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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2 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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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1 1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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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11 10: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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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05 1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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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05 1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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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04 11: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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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8 1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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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개를 만드는 저녁
- HANDMADE작은 개를 만드는 저녁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을 깊이 이해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만든다. 반짝이는 눈부터 털의 결까지 완벽히 내 개를 닮은 양모 니들펠트 강아지를. ? ? 솜사탕 같은 양모 사이로 스산한 바람을 뒤로하고 녹색 문을 열었다. 노란 불빛에 낮게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공간이 나타난다. 하얀 벽과 밝은 색의 원목 사이로 솜사탕 같은 양모가 눈에 띈다. 산뜻한 얼굴로 커피를 권하는 ‘마이펫돌’ 미즈성 대표 어깨 뒤로 타닥타닥 발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돌려보니 강아지 두 마리가 널찍한 공방 안을 거닐고 있다. 촉촉한 갈색 눈에 실크 같은 털을 지닌 쏘세(9), 누나와 커플 옷을 입고 온 패셔너블한 리찌(4)는 수강생들의 반려견이자 오늘 클래스의 모델이다. 공방은 언제든 반려동물에게 열려 있다. 실제로 강아지의 얼굴을 보면서 창작하면 결과물도 더욱 근사하다. 사정상 반려동물을 데려 오지 못한다면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사진을 보며 작업을 진행한다. ? ? 보고 듣고 만드는 것 모두 너 먼저 양모를 고르고 넓게 편다. 무엇이든 기초 작업이 중요하다. 구름 같은 양모 위로 설렘과 가벼운 흥분이 떠다닌다. 눈앞의 강아지를 본떠 만드는 몽글몽글하고 작은 미니어처를 만드는 날이다. 춥고 침침한 날씨에 가라앉았던 기분도 사뿐 떠오른다. 누나가 만든 옷을 입고 차분하게 앉아있는 리찌도, 당차게 엄마를 지켜주는 쏘세도 몇 시간 뒤면 자신과 꼭 닮은 조그만 인형을 갖게 된다. 개 닮은 인형을 만들면서 개 이야기를 하고, 개 사진을 본다. 애정이란 그런 것이다. 일생 도무지 지겨워지지가 않는 것. 매일 이야기와 추억을 구름처럼 쌓아가는 것. 오늘의 화제는 리찌의 슬개골 탈구 수술이었다. 이들은 바지런하게 손을 놀리며, 입으로는 수술 정보를 공유했다. 걱정 어린 눈길이 리찌에게 오간다. 금방 나을 것이라는 덕담도 잊지 않는다. 눈과 코를 붙이니 어느덧 폭신한 털 뭉치가 강아지 얼굴 모양이 되어간다. ? ? 다정한 접점 얼굴 윤곽이 히고 이제 눈두덩이와 이마 같은 디테일을 잡을 차례다. 니들펠트는 바늘로 양모를 찔러가며 모양을 잡는 공예다. 바늘에 돌기가 있어 별도의 접착제 없이 많이 찌를수록 깔끔하게 고정된다. 관계도, 공예도 품을 들일수록 공고해지는 법. 열중한 얼굴들 위로 오른 홍조가 해당화처럼 곱다. 어느새 노을도 몸을 감추고 어둠이 짙다. 리찌 언니가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리찌에게 한 입, 쏘세 한 입 간식을 준다. 