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20-09-24 16:31:15
-
[STORY]
STORY | 2020-09-24 16:29:19
-
[STORY]
STORY | 2020-09-24 16:28:44
-
[STORY]
STORY | 2020-09-24 16:27:39
-
[STORY]
STORY | 2020-09-24 16:26:51
-
[STORY]
STORY | 2020-09-24 16:26:10
-
[STORY]
STORY | 2020-09-24 16:24:45
-
- Magazine P. 이별 앞에 덤덤할 수 있는 이유
- 두 번째 임시 보호로 만났던 스콘이를 평생 가족의 품으로 보낸 지 1일 차.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이별에 우리 자매는 별다른 의논 없이 자연스레 다음 임시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찾았다. 스콘이 때와는 달리 이번엔 보호소 직원분에게 “당장 임시 보호가 급하게 필요한 아이가 누구인가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해리’라는 아이를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답장을 받자마자 나는 파주행 버스에 올랐다. 지금 생각해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충동적인 날이었다. 햇살처럼 해사한 너의 이름은 해리 보호소에 도착하자 직원분께서 깡마른 하얀색 푸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셨다. 가슴 줄을 최대로 조여도 몸이 쑥 빠져나올 정도로 마른 체형에, 얼마나 거리를 떠돌았는지 퀴퀴한 냄새가 참기 힘들 정도였다.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선명한 눈물 자국에 표정을 잃은 얼굴, 낯선 이의 품에 안겨 발버둥 치는 해리를 보고 있으니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나름 임시 보호 3회차에 접어든 경력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해리를 데리고 씩씩하게 집에 왔다. 해리는 문산의 어느 고등학교 후문 편의점 앞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목에 예쁜 노란색 목줄을 차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가족의 품에 있다가 온 녀석인가 보다. 가족의 손을 놓친 건지, 누군가 일부러 놓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행복한 두 달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있다니! 어느새 우리에게 정을 붙인 해리는 그야말로 애교 만점 껌딱지였다. 누워 있으면 쪼르르 옆에 와서 팔베개를 베고 눕고, 우리가 집에 돌아오면 누나들 배 위가 침대인 마냥 방방 뛰며 뽀뽀를 남발한다. 또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배변 패드에 똥오줌을 가리는 것은 기본, ‘손!’ 하면 손을 바로 내어주는 똑똑이 왕자였다. 해리에게 평생 가족을 찾아주는 게 우리의 임무이지만, ‘너무 빨리 가버리면 어떡하지?’ 걱정이 될 정도로 해리는 날마다 우리에게 커다란 행복을 선물해주고 있었다. 아직은 초보 엄마 우리들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현관에서부터 거실이 모두 해리의 혈변 흔적으로 범벅이 되어 있던 것이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러다 해리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어디가 아픈 건지 표현이라도 해 주었음 좋겠는데, 녀석은 그 와중에 꼬리를 흔들고 반기고 있었다. 해리를 데리고 바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잠시 후 진료를 받는데 수의사 선생님께서 귀 안을 살펴보더니 적잖게 놀라시며 “너무 심한데…. 이 정도면 몸 안에 진드기가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라고 하셨다. 실제로 선생님이 해리의 귀를 닦아 내자 솜 쪼가리에는 이상한 갈색 물질이 듬뿍 묻어져 나왔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주인을 잃은 강아지들은 다시 사람의 품에 안기면 일부러 더 밝은 척을 하고 애교를 부린다고. 다시는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리는 우리가 경험한 어떤 강아지들보다 상황 적응력이 빨랐고, 그래서 하루 만에 우리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와 준 아이였다. 내내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줘서 건강한 줄만 알았는데, 방심이 낳은 참사였다. 해리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임시보호 세 번째라고 나름 고수인 척을 해댔는데 역시나 우리는 아직 초보 엄마들이었다. 사람의 성격이 모두 다 다르듯 강아지들도 누구 하나 같은 아이가 없다는 것, 그러니 임시보호를 할 때도 항상 주의, 경계를 하고 보살펴야 할 것. 명심 또 명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세상엔 행복한 이별도 있다는 것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8월, 우리 자매는 일주일간의 몽골 여행을 계획했다. 그사이 일주일 동안만 해리를 맡아줄 곳을 찾다가 꽤 오래 서로 연락이 없던 대학교 아는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운명은 우연처럼 다가온다고 했던가? 일주일간 해리를 맡아준 대학교 선배가 해리를 평생 가족으로 들이고 싶다는 중대 결정을 했다. 해리 이 녀석, 기특하게도 일주일간 매력 발산을 어지간히 했나 보다. 해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이별이 두려워지곤 했었는데, 해리가 떠나는 날. 우리 자매는 어느 때보다도 무덤덤하게 해리를 보내줄 수 있었다. 앞으로 해리에게 펼쳐질 꽃길이 선명하게 그려져서일까. 이후 해리는 함께 사는 고양이 친구도 생기고, 매년 입양 기념일을 성대하게 축하받으며 제2의 견생을 살아가고 있다. 임시 보호는 항상 우리에게 세상에는 행복한 이별도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해리와 보낸 시간은 어느 때보다도 길고 진했지만, 보다 이별에 덤덤할 수 있었던 것을 보니 우리는 이번에도 또다시 ‘행복한 이별’을 해냈음이 틀림없다. 글.사진 최세화에디터 이혜수 <최자매의 행복한 이별이야기-이별 앞에 덤덤할 수 있는 이유>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31:15
-
- Magazine P. 함께일 때 더욱 행복하도록
