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20-07-14 09:26:57
-
[STORY]
STORY | 2020-07-14 09:26:07
-
[STORY]
STORY | 2020-06-22 10:42:57
-
[STORY]
STORY | 2020-06-22 10:42:16
-
[STORY]
STORY | 2020-06-22 10:40:47
-
[STORY]
STORY | 2020-06-17 12:42:28
-
[STORY]
STORY | 2020-06-12 15:19:20
-
- Magazine P. 청옥산 육백 마지기에서의 하룻밤
-
1년에 300일은 캠핑을 다니는 친구가어느 날 사진 한 장을 보내며“여기가 은하수 맛집육백 마지기란 곳이야.들어는 봤나?”하며 놀려댄다.사진을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져다물어지지 않는다.이런 곳이 있다니!.
청옥산 육백 마지기란? 평창 청옥산(1,256m)은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정선읍에 걸쳐 있는 산이다. ‘청옥’이라는 이름은 산나물이 많이 자생한다 해서 붙여졌다. 또한, 정상 부근이 평탄한 지형으로,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란 의미에서 ‘육백 마지기’라 부른다. 고원 지대지만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차로 갈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정상에는 넓은 농경지와 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이룬다. 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청정지역이다. 유럽에 온 것 같은 청옥산 사전에 많은 정보를 검색해보며 육백 마지기 사진을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는 풍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며 머리 위 간간이 보이는 풍력발전소의 프로펠러는 장관이었다. 중간중간 움푹 파인 비포장도로는 오랜만에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박진감을 더했다. 오프로드 길 끝에 펼쳐진 육백 마지기의 첫 모습을 본 후, 가슴이 탁 트이며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혼자 왔으면 집에 있는 댕댕이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을 텐데 같이 오니 좋은 경치를 함께 볼 수 있어 기쁨도 2배가 되는 느낌이다. 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니 발전기마다 숫자가 쓰여 있다. 정보에 의하면 발전기 3호 앞에만 차박을 허용한다고 한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는데 우리는 일찍 출발했지만,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평창이 아닌 단양까지 갔다가 돌아서 오니 꼬박 6시간이 걸렸다. 해가 지기 전에 겨우 도착을 했던 터라 명당자리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였다. 차박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 주차할 수 있어 우선은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육백 마지기 구경에 나섰다. 일요일 늦은 오후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인기 명소답게 관광객이 꽤 많았다. 값비싸 보이는 캠핑카와 이름 모를 캠핑 장비를 실은 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와! 정말 차박의 성지답구나!’ 하고 느꼈다. 주변 산보다 월등히 높아 굽이굽이 능선이 보이고 날씨가 맑아 내 발아래로 구름도 있으니,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았다. 평창 고원지대의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본다.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 풍경 육백 마지기 구경을 반 정도 하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역시 산에서의 밤은 금세 찾아온다. 취사가 금지된 곳이라 정선읍에서 준비해 간 치킨과 컵라면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밖에서 먹으니 꿀맛이다. 해가 떨어지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겨울이 온 것 같다. 꼭 겨울 파카를 준비해 가야 한다. 불빛 하나 없는 청옥산 육백 마지기의 은하수는 정말 장관이었다. 처음 본 은하수 모습에 역시나 입이 쩍 벌어진다. 장관을 담아보고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은하수 촬영은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꼭 담아보겠단 신념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사실 점 찍어 둔 포인트가 있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촬영하고 있어 타이밍을 놓쳐 아쉬웠다. 은하수를 촬영할 때는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심해 금세 안개가 깔리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부터 준비해 해가 지면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 촬영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습기가 자욱해 카메라 렌즈가 선명한 상을 못 담아 몇 차례 시도 끝에 바로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강아지와의 차박 TIP 가을은 기온 차가 크기 때문에 강아지와 야외에서 캠핑할 땐 여벌의 옷을 꼭 준비해야 한다. 또한, 자외선이 강하고 벌레가 많아 눈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강아지 고글도 챙겨야 한다. 노견이라면 아이가 쉽게 지칠 수 있어서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어부바 가방도 필수다. 육백 마지기 차박을 마치며 처음 해본 차박이라 서툴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2019년 9월 1일부터 청옥산 육백 마지기의 야영 및 취사가 제한되었다는 점이다. 야영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노상 방뇨, 소음으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어 주민들의 민원으로 시행되었다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자연을 보호하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누릴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CREDIT글 사진 신채민에디터 이유경<너에게로 떠나는 여행-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의 하룻밤>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7-14 09:26:57
-
- Magazine P. 릴케, 세상의 중심에서
릴케의 나이는 이제 7개월.엄마와 여동생들과 함께 있던2개월의 시간을 빼면릴케는 어느덧 우리 부부와5개월이란 시간을 함께했다.
