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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2-02 17: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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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2-02 1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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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1-02 18: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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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1-02 1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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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1-02 1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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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5-01-02 17: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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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동물 보호소 탐방기
- 미국 동물 보호소 탐방기Oregon Humane Society 보호소 편Oregon Humane Society(이하 OHS)는 미국 오레곤 주 포틀랜드 시에 위치한, 오레곤에서 가장 큰 동물 보호소다. 1868년에 처음 설립되었다고 하니 전 세계 동물보호소 역사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가히 선구적인 동물 보호소라 할 수 있다. 역사가 긴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과 방문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OHS에서는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토끼, 쥐, 파충류 심지어 말까지 입양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OHS의 개 보호소를 소개하고자 한다.글·사진 박혜민 쾌적한 환경, 끊임없는 교감OHS의 개 보호소에는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켄넬(kennel: 보호장)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켄넬의 규모는 개의 덩치에 따라 다른데 큰 개의 경우 약 5~6평 크기, 그보다 작은 개들의 경우에는 2~4평 크기의 켄넬을 사용한다. 개뿐만이 아니라 성인 또한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에서 개의 활동성과 쾌적함을 고려한 동물 보호소 측의 배려가 느껴진다. 또한 모든 개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바깥구경을 한다.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강아지 산책시키기(Dog walking)’라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개들을 데리고 보호소 주변을 산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보호소의 개들은 사람과 끊임없이 교류할 수 있고 운동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는 보호소에 상주하는 수의사들을 통해 건강을 주기적으로 체크 받는다. 보다 신중한 입양을 위해각 켄넬 앞에는 개의 신상정보를 알 수 있는 종이가 붙어 있다. 이름·나이·중성화 수술 여부·몸무게·성별·종·입양비 같은 기본적인 신상뿐만 아니라 보호소에 오게 된 이유·입소 날짜·보호소에서 입양되었다 다시 파양된 이유·짤막한 소개글 등이 적혀 있다. 소개글에는 개의 성격·자라온 환경·고양이와 동거 가능 여부와 함께 개에 대한 당부가 쓰여 있다. 예를 들어 배변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 소개글에 이를 명시하고 입양 시 보호소에서 주관하는 배변훈련 프로그램 참여를 권장하는 것이다. 방문객은 보호소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며 관심이 가는 개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을 경우 분양 담당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직원은 개를 켄넬에서 데리고 와 방문객과 ‘놀이방’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방문객은 개를 직접 만져 보고 함께 놀면서 개와의 궁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담당 직원에게서 개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을 충분히 질문할 수 있다.입양비는 적게는 9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정도인데 모든 입양비에는 전자칩(ID)·중성화 수술비·초기 백신·30일 무료 동물보험·기본 건강검진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OHS에선 입양자의 나이가 60세 이상인 경우 동물을 무료로 입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모든 것은 시민의 힘으로OHS의 큰 자랑 중 하나는 보호소에 들어오는 모든 동물들을 극히 드문 건강상의 이유가 아닌 이상 절대 안락사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보호소에 입소하는 모든 동물들에게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아픈 동물일 경우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비용에 관계없이 치료한다. 덕분에 OHS의 생명 구조율은 98%나 된다. 천장 스피커를 통해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불쾌한 냄새도 전혀 나지 않는 보호소. 날씨에 맞게 가동되는 냉난방 시설은 물론이고 보호소 곳곳에는 방문자와 개의 위생을 위해 세면대와 비누가 갖춰져 있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운영비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동물 보호소가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보호소도 있지만 OHS의 경우 정부 지원금은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오로지 주민의 기부금과 보호소 내 자체 스토어 혹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운영된다. OHS는 보호소에서 행해지는 모든 서비스와 동물들의 행복은 후원자들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그들을 ‘Hero(영웅)’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역시 더 많은 ‘영웅’들이 나타나서 한국 동물 보호소의 시스템이 더욱 발전하고 보호소에 있는 많은 유기동물들이 좀 더 안락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 <참조: Oregon Humane Society 공식 홈페이지(www.oregonhumane.org)>글쓴이·박혜민미국에서 수의대학원생이 되기 위해 공부하면서 현지 동물보호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하고 있는 학부생. 