- 벌써 크리스와 네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거면서, 왜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된 생일상을 차려주지 못했을까. 크리스는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우리 가족이 되었다. 크리스의 안락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 크리스를 구조해준 단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는 가족을 만나서 행복해졌으면’ 하는 의미를 담아 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 이름이 운명처럼 느껴져 나는 더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고 크리스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 함께 보낼 모든 크리스마스를 크리스에게 있어서 세상 최고로 행복한 날로 만들어주겠다고. 크리스가 아팠다 하지만 크리스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만들기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입양 첫해 크리스마스, 입양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크리스를 두고 우리 가족은 정신없이 바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먼 친척이 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크리스마스에는 내가 아팠고, 그다음 해에는 바빴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내가 크리스에게 뭘 못 해줬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는 우리와 늘 함께였고, 따라서 언제나 행복했지만 ‘크리스’라는 이름에 담긴 특별한 의미는 조금씩 우리에게서 잊혀지고 있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한 달 정도 앞두고, 나는 이번에는 꼭 크리스의 생일상을 직접 차리겠노라 마음먹었다. 다양한 수제 간식들로 가득 차려진 ‘강아지 생일상’ 사진을 검색해보면서, 내 마음은 올해엔 아주 특별하고 행복한 ‘크리스의 크리스마스’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포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생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크리스가 아팠다. 뭔가를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계속 구토를 했다. 구토가 이틀째 지속되어 결국 동네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그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의사가 크리스의 상태를 살피는 몇 분 동안, 특히 크리스의 배 부분을 손으로 면밀히 만져보며 검사를 하는 1분여간은 정말로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 숨이 막혔다. “별 이상은 없네요 ”라는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나와 딸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귀 검사와 치아 검사를 모두 마치고, 그래도 이틀이나 토를 했으니 처방하는 거라며 수의사는 크리스에게 주사를 놓아주었다. 그렇게 하루 동안의 금식 처방을 받고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쨌거나 아픈 곳이 없으니 마음이 놓였지만, 생일상을 차려주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허망해진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더욱 행복하도록 건강하지 못한 반려견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가슴 아픈 일이다. 개의 수명이 인간의 그것과 견줄 만큼 길지 못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어쩌면 개를 기른다는 것은 다가올 것이 확실한 예견된 슬픔을 안고 사는 일일 지 모른다. 금식이 끝나가는 크리스를 위해 양배추를 삶고, 설탕물을 준비하면서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크리스가 좋아하는 것들을. 크리스는 공원에 함께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개들이나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일 때 더욱 그렇다. 텐트까지 친 채라면 더없이 행복하고 편안해 하는 크리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크리스는 우리 몸 위에 올라가 잠드는 것을 좋아한다. 배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고 털을 빗겨주는 것을 좋아한다. 딸아이가 어릴 때 썼던 실리콘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 하는 것을 즐긴다. 옷이나 장난감을 사다 주면 자기 것인 줄 확실히 알고 기뻐한다. 크리스는 차에 타면 극도로 흥분하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먼 여행을 떠난 적도 없고, 크리스에게 번듯한 사진촬영을 해준 적도 없다. 강아지 유치원에 가거나 다른 개들과 특별히 만나 교류를 한 적도 없다. 함께 수영장에 간 적도 없다. 그리고, 다양한 수제 간식들로 차려진 생일상을 받아본 적도 아직은 없다. 크리스가 완전히 회복하고 나면 조금은 늦은 생일상을 차려줄 예정이다. 그리고 ‘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리스트에서 지워나가고,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더 많이, 더 자주 누릴 것이다. <토이 스토리>에서 앤디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인 우디는, 앤디가 어른이 되어버린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앤디가 크는 걸 막을 순 없겠지. 그래도 괜찮아. 함께할 동안은 행복할 거니까.” 어쩌면 예견된 슬픔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함께할 동안에 더 행복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글.사진 이영주에디터 이혜수<크리스의 크리스마스-함께일 때 더욱 행복하도록>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29:19
-
- Magazine P. 너와 함께 시작하는
과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학과 학생들 대부분은 반려묘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그중 유독 모두에게 유명한 슈퍼스타 강아지, 고양이들이 몇 있는데, 오늘은 그러한 슈퍼스타 강아지 중 한 자매를 소개하려고 한다.
