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20-06-10 14:33:11
-
[STORY]
STORY | 2020-06-10 14:32:37
-
[STORY]
STORY | 2020-06-10 14:31:37
-
[STORY]
STORY | 2020-06-10 14:31:03
-
[STORY]
STORY | 2020-06-10 14:29:55
-
[STORY]
STORY | 2020-06-10 14:29:02
-
[STORY]
STORY | 2020-06-10 14:28:07
-
- 삼색이 예찬
-
잉어처럼 화려한 무늬와새초롬하게 생긴 얼굴.내겐 늘 삼색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길냥이들 밥을 챙겨 줄 때에도,어디선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삼색 고양이가 나타나면눈을 떼지 못하고한참 동안 지켜보곤 했었다.
여섯째 고양이우리 집에는 치즈 태비 수컷이 세 마리, 고등어 태비 암컷이 한 마리, 크림치즈 수컷이 한 마리. 이렇게 다섯 마리가 살고 있었다. 모두 길에서 오게 된 갈 곳 없는 아이들이다.그래서 삼색이 로망은 항상 가슴 한 켠에 묻어둔채 다른 삼색이들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았었는데...어느 날, 아기 고양이의 수유 임보처를 찾는 구조자 분과 연이 닿았다.그렇게 작은 삼색이는 내 품으로 왔다.하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길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낳았는데, 그중에 몸이 약한 세 마리는 버려두고 떠났다고 했다.엄마를 꼭 닮은 파란 눈의 흰 고양이가 둘, 그리고 삼색이가 한 마리. 그렇게 세 마리의 수유 임보를 시작했다.파란 눈의 흰 아기 고양이들은 입양 문의가 많아 분유를 떼기도 전에 좋은 입양처를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색이는 입양 문의가 거의 없었다. 같이 태어난 자매들보다 유난히 몸집이 작고 설사가 잦았던 삼색이. 내 눈에는 제일 예쁜데 왜 입양문의가 없을까 속상해하고 있던 차에 남편이 삼색이 눈이 조금 이상하다며 병원엘 가보자고 했다.자세히 살펴보니 한 쪽 눈이 돌출되었나 싶을 정도로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볼수록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갔더니 그냥 선천적인 짝눈일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눈이 약한 것 같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눈이 불안한 아이를 입양 보낼 수는 없었다. 사실 나는 이 과정에서 조금 기뻤다. 나도 모르게 이 아이가 나의 여섯째가 되어야 할 이유에 대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렇게 짝눈의 삼색이는 ‘박하’라는 이름과 함께 우리의 여섯째 고양이가 되었다.삼색이 예찬오매불망 그리던 나의 로망묘 삼색이 ‘박하.평소 수컷 고양이들하고만 지내던 집사가 암컷 고양이, 특히 삼색이를 모시게 되면 그 애교와 섬세한 몸짓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다.물론 개묘차가 있겠지만 요 작은 삼색이가 없었다면 내 하루가 이렇게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박하는 나에게 소중하고 소중한 막내가 되었다.여섯째 고양이라니, 우리 괜찮을까? 하고 남편과 고민했었던 시기가 무색하게 박하는 지금까지 온갖 깜찍한 짓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내 품에서 분유를 받아먹던 시절, 수유 장소는 우리 부부의 침실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밤만 되면 박하는늘 침실로 들어오려고 애달프게 운다.본래 침실은 '고양이 출입 금지 구역'이었지만 삼색이 앞에서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랴. 현재는 매일 같이 잠들고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박하는 무척 예민하고 겁이 많은 성격인데 침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 보여서 우리부부는 침실에 아예 박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아마도 어릴 적 기억 때문이겠지. 박하에게는 고향 같은 장소이려나/코트에 따라 성격과 체형을 조금 예측할 수 있는 것이 고양이를 반려하다 보면 알게 되는 즐거움인데, 치즈들은 대체로 통통하고 느긋하며 뻔뻔할 정도로 능글맞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치즈 삼 형제가 그렇듯.삼색이 집사들은 입을 모아 얘기하더라. ‘삼색이들은 예민하고 섬세하며 애교가 많아요’라고.그 말을 듣고 보니 나의 삼색이, 박하는 참 삼색이 다운 그런 고양이다.삼색이를 로망하는 사람들 모두가 언젠가는 새초롬하고 섬세한, 그런 삼색이를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고양이가 될 테니까.CREDIT글 사진 장경아에디터 조문주<CAT'S LIFE-삼색이 예찬>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33:11
-
- haaAakkKKK!!!