한국 동물 보호소 시스템이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 STORY | 2015-02-02 17: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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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 속에서 놓지 않는 희망
- 절망 속에서 놓지 않는 희망파주 삼송보호소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따스한 햇살은 아침을 빛낸다.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날’이라 생각되는 훈훈한 겨울……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살을 에는 혹독한 날씨다. 새벽의 추위를 증명이나 하듯 그릇 모양대로 꽝꽝 얼어버린 물들이 보호소 한편에 수북이 쌓여있다. 아직도 겨울이다. 여전히 춥고 힘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기견들은 울타리 안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한 마리로 시작한 일이삼송보호소가 파주에 자리잡게 된 건 오년 전쯤이지만 김미순 소장이 유기견들을 보살피게 된 건 그보다 훨씬 전인 2000년도께다. 지금이야 290여 마리 강아지들을 책임지고 있지만 처음에는 불쌍한 강아지 한 마리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유기견 하나 둘 돌보다가 이렇게까지 된 거예요. 어느 사설 보호소든 다 그럴 겁니다. 가정집에서 조금 데리고 있다가 이래저래 숫자가 늘어나면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고, 거기서 또 늘어나면 땅 빌려서 이런 곳으로 오고. 나이 드신 보호소 소장님이 다치시거나 돌아가시면 다른 보호소에서 아이들을 맡게 돼 숫자가 늘어나는 경우도 많고요.”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호소에서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의 건강 모두 성치 않다. 일 년 365일 연중무휴인 건 물론이고 봉사자가 없는 날엔 혼자서 300마리 가까운 개들이 지내는 자리를 청소하고, 밥을 주고, 또 다음 날이면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사료라도 떨어져 가면 불안해지고 병원비가 없어 아픈 아이들을 지켜보기만 해야 할 때면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 “어느 누가 하루 종일 개들 밥 주고 청소하며 살고 싶겠어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하는 일이지요. 살아있는 동물이니까. 버리고 떠날 수는 없잖아요. 저 대신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아니까 끝까지 제가 지켜야죠.”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절망감고된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야 이제 익숙해졌지만 김 소장이 가장 힘든 건 유기동물의 현실이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서 버려지는 동물이 줄어들면 기운이라도 나겠는데 계속 답보 상태예요. 동물법이 통과됐다 해도 제대로 시행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합니다. 유기동물 문제의 가장 큰 발단은 애견 번식장인데요, 처음부터 법으로 규제했더라면 싼값에 사고 팔리고 결국 버려지는 강아지들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을 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상황이 나빠지고 나서야 제재하려고 하니 반발이 일어나고 법이 있어도 제대로 적용이 안 되는 거죠.” 키우던 강아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보호소로 개를 받아 달라는 전화도 변함없이 걸려온다.“과연 본인이 강아지를 ‘반려견’으로서 끝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고 입양해야 하는데 그냥 예뻐서 기르니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좋아하는 것과 책임지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누구나 다 좋아하지만 평생을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그 섣부른 결정의 결과물들이 삼송보호소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고 전국의 사설보호소에 퍼져 있다. 버리는 사람 따로, 보호하는 사람 따로. 이런 현실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젊은 세대에 거는 희망보호소의 기쁨은 개들이 입양을 가는 것이지만 삼송보호소 개들은 대부분 열 살 가까이 됐고 90퍼센트가 믹스견이라 가족을 만날 가능성은 더욱 낮다. 그저 지금 있는 숫자에서 더 이상 늘리지 않고 개들이 명을 다할 때까지 보살피는 게 김미순 소장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유기견들이 불쌍해서 받아 주고는 싶지만 자리도 없고, 제 건강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있는 아이들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데리고 있는 게 최선 같아요. 앞으로 오년에서 길게는 십년 정도 흐르면 다들 제 곁을 떠났을 테니 그때는 저도 이곳을 떠날 수 있겠지요…….” 처음 보호소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유기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많아졌지만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현실적인 운영은 차이가 있다는 김 소장. 그렇지만 김미순 소장의 유일한 희망 역시 유기견에 대한 인식 변화다. “사람들이 강아지를 사지 않고 입양한다면 번식장이 줄어들고 유기견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겁니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 유기동물 문제가 자주 거론되기는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잠깐 반짝하지 않고 지속적인 캠페인이 실시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매일매일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요? 그렇겠지요?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가져 봅니다.”
