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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4 12: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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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4 1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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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2 0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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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01 1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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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9-30 12: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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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9-30 12: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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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9-30 12: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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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 THINK SO 겨울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던 봄이 어느새 이마에 닿은 손끝처럼 언듯언듯 느껴진답니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바닥은 더이상 차지 않습니다. 더 이상 발이 시려워 한 발씩 들고 있지 않아도 엉덩이에 뭔가 깔고 앉지 않아도 이제는 괜찮습니다. 겨울 내내 힘들었던 아이들도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마음 졸이던 사람들도 이제야 한숨 돌립니다. 기나긴 겨울을 버티던 아이들도 이제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밥 먹으러 나옵니다. 버텨낸 아이들도, 돌봐준 사람들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봄은 벌써 저만치 다가와 있습니다. CREDIT글 사진 종이우산
- STORY | 2019-10-04 12: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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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를 닮은 다랑이
- 잠시만 안녕 도토리를 닮은 다랑이 경기도 모란시장은 지날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픈 곳이다. 한쪽에 줄지어 동물을 내다 파는 보기 싫은 시장. 가슴이 아파 차마 볼 수 없어서 늘 고개를 돌리고 다니던 곳이다. 몇 해 전 어느 여름, 나는 모란시장을 지나 집으로 가던 길에 녹슨 철장 앞에서 발이 멈춰 버렸다. 작고 뼈만 앙상한 아기 고양이였다. 나는 애써 못 본 체 외면하고 집으로 왔다.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내내 그 작은 생명의 눈망울이 잊히질 않았다.‘내가 지금 뭘 한 거지? 난 왜 그 작은 생명을 외면하고 왔지?’ 제발 살아만 있어 줘나는 결국 저녁 식사 준비를 중단하고 모란시장으로 뛰어갔다. 무조건 구해야만 한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시장에 도착하니 작디작은 아이는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듯했고, 곧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아기 고양이 옆의 작은 철장엔 성묘 8마리가 좁은 공간에 껴서 웅크리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성묘들은 관절에 좋다며 5천 원씩에 팔리고 있었다. 다 구할 수 없는 내 처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10명만 모여도 저 아이들 모두를 구할 수 있을 텐데…답답한 마음에 양손을 꼭 쥔 채로 고양이를 파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작은 아기 고양이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할머니께 빌기도 하다가 화도 내보고 별짓을 다 했다. 아기 고양이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단호했다. 할머니는 인심 쓰듯 원래 15만 원인데 싸게 해줄 테니 10만 원에 데려가라고 했다. 결국, 나는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털어 할머니에게 쥐여 주고 나서야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아기 고양이를 수건에 감싸 안고 도망치듯 시장을 빠져나왔다. 아이의 상태가 많이 위급해 보여서 일단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결과는 처참했다. 귀 안엔 진드기가 꽉 차 있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 결과는 더 참혹했다. 이 작은 생명이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란다. 오늘 밤을 과연 넘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심지어 뼈만 남아있어서 혈관을 잡기 힘들어서 수액마저도 놓아주지를 못했다. 병원에서는 더는 해줄 것이 없다고 했다. 아기 고양이에게 일단 뭐든 먹여야 할 것 같아서 고열량 사료와 캔 그리고 간식을 사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제발 한입만 먹자. 