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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2 15: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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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지 안아줄게
- 자몽이의 울음소리털이 없는 새끼 스핑크스 고양이를 위해 극세사 털이 가득한 담요를 준비했다. 새끼일 때 많이 안아주면 커서도 덜 ‘시크’하고, 사람과 잘 붙어 지낸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어서 우리는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아기처럼 자몽이를 담요로 감싸 안아주고 재웠다. 그렇게 일 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 우리는 자몽이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양이가 주로 울음소리를 내며 의사표시를 강렬하게 하는 경우는 배가 고플 때, 화장실이 더러울 때, 놀고 싶을 때 등이 있다. 그런데 자몽이는 한 가지 경우가 더 있다. 바로 ‘졸릴 때’이다.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신 후, 화장실 까지 다녀왔는데 엄청 서럽고 불쌍하게 우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졸리다는 표시다. 자몽이는 졸릴 때, 밥을 주고 놀아주거나 화장실까지 치워줘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저 아기 때부터 쓰던 극세사 담요를 가지고 와서 포근하게 안아줘야만 울음소리를 멈춘다. 내 품에 안기고 나서야 자몽이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잠이 든다.불편해도 괜찮아자몽이의 졸리다는 의사표시는 꽤 당혹스러운 순간에 찾아온다. 첫 번째, 나는 집에 있는 시간에 주로 공부를 하는데 자몽이는 그 시간 이면 내 의자 밑에 와서는 굉장히 서럽게 운다. 자기는 밥도 먹었겠다 충분히 여유로움을 즐겼으니 이제는 잠이 와 재워 달라는 것이다. 나는 담요로 자몽이를 안아 무릎과 책상 그 사이 적당한 곳에 두고 공부를 마저 한다. 체온이 높은 고양이를 극세사 담요에 감싸 안았으니 겨울엔 따뜻하지만, 여름이면 굉장히 덥게 느껴진다. 하지만 안겨 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 자몽이를 위해서라면 무릎과 허벅지에 흐르 는 땀 정도야 참을 수 있다.두 번째는 퇴근하고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는 순간에 온다. 우리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으면 자몽이는 굉장히 서럽게 우는데 처음에 는 배가 고프다는 신호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미 사료를 든든히 줬는데도 불구하고 울고 있으면 ‘아! 밥을 먹었으니 졸리다는 거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면 우리는 밥을 먹다 말고 주섬주섬 담요를 가져와서 자몽이를 왼팔로 안고 오른손으로 밥을 마저 먹는다.아직 아기가 없는 신혼집인데도 아기가 있는 집처럼 자몽이를 돌아가 며 안아 서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엄마 아빠의 왼팔에 안겨 있으면서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는 자몽이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밥을 먹다 가도 웃고는 한다.세 번째는 밤 10시쯤 남편과 내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때이다. 저녁 시간에 장난감과 열심히 놀았던 자몽이는 잠이 오는지 소파에 앉아있는 우리에게 와서 역시나 서럽게, 특히 밤에는 불쌍하게 운다. 그때 만약 우리가 TV에 정신이 나가 있으면 자몽이는 어느새 안방 침대 위 자신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짠한지 미안함이 마구 솟구친다. 그래서 우리는 자몽이가 울 때는 최대한 안아주려고 한다. TV를 다 보고 안방에 들어갈 때, 안고 있던 자몽이를 그대로 데리고 가 이불에 쏙 넣어준다. 그러면 ‘갸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이불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우리를 쳐다본다. 그 옆에 함께 누워 자몽이를 쳐다보면 편안함이 최고치에 달했다는 듯 자신의 베개에 얼굴을 대고 스르륵 깊은 잠이 든다.
이제 우리는 자몽이 곁을떠날 수 없었다.
