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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9-24 16: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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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구질구질한 사랑
- “아닌데 사람 좋아하는데?”쭈그리고 앉아 양손을 내밀고 애타게 하맹이를 부르고 있다. 웬일로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한데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해있다.하맹이가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달려온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안아주려는 찰나에 나를 스치듯 지나쳐 사료를 먹는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고 나를 한번 쳐다본 뒤 다시 사료를 먹는다. 명백하게 나를 기만하고 있다. 손님들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고 피식거린다. 사실 난 평소에 굳이 하맹이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서로 쿨하게 모르는 척 지나칠 때도 있고 어쩌다 기분이 좋으면 내가 가볍게 서로의 몸을 터치하는 정도의 선을 지키는 쿨한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다. 그런데 지금 내가 구질구질하게 하맹이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건 창가 자리에 앉아서 웃고 있는 후배 때문이다. 주말 점심부터 대학교 후배가 카페에 왔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아침에 웃고, 점심엔 화나 있으며, 저녁엔 초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통 예상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친구다.2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기도 한 후배는 며칠 전부터 하맹이를 보러 온다더니 전화 한 통 없이 대뜸 나타났다. 하맹이의 성격을 묻기에 독립심이 강하고 자기가 원할 때 아니면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배가 하맹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하맹이도 가만히 앉아 후배와 눈을 맞춘다. 후배가 입을 열고 말했다.“아닌데, 사람 좋아하는데?”아무리 고양이를 키운다지만 7개월을 동거 동락한 나보다 더 하맹이를 잘 안다는 듯한 말투. 자존심이 상한 나는 절로 콧방귀가 나왔다. 하맹이를 쳐다보며 후배에게 말했다.“그럼 어디 한 번 만져봐.”후배가 나를 보고 웃었다. 왠지 대학 때도 저 웃음을 본 것 같았다. 후배가 에코백에서 강아지 풀 같은 장난감을 꺼내 살살 흔들었다. 하맹이의 동공이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좌우로 움직였다. 그 뒤로 하맹인 후배가 집에 갈 때까지 껌딱지처럼 옆에 딱 붙어선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고양이는 원래 그래곁눈질로 창가 해먹에서 자고 있는 하맹이를 쳐다보고 있다.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긴 사람은 나다. 어느 날엔 콧물이 나길래 하맹이를 안고 새벽에 동물병원까지 뛰어간 사람도 나다. 그런데 머리를 몸에 비비며 교태를 부리고 '꾸르륵'거리며 비둘기 같은 기분 좋은 소리를 후배에게 내줬다. 나한테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여후배도 미웠지만 하맹이에게도 서운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미눈을 뜨고 하맹이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내가 표현이 서툴러서 하맹이와 친해지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딱히 후배처럼 정성스럽게 장난감으로 놀아주지 않았고, 만지는 것도 싫어하는 것 같아 자제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서운했던 마음이 가시고 미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하맹이가 자고 있는 해먹으로 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 같아 자는 하맹이의 표정이 어딘가 외롭게 느껴졌다. 눈가에 연민에 감정을 녹이고 오른손에 사랑을 가득 담아 하맹이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하맹이가 움찔거리더니 등을 세우고 기지개를 켰다. 다시 한 번 하맹이를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었다.‘날카로운 하맹이 이빨에 물려 손가락에서 피가 났다.’‘처음엔 원래 그래. 친해지려고 노력해봐.’내 방 컴퓨터 의자에 앉아 후배가 보낸 카톡을 읽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자존심이 상해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오늘도 하맹인 나와 멀리 떨어져 냉장고 위에서 자고 있다. 하맹이에게 다가가 까치발로 서 하맹이를 번쩍 들어 올려 품속에 안았다. 하맹이 얼굴에 내 볼을 대고 비벼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하맹이는 몇 초 뒤 정신을 차렸는지 발톱을 세우고 몸부림친다. 결국 팔뚝 여기저기 상처가 났고 버티다 못해 하맹이를 놔줬다. 이젠 냉장고보다 더 멀리 떨어져 신발장에서 잠을 잔다. 츄르를 꺼내 유인해보지만 반응이 없다. 방울이 달린 쥐 인형을 주술사처럼 흔들었다. 왠지 하맹인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 잡고 있던 장난감을 책상에 휙 집어 던지고 하맹이에게 등진 채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대단한 고양이새벽에 잠에서 깨 몸을 뒤척였다. 발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비닐 소리를 좋아하는 하맹이를 위해 침대 위에 비닐을 깔아놓았었다.등에서 땀이 난다. 전기장판을 뜨끈하게 틀어놓으면 하맹이가 내 옆으로 와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하맹이와 친해지긴 힘들것 같다고 생각하며 체념한 채 화장실에 가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옆에 놓아둔 베개에 하맹이가 자고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간 서운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헤벌쭉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도 난 하맹이에게 사랑을 갈구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를 언제나 구질구질하게 만드는, 하맹이는 참으로 대단한 고양이다 .CREDIT글 사진 양세호에디터 조문주<바리스타 하맹이-구질구질한 사랑>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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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와 함께 결혼하기
