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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21 15: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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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21 15: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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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21 1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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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20 09: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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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9 1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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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9 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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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5 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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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보호소의 슬픈 눈망울 - 유기견들…
- 예 비 수 의 사 의 일 기 사설 보호소의 슬픈 눈망울- 유기견들과의 만남 - 유기견 보호소 봉사는 크게 일반봉사와 의료봉사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봉사는 대개 견사 청소와 산책 등을 담당하고, 의료 봉사는 주로 수의사 선생님과 선생님을 보조하는 수의대생들이 모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는 오랫동안 미루었던 유기견 봉사활동을 신청하여 이번 학기부터 바로 참여했는데, 의료봉사로 지원한 동기들과 달리 일반봉사로 지원했다. 오늘은 일반봉사를 하며 느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설 보호소는 당신이 필요해요 우리는 사설보호소로 이동했다. 사설 보호소하면 떠 오르는 것이 열악한 환경과 시설이다. 그러나 그중에 서도 가장 열악해 보이는 건 당연히 부족한 인력이라 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이곳 사설보호소는 약 160 마리가 넘는 아이들을 개인이 돌보고 있으며 안락사 가 없는 보호소인 탓에 아이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온 자원봉사자들도 물 심양면으로 돕고 있었지만, 보호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봉사자들은 청 소팀, 귀 세척팀, 산책팀 이렇게 세 개의 팀으로 나눠 서 활동했는데 그중 내가 맡은 역할은 귀 세척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방역복을 입고, 장화와 장갑 을 착용한 후, 귀 세척액을 챙겨 들고 한 마리라도 더 씻어주고자 분주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겁을 내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기에 구부려 앉은 자세로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다리가 저려왔다. 앉 았다 일어날 때마다 다리에 묵직한 피곤함이 몰려와 온몸이 후들거렸다. 청소팀도 만만치 않다. 청소팀은 삽으로 아이들의 대변을 퍼 나르느라 허리와 팔에 통 증을 호소하기 일쑤였다. 이런 고생으로 아이들의 청 결 문제가 해결된다면 만족감이라도 있으련만, 우리 가 지나간 자리엔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소변이 다 시 쌓였고 4시간만 지나도 언제 청소를 했냐는 듯 금 방 더러워졌다. 그런데도 다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봉사 중 갑작스럽게 내렸던 소나기에도 우리는 조금이라 도 더 많은 아이들을 돕고자 손과 발을 멈추지 않았 다. 하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해 봉사했음에도 미처 돌 보지 못한 아이들과 지저분한 견사가 눈에 띄었다. 매 일매일 반복되는 일. 그러나 다음 날에는 처음부터 다 시 시작해야 할 일. 끝이 없는 전쟁이었다. 160마리 의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 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봉사자들이 또 올까? 이곳만 의 걱정이 아니다. 모든 사설 보호소의 이야기이다. 나를 울린 백구의 눈망울 이날 하루 약 160마리나 되는 강아지들을 돌봤지만, 그중에서도 계속 정이 가는 강아지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청소할 때마다 자신의 품에 안겨 가만히 자 신을 올려다보는 검은 슈나우저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어떤 이는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꼬리를 말고 두려움 에 벌벌 떠는 코카스파니엘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나의 경우엔, 눈이 예쁜 한 백구였다. 내가 귀 세척을 해주기 위해 백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자, 녀석은 내 손 위에 자신의 발을 올려놓았다. 