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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5: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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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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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도어 라이프
산책이 너무 재미없었다.아니, 정확하게는동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게너무 재미없었다.야외에서 10km 러닝은 하면서러닝머신 2km가 지겨워헬스장도 안 가는 내가 맨날같은 동네를 산책하다니........지겨워도 너무 지겨웠다.과연 나만 그랬을까?!코르키와 에코도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흙도 밟고 풀냄새도 맡고바람도 쐬고 싶지 않았을까?그래서 시작되었다.
난 산책이 너무 싫어!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웰시코기는 꼬리가 없어서 표정이 다양하다면서요?”웰시코기인 다섯 살 코르키와 세 살 에코는 여우처럼 큰 귀와 동글동글한 눈 으로 어찌나 자신의 심리상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지...좋을 때, 싫을 때, 귀찮을 때는 물론이고 특히 집안에서와 밖에서 보여주는 롤남매(코르키와 에코 는 유명 게임 ‘롤’의 캐릭터 이름입니다)의 표정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귀엽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어찌나 활동량은 또 대단한지, 웬만한 동네 산책으로는 롤남매의 에너지를 해소시킬 수 없었다.일이 바빠 산책을 건너뛰는 날 이면 메기 눈을 하며 째려 보기 일쑤였고, 조금이라도 산책이 부족한 날이면 밖에 주저앉아서 안 가겠다고 떼를 쓰며 버티는게 일상이었다.지나가는 사람들이 “집에 가기 싫구나?” 하며 웃으면서 갈 정도였으니……. 그러면 할 수없이 다시 돌아가 동네 한 바퀴를 더 돌아야만 했다.코르키와 에코는 내가 어디 나갈 채비를 하고 있으면 종일 졸졸졸 따라다니며 간섭하고, 혹시 자길 데려가진 않을까?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곤 한다.그 눈빛이 안타까워 어딜 나가도 일찍 들어오게 되고, 어딜 가도 롤남매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반려견 운동장과 수영장도 처음엔 재미있었다.보통 반려견 운동장에 가면 애들이 놀 때 앉아서 수다를 떨며 동 시에 다른 반려견들과 문제는 없는지,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먹진 않 는지 감시하고, 공을 던져주거나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내 몫이었다.물론 코르키와 에코가 너무 좋아했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너무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부족했다. 개들끼리 놀고, 개들만 수영하고……. 나도 같이 놀고 싶단 말이야!!!산으로 트레킹을 떠나다.어릴 적부터 바다보다 산과 친했던 나는 롤남매와 산으로 떠나보기로 했다.반려견 동반 트레킹 장소를 물색하기에 앞서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1 계단이 많지 않은 산 계단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등산 코스를 가본 적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흙길보다 두 배는 더 힘들다! 특히나 하산 중이라면, 힘들 뿐만 아니라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 웰시코기는 긴 허리와 짧은 다리를 가져 지속적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면 관절이 무리가 올 수 있으니 꼭 피해야 할 코스이다.2 국립공원이 아닌 곳 안타깝게도 아직 반려동물은 국립공원 출입이 불가능하다. 도립공원도 대부분 반려동물 출입 불가하니 사이트에 나와 있지 않다면 전화를 미리 해보는 게 좋다.3 이미 많은 반려견이 다녀간 곳 언제나 우리의 목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웃도어 라이프!’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미 반려견들이 다녀간 후기가 많은 곳이 좋다. 그래서 결정된 우리의 첫 트레킹 코스는 바로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민둥산이었다. 여느 산과 는 다르게 끝도 없이 펼쳐지는 정상의 드넓은 억새밭이 유명한 산이었다.그렇게 두 세 시간을 달려 달구지 마을에 도착했다.다행히 월요일이라 등산하며 보거나 만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산 전체를 전세 낸 듯 아무도 없이 고요했다. 롤남매는 말 그대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얼마나 좋은지 뛰고, 구르고, 주워 먹고..... 둘이 우다다다 몰려다니며 냄새도 맡고 바닥에 몸을 비비기도 하며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던 코르키와 에코.그 모습이 마치 놀이동산에 처음 가본 5살짜리 어린 아이들 같았다.나 역시 롤남매의 모습과 산의 풍경을 하나 하나 눈에 담으며 느긋느긋 천천히 올라갔다.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연과 초록 색은 넋을 나가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거기다 내가 사랑하는 롤남매와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해가 뜨고, 구름이 몰려오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1117m 민둥산 정산 구간.