물도 잊지 않는다. 공방 안에서는 내 개, 네 개가 없다. 우리가 돌보는 개만 있다. 반려견이 이들의 다정한 접점이 되어주었다. 간식을 보는 둥 마는 둥 리찌 뒤를 쫓는 쏘세를 보며 사람들이 웃는다. 굳은 어깨도, 바늘에 찔린 손도 아이들을 보면 풀린다. ?? ? 밀도 높은 시간의 결과물 니들펠트는 색 조합도 중요하다. 슈나우저는 흰색과 회색, 검은색 양모를 그라데이션처럼 잘 배합해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견종이 가진 특징이 드러난다. 따로 니들로 모양을 잡아둔 귀를 콕콕 잘 찔러서 고정시켜주면 완성이 성큼 다가온다. 믹스견인 쏘세는 특징을 잡기 어려워 엄마가 애를 먹는다. 고전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다. 말티즈 리찌의 누나는 마무리에 박차를 가한다. 양갈래 헤어스타일까지 똑같이 만들겠다며 손이 분주하다. 밀도 높은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들쭉날쭉한 터럭을 가위로 정리하고 나니 금방이라도 짖을 것 같이 생생한 강아지의 얼굴이다. 다들 흡족한 얼굴로 작품과 강아지를 번갈아 쳐다본다. 모델보다 창작자들이 신난 모습이다. 여기저기 웃음이 흩어진다. 친밀한 겨울 밤이 흘러간다.? ? ? CREDIT에디터 이은혜 사진 레이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12 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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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무위의 시간
- ESSAY하루, 무위의 시간 어렵게 얻게 된 소박한 휴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의 회로를 멈추고 가만히 누워 있자니 작년엔 없던 조그만 존재들이 시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주려 달려온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올 한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니 우리 함께, 쉬어 보자. 아톰,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온 걸까. 침대로 껑충 뛰어오르더니 내 얼굴을 열심히 핥는다. 아침이니 일어나라는 모닝 콜이다. 침대 아래엔 펄쩍 뛰며 자기도 침대 위로 올려달라는 단추가 있다. 단추를 침대로 올리고 기지개를 켰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아톰과 단추가 깨워주는 아침. 계획보다 일찍 일어났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이들이 있는 한 휴일의 아침이라고 막연히 게으를 수 없다. 나는 쉬는 날에도 눈 뜨자마자 밥은 꼭 먹어야 한다. 먹을 것을 한 아름 챙겨 TV 앞에 앉아 아침을 때우는데 아톰이 옆에 꼭 붙어 한 입 안 줄까 청승맞은 눈빛을 발사한다. 저 멀리서 소심하게 지켜보는 단추도 목적은 똑같다. 어머니는 그 모습이 귀여우셨는지 깔깔 웃으셨다. 이제 내 배는 채웠으니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려 일어난다. 주방 구석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눈치 빠른 녀석들은 어느새 자기 식기 앞에 앉아서 기다린다. 음식 앞에서만큼은 세계 제일 천재견이다. 간만에 맞은 휴일. 벼르고 있던 취미 중 오늘은 비디오게임을 하기로 했다.(오래 참았다.) 자리를 잡고 시작하려는데 아톰과 단추는 찹쌀떡마냥 달라붙어 집중을 막는다. 휴일의 호사를 방해받고 싶지 않지만 평일에 잘 놀아주지도, 챙겨 주지도 못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두기로 했다. 아이들은 잠깐 비비적거리다 이불의 포근함에 못 이겨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이때다 싶어 열심히 비디오 게임에 매진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노곤하 게 잠든 아이들을 보고 이 순간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카메라를 집어 아이들을 향했다. 뷰파인더를 통하여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눈에 띄게 자란 게 느껴졌다. 둘 다 크기가 손바닥만 할 때 데려왔는데 벌써 한 해를 넘겨 이렇게 몸집이 커진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문득 지인이 해준 말이 생각났다. 어릴 때는 잠깐이라고, 사진 많이 찍어두라던 말이. 사진작가로 살면서 정작 내 가족들은 찍어두지 않은 내가 한심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을 찍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아톰, 단추는 펫숍에서 데려왔다. 