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C (531건) [STORY]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오해와 진실 STORY | 2016-09-13 11:20:23 [STORY] 오사카 나카자키쵸 부엉이 카페 STORY | 2016-09-13 10:52:09 [STORY] 여전히 사랑을 바라는 인하 STORY | 2016-09-07 16:29:41 [STORY] 고양이 마을을 찾아서 STORY | 2016-09-05 10:20:48 [STORY] 고양이 마을 | ② 호랑이 사라진 인왕… STORY | 2016-09-05 10:13:37 [STORY] 고양이 마을 | ① 평화롭고 낯선 공존… STORY | 2016-09-02 09:26:03 [STORY] 장수 고양이 예삐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STORY | 2016-07-07 12:43:08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오해와 진실 FROM VET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작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어주던 두 명의 캣맘이 돌에 맞고, 그중 한 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며칠 후 경찰은 초등학생들이 벽돌 낙하 실험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면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이 마치 갈등의 원인인 것처럼 표현하며, 캣맘과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 간의 갈등 구도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캣맘은 갈등의 원인 제공자일까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동이 잘못된 것일까요? 그리고 과연 길고양이는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정답은 모두 “그렇지 않다”입니다. 오해를 바로잡으니 길고양이는 ‘주택 또는 도심지에서 자발적으로 번식하여 자생하는 고양이’를 뜻하며, 구조하고 보호해야 하는 유기동물과 다릅니다. 캣맘 또는 캣대디는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밥을 챙겨주는 분들을 부르는 용어입니다. 그런데 누구도 이들에게 밥을 주라고 시킨 적이 없습니다. 급여를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일이 진정으로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밥을 주는 일종의 ‘자원봉사자’입니다. 그렇다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동이 어떻게 길고양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걸까요? 캣맘은 문제 해결사?길고양이들이 일으키는 문제점은 크게 1. 소음(발정 소리, 영역 다툼 소리), 2. 배설물, 3. 쓰레기통 및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 등 3가지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의 개체 수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TNR입니다. TNR은 포획(Trap)-중성화(Neuter)-방사(Return)의 약자로 많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길고양이 관리 방법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도 점차 TNR사업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TNR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길고양이들을 잘 포획해야 합니다. 이때 캣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캣맘들이 특정 공간에 사료를 주게 되면 자연스레 그 공간으로 길고양이들이 모이게 되고 포획이 쉬워집니다. 즉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TNR사업에서 캣맘들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중성화된 길고양이들은 발정이 오지 않기 때문에, 중성화된 길고양이들이 늘어날수록 소음에 대한 피해도 자연히 줄어듭니다. 캣맘들은 단순히 먹이만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길냥이들의 배설물까지 치우는 경우가 많으며, 길고양이 역시 캣맘들이 준 사료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쓰레기봉투를 뜯지 않게 되어 민원이 줄어들게 됩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문제점 3가지를 사실상 캣맘들이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존은 가능하다 길고양이 역시 해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한 마리의 길고양이가 하루에 2~3마리의 쥐를 잡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이 아는 것처럼 쥐는 유행성출혈열, 페스트, 렙토스피라 등 다양한 질병의 직간접적 원인이 됩니다. 