워낙 겁이 많아 언제 비가 올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 없던 광경.코르키는 가만히 앉아 계속해서 풍경을 둘러보았고,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에코는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가만 보면 동네 산책할 때와 똑같다. 코르키는 앉아서 사람들 지나 다니는 걸 구경하고, 에코는 그저 더 걷고 싶어 한다.롤남매 눈에는 이 풍경들이 어떻게 비쳤을까? 내가 느끼는 것만큼 황홀하고 아름다워 보였을까?난 사실 겁이 무지 많다. 떠날 때까지만 해도 혼자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다.하지만 아무도 없었던 산을 코르키 & 에코와 걷기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두려움이 사라졌다.‘기다려줘!’ 하면 쪼르르 뛰어가다가도 기다리고, ‘언니 힘들어’ 하면 옆에 와서 발걸음 맞춰 걸어주는 이 작은 친구들을 보면서 오히려 든든하고 행복했다.우리의 문밖의 삶은 계속 될거야!그렇게 첫 트레킹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리는 선자령, 오서산, 어 비산, 축령산, 청계산 등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함께 누비고 다녔다. 산에서만큼은 척하면 척!내 작은 사인에도 코르키와 에코는 귀 기울여 따라주었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었다.트레킹을 하며 힘들 때도 있고,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였기 때문에 10km도 거뜬히 걸을 수 있었고, 매번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머리에 담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코르키 나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 관절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더 이상 10km 가량 되는 긴 트레킹을 하거나 가파른 산에 올라가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래서 요즘은 롤남매와 국내여행, 캠핑 혹은 물에서 할 수 있는 엑티비티를 많이 즐기고 있다.함께 한강에 나가 스탠드업 패들 보드(SUP)를 타기도 하고, 홍천강으로 나가 카누를 타기도 한다.누군가에게는 단지 강아지일 수 있지만, 나에겐 가족인 코르키와 에코에게 계속해서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오랫동안 함께 즐기고 싶다.CREDIT글.사진 한민혜에디터 조문주<아웃도어 라이프-문밖의 삶>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5: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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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ju Dog Life
보름 살이, 한 달 살이, 일 년 살이.제주 라이프에 대한 동경을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많아지고 있죠.저 역시 도시의 답답함을 벗어나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다는즐거움 때문에주말이면 짬을 내어제주를 바삐 오가던 1인이었습니다.그러다 우연히 제주로완전히 이사를 하게 되었고,지금은 제주 개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는이탈리안그레이하운드써니, 레이, 제이와제주를 즐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도시견도시견 시절,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워야하는 신세였다 보니, 평일 바쁜 출퇴근시간 짬을 내어 개린이들과 맘 놓고 산책하는건 엄두도 못냈어요.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주말 애견카페라도 나들이 갈라치면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든 견파에 맘 놓고 우아한 산책을 즐길 수도 없었더랬죠.가끔 시외곽으로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는 날이면 그나마 한적한 곳에서 우다다를 쬐끔 즐기는 정도였어요.늘 미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던 도시라이프 시절, 그나마 써니, 레이, 제이 셋이서 함께 있으니 서로 장난도 치고, 나름 의지하며 잘 지내고 있는 모습에 위안을 삼았죠.집 근처에는 차도 많이 다닐뿐아니라, 도로와 사람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반쯤 포기하다시피 지냈답니다.제주견그러다 견생 처음으로 제주 라이프를 즐기게 되는 기회를 얻었어요!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신나게 뛰놀 수 있는 초록초록한 잔디밭에 최고의 산책코스인 오름 천국까지. 우다다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제주의 매력을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답니다.제주에는 무려 360여개의 오름이 있는데요,설문대 할망의 설화에 의하면 할망이 한라산을 만들기 위해 흙을 옮겨 나르다가 치마폭 사이로 조금씩 흘린 흙덩이가 오름이 되었다고 하더라구요.전체 오름 중에는 일몰 명소 새별, 일출 명소 용눈이,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 가을 억새가 장관인 따라비, 효리네 민박에 나와서 유명해 진 궷물 등 사람들이 자주 찾는 오름들 뿐만 아니라 인적이 드물어서 탐방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오름까지 실제 오를 수 있는 곳은 280여 개라고 합니다.