쭈미는요“우리 집 강아지, 꾸미가 최고야!”라고 주장하던 나에게 이 자매 강아지들은 처음엔 그저 우리 집 강아지 꾸미와 이름이 비슷한 강아지일 뿐이었다. 그러나 쭈미와 쏘니 자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우리 꾸미 못지않게 쭈니와 쏘니 또한 특별한 강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처음 내가 만났던 쭈미는 씩씩한 수준을 넘어서서 ‘개너자이저’ 그 자체였다. 넓은 운동장을 뛰고 또 뛰어도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과 확실한 살인 미소로 학과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세운 근육질의 강아지. 학과 사람들과 번갈아가며 운동장 산책을 한 후였음에도, 쭈미는 또다시 다른 강아지들과 뛰놀며 끊임없이 ‘산책 가자!’ 하고 졸라댔다. 그러나 쭈미, 쏘니 자매의 보호자인 언니의 말을 들어보면 어린 시절 쭈미는 엄청난 소심쟁이였다고 한다.들판을 떠돌던 어미 개의 3마리 새끼 중 하나로 태어나 구조되어 보호소에 왔던 쭈미. 쭈미는 어린 나이에 어미와 형제를 모두 잃고 홀로 남아, 5대 전염병까지 걸렸다가 어렵게 살아났다고. 보호소 내 수많은 강아지에게 치여서인지 항상 기가 잔뜩 죽어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쭈미는 밥도 다른 강아지들이 먹고 남긴 것만을 먹었다고 한다.가족이 되어줄게쭈미가 있던 보호소에서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던 학과 봉사동아리 회장 언니는 그런 쭈미가 안쓰러워 한 번이라도 더 산책을 시켜주려 했단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보호소에 들어와 지내면서 바깥세상에 대한 경험이 없던 쭈미는 ‘산책’ 자체만으로도 겁이 나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고 한다.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던 언니는 보호소에 갈 때마다 쭈미를 안고서라도 바깥을 돌아다녔더란다. 언니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쭈미도 조금씩이나마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언니는 쭈미를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결정했다고.쭈미와 가족이 되기로 한 날, 병원에서 항체 검사를 받은 쭈미에겐 모든 질병에 항체가 있다고 나왔다고 한다. 쭈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질병과 외롭게 싸웠을지 안쓰럽기도 하고, 또 씩씩하게 잘 견뎌내준 것이 기특하기도 하다는 쭈미네 가족.쏘니는요이런 쭈미네 가족에게 새로운 인연이 또 있었는데, 바로 쏘니다. 작년 여름에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실습을 하던 언니는 구조 센터 재활사님께서 구조하신 강아지 이야기를 들었다. 여름 장마철에 건강원 앞에 박스줄로 묶인 채 비를 맞고 있던 1킬로 남짓의 아주 작은 강아지를 구조했다는 이야기였다.오랜 시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비를 쫄딱 맞으며 웅크리고 있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급하게 본인 집으로 데리고 가셨다고. 그러나 재활사 선생님의 집에는 원래 키우던 반려견인 로트와일러가 있었고, 그 작은 강아지와 로트와일러를 계속 한 집에서 키우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쓰이던 언니가 결국 쏘니를 임시보호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 쏘니의 활발한 성격에 반한 부모님께서 쏘니와 쭉 함께하자고 하셨다고.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로트와일러에게도 겁 없이 굴던 당차고 용감한 ‘시라소니’의 이름을 따, ‘쏘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우리는 이제사연 있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준 언니의 모습이 멋있기만 했던 나에게, 언니는 ‘그렇지도 않다’며 어쩌면 아이들이 자기를 살린 거라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심한 감기에 밤새도록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는 언니가 걱정돼 한숨도 안 자고 언니 곁에서 지켜봐 주던 쏘니. 언니가 기침할 때마다 놀라서 쏘니는 그 짧은 다리로 높은 침대를 잡고 언니를 쳐다보며 침대 옆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쭈미는 공부에 지친 언니가 가스 불을 켜 놓은 채 깜빡 잠이 들자, 언니를 향해 우렁차게 끊임없이 짖어서 언니를 깨워줬다고 한다. 잠귀가 어두운 데다가 학과 일정으로 피곤했던 차였기에 쭈미가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그때를 생각하면 쭈미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앞으로도, 계속 객관적인 시선에서 본 쭈미와 쏘니 그리고 언니는 서로서로 닮아있었다. 밝은 웃음, 씩씩한 태도,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까지도.언니도, 쭈미와 쏘니도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더더욱 당차게, 더더욱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본다.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예비 수의사의 일기-너와 함께 시작하는>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28:44
