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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8-03 17: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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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8-03 17: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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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8-03 17: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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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8-03 1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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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7-01 12: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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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7-01 12: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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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백만송이 장미원
- 향기로운 추억을 선사하는 정원부천 백만송이 장미원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일러스트레이션 박혜미 여름 햇살이 빛나는 주말, 슈나우저 하하와 호호네 집은 산책 준비로 아침을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시원할 때 반려견에게 콧바람을 쐬어 주고 싶은 건 모든 반려인들의 마음. 게다가 휴일인 만큼 늘 가는 동네 공원 대신 색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산책 장소, 경기도 부천의 백만송이 장미원이다. 아쉽게도 한발 늦어 장미는 지고 없지만 꽃보다 예쁜 강아지들이 있으니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 꽃은 흔들리며 핀다백만송이 장미원에는 장미나무 15만 그루가 심겨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넝쿨장미부터 세계적으로 희귀한 장미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여름이 되면 화려한 빛깔을 뽐내며 피는 꽃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하하호호의 반려인 박영옥 씨와 이인희 씨 모녀 역시 지난 6월 만개한 장미를 구경했다고. 아쉽게도 그때는 강아지들과 동행하지 못했기에 이번에 다 같이 나들이를 왔단다. 하하와 호호는 장미가 있거나 없거나 생전 처음 온 공원을 탐색하느라 분주하다. 까만 코를 벌름벌름 거리자 말라 있던 콧잔등에 반짝반짝 윤이 난다. 건강한 모습일 때 가장 예뻐 보이는 반려견들. 평소보다 멀리 나온 보람이 있다.백만송이 장미원이 조성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장미원이 있는 자리는 십여 년 전만 해도 우범 지대였다.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장미나무를 심기 시작했던 게 지금의 백만송이 장미원을 탄생시켰다. 현재는 그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고 화사한 분위기. 어두운 과거를 딛고 활짝 피어났다는 점에서, 하하호호는 백만송이 장미원과 닮았다. 두 녀석 역시 주인에게 버려진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만개한 꽃처럼 웃는 얼굴에선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풍을 왔다는 행복감만 보일 뿐이다. 반려견과 함께 포토타임커다란 공연장의 객석이 장미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공원. 백만송이 장미원은 도당산 자락에 위치하다 보니 살짝 경사져 있다. 하지만 등산하는 기분이 들 정도는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 것. 구석구석에 쓰여 있는 장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숨을 돌릴 수 있다. 꽃밭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재미다. 두 모녀와 하하호호 역시 기념촬영을 빼놓지 않는다. 살짝 수줍긴 하지만, 오늘의 가족사진을 위해 커플 아이템까지 맞췄다고. 이렇게 또 한 장 추억이 쌓인다.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산책해도 역시 여름은 여름이다. 에너지 넘치는 하하와 호호를 따라 걷다 보니 등줄기를 타고 땀방울이 흐른다. 아니나 다를까, 연신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두 강아지들도 결국 퍼져 버리고 말았다. 공원 중턱에 마련된 쉼터에서 단비 같은 휴식을 갖기로 했다. 벤치에 앉아 목도 축이고 뜨끈해진 발바닥도 식히는데, 쉼터 위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이 눈에 띈다. 백만송이 장미원의 숨겨진 매력, 부천 둘레길 5코스인 ‘누리길’이다. 7km 정도 되는 길을 따라 걸으면 부천시 향토역사관·벚꽃동산·원미산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날이 선선해지면 반려견 산책 코스로도 안성맞춤일 듯하다. 매년 열리는 장미 축제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었지만, 역시 장미가 없으니 살짝 아쉽다. 남아 있는 몇 송이를 보니 한아름 피어 있을 땐 얼마나 멋진 모습일지 상상이 간다. 매년 꽃이 만개할 즈음인 5~6월이 되면 이곳에서는 장미 축제가 개최된다. 장미꽃으로 조형물을 만들고 각종 행사도 열어 볼거리가 더욱 많아진다고. 반려견과 함께 오고 싶다면 인파를 피해 저녁때 방문해도 좋겠다. 밤에는 곳곳에 설치된 200여 개의 조명이 불을 밝힌다.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장미를 볼 수 있는 기회다. 땅의 열기도 한층 식어 강아지들도 편안해할 듯싶다.새까만 호호가 쭉 빼 문 분홍 혀를 보니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인 것 같다. 더위 탓에 오랫동안 산책하진 못했지만 새로운 장소를 발견해 신나는 하루였을 것이다. 다음번엔 만개한 장미꽃밭을 보러 오자고 기약하는 하하호호 가족. 해마다 꽃은 새로 피고 지겠지만 그들은 늘 지금처럼 함께 걷고 있으리라.
