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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3 10: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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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3 1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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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2 16: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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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12 15: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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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06 11: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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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06 11: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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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2-05 14: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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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픔을 안기에는 더없이 여린 포근이와 …
- 견생 2막아픔을 안기에는더없이 여린 포근이와 햇살이 한 박자 쉬고 들어가는 센터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팅커벨 프로젝트의 출입구에는 ‘강아지들이 놀랄 수 있으니 전화를 해달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전화를 걸자 곧 문이 열렸다. 취재진을 맞이한 이들은 황동열 대표와 두 간사, 그리고 격하게 반기는 15마리의 강아지들과 고양이였다. 센터에 있는 강아지들은 외부인인 취재진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고 손을 핥으며 애정을 퍼부었다. 짧은 인사 이후 이동한 방에는 전날 구조해온 새끼 길고양이와 시야가 불편한 노령견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도 두 아이는 전혀 우는 법이 없었다. 고양이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새삼 신기한 듯 사람들을 번갈아 보고, 노령견은 연신 목이 타는지 물을 홀짝였다. 저마다의 아픈 사연으로 센터에 들어온 녀석들이지만, 하나같이 천진난만했다. 그곳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취재진은 강아지들을 대하는 황 대표와 간사들의 태도를 보고 아이들의 친근함과 다정다감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센터에도 유독 ‘아픈 손가락’두 녀석이 존재한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노란 햇빛처럼, 온기를 안겨주는 포근이와 햇살이 이야기다. 시린 바람을 맞았던 날들황 대표가 포근이와 햇살이를 만난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언 날, 팅커벨 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한 이가 있었다. 긴 실직생활을 마치고 이제 막 운송업계 뛰어든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서울의 수색동과 서오릉이 이어지는 야산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추위에 벌벌 떨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제보를 받고 곧장 찾아간 그곳은 가시덤불로 가득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강아지들에게는 더없이 위험한 환경이었다. 가시덤불 한쪽에서 떨고 있는 포근이와 햇살이를 발견했다. 하얀 털을 갖고 있어야 할 몰티즈는 누더기를 입은 듯 새까만 털로 뒤덮인 처참한 모습이었다. 두 눈을 가린 무거운 털은 시린 바람을 맞고 젖은 흙바닥을 오갔던 수많은 아픈 날들을 짐작하게 했다. 강아지들을 구출할 당시에는 마땅한 포획장비가 없었다. 이동장 하나만 있었다. 하지만 가시덤불로 가득한 위험지대에 아이들을 놓고 올 수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구출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은 날씨가 무섭게 추웠다. 하루빨리 강아지들을 그곳에서 구출해내야겠다는 일념으로 황 대표와 중년 남성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햇살이는 금방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포근이는 가시덤불을 밟는 고통을 무릅쓰고 도망가 버렸다. 