높으면 30~40분, 낮으면 20여 분 정도만 투자해도 정상에서 환상적인 제주의 뷰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름이에요.더군다나 긴 다리 죽죽 우다다를 즐기는 개너자이저들에게는 산책코스로 딱 안성맞춤이랍니다.써니, 레이, 제이와 견상궁은 제주개 라이프를 만끽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집 근처의 오름부터 하나씩 투어를 시작했어요.날씨가 좋아도 좋지 않아도 그 모든 순간이 언제나 아름다운 곳. 태풍이나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 날이라면 1일 1우다다를 즐기기 위해 수발상궁 모드를 풀가동하고 있답니다.제주 개 라이프를 시작하고 가장 변화된 점은, 일단 수발상궁 모드로 생활 패턴이 변하다 보니, 저절로 건강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함께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하루 적게는 3천보에서 많게는 5천보 가량을 매일 걷다보니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고 건강해졌다는 사실!그리고 도시개 라이프 때에는 발바닥 패드가 늘 거칠고 건조했는데요. 매일 코코넛 오일을 쏟아 붓다 시피 해도 잘 낫지 않던 건조했던 발바닥이 제주에 이사 온후로 몰캉몰캉 복숭아패드로 변해 있었답니다.내일은 또 개딸들 모시고 어디로 아침 일찍 수발행차를 나서볼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또 하루를 마감해봅니다. (웃음) CREDIT글.사진 김윤정에디터 조문주<견상궁 수발라이프-Jeju Dog Life>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6-10 14: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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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
- 너는 내 운명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
내겐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중대한 선택이 두 가지가 있다. 진저의 의사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주인이라는 이유로 대신해 준 많은 결정에 대해 때론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의 수많은 선택 중에 어떤 것도 진저를 먼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걸,작고 소중한 이 아이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선택, ‘사회화’진저는 어릴 때 정말 귀여웠다. 팔불출인 내 눈에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저의 존재는 예상한 것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산책을 시작하면서 진저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하거나 무턱대고 만지려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멀리서 달려오기까지 했다. 그 시기 진저의 유치는 바늘처럼 따가웠다. 티비에서 시바견에게 물린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던 때라 진저가 괜한 송사에 휘말릴까 걱정됐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진저를 안고 피해 다니거나 ‘만지지 마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양해를 구하지 않고 진저에게 손을 뻗는 사람들 속에서 한창 입질이 절정인 진저와의 산책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급기야는 멀리서 젊은 사람들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나는 진저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며 산책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견주가 지켜야 할 펫티켓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비(非) 반려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 또한 비 반려인일 때 강아지들에게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다른 반려인과 그의 반려견에게 얼마나 무례한 행동이 되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이었을까? 진저는 지금도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만지려고 하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예민함을 고쳐보려고 진저와 처음 만나는 지인들에게 간식을 이용해 친해져 보게끔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진저에게 낯선 사람은 아빠, 엄마가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기억된 걸까? 그래서 두려운 존재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 지금까지 진저를 아무렇지 않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때 당시에는 조심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진저의 평생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훈육방식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선택, '중성화’진저를 키우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강아지가 거의 필수적으로 하는 ‘중성화’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궁 축농증과 유선종양을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의 가능성을 막는 방법으로 중성화 수술을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성화를 너무 빨리 하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내 일이 아니다 보니 으레 강아지와 고양이의 중성화를 당연히 여겼지만 막상 내가 선택을 할 때가 되니 이것 또한 엄청난 고민이었다. 