- STORY | 2015-08-03 17: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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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각 장애인 도우미견 럭키
- 지금은 근무 중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청각 장애인 도우미견 럭키 살면서 무언가를 위해 이토록 달려 본 일이 있을까. 끝없는 마라톤과도 같았던 삶 위에 홀로 서 있던 이소라 씨는 럭키를 만난 후 나아갈 힘을 얻었다. 청각 장애인의 귀가 되어 주는 도우미견과 그런 도우미견을 돌보는 사람 사이엔 반려를 넘어선 어떤 것이 있다. 빵! 총소리에 출발선을 박차며 그녀가 읊조린다. ‘네 덕분에 달린다. 너를 위해 달린다.’ 그녀와 럭키의 나날요란한 알람 소리가 소라 씨를 깨운다. 거실 한 쪽에선 TV가 뉴스를 전한다. 부산히 아침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밥솥이 취사가 완료됐음을 알린다. 특별할 것 없는 아침 풍경 속 이소라 씨는 청각 장애인이다.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소라 씨가 이처럼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건, 그녀 곁을 지키는 도우미견 ‘럭키’ 덕분이다. “럭키는 청각 장애인 도우미견이에요. 보통 도우미견 하면 시각 장애인 도우미견을 많이 떠올리시고 럭키 같은 아이는 조금 생소하게 보시더라고요.” 시각 장애인 도우미견이 사람의 눈을 대신하듯이, 청각 장애인 도우미견은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반려인의 귀가 되어 준다. 올해 5년 차 노련한 도우미견 럭키는 알람과 초인종, 가전제품 알림음 등 생활 속 다양한 소리를 듣고 소라 씨에게 달려가 알려 준다. “럭키를 만나기 전엔 알람을 듣지 못해 회사에 지각하기 일쑤였어요. 이제는 소리를 들은 럭키가 침대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니 도무지 깨지 않을 수가 없지요(웃음).” 칭찬을 받으면 받을수록 소라 씨에게 더 많은 걸 들려주려고 노력한다는 럭키. 럭키가 알려 주는 게 소리뿐만은 아니다. 얼마 전엔 열려 있던 현관문도 럭키 덕에 발견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라 씨다. 생활 속 불편함부터 예고 없이 벌어지는 사고까지, 청각 장애인의 생활 전반을 살피는 도우미견은 단순한 반려견이 아닌 신체의 일부 같은 존재다 반려 그 이상임을반려인을 이끌어야 하기에 대부분 대형견인 시각 장애인 도우미견과 달리, 예민한 청력이 조건인 청각 장애인 도우미견은 견종에 구애받지 않는다. 소형견인 슈나우저 럭키 또한 한국 장애인 도우미견 협회에서 우수한 청력을 인정받아 도우미견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3대 악마견 중 하나라는 슈나우저의 악명을 들은 터라 처음엔 내심 걱정스러웠다던 소라 씨. 그러나 염려가 무색하게 럭키는 소라 씨의 곁을 든든하게 지켰다. 발랄한 럭키는 외출용 노란 조끼를 입는 순간 의젓한 도우미견으로 다시 태어났다. 타지에서 홀로 외로웠던 소라 씨의 일상은 럭키라는 소울메이트를 만나 몇 배로 즐거워졌다. 그녀의 앨범이 럭키와 함께한 여행지 속 추억으로 빼곡하다. 그런데 행복해야 할 그들의 여행은 종종 편견과 무지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도우미견은 법적으로 모든 장소 출입이 허용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와 럭키는 음식점부터 이동수단, 숙소까지 번번이 입장을 거절당했다. 그래도 럭키와의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건, 다른 도우미견들이 소라 씨의 뒤를 따라 조금 더 편안하게 다녀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럭키와 함께하며 도우미견들이 마음껏 다니기 힘든 현실에 대해 알게 됐어요. 도우미견은 단순히 반려견이 아니에요. 장애인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애가 있는 자신조차 처음 럭키를 편견으로 대한 것에 반성하고 있다는 소라 씨. 럭키와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고 싶기에,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여행 다닐 거라며 미소 짓는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마라톤이소라 씨는 도우미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매년 참가하는 럭키와의 마라톤은 그중 하나다. “도우미견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면 될지 고민했어요. 그 와중에 럭키가 뛰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마라톤이라면 인식 개선에도 효과적이겠다 싶어서 참가하게 됐어요.” 처음엔 참가자들에게 피해가 될까 럭키를 안고 뛰었었다. 많은 사람들이 럭키와 소라 씨를 응원해 줬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다음 해부턴 시작점에서 같이 달렸다. 10km라는 긴 행렬을 씩씩하게 이끌어 주는 럭키를 보며 모두가 힘을 냈다. 지난 4년 간 매번 멋지게 기록을 경신해 온 소라 씨는 벌써 다음 마라톤 준비에 한창이다. “럭키와 함께 뛰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럭키가 없었으면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았을 테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겠죠. 삶의 의욕을 선물해 준 럭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럭키가 곁에 머무는 한 그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오늘도 소라 씨는 럭키와 함께 인생이라는 이름의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다. CREDIT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이소라?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5-08-03 17: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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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 Boy!> 김현성 편…