두 사람은 강아지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시야에 철조망과 구덩이 사이의 좁은 공간에 우두커니 서있는 포근이가 들어왔다. 지금 놓치면 영영 포근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직감을 느낀 황 대표는 입고 있던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포근이를 덮쳤다. 변수 안의 변수 팅커벨 프로젝트의 회원들이 애정을 담아 지어준 이름, 포근이와 햇살이. 두 아이의 시련은 외진 야산에서의 피폐한 생활이 끝이 아니었다. 임시보호 중이던 시기에 포근이와 햇살이는 홍역을 앓았다. 식욕이 감퇴하고 기운이 다 빠진 상태였다. 특히 포근이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그 증상이 심각했다. 아이들의 옆을 내내 지키던 황 대표는 포근이의 눈을 보며 “포근아, 일어나야지. 포근아, 밥 먹자. 포근아, 힘내”라는 말을 백 번이고 해주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좀처럼 기운을 내지 못했던 포근이의 눈동자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건네는 음식을 조금씩 받아먹었다. 2014년 5월경, 포근이와 햇살이는 두 사내아이가 있는 한 가정에 입양됐다. 이제 아이들의 행복한 나날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는 황대표. 하지만 한 달 뒤, 포근이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홍역 후유증으로 뒷다리가 마비되었기 때문이었다. 포근이는 서울 서초동을 오가며 한방 치료를 받았다. 신경과 관련해서 과학적인 의료보다는 한방 치료가 더 적합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두 달 동안 꾸준히 한방치료를 받은 포근이는 다행히도 후유증을 잘 견뎌내었다. 건강을 회복한 포근이는 다시 입양가정으로 돌아가 햇살이와 재회할 수 있었다. 따뜻하고 반짝일 나날들 2017년 6월, 포근이와 햇살이는 팅커벨 프로젝트 입양 센터에 재입소했다. 아이들을 입양한 가정에서 파양을 결정한 것이다. 한때 가족이었던 이는 두 아들 중 하나가 뇌염에 걸렸는데, 주치의가 뇌염의 여러 가지 원인을 나열하면서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소견을 내어놓았다고 전했다. 주눅 들었을 거라 예상했던 포근이와 햇살이는 신기하게도 몇 년만에 만난 황 대표를 보고는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아이들은 몇 년전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센터에 다시 들어온 그날부터 포근이와 햇살이는 줄곧 낯가림 없이 넘치는 애교로 모두를 기쁘게 해주고 있다.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상암동에 있는 공원에는 센터의 주최로 행사가 열린다. 포근이와 햇살이는 이 행사에 꼭 참석한다. 모두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좋은 두 친구는 많은 사람들과 신나게 뛰어놀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신나게 잔디 위를 뛰어노는 포근이와햇살이는 그 많은 아픔을 안기에는 버거운, 마냥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사연 없는 유기견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도 있기 마련이다. 황 대표는 두 아이가 꼭 한 가정에 같이 입양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포근한 햇살 같은 두 녀석은 이미 운명공동체이기에.? CREDIT사진 엄기태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3 10: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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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방년 17세
- 명랑 노견 생활기드디어, 방년 17세 뜨거운 힙합 스웨그를 지닌 나의 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혹시 이뿌니와 함께 보낼 마지막 여름 일지 몰라, 마지막 가을 일지 몰라 이뿌니와의 계절 놀이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거기에 노년을 함께 하는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긴 덕에 지난가을, 전에 없이 바쁜 ‘소풍 성수기’를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겨울, 뛰어나가 놀기에는 바람이 너무 차다. 산책하고픈 이뿌니를 위해 중무장을 하고 나가지만 그래도 인간인 나는 많이 춥다. 하지만 이제는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타협할 줄 아는 16년 지기 우리가 아니던가. 다행히 산책 비수기에도 실망치 않고 지루할 틈 없는 실내 생활을 만들어가는 우리 이뿌니. 사람으로 따지자면 증조 할아버지 격인 나이지만 영혼만은 아직도 뜨거운 힙합 스웨그를 지닌 나의 늙은 개는 오늘도 장난감을 입에 물고 온 집 안을 쌩쌩 달린다. 아, 물론 실제로는 ‘쌩쌩’보다는 조금 느린 달리기지만 말이다. 할아버지, 관절 삐그덕거려요. 좀 더 살살 뛰시라고요! 나이만큼 콩고물 획득 연륜도 겨울의 산책은 호기롭게 나갔다가 칼바람 맞고 혼쭐나서 돌아오는 일이 대부분이다. 늙은 개들은 특히나 추위에 관절과 근육이 위축될 수 있어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산책을 안 나가면 다른 집 노견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잠만 잔다는데 이뿌니는 아직 집안에서도 활력이 넘치는 편이다. 