즉, 사람에게 올 수 있는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길고양이가 한몫을 하고 있는 거죠. 실제 한 지역에서 길고양이를 다 잡아 없앤 뒤, 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후회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서울시 강동구는 2013년부터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시작하여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구내에 각 관공서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사료 회사가 사료를 후원하고 캣맘들은 지정된 급식소에 사료를 놓아줍니다. 길고양이들은 자연스레 관공서에 설치된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길고양이와 관련된 민원이 줄어들고, TNR사업의 성과도 점차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28개로 시작한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는 현재 60개로 늘어났습니다. 지자체도 좋고, 사료 회사도 좋고, 캣맘도 좋고, 일반 주민들도 만족하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오랜 편견부터 고쳐야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길고양이=도둑고양이’, ‘고양이=요물’ 등 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많았습니다. 이런 선입견이 캣맘에 대한 분노와 갈등으로 이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 살펴본 것처럼 길고양이와 캣맘은 나쁜 존재가 아닙니다. 선입견과 오해를 풀고 길고양이들과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CREDIT글 데일리벳 이학범 편집장 그림 우서진???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6-09-13 11:20:23 오사카 나카자키쵸 부엉이 카페 ?WONDERLAND오사카 나카자키쵸 부엉이 카페 오사카의 카페 거리 나카자키쵸中崎町. 오사카의 옛 거리 풍경이 남아 있으며 현지인의 생활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래된 일본식 건물과 그 사이사이에 들어서 있는 카페, 레스토랑, 잡화점 등 소소한 풍경이 정겹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카자키쵸의 부엉이와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 가보았다. 01 나카자키쵸에는 부엉이와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가 있다. 가게의 이름은 ‘후쿠로우 커피 HUKULOU COFFEE’, 후쿠로우는 일본어로 부엉이를 뜻한다. 02 카페는 총 3층으로 이뤄져 있고 고양이와 부엉이는 2층과 3층에서 만날 수 있다. 1층에서는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03 2층의 테이블에는 고양이 관련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곳곳에 고양이들이 숨어 있다. 04 3층을 오르는 계단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길을 막고 있다. 05 호객행위를 하듯이 상품이 가득 놓인 테이블 주변에 고양이들도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06 꾸벅꾸벅 졸고 있는 카페의 고양이. 07 카페의 또 다른 주인공인 부엉이를 찾아본다. 고양이들이 다 졸고 있어 심심한 듯한 부엉이. 08 부엉이와 고양이가 사이좋게 여유를 부리는 나카자키쵸의 카페.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CREATED BY글·사진 박용준? 본 기사는 <매거진C>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6-09-13 10:52:09 여전히 사랑을 바라는 인하 묘생 2막?여전히 사랑을 바라는 인하이제는 꽃길만 걷기를 얼마 전 엉망진창인 몰골로 누워있는 고양이 사진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누군가에게 유기되어서 6년간 길거리를 떠돌았다는 샴 고양이였다. 사람들은 사진 속 고양이의 생존을 걱정했으나, 사실 그 고양이는 생존보다는 따뜻한 손길을 갈구하고 있었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을지고양이는 인하대 근처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인하’라 이름 지어졌다. 인하는 구조되어 병원에 오자마자 산소실로 직행했다. 검사를 받아본 인하의 몸은 방광을 제외하고 모두 상한 상태였다. 지방간과 황달, 구내염과 인두염, 심각한 빈혈, 부신의 팽창 등, 몸 상태는 처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염병은 걸리지 않은 상태였다. 인하에게 밥을 주던 이의 말을 따르면 일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아프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아프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길에서 보낸 시간이 인하를 야금야금, 천천히 갉았을 것이다. 윤기가 흐르던 털이 상해버리기까지 6년은 충분한 시간이니까. 