-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다<Oh Boy!> 김현성 편집장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김현성 반려동물을 키우며 고통받는 동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는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 알면 못 먹어”, “그렇게 치면 할 수 있는 게 없어” 같은 말을 들으면 의지가 사그라들기도 한다. 그럴 때 “어렵게 생각하지 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돼!”라고 응원을 받으면 기운이 나지 않을까? 동물복지와 환경을 위한 패션문화지 <Oh Boy!>(이하 오보이)는 그런 용기를 준다. 조금 덜 쓰고 덜 먹으면 된다고 얘기해 주어 고맙고 힘이 난다. 오보이의 김현성 편집장 역시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잡지를 시작했기에 더 반갑고 든든하다 햇수로는 발행한지 7년째네요. 다음 달이면 60번째 잡지가 나오는데 감회가 어떠신지요?이렇게 계속 했다는 게 신기하긴 합니다. 주변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 다행히 광고주들도 좋아해 줬어요. 오보이는 무가지이기 때문에 광고 수익이 없으면 지속할 수가 없거든요. 앞으로 몇십 년 동안, 제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발행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1인 잡지라 모든 걸 혼자 하시는데, 잠깐이라도 쉬고 싶으신 적은 없었나요?원래 무척 게으른 성격이고, 뭘 하는 것 자체를 안 좋아하는데요. 오보이를 발행하고부터 5~6년 동안은 거의 매일 바빴어요. 하지만 쉬어야겠다는 마음은 안 들었습니다. 오보이가 제 인생에 있어서 아주 큰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무조건 만들어 내야겠다 싶었습니다. 오보이는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문화지’로 소개되는데요. 그렇게 기획하신 이유가 있나요?사실 동물이나 환경 관련 잡지는 많이 나와 있어요. 하지만 무관심한 사람은 들춰 보지도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패션이나 문화처럼 누구라도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어요. 패션문화잡지도 얼마든지 동물이나 환경 관련 콘텐츠를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동물, 환경, 패션을 조화시키는 게 어렵진 않나요?오보이가 패션 소비를 권장하거나 조장하는 잡지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매달 신상품을 소개해야 하지요. 그리고 모피 사진은 안 싣는 등 특정한 룰은 있지만, 아무리 조절해도 가죽 제품 같은 걸 아예 안 넣는 건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속상하긴 합니다. 그래도 광고를 실으면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매 시즌 유행하는 아이템을 사라는 게 아니라, 좋은 물건을 오랫동안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잡지를 만드는 거라고요. 독자들은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많은 분들이 알아주신다는 점입니다. 물론 아직 서울 지역 위주로 배포하다 보니 잘 모르시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지만 오보이라는 매체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게 느껴집니다. 오보이 화보 찍고 싶다는 연예인들이 많고, 독자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가 오보이에 나오면 좋겠다고 말하거든요. ‘오보이 화보’라는 카테고리가 생긴 느낌? 그런 게 좀 변한 듯합니다. 판매를 해도 인기 있을 것 같은데 계속 무가지로 배포하고 계시네요전문지가 아닌 대중문화를 다루는 잡지는 무료인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한 달에 잡지 대여섯 권만 사도 비용이 아주 부담스럽잖아요. 그리고 오보이의 성격을 알고 구매하시는 분들보다, 우연히 오보이를 집어갔다가 동물이나 환경에 대한 글을 읽고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그 바람 때문에라도 무가지를 유지하고 싶어요. 창간 전후로 크게 달라진 점이 또 하나 있네요. 유기견이었던 ‘뭉치’와 ‘유부’를 입양하셨다고요. 일전에 강아지를 기르지 않을 거라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당시엔 반려견 먹물이랑 밤식이의 죽음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팠고, 다시는 그런 슬픔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키우지는 말고 관련해서 좋은 일을 하자는 취지로 오보이를 창간한 거죠. 근데 그게 의지대로 되나요. 제가 오죽 동물을 좋아했으면 이런 잡지를 만들었겠어요. 둘 다 믹스견이라 제가 안 데려오면 안락사될 것 같았습니다. 문득 잡지를 창간할 만큼 강아지가 좋은 이유가 궁금해지네요그건 다른 분들과 다 똑같을 것 같아요. 무조건적인 사랑. 저희 개한텐 저밖에 없잖아요. 기본적으로 개는 자기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절대적이죠. 그걸 배신하기는 쉽지 않아요. 반려동물 문화에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동물을 사는 사람이 너무 많고, 반려동물 문화를 콘텐츠로 다루는 매체들의 대부분이 동물 판매업을 묵인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 서로 좋게 좋게 가는 분위기랄까. 동물을 사랑하면 동물 판매업 때문에 고통받는 생명이 얼마나 많은지 분명 알잖아요. 동물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동물을 싫어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사람보다 동물을 더 많이 괴롭혀요.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사서 키우다가, 늙고 병들면 버리는 거지요. 동물을 ‘제대로’ 좋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동물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보신탕 먹는 걸 비난하다 싸움만 되기도 해요. 