긴 시간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이제 릴케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힘들다.남편에게는 더욱이 그렇다. 왜냐하면 릴케는 일주일에 두세 번 아빠와 함께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회사 직원들도 릴케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다.그렇게 릴케는 안팎으로 우리 부부의 삶 한가운데로 뛰어들었고 릴케를 중심으로 우리 부부의 일상이 채워졌다.네덜란드 바다 여행 릴케가 우리에게 오기 전, 주말은 우리 부부에게 늦잠도 잘 수 있고 여유 있는 시간이었지만 릴케가 우리 부부의 주말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릴케 때문에 늦잠을 반납해야 하지만 릴케 덕분에 아침 일찍 산책할 수 있고, 빵집에서 갓 구워진 맛있는 빵을 살 수 있다. 토요일 오후에는 릴케와 어김없이 강아지 학교에 가고 그 이후엔 긴 산책을 한다.남편은 릴케가 이곳저곳을 경험하도록 매주 다른 곳에서 산책한다. 비가 오더라도 장화를 신고 반드시 숲으로, 강가로, 들로 나간다.이번에는 릴케를 위해 아주 특별한 여행을 계획했다. 강은 가봤지만, 아직 바다는 가지 못한 릴케를 위해 바다 여행을 계획했다. 릴케 선조들의 고향인 네덜란드로 목적지를 정했다. 반려견 여권 네덜란드 방문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릴케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히는 일.유럽에서는 반려견을 데리고 다른 나라를 여행할 경우, 반드시 반려견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반려견 여권에는 반려견들이 필수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과 관련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만일 반려견 여권에 광견병 예방접종과 같은 필수적인 예방접종 사항이 빠져있거나 여권을 소지하지 않았을 경우 반려견은 검역소에 갇힌다.검역소에 갇혀 있는 반려견을 두고 혼자 집으로 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광견병과 같은 필수 예방접종은 여행 전 잊어서는 안 되는 필수 항목이다. 쉐브닝엔 해변에서네덜란드에는 반려견을 위한 특별한 해변이 있다. 바로 덴하그(Den Haag) 근처의 쉐브닝엔(Scheveningen) 해변.독일 서부에서 차로 세 시간 정도 걸린다.해변에 도착한 후, 릴케는 마치 전에 한번 와 본 듯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제껏 릴케의 노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지금처럼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릴케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첨벙첨벙 바닷속을 헤엄쳤다. 해변을 둘러보니 꽤 많은 반려견이 있었지만, 바다에 뛰어들지 않는 반려견도 있었다.오랜만에 보는 북해의 모습에 우리 부부도 릴케만큼 기쁘고 즐거웠다. 최연소 챔피언, 릴케 우리 부부는 릴케가 언젠가 아빠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릴케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세 번의 챔피언십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독일의 쿠이커혼제 협회에서 실시하는 심사에 참가해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아빠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쿠이커혼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견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계적으로 희귀한 견종에 속한다. 멸종 위기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난 견종이기에 그만큼 종족 번식에 있어서 까다롭고 엄격하다.우리 부부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반려견 박람회에 릴케를 참석시키기로 하고, 박람회 전까지 주중에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토요일 오후 까다롭게 진행된 심사에서 릴케는 참석한 반려견 중 가장 최연소로 쿠이커혼제 1등 상을 받았다.태어나 처음으로 한꺼번에 많은 개를 보는 것만으로도 릴케는 그 자리가 무척 흥미로운 듯했다. 첫 박람회이기에 참석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데 챔피언십까지 받다니. 뛸 듯이 기뻤다.릴케와 함께 하면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한다. 릴케와 우리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릴케와 함께 하는 앞으로의 일상이 기다려진다. CREDIT글 사진 이영남에디터 이유경<쿠이커혼제 릴케-릴케, 세상의 중심에서>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7-14 09:26:07
-
- 차우차우 구찌
차우차우는 독립적이고 충성심이 강한 견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자란 구찌는 하우스 대신 캣타워에 올라가는법을 먼저 배웠다.