- STORY | 2015-02-02 1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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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그막에 찾아온 내 가족
- 늘그막에 찾아온 내 가족길음2동 사회복지견 기르미성북구 길음2동에 사는 81세의 독거 노인 이판례 씨에게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사회복지사에게서 ‘이번엔 기르미도 함께 찾아뵐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섬주섬 아침상을 차리고 TV를 켜 늘 보던 연속극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밥 한술 위에 김치를 얹어 입 안에 넘기면서도 틈틈이 인기척을 살피며, 네 발로 뛰어올 반가운 손님을 기다렸다.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길음2동 주민센터 기르미의 하루 일과“똑똑, 할머니 저희 왔어요.”활짝 열린 문 앞엔 늘 찾아와 안부를 묻는 동장 홍동석 씨 그리고 뾰족한 귀를 쫑긋거리는 사회복지견 기르미가 서 있었다. “우리 기르미 왔어?” 라는 말에 보고 싶었다는 듯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기르미. 그 모습을 본 이판례 씨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폈다.기르미는 2014년 7월 28일, 길음2동의 명예 공무원으로 임명된 사회복지견이다. 동장 및 사회복지사와 함께 주 3회 동네를 순찰하고 독거 어르신을 찾아뵈어 적적한 시간을 달래 주는 것이 기르미가 맡은 주된 임무다. 작년 2월 주인에게 버려져 길거리를 헤매던 강아지 기르미는 주민의 신고로 이곳 길음2동 주민센터로 오게 되었는데,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으로 인해 주민센터의 분위기가 좋아지자 기르미에게 독거 노인의 외로움을 덜어 주는 일을 맡겨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기르미와 함께 아침 일찍 순찰을 돌아요. 우리 동네가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골목골목 들어가 보면 혼자 사는 어르신이 많거든요. 신경 써서 찾아뵙지 않으면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죠.” 기르미의 주인인 길음2동의 동장 홍동석 씨는 사회복지견의 일과에 대해 설명했다. 여느 공무원과 똑같이 아침 9시에 출근하는 기르미의 하루는 직원들을 맞이하고 기르미와 놀고 싶어하는 주민들을 상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주 3일 독거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날에는 하루에 약 여섯 집 정도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오늘 만난 이판례 씨는 기르미가 유난히 따르고 좋아하는 어르신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노인과 반려견“한 서너 달 됐지? 기르미와 만난 게. 저것이 쬐깐했을 때부터 이뻐해 놓으니까 날 잘 따르지. 원래 내가 또 개를 좋아해.”기르미가 온다고 해서 일부러 외출도 안하고 기다렸다는 이판례 씨. 기르미를 바라보는 눈에선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났다. 마치 귀여운 손자를 바라보는 듯, 따뜻함이 담긴 눈빛이었다. 과거엔 폐지 및 고물을 주우며 생활을 근근히 이어나갔지만 날씨가 눈에 띄게 추워진 요즘은 그것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복지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뒤 칼바람을 피해 집으로 돌아오는 나날은 지루하고 적막하다. 그런 와중에 기르미가 찾아와 재롱을 떠는 등 손자 노릇을 해 주니,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이젠 기르미가 없으면 많이 서운할 것 같다며 이판례 씨는 이야기했다. “혼자서 벌어먹고 살랑께 춥고 외롭고, 저런 폐지라도 주우려면 피곤하고 힘들지. 그래도 이렇게 동에서 기르미와 함께 찾아와 주니까 살지. 혼자서는 못 살아. 동사무소로 일하러 갈 적엔 아, 여기 가면 기르미 보겠다~ 생각에 가고 그래. 재밌어.”일하던 와중에 기르미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입도 맞춘다며 소녀처럼 까르르 웃는 이판례 씨. 기르미가 잘 따르는 만큼 기르미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시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연이 있었다. “내가 개를 이뻐한다고 했잖아. 젊었을 적 많이 키웠어. 기르미보다 더 큰 애도 키워 봤다니까. 그 개를 정말 좋아했는데, 어느 날 줄을 끊고 도망가 버렸어. 잃어버린 후로는 사흘동안 밥을 못 먹었어. 보고 싶어서. 그리고선 다신 안 키우려고 했지.”충격으로 인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그 개는 지금의 기르미를 똑 닮은 노란빛의 강아지였다고 했다. 그 때문일까,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이판례 씨와 기르미는, 길음2동의 그 누구보다 끈끈한 진짜 가족같다. 인생의 봄을 선물하다할머니와 노는 기르미를 뒤로한 채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는 동장 홍동석 씨. 