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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15 1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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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8 1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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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7 1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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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7 12: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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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7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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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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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4-03 09: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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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여고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
- 세상과 한 걸음 가까워지는 길 동일여고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리>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이 사람도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동물 학대가 일어난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 게임이나 자극적인 방송에 노출되어 자란 일부 아이들이 동물을 생명이 아닌 장난감으로 여겨 우려를 낳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접하는 것을 그에 대한 완벽한 해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작은 생명과 함께하는 노력으로 해답에 조금씩 닿아갈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도우미견과 함께하는 동물매개활동 초여름의 싱그러운 토요일, 학교는 쉬는 날이지만 교복을 예쁘게 입은 여학생들이 교정에 모였다. 시험이 끝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며 신나게 재잘대던 학생들은 이내 강아지 세 마리를 데리고 금천구의 한 아동센터를 찾는다. 대부분 초등학생인 어린이들이 반갑게 맞이하더니 이내 강아지들에게 관심이 모인다. 익숙한 듯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기도 하고, 처음인지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하더니 곧 함께 어울리는 모습. 동일여고의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리’의 활동 풍경이다. “도우미견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을 주로 생각하지만 그 외에도 청각도우미견, 마약 탐지견, 문화재보호를 위한 흰개미탐지견, 구조견 그리고 동물매개치료 활동을 하는 치료도우미견이 있습니다. 치료도우미견이란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도와주는 것인데,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스킨십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거나 함께 운동을 해서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모두 포함되는 거지요.”이들이 하는 동물매개활동은 주로 도우미견들과 운동이나 퍼즐 맞추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장애복지관이나 사회복지관, 어린이집, 양로원 등 다양한 복지기관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9년 한양대학교 사회봉사단 주최의 ‘70일 기적을 만드는 봉사원정대’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대한적십자가 총재상’, 여성 가족부 주관의 ‘제 7회 푸른성장 대상’,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 체험마당 부문의 ‘우수동아리’와 ‘지도교사 교육감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았으며 고등학생 봉사활동으로는 거의 전국 유일한 동물매개활동 동아리다. 시작의 원동력, ‘1대 도우미견’ 동일여고에서 이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하던 2005년, 가장 처음에 함께했던 도우미견은 당시에 7살이던 퍼그 ‘콩콩이’였다. “제 반려견이던 콩콩이가 평소 성격이 너무 좋아서 낯선 사람이 와도 짖지 않고 꼬리를 치고는 했어요. 강아지가 집도 못 지킨다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고아원에서 치료도우미를 하는 강아지의 모습이 담긴 TV 공익광고를 보고 아, 저거다 했죠.” 동아리의 담당 윤인영 선생님은 2002년, 삼성 도우미견센터에서 콩콩이와 함께 매개치료에 대해 배우며 개인적으로 치료도우미견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 때만 해도 도우미견에 대한 인식이나 체계가 거의 없을 때여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선구주자로 뛰어들어 차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한걸음씩을 내딛었다. 그때 콩콩이는 삼성 도우미센터에서 치료도우미견으로 어엿하게 인증을 받았고, 2003년에 입양한 아메리카 코카 스파니엘 ‘바다’가 합류했다. 재주가 많고 똑똑해서 1살부터 노하우를 익혀 건국대 수의학과 주관의 반려견 예절교육을 수료하기도 했다. “사실 콩콩이가 매개활동을 시작할 때 이미 7살이라 걱정도 있었는데, 당시 수의사 선생님의 말이 힘이 됐어요. ‘견생은 이제 시작’라고요. 워낙 성격이 좋아서 금방 배우고 많은 도움을 줬죠.” 개인적인 봉사활동으로 시작했지만 너무 좋은 일이라 2005년부터 그것을 동아리에 접목해 현재의 <도우미견 봉사활동반>이 탄생했다. 