과거 누군가에게 애교를 부리며 간식을 얻어먹고 사랑받던 습관이 아닐까. 내 손만 보면 자동으로 발을 올려놓는 백구에게서 가족 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느껴졌다. 녀석의 손을 애써 뿌 리쳐보아도 다시 반대편 발을 재빨리 얹으며 예쁜 눈으 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데도 나는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 온종일 백구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녀석도 분명 발을 뻗으면 볼을 어루어만져주며 예뻐하던 가족이 있었을 텐데. 백구를 버린 이전 주인이 미웠다. 전국의 백구들 해외는 반려동물을 입양하기까지의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그만큼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가 족들과 함께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 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입양 절차가 복잡 하지 않다. 체계적인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 입양’과 ‘평생을 책임져야 할 동반자’라는 두 요소를 별개로 인식한다. 반려동 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반려동물 문화 가 지금보다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내게 발을 내밀며 사랑을 갈구하던 백구의 눈망울 을 언제까지 떠올려야 할까. 열악한 보호소에는 주 인에게 버림받은 백구들이 넘치며, 이런 사설보호 소는 전국 곳곳에서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물 론, 당신의 봉사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올바른 반려 동물 시스템이 정착하고 우리 반려인들 사이에 성 숙한 반려동물 입양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이러한 비극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CREDIT글·사진 성예빈
- STORY | 2019-11-21 15: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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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저와 나
- 너 는 내 운 명 진저와 나 나는 개를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않아 남편은 나에게 반려견을 키우자고 제안했다.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부담스러운 일인지에 대해 평소 진지하게 생각해왔기에 번번이 반려견을 키우자는 남편의 제안에 반대했었다. 결혼 초반엔 친정생활을 해서 남편도 반려견에 대한 꿈을 잠시 접어둬야 했지만 독립한 후 남편은 수시로 개를 키우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에게 단호하게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어느 순간 ‘만약 개를 키우게 된다면 어떤 견종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운명의 딸 진저 어느새 나를 설득하는데 도가 튼 남편은 ‘한 번만 보고 오자’라는 말로 나를 꼬드기는 데 성공했고 엄마 강아지 옆에서 형제들과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바빠 보이는 작고 귀여운 시바이누 진저를 만났다. 진저를 보고 온 그 날부터 우린 거의 매주 진저를 보러 인천으로 갔다. 아직 엄마와 더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에, 늘 브리더가 보여주는 진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데리고 올 날을 기다렸다.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 대한 걱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나는 진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울타리를 좀 넓게 배치해서 진저가 지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도록 밥그릇, 배변 패드, 장난감, 이불 등 모든 걸 세팅했다. ‘이 정도면 식사공간과 배변 공간이 충분하겠지.’ 생각하며 울타리 안에 한 번씩 누워본 우리는 공간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진저를 데리고 온 바로 그 날 우리의 확신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울타리 안의 진저가 당장 나를 여기서 꺼내달라며 낑낑거리는 통에 어르고 달래다 결국 울타리 문을 열어줬다.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진저는 울타리 안에 배변하러만 들어갔다. 배변 패드를 쓸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진저에게 울타리 안은 말 그대로 거실에 있는 큰 화장실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적응시켜 보자는 생각에 나와 남편은 울타리 안에서 진저와 장난감으로 놀기도 하고 안에서 같이 잠까지 잤지만 진저의 탈출 욕구는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우리 둘은 하루 만에 진저에게 완패를 선언하며 결국 진저가 가면 안 되는 곳을 울타리로 막고 모든 공간을 진저와 공유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부부의 침실만은 사수하고 싶은 마음에 침실에 안전문을 설치했지만 진저가 따라 들어오겠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결국 침실의 안전 문까지 현관 앞으로 이동하며 끝이 났다. 시련의 시작진저를 집에 적응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다. 