3년 차 부부인 우리는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연애와 결혼에는저마다의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이번 호에서는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독자분들께 조심스레 털어놓아보려 한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프고 갈 곳 없는 아이 들을 집에서 돌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네 마리를 반려하게 되었다. 그런 나를 보며 지인들은 고양이에게 쓸 돈과 시간을 남자에게 쓰라며 내 미래를 걱정하곤 했다. 결혼도 안 한 여자가 많은 고양이와 생활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확실히 연애를 반복할수록 ‘고양이가 많다’는 점은 마이너스가 됨을 실감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빌미 로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들 역시 끝내는 고양이를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건넸고, 그 즉시 인연을 잘라내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선택한 내 가족인데. 언감생심, 어디 굴러 들어온 인간이 박힌 고양 이를 빼내려 한단 말인가. 그런 일들이 반복되며 나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함께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네 마리의 고양이에게 어울리는 집을 구하고 우리가 먹고 살 만큼 저축을 하며 돈을 버는 그런 삶 을 이어나가리라고 다짐했다.“근데 난 고양이 네 마리가 있는데…괜찮겠어?”
고양이 4마리 키우는 여자그러다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 역시 어머니가 길에서 냥줍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집사였고 나보다도 훨씬 더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이었다. 소, 닭, 돼지는 물론 작은 새우와 물고기가 죽는 게 싫어 채식하는 남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먼저 프러포즈를 해버렸다. 프러포즈하며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근데 난 고양이 네 마리가 있는데…괜찮겠어?”라고.우리는 결혼 후 어미 잃은 아기 고양이들 수유 임시보호를 꾸준히 맡았다. 그중 한 마리는 시댁에서 둘째로 맞았고 두 마리는 우리가 입양해 총 여섯 고양이와 살게 되었다.결혼하고 1년 정도는 내가 데려온 성묘 네 마리와 남편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때를 회상하며 ‘아이 넷 딸린 여자와 결혼한 느낌’ 이었다는 남편의 말에 숨이 멎을 것처럼 웃었던 기억이 있다.내가 세상 전부일 테니까고양이가 낯선 집과 낯선 가족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방황하고 불안해할 녀석들을 생각해서 처음 한 달 정도는 따로 방을 내주어 네 마리가 함께 생활하며 천천히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남편의 냄새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의 첫째 고양이는 침실에 들어와 남편 냄새가 묻어있는 베개에만 일부러 소변을 봤다. 몇 개의 베개가 버려진 후 일정 기간 동안 침실은 고양이 출입 금지 구역이 되었다. 결혼과 출산의 문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파양하고 유기하곤 한다.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자고 밥을 먹던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해야 하는 결혼과 출산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람들의 삶은 정말로 행복할까. 그렇게 이어가야 하는 인연이 정말 당신을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인연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발 본인의 반려동물을 삶에서 제외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에겐 당신이 세상 전부이며 유일한 가족일 테니까.나 역시 나와 고양이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 더 이상 사람이 끼어들 틈이 없을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나와 고양이들의 좋은 반려인이 되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나 또한 그에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데리고 온 고마운 사람이겠지.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도록 고양이와 우리가 함께하는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CREDIT글 사진 장경아에디터 조문주<Cat's Life-고양이와 함께 결혼하기>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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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기류의 하모니
날이 화창한 어느 날.부서지는 햇빛에 집 앞 공원 개울물은마치 자개 가루가 흩뿌려진 듯 반짝였다.문득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영롱한 자개무늬 장롱이 떠올랐다.그때 나는 감탄했었다.‘조개가 저렇게 예쁠 수 있구나.거친 껍데기 안에저렇게 아름다운 걸 숨기고 있구나.’하고.