인하는 병원에서 한 달의 집중치료를 받았고, 인하를 위해 모금된 몇백만 원의 병원비가 서운하지 않게 정말 빠르게 몸을 회복했다. 타고난 사랑꾼, 인하샴은 애교가 많은 품종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하도 그랬다. 옆의 사람을 냥! 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불러댔다. 수다쟁이였다. 사람의 몸에 스스로의 몸을 닿게 하는 것으로 애정을 표시했다. 다다다 달려와서 호감을 표시하는 인하는 유기묘 출신이라기에는 엄청난 사랑꾼이었다. 한 사람의 손길을 받고 나서는, 다른 이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었다. 어서 나를 따뜻하게 만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하의 목덜미에 손을 대면 골골거림이 만져졌고, 무릎에 올라탄 인하의 무게는 참 설렜다. 어쩔 수 없이 밀어버린 바닐라라테 빛의 털이 온전히 자라고 몸에 살이 고루 붙는다면, 매력적인 외모의 접대냥이가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동안 외로웠을 만큼 사랑하고, 사랑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고양이. 인하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 길고양이 시절의 후유증앞으로 인하가 물을 마시지 않아 병에 걸릴 걱정은 전혀 없겠다. 인하는 사료도 곧잘 먹고, 간식 또한 사랑했으며, 눈에 띄도록 물을 참 잘 마셨다. 마른 몸에 배만 눈에 띄게 볼록 튀어나온 배가 안쓰러웠는데, 위가 장기를 다 밀어올릴 정도로 먹어 응급상황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또 하나, 인하는 남성을 무서워했다. 길거리에서 남자에게 호되게 해코지당한 기억이 있는 걸까. 인하에게 호의적인 남자들 앞에서도 인하는 서둘러 몸을 숨겼다. 기쁘게 여자를 반기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더 빨리 도와줬더라면 인하의 몸과 마음의 상처도 덜할 수 있었을까. 채 손 내밀지 못한 시간들이 괜스레 야속하다. 네 삶을 응원할게놀라울 정도로 빠른 회복속도를 보여준 인하였지만, 최근 심근 비대증(HCM)을 진단받았다. 심근 비대증은 치료가 되는 질병이 아니다. 하지만 사망선고인 것도 아니다. 먹는 약으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의 완화를 위한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래도 어떤 이가 일곱 살 난 고양이의 간병을 기꺼이 도맡아 줄까 싶었는데, 어느 부부가 인하의 보호자를 자청했다. 과거 까만 고양이 금자를 업어간 부부였다. 그들이 가족이 되고자 내민 손을 아는지, 그 마음이 어딘가에서 다가와 가슴께로 닿았는지, 길거리에서 자던 모습 그대로 불편하게 자던 인하는 그 날 처음으로 몸을 편하게 뉘이고 잤다. 안녕, 금동아인하의 새 이름은 금동이라고 했다. 살아남았고, 힘든 치료를 버텼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아이에게는 든든한 이름이다. 금동이의 새로운 가족들은 병원 주의치의 소견도 직접 듣고, 차트 복사까지 해서 품에 넣었다. 애정이 담뿍 담긴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갈 날이 이미 시작했음을 금동이는 알까. 길에서의 삶이 금동이에게서 온전히 다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끈질긴 사랑꾼의 다정한 애정에 누군가가 답을 해주고, 꼬박꼬박 정성스런 손길로 약을 먹게 되는 삶, 먹는 것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관심이 가득한 생활은, 금동이의 삶을 사랑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줄 것이다. CREDIT글 김나연 사진 박설화 자료협조 로마맘 본 기사는 <매거진C>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기사, 이미지)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6-09-07 16:29:41 고양이 마을을 찾아서 글 김기웅 사진 박설화FEATURE COVER STORY 대만의 허우통, 일본의 다시로지마, 모로코의 쉐프샤우엔… 길고양이와 사람이 평화로이 공존하는, 세계의 고양이 마을들이다. 한국에 고양이 마을은 없을까?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던 여성이 벽돌을 맞고, 고양이를 학대하는 동영상이 매일 SNS에 올라오며, 고양이가 인간의 식용으로 무참히 팔려 나가는 이 땅 위에 말이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입소문으로 퍼진 두 개의 마을이 있었다. ① 평화롭고 낯선 공존의 섬, 통영 욕지도?② 호랑이 사라진 인왕산 어귀엔… 홍제동 개미마을 기행? 본 콘텐츠(기사, 이미지)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6-09-05 10:20:48 고양이 마을 | ② 호랑이 사라진 인왕… FEATURE② 호랑이 사라진 인왕산 어귀엔… 홍제동 개미마을 기행 개미마을은 사진 좀 찍는다 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다녀간 출사 명소다. 도시에서 좀체 보기 힘든 산동네의 정경과 알록달록 채색된 벽화의 거리가 그들을 불러들였다. 모여든 발걸음은 새로운 소문을 낳았다. 