맞벌이 부부였던 우리는 함께 일주일간의 휴가를 내 강형욱 훈련사의 영상을 보면서 분리불안 훈련을 했고, 아지냥이라는 앱을 내려받아 진저에게 강아지를 안정시키는 음악도 들려주었다. 안정음악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냥 아기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낮잠으로 보냈다. 식사시간에는 정해진 양의 사료를 순식간에 비워내서 과연 이게 정량이 맞는 건지 사료 봉투를 한참 동안 쳐다보기도 했다. 작은 녀석이 싸는 건 또 어찌나 자주 싸는지 온종일 배변 패드만 치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린 강아지들은 아직 방광이나 장기들이 완전히 성장하지 않아서 자주 배변을 한다는 걸 알고 ‘어린아기를 키우는 것과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진저는 밤에 유독 활발해지는 강아지였다. 나는 평소에도 10시가 되면 잘 준비를 하는 사람이자 하루 8시간의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되는 잠순이다. 그런 나에게 두 시간에 한 번씩 낑낑거리며 나를 깨우는 이 작은 녀석은 정말이지 골칫덩어리였다.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밤새 진저를 달래주다가 새벽부터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도 했다. 밤에는 그렇게 잠을 못 자게 하더니 오전부터 태평하게 쿨쿨 자고 있는 진저의 모습을 보면서 얄미운 마음에 깨우고 싶었지만 강아지는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하면 아프다는 남편의 말에 우리도 진저가 자는 시간에 잠을 보충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가장 우려한 분.리.불.안. 우리가 출근하는 동안 집에 혼자 있을 진저가 걱정되어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홈 카메라를 진저 주변에 설치했다. 미리 설치해둔 홈 카메라 속의 진저는 내가 집을 비운 순간부터 계속 하울링을 하며 울어댔다. 출근하면서부터 보기 시작한 홈 카메라에 조마조마해 하던 나는 보다 못해 점심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고 진저를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엄마 품을 떠나온 지도 얼마 안 된 아기강아지가 고요한 적막이 감도는 집에서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고 생각하니 진저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나가고 또 그러면 어쩌지 걱정을 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홈 카메라를 확인했는데 진저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어있었다. 퇴근 후에는 혹시 진저의 하울링으로 인해 이웃집에 피해가 됐을까 하는 죄송한 마음 에 도넛에 편지를 넣어 돌렸다. 다행히 자신의 운명을 빨 리 받아들인 진저는 다음날부터 하울링이 급속히 짧아졌 다. 진저는 혼자 있는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노즈워크 장 난감을 가지고 놀며 우리를 기다렸다. 다행스럽다고 적고 있지만 사실 이때의 기억은 아직도 나와 남편의 마음속에 죄책감으로 크게 자리하고 있다. 특히 육아 대부분을 담 당하고 있는 나에게는 나의 잘못으로 운명의 희비가 뒤바 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듯이 마음이 아리고 쓰렸다. 진저 가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항상 집에 사람이 있는 집으로 갔다면 진저는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CREDIT글·사진 장성희
- STORY | 2019-11-21 15: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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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인연이 되어 기적을 만든다
- 견상궁 수발라이프 우연이 인연이 되어 기적을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이야.” 어린 왕자 속 이야기처럼 서로에게 기적이 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3마리와 견상궁의 깨발랄스토리. 우연으로 시작해서 벌써 3년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무심한 듯 시크한 욕심쟁이 서열 1위 제이, 우아한 척 고상한 미모 담당 공주 레이, 들이대기 좋아하는 착하고 순한 겁 순이 써니까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사랑스러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딸들이에요. 기적 같은 딸들과의 좌충우돌 수발라이프. 이제는 넓은 자연을 내 집 마당처럼 즐길 수 있는 제주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제이, 레이, 써니가 있어 용기를 내어 새 출발 하게 된 이곳에서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곳곳을 누비며 견상궁의 수발은 쉴 새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연과 인연사이어느 인터넷 기사에서 우연히 보았던 다리가 길쭉한 특이한 외모의 강아지. “어? 생각보다 너무 작은데?” 그저 신기하다 생각하며 스크롤을 내리던 중 견주와 강아지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는 큰 몸집에 흠칫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다리가 길어서인지 비교 대상 없이 강아지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 저와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는 사실이 이제는 이해가 돼요(웃음). 