- Black Hair「haaAakkKKK!!!」
날 본적 있나요?어때요, 불행한가
‘haaAakkKKK!!!’ 이라는 곡은고양이의 ‘하악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만약 내가 검은 고양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이 곡은이 한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안녕, 호박아! “어! 나왔다!"“(속삭이며)모르는 척 해. 깜짝 놀랄라."가족들은 아기 고양이가 혹시라도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못 본 척, 곁눈질로만 귀여워했다. 그리고 잠시 뒤, 어디에선가 까드득 까드득 밥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서야 우리 가족도 고양이 뒤로 빙 둘러앉아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양이는 ‘호박이’가 되었다.나는 호박이에게 최고로 좋은 가족이 되어주고 싶었다. 호박를 제대로 이해하고, 호박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또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호박이와의 사소한 순간들과 그때의 감정들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호박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쓰다듬다 보면,따뜻한 온기가 몸 안 가득 퍼진다.호박이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고롱거리며 대화했다.’‘문득 무서운 생각이 몰려와쉽사리 잠들 수 없을 땐호박이가 찰싹 붙어있는,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집중한다.’
이 밖에도 휴대폰엔 호박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금세 넘쳐났다. 찍어놓은 동영상으로 ‘선우정아 고양이벤트’에 참여해 상품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렇게 내 핸드폰 속엔 호박이와의 행복한 순간, 웃긴 순간, 슬픈 순간 등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이 수북히 담겨있다.도대체 누가? 왜 또 휴대폰 속엔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우리 동네엔 길고양이 급식소가 여러 군데 있는데, 날이 좋을 땐 서로 기대어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급식소가 길고양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햇볕에 반짝이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니까. 내 눈엔 이렇게 예쁘게만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가 보다. 몇 년 전, 온몸의 털이 하얗게 빡빡 밀린 데다가 군데군데 상처까지 난 검은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보자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도대체 누가? 왜?’ 옆에선 식사를 마치고 나온 아저씨 두 분이 어떤 못된 놈이 저래 놨냐며 쯧쯧 거리고 계셨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잠시 안쓰럽게 쳐다보고는 지나쳐갔다. 그 애 눈엔 모든 사람이 똑같아 보였을까. 도저히 그 기억을 흘려 보낼 수 없었던 나는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검은 고양이에 대한 미신을 알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는 단지 까맣다는 이유만으로 불길한 존재라고 여겨졌다고 한다.사실 검은 고양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은 마음대로 검은 고양이를 불길한 존재로 규정지었다. 어처구니없는 옛날이야기지만 한 가지 느꼈던 게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가 비단 검은 고양이만의 억울함은 아니겠다는 생각.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주 사소한 계기만 있으면 우리들은, 심지어 상대를 잘 알지 못할 때조차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손쉽게 판단해버리곤 하니까. 또 그렇게 불거진 오해를 바로잡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니까. 날 본적 있나요? 어때요, 불행한가‘haaAakkKKK!!!’ 이라는 곡은 고양이의 ‘하악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만약 내가 검은 고양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이 곡은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된다.당신은 날 마주쳐 불행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만약 당신이 편견으로 날 대한다면, 나 역시 당신을 할퀴고 밀어낼 것이라고, 더 날이 선 행동으로 당신을 경계하고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이다.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꼭 검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물론 호박이와 살며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에 대한 곡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내가 느꼈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보는 것이야말로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테지만, 그 뒤편에 자리한 어두운 부분들은 고양이에 관해 관심이 없다면 모를 테니까. 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두운 이야기로부터 눈을 돌리곤 하니까.나 또한 호박이와 함께하기 전에는 검은 고양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편견 때문에 억울한 오해를 받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곡 안에서 울부짖는 검은 고양이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울음 속에 담긴 깊은 외로움과, ‘나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검은 고양이의 목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OurR(아월) - haaAakkKKK!!! Official M/VOurR(아월) - haaAakkKKK!!! Official M/V Music Video Credit Directed by Kim Sunyou Assistant Director Jeon Boreum Gaffer Kim Deokgeun Camera assistant Kim Kyung...youtu.be CREDIT글 사진 홍다혜에디터 이혜수haaAakkKKK!!!>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ㅇㅇㅇㅇㅇ - STORY | 2020-06-10 14:32:37
-
- 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
- 세상에서제일 귀여운 고양이「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
2017년 이전, 나는 동물에게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강아지를 봐도별 감흥이 없었고 심지어 길고양이라면 질겁을 하고 도망갔다.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추천으로 인터넷에서 고양이 영상을 무심코 눌러 봤던 게 계기가 될 줄이야.