그래야 살지. 안타까움이 섞인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캔을 따서 따뜻하게 데운 후, 불린 사료에 섞어서 주었더니 잘 먹어주었다. 그래. 이제 잘 먹고 엄마랑 우리랑 같이 잘 살자.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쭌군과 이제 막 유치원에 입학한 5살 딸 사랑이가 꼬마 집사가 되길 자청했다. 먹을 것은 사랑이가 담당하고 화장실은 쭌군이 챙기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집엔 고양이 막냇동생이 생겼다. 아기 고양이의 이름은 막내딸 사랑이의 돌림자를 써서 다랑이로 지어주었다. 아들과 딸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다랑이는 빠르게 회복하면서 잘 커 나갔다. 집 근처에 아들과 딸은 다랑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예쁜 추억을 쌓아나갔다. 행복도 잠시다랑이가 우리 집 막내가 된 지 한 달가량 되었을 때 다랑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일이 있어 부산에 일주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는데 다랑이의 배가 뚱뚱해 보였다. 바로 다랑이를 안고 병원을 향했다. 병원에선 복막염이 의심된다고 했다. 복막염이라면 잘 먹지도 못할 건데 우리 다랑이는 너무너무 잘 먹었다. 토한 적도 없다. 응가도 예쁘게 잘 누었다.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 었다. 복막염이라니. 수의사 선생님이 실수한 거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수의사 선생님은 충격적인 말을 이어나갔다. 다랑이가 많이 고통스러워하면 안락사까지도 생각해야 한단다. 다랑이의 뚱뚱한 배를 보며 다랑이에게 말을 걸었다. ‘복막염은 무슨. 다랑아. 집에 가서 응가 하자. 배가 쏙 들어가게 응가 하자’. 그 후에도 다랑이는 여전히 잘 먹었다. 아기 때부터 굶었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배가 불러도 잘 먹었다. 문제는 숨을 자꾸 헐떡거린다는 것이다. 복막염 복수로 인해 숨을 쉬기 힘든 상태라고 한다. 혹시나 싶어 좀 더 큰 고양이 전문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다랑이는 병원이 신기한지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니느라 바쁘다. 보는 사람마다 ‘강아지야? 고양이야?’라며 해맑은 우리 다랑이 예뻐해 주었다. 그런 예쁜 다랑이의 진단명은 결국 복막염란다. 입원치료로 복수를 반복해서 빼주는 거 말고는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다랑이는 점점 힘들어했다. 병원에서는 다랑이의 수명이 길어야 3일에서 4일이라고 했다. 다랑이는 우리 가족이 눈에 보여야 안정을 찾는다. 그런 다랑이를 낯선 병원에 입원을 시킬 수는 없어서 녀석을 집에 데리고 왔다. 집에 오고 나서야 감정이 몰려왔다. 나는 다랑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신이 있다면 한 번만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다랑이를 살려 달라고 애타게 울었다. 처음 데려올 때 했던 평생 같이 살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를 다랑이와의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그렇게 8일이 지났다. 하루하루 별 이상 없이 잘 버텨주는 다랑이가 기특했다. 마지막은 조용히 찾아왔다내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빠 집사가 연락이 왔다. 다랑이가 위급하다는 소식이었다. 급하게 집에 돌아오니 다랑이가 움직이기 힘든 몸을 질질 끌고 화장실에 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는 다랑이가 안쓰러워 다랑이를 품에 안았다. “다랑아. 괜찮아 괜찮아. 엄마 품에 응가 해도 괜찮아. 닦으면 되지. 힘들게 왔다 갔다 하지 마. 가는 길 편하게 엄마가 안아 줄게. 우리 다랑이 사랑해. 다음 생엔 꼭 좋은 집에 사람으로 태어나서 배고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다시 엄마 만나러 와줘. 다랑아 우리 가족 품에 와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다랑이는 내 품에 안긴 지 10분 만에 크게 한 번 울고는 고개를 떨궜다. 별이 된 다랑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랑이가 ‘다랑이가 갑자기 왜 안 움직이는지’ 물었다. 나는 사랑이에게 ‘다랑이가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으려고 하늘나라의 예쁜 별이 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딸이 순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랑이는 간식을 좋아해서 내가 간식 줘야 하는데 이제 간식 못 먹어? 우리 다랑이 간식 못 먹어서 어떡해?”다음 날 아침 다랑이와 산책하고 놀던 작은 공원에 도토리와 밤나무가 많은 그곳… 공원 고양이와 놀던 도토리나무 햇살이 잘 스며드는 그 아래에 다랑이를 보내주었다.‘공원에 있는 냥이들아. 그리고 도토리나무야. 우리 다랑이 잘 지켜줘. 사랑해 다랑아.’ CREDIT글 사진 Lee Seo
- STORY | 2019-10-04 1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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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고양이가 된 옆집 고양이