그들의 렌즈를 통해,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공존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어디에홍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산비탈을 오르면, 인왕산을 등지고 위치한 개미마을 꼭대기에 도착한다. 정거장 위쪽은 산 속 트래킹코스로 통하는 길목이고, 아래로는 중앙의 널찍한 길 주변으로 나지막한 집들이 들어서 있다. 곳곳에서 조우할 고양이들 생각에 두근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차, 문자 착신음이 울렸다. 폭염특보를 알리는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였다. 글자 그대로 재난에 가까운 더위. 꽤 둘러봤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지붕 위마다 고양이들이 오간다는 풍문은 전설처럼 증발했다. “고양이? 이제 없어. 다 어디로 가버렸어.” 개미마을 정거장 바로 앞집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푸념처럼 답했다. 일단 더위 때문에 인왕산 숲 속으로 피신했다가 밤이 되어야 삼삼오오 나타난다는 얘기까지는 얻어냈다. 하지만 말 이면에 느껴지는 여운이 있었다. 정거장 바로 아래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가 나온다. 그 뒤쪽은 얕은 울타리와 작은 교회. 이 주변은 고양이가 자주 출몰해 여행자들 사이에서 ‘고양이 존’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몇 마리라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휘파람을 불며 준비해 간 먹이를 여기저기 놓았지만,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더워도 손님은 맞으러마을 중앙에 난 넓은 길을 따라 내려오면 오른쪽에 노인정이 보이는 언덕 길이 있다. 그 위에 정자가 있어 잠시 쉬러 오르던 차, 옆쪽 숲에서 치즈 태비 한 마리와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한 시간을 배회하다 처음으로 만난 고양이였다.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방문기에 줄곧 등장하는 녀석들이었는데, 낯선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가까이 다가와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서 이 마을 고양이들이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슬쩍 엿볼 수 있었다. 애교를 부리거나 경계하지 않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원하는 곳에 가 웅크려 앉을 뿐이었으니. 두 마리가 나타난 쪽의 풀숲을 따라 오르니 발자국이 찍힌 시멘트 바닥과 근처 사람들이 음식을 배급하는 작은 사료통이 보였다. 그 안쪽 풀 사이로 덩치가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었다. 여기 숨어 있었구나. 시원한 수풀 코트를 둘러 따가운 볕을 피하는 영특한 녀석. 마을을 내려오다 마을 입구 쪽 가정집 펜스 사이로 지나가는 턱시도 고양이까지, 개미마을에서 만난 고양이는 총 네 마리였다. 무더운 날에도 모습을 비춰준 고양이들에게 고마웠지만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다. 그 많던 고양이, 다 어디로 갔을까? ?? 51가지 벽화의 그림자개미마을은 열심히 일하는 주민들의 모습 때문에 1983년 정식으로 붙여진 이름인데, 마을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계기가 두 번 있었다. 2009년 가을 미술 전공 학생들이 남루한 마을 곳곳에 51개의 그림을 입혔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는 용구와 딸 예승이가 살던 동네로 등장했다. 근사한 벽화와 영화의 메가 히트. 방문객은 개미처럼 꼬였다. 취재하러 간 날도 무더운 여름의 평일 낮이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이곳 주민들로선 일하고 쉬어온 평범한 삶의 터전이 어느 날 현란한 색을 입더니, 마당 벽돌담 틈으로 외지인의 렌즈가 불쑥 들어오는 낯선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개미마을엔 아직도 많은 기초수급 대상자들이 살고 있다. 마을을 자유로이 활보하던 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받아 한쪽 귀가 조금 잘린 채 ‘관리’를 받는다. 정말 늘어난 발걸음 때문에 이곳 고양이의 개체 수가 줄어든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페인트칠과 미디어의 조명, ‘개미마을 데이트 코스’ 포스트들이 마을 사람과 고양이의 삶에 그다지 큰 축복이 아니었단 것은 알겠다. 열심히 일하고 자유 안에서 공존하던 마을 고유의 모습은 도시인과 도시 계획에 의해 조금씩 풍화되어가는 듯했다. 동물원에 오듯 별세계를 기대하며 찾아오는 발걸음과 마주하며 고양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두려움 없이 사람들 앞을 거니는 개미마을의 고양이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CREATED BY글 김기웅 사진 박설화 본 기사는 <매거진C>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09-05 10:13:37 고양이 마을 | ① 평화롭고 낯선 공존… ?FEATURE①?평화롭고 낯선 공존의 섬, 통영 욕지도?