진저가 4개월 정도 되고부터는 다니는 동물 병원의 원장님과 중성화를 상담하면서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남편과 수시로 의논했다. 활동하는 시바 커뮤니티 카페에 다른 시바 견주들의 의견도 많이 찾아봤지만 정보를 많이 접할수록 반대로 선택은 더 어려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냐, 하지 않느냐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견주들이 반려동물 삶의 중대한 결정을 대신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내가 선택한 결정이 오롯이 이 작은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길 바라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을 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이 최고의 선택일까? 사실 중성화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다.CREDIT글.사진 장성희에디터 조문주 <너는 내 운명-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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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살으리랏 '개'
- 워너비 밤요남매 물에 살으리랏'개'
어느 날,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다. ‘하얀 백사장, 그리고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뛰놀면 어떨까? 뜨거운 태양 아래서 서로 물장난을 치면 얼마나 즐거울까?'그리고 곧 나는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첫 수영, 실패! 지금은 함께 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 바다란 바다는 다 섭렵하다 보니 내공이 쌓여 반려견과의 바다 여행 시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준비물도 준비물이지만 제일 큰 걱정은 "과연 밤바요다가 수영을 할 수 있을까?"였다. 대부분의 개들이 본능적으로 수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간혹 날 때부터 물을 무서워하는 개들도 있다고 하는데, 혹시 그런 경우는 아닐까. 모처럼의 바다 여행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기에 우선 수영을 가르치기로 했다. 동영상을 보면 반려견들이 멋지게 바닷속으로 다이빙도 하고 헤엄도 곧잘 치던데, 밤바요다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막연한 기대를 품고 집 근처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수영장에 처음 방문해 보았다.수영장 안에는 많은 친구들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멋진 폼으로 헤엄을 치고 있었다. 특히 밤바요다와 같은 골든 리트리버나 웰시코기들이 유독 활발하게 물속을 누비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 녀석의 리드 줄을 잡아 끌었다.처음 본 풍경이 신기하긴 했나 보다. 요리조리 발을 열심히 놀리며 헤엄을 치는 친구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고 수영장 가까이에서 킁킁 물 냄새도 맡아 보기는 하지만 정작 발바닥은 바닥에 딱 붙이곤 꼼짝도 않는 밤바요다였다. 튼실한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물 쪽으로 유도해 봤으나 오히려 더욱 있는 힘껏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곤 "절대 안 들어 갈 거야!"라는 얼굴로 나를 마구 째려보는 거였다. 이게 아닌데, 내 상상은 밤바요다가 멋지게 풀장으로 다이빙하면 나도 같이 따라 들어가 하하 호호 더운 여름 시원하게 수영을 하고선 당당하게 돌아가는 거였는데. 어르고, 달래고, 잡으러 뛰어다녀서 겨우겨우 수영장에 데려다 놨지만 결국 그날 우리는 한여름 땡볕에 더위만 한껏 먹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유아용 풀장에서부터 시작하자"괜찮아. 무서울 수도 있지 뭐!"한 번의 실패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수영장도 깊은 물도 녀석들에겐 모두 처음이니 무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처음부터 무작정 수영을 시키려고 들기보다는 물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심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옥상에 유아용 튜브 수영장을 설치했더니 밤바요다는 마치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해가 저물 때까지 하루 종일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하는 게 아닌가.어느 새 완전히 물에 적응했는지 점점 과격해진 녀석들의 발길질에 얇은 유아용 튜브 수영장에는 금세 구멍이 숭숭 뚫렸다. 너무나 아쉬워하는 밤바요다를 위해 이번에는 좀 더 튼튼한 프레임 수영장을 구입해 보기로 했다. 이전보다 커다래진 크기에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이내 신나게 풀장 안에서 첨벙첨벙 발을 마구 휘젓는 것이었다. 