아톰은 또래에 비해 큰 덩치와 짧은 다리를 가졌고, 그 외형처럼 활발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었다. 난 무엇보다 그 짧은 다리에 반해버렸다. 그런데 아톰을 데려온 후 한 달 동안 지내보니 아톰 혼자 집 보는 시간이 너무 많았다. 어린 것을 혼자 두고 나오는 것이 마음이 아파 동생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그래서 만난 단추의 첫 모습은 지저분한 털에 한쪽 귀만 삐쭉 서 있고, 눈은 자그만 게 단추 구멍 같았다. 그래서 이름이 단추다. 그 요다 같이 생긴 얼굴이 귀여워 첫 만남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둘은 한배에서 나온 아이들처럼 잘 지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큰 집을 둘이 꼭 붙어서 지키고, 귀가하는 나를 맞아 줄 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햇살이 창문을 비켜날 때까지 사진을 찍고, 다시 비디오게임 컨트롤러를 잡았다. 주방에서 나오던 엄마는 어느새 잠에서 깨 구경하는 아톰과 나를 유심히 보더니 그 모습이 나랑 너무 닮았다고 하셨다. 아톰이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많이 들은 이야기다. 내 가슴둘레는 유난히 큰데, 아톰도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관심사도 비슷해 내가 무언가에 집중하면 옆으로 달려와 뭐라도 배우려는 것처럼 열심히 탐구한다. 단추는 그런 아톰을 짝사랑처럼 좋아한다. 아톰이 하는 행동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따라한다. 앉아있는 자세, 쉬야 하는 자세, 자는 자세까지 몇 개월 차이 나지 않는 오빠를 졸졸 쫓아다니며 배우고 있다.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뒹굴 생각이었는데, 밤이 되고 돌이켜 보니 제대로 쉬지 못했다. 혹시 휴식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잠깐이라도 행동과 생각을 멈추는 건, 바쁨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관성을 거부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다. 나는 아침부터 TV를 보고, 음식을 먹고, 게임을 하며, 사진기까지 들고 말았다. 그런데 아톰과 단추는 주말에만 나타나는 못난 반려인을 넉넉한 베개 삼아, 배를 보이며 온종일을 보냈다. 집 안에 의지하는 사람이 있는 휴일이면 아이들은 이렇게 세상 편히 휴식할 줄 안다. 쉬는 것은 이런 것이라,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CREDIT글·사진 엄기태(사진작가, @git_go)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2-11 10: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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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배낭을 싣고, 제주의 사계
- WITH MY DOG두 개의 배낭을 싣고 제주의 사계 나의 둘도 없는 단짝이자 가족이 되어버린 너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나중에 후회하고 슬퍼하기보다, 가장 예쁘고 행복했던 때를 담아 평생 추억하기 위해 시작한 사계절 제주 여행. 부디 너도 먼 훗날 이 시간을 돌이켜 보았을 때, 소중하고 행복했던 추억이 되어 있기를. 반려견 동반 여행은 사람의 여행 코스에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강아지의 건강과 편의에 맞춰 반려인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려견을 위한 여행이라면 내 여행을 어느 정도 양보하고 포기할 수 있어야 하며, 반려견도 평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 기본적인 교육과 사회화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반려인 본인도 기본적인 에티켓을 숙지하고 떠나야 한다. 나는 한 번 제주 여행을 떠나면 보통 5박 이상 일정을 잡고,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관광지는 그 기간 동안 두세 개만 넣었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숙소 근처의 카페와 해변에서 설이와 산책하며 즐겼다. 그리고 비상시를 대비해 숙소나 코스 근처에 동물병원을 파악해뒀다. 