고양이가 주인 마중을 나오고 애교를 부리는 영상이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고양이의 이미지와는 완전 다른 모습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그 이후 나는 빠르게 고양이에게 빠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고양이 카페에도 가게 됐다. 들어가기 전에는 고양이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까 봐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그 어떤 고양이도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렇게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을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런 생각은 처음 해 본지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한 달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결국, 가족들과 상의 끝에 '리리'를 새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가족이 된다는 것 리리가 가족이 되고 난 뒤, 나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고작해야 2kg뿐이 안 나가는 작은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일주일에 한 번 방을 치울까 말까 했던 나는 매일 아침 쓸고 닦고 청소를 해야 했고, 화장실은 잘 가는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 처음으로 리리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가는 날엔 리리가 걱정이 돼서 울었던 적도 있었다. 어느덧 리리와 함께 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출을 할 때면 리리 걱정에 최대한 일찍 귀가하려고 한다. 막상 집에 돌아오면 리리는 늘어지게 자다가 부스스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데도 말이다. 어느 날은 리리의 한쪽 눈이 뿌옇게 되어 눈을 잘 못 뜨고 있어 바로 병원에 데려갔더니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포도막염은 단독으로는 잘 걸리지 않고, 주로 복막염의 합병증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복막염까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고 하셨다. 복막염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병이기 때문에 집사들에게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단어이다. 복막염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리리랑 함께한 시간은 고작 1년 남짓이었는데도 리리가 더 이상 없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흘러내렸다.2주 동안 여러 사례들을 접하다보니 오히려 걱정은 늘어나기만 했다.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리리의 상태를 체크했다. 걱정과는 달리 검사결과 리리는 복막염이 아닌, 단순 포도막염으로 결론이 났다.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달았다. 앞으로 또 어떤 해프닝들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리리는 소중한 나의 가족이기에 어떤 일도 함께 헤쳐나갈 것이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리리는 대놓고 애교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허나 밀당의 고수이자 어리광쟁이랄까.리리는 마중 냥이라 내가 집에 돌아오면 나를 졸졸 쫓아다니고 궁디팡팡을 해줄 때까지 주위를 맴맴 도는데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또 밥을 혼자 먹는 걸 싫어해서 밥 먹으러 밥그릇 근처로 갈 때면 꼭 야옹거리면서 사람을 부른다. 안 오면 올 때까지 애처롭게 운다. 사람이 온다 싶으면 그제야 엉덩이를 떼고 밥그릇을 향해 움직이는데 앞에 가면서도 뒤에 내가 오는지 안 오는지 힐끗힐끗 뒤돌아보며 감시한다. 또 엄청난 관종이라 식탁에서 엄마랑 아빠가 얘기하고 있으면 식탁으로 올라가서 얼굴을 들이밀며 쓰다듬을 강요한다. 리리가 식탁에 올라가면 펄쩍 뛰며 화를 냈던 아빠도 금은 리리의 애교에 무장해제되어 이제는 허허하며 웃고 마신다. 리리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가족에게 행복과 사랑을 준다.문득문득 리리도 우리처럼 행복한지 궁금할 때가 있다. 리리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집사인 내가 리리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배려해야겠다고 항상 다짐한다. 리리로 인해 우리가 행복해진 것처럼, 리리에게도 행복한 기억만을 남겨주고 싶다.CREDIT글 사진 윤현주에디터 조문주<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31:37
-
- 삶, 고양이로 가득 채우다
- 언제나 고양이삶, 고양이로 가득 채우다
포기도 빠르고, 뭐든지 쉽게질려 하는 성격 탓에새롭게 시작한 취미도 연애도금방 시들해지곤 했다.‘내가 과연 꾸준히 지속할 수 있을까?’염려하며 시작했던길고양이 밥 주기는어느덧 벌써 9년째에접어들고 있다.그렇게 길에서 시작된 고양이 사랑은현재 나를 6마리나 되는고양이를 돌보는 집사가 되게 했다.