- 40마리의 고양이 우리 집 고양이가 된 옆집 고양이 옆집 고양이 순남이옆집에 사는 이모는 집에 오는 길에 생후 3개월의 아기 길냥이를 만났다. 예쁘게 생긴 아기 고양이는 아장아장 다가오더니 이모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고, 이모는 그 길로 아기 냥이를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2개월 후, 비가 내리던 날 이모가 우리 집에 찾아와 순남이가 보이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했다. 집사람과 이모는 순남이를 부르며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길모퉁이에서 악에 받친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은 비를 맞으며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 갔다. 그곳에는 뒷다리가 축 처져 쓰러져있는 순남이가 있었다. 비에 젖은 순남이는 움직이지 못한 채 두 사람을 보고 계속해서 울었다. 순남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우리 집 고양이가 된 옆집 고양이밤 11시. 웬만한 동물병원은 이미 닫았을 시각이지만, 그렇다고 다음 날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다행히 열려 있는 동물병원을 수소문해 순남이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모는 순남이의 간호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사실, 이모는 처음부터 순남이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이모가 순남이를 길에서 데려온 이유는, 고양이를 키우는 우리에게 데려다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우리 집은 이미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었기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모는 순남이를 어쩔 수 없이 키웠던 것이다. 이모가 순남이의 간호를 거부한다고 해서 우리마저 녀석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집사람은 순남이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2개월 후, 우리는 완치된 순남이를 이모네로 다시 돌려보냈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순남이는 우리 집에 찾아왔다. 옆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틈만 나면 순남이는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는 녀석과 5년째 같이 살고 있다. 그렇게 순남이는 우리 집 고양이가 됐다. 순남이 출생의 비밀순남이는 외출냥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나간다. 우리와 함께 오래 살았지만, 아직도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런 순남이만 보면 예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던 암컷 길고양이가 떠오른다. 그 암컷 길고양이는 자궁에 이상이 있었다. 한번은 임신을 한 녀석이 자궁 끝에 아기 고양이를 매달고 다녔다. 너무 안쓰러워 포획하여 치료해주고 싶었으나, 그 암컷 길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해 근처만 가도 멀리 달아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 나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 암컷 길고양이는 러시안블루 종이었다. 순남이 또한 러시안블루의 피가 섞여 있었다. 길냥이 출신의 러시안블루. 집사람과 난 순남이가 그 암컷의 새끼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보곤 한다.순한 남자 고양이의 짜증 순남이는 ‘순한 남자 고양이'란 뜻으로 내가 이름을 지었다. 녀석은 이름에 담긴 뜻처럼 정말 순했다. 우리 집에는 순남이 이후로도 어린 고양이들이 새 식구로 계속 들어왔는데, 순남이는 텃세 하나 부리지 않고 새 아 이들을 잘 받아줬다. 하지만 고양이가 많아질수록, 공간은 나뉠 수밖에 없다. 안에는 수박이와 녀석의 새끼 치즈. 바깥에는 테리와 수박이. 그리 고 천재, 백미, 크라크, 삼일이가 있다. 기존의 고양이들과 새로운 녀석들 이 점점 늘어나자, 순남이는 갈 곳을 잃기 시작했다. 우리 집은 여기에도 고양이, 저기에도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들이 늘어나자, 순남이는 좁아지는 영역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찾곤 했다. 그러나 맘 편하게 쉴 곳은 없어 보였다. 순하던 녀석이 짜증이 많이 늘었다. 순남이. 그 순하던 녀석이 요즘 옆에 있던 동생 고양이들에게 신경질을 내고 냥냥펀치를 날린다. 빨래를 개는 방으로 사용했던 빈방이 있다. 가끔 그 방에 들어가 보면, 순남이가 어둠 속에 혼자 앉아있다. 짠하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들. 혼자만의 공간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고양이들. 그래 주지 못해 미안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고양이를 좋아하는 프레디 머큐리가 고양이를 위해 큰 집을 산다. 그는 자신의 고양이들에게 방을 하나씩 준다. 멋지다. 나는 순남이를 보며 생각했다. ‘순남아, 아빠가 큰 집 지어서 방 하나 줄게.’아, 그러고 보니 고양이 방만 40개가 필요하다. CREDIT글 사진 고양이 나무
- STORY | 2019-10-02 0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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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으로 나온 보틀캣
- 똥꼬발랄 고양이 이웃, 보틀캣 세상으로 나온 보틀캣 에옹~ 나는 보틀캣의 주인공! 바트라고 해. 나는 반려인 브루와 함께 살고 있지. 오늘 아침에 브루가 못 일어나길래 얼굴에 똥꼬를 들이밀었더니 브루가 아주 좋아하면서 일어나더라고~ 역시 믿을만한 가족에겐 똥꼬를 들이밀어 줘야지! 브루도 나한테 똥꼬를 들이 밀어줬으면 좋겠는데…아, 맞다! 우린 새로운 마을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브루가 사냥하러 간 사이에 새로운 친구들도 만났어.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일들이 엄청 많았거든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데 잘 들어봐~! 에옹~ 보틀캣이 무슨 뜻이지? 보틀캣은 본래 Bottle(병) cat(고양이)이 아닌 Butthole cat 즉, 똥꼬와 고양이의 합성어인 똥꼬냥이었다. 이 컨셉과 브랜드명은 고양이 행동 언어에서 비롯되었다. 점박이가 엉덩이를 들이밀며 나에게 속삭인 말은 ‘너를 신뢰한다’ 였다. 그리하여 캐릭터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으 면 하는 바람을 담아 ‘똥꼬냥’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똥꼬냥은 브랜드 명으로 사용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외국인들이 들었을 때 Butthole이라는 단어는 그저 항문이었다. 항문 고양이, 이상하지 않은가? 