비난할 자격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런 식으론 절대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요. 먼저 동물을 싫어하거나 보신탕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반려견과 산책할 때 앞에 오는 행인이 놀라면 왜 그러냐고 싫은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지도 않고 귀여운 강아지인데 뭘 겁내냐고요. 이기적이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인데,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요. 털 달린 동물 자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공포심까지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잠깐 말씀하신 보신탕에 관해 논쟁할 때 자주 나오는 말 중 하나가 ‘개가 불쌍하면 닭이나 소도 먹지 말라’는 이야기인데요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순적이라서 그래요.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개나 고양이가 얼마나 예쁜지 얘기하다가, 저녁때가 되면 돼지고기를 먹지요. 개가 귀여워서 좋은 건지, 정말 생명으로 존중하는 건지 구분해야 합니다. ‘나는 강아지가 사랑스럽지만 소고기도 맛있어서 많이 먹는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논리적으로 공격당하는 거거든요. 대화할 준비가 됐는지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 한 번쯤이라도 육식 문제를 고민하게 되죠. 편집장님도 채식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완전 채식주의자이신 건가요?계란이나 생선은 먹어요. 채식이라는 게 너무 부담스럽게 하면 안 되는데, 주변에서도 시작했다 그만두는 사람들을 많이 봐요. 저는 포기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하다가 고기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되는데요. 육식을 줄이는 데 의미를 두어야지, 딱 끊으려고 하면 몸이 힘들어요. 예전보다 고기를 덜 먹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기 안 먹기도 너무 어렵고요. 채식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해요. 고기가 들어갔는지 아닌지 묻는 게 눈치가 보이더라고요진보적이거나 바른 행동을 하면 별종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요. 회식 자리 같은 데서 그런 분들을 좀 배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채식을 실천하는 분도 너무 티내지는 않았으면 하고요. 저도 제 주변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해서 유별나게 행동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직원들과 식사할 때 고깃집에 가지 말자고 고집부리지 않는 식으로요. 천천히 바꾸려면 서로 답답하겠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 같아요. 동물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고 계시죠제가 환경을 신경 쓰게 된 이유는 솔직히 동물 때문이에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고통받는 동물들도 있지만, 에너지를 과소비해서 생기는 기후 변화 등으로 살기 힘들어진 동물들도 많잖아요. 그런 게 미안해서 환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겁니다. 지금 같은 여름철에 가장 신경 쓰시는 건 무엇인가요?전기랑 물인데, 너무 뻔한 이야기겠네요. 에어컨을 켜고 안 켜고 하는 문제보단, 환경을 생각하면서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환경에 관한 얘기를 계속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게 실천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매체뿐만 아니라 개인도 SNS를 통해 소통하잖아요. 환경에 대한 이슈를 끊임없이 끌어내는 게 실천 같기도 합니다. 이제 막 동물 복지나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하면 좋을 일은 뭐가 있을까요?힘 빠지는 얘기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너무 빨리 나빠져 뭘 해도 소용이 없어요. 하루에 도축당하는 동물의 숫자나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한 끼 채식하고 에너지를 아끼는 행동이 아무 의미도 없는 수준입니다. 권유하기가 민망할 정도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행동이 수만 년 후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우주의 먼지보다 작은 효과뿐이겠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오보이도 작게나마 좋은 영향을 끼쳤을 듯하네요나빠지는 속도가 아주 조금 줄었겠죠?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 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화보로 오보이를 접하신 분들이 메일이나 SNS 등으로 연락을 많이 주세요. 원래는 동물복지나 환경에 무관심했는데, 오보이를 보고 그런 문제들을 인식하게 됐다고요. 팬 이름으로 기부하는 등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기분이 좋지요. 제가 오보이를 창간한 목적이 달성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보이 독자 중에 학생들이 많으니 교육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네요. 동물단체 관계자분들도 교육을 항상 강조하시더라고요그럼요. 아무래도 기성세대는 바뀌기 힘들거든요. 어린이들에게 동물이 우리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친구로서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잡지 발행 외에도 계획 중이신 일이 있는지요?상수동 쪽에 작은 건물을 짓는 중이에요. 제가 살 집인데, 완공되면 거기에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마련하려고 해요. 