안아줘야 잠이 드는 자몽이라서누군가는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습관을 잘못 들였다며 좋지 않은 말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구라도 ‘도도’한 줄로만 알았던 고양이가 졸음에 칭얼거리며 안아 달라고 다가오면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우리는 자몽이를 보며 미래의 아기는 안아줘야만 잠이 드는 버릇을 들이지 말자고다짐했다.비록 팔이 아프고 땀이 나며 밥을 불편하게 먹는다 해도 자몽이 묘생에서 행복한 일 중 하나가 안겨서 잠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몽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안아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머리맡 가장 가까운 곳에 누워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볼 수 있으며, 자기 전에는 얼굴 가까운 곳에서 굿나잇 눈인사를 건네주는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자몽이에게 말한다. ‘평생 네가 행복만 느낄 수 있도록 해줄게.’CREDIT글 사진 김성은에디터 이유경<스핑크스 자몽이 - 언제든지 안아줄게>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2 15: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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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꽃미남 뚱이
- 가을 꽃미남 뚱이
“뚱이야, 밥 좀 먹자 응? 제발.”애타는 나와 가족들의 마음을 모르는지,아니면 알면서도 몸의 통증 때문에 입맛을 잃었는지요즘 들어 뚱이는 도무지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세월 앞에서는우리는 새로운 사료를 찾고 과일 주스를 만들어 먹이면서 뚱이의 입맛을 되찾아 주려고 애를 쓴다. 사실 뚱이는 그 몇 개월 사이에 식사량 뿐만이 아니라 음수량도 줄어든 것 같다. 이제까지의 뚱이는 밥을 잘 먹고 물도 아주 많이 마시는 아이였다. 그게 16살의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게 만드는 동안의 비법 이었다.뚱이는 밤에 디스크 통증 때문에 아파서 잠을 못 자는 와중에도 씩씩하게 간식을 열심히 받아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을 못 잔 다음 날에도 아침 밥을 먹고 물 한 그릇을 뚝딱 먹는 고맙고 기특한 아이였다.그래서 아마 쓰고 맛없는 약도 버텨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 앞에서 약해지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식욕도 잃어가고 힘이 빠지고 성격도 변하는 건.프로 순둥이우리가 뚱이를 처음 만난 건 2월이었다. 펫시팅(pet sitting)으로 시작된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뚱이는 언제나 심장약과 디스크약을 먹고 있었고 가끔은 안약과 귀 약을 필요로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다른 강아지에게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려 본 적이 없고 마킹 실수를 해 본적도 없었던 순둥이 뚱이.허리 통증 때문에 항상 천천히 산책을 해야만 했고 그마저도 고작 세 발자국밖엔 못 딛을 때도 있었지만 제 자리에 한참을 서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낄 줄 아는, 그 짧은 순간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였다.어린 시절에는 나름 개구쟁이였다나?이런 뚱이에게도 당연히 어린 시절이 있었다. 보호자님한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그땐 말티즈 누나 ‘포피’의 ‘개구쟁이 남동생’이라는 역할을 제법 잘 수행했다고 한다. 식탐이 많았던 7kg의 뚱이는 2.4kg의 작은 체구의 포피 누나 밥을 뺏어 먹기도 했고, 때때로는 엄마의 무릎 위에 있는 누나를 밀어내고 엄마 무릎을 차지하기도 했다나.그러다가 누나가 작은 으르렁거림과 조그만 송곳니로 경고를 할 때면, 덩칫값을 못하는 쫄보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고 한다. 뚱이의 가족들에겐 뚱이와 포피는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힘이 솟는 오누이였지만 포피는 2년 전인 2017년에 홀연히 강아지 별로 떠났다고.그때는 누구도 포피를 보낼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는 말을 하는 보호자님은 지금도 때때로 포피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처음 만난 돼지고기란!