그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견종이 무엇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어요. 그저 하루에 무심코 클릭하는 많은 기사 중 하나를 읽어보았다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불쑥 강아지를 새 식구로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한참 전에 보았던 그 기사 속의 강아지가 떠올랐어요. 무슨 견종인지 제대로 기억이나 해둘 걸 아쉬운 마 음이 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괜한 오기가 생겨 검색창에 온갖 검색어를 두드려가 며 찾기 시작했어요. 다리가 긴 강아지, 날씬한 강아지, 경주견, 다리 가는 강아지, 달리 기 잘하는 개 등등 그렇게 며칠을 검색한 끝에 드디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는 견 종을 발견했을 때의 그 쾌감은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이탈리아 그레이하운드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저는 득달같이 달려나갔어 요. 그땐 모색에 따른 차이, 혈통 유무 등등 지금이라면 따지고 또 따졌을지도 모를 수 많은 조건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제일 먼저 와서 아는 척하는 녀석을 데려오 겠다 마음먹었답니다. 깡제이와 폴짝써니제이는 자유롭게 뛰노는 여러 아이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었어요. 덩치는 제일 작은데도 자기보다 큰 녀석들에게 절대 물러서지 않는 ‘깡’에 일단 눈길이 갔는데 그 녀석이 다가와서는 자연스레 저에게 안기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 없이 바로 제이를 우리 집 막내로 맞이했답니다. 2017년 광복절은 이탈리한 그레이하운드 견생 2개월 차 제이와 인연을 처음 맺은 날이에요. 배변 패드 위에 쉬야를 하면 신나게 물개 박수를 치며 간식으로 칭찬하기를 겨우 며칠 했을 뿐인데 게슴츠레, 잠도 덜 깬 눈으로 비틀거리면서 배변 패드로 걸어가는 작은 제이의 귀염 터지는 뒷모습과 새벽 2시만 되면 미친 듯 온 집을 우다다하는 통에 잠을 못 잤던 기억도 역시 생생하네요. 우연히 접한 기사 하나로 인연을 맺은 제이와의 만남이 너무나 도 행복했지만, ‘제이가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다시 제이와 인연을 맺었던 켄넬에 방문을 했답니다. 새벽 두 시 우다다를 또다시 견뎌낼 용기가 없었던 저는 제이보다 개월 수가 많은 블루 모색의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였으면 좋겠다는 나름의 조건을 생각하며 켄넬에 도착했어요. 넓은 마당에 뛰노는 수십 마리의 아이 중에 유독 뒤통수가 눈에 띈 아이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켄넬에서 저에게 뒤통수가 눈에 띄었던 아이를 만나게 해 주시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이번에도 고민 없이 새로운 인연 둘째 레이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레이를 만났을 때 제일 뒤에서 폴짝거리며 쉬지 않고 점프 하던 녀석이 세 번째로 가족이 된 첫째 써니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깨달은 비하인드 스토리. CREDIT 글 김윤정 사진 이성훈
- STORY | 2019-11-21 1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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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요남매가 보내는 텔레파시
- 워 너 비 밤 요 남 매 밤요남매가 보내는 텔레파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녀석들은 내 음성에 따라 밥을 먹고, 함께 산책하러 나가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 나는 녀석들과 함께라서 너무나 즐거운데, 과연 녀석들도 나와 함께하는 게 즐거울까. 이 녀석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우리 사이가 어떨지 궁금해졌다. 너네 어떤 생각을 하니? 밤바요다를 처음 키우기 시작할 때쯤, 녀석들에 대한 나의 공감 능력은 많이 부족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시의 나는 밤바요다에게 정말 필요한 식사와 산책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그저 보호자의 의무로서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편한 대로 녀석들을 귀여워하기만 바빴다. 그렇게 보호자로서 최소한의 역할만을 지킨 채 2년이 흐르고, 그제야 무심했던 내 눈에 녀석들의 표정과 행동이 들어오며 궁금증이 들었다. 녀석들을 위한 행동이 녀석들의 입장에선 전혀 반대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밤바와 요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밤바요다를 보며 소소한 몸짓부터 표정까지 관찰했다. 무엇을 할 때 꼬리를 흔들며 기뻐하는 거지? 무엇을 보았을 때 방방 뛰며 좋아하는 거지? 내가 무엇을 건네주었을 때 좋아하고 싫어하는 거지? 가끔은 녀석들이 사람처럼 말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엄마, 탕수육 말고 치킨이 더 맛있어요.”라던가. “장난감 공이 낡았으니 새로 나온 거로 하나 사줘요!”라던가. 오랜 세월과 시간 동안 밤바요다 입장에서 생각했다. 이런 인고의 노력 덕분인지 요즘엔 녀석들과 꽤 많이 통하는 것 같다. 밤바요다는 많은 친구보다는 몇몇 소수의 친한 친구 들 사이에 섞여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생선 보단 칠면조를 더 좋아하고, 딱딱한 장난감보단 부드러운 장난감을 더 좋아한다. 휴가는 갯벌보단 해수욕장을 선호한다. 