처음에는 학부형의 협조를 받아서 학생이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하기도 했으나 곧 콩콩이와 바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돌보는 유기견인 페키니즈 ‘쥬쥬’가 함께해 훌륭한 도우미견들이 구성되어 매개활동을 도왔다. 쥬쥬는 하얗고 작은 외모 덕분에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나이가 많아 지금은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그 때의 콩콩이와 바다, 쥬쥬의 공적 덕분에 지금까지 보람 있게 활동해올 수 있다며 여전히 ‘1대 도우미견’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이란다. 도우미견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피하지 않는 온순한 성격인 것도 중요하지만 짝을 지어 활동을 돕는 봉사자들도 할 일이 많다. 2학년인 한혜리 학생은 2년째라 활동이 익숙해도 언제나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한다. “충분히 교육받은 강아지들이지만 매개활동을 할 때 어린 아이들이 사탕이나 과자를 들고 있으면 도우미견들이 유혹을 느낄 수 있어서 우선 간식을 치우고, 어린이들도 흥분하지 않도록 미리 안내를 해요.” 지금은 코카 스파니엘 ‘도도’와 시츄 ‘해태’, 푸들 ‘돌이’가 도우미견으로 함께하고 있다. 도도는 현재 유인영 선생님의 반려견이고, 해태와 돌이는 학교 근처의 ‘은행나무 동물병원’에서 데리고 있는 아이들인데 모두 유기견 출신이다. 그저 가까워지는 것어릴 때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며 수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방예진 학생은 도우미견 봉사활동이 더욱 귀중한 경험으로 느껴진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신기하거나 귀엽다고 다가오다가 점점 마음을 여는 게 느껴지면 저희도 기분이 좋죠. 전에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조금씩만 다가서면 서로 많이 교감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과 어울리는 일이기 때문에 도우미견들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서 한 번에 한 시간 정도씩 활동하는데, 워낙 사람의 손길을 받는 데 익숙한 아이들이라 만나면 서로 즐거워해서 좋아요.” 초반에는 주로 노인이나 장애우들을 도왔다. 처음에는 작은 강아지를 보고 무서워하거나 거부하며 만지지도 않으려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만남이 거듭되며 강아지 뿐 아니라 봉사활동 학생들에게도 마음을 열어갔다. 특히 강아지에게 직접 명령을 해보고 재주를 보며 점차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이던 자폐 아동은 나아가서는 봉사자들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거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작년부터는 일반 학교의 초등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어릴 때 별 생각 없이 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것이 나아가서는 생명 자체에 대한 경시로 이어질 수 있는데, 동물매개활동을 통해 강아지를 만지고 같이 노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똑같은 생명이라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어린 아이들이 도우미견들과 보내는 시간은 생명의 존엄성을 열 번 설명하는 것보다 마음에 와 닿는 훨씬 가까운 길이다. 그저 반려동물과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으로도 나눌 수 있는 위로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안다. 동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따뜻한 만남이 세상의 채도를 한층 높여줄 것을 응원해본다. CREDIT글 박은지사진 황창조자료폅조 동일여고 <도우미견 봉사활동 동아리> | 담당 윤인영 선생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5-04-15 12: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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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고양이, ‘다행이’다 역곡역 김행균…
- 그 고양이, ‘다행이’다역곡역 김행균 역장?? 끝인 줄로만 알았다, 영등포역에서 아이를 구하다 선로에 떨어져 기차에 치였을 때.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다행’이었다. 죽지 않고 살아 다행이다. 상반신이 멀쩡해 다행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절망하는 대신 희망을 봤다. 1년 여 간의 재활 끝에 다시 코레일로 돌아온 김행균 역장. 그는 약 두 달 전부터 다시 다행을 찾고 있다. 쥐덫에 왼쪽 발가락을 잃은 고양이 ‘다행이’. 김 역장에게 입양돼 역곡역 명예 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다행이가 있어 역곡에는 오늘도 미소가 가득하다. 고양이 역장을 만나면 당신도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의 주문 ‘다행이다’. 글 이청 사진 박민성?? ? 역무실 안에 이런 공간이 있었군요. 고객상담실인가요? 여기 고양이 캣타워가 있네요. 정말예뻐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선물해준 겁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여기 잘 안 와요. 보면 저쪽 창문이나 내 의자에 있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꼭 제 자리에 앉아 있고 말입니다. 역시 고양이 역장님답네요. 다행이가 지난 4월에 명예 역장으로 취임했죠?제가 입양했다 하더라도 일단 공공시설물에서 사는 거니까 정식으로 역장 임명을 받았습니다. 주위 사람들 아이디어였는데요, 역장님으로 있으면 제가 역내에 없더라도 직원들에게 관심을 받고, 애착도 더 생길 거라더군요. 그래서 본부장님이 명예 역장 위촉장을 내리고, 다행이를 사랑하는 시민들이 임명장도 수여했습니다. ? 역장으로서 다행이의 임무는 무엇인가요?응원단이라고 할까요? 저희 직원이 아홉 명, 공익근무요원이 일곱 명, 청소하시는 분들과 지원 나오신 연세 지긋한 분들까지 계신데, 요즘 참 화기애애해요. 전에는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다행이가 와서 기대고 비비니까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 하면 사납고 사람을 피하는 동물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다행이 덕분에 다 깨졌습니다. 다행이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바빠요. 제가 야간 근무를 들어가면 저 없을 때 명예역장으로서 자리를 지키죠. 