노곤한 잠에 빠져있다가도 내 기척을 금방 알아차리고 참견하겠다고 졸졸졸. 이뿌니가 좋아하는 배추나 무를 다듬고 있으면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겠노라 싱크대 아래 얌전히 자리 잡는다. 젊을 때는 앞발을 일으켜 싱크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스스로 사냥을 시도해보곤 했으나 관절이 약해진 다음부터는 직립보행 자세가 불편한지 먹이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을 택했다. 딱히 훈련시킨 적은 없는데 인간과 함께 산 16년의 세월이 스스로를 생각할 줄 아는 개로 만든 셈이다. 이럴 땐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한입 얻어먹을 확률이 높은지 경험치 대비 매 순간 탁월한 판단력을 발휘한다. 물론 뛰어난 연기력도 겸비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모른 척 눈감아주자. 이뿌니는 순간순간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살고 있으니. 장난감을 사주면 볼 수 있는 최고의 세레머니 노견 이뿌니에게 최고의 액티비티는 장난감 물기가 되었다. 제법 큰 에너지를 요하는 점프나 전력 질주 같은 활동적인 움직임은 관절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제 딴에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열량만큼을 소모하는 놀이를 찾은 모양이다. 물론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좋아하긴 했지만 나이가 든 뒤로는 마치 하루의 일과표를 정해둔 것처럼 규칙적으로 일정량의 시간 동안 늘 장난감을 입에 물고 있다. 한창때는 고무로 된 장난감을 물고 삑삑 소리 내길 좋아했는데 이빨이 많이 빠진 뒤론 취향이 달라졌다. 솜으로 속을 채워 입에 물기 폭신폭신한 봉제인형으로 완전히 마음을 돌린 것이다. 새로운 봉제인형이 집에 들어오면 이뿌니는 대번에 자기를 위한 것임을 알아차리고 잽싸게 달려와 입에 문다. 의기양양하게 새 인형을 물고 거실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침실로, 그리고 다시 거실로 이어지는 기쁨의 코스를 서너 차례 반복해서 완주한 뒤에야 끝이 나는 인형 전달식. 열이면 열 매번 같은 코스를 도는 세레머니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어쩐지 새 인형 값을 그런 식으로 이뿌니에게서 받는 느낌이다. 손님, 장난감 값보다 귀여움을 좀 더 많이 내신 것 같은뎁쇼. 하지만 그 귀여운 얼굴로 인형의 귀나 눈알, 다리를 잘근잘근 깨물어 씹어먹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개봉 며칠 뒤 성치 않은 상태로 발견되는 인형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다 미안해진다. 인형의 플라스틱 눈알은 대체 왜 빼먹는 걸까. 16년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개 한 마리 키우는 데 드는 품이란 코커스패니얼은 사람에게 무척 친화적인 개다. 이뿌니 역시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집에 놀러 오는 누나들 사이에 펑퍼짐한 궁둥이를 들이민다. 물론 이쁨 받고 싶은 마음의 뒷면에는 뭐라도 한입 얻어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반반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렇지 네놈의 속셈이 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인형을 누구에게 빼앗길세라 코를 씰룩거리며 무서운 얼굴을 할 때와는 다르게, 세상 그 어떤 개보다 순진할 수 없는 눈망울을 반짝이며 그윽한 시선을 보낸다. 이렇게 예쁜 눈 뜨고 있는데도 나 한입 안 줄 거예요? 아무렴, 마음과 몸의 양식을 지양분 삼아 큰 우리 이뿌니에겐 마음을 나누는 강아지 친구는 없어도 친하다 할 수 있는 사람 누나들은 제법 된다. 가족은 아니지만 이뿌니의 십여년을 곁에서 함께 지켜봐 준 고마운 누나들이 있어 조금 아프다는 소리에 응원 방문까지 받는 호사도 누린다. 사람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더니 개 한 마리 키우는 데는 마을까진 아니어도 주변 지인들의 따뜻한 관심이 커다란 동력이 되었다고 단언한다. 훈훈한 우정을 먹고 자란 이뿌니가 드디어 올해 방년 17세, 개의 나이라 말하기엔 쉽게 어울리지 않는 숫자다. 그럼에도 여전히 똥꼬 발랄한 이뿌니, 2018년 황금 개띠의 해엔 어떤 명랑한 사건들이 펼쳐질지 두근거린다.? CREDIT글·사진 한진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3 1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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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하고 유쾌하게, 푸딩이가 알려준 …