그렇게 밤바요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녀석들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했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녀석들도 나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효과가 조금씩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밤바와 요다가 짖는 소리와 행동만 봐도 단순한 투정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행위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하니까 밤바요다를 데리고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간 날이었다. 요다는 물놀이 후에 피곤함이 몰려왔는지 캠핑 의자 위에 앉아 졸았다. 그러나 잠들지 않은 요다는 눈을 끔벅 끔뻑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졸린 와중에도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게 무얼까. 혹시 추운 걸까?’ 하는 생각에 담요로 돌돌 감싸주었더니 녀석은 눈을 감고 코를 골며 잠에 빠졌다. 한번은 밤바요다가 자는 걸 확인하고선 친구와 저녁 바비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준비하고 있는데, 요다가 눈을 뜨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또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번엔 무얼까. 쉬야가 마려운 걸까?’ 하고 녀석의 담요를 풀러 땅에 내려놓으니, 바로 소변을 보고는 다시 캠핑 의자로 올라갔다. 이 모습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친구는 요다가 움직이지도 않았고 짖지도 않았는데 녀석이 무엇을 바랐는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하니까” ‘텔레파시 농담’으로 웃어넘기긴 했지만, 실은 밤바요다의 행동패턴을 오랫동안 관찰한 끝에 습득한 나만의 소통법이다. 요다는 혼자 의자에서 뛰어내려 소변을 볼 줄 안다. 그렇지만 워낙 깔끔한 녀석이라 자신의 몸에 닿는 물건이 지저분해지는 걸 싫어하여, 담요가 바닥이나 소변에 닿아 지저분해지는 것을 꺼렸을 것이다. 나는 그저 요다를 관찰하고 요다가 원하는 것과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알아주는 것뿐이었다. 밤바요다의 생각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니,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마트를 다녀오건, 잠깐 친구를 만나고 오건, 어딘가 나갔다 다시 집에 들어오면 밤바요다는 자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입에 물고선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내 앞에 나타난다. 환영한다고. 반갑다고. 사랑한다고. 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녀석들만의 몸짓 언어로 나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내가 밤바요다의 언어를 이제야 조금씩 눈여겨본 것처럼 여러분의 반려견도 보호자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매일매일. CREDIT글·사진 최소희
- STORY | 2019-11-20 09: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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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을 기억해
- 봉 구 의 추 억 지난 여름을 기억해 지난 여름을 기억해 봉구는 올해 두 살이 된 스피츠 남아입니다. 5월이 되며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스피츠인 봉구는 이중모를 가지고 있는 탓에 벌써부터 더위를 타고 있지요. 헥헥거리는 봉구를 보며 이번 여름도 작년만큼 덥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비록 2019년의 여름이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봉구를 보며 지난 여름에 있었던 추억을 소개하며 다가올 여름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 전 기차를 타고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물론 봉구와 함께요. 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봉구는 기차 창밖을 내다보며 얌전히 풍경을 구경했고, 주변의 승객들은 짖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는 봉구가 기특하다며 칭찬을 한 마디씩 건넸습니다. 봉구가 목이 마르진 않을까 직접 물을 가져다주는 승객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기차 안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한 저는 시골에 도착하자 마자 봉구를 넓은 들판으로 데려가 풀어주었습니다. 도시에 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차도, 사람도 없는 들판에서 봉구는 한없이 뛰어다니다 스치는 꽃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고 냄새를 맡고, 흙에 온몸을 뒹굴며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평소라면 금세 지저분해지는 녀석을 보며 핀잔을 했겠지만... 글쎄요. 원래는 녀석이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었지요. 처음으로 흙을 밟던 날 봉구가 더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려볼까요. 