또 시도 때도 없이 참견합니다. 직원들이 밥 먹을 때 식탁 위에 올라와서 앉아 있고, 누가 오면 쫓아가고. 기분이 좋을 때면 하도 돌아다녀서 제가 업무를 제대로 못 봅니다. 책상 위를 떡하니 차지해요. 다른 사람보다 역장님을 더 따르나 봐요글쎄, 그렇더군요. 화장실 갈 때도 제 뒤를 졸졸졸 따라옵니다. 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요. 물론 제가 맛있는 간식을 많이 쥐어주는 것도 있습니다. 하하. 고양이와 역장님이 다정해 보여서 참 좋습니다. 그럼 다행이는 역곡역에서 24시간을 보내는 건가요?이곳에는 직원이 하루 종일 상주합니다. 제가 없더라도 다른 직원이 다행이와 같이 있지요. 주간에는 물론이고 야간에도 근무자가 있어서 다행이를 두더라도 걱정이 덜 됩니다. ?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어떻게 아셨는지 다행이 보러 많이들 오십니다. 하루에 두세 팀 정도 오시는데 장난감도 갖다 주시고, 간식거리도 가져오셔서 덕분에 큰 부담 없이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반려동물센터에 근무하면서 다행이를 좋아하는 친구가 다행이 페이스북에 올려주는데요. 그 페이스북을 보고 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행이의 인기가 대단하네요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여학생들이 와서는 다행이를 무릎에 앉히고 한두 시간 놀다 가지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끊이지 않아요. 요전번에는 유치원 어린이가 엄마 아빠 손잡고 왔습니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올 때 아파서 못 왔던 앤데 친구들이 고양이 보고 왔다니까 부모님을 조른 겁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집에서 못 키우는 젊은 친구들한테 다행이가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알레르기가 심한 분들이 있습니다. 다행이를 올해 4월에 데려왔는데 그때 털이 엄청 빠졌어요. 그래서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알레르기 약을 먹어야만 하는 직원들이 생겨서 참 미안했습니다. 증상이 심할 때는 고양이가 사무실 밖으로 못 가게 하기도 했죠. 그래도 털을 깎으니까 한결 나아졌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고양이를 키울 때 털만한 고민거리가 없죠네, 미용 안 하려니까 털이 너무 많이 날리더군요. 우리 역에 돌돌이(털 떼는 도구)를 세 개 구비해 놨습니다. 시민들께 깔끔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제복에 묻으면 바로바로 떼어내고 있지요. 돌돌이 양도 감당 못해요. 일주일이면 아이고~ 옷을 하얀색으로 해야 하나. 겨울 춘추복은 더 잘 달라붙어서 흰옷이 되어버릴 텐데. 빨아도 털은 잘 안 떨어지지 않습니까. 애 하나 키우는 것 같아요. 하하. 손이 많이 간다는 점에서 아기와 닮았죠. 다행이는 어떻게 입양하게 된 건가요?어느 날 후배가 얘기를 해요, “선배님, 고양이를 키우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처음엔 손사래를 쳤습니다. 개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처음이니까요. 그런데 들어보니 이 고양이에게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쥐덫에 앞다리 일부가 절단돼서 천안시 보호소에 들어왔다네요. 고양이들끼리 싸웠는지 몸에 상처도 많이 생겼고. 입양시키려고 수소문 해봐도 일반 사람들이 다친 애를 입양하려고 하겠습니까? 한 네 달 정도 보호소에서 살았나 봅니다. 마지막 시도라고 온 사람이 저였는데, 저까지 버리면 어떡하겠습니까. 마음이 아파서 입양을 하게 됐습니다. 시민 모임에서 이름을 ‘다행이’로 지어왔더군요. 올 4월에 왔는데 두 살 정도 되는 수컷입니다. 발은 다 나았나요? 현재 다행이 발 상태는 어떤가요?발가락 세 마디 정도를 다쳐서 왔어요. 처음 왔을 땐 다친 발은 올리고 세 발로만 걸었는데 하루하루가 다릅니다. 이제는 다 아물었는지 무뎌졌는지 네 발로 잘 다녀요. 언뜻 봐선 장애가 있는 고양이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 역장님도 다리를 다치셨죠. 괜찮으신가요?왼쪽은 의족이고 다른 쪽도 쓸 만합니다. 많이 쓰면 오른쪽 발에 피부 이식한 데가 터지고 잘 아물지 않지만 괜찮아요. 사고를 당한 게 2003년이었죠. 어떤 사건이었나요?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기차는 자동차와 다르게 속도감이 잘 안 느껴져요. 천천히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굉장히 빠른 속도입니다. 전철 오면 지금이야 스크린 도어도 있고 펜스도 있는데 기차는 노란 안전선뿐이에요. 그때가 방학시즌이었나. 가족들이 승강장에 엄청 붐볐습니다. 당시 전 영등포역 열차 팀장이었죠. 기차가 들어오는데 아이가 승강장에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겁니다. 승강장 끝단에서 소리 지르면서 갔습니다. 사람이 많으니까 헤치며 뛰어가기도 힘들었어요. 기차와 아이가 접촉할 상황에 닥쳐서 애를 확 밀쳤습니다. 그 탓에 저는 승강장 바닥으로 떨어졌고요.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네요. 아름다운 철도원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습니다.아유, 아름답기는요. 몸에 남긴 흔적만큼 마음의 상처도 크셨을 것 같아요. 1979년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거의 현업 업무를 봤습니다. 그동안 사고 현장을 많이 겪었어요. 한 열댓 건 겪었죠. 직원 순직하는 것도 보고, IMF 때 경제사정이나 신변비관으로 자살한 사람들 숱하게 봤습니다. 열차 사고는 처참해요. 철도는 다 쇳덩어리 아닙니까. 머리 부딪치면 현장 사망입니다. 그런데 전 다리만 다쳤고 상체는 큰 이상 없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운 좋으면 복직이라도 할 수 있고 안 되면 딴 일이라도 하지 뭐’ 하는 마음이었달까요. 그래서인지 편한 마음으로 치료에 임했습니다. 재활하다 보니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어요. 덕분에 1년 만에 복직했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역장님과 다행이 모두. 이 인연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네, 나중에 역곡역 임기가 끝나고 다른 역으로 옮기더라도 다행이와 같이 갈까 합니다. 보통 3년 정도 한 역에서 근무하는데 역곡역은 1년 좀 넘었어요. 신입 역장에게 인계를 할 수도 있겠지요.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이 역장님의 선한 인상으로 배어나오는 것 같아요. 역장님의 인생 목표는 무엇입니까? 소박합니다. 아들 둘 있는데 막내가 이번에 대학교 들어갔어요. 스스로 앞가림만 하면 초야에 묻히고 싶습니다. 시골에서 동물농장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다행이도 함께겠죠?물론입니다. 본 기사는 매거진C 2014년 7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STORY | 2015-04-08 1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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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내게 다시