동물병원은 대부분 제주 시내, 서귀포 시내에 몰려 있고 연중무휴인 곳은 찾기 힘드니 미리 알아놓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제주는 서울 도심처럼 집약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이는 북방견이라 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여름 여행을 행복하게 즐겨줄지 걱정이 앞섰다. 설이를 위해 나는 일정을 평소보다 더 여유롭게 잡았다. 일정 중간마다 비는 시간도 많이 마련했다. 자침 심심할 수 있었지만 여행의 묘미는 역시 우연한 만남에서 온다. 뚜벅이인 나와 설이를 보고 선뜻 먼저 차를 태워준 어느 커플, 딸 생각이 난다며 커피도 사 주시고 돌아갈 때 귤까지 손에 들려 주신 아크하우스 사장님, 제대로 밥도 못 챙겨먹었을까 봐 아침과 저녁밥을 손수 준비해 준 미지하우스의 미지 언니에게 다시금 감사하다. 설이도 재미있는 만남을 경험했다. 이틀 동안 설이의 친구가 되어 준 아기 푸들과, 음료 하나 주문했을 뿐인데 설이를 위해 물과 간식까지 내어준 고즈넉한 카페가 여전히 생생히 떠오른다. 스케줄을 꽉 채웠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소중한 인연들이다. 설이와 사계절 제주 여행을 하는 동안 1년 사이 반려동물과 여행을 하는 분들이 많이 늘었음을 느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분명 애견을 동반하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지난 계절에 출입 가능했던 곳들이 '노펫(No pet)존'으로 바뀌어 있기도 했다. 아마 사회화 교육이 안 되어 있고, 에티켓을 지키지 않은 일부 반려인들이 다른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끼쳤기 때문일 것이다. 피해는 돌고 돌아 다른 견주와 강아지에게 간다. 만약 반려견과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의 행동이 애견 문화 전체에 끼칠 영향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 여긴 꼭! 애견 동반하기 좋은 제주 여행지 # 백약이오름오름에 오르면 평소 도시의 풀과 흙냄새와는 다른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설이가 신나게 노즈워크하며 즐거워했다. 오름에 오를 계획이라면 미리 사상충 예방을 하고 스프레이 형 해충 방지제도 지참하는 게 좋다. # 애월한담산책로애견 동반 카페인 '봄날'부터 곽지 과물해변까지 쭉 이어져 있는 산책로다.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반려견과 산책하다가 함께 바위에 앉아 노을을 보며 파도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단, 성수기 주말엔 사람이 많아 되도록이면 평일에 가는 걸 추천한다. # 신창풍차해안도로, 싱계물공원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해질녘 풍차 사이로 비치는 노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저녁식사 전 마무리 일정으로 들르면 좋다. # 카멜리아 힐, 노리매 공원반려견과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예쁜 포토존이 가득한 카멜리아 힐과 노리매공원을 추천한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일반 관광객들이 많으니 목줄과 배변 봉투를 꼭 챙기고, 에티켓에 더 신경 써야 한다. CREDIT글 사진 홍단비 (instagram /pom_hongseol)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11 10: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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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가족이잖아, 함께 자라는 도니와…
- BABY & DOG괜찮아 가족이잖아,함께 자라는 도니와 쭈니 부부. 28년 동안 살던 고향을 벗어나 부산으로 시집을 오게됐다. 바다가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망망한 바다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해안 도시 부산에서 사는 일은 그래서 그저 신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족도, 친구도 없는 타지에서의 생활엔 점점 외로움이 들이닥쳤다. 적적한 마음은 해소되지 않고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한 애견 숍을 지나가는데 독특하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에게 시선을 뺏기고 말았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도니라는 이름이 생긴 강아지는 나의 외로움을 충분히 채워주는 귀여운 아이였다. 