뚱이는 어린 시절부터 알레르기 때문에 오리와 생선으로 된 사료와 간식만을 먹을 수 있었고, 또 나이가 들면서는 약해진 이빨 때문에 딱딱한 것은 먹기가 힘들었다고 한다.그러다 치료를 위해서 먹게 된 스테로이드 약 효과로 알레르기 반응이 줄어들어서 예전보다는 비교적 편하게 사료와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요즘은 입맛이 없어서인지 잘 먹으려고 하지 않았던 거였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며칠 전에 뚱이는 입맛에 맞는 습식사료를 찾았다고 한다.16년 견생에서 처음으로 맛본 돼지고기의 맛이란! 보호자님께서 보내주신 영상 속 뚱이는 그동안 알레르기 때문에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던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한 습식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우리는 뚱이가 오랜만에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면서 다 함께 안도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뚱이에게는 ‘뚱이’ 라는 이름이 제격이라는 생각과 함께.시간이 흘러도 뚱이는선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잃지 않았다
노란 스카프 두른 꽃할배보호자님은 뚱이가 노란 스카프를 두른 사진도 보내주셨다. 노란 스카프의 사나이. 10월 30일, 가을의 한가운데에 태어난 뚱이에게 노란 스카프는 그 누구에게보다도 찰떡이었다. 뚱이의 모색과도 잘 어울렸지만 무엇보다 절대 동안인 뚱이를 더 아기처럼 어려보이게 했고, 가을의 상징인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을 떠올리게 했다.그리고 야속하게도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 이제 완연한 가을에 머물러 있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꽃미남 뚱이의 16번 째 생일을 미리 축하하며, 17번째 생일도 노란 스카프와 함께 그리고 그 후의 생일에도 뚱이 특유의 해사한 웃음을 오래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한다.<가을 꽃미남 뚱이 - 예비 수의사의 일기>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CREDIT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 - STORY | 2020-06-10 16: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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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생, 함께 살아간다는 것 -아홉 비즐라 출산에서부터 육아까지(1)
- 공생, 함께 살아간다는 것 -아홉 비즐라 출산에서부터 육아까지-
루벤과 페티의 중성화에 대해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 건가끔 애견 관련 전시회를구경하러 다니던 중,우연히 접한 정보들 때문이었다.하지만 동물병원 선생님은루벤은 남자아이에 이미 성견이어서중성화를 한다고 해도 성격이나 성향,배변습관 등이 크게 바뀌지 않을가능성이 크다고 하셨다.그렇다고 여자아이인 페티를중성화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암컷을 중성화하기 위해서는 개복수술을 진행해야만 했고, 중성화 이후엔 대개 호르몬 변화가 급격해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 다반수라는 점 또한 마음에 걸렸다.그러던 와중에 암컷인 페티의 모성애를(호르몬적으로)해소해 준 후 중성화를 하게 되면 수술 이후에 오는 스트레스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소견을 들었다.‘그렇다면, 페티를 위해 새끼를 가지게 해 보면 어떨까?’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기에 고민의 무게는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지, 페티와 루벤의 새끼들을 보고 싶다는 가족들의 의견이 많았다. 특히 그건 아버지의 ‘평생의 소원’이기도 했다.결국 우리 가족은 ‘어렵겠지만 아이들을 다 키울 수 있겠다’는 결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서 계획하고 준비해야만 했다. 루벤과 페티를 한번이라도 만나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페티와 루벤은 서로 평생의 짝꿍이나 다름없다. 특히 루벤은 항상 페티만을 쫓아다니고 구애하는 그런 지독한 사랑의 주인공이다.2019년 초, 루벤의 끈질긴 구애에 힘입어(?) 페티의 뱃속에 아이들이 들어섰다는 기쁜 소식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갑작스러운 소식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페티의 임신소식을 지지해주고 축복해주기로 했다. 