- 그대 내게 다시 글?사진 최형진 2012년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던 고양이 ‘모모’가 집을 나갔다. 그녀는 상심이 컸던지 며칠을 슬픈 표정을 하고 모모가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사방팔방으로 고양이를 찾았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모모의 빈자리를 슬퍼했다. 관리를 조금 더 잘했더라면 모모가 나가지 않았을 것이라 자책했다. 마음이 아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듬어 보았지만 그녀는 자기 탓이라고만 했다. 사실 모모는 길고양이었다. 길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던 아기 고양이 시절 수의사에게 구조되었고 동물병원에서 지내다 그녀와 만났다. 매일같이 그 아이의 눈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그녀와 함께 병원에서 데리고 나왔다. 모모는 한 달 동안 피부병과 장염을 앓아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와 나는 서툰 반려인이었지만 정성을 쏟았고, 그 덕분인지 모모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그랬던 고양이가 뭐가 싫어졌는지 갑자기 그녀의 품을 떠났다. 함께한지 1년 만이었다.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을 한동안 지켜봤던 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받는 이는 그녀, 보낸 이는 모모. 그녀를 위해서 생각해 낸 작은 거짓말이었다. 며칠을 글을 썼고, 그녀가 웃었다. 그렇게 가끔 눈에 띄는 길냥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나하나 심어주었다. 내가 만든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녀는 좋아했고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치료되는 듯했다. 2013년 그저 그런 날그녀와 헤어졌다. 5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서로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이별임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습관처럼 사랑했기에 그 습관을 고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습관처럼 길냥이를 보며 그녀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고, 수많은 모모들을 보며 습관처럼 그녀 추억을 되새겼다. 그 순간들이 그리워지면 문득 그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책으로 만들어 주면 안 돼?”2013년 7월, 그렇게 만든 내용이 책 한 권이 되었다. 3년 동안 만들었던 이야기였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쓴 책이 아니었기에 만들고 나니 헛헛함만 더했다. 되돌리고 싶지도 않은 추억인데도 하루하루가 울적해졌다. 세상에 나보다 더 우울한 녀석은 없을 거라 여기던 어느 날, 고양이 카페에서 스코티시폴드 한 마리를 보았다. 한없이 슬픈 표정을 한 그 녀석은 꼭 나를 보는 듯했다. 마음을 보듬어 주고 손잡아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고양이 책을 쓰면서 고양이에 관한 지식은 많아졌지만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기에 이 선택이 옳은 것인지 망설였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이것은 운명이라 최면하면서 고양이를 데려왔다.고양이를 들였지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다. 이름은 내 옆에 없거나 보고 싶을 때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항상 그리움과 아쉬움이 있지만 고양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늘 같은 표정으로 날 반기고 그리워해줬다. 어느 날 어린 조카가 나에게 말했다. “삼촌, 고양이는 고양이인 거야. 다른 이름은 필요 없어. 고양아.” 2013년 함께 한 날피부병?외이염 등등 고양이가 아파하는 모습에 가슴을 몇 번이나 쓸어내렸다. 부족한 반려인이라고 스스로를 탓했다. 예전에 그녀가 느꼈을 아픔을 조금은 알듯했다. 다른 시간 다른 사람 다른 공간이지만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묘한 경험이었다. 사랑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 뜻은 같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았다. 그녀 또한 나와 다른 방법으로 모모를 사랑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고양이에게 느끼는 감정은 같은 듯하다. 2014년, 그리고 함께 할 날한두 번 하는 이별이 아니기 때문에 이쯤 되면 면역이 될 법도 한데 헤어짐은 항상 아리다. 예정된 이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언젠가 다가올 일인 줄 알고 있지만 스치듯 떠올리면 가슴이 멘다. 대부분의 스코티시폴드가 갖고 있는 골연골 이형성증을 생각하면 슬픔은 더욱 커진다. 고양이도 분명 언젠가는 나를 떠날 텐데. 누군가는 그걸 알면서도 키우는 반려인들이 문제라고 간단히 말해 버린다. 더할 수 없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별을 슬퍼하기만 하면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만들어갈 아름다운 추억마저 놓칠 수 있기에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잠시 외면한다. 내 품에 오지 않았다면 어딘가에서 힘들어 했을 반려묘를 보면서 ‘역시 우리는 운명이야’라는, 남들은 이해 못할 합리화 해본다. 오늘도 준비된 이별의 그 순간에 울기보단 웃을 수 있도록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가련다.“너와 나의 거리가 한 뼘이 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듯해. 처음에는 항상 나를 피해 숨어 있고 도망가던 네가 지금은 바로 내 앞에 앉아 있고 내 무릎에 올라오잖아. 나도 그래. 누군가를 향한 작은 그리움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너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하니까. 수많은 추억과 시간이 우리를 서로 길들인 게 아닐까. 아프지 말고 항상 오늘 같이만 살아 줬으면 해. 양이야 사랑해.”