반려견을 한 번도 키워보지 않은 신랑은 처음엔 반대했지만 도니의 매력적인 얼굴은 모두에게 강력한 어필이 됐다. 결국 우리 부부와 도니는 4년 동안 지지고 볶으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신랑의 이직으로 우리 가족은 거제도라는 낯선 섬에 정착하게 됐다.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혼란이다. 그래도 도니에겐 자연에 더 가까운 거제도의 삶이 조금 더 나은 환경이었다. 나는 도니와 섬 곳곳을 여행하며 더욱 돈독해졌고, 정신없던 시간도 그렇게 차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가족에겐 경사가 찾아 왔다. 결혼 4년 만에 직장을 그만 두면서 우리는 아이를 계획했다. 그리고 이듬해 아이를 낳았다. 거제도에 터전을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탄생한 우리 부부의 2세, 쭈니. 모두가 축복해주며 박수를 보냈지만 내 안엔 작은 걱정이 자라나고 있었다. 4년 동안 우리 부부의 사랑을 오롯이 독차지한 도니는 괜찮을까? 아마 도니보다 더 많은 배려와 관심을 쭈니에게 쏟을 수밖에 없을 텐데. 쭈니가 태어나자 주위 사람들도 아기와 강아지가 함께 사는 걸 염려하기 시작했다. 특히 잉글리시 불독은 털이 많이 빠지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나는 매일 빨래를 서너 번 하고 틈만 나면 집을 쓸고 닦는 버릇이 생겼다. 쭈니가 자라면서 내 손이 필요한 곳이 더욱 늘어나겠지만 나는 도니와 쭈니가 서로를 받아들여 준다면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가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니가 쭈니를 질투하진 않을까 걱정이 컸다. 쭈니가 4개월까진 잠을 많이 자서 아기가 자는 시간엔 도니와 함께했다. 조금은 의무적으로 말이다. 어쩌면 도니는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는데, 신생아 때는 아기가 잘 때 엄마도 함께 자야 한다고 하던데, 도니와 쭈니 모두의 마음을 불안하지 않게 충족시켜 주고 싶었다. 그 무렵 나는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쭈니가 5개월이 지나 뒤집고 기기 시작하면서 잠도 줄고 활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비슷한 눈높이의 가족인 도니에게 관심을 가졌다. 다만 도니는 25kg이나 나가는 아이라 둘을 한시도 시선에서 뗄 수 없었다. 내가 관여할수 없을 때는 둘을 다른 공간에 두었고, 하루에 몇 번씩 서로 냄새도 맡고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줬다. 점점 둘은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는데, 그것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가 아니라 가족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나는 안다. 쭈니가 7개월경 보행기를 타면서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보행기를 탄 쭈니가 도니에겐 다소 위협적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쭈니는 집을 마음껏 활보했고, 도니는 보행기만 보이면 숨어버리곤 한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었다. 그런 도니가 짠했지만 아이의 발달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대신 쭈니가 접근할 수 없고 도니가 안심하는 공간 몇 군데를 찾아주었다. 이제 곧 돌을 맞이하는 쭈니가 걷기 시작하면 더 큰 시련이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우리는 그 또한 잘 넘어설 것이다. 가정의 문제는 언제나 불현듯 찾아온다. 그러나 그것을 넘으며 한 뼘 더 성장한다. 서로를 이해하며 닮아가는 모습으로 말이다. 도니와 쭈니가 하루하루 더 가까워지고 건강하게 성장한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 지내는 반려견에 대한, 특히 중대형견들에게 대한 세상의 시선이 따뜻해지기를 소망한다. CREDIT글 사진 강나리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2-05 1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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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의 법칙, 네가 너를 낳았네