이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과 노력을 페티와 루벤에게 쏟는 것이 주인의 역할이자 가족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초음파의 미스터리 그리고 순산 준비임신 후, 페티는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다양한 건강검진들을 받았다.어느덧 임신 막바지가 다되었을 때쯤 찍은 초음파 사진에는 세 마리의 아기천사들이 페티의 뱃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게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세 마리가 아닌 아홉 마리가 태어난 지금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어이없는 해프닝이지만, 누가 그 상황에서 초음파 사진을 부정, 의심할 수 있었을까?우리도, 선생님도 당연히 ‘건강한 세 마리’라며 페티의 건강한 순산을 위해 축복해줬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페티의 출산 예정일은 3월 28일에서 4월 1일 사이였다. 예정일이 나오자 엄마는 24시간 케어를 할 수 있도록 안방 침대와 옆방에 안전울타리를 치고, 담요를 두 겹 세 겹으로 깔고, 여분의 수건을 몇 장씩 쌓아 두었다.그리고는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진통과 출산을 위해 깨끗이 소독된 의료용 가위, 명주실 세 가닥, 그리고 아이들에게 묶어줄 리본 등도 준비해 놓았다. 드디어, 출산3월 29일 오후 5시쯤, 페티는 배가 아프기 시작했는지 알아서 옷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놀랐지만 침착하게 물그릇과 담요 몇 장을 더 들고 페티를 따라 들어갔다.엄마는 페티의 곁에서 긴장한 페티를 달래주고 최대한 편한 자리에 긴징을 풀고 누워있도록 했다. 폐티 본인도 곧 아가들이 나오는 걸 직감했는지, 힘을 줬다 뺐다를 반복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고 한다.그렇게 진통을 견딘 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첫째 베리, (당시 빨강이, 또는 딸기라고 불렀던)눈이 조그맣고 눈썹이 진한 첫째 딸이 태어났다!서둘러 아기의 젖은 몸을 마른 수건으로 닦고 감싸서 페티에게 보여주고 나면, 페티는 아기의 태반을 먹고 나서 천천히 아기를 핥아주며 젖을 물렸다. 알려준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알아서 아기를 그렇게 잘 챙기는지….더 놀라운 것은 방금 막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눈도 뜨지 못한 채 기어가서 본능적으로 젖을 찾아 빠는지…. 그저 감동의 연속이었다. 첫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서 페티는 다시 진통을 시작했다.약 20분가량의 시차를 두고 둘째가 태어났다. 또 딸이었다. 주홍이, 지금의 루카가 꼬물이들 중 둘째로 태어났다.특히나 토실토실한 것이 꼭 다람쥐 같아서 ‘페티가 셋 중 둘을 건강히 잘 낳았으니 고지가 눈앞이다’라고 자만하고 있었다.그런데 어? 아니 잠깐, 아들이었다! 주홍이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다! 워낙 아기의 꼬치(?)가 너무 작고 명주실로 감아놓은 배꼽 매듭이랑 헷갈린 탓에 숙녀인 줄 오해했던 주홍이는 아들래미였던 것이다. “어~어~어~ 막내다!” 여섯 시 삼십 분 정도에 셋째 노랑이, 지금의 디올이가 태어났다. 휴, 셋 중에 가장 작긴 했지만, 바로 젖을 찾아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꼬물꼬물 기어가는 걸 보니, 이 녀석 똑똑하구나! 안심이 됐다.그제야 엄마는 방에 있던 나를 부르셨다. 혹여나 페티가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면 긴장이 돼서 새끼들을 안 낳으려고 참을까 봐 엄마는 최대한 일을 마무리하시자마자 나를 부르신 것이다.(참고로 그때까지만 해도 주홍이를 딸인 줄 알고 계셨다.(웃음)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아홉 비즐라 출산에서부터 육아까지 2편에서 계속됩니다)CREDIT글.사진 김주리에디터 이혜수<헝가리안 비즐라-공생, 함께 살아간다는것 : 아홉 비즐라 출산에서부터 육아까지 (1)>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6: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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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다난 릴케의 성장기
- 쿠이커혼제 릴케다사다난 릴케의 성장기-두 번째 이야기-
앞으로 평생 둥지가 될보훔(Bochum)으로 온 릴케는아빠의 곁에서 한 발자국도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만난 유일한 사람이아빠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공원에는 배변 봉투가 마련된 곳도 있지만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