다행히도 보틀캣 세계관, 오젠브룩 (Oddsendbrook)의 어원이 되는 영어단어 잡동사니(Odds and Ends)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는 약간의 언어유희와 연상 이미지를 통해 Butthole을 Bottle로 바꾸었다. 유사발음이라고 생각했고 콜라 병의 뚜껑이 똥꼬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보틀캣 세계관 속 고양이들은 병뚜껑을 화폐로 사용한다는 설정이 있다.) 오젠브룩의 고양이들 바트, 팻 그리고 캔 보틀캣에는 오젠브룩이라 불리는 항구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오래전 사람들이 강을 따라 만들어둔 수로가 있다. 지금은 쓰이지 않아 방치되어 있지만, 이곳에 길고양이 친구들이 자주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젠브룩의 고양이들은 지하수로를 깨끗하게 다듬고 수리하여 그들만의 멋진 아지트로 만들었다. 일종의 고양이들의 프라이빗 룸인 셈이다. 이곳에서의 이야기를 이끌어 갈 캐릭터는 집고양이 바트(Batt)이다. 반려인 브루의 카페 취직으로 오젠브룩으로 이사와 낯선 마을에서 따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바트는 러시안 블루이며 통통한 매력을 가진 엉뚱하고 천진난만한 성격의 고양이이다. 사람에게는 반려묘로서, 길고양이들에게는 동족으로 각각 모두에게 익숙한 바트는 이들 사이의 다리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바트는 어느날 창밖을 바라보다, 요리하고 있는 길고양이 한마리를 보게 된다. 그는 팻(Fat)이라 불리는 냥식요리사로 치즈태비 색을 가진 꾸덕꾸덕 한 살…. 아니 털찐 (단모종이신 팻 본인의 주장) 고양이다. 푸근한 살…. (눈치) 아니…. 털만큼 성격도 푸근한 팻은 많은 오젠브룩 주민들과 고양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팻의 오랜 친구 캔(Can)은 검은 털과 시크한 매력을 가진 고양이이다. 그녀는 화끈한 리더쉽과 카리스마로 오젠브룩 길고양이 연합의 자경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완벽할 거 같아 보이는 그녀에게도 사실 남모를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약점은 언젠가 작가가 웹툰을 연재하게 되면 확인하시길…) 이 밖에도 보틀캣이 구축하고 있는 거대한 세계관, 오젠브룩의 길고양이 사회는 여전히 건설 중이다. 아직 작가들이 마무리하지 못한 혹은 작가들의 뇌 깊은 곳에서 나오지 못한 여러 길고양이 친구들의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꼭 그러길 바란 다. 아니 노력할 것이다.) * 브루_Brew Knit : 바트의 반려인 길고양이와 사람, 공존에 대하여 크리브(Krhive) 작가는 보틀캣의 공동대표이자 아트토이 제작을 맡고 있다. 하루는 그가 대학생 시절 대만의 허우통_고양이 마을을 다녀온 여행기를 들려줬는데 이는 보틀캣의 비전 설정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허우통은 대만의 산자락에 걸친 시골 외딴곳에 있는 고양이 마을로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 본 사람들과 고양이의 공존 문화는 너무 아름다웠다. 이곳이 고양이 마을임을 증명하듯 역 안엔 비를 피해 들어온 고양이들이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녀석들…. 푹신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털을 쓰다듬고 싶었지만 낯선 자신이 휴식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눈 인사만 나누고 발걸음을 옮겼다. 자연과 조화되어 아름다운 마을에서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녔 다. 고양이가 눈에 안 띄고, 구석진 자리를 좋아한다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니 가판대 위에는 고양이가 그려진 귀여운 상품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졸고 있더라…. 상점 주인과 고양이를 번갈아 보았다. 상점 주인은 녀석의 행동에 전혀 개의치 않 았고, 기념품을 사러 온 손님들 마저도 고양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상품을 꺼내곤 하였다. 자리를 내어주었다. 양보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우리도 허우통의 주민이라고!’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 자리를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쪽이 훨씬 가까웠을 것이다. 공존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그렇게 우리는 보틀캣이라는 이름으로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에 대한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독자들이 거리의 고양이들을 단지 길고양이가 아닌 ‘이웃’으로 느끼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와 닮았고 사람처럼 행동한다. 우리가 경험한 그리고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 오젠브룩을 독자들과 함께 이 땅에 건설하길 갈망한다. 우리는 이상을 그린다 내용을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작품에 대해서는 처음 쓰는 공식적인 글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때 아니면 보틀캣이 전하고 싶은 진중한 이야기를 할 자리가 또 언제 올지 모르기에, 한 단어, 한 문장 그 의미 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길고양이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에 비하면 여기, 두 명의 작가는 고양이 학과 새내기와 다른 바 없다. 그래도 똥꼬냥, 보틀캣이라는 하나의 유쾌한 세계 속에 담겨있는 그리고 담고자 하는 가치와 신념이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우리는 이상을 그린다. 더는 우리의 고양이 이웃들이 사람을 피해 다니지 않고 사람도 절대 고양이를 혐오하지 않아,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공존 문화를 열고 싶다. 우리가 그리는 이상적인 마을 오젠브룩이 현실로, 이곳저곳에 생겨나길 바라며…. * 본 작품 활동은 2018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스마트 2030 청년창업 지원을 통해 사업화되었습니다. 글 그림 고병욱, 김환식