- FAMILY유전의 법칙,네가 너를 낳았네 거푸집에서 나온 것처럼 꼭 닮은 대형 인절미 8인방. 할머니부터 엄마, 손자 손녀에 이르는 대가족의 일상은 어떤 맛일까. Ctrl+C Ctrl+V 우리 가족은 사람들을 언제라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산책 한번 나가면 이목 집중에 질문세례를 받는다. 심지어 다 데리고 나가지 않아도. 우리는 골든리트리버 대가족. 할머니와 엄마, 6남매가 모여 산다. 닮기는 또 어찌나 닮았는지, 친분이 있는 이웃도 아이들 이름을 틀리는 것이 부지기수다. 6남매 아빠가 정말 근사해서 은근히 아빠를 닮기를 바랐는데, 모두 엄마와 할머니를 쏙 빼닮았다. 할머니 해리가 규리를 낳고, 엄마 규리는 설리, 설현이, 승리, 지디, 태양, 탑을 낳았는데... 이 골든 리트리버 3대는 주인인 내가 봐도 가끔 무섭도록 닮았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인 대가족 첫 시작은 규리였다. 일과 육아에 지쳐 강아지는 생각도 못하다가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졸라서 키우게 되었다. 처음 대형견을 접하다 보니 아무런 지식도 없었고 그저 어릴 때 키우던 소형견 대하듯 키웠다. 지나다니던 동네 주민들 눈치에 되도록 늦은 밤 사람들을 피해서 산책을 다니곤 했다. 그러다 규리 엄마 해리가 우리 품에 오게 되었다. 원래 해리를 키우던 반려인이 노령인 데다 지병이 악화되셔서 더 이상 해리를 돌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규리가 낳은 베이비들이 추가되면서 빼도 박도 못하는 대가족이 되었다. 왜 입양을 보내지 않느냐고? 규리가 첫 출산에 10마리를 낳았다. 까칠한 규리가 너무 예쁘게 아기들을 물고 빨고 보살피는데 쉽게 입양 보낼 순 없었다.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분양조건이 까다로워도 문의는 많았다. 하지만 파양되는 대형견을 수도 없이 본 터라 신중해야 했다. 고르고 골라 4 마리를 입양시켰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또 파양이 이뤄졌다. 당시 파양당했던 규리의 아이는 지척의 좋은 이웃이 거둬주셨지만, 남은 6남매는 우리가 키우기로 했다. ‘남은 너희는 엄마랑 할머니랑 살도록 해줄게’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새끼를 보지않기로 하고 아이들을 중성화시켜 주었다. 목소리도 닮았다 3대가 함께 살다 보니 관찰하게 되는 변화도 있다. 까칠하던 규리가 새끼들에게 지극정성인 것도 재미있지만, 할머니 해리가 유독 손녀 손주들에게 애틋하다. 보고 있으면 세상의 모든 할머니는 다 그런 건가 싶다. 3대 중 손녀 ‘설자매’(설리, 설현)는 우애가 남다르다. 아침이면 밤새 헤어졌다 만났다고 붙들고 껑충껑충 뛰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3대가 낮이고 밤이고 붙어 지내는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어릴 때도 닮은 3대였지만 커가면서 더 닮는다. 환경이 같아서일까. 기본 성향은 각자 다른데 요즘 점점 성격도, 행동도 비슷해진다. 누구 하나 다치기라도 하면 어찌나 핥아주기 바쁜지... 멀리서 짖는 소리를 듣고 규리였구나 했는데 손주인 승리였던 순간도 있다. 너희, 이제 목소리도 닮아가는 거니. 대형견과 함께 살려고, 공부합니다 공부를 시작했다. 대형견을 잘못 가르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다고 힘으로 제압하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 직접 동물매개 심리치료과정을 배우고 요즘은 아이들이 예절 바른 개린이가 되는 그날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기회가 닿으면 지역 안에서 자원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형견은 무섭다는 편견을 아주 조금이라도 깰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우울증이 있는 두 학생이 동물매개활동 일환으로 할머니 해리를 만나러 오곤 한다. 대가족 가운데서도 해리는 순하고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 아이들과도 합이 맞는다. 아이들이 처음 오던 날, 남들 몰래 해리에게 말을 걸었다. ‘설리 설현이처럼사람 아이들도 예뻐해 줄 수 있지?’ 그리고 해리는 그렇게 했다. 요즘 두 학생의 얼굴에서 그늘이 많이 걷힌 것이 보인다. 식탐 많고 공놀이 좋아하는 골든 리트리버 대가족을 모시며 힘이든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결정까지 고민도 참 많았고, 고생도 좀 했지만 후회는 한 번도 한적 없다. 리트리버 3대는 내 박카스다. CREDIT글 사진 김태준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2-05 1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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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 MATCH POINT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사랑에 대한 찬사 중엔 과학적인 얘기도 더러 있다. 