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고양이들은 그늘 속에서, 땅굴 아래에서, 자동차 밑에서 햇볕을 피한다. 방파제를 받치고 있는 커다란 바위 사이에 새끼들을 숨겨둔 고양이는 이따금 방파제 위로 올라와 낚시꾼들이 낚는 물고기를 노린다. 비도 내리지 않은 마르고 사나운 여름이건만, 그래도 고양이들은 유유자적,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고기를 낚으니 고양이가 온다욕지도는 휴가를 떠나기에 좋은 섬이다. 천왕봉만큼 호젓하게 등산하기 좋은 산도 없다. 물이 맑고, 고기가 잘 잡히기에 낚시꾼들의 명소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 중 으뜸가는 낚시 포인트는 목과방파제다. 항구에서 노란 버스를 타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목과마을은 산 아래부터 중턱, 그 너머까지 집들이 자리를 잡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마을이다.마을을 지켜주는 방파제에서 낚시꾼들은 미끼를 던지고, 볼락이나 학꽁치 등을 잡는다. 낚시꾼들의 환호성에 방파제 바위 사이에서 젖소무늬 고양이가 몸을 내민다. 바로 발치에 파도가 치고 있음에도, 고양이는 익숙한 듯이 바위를 딛고 방파제 위로 올라온다. 또다시 물고기를 낚은 낚시꾼의 뒷모습을 고양이가 지켜본다. 고양이의 입은 한 쪽이 눈에 띄게 돌출되어 보인다. 낚시꾼이 낚은 물고기를 곧장 가로채다가 입 안에 낚싯바늘이 파고들었다고 한다. 고양이의 입은 낚싯바늘이 있는 채로 아물 있다. 입모양이 뒤틀린 고양이는 방파제에서 낳은 새끼를 먹이기 위해 방파제 부근에 머무는 중이다. 방파제를 지탱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 틈 속이 젖소무늬 고양이와 그 새끼들의 거처다.가장 보통의 고양이어린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가 주변을 배회한다. 반짝거리는 호박색 두 눈이 매력적이고, 예쁘게 신은 흰색 양말이 귀여운 고양이다.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가면 여유롭게 산 속으로 사라지는데, 어느 순간 시선이 느껴져서 주변을 살펴보면 턱시도 고양이가 가까이 와 있다. 그늘에 앉아서 나른한 얼굴을 하더니 나중에는 친구인지 형제인지, 다른 고양이와 함께 차 밑에 숨어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마을에서 내려와 방파제로 내려가고 있자니, 주차된 자동차 보닛 밑으로 고양이 하반신이 덩그러니 내려와 있다. 죽은 걸까 싶어 고양이의 배를 손가락으로 슥 찔러본다. 하반신의 주인 고양이는 허둥지둥 발버둥 치며 자동차 보닛 안으로 후다닥 들어간다. 그제야 내려다본 자동차 밑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식빵을 굽고 있다. 보닛 안으로 들어간 고양이의 꼬리가 차 아래로 쑥 내려온다. 근처 그늘에서는 새끼고양이들이 장난을 치며 논다. 차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오자, 고양이들은 차 아래를 떠나 느긋하게 새끼들 곁으로 간다. 보닛 속의 고양이도 함께.한국의 고양이 섬, 욕지도오십년쯤 전, 욕지도에선 고양이들이 쥐잡이용으로 길러졌다. 그러다 집밖으로 나온 고양이들은 자체적으로 번식하며 그 개체수를 늘렸다. 섬에는 고양이를 위협하는 다른 동물은 없었다. 유일한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고양이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고양이는 예의바르게 낚시꾼의 옆에 앉아 천연덕스럽게 물고기를 양도받기도 했고, 피서객들이 고기를 구울 때 한 점씩 얻어먹기도 했다. 이따금 육지에서 반려묘로 자라던 고양이들이 섬에 버려지기도 했다. 목과방파제 근처에 주차된 자동차 밑에 있던 러시안블루 한 마리가 그런 경우다. 러시안블루 옆에는 그 새끼인 듯 어린 회색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고, 카오스 무늬의 어린 고양이들도 함께 있었다.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인지, 고양이들의 영역 다툼은 꽤 치열한 편이다. 목과마을에서는 새벽이면 방파제 고양이들과 마을 고양이들이 하악질을 하며 우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했다. 각자 구역이 있다고, 그 선을 넘으면 패싸움 벌어지듯 한다고 낚시꾼 한 명이 일러줬다. 그 소음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별달리 고양이를 학대하는 일은 없다. 고등어구이를 도둑맞는 것도 그러려니 한다고. 고양이들도 일본의 아오시마나 대만의 허우통 마을의 경우처럼 떼를 지어 사람들을 반겨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대로 함께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무조건 서로를 환영하고 아끼는 것만이 공존의 유일한 방식은 아니니까. CREATED BY글 김나연 사진 박설화 본 기사는 <매거진C>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6-09-02 09:26:03 장수 고양이 예삐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LIVING WITH CATS장수 고양이 예삐와신혼부부가 함께하는 집 인테리어의 완성은 고양이라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름다운 인테리어 속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고양이는 가히 화룡점정에 가깝다. 