- STORY | 2019-10-01 1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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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에서도 기다려요, 따스한 한국의 …
- 스 위 스 에 사 는 고 양 이 스위스에서도 기다려요, 따스한 한국의 봄 1월, 한국의 길고양이 풍경 추웠던 1월, 3주가량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의 찬바람은 참으로 매서웠다. 오자마자 된통 감기에 걸려 단단히 고생했다. “한국 너무 추워!”하고 외치는 나에게 사람들은 스위스가 한국보다 더 춥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스위스는 생각보다 따뜻하다. 한국에서 영하 13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지속할 동안, 스위스의 기온은 영상을 웃돌았다. 스위스의 친구들에게 “지금 한국은 영하 13도야.”라고 말하면 한국이 그렇게 추운 나라였냐며 놀랄 정도였다. 난 스위스에서 가벼운 코트만 걸치고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해 공항 밖을 나서자마자 오들오들 떨며 두꺼운 겉옷을 꺼내 입어야 했다.이렇게 추운 한국의 겨울 거리에서 나의 마음을 무척 시리게 만드는 풍경이 있었다. 바로 도시의 길고양이들이었다. 두툼한 겉옷에 목도리를 두르고 꽁꽁 싸매도 틈새를 파고드는 한기가 느껴지는데, 길에 사는 아이들은 털옷 하나만 입고 이 추운 한국의 겨울을 어떻게 나는 것일까 싶었다. 먹을 것도, 신선하고 깨끗한 물도 찾기 어려운 도심에서 만난 작은 길고양이는 앙상하고 비쩍 말라 있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스위스에 사는 길고양이들 스위스에서도 길 위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대부분은 주인이 있는 산책 고양이들이다. 언제든지 돌아갈 집 있고,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있다. 스위스 동물보호협회가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스위스 인구의 30%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며 그중에 무려 70%가 자유롭게 외출하는 산책 고양이들이라고 한다. 한국에 살다가 처음 스위스에 와서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나를 당황하게 하였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한 가운데 길게 드러누워 한가로이 해를 쬐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사람을 경계하거나 도망가지도 않았고, 털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라고 보기에는 잘 관리된 티가 났다.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주인이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는 고양이라는 남편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산책을 하는 고양이라니!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물론 스위스에 사는 길고양이라고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거나 길을 잃어 실종되는 고양이들도 많다. 매년 1만 마리가량의 고양이들이 스위스에서 실종된다고 한다. 나와 남편이 다니는 동네 동물병원에서도 잃어버린 고양이들을 애타게 찾는 공고가 붙어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 스위스에서는 잃어버린 고양이들을 위해 마이크로 칩 삽입을 장려하고 있다. 마이크로 칩이 삽입되어 있으면, 경찰이나 수의사 혹은 보호소에서 마이크로 칩 리더기를 통해 길고양이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려요, 따스한 한국의 봄 우리가 키우는 남매 고양이 노아와 폼폼은 따뜻한 5월에 스위스의 한 가정에서 태어나 생애 첫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매서운 추위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집 고양이의 삶을 살아간 지 어느덧 8개월째다. 요즘 스위스는 매일 눈이 내리는데, 노아와 폼폼에게는 즐거운 창밖 구경거리가 되어주는 듯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엄마의 나라 한국에 사는 길고양이들의 힘겨운 삶을 알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참으로 복 받은 삶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오늘도 한가로이 창가에 놓인 캣타워에 앉아 눈이 소복이 쌓인 스위스 풍경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평화로워 보인다. 한국에서 본 비쩍 마른 길고양이의 슬퍼 보였던 눈과는 참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빨리 한국의 매서운 추위가 지나가기를, 잔뜩 웅크린 길고양이들에게 따스한 봄이 찾아오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글 사진 이지혜??
- STORY | 2019-09-30 12: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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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첫 고양이, 레오