동물이나 환경 보호단체 리플렛도 비치하고, 사람들이 오가며 오보이를 가져갈 수 있게요. 동물복지나 환경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로 꾸미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소망은 무엇인가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요그저 고통받는 동물이 하나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괴로워하며 죽어가고 있잖아요. 인간의 욕심, 이기심, 무관심 때문에요.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무슨 행동을 하는 건지, 맛있는 햄버거 하나가 어떻게 식탁에 오르는지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보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 STORY | 2015-08-03 17: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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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받은 동물의 안식처, 양주 쉼터
- 여름의 한복판에서양주 쉼터 어느새 8월이다. 찜통 같은 더위가 보호소를 덮치고 아지랑이는 풍경을 일그러뜨린다. 올해도 힘든 계절을 맞이한 양주 쉼터. 하지만 따가운 햇볕 아래 개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의 기색은 없다. 이 여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힘든 계절이 지나면 비로소 쉼터에도 봄이 올 것임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동물들의 안식처경기도에 위치한 양주 쉼터는 비영리 민간단체 ‘동물 학대 방지연합’이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다. 학대 신고로 구조된 개들이 대다수인 양주 쉼터. 이곳의 140여 마리 유기견들이 간직한 사연은 너무나도 안타까워 듣고 있기가 힘들 정도다. “말을 안 듣는다며 주인이 지하실에 가두고 때려 눈알이 튀어나온 아이도 있고요. 좋다고 매달린 새끼 강아지를 행인이 돌로 찍어 두개골이 깨진 사례도 있습니다. 단지 옷을 더럽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6년째 쉼터를 돌보고 있는 이영숙 소장은 사람에게 상처받았음에도 사람을 좋아하는 애처로운 존재가 바로 개라고 이야기했다. 애써 학대견을 치료하면 또 다른 학대견이 들어오는 양주 쉼터의 하루하루.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포기하고 싶다가도, 사람에게 예쁨 받으려 노력하는 강아지들의 모습에 여기까지 왔다. 양주 쉼터의 지난 세월은 이 소장과 개들의 애달픈 나날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다. 잔인한 계절, 여름양주 쉼터는 학대견뿐만 아니라 유기된 개들도 구조한다. 보호소에 날아드는 가슴 아픈 사연은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휴가철이 한창인 이맘때면 조금 더 많은 생명이 쉼터를 찾아온다. 귀찮아서, 버거워서, 때로는 자유를 준다는 명분으로 낯선 곳에 버려지는 강아지들. 그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가족을 찾아 길거리를 헤맨다. “원래 저희 쉼터엔 CCTV가 없었는데 이번에 설치했어요. 이 앞에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사시사철 일어나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휴가철에 심한 면이 있죠. 휴가지에서 떠돌다 구조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요. 여러모로 여름은 유기견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에요.” 이영숙 소장은 여름철 유기견의 증가가 비단 휴가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단지 계기일 뿐. 예쁜 모습만 보고 입양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무렇지 않게버리는 책임감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 본다고. 죄책감 없이 개를 버리러 오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화가 나고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보려 애쓴다.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이게 당신의 일이 아니냐며 따져 묻는 사람들에겐 한숨이 나온다. 그런 이에게 돌아갈 개의 운명이란 빤하기 때문이다. 여름은 개들에게 혹독한 계절. 하지만 여름보다 잔인한 건 한 철새 바뀌는 사람들의 가벼운 사랑이다. 따스한 계절을 기다리며열악한 쉼터 생활에 대해 한없이 푸념할 수도 있지만, 인터뷰 내내 이영숙 소장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깔려 있었다. 고된 쉼터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양주 쉼터엔 조촐하지만 비와 눈을 피할 지붕이 있다. 또 꾸준히 찾아와주는 봉사자도 생겼다. 내리는 비를 전부 맞으며 이영숙 소장 혼자 운영했던 과거에 비해 커다란 변화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준 고마운 입양자들이 있기에 그녀가 생각하는 쉼터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 “최근엔 입양 릴레이를 시작했어요. 멋진 반려견이 되어 줄 아이들을 홈페이지에 한 마리씩 소개하는 겁니다. 그 외에 개 식용 금지 등 동물 복지에 관한 캠페인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유기견 감소를 위해선 무엇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가 우선이라는 그녀. 이를 위한 인식 개선 운동 등도 기획해 보려 한다며 결심을 내비쳤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선 양주 쉼터의 현실은 여전히 힘들고 개들은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어김없이 온정과 도움의 손길을 뻗는 사람들이 있어 이 계절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CREDIT 글 이수빈사진 박민성?