그는 길음2동이 무려 10여 년간 재개발 투쟁을 벌여오던 탓에, 그에 따른 어두운 분위기가 주민들을 감싸고 있었던 것 같았다고 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지리한 싸움은 주민들로 하여금 허물어진 집의 수리조차 망설이게 했고, 점점 늘어가는 빈 집엔 적막함만이 맴돌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길음2동엔 우울함을 호소하는 독거 노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홍동석 씨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길음2동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낫게 해줄 힌트가 바로 기르미에게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기르미와 함께 어르신을 찾아뵙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르미가 온다고 하면 다들 맞이하는 안색부터 달라지셨으니까요. 건강이 좋아지신 건 물론이고요.”최근엔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인 및 주민을 대상으로 한 ‘웃음치료교실’에 기르미를 보조 강사로 투입시켰는데, 지시를 잘 따르는 기르미덕에 학생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단다. 기르미가 오고 나서 동네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다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홍동석 씨. 아직은 ‘앉아’밖에 못하는 기르미지만, 충분히 훈련시켜서 독거 노인분들의 합동 생일날 선물전달식을 맡겨보려 한다며 어르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심스레 내보였다. 흔히들 시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 세월은 힘이 세서 소녀를 할머니로 그리고 사이좋던 가족을 남남으로 변모시키기도 하지만, 그러한 시간의 흐름에도 굴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반려견이 전하는 사랑이 아닐까. 외로운 나를 기억해 주고 곁에 있어 주는 존재. 내가 잃어버린 추억과 웃음을 찾아주는 유일한 가족 말이다. 아직은 매서운 겨울이 머물고 있는 길음2동이지만, 기르미를 배웅하는 이판례 씨의 양 볼엔 어느새 분홍빛 봄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 STORY | 2015-02-02 17: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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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토종 고양이
- YOUT CAT코리안 쇼트헤어미국에 아메리칸 쇼트헤어, 영국에 브리티쉬 쇼트헤어가 있다면 한국엔 코리안 쇼트헤어가 있다! ‘참고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코리안 쇼트헤어는 비록 정식 품종은 아니지만, 왕의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민속도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기도 하며 명실공히 우리나라 토종 고양이로 자리 잡았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함께해 온 당신의고양이, 코리안 쇼트헤어를 만나 보자. 넌 어느 별에서 왔니코리안 쇼트헤어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도메스틱 캣’의 한국판 이름으로, 한국의 길고양이들이 ‘도둑고양이’, ‘똥고양이’로 마구 불리던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애묘인들이 미국의 길고양이였던 ‘아메리칸 쇼트헤어’에 착안해서 지어 준 애칭이다.코리안 쇼트헤어의 유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고양이가 등장한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5-6세기경 가야 토기에 그려진 고양이의 모습과 9세기경 신라 왕궁 주변 우물 속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뼈를 토대로 생각해 볼 때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불교가 들어왔을 때 경전을 엉망으로 만드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는데, 그 고양이가 바로 코리안 쇼트헤어의 기원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그렇게 우리나라에 살기 시작한 코리안 쇼트헤어는 토속적인 매력으로 조상들과 다양한 미담을 만들어 냈는데, 조선 19대 왕 숙종과 금손(金孫)이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정원에서 만난 고양이에게 금손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숙종은, 그 노란 털의 고양이를 특별히 아껴 수라상에 오른 고기를 나눠 주기도 했다고. 또한 병아리를 물고 도망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담겨 있는 조선 3대 화가 김득신의 <파적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수천 년 전의 기록과 놀랍도록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현재의 코리안 쇼트헤어를 보면, 그들이 살아 온 별에 문명을 두른 건 다름 아닌 도시인들이라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물 같은 몸놀림, 물 같은 성격당신의 고양이 코리안 쇼트헤어는 중형에 속하며 통통하면서도 탄력 있는 근육질 개체가 많다. 