나를 성장시킨 친구들 내가 처음 관심을 가진 건 길고양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밥 주기를 시작했다.간단하게 생각했던 밥 주기는 생각처럼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밥 주는 장소에는 ‘밥 주지 말라’는 경고장이 붙기 시작했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떳떳하게 주던 밥은 어느덧 눈칫밥이 되기 일쑤였다. 냉혹한 길고양이의 삶을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팠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 눈물을 토해내는 날도 생겨났지만 힘겹게 오늘을 살며, 날 기다리는 길 위의 친구들을 보며 책임감이 절로 생겨났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낸 후 밥을 먹으러 찾아오는 아이들의 모습에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꼈다. 철없고 이기적이던 나는 어느덧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니 해주고 싶은 것들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엔 ‘직접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처음에는 간단한 것들뿐이었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만들다 보니 저절로 실력이 쑥쑥 늘어났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주는 데서 오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성취감이 높았다. 그 덕에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귀여움을 통해 조용히 뒤에서 나를 다방면으로 성장시키고 있었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모찡찡모모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이상 무!(고,모,찡,찡,모,모,카:6마리 고양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말)
출근 시간 현관을 나서기 전의 나의 외침이다.다묘가정으로 살다 보면 수많은 일이 일어나곤 한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침, 공기처럼 조용히 내 곁을 맴도는 고양이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옷장이나 화장실 문을 닫아버린 적이 있었다.퇴근하고 돌아와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아이가 보이지 않자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는 듯했다. 온갖 상상을 하며 집 안을 뒤지다 우연히 열어본 옷장 안에서 자다 깬 부스스한 모습으로 날 바라보는 모습에 허탈함과 안도감이 밀려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때부터 출근 전이나 외출 전 현관을 나서기 전에는 주문처럼 항상 ‘6’을 외친다. 물론 돌아온 후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이상 무! (고.모.찡.찡.모.모.카 이상 무)는 버릇처럼 세어지고 있다.묘연? 그 알 수 없는 인연 글을 쓰는 동안 내 삶에 또 한 번의 변화가 일어났다.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니던 삼색 고양이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삼색 고양이 구조작전이 시작되었다. 건강검진과 중성화를 해주고, 회복될 때까지 돌봐주며 좋은 가족을 찾아줘야겠단 생각이었는데, 병원에 가니 녀석이 5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다고 했다.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이 머릿속에 헤엄을 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고 살아있는 생명은 제 명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집으로 들였다.병원에선 사람 손을 타지 않는 애라 검사가 힘들어 마취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데려온 삼색이는 사람만 보면 열정적으로 부비부비를 하는 엄청난 애교쟁이인 데다가 집에 있는 여섯 마리의 고양이들과 바로 합사가 될 정도로 사교성이 좋았다.이미 여섯 마리 고양이가 있지만 다들 엄마 바라기들이라 항상 외로운 남집사에게 삼색이는 집중 애교를 떨며 단숨에 남집사의 마음을 흔들어놨다.우리는 그 날 성묘인 삼색이가 입양이 되지 않으면 우리가 키우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보다 더 좋은 가족이 나타난다면 입양을 보내자고 말을 했지만 우리는 벌써 단비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며 자연스럽게 가족이 될 준비를 마쳤다.이제는 단비가 안전한 집에서 마음 편히 순산하기를 기도한다. 가끔 사람들은 묻곤 한다. 고양이가 늘어나면 힘들지 않으냐고.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힘들 땐 고양이가 한 마리 더 늘어나는 지금 이때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 하나둘 고양이들이 먼저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그때일 것 같다. <언제나 고양이-나의 삶, 고양이로 가득 채우다>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31:03
-
- 나의 사장님 이야기
- 바리스타 하맹이나의 사장님 이야기
노란 페인트가 묻은 손바닥을 목장갑으로 닦는다.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핸드폰이 울리며 ‘형수님’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고양이를입양하기로 한 날이다.