새로운 환경과 릴케의 배변훈련릴케는 이미 집으로 오기 전에 마누엘라로부터 어느 정도 배변훈련을 받았다. 남편은 릴케의 배변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침실 대신 거실에서 생활 했다. 거실이 아무래도 정원과 가기 때문이었다.또, 릴케가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하도록 위층 계단 아래위에 안전가드를 설치했다. 열흘이 지나, 이층 침실의 침대와 같은 높이의 보 조침대 위에 릴케가 잠잘 수 있는 강아지 케이지를 올려놓았다.이 강아지 케이지는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쓸 수 있고, 운전석 뒷자리에 설치 할 수도 있기에 꽤나 유용했다.강아지는 절대로 자신이 자는 공간에서는 배변하지 않기에 취침할 때엔 이 케이지 앞뒤 쪽과 옆면에 있는 지퍼를 모두 닫는다. 그리고 릴케가 밤에 끙끙거리며 배변 하고 싶다는 사인을 보내면 얼른 강아지를 꺼내 안고 정원으로 가 볼일을 보도록 한다.강아지 사료와 하루 식사릴케를 데려오기 전, 우리 부부는 강아지 사료에 관한 오랜 토론 끝에 건식 사료가 아닌 습식 사료를 주기로 했다. 건식 사료의 경우 우리에게 편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해 강아지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습식 사료는 준비과정이 조금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거의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즐길 수 있다.손이 많이 가는 사료지만 강아지가 음식의 향과 맛 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첨가제가 건식 사료보다 현저하게 적게 들어가 있다.릴케는 간식을 제외하고 아침,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 하루에 총 240-300g의 음식을 섭취한다.릴케가 어려서 하루 세 번으로 나누어 음식을 섭취하지만 크면 하루 두 번으로 줄이도록 할 계획이다.강아지 병원 방문과 설사릴케에게 예방주사를 맞히기 위해 병원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릴케가 설사하는 바람에 하루 앞당겨 가게 되었다. 병원 의사인 헤르츠 박사님은 처음 부터 약을 주지 말고 우선 식이요법으로 개선할 것을 권장했다.처방전의 내용은 당근에 물을 섞어 간 당근 주스, 닭가슴살과 밥을 섞어서 하루 세 끼를 주라는 것이었다. 그 이외의 음식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서 간식으로도 닭가슴살만 먹였다.이 식이요법의 도움으로 우리는 릴케의 설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강아지 학교와 릴케의 일과릴케가 온 지 이주 뒤, 드디어 강아지 학교에 입학 하는 날이 되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한 시는 릴케가 다른 강아지들과 신나게 노는 시간이자 인내심을 배워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첫 시간에 릴케는 우선 목줄을 빼고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마음껏 뛰며 놀았다. 강아지 학교 덕분에 릴케는 우리가 두 번째 손가락을 치켜들고 ‘앉아’를 외치면 얌전히 앉을 수 있게 되었다.아침에는 릴케가 소변을 보도록 정원으로 데려간다.릴케의 아침 식사 후, 출근 준비가 끝나면 집 바로 뒤에 있는 공원에서 산책을 시킨다. 릴케는 공원에서 다른 강아지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배변을 보기도 한다. 때에 따라 릴케는 남편을 따라 회사에 따라가기도 한다.필자와 함께 집에 있는 날은 하루 다섯 번 이상 집 밖으로 나간다. 독일의 공원에는 배변 봉투가 마련된 곳도 있지만 따로 챙기는 것이 좋다.배변 훈련부터 학교 입학까지, 짧은 시간 동안 릴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릴케는 우리와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혹시나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 릴케가 어려움 없이 잘 놀고, 잘 생활하며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란다.CREDIT글.사진 이영남에디터 이유경<쿠이커혼제 릴케-다사다난 릴케의 성장기>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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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
- 크리스의 크리스마스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
크리스!!!급기야 터지고 만내 분노에 찬 목소리에,옆에서 함께 걷던 딸아이는품에 안긴 크리스의편을 들고 나섰다.“엄마, 크리스한테 그러지 마.다른 개들도 짖고 있잖아!”