집에서 많은 연습을 한 결과 녀석들은 이젠 완전히 물놀이에 재미가 붙었는지 장소에 상관없이 수영을 즐기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이빙 대회라도 연 것 마냥 앞다투어 수영장 안으로 멋지게 점프를 하는가 하면, 바다에 가서는 겁도 없이 파도에 맞서가며 힘차게 물살을 헤치고 나가기도 했다.바닷가 백사장에서는 나의 오랜 로망이었던 ‘나 잡아봐라’ 놀이도 하고, 바다에서 같이 잠수도 하고, 패들보드도 타면서 우리는 바다의 매력을 온전히 100% 즐기기 시작했다.처음부터, 하나씩지금 생각해보면 욕심부리지 않고 하나씩 천천히 스텝을 밟아가며 다가간 게 밤바요다의 수영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처음부터 무턱대고 물에 빠트리거나 겁에 질려 뒷걸음치는 아이의 엉덩이를 억지로 물가 쪽으로 떠밀면서 “헤엄쳐! 발을 움직여봐!“ 하는 건 어쩌면 놀이라기보다 트레이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그보다는 조금 천천히, 반려견의 속도에 맞춰서 ‘물이 있으니 즐겁구나!’라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끔 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나의 경우에는 바다 수영이었던 것처럼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인적인 로망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을 터,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상상일 뿐이라도, 천천히 반려견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꿈꾸던 로망은 현실이 되어 당신이 꿈꿔오던 즐거운 반려견과의 라이프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Wanna be VAMYO세상에서 제일 멋진 개린이! :) 골든리트리버 밤바 그리고 웰시코기 요다 그들이 만나 워너비 밤요남매!!!!!!!!!!!!!!!! 우리는 언제나 반려견문화를 응원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 - sns https://www.instagram.com/vamyomom/ http...www.youtube.comCREDIT글 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워너비 밤요남매-물에 살으리랏'개'>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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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처럼, 강아지 모드
- 예비 수의사의 일기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처럼,강아지 모드
짧은 만남이 가끔은평생을 함께할 친구로이어지기도 한다.우리 학교에도 유기견 보호소에서봉사활동을 하다가 만난소중한 인연이 있다.강아지 주인의 명랑한 성격을닮아서인지 예쁜 웃음을 지을 줄 아는강아지 '모드'의 이야기다.
짧았던 첫 만남으로 가족이 된 너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중, 유난히도 산책가기 싫어하는 강아지를 만났다. 온몸에 힘을 주고 버티며 다른 봉사자들을 거부하던 아이였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줄이 아닌 가슴 줄로 바꿔주자 순순히 보호소 밖으로 나왔고, 그렇게 발걸음을 맞추어 걸으며 함께 선선한 바람을 느끼는 게 그녀와 모드의 첫 만남이었다. “산책이 끝나고 보호소에 다시 돌아갔는데, 갑자기 덩치가 큰 수컷 강아지 세 마리가 달려드는 거야. 산책할 때도 수컷 강아지들이 계속 따라오길래 이상했는데, 그때 아마 모드가 발정 시기였던 것 같아.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날 온종일 내 품에 안고 있었는데, 집으로 혼자 돌아올 수가 없겠더라고. 보호소에 그 강아지만 따로 분리할 공간이 없었거든.그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들어서 내가 임시보호하겠다고 했지.”영화 속 주인공처럼 씩씩하게 이름은 영화 ‘내 사랑’의 여자주인공 이름을 따서 모드(Maudie)라고 지었다. 영화 속 모드는 몸이 아프고 아무도 그녀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존재다.그러나 모드는 전혀 불행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평생 동안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마지막 순간을 행복하게 보낸다.이렇듯 강아지 ‘모드’의 이름에는 영화 속 ‘모드’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모드가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병원에 데리고 간 임시 보호 첫 날, 모드는 2가지의 전염성 장염과 심장사상충을 진단받았다. 진단 결과를 듣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모드의 평생의 보호자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고.사상충 완치모드의 심장사상충은 그나마 다행히도 1기로 추정되었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주사치료보다는 장기적인 약물치료로 사상충을 잡기로 했다. 몇 주마다 반복해서 진행한 검사의 결과를 보며 그녀는 1년의 동안 절망과 희망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그렇게 1년 반이 지나서야 모드는 심장사상충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네가 연락 와서 모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말하자마자, 내가 심장사상충 완치 판정부터 자랑했던 거 기억나? 완치 판정받는 날, 딱 너한테 연락이 온 거야. 그 날 되게 기뻐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말하고 싶더라.”우리 모드 이제,건강하게 실컷 뛰놀면서 지낼 거라고!