지난 여름에는 흙 위를 마음껏 뛰놀던 봉구였지만, 녀석이 처음으로 흙을 밟는 날이라 그런지 겁에 질려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작고 귀여운 녀석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기대하며 적응할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떼기 시작한 봉구는 곧 물 만난 고기 처럼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를 헤집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제가 봉구를 따라잡으려 해도 격차는 계속 벌어졌지요. 봉구를 큰 소리로 부르면, 봉구는 코에 풀잎과 흙을 잔뜩 묻히고는 해맑은 표정으로 뒤돌 아보았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줄 알았으나 응가를 하기 위해 멈춘 것이더군요. 볼일을 본 봉구는 다시 번개 같은 속도로 저와 멀어져갔습니다. 처음으로 흙을 밟은 그 날, 산책이 끝난 봉구는 피곤이 몰려왔는지 볕이 잘 드는 곳에 엎드려 졸았습니다. 피곤했을 봉구를 위해 해먹을 설치하여 위에 올려주었더 니, 봉구는 서서히 눈을 감고 코를 골기 시작했죠. 앞으로도 오늘처럼 봉구가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올여름도 기대해 봉구 봉구가 매년 내려가는 시골집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봉구보다 1년 이나 늦게 태어났는데도 봉구보다 덩치도 크 고 목청도 큽니다. 그런데 봉구가 그래도 형이랍시고 덩치가 큰 개 앞에서 군기반장 노릇을 하더라고요. 웃프게도 커다란 동생은 자그마 한 봉구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자존심 상할 법하지만 그래도 봉구는 이 모든 게 즐겁나 봐요.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공기 좋고 드넓은 시골에 오니 모든 게 좋은 추억으로 남나 봅니다. 저 또한 봉구의 지난여름을 떠올리며, 봉구의 올해 여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이 봉구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길 바라며 올해 여름도 또 다른 추억이 되기를. CREDIT글·사진 안효빈
- STORY | 2019-11-19 1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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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OW RAIN
- M O R I I N N E W Y O R K SLOW RAIN 느린 도시, 뉴욕 지난 며칠간 뉴욕에서는 마치 한국의 장마처럼 비 가 유난히도 자주 내렸다. 이제 곧 뉴욕을 떠나는 내게 비 때문에 촬영일수가 줄어드는 것만큼이나 애석한 일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카페를 가는 길에도, 조깅을 하는 중에도 항상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다닌다. 이곳을 떠나면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반려동물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한 마지 막 몸부림이랄까. 매거진P에 그간 기고해왔던 글과 사진들에는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와 함께 일 상적인 풍경들이 담겨있다. 이 글과 사진들을 한 데 모아 쭉 바라보고 있자면 문득 “뉴욕은 참 한결 같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1년에 한 번씩 한국을 갈 때면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어 매번 놀라곤 하는데, 뉴욕은 참 신기하게도 어제 찍은 사진 과 3년 전에 찍은 사진의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뉴욕이 한국보다 안정적이고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사람들과 반려동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자면, 지금 뉴욕의 모습이 1년, 2년 뒤에도 변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마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수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반려동물 또한 이곳 뉴욕을 거닐다 언젠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어디론가 떠나갈 테니 말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살기 좋은 도시인 뉴욕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한국에 있는 우리 집 개들만 해도 뉴욕은 고사하고 집 근처 일본조차 가본 적이 없다. “너넨 참 좋은 곳에서 태어나 복 받았다.”라는 생각을 뉴욕에 사는 반려동물을 볼 때마다 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 몇 주 전 오래 기르던 강아지가 긴 여행을 떠났다. 멀리 뉴욕에 와있는 바람에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함만 잔뜩 들었다. “몽아, 다음 생엔 꼭 뉴욕에서 마음껏 센트럴 파크도 거닐고, 도그 워커랑 매일 산책도 하며 살아.”라며 생각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게 뭐 어때서?’ 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이 문제라는 건 절대 아니 다. 단지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은 뉴욕이 더 좋다는 것이다. 언제나 더 좋은 옵션은 존재하니까. ‘그럼 뉴욕보다 더 좋은 옵션은?’ 하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본 여러 도시 중 뉴욕만큼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은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뉴욕은 한없이 한결같아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뉴욕에서 바뀌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반려동물들을 위한 법과 문화가 아닐까. 