뿌리칠 수 없는 손길카페 개업이 코앞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형수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씻은 뒤 서둘러 부천으로 갔다. 지하철을 여러 번 환승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계단을 한 칸 한 칸 오르며 곧 만나게 될 고양이보다 카페 개업을 먼저 생각했다. 사실 어젯밤 형수님께 죄송하다고 말하고 입양을 취소하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피곤해서 까먹고 잠든 탓에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묵묵부답이다. 노크를 했다. 반응이 없다. 한참이 지나자 현관문이 열렸다. 습기가 느껴졌다. 샤워를 한 모양이다. 약속시간을 미리 말하고 왔는데, 슬슬 짜증이 났다.일단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었다. 주먹만 한 새끼 고양이들이 삐약거리며 울고 있었다. 꾸물거리는 고양이들을 보자마자 단숨에 카페 개업 스트레스와 분양자에 대한 짜증은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에게 다가가 검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코 옆에 치명적인 코딱지 점이 있는 고양이가 양발로 나의 손가락을 감쌌다. 검지를 타고 온몸에 온기가 도는 게 느껴졌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커다란 새 ‘토루크 막토’와 교감하듯, 나 역시 그 순간 어떤 강렬한 느낌이 날 훅 뚫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뿌리칠 수 없는 운명처럼 나는 하맹이와 만나게 됐다. 외면할 수 없는 눈빛카페에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에 선다. 하맹이가 쪼르르 따라와 날 바라본다. 그 눈빛에서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하고 깊은 감정이 느껴진다. 무튼 어렵사리 해석해 보면 날 혼자 두고 가지 마, 인간’ 정도인 것 같다. 나는 며칠 동안 아랫입술을 질끈 물고 그 애처로운 눈빛을 매몰차게 외면했다. 사실 카페에 함께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털이 날릴 테고, 유리잔을 깰 수도 있으며,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손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이유로 하맹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하지만 카페에 출근을 한 후에도 현관문만 바라보고 있을 하맹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장사가 잘 되어 몸이 바쁘다면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온종일 하맹이 생각만 할 만큼 카페엔 손님이 없었다. 나는 결국 5분 거리에 있는 집으로 단숨에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외면할 수 없는 하맹이의 눈빛을 보며 말했다. “그래, 함께 가자, 하맹아.”장사할 줄 아는 고양이손님이 없는 카페에 하맹이와 둘이 멍하니 앉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맹이가 나를 올려다보더니 입을 오물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사료값이라도 벌어 볼 게’ 정도를 함축한 말 같다. 그리고는 펄쩍 뛰어올라 창가에 자리 잡았다. 하맹인 창문을 통해 지나가는 손님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귀여운 고양이에 홀려 카페 창가로 몰려들었고, 창문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면 하맹이 역시 안에 창문에 손을 갖다 댔다. 손님과 하맹이 사이에는 창문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어떤 특별한 교감이라도 나누는 것 같았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었다. 그래 맞다. 처음 하맹이를 만나던 날, 내가 검지 손가락을 내밀자 하맹이는 양 손을 내어줬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손길이다. 홀리듯 카페에 들어온 손님들에게 하맹이는 카페 안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손을 주고 적당히 애교를 부렸다. 그리고 이내 나를 돌아보고 입을 오물거린다. “야,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거야.”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사장님께 드리는 작은 약속창문에 달린 작은 고양이 해먹, 우유갑 모양 스크래처, 이글루 화장실까지 카페는 나와 손님들의 공간이 아닌 오직 고양이 사장님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하맹이의 팬들도 많아졌다. 국적이 다양한 외국인 손님, 사진과 그림을 그려 선물해주는 손님, 츄르와 장난감을 사 들고 오는 손님도 있다. 덕분에 입에 겨우 풀칠만 하던 내가 가끔은 고기를 먹을 수 있을 만큼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오늘도 나의 사장님은 창가로 가 외면할 수 없는 눈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거부할 수 없는 손길로 인사를 한다. 내가 하는 일은 그저 사장님이 배고프지 않게 사료를 주고, 화장실에 양질의 모래를 깔고, 아름다운 털이 엉키지 않게 빗질을 해줄 뿐이다. 가끔 자투리 시간이 남는다면 사장님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약간 커피 공부를 하기도 한다. 카페 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11시다. 노곤한지 책상에서 곯아떨어진 사장님을 의자에 앉아 바라본다. 안쓰럽고 고맙다. 나는 자고 있는 사장님에게 작은 보은을 약속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연어와 참치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잘 자요, 사랑하는 나의 사장님 하맹.”CREDIT글.사진 양세호에디터 조문주<바리스타 하맹이-나의 사장님 이야기>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29:55