대화의 형태 조니와 데비는 어렸을 적부터 장난을 치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어린이들 역시 노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 고양이들도 그렇구나.’ 싶었다. 남자아이인 조니는 도전적이고 격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고, 여자아이인 데비는 작은 반경 내에서 참 조신하고 차분하게 논다. 그날 역시 조니는 넘치는 에너지를 온 집안에 표출하고 다니느라 바빴고, 그러다 그만 창가에 놓인 예쁜 화초를 산산이 깨트려 버리고 말았다. 혼을 내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아끼던 화분이었던 터라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그때 나는 캣닢 인형을 던져주며 조니와 함께 놀고 있었다. 그러다 화초가 모여있는 곳에 인형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다음 조니가 취한 뜻밖의 행동에 나는 왈칵 눈물이 났다. 행여나 화분을 깨트리지는 않을까, 한 발 한 발 살포시 화분 위로 발을 디디더니 떨어진 인형을 조심스레 이빨로 물고 나오는 것이었다. 화분이 깨져버린 그날 조니는 엄마가 속상해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꼈고, 그런 엄마의 모습을 속상해했던 것이다. 거친 조개껍데기의 영롱한 이면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조니와 데비의 대화의 방식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더욱 깊게 느껴져 나는 감동에 젖곤 한다. 너희는 서로 뭐라고 말하고 대화하는 걸까? 너희의 눈짓과 몸짓. 주위를 둘러싼 기류를 타고,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매일같이 말을 걸고 있겠지. 사랑, 그 의미 데비가 트릿을 먹고선 잘 있다가 거실 한 귀퉁이에서 ‘켁 켁’ 기침을 했다. 아마 마른 트릿을 급하게 먹다가 목에 약간 걸린 모양이었다. 동시에 나와 낚싯대로 놀고 있던 조니는 그 소리에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나보다도 더 빠르게 데비에게 후다닥 달려가 킁킁 냄새를 맡고, 핥아주고, 또 살펴보는 것이었다. ‘왜 그래? 어디가 아파? 왜 그런 소리를 내?’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많이 아끼는구나. 조니가 데비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조니와 데비는 어렸을 적부터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둘 다 주먹만큼 작았을 때부터, 둥그런 라탄 하우스 안에서 누군가 자고 있으면 살며시 다가가 그루밍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니는 데비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든 양보해줄 때가 많았다. 맛난 간식 역시 ‘자, 너 더 먹어.’ 하며 자리를 비켜주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장난감 근처로 가 놀았다. 또 따뜻한 뜨개 스툴 위 조니의 자리는 항상 1/3정도로 비좁았다. 행여나 데비가 떨어질까 염려하는 듯, 조니는 언제나 자리의 대부분을 데비에게 양보하곤 했다.우리의 따스한 하모니 따뜻한 봄, 더운 여름, 시원한 가을, 추운 겨울에도 조니와 데비는 언제나 꼬옥 붙어서 자야 한다고 배우기라도 한 듯, 한쪽 발로 서로를 꼭 끌어안거나 품에 얼굴을 부비며 자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다. 내가 조니와 데비를 키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으로부터 내가 오히려 배울 때가 더 많다. 뾰족뾰족 표면이 거친 돌이던 나는 어느새 깎이고 깎여 매끄러운 조약돌처럼 변하고 있다. 사랑. 이 짧은 단어에 담긴 무게를 이 아이들은 내게 온몸으로 표현하며 알려주고 있다. 오늘도 우리의 도담도담 하우스는 조니, 데비, 그리고 우리가 나누는 따스한 마음과 하모니로 가득하다.CREDIT글 사진 김보미에디터 이혜수<도담도담 하우스-기류의 하모니>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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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아기, 그리고 아기 고양이
우리 집 사고뭉치,용또행의 기피 대상 1호.사람 아들 때때에게드디어 동생이 생겼다.세상 귀여운 치즈 냥이 남매 ‘삼뿜이’와 ‘사뿜이’가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섯 냥이+반인반묘 대가족 삼뿜이와 사뿜이는 이웃사촌인 모리네 집사님이 구조한 엄마 고양이 ‘단비’의 새끼들이다. 하지만 단비는 건강상 아기들에게 젖을 먹일 수 없었고, 나는 모리네 집사님을 도와 인공 수유 도우미를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인연은 자연스레 입양으로까지 이어졌다. 수컷인 용복이와 또복이는 성묘가 되고부터 서열 싸움을 하는 듯 자주 몸싸움을 했다. 또 성격이 잘 맞는 또복이와 행복이는 자주 붙어 다니면서 꽁냥꽁냥 놀았고, 질투가 심한 용복이는 점점 더 외로워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나는 ‘용복이에게 예쁜 여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암컷인 사뿜이를 데려오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수컷 삼뿜이의 입양 처에 사정이 생겨 당분간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 집은 ‘다섯 냥이+반인반묘 한 마리’의 대가족이 되었다. 저절로 엄마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깽이 두 마리와 시한폭탄 같은 18개월 남아인 때때가 한 집에 있으니 여기가 가정집인지, 어린이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없다. 