사진 한 장 마음 편히 찍을 수 없는 너크리스는 산책하기 힘든 개다. 누군가 근처에 다가오기만 하면 상대방이 개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짖고 화내기 바빠서다.하지만 그 날은 크리스가 유난히 예쁘게 미용을 받았던 날이었고, 인형처럼 깜찍한 그 모습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나는 오늘만큼은 기필코 성공하겠다며 집에 있던 카메라까지 챙겨 들고 집을 나섰던 거였다.하지만 크리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작품 같은 사진을 찍기는커녕 제대로 된 산책을 하기도 어려웠다.물론 처음 입양을 왔을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만 그래도 ‘평범하다’, ‘산책을 즐긴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의 원인은 아마 사회성이 형성되는 주된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크리스의 경계가 너무 심해 인터넷에서 관련 글들을 나름대로 많이 검색해 읽어보았는데, 개의 경우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초기사회화’가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태어나고 1년이 되기 이전인 소위 ‘개린이’ 시절에 다른 이(사람이든 개든)들을 많이 접해본 개들이 성견이 되어서도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다.댓글란에는 ‘아, 진작 애를 데리고 다닐걸’, ‘너무 아쉽네요’는 식의 견주들의 한마디가 줄줄이 달려있었다.나의 경우에는 그런 후회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미 성견이 된 후 입양)이었기에 그저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주변을 무서워하는 걸까? 하고 크리스의 과거를 궁금해 할 뿐이었다.하루하루 새로운 크리스 육아.“양치질은 어떻게 시키나요?”“아, 정말 전혀 몰랐어요. 수영을 시키면 좋다구요?”“연어는 얼마나 자주 먹이세요?”
SNS에는 자신의 육아법을 공유하는 이들이 참 많다.소위 ‘내 새끼 육아법 자랑’이 범람하고 있는 이때, 보기 드물게(?) 스스럼없이 남들에게 육아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한없이 자신의 육아법을 자책하기도 하는, 적어도 내가 알기론 보기 드문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는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다.딸 육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내가 ‘크리스 육아’에 있어서 만큼은 남들에게 조언을 아낌없이 구하게 됐다. 아마 그 까닭에는 성견이 된 후 반려견을 들인 데서 오는 어려움 탓이 클 것이다.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산책을 즐기지조차 못하는 겁 많은 크리스. 그런 크리스를 돌보는 일이 때로 힘들고 또 안타까워서.입양 초기에는 크리스 때문에 가족 간에 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했었다. 물론 지금은 우리 모두 크리스를 이해한다. 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다.‘고생해서 그런 거야’,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됐겠어’라는 말로 크리스의 성격적 결함을 보듬어주고 더욱 사랑하려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크리스의 사진을 제대로 찍기 어려운 것은 크리스가 좀처럼 내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를 않기 때문이다.처음 나섰던 산책에서 발도 딛지 않고 안겨만 있으려 하던 크리스는 이후 조금씩 발을 내딛게 된 후에도 절대 나를 앞서가는 법이 없다.몇 발자국 앞서는가 싶으면 이내 화들짝 놀라며 내 뒤에 숨어버리고, 조금만 불안하면 빨리 안아달라고 성화다.그래서 크리스를 바닥에 내려놓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진첩에는 바닥에 내려둔 크리스가 부리나케 나를 향해 돌진하는 흔들린 사진만 한가득이다. 강아지를 입양하신다구요? 글쎄요처음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을 때, 그 결심을 주변의 ‘반려인’들에게 먼저 털어놓았었다. 당연히 나 역시 ‘반려인’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을 그들 또한 환영해주기를 기대해서였다.그런데 뜻밖에도 미적지근하거나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서 낙심했던 기억이 난다. ‘개 좋아하는 줄 몰랐네’라거나 ‘딸도 좋대? 왠지 같이 키우기 힘들 것 같은데’같은 답들이 대부분이었다.그때는 정말 섭섭했다. 내가 개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어릴 때부터 유기견 입양소를 차리는 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면접이라도 보듯 털어놓아야만 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원망스럽기도 했었다.하지만 크리스의 여러 ‘단점’들 때문에 때때로 벅차고 힘든 지금, 그들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 그건 개를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더구나 상처가 있는 아이를 품고 돌보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을 것이다.나 역시도 누군가 갑작스럽게 개를 기를 거라고 하면 일단 반대하고 본다. 입양 아닌 분양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누구든 눈만 마주쳐도 컹컹 짖어대는 통에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나는 때때로 크리스로 인해 ‘진상’이 된다.낮에 산책을 나서면 행여 누군가 다가오기라도 할까 30초에 한 번꼴로 긴장을 하고, 밤에 산책을 나서야만 비로소 거리를 마음껏 달린다.차를 타면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심한 공포감을 드러내며 낑낑대기 때문에, 우리는 크리스를 직접 품에 안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때문에 함께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이 우리 가족에겐 꽤나 어려운 일이라서 한여름에도 우린 남들처럼 휴가를 떠날 수 없다. 앞으로 점차 나아질 크리스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생각이지만, 일단은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너를 사랑한단다. 크리스.CREDIT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크리스의 크리스마스-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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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