하지만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고양이가 스크래치를 내도 무방한 와일드한 가구를 선택하는 인테리어라면? 인테리어의 시작이야말로 고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15살 장수 고양이 예삐와의 동거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율리아 씨는 버스 정류장에 있던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유심히 보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나타나 이 고양이를 데려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절에는 큰 개들이 많아서 안 될 것 같으니, 데려가 키우면 대학에 붙을 거라고 했다. 묘한 제안이었다. 율리아 씨는 아기 고양이였던 예삐를 품속에 숨겨 몰래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거실에서 김장 중이셨다. 뭐하느라 도와주지도 않느냐며 방으로 들어오신 어머니께 예삐를 들키고 말았다.처음엔 몰래 데리고 들어왔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어머니가 예삐를 좋아하신다. 결국 율리아 씨는 대학에 붙었다. 심지어 수시로 붙어서 편하게 갔다. 하지만 예삐는 대학을 보내준 고양이였을 뿐만 아니라 귀족 같은 성향의 아이였다.접시는 물론 소품을 깨거나 사고를 치는 일도 없었고 용변도 알아서 화장실에 가서 봤다. 늘 얌전했던 예삐는 2년 전 결혼한 율리아 씨와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다. 율리아 씨의 남편 또한 어릴 때 고양이를 키운 경험으로 예삐를 자연스레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어느새 15살 노령묘가 된 예삐는 잠이 늘었고, 이빨이 몽땅 빠져 사료를 가루로 만들어줘야 하지만 여전히 건강하다.율리아 씨에게 예삐의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최대한 귀찮게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마 자기보다 오래 살아 기네스북에 오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말이 마치 바람처럼 들렸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케미스트리사람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여섯 살 강아지 바비는 의외로 고양이 예삐와 잘 맞는다. 나이가 있어서일까, 가만히 있는 걸 즐기는 예삐는 가끔 바비와 놀아주기 위해 장단을 맞춰주기도 한다. 잘 맞는 성격 덕분에 강아지와 고양이의 동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강아지 바비가 다리를 다쳐 침대 옆에 계단을 놔주었는데, 예삐가 거기에 앉아 있다가 흥분한 바비에게 자꾸 밟히는 걸 빼면 말이다. 율리아 씨는 계단 위에 페이크 퍼를 올려두었고, 그러자 예삐는 그곳에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안 된다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해결 방법을 찾는 것. 예삐와 율리아 씨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듯했다. 인테리어의 시작은 반려동물이 집에 이사 온 지는 약 반 년이 됐다. 처음엔 원룸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바비와 예삐에게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해주고자 1.5룸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굳이 방문을 닫고 공간을 구분해두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아서 자신의 영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예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거실 소파 위인데, 털 때문에 세탁이 용이한 매트리스용 커버를 씌웠다. 쿠션만 따로 세탁하기 쉬운 벤치 소파를 선택한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또한, 거실 벽엔 예삐를 그린 그림을 함께 걸어두었다. 예삐에 대한 율리아 씨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그림이다. 비싼 가구를 구입할땐, 아이들이 스크래치를 내더라도 문제없는 와일드한 느낌의 가구를 택한다. 율리아 씨의 집에는 고양이 예삐와 강아지 바비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한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만큼 서로의 삶을 잘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CREDIT 글 금교희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6-07-07 12:43:08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오사카 나카자키쵸 부엉이 카페 여전히 사랑을 바라는 인하 고양이 마을을 찾아서 고양이 마을 | ② 호랑이 사라진 인왕… 고양이 마을 | ① 평화롭고 낯선 공존… 장수 고양이 예삐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