힘을 내요 슈퍼파월! “사실 모드의 심장사상충이 완치되기 전에 자궁이 부어서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어. 너무 놀라서 병원에 급히 갔는데 수술을 해야한다는거야. 종양으로 이어지기 전에 발견한 거였어.근데 모드가 심장이 안 좋으니까 마취하는 게 많이 걱정되더라구. 아니나 다를까 수술 중에 호흡이 비정상적이었던 응급상황이 있었고, 그 때는 정말 너무 무섭더라. 함께 한 시간은 짧지만 모드는 내게 너무 소중한 가족이었으니까. 다행히 잘 깨어나서 지금까지 발랄하게 내 옆을 지켜주고 있네.”힘든 수술과 치료들을 하면서도 씩씩하게 지내는 모드를 위해 그녀는 바쁜 학교 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산책을 진행했다고 한다.그래서인지 유기견 보호소에서부터 다른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던 모드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뛰노는 강아지 친구도 생겼다. 산책을 할 때면 신이 나서 함박웃음을 짓는 모드의 모습은 학과 내에서 미술 동아리 회장인 그녀의 손을 통해 많은 사진과 그림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사실 모드와의 산책은 처음 시작은 온전히 모드를 위해서였어. 이론 수업이 끝나고 실습 수업까지 끝나면 너무 피곤하고 쉬고 싶었거든. 모드를 위해 늘어지는 몸을 일으켜서 나갔었지.근데 참 신기한게 모드와 산책을 하고 나면, 내가 힘이 나더라고. 그 덕에 기나긴 시험기간동안 새벽 공부를 하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모드와 함께 하면 없던 힘도 샘솟는다랄까.” 오늘도 모드는 그녀와 산책을 나갈 것이다. 길에서 만나는 다른 강아지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피어있는 꽃과 떨어진 나뭇잎의 냄새도 맡을 것이다.그렇게 걷다가 뒤돌아서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달려와 뽀뽀할 것이다.함께 해서 행복하다고.함께 해서 힘이 난다고.CREDIT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제원<예비 수의사의 일기-영화 ‘내 사랑’ 속 주인공처럼, 강아지 모드>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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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케와 만나기까지
- 쿠이커혼제 릴케-릴케와 만나기까지-
쿠이커혼제.네덜란드가 태생이며꽤 드문 종인 쿠이커혼제는16세기부터 회화에도 등장할 정도로긴 역사를 지닌 견종이다.쿠이커(Kooiker)라는이름에서 말해주듯네덜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오리 사냥에 활발히 이용되었다고 한다.
쿠이커혼제와의 만남 우리 부부가 쿠이커혼제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쿠이커혼제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를 가졌다는 점, 그리고 쾌활하고 순종적이며 온순한 성격을 지닌 개라는 점 때문이었다.이 견종은 한때 거의 멸종 위기에까지 처해 있었지만 쿠이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과 정성으로 다시 살아난 특별한 견종이기도 하다.하지만 쿠이커혼제는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 인기 있는 견종이라 분양받기가 쉽지 않았다.분양 합격 통지서를 받다 우리 부부는 쿠이커혼제를 전문적으로 분양하는 독일의 여러 기관에 지원서를 냈다. 지원서는 대략 A4용지 한 페이지 반의 분량으로 별다른 형식 없이 자유롭게 작성하게끔 되어 있었다.우리 부부는 지원서에 왜 쿠이커혼제를 분양받고 싶어 하는지, 우리 부부의 동물사랑, 직업, 생활 수준, 거주 형태, 반려견을 키우는 자세는 어떻게 되는지. 또 우리가 쿠이커혼제를 분양받으면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들을 정성껏 적어 제출했다.그 결과 모두 세 곳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데 대체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아서 당장은 분양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아쉬운 대로 우리 부부는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올해는 아마 힘들겠거니 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 한 곳으로부터 희소식이 왔다.우리 부부의 지원서에 감동하였으며 분양 시기가 되면 다시 연락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부부는 마치 입학이나 취직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것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릴케, 세상에 나오다 쿠이커혼제 분양사인 마누엘라로부터 강아지가 태어나기 위한 합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았다. 또 합방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어야 하므로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도 했다.모견인 제타가 드디어 임신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부부는 ‘드디어 우리도 반려견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얼마 뒤 마누엘라는 우리 부부에게 태어날 강아지들의 초음파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강아지들은 모두 둥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작고 여린 모습이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였다.