- 수의사 S씨의 일일당당하고 유쾌하게,푸딩이가 알려준 카르페디엠? 다른 아이들보다 곱절의 사건을 겪고도 슬픔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는 녀석이 있다. 바로 ‘푸딩’이라는 우리 집 말썽꾸러기이자 귀염둥이다. 빙글빙글 돌아 나에게 온 달콤한 푸딩 우리 집은 다견 가정이다. 모두 유기견 출신으로 마음에 상처 한두 군데씩은 있는 가슴 아픈 아이들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곱절의 사건을 겪고도 슬픔이라고는 한 구석도 없는 녀석이 있다. 바로 ‘푸딩’이라는 우리 집 말썽꾸러기이자 귀염둥이다. 푸딩이는 푸들이라고는 하지만 머리가 크고 털도 직모인 것으로 보아 ‘말푸’라고 불리는 말티즈와 푸들 사이의 혼종견이다. 이런 외모 덕분에 하는 짓이 전부 말썽이어도 우스꽝스럽게 비춰져서 혼나는 상황을 모면하기도 한다. 푸딩이의 사연도 우리 집의 다른 개들과 마찬가지로 구구절절하다. 학생 시절, 엄마 친구의 지인이 개를 한 마리 입양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보호소 중 시설이 가장 열악한 곳을 찾아가 푸딩이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아이가 파양당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입양되었지만 다시 파양당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집을 두 번이나 옮긴 아이는 결국 본가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도 감당할 수 없다며 푸딩이를 내 자취방으로 데리고 왔다. 그러니까 푸딩이는 도합 세 번을 파양당한 셈이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푸딩이를 맞이했지만 푸딩이는 전혀 구김이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에게 냉큼 안기는 것이 아닌가. 그때 이 녀석의 진짜 성격을 짐작했어야 했다. 푸딩이는 집에 오자마자 강아지 숑이를 가뿐히 무시하고 온갖 애교를 떨며 내 무릎을 차지했다. 그 모습이 워낙 위풍당당하여 오히려 숑이가 더부살이로 온 아이처럼 느껴졌다. 나의 사랑을 혼자서 독차지하던 숑이가 받을 충격이 염려되어 푸딩이를 잠시 떼어내려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렇게 나는 껌딱지 둘을 양쪽에 달고 다니게 되었다. 내 일과를 모조리 흔들어버린 너 푸딩이를 키우며 이 녀석이 왜 파양을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푸딩이는 많이 짖는 개에 속했다. 귀여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상남자 못지않아 푸딩이가 짖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고양이처럼 못 올라가는 곳이 없어서 식탁이나 싱크대에 나둔 음식을 감쪽같이 먹어 치운다. 거기에 시치미까지. 한 번은 친구가 온다기에 미리 고기를 굽고 키친타월을 덮어 식탁 위에 준비해 두었다. 친구가 도착하여 같이 밥을 먹으려고 키친타월을 걷었는데 고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고기를 먹고 키친타월은 또 어떻게 덮어둔 것인지…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친구랑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배변훈련이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 푸딩이를 쫓아다니면서 질러놓은 흔적을 치우는 일은 하루 중 주요 일과가 되었다. 감쪽같이 사라진 녀석이 발견된 곳 푸딩이를 감당하기에는 서울보다는 시골생활이 더 적합했다. 시골로 이사 온 뒤 푸딩이는 열심히 짖었고, 바위나 테이블 위에서 휴식을 취했다. 마당 이곳저곳에 마음껏 쉬도 하고… 그렇게 푸딩이와 해피엔딩을 맞이할 즈음, 이 녀석이 또 다른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시골로 내려와서 푸딩이는 걸핏하면 집 앞에 있는 휴양림으로 놀러 나갔다. 작은 개들은 나와 동행하지 않는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풀어놓는데 유독 푸딩이만 이런 암묵적인 약속을 깼다. 어느 날 푸딩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찾으러 나간 나는 관광객들 틈에 끼어서 같이 관광을 하고 있는 푸딩이를 발견했다. 또 어떤 날은 관광객들과 같이 벤치에 앉아 있다가 차에서 내린 나를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차에 올라타는 일도 있었다. 세상 태연한 얼굴로.(물론 푸딩이는 인식표와 외장형 칩을 하고 있다.) 현재를 영위하라, 언제나 당당하고 유쾌하게 한바탕 신나게 흉을 봤지만 푸딩이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아이다. 특유의 유쾌한 성격 탓에 기분이 좋을 때면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가락에 맞춰 침대에 누워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유난히 이불 속을 좋아하는 것도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다른 개들은 이불을 덮어줘야 하지만 푸딩이는 스스로 이불 속으로 들어갈 줄 아는 유일한 개다. 이불 속을 비집고 들어가 자기만의 굴을 만들고 얼굴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푸딩이는 유난히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 혼이 나도 그때 뿐 금방 내게 안긴다. 푸딩이를 보고 있으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연상된다. 이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현재를 잡아라)!”을 역설한다. 푸딩이는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를 영위하라고 말한다. 과거에 연연해하지 않아 3번이나 파양을 당했음에도 언제나 당당하고 유쾌한 푸딩이.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아서 혼이 날 것이 뻔한 일인데도 일단은 저지르고 보는 것이리라. 코믹하게 생긴 얼굴도, 산책할 때 흔들어대는 통통한 엉덩이도 푸딩이의 매력 중 하나다. 사람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곳에 가야 인정받는 것처럼 결국 푸딩이도 많은 집을 돌고 돌아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주는 집을 찾게 된 것이다. 우리 집 말썽꾸러기 푸딩이는 지금도 슈퍼맨 로고가 그려진 티를 입고 이불 속에 들어가느긋한 미소를 짓고 있다.? CREDIT?글·사진 손서영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2 16: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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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의 서막, 세상 어색한 삼인방