- 고양이를 만난 후 알게 된 사소한 것들 나의 첫 고양이, 레오 대학교 1학년, 어느 찌는 듯한 여름날 오후. 웽웽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지친 선풍기 바람을 가로막으며 누나가 다가왔다. 안 그래도 더운데 선풍기 바람 앞에서 머 뭇거리는 모습을 보니 귀찮은 뭔가 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들 었으나 그냥 가만히 모른 척했다. 평소에도 필요한 것이 있 으면 이것저것 잘 시키면서 오늘은 뭘 말하려는 건지 사실 조금 걱정이 앞섰다. “사실, 말하려고 하던 게 있어.” “고양이 키워도 돼?” ‘음? 고양이? 돈 필요한 거 아니었어?’라는 속마음이 다소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응 고양이. 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니가 싫어할 것 같았어.” “아니 난 괜찮아.” “진짜?” “응. 나도 좋아.”이 말의 대답이 평범한 인간에서 고양이 집사로서의 출발점이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렇게 ‘레오’라 불리는 네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니코틴, 알코올 그리고 고양이 중독대학에 들어가고 성인이 되었다며 그동안 못해왔던 모든 것들을 하나둘씩 손대기 시작했다. 그 퀴퀴하고 맛없는 구름과자를 뻐끔대다 보니 어느새 주머니에서 빠지지 않는 기호품이 되었고 하나둘 맛보며 신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정신없이 나돌아 다니며 알싸하고 맛있는 술들을 흥청망청 마셔댔다. 그러고는 어김없이 다음날엔 안 좋은 속을 부여잡다가도 해만 떨어지면 다시금 알코올이 나를 불러댔다. 이런 것들에 빠져있을 즈음에 ‘레오’가 어느새 내 생활을 바꾸기 시작했다. “야, 나 오늘 늦으니까 레오 밥 니가 줘야 해.” “아 왜!! 좀 많이 주고 가지!!” “니가 가깝잖아 - 그럼 내가 가리? 몰라 나 바쁘니까 끊는다.” 세상에, 이런 귀찮은 일이 따로 없었다. 당시 다니던 학교가 자취방까지 15분 거리였다. 정말이지 그때 나도 좋다는 말을 왜 해서 이런 일을 자초한 걸까 하는 후회가 들 즈음에야 집에 도착한다. 덜컥 문소리에 달려 나오며 반기는 ‘레오’에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오구오구, 형아 오길 기다렸어?” 야옹 하며 우는 레오를 쓰다듬고 사료가 들어있는 선반으로 다가간다. 밥을 주는 그 짧은 사이에 레오는 내 종아릴 빙글빙글 돌며 나에게 새하얀 털 뭉치를 안겨준다. 에고 테이프로 아침부터 열심히 뜯어냈는데 이게 뭐람. 늘 이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뭐 여하튼 이렇게 밥을 주기도 하고 감자도 캐면서 낚싯대로 놀아주기를 한 지 2년가량 되자 초보 집사는 겨우 탈출하게 된 것 같다. 이제 레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군대에 가야 할 때가 되었다. 평소와 같이 집에서 레오에게 손 인사하고 훈련소로 향했다. 정말 훈련소에 입소한 순간부터 잠자리 이불을 펴기까지의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웃기지만 훈련소 첫날의 유일한 기억은 잠자리 준비를 하던 중 침낭에 살짝 붙어있는 레오의 털이었다. 떼어도 떼어도 튀어나오는 털을 보고 레오가 생각났고 나도 모르게 그리워졌었다. 힘든 하루였는데도 술, 담배 생각보다 슬며시 다가와 팔베개 를 베는 그 따뜻한 온기가 살짝 고파졌다. 그런데 내 고양이 중독증세는 생각보다 심한 상태였다.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면 괜히 레오가 밥 달라며 바라보는 눈망울이 내 눈에 아른거렸고 바지춤에 겨울 칼바람이 스칠 때면 슬며시 다가와 비벼대는 그 작은 관심이 없어 괜스레 외로웠다. 게다가 선반에서 물건을 떨어뜨려 큰 소리가 날 때면 도망치고 숨어서 눈치 보는 레오의 아이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밤이 되면 팔을 베고 누워 새근새근 코를 골다 조심스레 반대쪽 손으로 쓰다듬으면 그르렁거리던 그 소리마저도 내 주변을 맴돌았다.그 외에도 앙증맞은 분홍색 젤리, 껌벅껌벅 이며 바라보든 파랗고도 노란 눈망울, 까끌까끌한 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들 알 것 같으니 이쯤 해두어야겠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 생각나니까. 괜히 또 그립다. 자꾸 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나는 나쁜X처럼 레오가 그런 것 같다.어차피 넌 늦었어 분명 후회할 걸 뒤돌아 선 순간 부터 넌 날 그리워 하게 될거야. 넌 날 그리워 하게 될거야. 한 번 빠지면 답이 없지 어쩔수 없어 태생인 걸. - 선우정아 [고양이]PS. 그런데 막상 첫 휴가 때 집에 가니 레오는 날 못 알아보더라. 너무해 ㅜㅜ 파블로프의 인간. 그리고 고양이어느덧 레오는 지금 12살이 되었고 나도 그만큼 늙었다. 레오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철저한 제한 급식 주의자로 울고 떼쓰고 보채도 절대 들어주지 않는다. 한번은 어머니가 계시는 집에서 급히 해야 할 것이 있어 잠깐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더니 ‘레오’는 키보드로 올라와 나의 손길을 보챘다. 여전히 나를 그리워하나보다 하고 쓰다듬어주었더니 자연스레 내 손을 빠져나가 봉지를 핥으며 살살 내 눈치를 본다. “엄마, 얘 밥 안 줬어요?” “얘 두 시간 전에 먹었다.” “배고픈가?” “정 주고 싶으면 간식 주든가.” 그래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움직이니 졸졸 따라온다. 내가 간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려는 건 어찌 아는지 먼저 앞서간다. 왠지 내 생각을 읽고 움직인 것 같은 괘씸한 느낌이 들어 방향을 휙 하고 바꿔 냉장고로 향해 물만 마시고 다시 책상머리에 앉았다. 다시 키보드 앞에 앉으니 어김없이 다가와 애꿎은 키보드를 꾹꾹 눌러대다 봉지로 다가가 핥는다. 자세히 보니 씹는 것도 아니고 먹는 시늉을 하며 내 눈치를 살살 본다. 그래도 그 조그만 두 눈망울에 되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간식 주려다가 불현듯 지난날들이 생각났다. 때는 바야흐로 레오를 데려온 지 두 달이 지났을 때였는데, 초보 집사들에게는 레오가 하는 모든 것들은 관찰의 대상이었다. 밥은 모자라서 배고파하지는 않는지, 너무 좁은 집에서 답답해하진 않는지, 놀 거리가 부족해서 외롭진 않은지, 우리가 싫어서 피하며 도망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그렇다. 나의 손이 레오에게 잘못 닿으면 까마득한 어둠이 될 것 같아 안절부절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투명한 비닐을 씹고 있는 레오를 보았다. “누나!!! 얘 봉지 먹어!!!” ‘레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던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초비상사태로 선포하고 누나랑 나는 봉지와 레오의 사이를 갈라내고 대책회의를 했다. 이러다 집에 있는 모든 봉지를 다 뜯어먹는 거 아닌가? 그러다 아프면 어떡하지? 우린 걱정에 휩싸였다.“쟤가 지금 7.8킬로야… 제한 급식해야 하는데.” “그래도 누나, 이상한 거 먹어서 몸 상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그렇다고 자꾸 먹이면 안 된다고! 