앞으로도 매거진P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들이 많기에 떠나기 전 미리 기고할 글과 사진들을 준비해야겠지만, 언제 그 이야기가 끝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젠가 폴더 속의 수많은 뉴욕 반려동물 사진들이 사라지고 더 이상 손이 키보드 위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을 때, 그때가 매거진P를 통해 전달하는 나의 마지막 뉴욕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이 곳에서 언제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상황이니 나는 매일 열심히 뉴욕이야기를 위한 시간을 쓸 것이다. 이 이야기의 끝이 뉴욕이 아닌 한국일지. 혹은 또 다른 어딘가가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뉴욕의 이야기는 조만간 계속될 예정. CREDIT글·사진 박모리
- STORY | 2019-11-19 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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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짜장 이야기
- 만 족 하 며 사 는 방 법 마린 짜장 이야기 마린이는 함께 산 지 8년 차 된 나의 강아지.그리고 짜장이는 함께 산 지 4개월 된 나의 강아지다.나는 오늘도 이 둘과 산책을 다녀오며 큰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알리는 존재 잘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다음을 위해 달리는 나에게 이 둘은 만족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내가 주는 간식 하나, 손짓 하나에 행복해하는 마린이와 짜장이의 모습을 보면 가끔 혼자 알록달록 어울리지 않는 과한 옷을 입고 군중 속에 있는 부끄러운 느낌을 받는다. 삶을 복잡하게 사는 내게 늘 간결하고 정직한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는 이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위안이 된다. 우리는 어느덧 아주 잘 어울리는 한 팀의 가족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린이와 짜장이 둘은 아주 다르다. 마린이는 나의 과거, 그리고 짜장이는 나의 현재를 보여준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게 많았던 20대의 날들을 함께한 마린이는 그때 나의 정서를 받아들인 탓인지 늘 조심스럽고 겁이 많으며 예민하다. 여기서 마린이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우린 옛날에 아주 작은 원룸 자취방에서부터 함께 했다. 풍족하지 못한 생활이었지만 함께 버텨냈다. 내가 힘들어할 때면 지금의 신랑이자 그때의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나를 도와줬는데, 마린이와 남편 그리고 나까지 셋의 합동 플레이는 힘들었던 그 시기를 아주 성공적으로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개는 여유가 있을 때 키우는 게 맞다. 난 과거의 부족함에 대해 생각할 때면 마린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니까. 마린이와 함께한 지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내가 혼자 방에 앉아 울고 있었는데, 마린이가 나에게 다가와 얼굴에 흐르는 눈물 냄새를 맡고, 무릎 위에 올라와 온기를 나누어 주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함께 숨 쉬고 있는 누군가의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었다. 그 날은 나에게 ‘우리가 이렇게 함께 살고 있는 거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느꼈던 특별한 날로 기억된다. 다른 두 마리라서반면 짜장이는, 30대에 들어서 알게 된 나의 강한 자존감과 안정감을 받아들인 탓인지, 장난감을 모두 갈아서 먹어 버릴 듯 시끄럽게 놀다가도 이내 코를 골며 늘어지게 잠들어버리는데, 그런 짜장이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 터진다. 이렇게 너무 다른 두 마리라서, 이 둘을 향한 나의 마음도 조금씩 다르다. 나의 과거인 마린이를 볼 때는 마음이 저릿하면서 찡한 무언가가 차오르고, 나의 현재인 짜장이를 볼 때면 간지러운 달콤함이 차오른다. 느낌은 다르지만 둘 다 분명한 사랑이다. 내가 ‘집 밖의 삶’을 좀 더 멋지게 살아보고자 나를 잊어버릴 만큼 고군분투할 때면 마린이와 짜장이는 ‘집 안에서’ 나를 진정 시키고, 멋지게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 행복 끝에 멋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내가 이들을 보호하고 키워내는 처지긴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나에게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기준이 되어 준다 는 믿음도 존재한다. 이 믿음은,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를 아주 견고하게 만들고 더욱더 사랑하게 한다. 마린이는 우 유 맛 껌, 짜장이는 황태포를 좋아하는데 간식을 하나씩 주고 아이들이 또 달라는 눈빛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보면, 일분일초의 시간이 참 밀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불필요한 고민을 하면서 보내버리는 시간보다 훨씬 진하고, 사는 것답게 사는 느낌이 드는 시간들이다. 모든 반려견과 함께 사는 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우리 가족이 앞으로도 이렇게 밀도 있는 시간들로 가득 채워 살아가길 나는 깊게 바란다. 마린아 짜장아 사랑해! CREDIT글·사진 마리
- STORY | 2019-11-15 1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