- BABY & DOG만남의 서막,세상 어색한 삼인방 임신 초기에는 까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었다. 평상시에 내 배 위로 올라와서 엎드리고는 했던 까노는 배가 점점 불러오자 올라오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내 생일에 남편은 강아지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강아지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좋아하기보다 오히려 반대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무엇에 홀렸던 것인지 내 옆에는 강아지가 있었다. 그 강아지는 지금 우리 가족의 일원인 회색 푸들 까노다. 6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이직을 준비하던 중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찾아왔다. 까노처럼 계획이 없던 터라 기쁘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예민한 까노가 아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임신 초기에는 까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났었다. 평상시에 내 배 위로 올라와서 엎드리고는 했던 까노는 배가 점점 불러오자 올라오지 않았다. 임신 기간 동안 주말이면 우리는 공원으로 갔다. 산책할 때마다 뛰어노는 걸 좋아하던 까노는 느린 내 걸음 속도에 발맞추어 걸었다. 우리 부부는 까노에게 더 많이 집중하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나도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함없다고,우리의 진심을 꼭 알아주길 바라며 자주 말해주었다. 출산 후 까노에게 잠시 소홀해지는 시간동안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봐 미리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도 받았다. 열 달 동안 남편과 나는 까노와 아이, 무엇보다 우리 모두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다. 예상한대로 까노는 아기가 울면 놀라서 짖었다. 밤낮없이 아기와 까노는 각자 다른 이유에서 울고 짖었다. 새벽에 자다가 아기가 울면 나는 아기를 안고, 남편은 까노에게 간식을 주었다. 아기가 울면 까노가 간식을 먹는 시간이라고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 것이다. 똑똑한 까노는 이틀만에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도 짖지 않았다. 아기도 뱃속에서부터 강아지 짖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인지 생각보다 까노의 짖음에 놀라지 않았다. 세상 어색한 삼인방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껌딱지였던 까노가 나에게 오지 않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아기를 안고 있으면 아무리 불러도 까노는 오지 않았다. 안방에서 아기에게 수유를 하고 있으면 문가에 앉아 나를 한없이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구석에 들어가 있다가 아기를 내려놓고 방을 나오면 까노는 그제야 나에게왔다. 항상 내 몸에 딱 달라 붙어있었던 까노는 자꾸 나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현관 앞에서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까노는 방구석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냈고, 새벽에 아기가 울면 그 자리를 피해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다. 가끔 친정 부모님이 오시면 딱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까노가 보이는 행동에 대해 남편과 나는 강아지 우울증에 관한 지식을 섭렵하면서 공부도 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퇴근 후 남편은 꼭 산책을 시켰지만 까노의 행동은 바뀔 줄을 몰랐다. 까노는 나와 아기, 이렇게 셋이 있는 시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예민한 까노가 다시 변하다 까노를 보면 마음이 아려왔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천천히 기다리기로 했다. 열 달 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던 나도 변한 까노를 보면 적응 안 되고 이렇게 우울한데, 까노는 오죽할까. 