우선은 최대한 우리 제한 급식 해보자. 얘 더 살찌면 안 돼!” “난 봉지 먹어도 몰라.”다음날, 레오는 어김없이 봉지를 신나게 가지고 놀다 이내 깨물고 물어뜯어 버렸다. 우리는 먹는 양이 모자란 것으로 생각해서 조금 더 먹을 수 있도록 사료를 챙겨줬다. 그러나 씹고 뜯고 맛보는 행동이 이전보다 자주 보였고, 이런 사달이 나면 누나랑 나는 고민하다가 레오의 봉지 사랑을 어떻게든 떨쳐내고자 사료를 조금씩 더 챙겨줬다. 결국, 누나는 제한 급식을 포기했고, 레오는 당당하게 자율급식을 쟁취했다. 사실 제한 급식보다 자율급식을 하면 사료를 더욱 적게 먹을 것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실린 글에 희망을 걸어보았다. 이리하여 레오와 봉지의 애증 관계는 자연스럽게 없어졌고 사료를 우걱우걱 먹어대는 통에 몸무게는 8키로를 넘겨버렸다. 아직 한 살 조금 지날 때라 언제든 나는 젊은 레오가 살을 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장기하와 얼굴 들이 부릅니다. 그건 네 생각이고)다시 현재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사는 레오는 현재 6.8kg으로 다소 양호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배고프니 밥을 주세요’라는 신호가 아니라 먹을게 먹고 싶어 봉지를 핥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씹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날 대상으로 시험을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 앞에서 ‘봉지를 씹으면 조건반사처럼 먹을게 뙇’하고 나와주는 매직이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이다음에도 그리고 또 다음에도 날 타겟으로 잡았고, 언제나 먹을 걸 쟁취했다. 그렇게 레오에게 나는 호구 집사였다. 아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고양이의 종족특성을 따져볼 때 12살 레오는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음에도 안 하는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 글을 쓰면서 무릎에 한기가 돌아 무릎담요를 찾아 덮었다. 레오가 슬며시 무릎에 올라타서 자리를 잡고 또아리를 튼다. 쓰다듬다가 이내 컴퓨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한기는 온데간데없다. 그르렁그르렁 모터소리를 내는 다소 가벼워진 6.8kg의 작은 코타츠가 제 몫을 하기 때문이다. 잠깐 움직여 잠을 깨운 게 되면 미안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고양이 간식으로 손이 간다. 그래 맛있는 것 많이 먹고 겨울 동안은 뜨뜻하게 형의 무릎담요 해주다 여름엔 빼는 거다~ 레오야! 글 사진 이재민
- STORY | 2019-09-30 12: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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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중심 - 가온누리 유기묘 쉼터 …
- S H E L T E R 세상의 중심- 가온누리 유기묘 쉼터 - 한참을 걷고 또 걸어야 나오는 한산한 주택가의 이층집. 그곳의 한 층에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중심이 되어버린 한 쉼터가 있다. 대전에도 고양이 쉼터가 있어요 대한민국 중심을 자처하는 대전에는 매니저인 미연 씨와 부매니저인 선화 씨가 단단히 받치고 있는 ‘가온누리’라는 이름의 유기묘 쉼터가 있다. 유기묘 쉼터를 운영한다고 하면, 태생적으로 대단한 애묘인일 것이라 추측하지만, 사실 미연 씨는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꺼리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밥을 챙긴 것은 쓰레기봉지를 뜯어 연명하는 삶이 딱했고, 밥을 주면 그런 행동이 덜하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실제 해보니 꽤 효과가 있어 그 일이 길어졌고, 시간이 정을 만들어냈다. 평소와 같았던 2013년 늦가을의 어느 날, 돌보던 고양이 둘이 보이지 않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것들이라 더 애타게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동물보호소에 닿았다. 유기견 임시보호와 릴레이 이동봉사를 오래 해왔던 미연 씨에게 보호소는 낯선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문 안쪽, 고양이 장이 겹겹이 쌓인 곳에 발을 내딛으면서 그 모든 믿음이 산산조각 났다. 충격과 슬픔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현실은 노견 넷을 부양하는 고양이무식자 캣맘. 찾던 아이 둘만 안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도 둘을 치료 후 안정시킨 뒤 제자리 방사하는 것으로 그 기억을 잊으려 했다. 하지만 둘은 길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순화되어버린 뒤였다. 답이 나와 있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떤 답을 선택해도 모두 틀릴 것 같기도 모두 옳을 것 같기도 했다. 안 해도 된다면 안 하고 싶었던 일, 그러나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나라도 구할 수 있다면 시작하는 것으로 지독히 고민했지만, 결심 후 실행하고부터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쉼터가 문을 열고 6개월 만에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이 손을 들고 떠났지만, 보호소에서 두 고양이를 안고 나왔던 미연 씨의 발걸음은 지금까지 대전?세종?아산?천안을 비롯해 인근 군 단위의 동물보호소로 이어지고 있다. 단체나 쉼터를 크게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구조 역시 많이 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럼에도 2마리로 시작한 쉼터는 1년 만에 17마리가 되었고, 방이 하나 더 있는 곳으로 이사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2년 만에 수는 2배로 불어 30마리가 되었고, 다시 방 4개가 있는 지금의 주택으로 이사했다. 