구찌야 '야옹'해 봐!또한 쥐돌이 낚싯대를 씹어가며 유치를 제거했으며, 심지어 고양이 보다도 식빵 자세를 잘하는 대형견으로 자라났다.구찌의 이런 노력에도 8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사이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뜨뜻미지근한 그런 사이. 그런 모습을 마냥 귀엽다고 생각하며 지나치기도 했지만, 사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성격은 극과 극인 데다가 대형견 산책 시 고양이와의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매번 고양이한테 맞는 구찌에게 “괜찮아~ 오빠들이야. 구찌는 착하니까 괜찮지?”라며 참으라고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고양이 오빠들 눈치를 보며 성견이 되어버린 구찌에게 반려동물의 마음까지 책임져야 할 보호자로서, 아니, 엄마로서 너무 미안하다. 구찌야 친구들 만나볼래?10여 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동안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산책을 소홀히 했었는데 산책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차우차우의 평균 활동량은 타 견종에 비해 적은 편이라, 신나게 혓바닥을 휘날리며 뛰어놀기보다는 우아하게 꽃향기, 풀내음을 맡으며 걷다가 엎드려 쉬는 걸 좋아한다.주변 지인의 권유로 구찌의 SNS 계정도 만들었다. 그런데 구찌의 사진을 하나씩 올리면서 둘러보니 SNS 세계에는 이미 많은 차우차우 친구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검색창에 차우차우를 검색해도 분양업체들 뿐이었는데 말이다. SNS 활동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차우차우 친목 동호회로 이어졌다. 차우차우 보호자들은 다들 비슷한 처지였다. 물 먹는 대형견 옆에서 입가에 뭍은 물을 닦아주기 위해 옆에서 수건을 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차우차우 보호자였다. 차우차우는 한 번만 먹어달라고 애원해도 처음 맛보는 것은 절대 먹지 않고, 아무리 불러도 목적이 없으면 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완전 제멋대로이다. 하지만 다들 그런 매력에 푹 빠졌던 것 아닐까?차우차우 털 많이 빠져요?차우차우를 키우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몇 가지 있다.“사자개예요?”, “얼마예요?”, “집에서 키워요?”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을 꼽으라고 한다면 “털 많이 빠져요?”이다.세상에 털이 안 빠지는 동물은 없다. 하물며 사람도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온몸이 털로 덮인 동물들은 오죽하겠는가. 오히려 털은 포기하고 살다 보니, 털갈이 시즌에 빠지는 털의 양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다. 적게 빠지는 날에는 왠지 서운하기까지 하다(웃음). SNS의 강아지 털갈이 사진들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따라 해보기도 한다. 털로 모자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강아지 얼굴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누워있는 모습을 재연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너의 생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올해도 어김없이 구찌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번 생일에는 어떤 선물을 해줄까? 이번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고민했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 너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생각한다. 앞으로 너와 몇 년을 더 함께 할 수 있을까? 욕심 안 부리고 딱 10년만 더 함께했으면 좋겠는데….지금까지 살아온 8년 만이라도 더 함께했으면 좋겠다. 다른 차우차우 친구들에 비해 확연히 느려진 걸음걸이가 아기 같은 얼굴 뒤에 숨겨진 나이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그래서 준비했어! 올해 너의 생일선물은 종합건강검진이야.펫티켓? 꼭 우리만 지켜야 할까?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반려동물 천만 시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이 변했고 ‘펫티켓’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변화해야 하는 것이 과연 우리들만일까? 구찌의 얼굴은 웃는 상이지만 그래도 대형견이기에 산책 시 어떤 이에겐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누구보다 펫티켓을 잘 지키기 위해 리드 줄을 짧게 잡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항상 조심한다. 하지만 대형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술 취한 사람들에게 욕설을 듣거나 이런 큰 개를 왜 데리고 나오느냐는 가시 박힌 말을 들을 때면 너무 속상하다.한 번은 경찰까지 출동한 일이 있었다. 산책 후 구찌와 잠시 쉬고 있었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술 취한 아저씨가 목줄을 하라며 다짜고짜 욕을 하는 것이었다. 줄을 짧게 잡고 있으니 편하게 지나가셔도 된다고 말해봤지만 어린 것이 싹수없게 말대꾸를 한다며 되레 화를 내셨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아저씨는 대형견인 구찌가 자기를 물려고 했다고 거짓말까지 했지만 다행히 미리 찍어 놓은 증거 영상이 있었기에 억지 사과를 받고 귀가한 일이 있었다. 동물을 싫어할 수는 있다. 동물을 무서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코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진정한 매너가 아닐까. CREDIT글 사진 전소영에디터 이혜수<차우차우 구찌-GUCCI>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22 10:42:57
-
- 첫 만남, 그리고 그 후
“왜 시바견을 키우기로 했어?” 지인들이 나에게 묻는다. 그러게, 왜 시바였을까?