좋은 점이 있다면 빈둥빈둥 누워있기 좋아하는 뚱뚱이 용복이와 또복이도 뿜이들과 함께 노느라 활동량이 훨씬 늘어났고, 이리저리 뛰어노는 뿜이들 덕분에 서열 싸움도 잠시 잊었는지 용복이와 또복이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본 지도 한참 되었다는 것이다. 뿜이들이 함께해서 좋은 점도 많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아졌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은 우리 집 서열 1위, 행복이다. 아깽이들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행복이 눈엔 그리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행복이의 미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자식들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자식이 생기면 저절로 엄마가 되는 건 줄 알았는데.역시 ‘엄마’가 되는 일이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뿜이들이 오는 첫날. 먼저 때때와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를 시켜놨다. 통제가 어려운 18개월 남자아이는 고양이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걱정이 무색하게 때때는 집에 고양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행동했다.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때때 손에 낚시 장난감을 쥐여 주었을 때의 반응이 잊히지 않는다. 때때는 행여나 뿜이들이 다칠까 제대로 낚싯대를 흔들지도 못하고 망부석처럼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아기와 아기 고양이가 함께하는 일상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미치도록 예쁘다. 내 품에 안겨 뽀로로를 보는 때때 위에 사뿜이가 살포시 올라와 잠을 청하고, 그런 동생을 쓰담 쓰담 해주는 때때. 함께 뒤엉켜 잠든 모습, 혼나고 있는 때때에게 장난을 치는 뿜이들을 보고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라는 말이 이럴 때 하는 거구나 싶다. 본인도 신장 1m가 안 되는 꼬꼬마면서, 더 작은 뿜이들을 지켜주려고 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하게 기특하다. 이 작은 아이의 사랑을, 배려를, 따뜻함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이 작은 천사들이 맘 놓고 살아갈 수 있는 착한 세상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모여 만든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단 더 따뜻하지 않을까.온 힘을 다해 지켜줄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자꾸만 겹쳐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땐 나를 둘러싼 이 세상이 참 나쁘게만 보였다. 하지만 무기력하던 내 삶에 어느 날 고양이가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힘을 내 열심히 살아보아야겠다고, 빈 주먹을 꽉 쥐게 만들어줬다. 이렇듯 나에게 고양이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고맙고도 은인 같은 존재다. 사는 게 힘들어 아이 낳을 생각은 차마 못 했는데, 자꾸 웃으며 살다 보니 내게 아기천사가 찾아왔다. 몸은 힘든데 자꾸만 어디서 힘이 솟아나고, 힘든 일이 생겨도 어느새 까먹어버리곤 웃고 있다. 약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이 천사들을 위해 나도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최선을 다해 지켜줄 것이다. 착한 마음에 상처 입지 않도록, 이 맑은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만 볼 수 있도록 말이다.CREDIT글 사진 강은영에디터 이혜수<BABY&CAT-아기, 그리고 아기 고양이>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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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이별 앞에 덤덤할 수 있는 이유
- 두 번째 임시 보호로 만났던 스콘이를 평생 가족의 품으로 보낸 지 1일 차.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이별에 우리 자매는 별다른 의논 없이 자연스레 다음 임시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찾았다. 스콘이 때와는 달리 이번엔 보호소 직원분에게 “당장 임시 보호가 급하게 필요한 아이가 누구인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해리’라는 아이를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답장을 받자마자 나는 파주행 버스에 올랐다. 지금 생각해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충동적인 날이었다. 햇살처럼 해사한 너의 이름은 해리 보호소에 도착하자 직원분께서 깡마른 하얀색 푸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셨다. 가슴 줄을 최대로 조여도 몸이 쑥 빠져나올 정도로 마른 체형에, 얼마나 거리를 떠돌았는지 퀴퀴한 냄새가 참기 힘들 정도였다.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선명한 눈물 자국에 표정을 잃은 얼굴, 낯선 이의 품에 안겨 발버둥 치는 해리를 보고 있으니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나름 임시 보호 3회차에 접어든 경력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해리를 데리고 씩씩하게 집에 왔다. 