- STORY | 2015-08-03 16: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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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브랜드 뉴킷
- 당신 곁의 멸종위기동물들 디자인 브랜드 뉴킷 아주 가까우면서도 한없이 먼 거리가 있다. 눈과 머리 사이다.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보이는 곳에 있지 않으면 세상에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심하시라. 그러다 정말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 테니까. 후회는 언제나 늦다.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디자인과 이슈를 결합하다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이 있다. 멸종위기동물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디자인 브랜드 뉴킷의 탄생도 그렇다.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이슬아 씨는 남극과 북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멸종위기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다들 알지만 잊고 사는 문제가 다시금 회자되는 모습을 보며 슬아 씨는 영감과 힘을 얻었다.“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전부터 예술가적 시각과 사회운동가적 시각을 합쳐 ‘사회예술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요. 다큐를 계기로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작업물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나갈 기회가 생겼어요. 큰 행사인 만큼 캠페인처럼 발전시켜 선보이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멸종위기동물 알림 프로젝트(Red List Project)’라고 명명하고 관련 팔찌들을 제작했습니다.”전시 때 반응이 좋긴 했지만 당시 슬아 씨는 브랜드를 운영하게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패션 관련 SNS에서 뉴킷의 팔찌를 소개하면서 유행처럼 번졌고, 좋은 취지의 제품인지라 연예인들이 착용하면서 또 한 번 이슈가 됐다. 디자인과 사회문제가 만났을 때 얼마나 큰 파급력이 생기는지 체감했다는 슬아 씨. 현재 뉴킷은 팔찌를 비롯해 에코백·티셔츠·장갑 등 다양한 제품에 멸종위기동물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갑작스럽게 브랜드를 시작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처음엔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뒤늦게 재정비 시간을 갖게 됐다고.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후 공장도 알아보고 제품도 개발하면서 마침내 지금의 팔찌로 거듭났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소비자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 사이 카피 제품이 나왔어요. 세상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걸 뉴킷을 이끌며 느꼈습니다. 저희처럼 영세한 브랜드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법적으로 해결하기도 어려워 하소연만 하고 끝나죠.”좌절감이 들기도 했지만 슬아 씨는 굴하지 않았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고,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처음엔 저 혼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친구이자 파트너인 권도희 씨와 함께예요. 봉사활동을 하다 만났는데 둘다 반려견을 키워서 마음이 잘 맞죠. 저희는 수익금의 일부를 세계자연기금(WWF)이라는 NGO단체에 기부하고 있는데요. 현재 누적 기부금이 이천만 원 이상이에요. 얼마 전엔 정식 파트너쉽을 체결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수많은 동물들멸종위기동물을 알리며 기부도 하고 있지만, 브랜드이기 때문에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슬아 씨.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게 지구에 도움되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언가를 쓰며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만들 때 조금이라도 덜 해가 되고, 소비를 하면서도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 아닐까. 뉴킷은 동물성 재료는 가능한 한 지양하는 제약 속에서, 최대한 예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의미와 디자인 둘 다 갖춰야 정말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질 테니까요.”현재는 턱끈펭귄이나 일각고래처럼 극지방 멸종위기동물들을 담고 있지만,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아마존이나 한국 등 다른 지역의 멸종위기동물들도 다룰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유기동물·쇼동물·실험동물·동물원 동물 등 도움이 필요한 생명들이 너무나 많단다.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안타깝게 들리는 아이러니한 순간이다.앞으로 인테리어 소품이나 팬시 용품 등으로 상품군을 넓힐 예정이라는 뉴킷.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사회 문제를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뉴킷은 멀리 있어 잊혀진 존재를 사람들 앞에 데려다 주었다. 또다시 외면할지, 한 걸음 다가설지 결정하는 건 이제 우리의 몫이다.?