시바견을 만나고처음부터 시바견을 키우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반려견을 들이자며 졸라 대는 남편에게 반쯤 세뇌당해 어떤 견종이 우리와 맞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맞벌이 부부라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다 보니 독립심이 강한 아이였으면 좋겠고,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짖음도 고려해야 했다. 남편과 나는 중형견을 원했고 그 조건에 딱 맞는 견종이 바로 시바견이었다.시바견은 늑대 DNA와 90% 가까이 닮아 야생 본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독립심이 강하고 헛짖음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덤으로 시골 누렁이 같아 보이는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 혹시 몰라 단점도 찾아보았다. 털갈이를 심하게 하고, 활동량도 많은 편인 데다가 거의 모든 시바견이 실외 배변을 한다고 했다. 나름대로 시바견의 성향을 파악한 후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한 줄 알았지만 실제로 키우는 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시바견은 정말 독립적이다. 만지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을 많이 따르지 않는다. 불러도 오지 않기 때문에 시바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이 콜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줄을 한번 놓치면 잃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라 하네스나 목줄에 집착하기도 한다. 사람을 정말 좋아해 함께 붙어서 자는 아이도 있지만, 기질이 강한 아이일수록 독립심도 더 강하다. 도도한 고양이 같다고나 할까?치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서운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헛짖음은 정말 없는 편이라 아파트에 사는 우리에겐 참 다행이었다. 시바견을 키우면서모르는 사람을 만나거나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를 봐도 짖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물론 이 점도 시바견마다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봐도 짖음은 없는 편이다. 시바견들이 입질이 심해 놀 때도 입을 쓰며 노는데 심지어 그럴 때조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보고 있으면 간혹 웃음이 터진다.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고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나운 표정으로 놀면서 소리는 하나도 내지 않는 상황. 상상만 해도 웃기다.털이 많이 빠진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빗으로 털을 빗길 때마다 끊임없이 털이 빠지는데도 몸에 털이 남아 있는 게 신기했다. 털갈이는 365일 하는데 봄, 가을에 유독 심하게 한다. 그때만 되면 온 집안이 털 난리다. 청소기를 돌리고 돌아서면 또 털이 굴러다닌다. 돌돌이는 집안 곳곳 손이 잘 닿는 곳에 둔다. 혹시 없던 털 알레르기가 생길까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은 괜찮다. 시바견을 키우면서, 실외 배변은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다. 집에서 배변을 안 하니 냄새도 안 나고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맑은 날에도 하루에 3~4번씩 산책하러 나가는 게 쉽지 않은데 궂은 날은 어떨까? 365 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거나 장마이거나 한파가 몰아친다고 해도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나가자마자 배변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똥 자리도 가리는 탓에 비 오는 날이면 앞서가는 진저의 뒤통수에 대고 제발 싸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한다. 물론 실내 배변을 안 해서 좋은 점도 있다. 배변 패드 값도 안 들고 확실히 집에서 냄새가 덜하다.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도 아직 냄새 난다는 얘긴 못 들어 봤으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시바견 입양을 반대합니다회사에 있는 동안은 산책하러 갈 수 없어서 출근 전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한다. 집에 돌아오면 배변만 하러 잠깐 나갔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긴 산책을 한다. 물을 많이 마셨다 싶은 날엔 자기 전에 한 번 더 배변 산책을 나간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2년 가까이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습관처럼 하고 있다. 오히려 몸을 더 많이 움직일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키우기 힘든 만큼 시바견은 참 매력적이다. 반려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든든한 동반자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직접 키우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바견만의 매력이 있다. 그런 매력이 외적으로도 많이 느껴지는지 시바견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본다. 사람들이 시바를 키우고 싶다고 할 때마다 무조건 반대를 하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단점을 최악의 상황과 곁들여 이야기해준다. 그럼 열이면 열 다 포기한다. 