-
- Magazine P. 릴케의 사춘기와 친구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릴케의 나이는 이제 9개월이 되었다. 사람과 비교하자면 이제 릴케는 한창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릴케의 사춘기어떤 때는 우리 부부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라도 하듯 제멋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산책하러 나갈 때 현관 앞에서 릴케를 앉히고 목줄을 채우는 일이 전과 달리 다소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특히 가슴줄(하네스)을 해야 하는 날에는 싫다고 버틸 때가 많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있는 강아지 학교에서도 한 학년 진급하여 이제는 릴케보다 훨씬 큰 개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다.신체적으로도 릴케는 이전과는 꽤나 달라졌는데, 특히 강아지 때의 말랑말랑한 살이 튼튼한 근육으로 발달하여 전보다 훨씬 힘이 세졌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처음으로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릴케를 보며 우리 부부는 늘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식사와 간식강아지 시절 릴케는 하루에 총 240~300g의 음식을 아침, 점심과 저녁 세 끼로 나눠 섭취했지만, 이제는 같은 양으로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끼의 식사를 하고 있다. 이전 편에도 언급했다시피 릴케는 습식 사료를 먹는다. 건식 사료에 비해 조리하는 데 다소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거의 원재료 그대로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방부제 및 첨가제가 들어 있지 않아 건강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간식으로는 주로 건식 류를 먹으며 주말에는 특별히 삶은 계란을 먹을 때가 많다. 계란은 릴케가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이며 그 외엔 버터 우유와 코티지 치즈를 아주 좋아한다. 잘게 썰은 건식 생선 및 소시지도 릴케가 좋아하는 간식 중의 하나이다.릴케의 하루강아지 시절 릴케는 하루에 6번 이상 집 밖으로 나가 때로는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곤 했다. 자주 밖으로 나가야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산책하는 시간이 릴케에게는 소변과 대변을 해결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부부가 바쁜 날에는 하루 세 번만 릴케를 데리고 나가 산책을 할 때도 있다. 긴 산책은 주로 오후에 이루어지며 이때는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노는 시간을 갖는다. 릴케는 이제 심지어 소변조차도 정원에서 하기를 꺼린다. 대변은 언제나 산책을 할 때 집 밖에서 해결하며 보통 하루에 두 번 보는 경우가 많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릴케와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 때면 갑자기 목줄이 팽팽히 당겨지곤 하는데, 바로 어김없이 친구 피고의 집을 지날 때이다.릴케와 ‘피고’릴케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물론 엄마와 아빠일 테지만 한 집 건너 사는 피고 역시 릴케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이다. 피고는 릴케보다 1개월 어리지만 누구보다 릴케와 잘 놀고 어울리는 좋은 친구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피고와 릴케는 서로 먼 친척 사이다. 흔하지 않은 견종인 쿠이커혼제가 바로 한집 건너 산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개들도 같은 견종끼리는 다른 견종에 비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릴케와 피고, 그리고 피고의 형인 안톤과 함께 루르 강이 내다보이는 언덕에서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노는 것을 볼 때면 개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10살이 넘은 피고의 형인 안톤은 사춘기에 접어든 두 개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안톤은 어떤 때는 피고와 함께 노는 릴케에게 질투를 하기도 한다. 어느새 1실베스터가 다가오고 있다. 이날은 폭죽이 사방에서 터지고 요란한 굉음과 함께 현란한 빛이 여기저기 수놓아질 텐데,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게 될 폭죽에 과연 릴케가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하다. 글.사진 이영남에디터 이혜수<쿠이커혼제 릴케-릴케의 사춘기와 친구들>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27:39