- 워너비 밤요남매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시원한 계절의 소식을 알리는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했다.드디어 가을이 온 것이다.공기가 선선해지자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기가한결 편해졌다.이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듯,한적했던 공원에는꽤나 많은 친구들이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갸우뚱, 내가 뭘 잘못했나요?가을 소식을 서로서로 알리듯 풀 향기도 맡고, 오랜만이라며 서로 왕왕 짖으며 개구지게 장난을 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하지만 마냥 즐거운 시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큰 개 한 마리와 조금은 작은 개 한 마리를 함께 키우고 있는 나는 밖에 나가면 가끔은 무례한 말도 듣기도 한다.처음엔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덤덤해지고, 이제 나는 경계의 날을 바짝 세운 채 마치 미어캣처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면서 불안한 산책을 할 때가 많다.“어휴~ 무서워!““어머머, 너무 크다!“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와 마주치기라도 한 듯, 공포감이 서린 얼굴을 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곤 허겁지겁 자신이 데려온 작은 친구를 들어올려 나와 내 반려견 곁을 스쳐 지나간다.처음엔 그 작은 친구가 ‘다른 반려견한테 민감한 편인가?’ 싶어 무심히 지나갔지만, 이내 다른 강아지들과 내 반려견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고선 안타까운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왜 그럴까? 해맑게 웃으면서 공원 냄새를 킁킁 맡고 즐거움을 표현하는 내 반려견을 무섭다며, 작은 친구를 허겁지겁 들어 올려 도망가듯 뛰어가는 사람들.그 뒷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반려견은 그저 의아하게 갸우뚱 쳐다볼 뿐이다. 밤바요다는 무서운 아이들이 아니에요당연히 리드줄 없이 뛰어놀 때, 애견 운동장을 분리하는 건 이해 할 만하다. 체격부터 힘까지 소형견과 대형견은 너무 다르기에 어울리기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게 아니라 반려견에게 리드줄을 연결하여 통제가 가능한 공간, 반려인 비반려인이 구분 없이 매너를 지켜야 하는 산책로에서 들려온 차별적인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남편과 매일 같이 다니는 산책로에서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었기에 어느 날은 장난처럼 ‘인종차별에 이어 견종차별 당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왔을 정도다. 보통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건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큰 개에게 유달리 공포감을 느끼시는 분도 많고, 개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말 속상한 건 똑같이 반려견을 키우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단지 덩치가 크다고 그런 차별성 발언을 쉽게 내뱉는다는 것이다.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곧 잊어버리겠지만, 어떤 단어들은 내 머릿속을 맴돌며 오래 마음에 남을 때도 있다.우리 아이들은 덩치가 크고 싶다고 선택해서 태어난 존재도 아니고 차별받아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덩치 큰 친구들 역시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똑같이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어느새 완연한 가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온 만큼 밖에서 강아지 친구들을 만나기도 더욱 쉬워졌다.늘어난 친구들의 숫자만큼이나 반려견 관련 사건 사고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때문에 보호자들도 보다 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꽤나 예민해진 사회다.당연히 지켜야 하는 ‘펫매너’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의 매너도 함께 지키며, 조금이나마 발전된 대한민국 반려동물 문화가 어서 정착되길 바랄 뿐이다.CREDIT글.사진 최소희에디터 이혜수<워너비 밤요남매-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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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함께여서 행복한 매일