해리는 문산의 어느 고등학교 후문 편의점 앞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목에 예쁜 노란색 목줄을 차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가족의 품에 있다가 온 녀석인가 보다. 가족의 손을 놓친 건지, 누군가 일부러 놓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행복한 두 달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있다니! 어느새 우리에게 정을 붙인 해리는 그야말로 애교 만점 껌딱지였다. 누워 있으면 쪼르르 옆에 와서 팔베개를 베고 눕고, 우리가 집에 돌아오면 누나들 배 위가 침대인 마냥 방방 뛰며 뽀뽀를 남발한다. 또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배변 패드에 똥오줌을 가리는 것은 기본, ‘손!’ 하면 손을 바로 내어주는 똑똑이 왕자였다. 해리에게 평생 가족을 찾아주는 게 우리의 임무이지만, ‘너무 빨리 가버리면 어떡하지?’ 걱정이 될 정도로 해리는 날마다 우리에게 커다란 행복을 선물해주고 있었다. 아직은 초보 엄마 우리들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현관에서부터 거실이 모두 해리의 혈변 흔적으로 범벅이 되어 있던 것이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러다 해리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어디가 아픈 건지 표현이라도 해 주었음 좋겠는데, 녀석은 그 와중에 꼬리를 흔들고 반기고 있었다. 해리를 데리고 바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잠시 후 진료를 받는데 수의사 선생님께서 귀 안을 살펴보더니 적잖게 놀라시며 “너무 심한데…. 이 정도면 몸 안에 진드기가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라고 하셨다. 실제로 선생님이 해리의 귀를 닦아 내자 솜 쪼가리에는 이상한 갈색 물질이 듬뿍 묻어져 나왔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주인을 잃은 강아지들은 다시 사람의 품에 안기면 일부러 더 밝은 척을 하고 애교를 부린다고. 다시는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리는 우리가 경험한 어떤 강아지들보다 상황 적응력이 빨랐고, 그래서 하루 만에 우리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와 준 아이였다. 내내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줘서 건강한 줄만 알았는데, 방심이 낳은 참사였다. 해리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임시보호 세 번째라고 나름 고수인 척을 해댔는데 역시나 우리는 아직 초보 엄마들이었다. 사람의 성격이 모두 다 다르듯 강아지들도 누구 하나 같은 아이가 없다는 것, 그러니 임시보호를 할 때도 항상 주의, 경계를 하고 보살펴야 할 것. 명심 또 명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세상엔 행복한 이별도 있다는 것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8월, 우리 자매는 일주일간의 몽골 여행을 계획했다. 그사이 일주일 동안만 해리를 맡아줄 곳을 찾다가 꽤 오래 서로 연락이 없던 대학교 아는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운명은 우연처럼 다가온다고 했던가? 일주일간 해리를 맡아준 대학교 선배가 해리를 평생 가족으로 들이고 싶다는 중대 결정을 했다. 해리 이 녀석, 기특하게도 일주일간 매력 발산을 어지간히 했나 보다. 해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이별이 두려워지곤 했었는데, 해리가 떠나는 날. 우리 자매는 어느 때보다도 무덤덤하게 해리를 보내줄 수 있었다. 앞으로 해리에게 펼쳐질 꽃길이 선명하게 그려져서일까. 이후 해리는 함께 사는 고양이 친구도 생기고, 매년 입양 기념일을 성대하게 축하받으며 제2의 견생을 살아가고 있다. 임시 보호는 항상 우리에게 세상에는 행복한 이별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해리와 보낸 시간은 어느 때보다도 길고 진했지만, 보다 이별에 덤덤할 수 있었던 것을 보니 우리는 이번에도 또다시 ‘행복한 이별’을 해냈음이 틀림없다. 글.사진 최세화에디터 이혜수 <최자매의 행복한 이별이야기-이별 앞에 덤덤할 수 있는 이유>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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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함께일 때 더욱 행복하도록
- 벌써 크리스와 네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거면서, 왜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된 생일상을 차려주지 못했을까. 크리스는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우리 가족이 되었다. 크리스의 안락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 크리스를 구조해준 단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는 가족을 만나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의미를 담아 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 이름이 운명처럼 느껴져 나는 더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고 크리스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 함께 보낼 모든 크리스마스를 크리스에게 있어서 세상 최고로 행복한 날로 만들어주겠다고. 