이미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카노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까노는 종종 아기를 질투했다. 내가 아기를 토닥토닥하면 앞발로 내 손을 마구 긁으며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자신도 같이 쓰다듬어 달라는 거였다. 까노의 행동은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한 팔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까노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철인이 되어갔다. 까노는 관심받기 위해 배변 패드에 쉬한 척하고, 나에게 와서 보상간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끔 까노가 먼저 아기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아기가 팔이라도 한번 허우적거리면 놀라면서 다시 멀리 떨어졌다. 바라는 건 단 하나 아기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면 아기의 정서발달에 좋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은 아기 위주의 생각이지 강아지에게도 좋은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특히 우리처럼 강아지를 먼저 키우다가 아기가 태어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나는 출산으로 까노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고 문가에서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 얼굴이 가슴에 박혀있다. 불교에는 ‘동족선근설’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인즉, 부모와자식 간의 인연으로 만나려면 영겁의 세월의 인연으로 태어난다는 설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부모와 자식 간으로만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까노는 개의 삶을 선택해서 우리 곁으로 온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노의 우울한 표정과 기가 죽은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속상하고 미안했는데, 왜인지 저 이야기를 듣고 나서 힘이 났다. 까노가 우리를 빨리 만나기 위해 선택한 삶이니 내가 더 잘해주겠다고 또 다시 다짐했다. 아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얼마나 더 험로를 걸어야 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절망은 이르다. 이 시간들을 지혜롭게 해쳐나가면 까노도 티 없이 맑은 얼굴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하나다. 까노가 일말의 후회 없이 우리와 꼭 행복했으면! CREDIT글·사진 주은희(Instagram / happyccano)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12 15: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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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일상으로 채운 치앙마이, 그래서…
- 여행하며 만나다소소한 일상으로 채운 치앙마이, 그래서 더 소중한?햇살 가득한 남쪽나라에서 새해를 맞았다.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 머무르며 해(年)와 해(年) 사이에 쉼표를 찍었다. 만 나이로도 어찌할 수 없는 삼십대 중반이 되었고, 남실이는 공식 노견이 되었다. 그나마 올해는 개의 해라고 위로해본다. 덜 버려지고 더 따듯해졌으면 좋겠다. 개도 사람도 무탈한 2018년을 기원하며 치앙마이에서 만난 해피 바이러스들을 소개한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새해 첫나들이로 떠난 로열 파크 랏차프룩에서 낮잠에 빠져 있던 개를 보며 주문을 외웠다. | 치앙마이는 사원의 도시다. 70개의 천사 상을 보기 위해 들린 왓 쨋욧에서 마주친 개 두 마리. 손님은 뒷전,님 스을 따라 법당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든다. 불경 소리를 자장가 삼아 꾸벅꾸벅 박자를 맞춘다. | 치앙마이에는 마켓이 정말 많다. 오색 주먹밥 가게를 찾아 나선 그날도 우연히 작은 동네 마켓을 발견했다. 귀여운 장소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장면을 만났다. | 배낭 여행자들의 성지, 빠이. 매일 밤 야시장이 열리고 전 세계에서 온 청춘들이 몰려든다. 눈길이 간 아이템은 단연 고산족 의상을 본떠 만든 반려견용 옷. 익숙한 듯 척척 포즈를 취해주는 모델 멍이에 반해 지갑을 열고 말았다 |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스웩 넘치는 보스턴테리어의 등장에 시선 집중. 오토바이 앞이나 페달 쪽에 개를 태우 다고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CREDIT글·사진 박애진 ?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06 11: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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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파인더에 새기는 주문?