-
- 개냥이 마루
- HI MARU개냥이 마루
어릴 때부터 나는 고양이를정말 키우고 싶었지만,부모님의 반대로 키울 수 없었다.시간이 흘러 드디어나에게도 기회가 생겼고,신중한 고민 끝에 분양을 결정했다.그 후 보내주신고양이 사진들을 보는데꼬질한 모습의 한 고양이가자꾸 눈에 밟혔다.다른 고양이들보다 예쁘지도 않고딱히 뛰어난 것도 없었는데그냥 그 모습이 귀여웠다.그리고 그 순간 나는‘아, 운명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안녕 마루야“ 마루라는 이름은 원래 마루가 오기 전부터 정해놨던 이름이었다. 본가에서 기르는 강아지 이름이 하늘인데 하늘의 순우리말이 '마루'라는 걸 안 순간 다른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그래도 안 어울리면 다른 이름으로 바꾸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루를 처음 보자마자 ‘아 얘는 그냥 마루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마루의 하늘색 눈이 이름이랑 너무도 잘 어울렸다. 마루가 집으로 오기 전 일주일은 설렘으로 잠을 거의 못 잤던 것 같다. 잠이 들려고 하면 마루 사진을 한 번 더 보고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마루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번째 충격은 사진 속 꼬질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귀티 나는 마루의 모습이었고, 두 번째는 고양이가 처음 집에 오면 적응 기간을 며칠 줘야 한다는 정보와는 다르게 마루는 케이지에서 나오자마자 내 품에 폭 안겨 꾹꾹이와 함께 골골송을 불렀다는 사실이다. 마루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개냥이’다. 예전에 개냥이란 단어를 들었을 땐 ‘아 그냥 사람을 좀 잘 따르는 고양이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마루는 본가에 있는 하늘이 보다 더 ‘개’ 같다. (웃음)고양이는 까칠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친구가 집에 왔을 땐 마루가 하도 졸졸 따라다니면서 애교를 부리는 통에 친구가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로 잘못 분양받은 거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마루는 정말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한다. 과제를 하다가 마루와 눈만 마주쳐도 골골거리며 내 컴퓨터 위로 올라와서 결국 못 이기는 척 과제를 중단하고 마루랑 놀아준 적도 꽤 있었다. 바뀐 내 생활방식 살면서 강아지만 키워본 나에겐 고양이를 키우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높은 곳까지 점프해서 올라갈 수 있었기에 신경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하루는 일주일 전엔 못 올라가던 부엌 선반 위에서 음식 냄새를 맡던 마루를 발견했다.그때 나는 혹시라도 고양이에게 위험한 음식인 마늘을 먹은 건 아닌지 부랴부랴 입을 열어서 냄새를 맡아보고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아 전화했었다.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한숨도 못 자고 마루만 쳐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날 이후로 위험한 음식은 다 서랍 안으로 치워버리고 아주 높은 곳이라도 깨끗이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학업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등 때문에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잠을 자려고 눈만 감으면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이 떠오르면서 숨이 막히는듯한 느낌에 너무 피곤해서 눈이 감길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나 수면 유도제를 먹는 방법밖에 없었다.그런데 마루가 온 첫째 날부터 몇 년 동안 있었던 불면증이 하루 만에 거짓말처럼 없어졌다.마루는 내 어깨 쪽에 기대 자는 걸 좋아하는데, 그 보송보송한 털이 내 볼에 닿는 간질간질한 느낌과 골골거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잠이 솔솔 오기 때문이다.그 이후로 피곤하다 졸리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내가 12시쯤에 잠들고 8시쯤에 일어나는 건강한 수면 습관을 갖게 됐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런 식으로 낮잠도 많이 자게 됐다는 거다. 설레는 매일 마루를 만나지 한 달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마루가 없었던 날들은 기억이 안 날 만큼 마루는 내 인생에 소중한 존재가 됐다.맨날 늦잠을 자던 내가 혹시 마루가 배고프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침밥을 챙기려 저절로 아침에 일어나고, 한번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다던 엄마의 말과 다르게 마루가 새벽에 조그맣게 야옹 한 번만 해도 바로 깨서 무슨 일 없는지 살펴본다.생애 처음으로 내 택배 오는 거보다 마루 장난감 택배 오는 게 더 기다려지고 설레는 기분이 든다. 하루하루 쑥쑥 크는 마루를 보며 내일은 또 어떻게 달라진 게 보일까 기대하며 매일 아침 눈뜨는 게 설렌다.마루가 나에게 주는 설렘처럼, 나도 마루가 기대할 하루를 매일 만들어주고 싶다.CREDIT글.사진 한예림에디터 조문주<HI MARU-개냥이 마루>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29:02
-
-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다
- 장난감 가게의 틸대리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다
침대에 깨끗이 세탁한새 시트를 씌울 때면,틸다는 신나게 달려와온몸을 부비며침대에 털을 묻힌다.오죽하면 프로 방해꾼이라는별명이 생겼을 정도일까.덕분에 쉽게 끝나는 일이 없어의도치 않게 느리게 사는삶을 살고 있다.