- 몽글몽글 모찌너와 함께여서 행복한 매일"전문: 고구마 먹는 걸 좋아하고,양말 물어뜯기를 좋아하고강아지 친구들도 고양이 친구들도너무너무 좋아하는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모찌’를 소개합니다!"너를 만나기 전2017년 9월 13일, 모찌와 내가 가족이 된 날이다.모찌를 데리고 오기 전, 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괜찮을까? 나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는 걸까?’ 반려견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테지만, 정작 내 문제가 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3개월밖에 안 된 새끼 강아지를 키워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니, 그것도 그것이지만 한 생명을 오롯이 책임지는 일에는 큰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강아지를 기르는 지인들은 주변에 아주 많았고 그들로부터 반려견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장에라도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충동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과연 현재의 나는 이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었는지, 나는 정말로 반려견을 들일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그렇게 이리저리 고민하다 보니 어느덧 6개월 넘는 시간이 훅 지나가버렸고, 긴 고민 끝에 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모든 게 설레고 서툴렀다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모찌가 우리 집에 오기 전, 나는 모찌만의 공간을 만들면서 ‘이건 좋아할까?’ 저건 좋아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음식명을 따 이름을 지으면 오래오래 장수한다는 사람들의 말대로 나는 강아지의 이름을 ’모찌‘라고 지었다.설렘으로 잠 못 자던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모찌가 집으로 오는 날이 되었다. 그 작은 몸으로 집 안 이곳 저곳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게 어쩜 그렇게 귀여웠는지!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한참을 모찌만 바라봤다. 혹시나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모찌는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대소변도 잘 가리며 천천히 적응을 잘 해주었다. 하지만 며칠이 되지 않아 일이 생겼다. 그 즈음 모찌는 새로 나는 유치 때문에 잇몸 부근을 많이 간지러워했었다.주변에 물어보니 강아지 껌을 주고 잘 지켜보면 괜찮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잠깐 다른 일 하는 사이에 모찌는 껌을 핥고 깨물고 가지고 놀다 보니 작은 껌 조각 하나를 그냥 꿀꺽 삼켜 버린 듯 했다.모찌는 갑자기 캑캑거리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깜짝 놀라 엉엉 울음이 터진 나는 ‘제발 아무 일 없게 해 주세요’ 하고 속으로 빌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단걸음에 뛰어갔다.하지만 병원에서는 모찌의 몸을 만져 보더니 ‘이상이 없다’고 하는 거였다. 그 사이 증상도 없어져서 괜찮은가? 싶어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10~15분쯤 있다가 또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집에서 가까운 병원은 이미 문도 닫은 뒤였다. 급한 마음에 나는 택시를 타고 24시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엑스레이를 찍은 뒤 검사를 하기 위해 모찌를 검사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초조하던지. ‘혹시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이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정말 다행히도 결과상에는 이물질 낀 것도 없이 깨끗하다며 괜찮다고 하셨다. 만약에 정말 기도에 걸렸거나 하면 오기 전에 잘못됐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하는 마음과 동시에 밀려드는 미안한 감정. 집에 돌아와 모찌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는데 이젠 모찌가 내 인생에서 정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 날은 정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함께여서 행복한 매일 모찌를 키우면서 행복이 정말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뭐 엄청나게 특별한 추억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함께 자고 일어나 모찌의 눈을 바라보며 ‘잘 잤어?’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 힘들거나 기쁠 때 서로의 곁에 서로가 있다는 것. 혹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공원을 함께 산책할 때와 같은 소소한 순간들마다 나는 행복을 느낀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면 참 좋겠다.혼자일 때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큰 아쉬움은 없었는데, 마냥 아기일 것만 같았던 모찌가 어느새 2살이 되었다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만 같아 아쉽다. 조금은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항상 하는 말이지만 오늘도 이렇게 말해 본다. 사고치고 장난쳐도 좋으니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옆에서 함께 해달라고.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말이다. CREDIT글.사진 심미진에디터 이혜수<몽글몽글 모찌-너와 함께여서 행복한 매일>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5: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