-
- Magazine P. 고슴도치 엄마 되기
추운 겨울이면“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듯세상 불쌍한 표정으로이불 속에서 눈만 끔뻑이는개딸들이에요.산책 의지도 없는지밖에 나가자마자 바로 유턴해서는집으로 도로 쏙 들어가 버리는녀석들이랍니다.아주 그냥 자기 관리의 달견들이죠.(웃음)
자기관리 끝판왕 거의 1년 365일 극세사 담요를 떼 놓질 않는 연약하신 몸들이라, 행여 찬 바람에 콧물이라도 줄줄 흐를까 어디 몸살은 나지 않을까 눈치 살피기 바쁜 겨울날입니다. 특히 무언가에 집중할 때마다 쫑긋 높게 서는, 플라잉 이어(Flying ear)를 지닌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 그런지 바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구요. 귓속에 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얼마나 싫은지 바람 부는 날 외출하기라도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신나서 폴짝거린다고 오해할 정도로 나부대는 녀석들이랍니다. 게다가 특히 몸집 자그마한 공주님 레이는 겨울이면 귀 끝이 터져서 엄마 마음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죠. 그래서 올해는 미리미리 보습크림을 철저하게 발라주고 있답니다. 여하튼, 다들 몸 사리기 끝판 대장들이에요. 쬐끔이라도 불편하다 싶으면 어찌나 엄살스럽게 구는지. 누가 보면 폭력 엄마로 오해할까 겁난다니깐요. 고슴도치 엄마놀이 하루 종일 겨울잠 자는 곰들 마냥 이불 속에서 꼼짝 않고 있는 녀석들이 안쓰러워 고슴도치 엄마는 연약한 개딸들 겨울 옷 한 벌 마련해주려고 또 재봉틀 앞에 앉습니다.체형이 특이해서 일반적인 기성품 옷들은 맞지 않아요. 몸통이 맞으면 길이가 너무 길거나, 길이가 맞으면 몸통이 좁거나 하답니다. 그래서 결국은 ‘직접 만들어주는 것이 답이다!’ 하고는 거의 반 년 가까이 배우고 또 배워서 지금은 그나마 욘석들 체형에 맞게, 또 엄마 스타일대로 한 벌씩 해 입히는 수준까지는 이르렀답니다. 욘석들도 이제는 옷 차려 입으면 외출하는 줄 알고는 신나하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슴도치 개딸들이 가장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예요. 올 인 원(All-in-one)이라고 부르는 옷들은 사실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일지는 몰라도 4족 보행을 하는 강아지들에게는 골반이나 척추에 무리를 준다고 하더라구요. 특히나 ‘우다다’를 즐기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들이라, 올 인 원을 입히지 않고도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옷이 없을까 늘 고민이랍니다. 뭐, 녀석들은 그냥 극세사 이불 속에서 겨울잠 자는 걸 더 좋아라 할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고슴도치 개딸들 덕분에 엄마 취미 생활이 하나 더 늘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고슴도치 개딸들을 만나고 나서는 꼼지락꼼지락 무엇인가 손으로 만드는 것을 내가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답니다.요즘은 그래서 틈만 나면 새로운 여유를 한껏 즐기며 고슴도치 엄마놀이 중이에요.양치기 셋 자기관리 끝판 대장들이다 보니, 쬐끔만 불편한 기색이 느껴지면 나 죽어라 비명을 질러댄답니다. 그래서 양치기 소년이 진실을 말할 때에도 믿질 않던 이웃 사람들처럼 이제는 어지간한 고함에는 반응이 무뎌진 견상궁이 되었더랬죠. 울 겁순이 써니양은 가끔 자신을 안아주려는 손끝에 조금이라도 콕 찔렸다 싶으면 바로 나 죽는다 돌고래 주파수 못지않게 비명을 날리거든요. 어휴, 레이는 뭐 말해 뭐해요? 살짝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은 것처럼 군다니까요. 무튼, 그렇게 잦은 돌고래 소리에 무디어 갈 때쯤, 어느 날 넓고 넓은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놀던 제이가 미친 듯이 늑대처럼 울부짖는 거였어요. 얼른 주변을 살폈지만 뱀이나 다른 짐승에게 물린 것도 아니고, 바닥에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거나 한 것도 아닌데 제이의 울부짖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답니다. 다시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보니 손바닥 길이만 한 나무 막대기가 하나가 나뒹굴고 있고 하필 우다다 뛰면서 나무 막대기 한 쪽 끝을 꾹 밟아 반대쪽 끝이 허벅지 안쪽을 찔렀던 모양이에요. 