그래도 키우고 싶다면 할 수 없지만 털 빠짐, 결혼, 임신, 취업, 산책의 어려움 등의 다양한 이유로 파양 당하는 시바견을 보면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사전에 견종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입양한 최악의 결과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나도 그랬지만 외모만 보고 입양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생명을 책임지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예쁜 외모에 빠져 충동적인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혹시 나의 글과 진저의 사진만 보고 시바견을 키우고 싶다면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시바견 입양, 난 반댈세! CREDIT글 사진 장성희에디터 이유경<너는 내 운명- 첫 만남, 그리고 그 후>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22 10:42:16
-
-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
-
제이와 가족이 되기 전까지는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는 견종에 대해‘듣보잡’이었던 견상궁.인터넷을 샅샅이 뒤져가며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에 대해공부하고 또 공부했었더랬죠.평생 가족을 결정하는 일이었기에,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헛짖음이 없다’, ‘단모종이지만 털 빠짐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에 대해 하시는 말이에요. 더불어 ‘집 안에서 함께 지내기 좋다’는 긍정적인 평이 참 많았답니다. 정보를 찾고 나자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는 견종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드디어 제이를 만나게 되었죠. 음..... 네, 헛짖음은 거의 없었어요. 털 빠짐도 없는 줄 알았답니다. 게다가 가족이 된 지 며칠도 안 되어 척척 배변 패드에 쉬야, 응아를 가리는 똑똑함까지! 정말 제이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죠.그다음 가족이 된 레이!그런데 레이는 도무지 가족들에게 곁을 주지 않았어요. 게다가 가족들이 집을 비울 때면 하울링을 하기까지 했답니다. 결국 특단의 조치로 레이와 함께 시끄럽고 소란스런 길 위주로 매일매일 열심히 산책을 다녔죠. 오히려 집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어느 정도 안정이 됐는지 하울링은 다행히 사라졌어요. 그리고 써니! 그런데 제이와 달리 써니는…. 잘 짖었어요.(웃음) 그것도 아주 우렁차게 말이죠. 멍! 멍! 멍!그래서 제 결론은, ‘견종이 가지고 있다는 특징 따위, 믿거나 말거나!’라는 거예요. 사람 역시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객관적으로 아무리 나열한들, 개개인의 성격까지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어요?각자도생(各自圖生)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세상 모든 생물들은 모두 공통의 요소들을 지니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각자의 성격들이 다 똑같을까요? 당장 ‘사람 종’에 속해있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를 떠올려봅니다. 나와 똑같은 성격의 인물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누구나 생각하듯, 그런 존재는 세상에 없습니다. 심지어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쌍둥이조차도 서로 성격이 다르죠.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리 견종의 성격을 궁금해하는 것일까요? 물론 저부터도 그랬지만 말이에요. 다들 각자도생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꾀순이 제이는 언제든지 자기가 가장 먼저 씹고, 뜯고, 즐기고, 예쁨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1인자’ 스타일이에요. 뭐든 제일 먼저 하려고 요리조리 눈치 백단으로 잽싸게 움직이죠.반면 멍순이 써니는 덩치만 크지 눈치 없기로 유명해요. 뭐든 일단 직진으로 뛰어들어 앞장서지만 늘 제이에게 선수를 뺏깁니다.마지막으로 얌전 떠는 레이는 뒤에서 요조숙녀처럼 세상 불쌍한 척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견상궁 눈길을 사로잡아 보려고 애쓰는 연기파! 이렇게 각자 성격에 맞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랑받을까?’ 궁리하면서 각자도생하고 있는 개순이들이에요. 안 아픈 손가락얼마 전 정수기 필터 교체해 주시는 분이 오셨을 때의 일인데요, 제주에서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키우는 분을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마침 다른 고객님 댁에서 같은 강아지를 본 적이 있다고 하시며 세상 얌전하다 칭찬을 해 주시더라고요.칭찬 한마디에 견상궁 어깨 뽕은 절로 수직 상승! 그러다 “세 마리나 있는데, 특별히 누가 더 예쁘고 그런 마음이 드는 녀석이 있나요?” 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그래서 “한 마리는 어렸을 때부터 키워서 정이 많이 든 데다 똑똑해서 예쁘고, 다른 한 마리는 아묻따(아무것도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예뻐서 예쁘고, 나머지 한 마리는 백치미가 있어서 예뻐요!”라고 했더니 0.1초 만에 써니를 보시며 “얘요?” 하시는 거 있죠?역시 숨길 수 없는 백치미를 가지고 있는 그녀를 단박에 알아보시더라고요.지금은 모두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었지만, 사실 서로에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힘들고 가끔은 귀찮기도 하고 가끔은 속상하고 가끔은 즐거우며 또 가끔은 행복하죠.그렇지만 셋 다 깨물어도안 아픈 손가락들이랍니다.굳이 세게 꽉 깨물 이유가 없잖아요?