- STORY | 2015-04-07 1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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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와 고유의 사이 고양이 문방구
- 향수와 고유의 사이고양이 문방구 상호를 몇 번이고 읽어보다가 들어올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 ‘고양이 문방구는 어떤 곳일까? 카페일까? 고양이가 살고 있는 문구점일까?’. 이곳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은 있지만 쉽사리 문턱을 넘어오기 어려운 듯 “들어가도 되나요?”라고 묻는 고객이 약 70퍼센트. 고양이들조차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 할 듯하다. ?글 남유미 사진 박민성 행위와 체험의 공간조용한 성격의 주인장처럼 고요한 고양이 문방구, 또 자신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고양이처럼 이곳에서 만나는 제품들도 유사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옛 집을 고치지 않고 고양이 문방구 공간을 완성했다는 손종현 대표, 이곳은 나의 취향과 기호를 반영한 나만의 문구를 만들어갈 수 있는, 말 그대로 문구점이다. 각각의 방은 노트 커스터마이징, 백 프린팅, 스탬핑을 하는 곳으로 나뉜다. 셋 중 본인의 취향대로 선택을 해서 체험을 시작하면 된다. 내 마음대로 체크한 주문서대로 노트를 만들거나, 나만의 에코백을 제작하고 싶다면 다양한 위치에 프린팅을 입힐 수도 있다. 또 마음에 든 용지를 구입하고 그 위에 스탬프를 찍어 엽서나 달력을 만들면 된다. 이 세 가지 행위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맞춘 듯 이뤄지고 있다. 한편 고양이 문방구는 이름과는 다르게 고양이는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굳이 고양이를 만나고 싶다면 매장 안팎에 자리 잡고 있는 까만 고양이 큐로를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큐로는 스페인어로 치유라는 뜻의 고양이 문방구 자체 캐릭터. 고양이 문방구에서 선보이고 있는 캔버스 백에 약 27마리가 다양하게 그려져 있다. 큐로의 위트 있는 모습을 통해 재미와 웃음을 전하며, 자연스럽게 큐로, 즉 치유라는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캐릭터다. ‘나만의 것’이 지니는 의미아직은 ‘나만의 것’을 만드는 이런 체험이 우리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손종현 대표. 하지만 분명 고양이 문방구에서의 활동은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물건은 뭔가 남들이 쓰는 것과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좀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기초부터 내가 참여해서 만들어 낸 물건임을, 그리고 차별화 된 것임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요. 또 종이라는 소재 자체가 전자 매체가 발달한 현재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기에, 고양이 문방구에서 문구 뿐 아니라 추억도 만들어 가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디지털화 시대에서 존재감이 없어진 문방구라는 이름은 이젠 흔히 찾아보기에 어려운 단어가 됐다. 하지만 옛 것을 그리워하며 추억하고 싶은 어른들에겐 가끔 한 번쯤 들러보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한옥 빼곡한 서촌 골목 안에 숨은 듯 자리 잡은 고양이 문방구는 이처럼 지나가는 이들에게 향수와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 STORY | 2015-04-07 12: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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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봄나들이 상동 호수공원
- 행복한 봄나들이상동호수공원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촉촉한 흙, 빛나는 호수, 싱그러운 바람?봄비가 부슬부슬 내린 다음날, 창문을 열어보니 구름 사이로 둥근 해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하늘은 조금 흐렸지만 햇살이 따뜻해 반려견과 나들이 가기에 제격인 날씨네요. 춘곤증이 몰려오더라도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봄날을 헛되이 보내지 마세요. 굳이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건 아니랍니다. 세희 씨와 유자처럼 집 근처 공원에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오늘의 산책코스는 경기도 부천의 상동호수공원입니다. 공원 안에 작은 호수가 있는 이곳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많아요. 일본식 정원으로 꾸민 가와사키 동산, 각종 채소가 심겨진 자연학습장, 재래식 농기구들이 전시된 농업공원까지. 호기심 많은 유자가 공원 이곳저곳을 누비며 고개를 두리번거리네요. 그래도 함께 걷는 세희 씨를 배려하는 것만은 잊지 않습니다. 혼자 앞질러 뛰어가지 않고 나란히 보폭을 맞추는 기특한 강아지입니다.그런데 얌전히 걷던 유자가 갑자기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아, 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강아지 친구를 발견했군요. 단숨에 코앞까지 달려가서는 같이 놀자며 장난을 치네요. 덩달아 같이 뛴 세희 씨는 갑작스러운 운동에 숨이 차지만 즐거워하는 유자를 보더니 미소 짓습니다. 상동호수공원에서 산책하다 보면 강아지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공원 안에 흙으로 된 길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가득한 도시에서 신선한 땅을 밟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까요.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흙냄새를 맡던 유자. 호수 근처에 도착하니 물 냄새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전망 좋은 이곳은 세희 씨가 호수공원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데크 위를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자세히 물속을 들여다보면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만날 수도 있고요. 물고기들도 봄이 오는 걸 아는지 전보다 더 힘차게 유영하는 듯합니다.공원 구석구석을 돌고 나니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세희 씨도 유자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네요. 오늘 나들이는 대성공인 것 같습니다. 촉촉한 흙. 빛나는 호수. 싱그러운 바람. 상동호수공원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봄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지요.