사랑하는 이들이 점점 닮아간다는 말도 그렇다. 연인들은 함께 있을 때 호흡 패턴과 심박이 같아진다. 동일체 감정을 나누기도 한다. 동물이라고 예외일까. 오랜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를 닮아간 반려인과 강아지, 강아지와 강아지의 모습을 독자들이 보내왔다. 01 콩이와 아빠는 오늘도 딥슬립 중세상 모르고 잠든 콩이와 콩이 아빠입니다. 사진을 찍는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자는 게 똑 닮았어요. 자는 눈매나 입꼬리도 판박이입니다. 실물은 더 닮아서 굳이 콩이 아빠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 알아요. 콩이는 3년된 포메라니안입니다. 오랫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 지내줬으면 합니다. (반려인 김세은 님) 02 누가 누구게? 엣지와 빠방이우리 딸 엣지(왼쪽)와 빠방이(오른쪽)입니다. 우리 애기들 너무 똑같이 생겼죠? 3개월 때 사진이에요. 지금은 벌써 6개월됐는데 아직도 사람 들은 누가 엣지고 빠방이인지 잘 구별을 못 한답니다. 빠방이는 태어날 때부터 조금 더 특별했어요. 둘째로 태어났는데 첫째가 나오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서 병원으로 가던 중에 차에서 태어났답니다. 아무래도 덩치가 너무 커서 나오는게 좀 힘들었나봐요. 차에서 태어나서 이름이 빠방이가 됐고, 지금도 차만 타면 너무 좋아한답니다. (반려인 김지은 님) 03 힘든 훈련을 함께 이겨내 준 덴구저는 애견 훈련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덴구는 벨지안 마리노이즈 종이고 저의 첫 반려견이에요. 제가 훈련사라 다른 반려견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지요. 처음 훈련을 시작하고 대회를 뛰기 시작했을 무렵엔 무척 힘들었어요. 그때마다 저에게 많은 도움과 응원을 준 아이가 덴구예요. 어려운 상황마다 덴구에게 의지하며 꿈을 이루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워낙 한 몸처럼 붙어다녀서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저를 그냥 덴구라고 불러요. (반려인 김수연 님) 04 코코와 하나 둘 셋, 찰칵!우리집 강아지는 미디엄 푸들 코코입니다. 저희는 매년 코코 생일 때 마다 프로필을 찍어주는 작은 이벤트를 열고 있어요. 매년 성장하는 코코와 제 모습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싶었거든요.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찍을 수록 서로 포즈가 비슷해져서 작가님이 신기하다고 하세요. 점점 얼짱 각도를 알아가는 우리 코코랍니다. (반려인 윤선영 님) 05 자식 세 명을 키우는 기분, 아시나요올해 5월에 입양한 가족 7개월 차 봉이입니다. 봉이가 오고 3개월 후에 아기가 태어났어요. 거의 쌍둥이 아이를 키우듯이 진땀나게 양육하고 있습니다. 봉이를 데려올 때부터 남편과 봉이가 많이 닮았다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남편이 알면 그게 웬 디스냐고 울컥할 테니 이 사연을 보신 독자 분들은 비밀을 꼭 지켜주셔요. 가끔 투닥투닥거리지만 세 가족이 주르르 누워 자고 있으면 고된 일도 금세 잊혀집니 다. (반려인 이수연 님) 06 단체사진 찍으면 꼭 눈 감는 애들 있죠?평소 아이들과 산책하고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사진 속 눈 감은 녀석이 우리집 막내 간장이랍니다. 옆이 우리 둘째 후추이고요. 모색은 다르지만 하는 짓이 판박이랍니다. 왼쪽 두 아이들은 시온, 루시랍니다. 평소 형제처럼 지내죠. 넷이 사진 한 장 찍는데 어찌나 피가 마르던지요. 이웃집 아이들은 얌전한데 우리 애들은 이리튀고 저리튀고... 결국 한 장 건졌는데! 간장이가 눈을 감았어요... 그런데 놀라운게 뭔지 아세요? SNS에 올린 사진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간장이 ‘인생사진’이 되었답니다. (반려인 시즈닝폼 님) CREDIT에디터 김기웅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04 11: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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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살 노령묘 별이의 별명