성격이요?“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성격이 어때요?”누가 물으신다면 이제는 정. 확. 하. 게. 말씀드리려고 해요.싹~ 다~ 달라요. 하지만 보호자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또 달라지겠죠. 당시 10개월, 한 번 쓰담 쓰담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간식으로 유혹했건만, 절대 곁을 주지 않던 레이.또 처음엔 단 1초도 제 품에 안겨있지 못하고, 그 맛있는 간식도 먹을 줄 모르던 써니와 허둥지둥하던 우리들. 많은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지금은요? 다들 엄마 껌딱지들이죠. 각자의 성격들을 잘 파악하고 함께 맞춰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바늘과 실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오늘도 각자 개성 있는 성격의 소유견들은 견상궁 옆에 자리 잡고서는 눈맞춤하고 있답니다.간식 타임을 기다리는 거겠죠?(웃음) CREDIT글 사진 김윤정에디터 이혜수<견상궁 수발라이프-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22 10:40:47
-
-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
- 반려견과 함께하는 것은 단순히 '가족을 만든다'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엔 내가 느루를 일방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느루가 내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 출산한 아이와 새로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 느루가 버거워하지 않도록,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바쁜 일 중독자를 만나다남편과 나에게는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혼 전 부산으로 데이트를 갔을 때 어떤 한 카페에 여러 가지 순우리말들이 적혀있었다. 단어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중 유독 ‘느루’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 그 당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갈팡질팡하던 시기였던 터라 느루라는 단어가 가진 뜻이 내게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때 남편과 ‘나중에 우리가 결혼해서 반려견을 키우게 된다면 순우리말로 이름을 짓자’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결혼을 했고, 지금의 ‘느루’를 만날 수 있었다.결혼 후 우리는 매일 함께할 반려견을 어디서 입양하면 좋을지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우리는 함께 삶을 공유하며 추억을 쌓아나갈 견종부터 정하기로 했다. 다양한 활동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러 아웃도어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견종을 원했다. 우리는 결국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견종인 ‘보더콜리’를 선택했다. 초록색 창에 보더콜리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문구가 있는데 바로 ‘가만히 있지 못해 언제나 바쁜 일 중독자로 불리는 개’이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소형견인 몰티즈를 13년 키운 나는 나름 강아지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자만이었다는 것을 일 중독자 보더콜리인 느루를 통해 깨달았다.