- STORY | 2015-04-07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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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에서 일상으로
- 임상에서 일상으로실험 비글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5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봄을 느껴 보지 못한 개들이 있다. 관심과 사랑 대신 실험과 관찰을 받아야 했고, 보드라운 흙 대신 차가운 쇠창살을 밟아야 했다. 네모난 케이지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실험 비글 열 마리.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실험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cafe.daum.net/happyanimalcompanion) 햇빛, 바람, 비… 봄이 뭔가요?비영리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의 대표이사이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외부 위원인 이정현 씨가 실험 비글 열 마리에 대해 알게 된 건 작년 11월이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 실험을 하는 기관에서 적당한 개체 수를 꼭 필요한 데만 사용하는지 평가하는 곳인데, 작년 겨울을 끝으로 정현 씨가 활동하던 실험실 비글들의 안락사 일정이 잡힌 것이다. 실험이 종료되면 실험 비글들의 삶도 종료되는 게 현실. 안락사 대신 입양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실험실에 요청했고 허가가 났다. 하지만 고민은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10kg이 넘는 덩치 큰 개들이 열 마리나 되다 보니 임시보호를 해 줄 봉사자나 입양처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고민과 궁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그때, ‘나비야-이리온 희망이 프로젝트’가 손을 내밀었다. 희망이 프로젝트란 사단법인 나비야 사랑해(이하 나비야)와 이리온 동물의료원(이하 이리온)의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로, 희망이로 선정된 동물을 위해 나비야가 후원금을 모으고 이와 동일한 금액을 이리온이 더해 치료비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실험 비글들이 이 프로젝트의 열일곱째 희망이로 선정된 것이다. 2015년 2월 2일, 실험 비글 열 마리는 마침내 실험실을 벗어날 수 있었고 현재 이리온 청담점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희망이 프로젝트가 아니었으면 당장 임시보호나 입양이 가능한 몇 마리만 구조했을지도 모르는데 정말 다행이었어요. 원래는 사설 보호소에 위탁을 맡길 생각이었지만 1월에 실외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계속 케이지 안에서만 있던 애들이라 날씨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비 내리는 것도 한번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비야, 이리온과 협력하면서 편히 지낼 곳도 생기고 심히 염려했던 건강 부분까지 해결됐어요.” 아직은 낯선, 네 발로 걷기실험 비글들은 다들 빈혈이 있고 말라 있긴 했지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건강 상태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소화제나 피로 회복제 등이 몸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실험했었기에, 약물의 독성보다는 5년 동안 햇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서 생활한 부작용이 더 컸다. 실험을 위해 케이지 밖으로 나올 때도 늘 품에 안겨 이동했으니 제대로 걸을 기회조차 없었다. 휘청휘청 어색하고 힘없는 걸음걸이. 비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비글이 실험동물로 쓰이는 이유는 일단 인내심이 많아서예요. 기다림이나 갇혀 있는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디는 것 같습니다. 예민한 견종은 그렇게 작은 곳에서 몇 년씩이나 지낼 수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견종마다 실험 결과가 다를 수 있으니 비글이 공식적인 실험견으로 정해져 있고요.”중국 실험견 농장에서 생후 6개월에 팔려 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실험실에서 지낸 비글들. 여태까지 있는 기억이라곤 약을 먹고 피를 뽑은 게 전부이다. 사람을 싫어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공격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케이지 근처에 사람이 오면 꼬리를 흔들고 좋아하기까지. 비록 문이 열리면 얼음이 되고 벌벌 떨며 안겨 나오지만 말이다.“사람을 무서워하는 건 아니고 그 안이 익숙해서 그런 것 같아요. 입원장 문을 열어 놓으면 높이가 15cm밖에 안되는데 아무도 혼자 못 나오거든요. 그래 본 적도, 그렇게 둔 적도 없으니까요.”비글들은 지금도 밖에 나오면 겁을 내며 숨을 곳을 찾는다.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진다는데, 아마도 자신들의 삶에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비글들은 요즘 입양 신청자와 직접 만나 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열 마리 비글 중 현재까지 세 마리가 입양을 갔다. 예상보다 적응이 빨라 배변훈련도 어느 정도 됐고 차를 타고 놀러 다니며 잘 지내고 있다고. 비글답게 말썽도 조금 부렸다는데, 세상 어떤 개가 인형처럼 앉아만 있겠는가. 비글 특유의 해맑음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이니 가족들은 오히려 기뻐할 듯싶다. 더 많은 비글들을 위해현재 병원에서 머물고 있는 비글은 일곱 마리. 이번 달부터는 날씨가 따듯해지니 개들이 바깥에서 뛰어놀며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임시 보호처를 마련할 계획이다. 