크리스가 아팠다 하지만 크리스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만들기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입양 첫해 크리스마스, 입양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크리스를 두고 우리 가족은 정신없이 바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먼 친척이 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크리스마스에는 내가 아팠고, 그다음 해에는 바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내가 크리스에게 뭘 못 해줬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는 우리와 늘 함께였고, 따라서 언제나 행복했지만 ‘크리스’라는 이름에 담긴 특별한 의미는 조금씩 우리에게서 잊혀지고 있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한 달 정도 앞두고, 나는 이번에는 꼭 크리스의 생일상을 직접 차리겠노라 마음먹었다. 다양한 수제 간식들로 가득 차려진 ‘강아지 생일상’ 사진을 검색해보면서, 내 마음은 올해엔 아주 특별하고 행복한 ‘크리스의 크리스마스’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포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생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크리스가 아팠다. 뭔가를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계속 구토를 했다. 구토가 이틀째 지속되어 결국 동네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그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의사가 크리스의 상태를 살피는 몇 분 동안, 특히 크리스의 배 부분을 손으로 면밀히 만져보며 검사를 하는 1분여간은 정말로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 숨이 막혔다. “별 이상은 없네요 ”라는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나와 딸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귀 검사와 치아 검사를 모두 마치고, 그래도 이틀이나 토를 했으니 처방하는 거라며 수의사는 크리스에게 주사를 놓아주었다. 그렇게 하루 동안의 금식 처방을 받고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쨌거나 아픈 곳이 없으니 마음이 놓였지만, 생일상을 차려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허망해진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더욱 행복하도록 건강하지 못한 반려견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가슴 아픈 일이다. 개의 수명이 인간의 그것과 견줄 만큼 길지 못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어쩌면 개를 기른다는 것은 다가올 것이 확실한 예견된 슬픔을 안고 사는 일일 지 모른다. 금식이 끝나가는 크리스를 위해 양배추를 삶고, 설탕물을 준비하면서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크리스가 좋아하는 것들을. 크리스는 공원에 함께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개들이나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일 때 더욱 그렇다. 텐트까지 친 채라면 더없이 행복하고 편안해 하는 크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크리스는 우리 몸 위에 올라가 잠드는 것을 좋아한다. 배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고 털을 빗겨주는 것을 좋아한다. 딸아이가 어릴 때 썼던 실리콘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 하는 것을 즐긴다. 옷이나 장난감을 사다 주면 자기 것인 줄 확실히 알고 기뻐한다. 크리스는 차에 타면 극도로 흥분하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먼 여행을 떠난 적도 없고, 크리스에게 번듯한 사진촬영을 해준 적도 없다. 강아지 유치원에 가거나 다른 개들과 특별히 만나 교류를 한 적도 없다. 함께 수영장에 간 적도 없다. 그리고, 다양한 수제 간식들로 차려진 생일상을 받아본 적도 아직은 없다. 크리스가 완전히 회복하고 나면 조금은 늦은 생일상을 차려줄 예정이다. 그리고 ‘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리스트에서 지워나가고,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더 많이, 더 자주 누릴 것이다. <토이 스토리>에서 앤디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인 우디는, 앤디가 어른이 되어버린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앤디가 크는 걸 막을 순 없겠지. 그래도 괜찮아. 함께할 동안은 행복할 거니까.” 어쩌면 예견된 슬픔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함께할 동안에 더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크리스의 크리스마스-함께일 때 더욱 행복하도록>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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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P. 너와 함께 시작하는
과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학과 학생들 대부분은 반려묘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그중 유독 모두에게 유명한 슈퍼스타 강아지, 고양이들이 몇 있는데, 오늘은 그러한 슈퍼스타 강아지 중 한 자매를 소개하려고 한다.