이제부터는 그야말로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리 부부는 제타의 안정, 그리고 뱃속의 강아지들이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그리고 무사히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3월 26일, 드디어 우리의 강아지가 세상에 나왔다. 우리 부부는 강아지 이름을 이미 릴케로 정해두었다.릴케는 수컷 강아지로 두 마리의 여동생들과 함께 태어났다. 릴케를 당장에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참는 것도 배워야 하는 법.이제 막 태어난 어린 릴케는 모유를 먹으며 건강하게 잘 자랄 때까지 최소 2개월 동안은 반드시 다른 형제들과 함께 엄마 곁에 있어야 했다. 아빠와의 첫 만남 마누엘라는 우리 부부에게 릴케의 성장이 담긴 사진을 왓츠앱(일종의 메신저 앱)을 통해 수시로 보내왔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릴케를 두 눈으로 직접 보며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제타의 안정이 우선이었기에 꾹꾹 눌러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우리 부부는 그사이 릴케에게 필요한 침대며 식기 도구, 장난감 등등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릴케가 태어난 지 한 달째 되던 날, 드디어 릴케와 아빠가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날짜가 확정되었다. 남편은 릴케를 만나러 가기 일주일 전부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만남의 자리. 그곳에는 릴케의 다른 여동생들을 분양받고자 하는 가족도 함께였다. 릴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한다. 남편이 릴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날, 우리는 이전보다 더 릴케가 집에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집으로 드디어 릴케를 집으로 데려오는 날! 첫 만남이 있고서 다시 꼭 한 달이 지난 뒤였다. 마누엘라는 우리에게 릴케에 관한 증명서를 건네주었다. 그곳에는 릴케의 족보를 비롯한 동물 병원에서 체크했던 릴케의 건강 상태 및 예방주사 여부, 그리고 칩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마누엘라는 릴케와 릴케의 여동생들을 보며 잠시 눈물지었지만 릴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순히 아빠와 함께 차에 올랐다.한 달 전 만난 일을 기억하는 건지, 아니면 워낙에 붙임성이 좋은 성격인지 집에 가는 내내 릴케는 우리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며 별다른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집으로 데려온 첫날 릴케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으나 금세 활발하게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사실 릴케보다 남편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찰방찰방, 기분 좋은 물소리처음으로 마주한 커다란 소이제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어떤 곳에 가게 될까?그렇게 설렘으로 가득 찬 상상을 하며, 우리에게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앞으로 펼쳐질 릴케와의 하루하루가 무척 기대된다.<쿠이커혼제 릴케-릴케와의 첫만남>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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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를 유기한 당신, 쓸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크리스의 크리스마스크리스를 유기한 당신,쓸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를 굳이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크리스를 구조해오신 분에게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관계의 진전에 있어서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크리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사랑하는 이의 불편한 과거를 억지로 들추는 건 곧잘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도로 한구석에 묶인 채 발견되었다는 말만 구조 처로부터 얼핏 전해 들었다. 그게 내가 크리스에 대해 알고 있는 배경의 전부였다. 그럼에도, 크리스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동안 크리스는 모르는 성인 남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탈 때면 겁에 질린 채 필사적으로 컹컹 짖어댔다. 같은 장소에서 아이들이나 여자들을 마주할 때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이었다. 산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는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성인 남자들을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따라가려는 듯한 모순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를 보며 우리 가족은 ‘크리스를 유기한 전 주인은 아마도 성인 남자일 것이고, 크리스를 학대했지만 그럼에도 크리스는 그를 주인으로 생각했겠구나’ 하고 짐작했다. 