순우리말 ‘느루’는나와 함께하는 반려견의 이름이다
아무것도 몰라요독립해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반려견을 키운다는 설렘에 인터넷을 이리저리 찾아보기를 3개월. 어떤 한 블로그에서 느루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시부모님이 키우시는 보더콜리가 마지막 3번째 출산을 했는데 이미 반려하는 강아지가 많아 다 키울 수 없어 분양을 보낸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었다.그 당시 부모견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란 반려견을 원했던 남편과 나는 따뜻해 보이는 시골에서 엄마 강아지와 함께 있는 사진 속 느루를 보고 서둘러 전라남도 강진으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 느루를 만났는데, 막상 엄마 강아지를 보니 애지중지 기른 새끼를 모르는 사람인 내가 갑자기 데려가는 것 같아 미안했다.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느루를 데리고 오는 길의 차 안 공기엔 막중한 책임과 무거운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낑낑거리는 느루를 안고 둘 다 말없이 서울까지 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듯 순진한 눈빛의 느루와 함께,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우리도 서울에 도착했다. 가족이 된다는 것보더콜리라는 견종은 가장 똑똑한 강아지 1순위로 잘 알려진 견종이다. 처음으로 중대형견을 키워보는데다가 보더콜리라는 견종에 무지했던 남편과 나는 꽤나 많은 공부를 해야만 했다. 느루가 6개이 될 때까지 우리는 가족이 되는 데 꼭 필요한 여러 과정을 거쳤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느루지만,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벽이나 물건을 이리저리 뜯어놓는 느루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 보더콜리를 키워보는 견주로서 서툰 점이 많았던 우리는 독 트레이닝 영상, 책, 수업까지 다양한 훈련 방법들을 찾아보며 하루하루 연습을 해나갔다. 그 과정들을 통해 나 또한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고맙게도 느루는 그 모든 훈련에 잘 따라주었고, 지금처럼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었다.CREDIT글 사진 김성은에디터 이유경<ALWAYS -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7 12:42:28
-
- Magazine C. 혈연이 아니어도, 내가 택한 가족
-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줄리아 카메론은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에서 글이란 마음을 담고 치유하는 그릇과 같다고 설파한다. 그는 남편인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불륜으로 이혼하면서 얻은 고통과 분노를 씻어내는 수단으로 글을 썼고, 그 안에서 무한한 치유력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면 좋은 글이란 미려한 문장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글이 아닐까.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지만,《고양이 순살탱》을 출간하며내면의 치유를 경험한 김주란 작가에게서 그 치유의 힘을 다시 본다.김주란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야옹서가의 첫 책 《히끄네 집》 출간을 앞두고 이신아 작가와 초고 자료를 함께 정리하러 갔던 제주 출장길에, 그 일대의 고양이 명소들을 돌아보고 귀경하던 참이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고단했지만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김주란 작가였다. 그와 연락하게 된 건,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스치듯 본 살구라는 고양이의 사진 때문이었다.▲한쪽 눈으로도 더없이 예쁜 표정으로 세상을 보는 둘째 살구한쪽 눈이 없는 고양이, 살구살구는 어렸을 때 한쪽 눈을 잃은 채 종이박스에 담겨 버려졌다가 작가에게 입양됐다. 하지만 첫날부터 첫째 순구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비장애묘인 순구와 싸워도 지는 법이 없을 만큼 당당했다. 게다가 남은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동그란 얼굴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이전 게시물을 거슬러 올라가 보호소 시절의 살구 사진을 보니, 작가가 얼마나 큰 사랑으로 살구를 돌봤는지 뚜렷하게 보였다. 성묘 입양과 더불어 장애묘 입양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작가를 찾고 있었기에, 김주란 작가를 꼭 만 나고 싶었다.그는 “한 번도 제대로 글을 써 본 적 없는데 책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망설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마음을 끌었다. 전문 작가의 글을 받아서 책으로 만드는 건 쉽다. 그러 나 그보다는, 서툴고 어설픈 ‘초보 집사’ 시절을 거치며 지금도 꾸준히 고양이에 대해 배울 자세를 갖춘 평범한 사람의글이 더 큰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다.▲순살탱 셋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작가작가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보니, 순구와 살구의 귀여운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던 작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는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오랜 기간 힘든 시절을 보냈고,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데도 딱히 치료법이 없는 섬유근통증후군이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사그러들지 않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순구와 살구가 주는 평안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노라고 했다. 