- 시바네 사진관뷰파인더에 새기는 주문? ?물 스미듯 자연스러웠던 존재, 강아지아주 까마득하게 어린 시절부터 내 주위에는 강아지가 존재했다. 첫 기억의 언저리에도 개가 있었으니 말 다했지. 어린 내게 강아지는 키울까 말까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엄마나 아빠처럼 가족 그 자체였다. 자연스럽게 물 스미듯 가족의 일원이었기에 커서도 응당 반려견을 키우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독립의 기준이 반려견일 정도로. ‘오롯이 혼자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과 자질이 생기면 독립을 하자!’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2년여의 카페 운영, 그리고 2017년 12월 31일반려견을 단순히 키우는데서 그치지 않았다. 꿈을 조금 더 크게 갖고 싶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공간을 카페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리고 이 생각도 이내 현실이 되었다. 포부는 야심차기만 했다. 시바네 카페라는 이름을 내걸고 2년간 참 바쁘게 살았다. 돌이켜보니 강아지가 엉뚱한 곳에 영역표시를 하거나 신발을 물어뜯는 일도, 심지어 강아지에게 물려보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모였기에 큰일 없이 지냈지만, 결국 여러 이유로 2017년 12월 31일 마지막 영업을 끝내야 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2년간 카페를 운영하며 경사도 많았다. 나도 혼자가 아닌 한 가정의 아빠가 되었고, 우리 복이와 탱이도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세 아이의 아빠 엄마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우연히 필름사진 작업을 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 차분한 세계에 즉시 매료되고 말았다. 좋은 기회를 얻어 필름 사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졌다. 또다시 스멀스멀 영감이 떠오른다. 시바네 카페에 이은 시즌 2, ‘시바네 흑백 사진관’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더 힘내고 싶다. 반려견은 내 원동력이자 뮤즈다.? 반려, 키우고 지내는 것 이상의 의미문득 사전에서 반려(伴侶)라는 단어를 찾아본다.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를 의미한단다. 내게 반려란 키우고 같이 지내는 것 이상의 의미다. 너의 슬픔을 내가, 나의 슬픔을 네가 나눠 가지는 것, 기쁨을 함께하며 배가시키는 것, 감정을 교류하는 것.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된 셈이다. 우울한가?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보라. 마법처럼 기운이 날 테니. 사진 찍을 때 주문을 건다. 행복해라, 행복해져라. 부디 많은 이들에게 효험을 발휘하길. CREDIT?글·사진 임인혁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06 11: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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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일상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꽃…
- 꽃개 네트워크내 일상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꽃개? 개에 관심 없던 남자, 정신 차리고 보니 하루 다섯 번 산책하는 짧은 다리의 웰시코기 목줄을 쥐고 있었다. 엄격한 민주주의 절차로 정한 이름, 꽃개꽃개는 2015년 5월 5일 태어났다. 펨브록 웰시코기 어린이. 사남매 중 몇째로 태어났는지는 모른다. 웰시코기를 고집한 건 나였다. ‘카우보이비밥’에 천재견으로 나오고, 강원래 김송 부부가 똘똘이를 키운 사연도 아름답고, 지능이 11위로 평가되면서 헛짖음도 없다는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영국 왕실의 개란 점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1년 넘게 샵을 기웃거리며 가격 동향을 살폈다. 털 때문에 힘들 거란 주의도 충분히 들었다. 충무로 애견 거리까지 찾아가 요즘 강남에서 얼마에 팔리는 (유행) 품종이란 말을 듣고 마음 상하기도 했다. 개까지 강남 사람들 취향에 따라야 하는 거야? 방향을 틀어 일반 가정 분양을 알아보다 아내의 지인이 아는 사람이 분양한다는 말을 듣고 보내준 사진을 보자마자 ‘결정’ 버튼을 눌렀다. 한 회사에 20년 종사한 아내한테 주는 은퇴 선물이었다. 7월 16일 아내 품에 안긴 꽃개는 우리 집 식구가 됐다. 이름은 엄격한 민주주의 절차에 따랐다. 각자 원하는 이름을 적어 표결에 부쳤는데 아내가 제안한 ‘꽃개’가 당선됐다. 