물론 하루빨리 입양을 보내면 좋겠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여태 스무 명이 넘게 입양 신청을 했지만 입양이 성사된 건 그중 세 건뿐이다.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감정적으로 입양 신청을 했다가, 덩치 큰 비글이라는 점에 현실감을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동정은 잠깐이지만 책임은 평생이기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입양 상담할 때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말씀드려요. 사람이랑 교감해 본 적도 없고 훈련 같은 것도 안 해 봤으니 처음부터 시작하셔야 한다고요. 교육 지식도 있어야 하고 그런 걸 가르칠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죠. 그동안 억눌린 환경에서 살았으니 어떤 성격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인내심과 이해심이 필요한 일이라 마음가짐이 어떤지 특히 신경 쓰게 돼요.”정현 씨는 비글 열 마리를 입양 보내는 데 필요한 시간을 1년으로 잡았다. 미국의 실험 비글 입양 전문단체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와도 연결을 추진 중이다. 가능한 한 국내 입양을 진행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국제 입양도 시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이번 일 시작하면서 심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게 ‘입양처가 얼마나 있을까?’였어요. 구조는 정말 쉬워요. 돈은 빚을 내서라도 만들 수 있고요. 가장 어려운 건 입양이거든요. 특히 우리나라는 비글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잘못돼 있잖아요. 비글처럼 활동적인 견종도 충분히 운동시켜 주면 실내에서는 쉬는 시간이 더 많아요. 다들 바쁘다고 못 놀아 주니 그런 건데 조금만 말썽 부리면 모든 죄를 개한테 묻고…… 가장 많이 배워야 하는 시기에 망가뜨려 놓고 버리죠.”2013년 한 해 동안 안락사된 실험동물은 팔천 마리 이상. 동물 실험을 향한 비난 을 의식해 실험 기관들은 입양처럼 좋은 일에도 노출을 꺼린다고 한다. 그 때문에 실험이 끝난 비글이 있어도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사람을 위해 긴 시간을 희생한 동물들에게 그동안의 삶을 보상할 길이 있다면 방법을 찾아 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비글들에게 이제는 ‘악마견’이란 꼬리표를 떼어 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야 더 많은 비글들이 임상에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실험 비글들의 가족을 찾습니다! 가야 / 비글 / 중성화 수컷 / 6살 / 13kg살짝 소심한 성격입니다. 처음 보는 모든 것들이 낯설어서 겁이 나는 듯합니다. 아직은 꼬리를 내리고 살살 흔드는 정도이지만 머지않아 힘차게 꼬리 흔드는 날이 올 것 같습니다. 달마 / 비글 / 수컷 / 6살 / 11.5kg비글들 중 가장 마른 상태입니다. 위염과 십이지장염이 있어서 약물치료 중입니다. 혈압도 살짝 높아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안정된 곳에서 점잖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설악 / 비글 / 수컷 / 6살 / 15.9kg설악이는 사람을 잘 따르고 참을성이 많습니다. 아래로 늘어뜨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수줍음을 타지만, 사람 손길을 조용히 받아줍니다. 소백 / 비글 / 수컷 / 6살 / 12.3kg굉장히 활달합니다. 밖으로 나오면 주변을 냄새 맡고 바삐 다닙니다. 오른쪽 뺨에는 털 빠진 굳은살이 있습니다. 실험실 케이지에서 오랜 시간 지내다 보니 물리적인 자극이 생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등에는 아기 주먹 정도 크기로 곱슬 털이 자란 곳이 있습니다. 유달 / 비글 / 수컷 / 6살 / 13.2kg케이지 안에서는 봐달라고 부르는데 막상 문을 열면 벽 뒤로 몸을 살짝 숨깁니다. 그렇지만 사람에 관심이 많습니다. 늘 꼬리를 흔들거리며 반겨 줍니다. 빈혈이 조금 있지만 곧 좋아질 듯합니다. 주왕 / 비글 / 수컷 / 6살 / 12.9kg커다란 눈이 매력적입니다. 아직은 수줍음을 타지만 사람과 바깥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목을 쭉 뻗어 내다봅니다. 손바닥 냄새를 맡으면서 호기심을 표현합니다. 한라 / 비글 / 수컷 / 6살 / 13.6kg여자아이처럼 예쁜 얼굴입니다.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 하고 호기심도 많습니다. 활발한 편이고 깔끔해서인지 입원장 밖으로 오줌을 누기도 합니다.한순간의 호기심과 동정으로 입양하지는 말아 주세요. 소중한 생명이 또 다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신중한 결정 부탁드립니다.입양문의: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cafe.daum.net/happyanimalcompanion>
- STORY | 2015-04-03 09: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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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B형에 사자자리니까
- 넌 B형에 사자자리니까코카 스파니엘 지오와의 행복한 동거난생처음 키운 개가 하필이면 코카 스파니엘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 그중에서도 유난히 활발했다. 덕분에 매일 사건·사고의 연속이었지만 ‘역시 악마견’이라며 원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람 중에서도 활발하고 다혈질인 이가 있듯이 개 중에도 유난히 밝은 아이가 있고 그게 바로 코카 스파니엘, 지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오와 8년째 함께하고 있는 고영리 작가는 자신의 벗 지오를 이렇게 묘사했다. ‘넌, B형에 사자자리야!’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예쁘니까 봐준다코카 스파니엘 지오와의 반려생활을 다룬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의 저자 고영리 작가. 그녀의 직업은 스토리 프로듀서다. 