다행히 살갗이 찢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한동안 제이는 다리에 시퍼런 멍 자국을 장착하고 있어야 했죠. 엄살쟁이 양치기 개딸들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한 번 강 펀치를 맞은 날이었답니다. 요즘은 날씨도 춥고 바람도 쌩쌩 불어대는 제주 날씨에 양치기 개딸들이 겨울잠 모드에 접어든 터라, 산책 수발은 조금 줄어들었지요.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철저하게 자기관리 하는 개딸들이에요. 그래도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들의 본능은 역시 ‘우다다’죠. 얼른 따뜻한 봄날이 다시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함께 겨울잠 모드를 즐기고 있는 고슴도치 엄마 견상궁이랍니다.(웃음) 글 김윤정사진 이성훈에디터 이혜수<견상궁 수발라이프-고슴도치 엄마 되기>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26:51
-
- Magazine P. 온전한 사랑
- 안녕, 찹쌀&앙꼬 2017년 5월 어느 주말, “강아지 키워볼래?” 라는 남자친구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별생각 없이 인터넷에 ‘귀여운 강아지’를 검색했어요. 그랬더니 말티즈와 푸들이 섞인 말티푸가 뜨더라고요.털이 적게 빠질 뿐 아니라 온순하고 귀여운 외모의 소형견이라는 말티푸. 그렇게 말티푸에 대해 검색하다 우연히 블로그에 올라온 꼬물이 동배 형제 찹쌀이와 앙꼬를 보게 된 거죠. 찹쌀이와 앙꼬에게 첫눈에 반한 저는 남자친구와 그날 바로 충주로 내려갔고, 찹쌀이와 앙꼬를 데려왔답니다. 생명을 책임지는 게 처음이라 정말 잘 키워보려고 세나개 전편을 정독하고, 사료와 배변 패드 등 키우는 데 필요한 용품도 구매했어요. 생일의 악몽2017년 12월 30일. 제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식사자리가 있던날이었어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후 집에 돌아왔는데 찹쌀이와 앙꼬가 구토를 하고 있는거에요. 집안은 이미 토사물로 엉망이였고, 드림 카카오 한 통이 널브러져 있었어요.저는 어린 강아지의 생명에 치명적인 음식인 드림 카카오를 보자마자 울면서 병원에 전화를 했어요. 제발 문을 닫지 말아 달라고 말씀을 드린 후에 정신없이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어요. 앙꼬는 구토 처치를 했고, 찹쌀이는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했어요.그날은 제 생일 보너스를 전부 병원에 주고 왔던 날이자 찹쌀이와 앙꼬가 고비를 넘긴 날이기도 해요. 그날 이후로 앙꼬는 소화기관이 안 좋아졌고, 찹쌀이는 간 수치가 높아져 저는 찹쌀이와 앙꼬의 음식에 더욱 신경 쓰게 되었답니다. 펫셔니스타 기록을 남기고자 시작한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찹살이와 앙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옷에 관심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제가 아이들을 키우며 이직을 하게 되었지만, 스타일리스트일을 했어서 그런지, 시밀러룩으로 예쁘게 입히는 걸 좋아해요. 애들이 잘 소화하기도 하고요. 찹쌀이와 앙꼬가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 옷은 산책길에만 입히려고 해요. 불편한 옷은 최대한 입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온전한 사랑 서울 월세방에 살고 있던 저는 지금 아이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다시 본집인 남양주로 내려왔답니다. 평일 내내 일하는 누나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죠.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었고 어디 가서 믹스견이라고 무시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누가 봐도 사랑받고 자란 반려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키우고 싶었어요. 찹쌀이와 앙꼬는 제 온전한 사랑으로 키운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에요. 다른 강아지들보다 행복하게 키워주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시간이 흘러 점점 무뎌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사랑스럽고 벅차오르는 날이 많아요. 저에겐 최고의 반려견인 찹쌀이와 앙꼬. 이제는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인 찹쌀이와 앙꼬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글 사진 이보라에디터 조문주<찹쌀&앙꼬-온전한 사랑>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26:10
-
- Magazine P. 이제는 너와 함께
- STORY | 2020-09-24 16:2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