- STORY | 2015-08-03 1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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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소심
-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스튜디오 소심 ‘고양이 한 마리는 또 한 마리를 부른다’는 어느 명언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를 찾게 된다. 쫑긋한 두 귀와 비슷한 모양이라도 발견하면, 혹시 고양이 소품은 아닌지 가슴이 두근두근. 책상에서도, 창가에서도, 옷깃에서도 이 아름다운 생명체들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튜디오 소심에서 정신이 혼미해질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의 앙증맞은 모습에 한 번, 그 속에 담겨 있는 따듯한 마음씨에 또 한 번 충만한 행복감을 느낄 테니까.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정현주(blog.naver.com/sosim503) 우연히 운명처럼고양이 인형부터 고양이 얼굴 펜던트가 장식된 팔찌,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머그컵까지. 스튜디오 소심은 온통 고양이들로 가득 차 있다. 애묘인이라면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은 당연하고, 고양이에게 무관심했던 사람이라도 ‘귀엽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스튜디오 소심의 작가 정현주 씨가 고양이 작업을 시작한 건 2012년부터라고.“14년 동안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도예, 그중에서도 인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캐스팅 기법을 배웠어요. 사실 맨 처음 만든 건 컵케이크였는데요. 삼청동 아트마켓에 들고나가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없더라고요. 궁리를 하다가 우연히 고양이 인형을 만들어 봤는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습니다.”현주 씨의 첫 고양이 인형 ‘마징가 귀를 한 고양이’는 반려묘 ‘양말이’의 모습을 본딴 작품이었다. 귀를 납작하게 뒤로 젖힌 모습이 귀여워서 만들었다는데, 인형에 깃든 애정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본 게 아니었을까. 그 후 현주 씨는 고양이 브로치를 비롯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계속 고양이 아이템을 내놓게 됐다. 마음씨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함스튜디오 소심의 인형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느긋해 보이는 표정, 동글동글한 몸의 선, 편안한 듯한 자세 등이 정감 가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현주 씨와 8년 동안 함께한 양말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빌 ‘나는 고양이’에 담긴 사연을 듣다 보면 그 낯설지 않은 기분의 근원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모빌 같은 경우에는 양말이가 높은 곳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는데요. 사실 저희 양말이 배가 좀 처진 편이거든요(웃음). 그래서 모빌의 고양이도 뱃살이 아래로 둥그렇게 처져 보이도록 작업했어요. 거기에 구름을 달아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표현한 거죠.”양말이에 이어 최근 새로운 모델묘가 영입되었는데, 바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정이’다. 당시 정이는 한쪽 다리엔 붕대가 감겨 있었고 꼬리는 썩어 들어가는 상태였다고. 이틀 후면 안락사 된다는 말에 곧바로 입양을 결심했다. 정이는 결국 한쪽 다리를 잃고 말았지만 누구보다 성격 좋고 애교 많은 반려묘이다. 양말이 역시 유기묘 출신이라고 하니, 스튜디오 소심의 작품들이 유난히 따듯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커져 가는 꿈이 있는 곳그동안 집에서 작업하던 현주 씨는 얼마 전 외부에 공방을 마련했다. 서울 성북구의 정릉시장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데, 아담한 크기와 정적인 분위기 덕분인지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주로 홍대 프리마켓에서 작품을 판매하는데요. 경쟁이 센 편이라 2주에 한 번밖에 참가를 못 해요. 겨울엔 휴장하는 등 날씨에 좌지우지되는 부분도 많죠. 아쉬운 마음에 숍 겸 스튜디오를 내게 됐습니다. 이곳에서 반려인을 위한 수업을 진행할 계획도 있어요. 제가 만들어 놓은 인형에 각자가 키우는 고양이 무늬를 그려서, 자기만의 반려묘 인형을 완성하는 식으로요.”작업실이 따로 없는 작가들과 돌아가면서 핸드메이드 수업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다는 현주 씨. 잘되면 더 넓은 곳으로 옮겨 공동체식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스튜디오 소심은 이름처럼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앞으로 크게 자라날 꿈과 희망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지금보다 더 다양한 작업을 해 보고 싶어요. 사람과 고양이·강아지가 함께 있는 핸드빌딩 인형, 양모로 만든 인형 등 준비 중인 게 많아요. 그리고 앞으로 고양이뿐만 아니라 북극곰이나 나무늘보 등 다른 동물들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재밌는 작품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STORY | 2015-07-01 12: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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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랍을 타고 찾아온 사랑, 고양이 조수…