쭈미는요“우리 집 강아지, 꾸미가 최고야!”라고 주장하던 나에게 이 자매 강아지들은 처음엔 그저 우리 집 강아지 꾸미와 이름이 비슷한 강아지일 뿐이었다. 그러나 쭈미와 쏘니 자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우리 꾸미 못지않게 쭈니와 쏘니 또한 특별한 강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 내가 만났던 쭈미는 씩씩한 수준을 넘어서서 ‘개너자이저’ 그 자체였다. 넓은 운동장을 뛰고 또 뛰어도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과 확실한 살인 미소로 학과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세운 근육질의 강아지. 학과 사람들과 번갈아가며 운동장 산책을 한 후였음에도, 쭈미는 또다시 다른 강아지들과 뛰놀며 끊임없이 ‘산책 가자!’ 하고 졸라댔다. 그러나 쭈미, 쏘니 자매의 보호자인 언니의 말을 들어보면 어린 시절 쭈미는 엄청난 소심쟁이였다고 한다.들판을 떠돌던 어미 개의 3마리 새끼 중 하나로 태어나 구조되어 보호소에 왔던 쭈미. 쭈미는 어린 나이에 어미와 형제를 모두 잃고 홀로 남아, 5대 전염병까지 걸렸다가 어렵게 살아났다고. 보호소 내 수많은 강아지에게 치여서인지 항상 기가 잔뜩 죽어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쭈미는 밥도 다른 강아지들이 먹고 남긴 것만을 먹었다고 한다.가족이 되어줄게쭈미가 있던 보호소에서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던 학과 봉사동아리 회장 언니는 그런 쭈미가 안쓰러워 한 번이라도 더 산책을 시켜주려 했단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보호소에 들어와 지내면서 바깥세상에 대한 경험이 없던 쭈미는 ‘산책’ 자체만으로도 겁이 나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고 한다.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던 언니는 보호소에 갈 때마다 쭈미를 안고서라도 바깥을 돌아다녔더란다. 언니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쭈미도 조금씩이나마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언니는 쭈미를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결정했다고.쭈미와 가족이 되기로 한 날, 병원에서 항체 검사를 받은 쭈미에겐 모든 질병에 항체가 있다고 나왔다고 한다. 쭈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질병과 외롭게 싸웠을지 안쓰럽기도 하고, 또 씩씩하게 잘 견뎌내준 것이 기특하기도 하다는 쭈미네 가족.쏘니는요이런 쭈미네 가족에게 새로운 인연이 또 있었는데, 바로 쏘니다. 작년 여름에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실습을 하던 언니는 구조 센터 재활사님께서 구조하신 강아지 이야기를 들었다. 여름 장마철에 건강원 앞에 박스줄로 묶인 채 비를 맞고 있던 1킬로 남짓의 아주 작은 강아지를 구조했다는 이야기였다.오랜 시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비를 쫄딱 맞으며 웅크리고 있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급하게 본인 집으로 데리고 가셨다고. 그러나 재활사 선생님의 집에는 원래 키우던 반려견인 로트와일러가 있었고, 그 작은 강아지와 로트와일러를 계속 한 집에서 키우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쓰이던 언니가 결국 쏘니를 임시보호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 쏘니의 활발한 성격에 반한 부모님께서 쏘니와 쭉 함께하자고 하셨다고.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로트와일러에게도 겁 없이 굴던 당차고 용감한 ‘시라소니’의 이름을 따, ‘쏘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우리는 이제사연 있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준 언니의 모습이 멋있기만 했던 나에게, 언니는 ‘그렇지도 않다’며 어쩌면 아이들이 자기를 살린 거라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심한 감기에 밤새도록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는 언니가 걱정돼 한숨도 안 자고 언니 곁에서 지켜봐 주던 쏘니. 언니가 기침할 때마다 놀라서 쏘니는 그 짧은 다리로 높은 침대를 잡고 언니를 쳐다보며 침대 옆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쭈미는 공부에 지친 언니가 가스 불을 켜 놓은 채 깜빡 잠이 들자, 언니를 향해 우렁차게 끊임없이 짖어서 언니를 깨워줬다고 한다. 잠귀가 어두운 데다가 학과 일정으로 피곤했던 차였기에 쭈미가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그때를 생각하면 쭈미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앞으로도, 계속 객관적인 시선에서 본 쭈미와 쏘니 그리고 언니는 서로서로 닮아있었다. 밝은 웃음, 씩씩한 태도,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까지도.언니도, 쭈미와 쏘니도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더더욱 당차게, 더더욱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본다.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예비 수의사의 일기-너와 함께 시작하는>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2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