아픔이 있는 고양이를 인간이 구원하는 것뿐 아니라, 아픔을 간직한 사람의 마음을 고양이가 치유하는 이야기도 함께 담고 싶었기에 흔쾌히 계약을 제안 했고, 2년간에 걸친 집필이 시작됐다.고양이 사진 일기도 작품이 된다흔히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 사진이라고 하면 세계의 풍광 좋은 장소를 찾아가, 자유롭게 놀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는 것을 상상한다. 물론 그런 고양이들만 모은 작품 사진도 멋있지만, 평범한 반려인이 가장 자주 보고 사진 찍을 수 있는 대상은 바로 곁에 있는 반려묘다.자칫하면 흔한 스냅사진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을 집고양이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애정과 시간이다. 마음을 다해 오랜 기간 고양이의 생로병사를 기록한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가족의 역사가 된다. 다행히 작가는 첫 고양이 순구를 만난 순간부터 거의 매일같이 사진을 찍었고, 모든 사진들이 중요한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고양이들 사진을 찍은 것은 물론이다. 특히 매일 올리는 인스타그램 글은 《고양이 순살탱》의 소중한 씨앗이 되었다.▲엄마 껌딱지 노릇을 충실히 하는 셋째 탱구작가의 첫 고양이는 펫숍에서 데려온 순구였다. 고양이를 하나도 몰랐던 시절, 한번 구경만 해 보려고 들렀던 길이었지만,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하얀 새끼 고양이에게 연민을 느껴 충동적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링웜에 칼리시, 허피스바이러스까지 감염되어 있던 순구는 첫날부터 아팠다. 펫숍에 연락을 때 “문 제가 있으면 교환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그제야 생명을 상품처럼 거래하는 펫숍의 현실을 직시했다고 한다.그리고 그때부터 작가는 ‘고양이 공부’를 시작한다. 동물단체 에서 왜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말하는지도 알게 되고, 순구 의 납작한 코와 짧은 꼬리가 스코티시폴드 간의 동종교배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전질환의 징후 중 하나라는 것도 깨닫는다.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자의 아픔을 이해한다둘째인 살구를 보호소에서 데려온 것도, 이미 다 큰 고양이인 데다가 한쪽 눈까지 잃어서인지 오랜 기간 입양되지 않았던 살구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작가는 점잖고 순한 순구와 매일 장난치고 싶은 살구-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고양이를 키우며 생명의 다양성을 알게 되었고, 고 양이들 덕분에 매일 웃을 일이 생겨 힘든 투병 생활도 견딜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안구가 형성되지 않아 한 번도 세상을 본 적 없는 탱구를 셋째로 입양한 것도, 시각장애가 있는 살구를 키우며 공부한 경험이 탱구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였다. 놀라운 것은,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탱구가 뛰어난 기억력과 청각을 활용해 온 집 안을 누비고 다닌다는 점이었다.장애를 이겨내고 명랑쾌활하게 살아가는 살구와 탱구를 보며, 작가 역시 알게 모르게 삶의 의지를 배웠는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저 존재하는것만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일까. 고양이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고양이의 사 연을 접했지만, 살구와 탱구의 사랑스럽고 당찬 모습은 “고양이 출판사를 시작하길 잘했어”라고 되뇌게 만들었다. 어쩌면 묻힐 뻔했을 지도 모르는 이들의 귀한 이야기를 책으로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세 고양이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포착해, 매일 같이 사진으로 보여준 작가의 힘이 가장 크겠지만.▲좀처럼 단체샷을 찍기 힘든 순살탱 세 고양이가 함께한 장면을 어렵게 찍어 보았다.고양이가 가르쳐준 큰 사랑부모님도 동생도 있었지만 늘 외로웠던 작가에겐, 순살탱 세 마리 고양이가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깊은 유대감으로 맺어진 가족이 되어주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이웃한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졌다. 제주에 유독 많은 유기견과 들개를 보면 마음 아파하고, 집 앞에 찾아오는 길고양이에게도 급식소를 열어 매일 밥을 챙겨주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주란 작가의 첫 책 《고양이 순살탱》은 고양이라는 존재가 한 인간을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산 증거가아닐 수 없다.한국 고양이의 날 11주년 행사가 열린 지난 9월 9일, 서울에서 작가를 다시 만났다. ‘물범친구’라는별명으로 익숙한 남편과 함께였다. 세 고양이가 준 사랑으로 충만한 작가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작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오랫 동안 숙제처럼 미뤄둔 작업인 내 첫 고양이, 스밀라에 대한 책을 하루빨리 완성하고 싶어졌다. 이제 열 다섯 살인 스밀라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이 이야기의 끝을 스밀라가 없는 장면으로 매듭 고 싶지 않아서. 좋은 작가는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김주란 작가 역시 내가 만난 ‘좋은 작가’ 중 하나로 오래 마음속에 자리매김할 듯하다. CREDIT글 고경원사진 김주란<아틀리에의 고양이 - 혈연이 아니어도, 내가 택한 가족>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2 15: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