- FROM VET17살 노령묘 별이의 별명 우리 동물병원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별이는 평소엔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지만, 병원 대기실에 보호자들이 앉아 있으면 도도하게 보호자 앞에 가서 돌아앉는다. 마치 “어서 날 궁딩팡팡 해주시죠?”라고 말하듯이. 별이를 처음 보는 보호자들은 다소 당황하지만, 오래 본 보호자들은 으레 별이의 궁둥이를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그러다 그만두면 ‘냐~앙’ 소리와 함께 꼬리를 살랑거리며 보호자 무릎 위를 왔다가 갔다 하며 조금 더 해주길 요구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팔의 통증을 감수하고 이내 다시 별이의 엉덩이를 두드려 준다. 별이는 ‘간호사 별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소싯적에 아픈 아이들에게 뭔가 얘기해주고 곁에서 간호해 주는 것처럼 입원장 곁을 맴돌며, 눈도 못 뜬 새끼고양이들이 병원에 오면 핥아 주고 품고 잤기 때문이다. 또 한동안은 ‘수의사 별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사라졌다 싶으면 진료실 원장 의자에 앉아 있거나, 진료를 할 때도 진료실 한 쪽에 앉아서 진료하는 과정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어떤 때는 데스크에서 손님을 맞이하거나 배웅하길 즐겨 ‘데스크 별이’로 통하기도 했다. 나이가 든 고양이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는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작은 움직임에 호기심을 보이던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이나 장난감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움직임은 줄고 자는 시간은 더 많아진다. 나이가 들며 질병에 걸리거나 인지 능력이 감소돼 사람의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를 겪는 고양이들도 많다. 여러 가지 별명을 얻었던 별이도 이젠 나이가 많이 들었다. 용강동물병원에서 지낸 시간만 14년이고 구조됐을 때 3세령 정도로 추정했으니 지금은 17살 정도라고 생각된다. 예전처럼 입원실에 가서 입원한 아이들 곁을 지켜주지 않고, 예방 접종하러 온 아기 고양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면 슬쩍 자리를 피해 병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진료할 때 진료실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좋아하던 깃털 장난감을 팔이 아프게 흔들어 대도 오히려 안쓰럽게 쳐다볼 뿐 시큰둥하다. 그래도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보호자가 대기실에 앉으면 슬쩍 가서 엉덩이를 내밀고, 같이 지내는 고양이 귀염이나 요나가 귀찮게 굴면 깔아뭉갠 후 목덜미를 물어 노익장(?)을 과시하곤 한다. 치아도 건강하고 식욕도 좋아 사료도 잘 먹고 캔도 잘 먹고 치아 간식도 잘 먹는다. 일 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받는 건강검진에서도 다행히 아직 특별한 질병의 징후는 없다. 사람의 기대 수명이 늘어 100세 시대를 얘기하듯 고양이의 기대수명도 늘어 20세 시대를 얘기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통계가 없어 고령 고양이들의 비율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고령으로 분류되는 15세 이상의 고양이들은 분명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앞서 얘기한것처럼 고령묘가 되면서 노화로 인한 신체 및 행동의 변화와 질병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되는데, 어떻게 고령의 고양이를 관리하고 삶의 질을 유지시켜 줄 것인가가 앞으로 수의사와 보호자들의 중요한 고민이 될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던 초보 수의사 시절에 만나 그 동안 수의사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줬던 별이가 이제는 더 어려운 숙제를 던져줬다. 나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더 분발해야 할거야, 라고. 이제 보니 별이는 병원에서 함께한 시간 동안 내 곁을 지키며 더 좋은 수의사로 나아가길 당부하고 있었다. 여러 별명이 있었지만, 별이는 언제나 나의 ‘선생님 별이’였다. CREDIT글 용강동물병원 박원근 원장 그림 지오니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8 10: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