이 기간 동안 미연 씨와 쉼터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름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구조활동가나 봉사자, 애호가 사이의 네트워크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 후원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몸과 마음, 지갑까지 모두 바짝 마를 정도로 힘들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함께 버텨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요.”라고 미연 씨는 인터뷰 중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래도 알음알음 찾아와서 손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그중에는 1년 이상 된 정기 봉사자들과 부매니저인 선화 씨가 있다. 호기심과 흥미는 사양합니다 뱀과 싸우던 어린 고양이를 발견해 치료해준 것을 계기로 고양이 돌봄의 세계에 들어선 선화 씨는 현재 쉼터에 꼭 필요한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시작은 봉사자였다. 가온누리 쉼터의 봉사자가 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정해진 시간과 요일에 쉼터로 와서 서너 시간 정도 걸리는 청소와 정리, 투약 등의 일을 해야만 한다. 일주일에 하루, 30일 중에 많아야 5일이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실제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의 부담은 커지기 마련이라, 지원자는 많아야 1년에 3명 정도. 일주일을 봉사자로만 채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미연 씨와 선화 씨가 최소 하루씩을 맡는데, 두 사람이 이틀씩 맡을 때도 있다. 그래도 호기심 섞인 방문이나 일회성 봉사, 캣카페로 착각한 방문 요청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쉼터 아이들이 구경거리도 아닐뿐더러, 사람과 고양이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기 봉사자로 확정된 후에도 운영진과 함께 2차에 걸친 OT를 하며 고양이의 성격이나 특징, 시설물 등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세상의 중심에서 너와 함께 미연 씨는 청주 거주민이다. 쉼터를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이 모두 대전 거주민이라 스스로 원거리 이동을 자처한 것이 올해로 4년째 대전 출퇴근을 하게 만들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부매니저 선화 씨는 주말 대부분을 쉼터에서 보낸다. 이렇게 일상의 큰 부분을 내놓고 있지만, 상근운영자가 있는 곳에 비하면 쉼터 관리나 고양이 돌봄이 부족하다. 쉼터 관리와 상근 운영자 이야기를 하던 중 미연 씨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숨을 고르고는 “저도 제 삶이 있어야죠.”라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쉼터 운영과 같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에 전심전력하기를 기대한다. 아니, 기대가 아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 역시 사람이고, 그들 역시 지치거나 소진될 수 있으며, 그래서 우리처럼 일상과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유기동물이나 길 위의 생명들에 쉬이 측은지심을 가지면서도 구조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개개인은 모두 답을 가지고 있다. 집이 좁아서, 알러지가 있어서, 벌이가 적어서, 가족이 싫어해서, 고양이를 몰라서, 집의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지금은 상황이 되지 않으니까. 그러나 쉼터 운영자와 활동가 역시 같은 상황에 있고, 그럼에도 활동을 이어나간다. 우리 모두가 직접 구조를 하거나 쉼터를 운영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것 외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버리지 않는 것, 동물을 구매하지 않는 것, 번식시키기 전에 그 자녀 세대와 그다음, 그 다음다음까지 유기되거나 도축되거나 학대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지 숙고해보는 것, 활동가나 쉼터를 후원하거나 그들의 물품을 구매하는 것, 동물권 활동에 참여하는 것, 임시보호자가 되어주는 것,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 입양글이나 후원글을 공유하거나 홍보해주는 것, 쉼터나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 등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영향력은 클 수 있다. 2019년 현재, 가온누리 쉼터가 관리하는 아이들은 총 40여 마리. 15마리는 장기 임보처에 나가 있고, 30여 마리가 쉼터에 머물고 있다. 구조되는 것과 입양 가는 것의 비율은 5대 1정도다. 소수의 후원자들이 보내주는 후원금은 물론 쉼터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만, 직접 재료를 사서 가공하여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것으로도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마련한다. 구조나 입양 활동은 물론이고 각종 회계 관련 자료도 게시판에 공지하여 회원들과 나눈다. 그리고 구조와 병원 이동, 쉼터 관리, 고양이 케어라는 커다란 부분이 또 있다. 이 모든 일들 사이에 두 사람의 생업과 삶이 있다. 그들이 생업과 삶을 간신히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정기 봉사자와 후원자, 서포터즈 덕분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이곳, 가온누리 유기묘 쉼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의 중심에 쉼터와 구조를 놓고 있는 이들을 위해 우리 삶의 작은 부분을 나눠주어도 좋지 않을까? 가온누리 유기묘 쉼터https://cafe.naver.com/lovedogncat CREDIT글 김바다사진 가온누리 고양이 강선화 제공
- STORY | 2019-09-30 12: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