꽃개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다 ‘플라워’라고 보충하면 그제야 알아듣고 미소 짓는 이들이 많았다. 아내가 접속한 인스타 월드에는 ‘찌개’와 ‘안개’라는 웰시코기도 돌아다녔다. 우리는 그래도 비교적 건전한 축에 속……. ? 실외 배변만 하는 애로 키워버렸다?. 10월 12일 꽃개는 수술대 위에 누웠다. 잠시 뒤 의사가 내민 스테인리스 쟁반에는 꽃개 내부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가 숨죽인 채 옹크리고 있었다. 중성화는 미화된 말이다.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꽃개가 대를 이을 권리를 빼앗았다. 그날 밤 마취가 풀린 꽃개는 낑낑댔고 나는 죄의식을 느꼈다. 어쩌다 보니 꽃개는 실외 배변만 하게 됐다. 우리는 하루에 다섯 번 산책을 나간다. 새벽 6시는 내 담당. 며칠 전에는 4시 50분에 몸을 털어 졸려 죽겠는 나를 깨우기도 했다. 춥고 배고프니 오줌 누고 와서 밥 내놓으라 이거다. 밤 11시도 주로 내가 맡는다. 아내와 함께 산책 나갔을 때도 똥을 줍는 담당은 나다. 아직 내 똥도 만져본 적 없는데 하루에 세 번 뜨뜻한 개똥을 비닐봉지에 담아 처리한다. 녀석의 컨디션도 그때 점검한다. 똥 상태가 좋으면 만사 오케이.? “개의 수명이 몇 년이라고?” “12년에서 15년?” “이 짓을 10년 넘게 해야 한다고?”나는 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개 아빠였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짬밥 문화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탓에 개는 뭐든 먹어도 되는 줄 알았다. 땀을 흘리지 않는 개는 염분 배출이 안 돼 짠 음식은 안 된다고 한다. 빵 같은 밀가루 음식도 안 되고 포도를 먹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문은 거짓말 같다. 꽃개는 말은 못해도 감정은 귀신같이 읽어낸다. 뉴스를 보다 혈압 뻗치면 꼬리 뚜껑을 닫고 피한다. 재채기를 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괜찮은지 확인하고 자기가 아프면 숨는다. 무리에 해가 될까봐 하는 행동이라는 설명을 듣고 먹먹해진 적도 있다. ‘꽃개 네트워크’는 개에 관심 없던 남자가 꽃개를 통해 알게 된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꽃개를 통해 보는 세상은 매일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꽃개는 다른 웰시코기에 비해 다리가 길고 배가 높은 편이다. (정말이다) 우리끼리는 믹스일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웰시코기 도그쇼 같은 데 참가하면 의자에서 궁둥이를 떼기도 전에 심사위원이 아니니까 가라고 고개를 내젓지 않을까? 진돗개는 기본이고 시바견이란 말까지 들어봤다. 꽃개랑 유사한 품종을 찾던 아내는 콩고가 고향인 바센지까지 추적해냈다. 왼쪽에 선명하게 나온 친구가 둥이다. 꽃개의 형제견이자 유일한 친구. 둥이네 집이 근처에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애견 공원에서 만난다. 격하게 논다. 둥이 얼굴이 젖은 듯 보이는 건 땀이 아니라 꽃개 침이다. 서로를 살짝 물고 깔아뭉개는 개슬링 놀이를 하고 난 직후. 한 배에서 나온 형제인데도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 둥이가 둥글고 침착하다면 꽃개는 날카롭고 정신사납다.? 꽃개는 공성애자다. 아내가 나뭇가지로 시작했다. 어느 날 무심코 던졌는데 물고 온 것이다. 또 던져달라고 꼬리를 흔들면서. 애견 공원에 갈 때 뼈다귀처럼 잘생긴 나무 작대기를 가방에 챙겨간 적도있다. 훌륭한 애견인들은 척잇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옷!프리스비가 마약처럼 개를 흥분시키는 중독성 강한 놀이라는 데 동의하는 편이다. 아내는 웰시코기 카페에 프리스비 사진을 올렸다 애 허리 나간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천둥 번개가 칠 때) 정신 나간적은 있어도 허리 나간 적은 없다.? 4인 가족과 함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그 집 엄마가 진지하게 물었다. 개가 눈을 좋아하느냐고. 나는 좋아한다고, 진짜로 좋아한다고 답했다. 다른 개들은 모르겠는데 꽃개가 눈을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막 뛰어놀다가 내키는 대로 퍼먹기도 한다. 높이도 낮아 아주 자연스럽게 퍼먹는다. 아내 표현에 따르면 빙수를 먹는 거라고. 이중모라 추위에 강하다.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칼바람이 부는 날에도 꽃개는 포부도 당당히 걷는다. 우리끼리는 아웃도어견이라고 부른다?. CREDIT글·사진 BACON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05 14: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