크리스의 학대 사실에 대해 확신하게 된 건 이불과 벨트를 볼 때마다 나타나는 크리스의 반응 때문이었다. 크리스는 가족 중 누군가가 침대위를 정리하기 위해 이불을 양손에 잡고 펄럭거릴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갔다. 벨트에 대한 반응은 더 심각했다. 한번은 무심코 문고리에 걸어두었던 남편의 벨트가 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는데, 크리스는 째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더니 반나절이 지나도록 벌벌 떨며 나오지 않았다. 우리 집에 온 지 3년이 지난 지금, 예전처럼 예민한 반응은 보이지 않지만 벨트만큼은 아직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서로가 서로에게 이득인 사이 다행히 크리스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첫 번째 변화는 크리스의 외모에서부터 나타났다. 깊게 패 없어질 것 같지 않았던 눈물 자국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송보송한 흰털이 자리 잡았다. 늘 겁에 질린 듯 보이던 표정은 많이 편안해졌고,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도 사라졌다. 크리스는 이제 우리가 집 안에 있더라도 다른 방에서 혼자 태평하게 낮잠을 자기까지 한다. 달라진 건 크리스뿐만이 아니었다. 딸이 유아기를 막 지날 무렵, 매사에 조급하고 스트레스를 잔뜩 받던 나는 크리스를 들인 후 비로소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크리스를 만나기 전의 나는 정말이지 엉망진창이었다. 내게 있어 ‘열심히 산다’는 것은 ‘1분의 여유도 없이 산다’는 말과 동의어나 다름없었고, 닦달하는 사람이 없을 때조차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그래서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유기견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우습게도 가장 먼저 우려했던 점은 ‘산책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이왕 가족으로 들였으니 매일 산책을 해줘야 할 테고 집 앞 공원이라도 한 바퀴 돌고 오려면 못해도 하루에 한 시간은 날아갈 터였다. 처음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나로서는 개와 단둘이 매일 한 시간씩이나 굳이 시간을 들여 산책한다는 게 어려운 과업처럼 느껴졌다. 이렇듯 크리스의 견주가 되는 일은 내게 ‘시간 낭비해보기’라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줬다. 변화는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찾아왔다. 크리스와 산책을 할 때마다 나는 공원에서 마주친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젊은 부부나 노신사,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크리스를 바라보는 어린아이들, 또 이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견주들과 다양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반려견’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똑같았지만 대화의 샘은 이제 막 물꼬를 튼 것 마냥 그칠 줄 몰랐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런 만남을 언제부턴가 나는 ‘동네 개파티’라고 부르며 크리스만큼이나 산책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건 정말이지 엄청난 변화였다. 딸이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이든지 하나라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을 지니고 살던 나는 스스로를 괴롭혀 오던 시간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크리스가 내게 ‘여유로움의 미학’을 가르쳐 준 것이다.내게 온 뒤 크리스의 삶이 달라진 것만큼이나 나의 삶의 역시 이전과는 180도 달라졌음을 지금에 와서야 깨닫는다.크리스를 유기한 당신에게‘어떻게 이런 아이를 길가에 버릴 수 있을까?’
크리스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거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마주할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하지만 크리스를 유기한 그 사람을, 이제는 미워하기보다 불쌍하게 여기려고 한다. 크리스에게서도 이제 전주인의 그림자가 많이 옅어진 것 같다. 여전히 몇 가지 좋지 않은 습관은 남아 있지만 그마저도 우리 가족과 보낼 시간 속에서 하나둘 희미해져 갈 것이라는 걸 안다.유기견을 반려견으로 맞이하고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개를 유기하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더욱 싫어하게 됐지만 혹시라도 크리스를 유기한 사람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신에게 이 한마디만은 꼭 해 주고 싶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고들 하지요. 당신이 크리스에게 잊혀진만큼, 적어도 그 기억의 크기만큼은 꼭 쓸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CREDIT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크리스의 크리스마스-크리스를 유기한 당신에게>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4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