조금 생소한데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고영리 작가는 기획과 실행을 총괄해 트렌드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즐거운 ‘무엇’을 기획하고 고민하며 그것을 글로, 때로는 다른 것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고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나간 에세이다.“지오를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책을 내겠다고 결심했어요. 제목도 그때 지어놓은 거예요. 좌우명이자 제가 호처럼 붙이는 ‘지오’를 이름으로 지어 주고 매일 사진을 찍어 준비했죠.”알 지(知) 깨달을 오(悟). 알고 깨달으라는 뜻의 근사한 이름을 가진 개, 지오. 고영리 작가는 책 속 지오의 사진을 보여 주며 어린 지오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스티로폼 상자를 여는 순간 금빛 강아지 얼굴이 튀어나오는데…… 첫눈에 반했죠. 지나치게 예쁜 나머지 아, 얘 때문에 많은 재산을 잃겠구나 싶었는데 진짜 많은 재산을 잃게 됐어요(웃음). 얘가 친 사고요? 정말 종일 말해도 부족할 정도로 많아요.”이후 고영리 작가의 입에선 지오가 벌인 ‘사고 퍼레이드’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책에서 다 소개하기엔 지면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느껴질 정도로 종류도 규모도 다양했다. 하지만 고 작가의 인내심을 시험했던 사고는 따로 있었다.“어느 날 외출하고 문을 열어 보니 온 집안에 휴지며 오리털이 눈처럼 휘날리고 있는 거예요. 욕조 물은 콸콸 틀어진 채로 문턱을 넘기 일보 직전이지, 벽지는 찢겨서 꼭 공사한 지 3일째인 집처럼……. 그달에 수도세만 한 40만 원 나온 것 같아요.”지오가 물건을 물어뜯어도 그게 그 물건의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고영리 작가. 그날 있었던 일은 그런 고 작가조차 이성을 잃을 뻔했던 대형 사고였다. 하지만 당시 고영리 작가가 택한 방법은 ‘꾸중’이 아니었다. 개를 ‘개’로 보지 않는 것“혼내지 않았어요. 얘도 사고 친 걸 알고 마음속으로 볶이고 있거든요. 그 대신 굉장히 슬픈 얼굴로 ‘왜 그랬어!’만 반복하면서 묵묵히 청소했죠. 그 날 이후로 신기하게도 벽지, 옷 그리고 휴지는 절대 안 건드리더라고요. 때리거나 하지 않아도 다 알아듣는 것 같아요.”그건 사고치는 개를 강한 훈육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통념에 일침을 놓는 시각이었다.“사람들은 ‘개’의 한계를 정해놓고 거기서 벗어나면 악마견이라는 단어를 붙여요. 주인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배변판에 배변 잘해야 하고, 오면 반겨 줘야 하고……. 하지만 그런 게 전부 가능한 상대는 아마 기계뿐일 거예요. 얘도 화가 나는 날이 있고, 그래서 누가 오든 말든 신경을 끌 때도, 쿠션에 화풀이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잖아요. 내가 개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마음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하물며 사람도 부모님께 완벽히 통제받으며 살진 않으니까요.”‘주인’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고 작가는 본인과 지오와의 관계를 서로에게 필요한 벗이라고 정의했다. “지오는 사람으로 치면 B형에 사자자리인 것 같아요.” 관찰력이 뛰어난 고 작가의 절묘한 비유. 하지만 이 한 마디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지나치게 활발한 지오의 행동을 ‘문제점’이 아닌 ‘성격의 차이’로 판단한 점이 그렇다. 그를 바꾸려고 애쓰는 것보다 왜 그와 사랑에 빠졌는지 떠올려보는 것이 연애의 온도를 올려 주는 지름길. 반려견의 성격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들은 적어도 권태기 따위 없는, 변함없는 벗이 되어 줄 것이다.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해세간에선 나쁜 점이 두드러져 있지만, 사실은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코카기에 가능한 장점들이 훨씬 많다. 고영리 작가는 근심 걱정 없이 지내는 지오의 모습에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얘는 늘 평온하거든요. 전 되게 예민한데, 밤샘 작업 때 지오가 옆에 앉아 있어 주면 그 자체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책임감도 느끼게 하고…….”인터뷰 중에도 지오를 향해 눈 맞추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 주던 고영리 작가. 그건 단순한 혼잣말이 아닌 교감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었다. 어느덧 노령기에 접어든 지오에게 그녀가 이르지만 매일 밤 건네는 것은 바로 작별인사다.“지오는 제 인생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 생명 중 하나예요. 그만큼 이 아이가 없는 생활이 무서운 거죠.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연습하고 있어요. 지오가 원하면 오늘 저녁에 조용히 가도 돼. 대신 평화로운 모습으로 엄마가 너무 슬프지만 않게 해 줬으면 좋겠어……. 지오가 선택할 수 있게끔요.”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었던 코카 스파니엘 지오 이야기. 고영리 작가에게 지오(知悟)와의 삶은 그 이름처럼 하루하루 부족한 자신에 대한 앎과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고 작가는 마지막으로 예비 반려인들에게 행복한 동거를 위한 조언을 전하며 더 많은 이들이 반려견과 동반자처럼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을 얻길 바랐다.“입양은 어떻게 보면 결혼과도 비슷하죠. 삶이 좀 안정됐고 적어도 20년간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강아지를 맞이할 적기 아닌가 싶어요. 외로움을 덜기 위해 데려오는 것이 아닌, 나를 필요로 하는 생명에게 내 생활의 일부를 내준다는 생각으로 함께한다면 분명 당신과 강아지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 STORY | 2015-04-03 09:4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