무리 없이 활동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꿈나래 지역아동센터에서 짜여진 시간표로 진행을 하면서 처음엔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점점 활동견과 가까워지면서 활동하는 날을 기다리고 활동견도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을 알고 아이들한테 잘 맞춰주는 변화가 보이더라고요. 특히 활동견 쵸코는 6세 요크셔테리어종으로 성격이 아주 활발하며 힘이 넘치는 아이였는데요. 활동하는 날이면 활동 시간에 아이들과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쵸코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보상으로 간식을 하나씩 줬더니 나중엔 간식 먹을 욕심에 아이들이 시키기도 전에 쵸코가 알아서 행동하는 날도 있었죠. 활동하는 아이들도 즐거워하며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활동가 남기평 | 대방종합사회복지관 등 30년 동안 공직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엔 집에서 소일하고 있었습니다. 사위가 동물병원에서 일하다 동물매개활동에 대한 정보를 알아와 권유한 게 참여의 계기가 됐고요. 아이들이 어릴 때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요. 강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니 동물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볼 기회조차 없더라고요. 동물매개활동을 하면서 옛 생각이 아련히 떠올라 즐거웠습니다. 대방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했을 때 시설 사정 때문에 하루 일정의 요일이 바뀌게 된 날이 있었어요. 제가 바뀐 날에는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참석을 못한다고 하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일정이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참 씩씩한 남자아이였는데 저도 코끝이 참 찡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 하나는 마지막 회기를 마치고 정문까지 따라 나오면서, 내년에도 꼭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떨어지기 싫다고 말하더이다. 몇 시간밖에 안 되는 교육이었지만 아이들에게 파장이 큰 시간이었구나 싶었어요. 얼마나 정이 그리웠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활동가 이화진 | 강남드림빌 십여 년 전 우리 동물병원에 버려진 강아지 꽃님이를 두어 해 전부터 집으로 데려와 키우게 되었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활동량이 부쩍 줄어든 꽃님이가 걱정됐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꽃님이에 대한 애정도 생기도 가족과도 대화가 많아졌네요. 함께 다니면 다닐수록 꽃님이는 성격도 활발해지고 사람을 잘 따랐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지낼 때는 아이들만 옆에 오면 도망가며 싫어하던 꽃님이가 동물매개활동 시간에는 아이들과 눈도 잘 맞추고 먼저 다가가더라고요. 동물매개활동을 가기 위해 집에서 준비물을 챙기면 얼마나 좋아하던지 온 집안을 한참 뛰어 다니다가 현관 근처에 있는 케이지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곤 했지요. 벌써 아이들의 얼굴이 보고 싶네요. 처음 만난 날 아이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냈어요. 어디에서 왔는지, 어느 기관에서 왔는지 참 자세히도 물어 봤어요. 그리고 몇 번이나 왔다 갈 건지도요. 하지만 마지막 수업이 다가올수록 다음에 꼭 다시 오시라고, 내년에도 다시 수업하자고 말하더군요. 내년에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세월이 더 흘렀을 때, 활동가들이 부탁한 배려, 양보, 이해, 기다림이 어떻게 아이들의 삶에 자리 잡고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CREDIT글 김기웅사진 손한솔
- STORY | 2017-01-16 10: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