- 묘생2막서랍을 타고 찾아온 사랑고양이 조수 ‘서라비’ “미야옹….”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유난히 추웠던 작년 설날. 새끼 고양이는 낡은 서랍장 속에 버려졌다. 가족과 함께여야 할 날에 가족을 잃은 가혹한 운명이었다. 고양이는 추위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끊임없이 소리쳤다. 어디선가 자신을 기다릴 또 다른 가족을 위해. 그리고 씩씩하게 살아낼 묘생 2막을 위해서였다. 첫눈에 반하다반려동물 상담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권보민 씨. 그녀는 총 세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다. 첫째 고양이 랑이와 둘째 탕이, 그리고 겨우 한 살 반이 된 셋째 서라비다. 발랄한 매력으로 특히 눈에 띄는 고양이 서라비는 그 이름만큼이나 각별한 첫 만남의 주인공이었다.“작년 설날 연휴 즈음, 고양이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어요. 아기 고양이가 수건에 감겨 서랍장 안에 버려져 있었다는 글이었지요. 당시 가까운 곳에 계셨던 회원분이 구조하셨고 입양공고를 올리셨어요. 그게 라비와의 첫 만남이었죠.”그녀는 공고에 올라온 고양이에게 홀딱 반해 그날로 입양을 결심했다. 상처가 있을 새끼 고양이를 향한 조심스러움으로 무려 두 시간 동안 신청서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지만, 결국 감격스러운 묘연을 맺었다.그녀에게 온 노란빛의 개구쟁이는 ‘서라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한겨울 서랍장 안에서 발견된 고양이 서라비. 배 쪽에 조그만 탈장이 있었고 그게 유기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보민 씨는 추측했다. 당시 수건에 돌돌 말려 있던 기억 때문인지, 1년 넘게 지난 지금도 수건만 보면 신경질적으로 물어뜯는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라비는 유기된 고양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로 밝고 씩씩했다. 복덩어리 고양이보민 씨의 집엔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지만 라비는 특유의 쾌활함으로 무리 없이 적응했다. 유기된 과거를 가진 동물과의 교감도 진행하는 보민 씨는 버려진 고양이들 대다수가 우울함과 자폐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밝은 성격의 라비는 온 집안에 긍정 에너지를 흩뿌리고 다녔다. 덕분에 그녀의 집은 순식간에 라비의 사랑스러운 애교로 가득 찼다.“라비가 오고 난 뒤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우선 다른 고양이들이 굉장히 살가워졌죠. 원래 무뚝뚝한 아이들이었는데, 라비가 워낙 애교가 많으니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또 라비가 오면서 교감과 힐링에 대해 더 깊게 관심 가지고 공부하게 됐죠.”그녀가 블로그에 공개하는 반려묘와의 유쾌한 일상 덕분에, 라비는 이웃들에게 제법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라비를 보러오는 많은 사람들과 그로 인해 만나게 되는 수많은 동물들. 라비와 같은 처지였던 동물들과 교감하고 힐링하며 함께 위안받는 보민 씨다. 이 모든 게 라비가 이어 준 소중한 인연이었다.“얘 안 만났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예쁜 행동을 많이 해요. 라비 덕분에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죠. 정말 복덩어리 고양이 같아요.” 고양이 조수 서라비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감정 소모가 심한 작업이지만, 교감 중 든든하게 곁을 지켜 주는 라비 덕분에 지칠 겨를이 없다는 그녀. 인터뷰 중 보민 씨는 라비와 눈을 맞췄다. 사랑과 신뢰가 뚝뚝 떨어지는 시선이었다.“이제 라비는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됐죠. 절 치유해 주는 힐러라고나 할까요. 교감할 때도 항상 함께하죠. 일명 고양이 조수예요(웃음).”이대로 세 고양이와 건강하게 함께하고 싶다는 보민 씨. 올해 중순 즈음엔 오프라인 반려동물 상담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그녀가 정한 상담소의 이름은 ‘라비야, 놀자’. 상담과 힐링을 통해 더 많은 반려동물이 라비처럼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란다. 무려 가게 이름까지 차지한 라비는 분명 성공적인 묘생 2막을 살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추운 겨울날 서랍 안에서 발견된 새끼 고양이. 빗소리 그리고 무관심에 묻혀 세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서라비는 다른 동물을 돕는 조수 고양이로 다시 태어났다. 라비는 앞으로도 보민 씨와 함께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던 동물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다. 그날 세차게 내리던 비는 이미 그쳤다. 갠 하늘에 뜬 무지개만이 보민 씨와 라비의 앞길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CREDIT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5-07-01 12:5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