귀여운 나의 스토커 우리 집에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엄청난 참견쟁이가 산다. 그것도 아주 복슬복슬 귀여운!이 스토커는 내가 밥을 먹을 때나 일을 할 때나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나를 졸졸 쫓아다닌다.그 귀여운 스토커의 정체는 고양이, 이름은 ‘틸다’다. 배우 틸다 스윈튼의 고유한 분위기를 닮았으면 해서 지어준 이름인데, 분위기는 닮았을지 모르나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왈패다.밥을 먹기 위해 밥상을 차리면 떡 하니 식탁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건 이미 익숙해졌다. 또 업무상 원단을 재단할 일이 많은데 원단을 펼치는 순간 그 자리는 곧 틸다의 침대가 된다.운동하려고 매트를 펼치면 슬금슬금 올라와 배를 깔고 누워버리고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끔은 틸다가 ‘너는 언제나 나만 봐야 해, 나의 허락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그녀의 매력은 틸다의 주특기는 바로 발라당 배 보여주기. 보통 고양이들은 배 만지는 걸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틸다는 정반대이다. 뱃살을 조물조물 만지고 있으면 더 만져달라는 듯이 발라당 뒤집어 눕는다.틸다의 배를 쓰다듬어주고 있으면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뒷다리를 내 팔에 턱 걸친다. 자기 마음에 들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배를 보여준다. 이 사랑스러운 기술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가끔은 틸다가 고양이 탈을 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듣고 싶은 말에는 온갖 애교와 함께 화답하고, 혼을 내거나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할 때면 안 들리는 척 무시하기 때문이다.이런 틸다를 보고 우리 엄마는 틸다가 3세 유아의 지능을 가진 것 같다며 농담 삼아 말씀하셨다.틸다는 간식 앞에서 ‘앉아, 손, 하이파이브, 예쁜 짓’이라는 개인기를 선보인다.그래서 똑쟁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사실 틸다는 어릴 때부터 식탐이 강한 고양이였기에 훈련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틸다의 이런 재롱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틸다재롱’을 걸어 개인기를 선보이는 틸다의 모습을 모아두었다. 이 밖에도 틸다가 알아듣는 단어들이 몇 개 있다. 주로 단어의 모음을 듣고 유추하는 것 같은데 ‘까까’의 ‘ㄲ’과 ‘츄르’의 ‘ㅊ’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동물들이 주로 먹는 것과 관련된 기억이 뚜렷하다 들었는데 틸다도 마찬가지다. 또 ‘안돼, 이놈’ 같은 부정적인 단어에도 반응한다.딱히 혼을 내거나 벌을 준 적이 없는데도 낮은 목소리로 ‘안돼!’, ‘이놈~’이라고 말하면 평소와 다른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로 야옹-하며 대답한다. 그리고 나선 혼내지 말라는 표정으로 내 다리를 몸으로 비비고 발라당 드러눕는다. 이런 똑쟁이. 서로가 서로의 사랑꾼 틸다가 집에 온 이후부터 나는 사랑꾼이 되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만지고 있어도 만지고 싶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에 마음 속 깊이 공감한다.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틸다와 야속하게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나와 언니는 재택근무를 택했다.틸다와 친해지고 싶어서 만들었던 장난감, 첫 생일을 기념하고 싶어서 만들었던 파티 모자는 우리의 브랜드 ‘로얄그로서리’의 시작점이 되었다. 나의 삶은 틸다로 인해 달라졌다. 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틸다로 인해 고양이는 나에게 단순히 세 글자로 정의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 그 이상의 영적 스승 같은 존재가 되었다. 고양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 자유롭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는 생활방식, 철없는 한량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여유 있게 걱정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다음 생에는 고양이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사랑을 보여주면 늘 그보다 더 크게 화답해주는 고양이 틸다.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어주는 너를 만나 참 다행이야. CREDIT글.사진 송지영에디터 조문주<장난감 가게의 틸대리-고양이와 사랑에 빠지다>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