머리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통과할 수 있는 물 같은 유연함은 모든 고양이의 특징이지만, 길 생활에 익숙한 코리안 쇼트헤어는 그야말로 생존에 특화된 신체능력을 보여 준다. 털은 쇼트헤어라는 이름처럼 가늘고 짧은 직모로 부드럽기보단 거친 모질이 많다. 크게 노랑, 검정, 회색 세 가지 색이 있으며 무늬에 따라 치즈 태비, 고등어 태비, 삼색, 카오스, 젖소 등 대여섯 종류로 나뉜다.한국의 길고양이 중 3분의 2는 이 코리안 쇼트헤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성을 가진 경계심 많은 고양이라는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코리안 쇼트헤어를 키워 보면 사람을 좋아하는 활발한 ‘개냥이’와 시종일관 사람과 붙어 있고 싶어 하는 ‘무릎 냥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품종 관리를 통해 종별 특색이 확실해진 아메리칸 쇼트헤어나 브리티쉬 쇼트헤어와는 달리, 코리안 쇼트헤어는 별다른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잡종으로 취급되었다. 그 때문에 코리안 쇼트헤어에게는 특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고양이의 성격을 결정짓는 건 환경이라는 얘기다. 자라난 환경에 따라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외부 자극에 예민한 신경질적인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어떤 반려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코리안 쇼트헤어. 그야말로 물과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코리안 쇼트헤어와 친구가 되는 법코리안 쇼트헤어와 친해지고 싶은가? 위에서도 말했듯 길고양이의 대부분은 코리안 쇼트헤어이기 때문에, 그들을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곳 또한 골목길이다. 만약 밥을 챙겨 주고 싶다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물색한 뒤 길고양이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밤이나 새벽 시간대를 노려보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이웃들도 더러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해코지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낮 시간에 밥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눈에 띄는 그릇보단 작은 봉지 등에 사료를 넣어 물어 가게 한 뒤 사람들이 없는 은신처에서 먹게 하는 것이 고양이에게도 이웃에게도 최선이다.혹시 길에서 만난 코리안 쇼트헤어를 당신의 고양이로 맞이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 위의 생활은 불행하며, 사람의 집에서 고양이도 행복할 것이라 멋대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생후 4주가 채 지나지 않은 아기 고양이가 불쌍하다며 섣불리 손대는 것은 좋지 않다. 어미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사이 사람냄새를 묻히고 온 새끼가 어미에게 버려질 수도 있기 때문. 생명을 거두는 일은 항상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 주변엔 길에서 만난 코리안 쇼트헤어와 살고 있는 반려인들이 많다. 더 많은 길고양이들이 좋은 반려인을 만나 행복한 묘연을 맺길 바라며 코리안 쇼트헤어에게 건네는 듯한 시 한 구절을 소개해 본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STORY | 2015-01-02 18: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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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넘어서
- 장애를 넘어서나는 고양이 비욘드후지마비 고양이 비욘드. 장애묘 비욘드. 비욘드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붙는 말들이 있다. 그렇지만 비욘드의 반려인이자 동화책 <연두 고양이>의 저자 류은 씨에게, 비욘드는 그냥 고양이일 뿐이다. 첫눈에 반해 묘연을 맺었고 어느 가족들처럼 서로 교감하며 살아가는 둘의 모습은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도서출판 리젬, 류은동화책 <연두 고양이>의 후지마비 고양이 연두가 실재한다는 걸 알고 근황이 궁금했어요. 비욘드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었군요어린 아이들이 발음하기가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책에서는 연두라는 이름을 썼어요. 원래 이름은 비욘드(이하 욘드)입니다. 저와 욘드가 함께 일하는 곳인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따왔어요.욘드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요토끼똥 공부방이라는 곳에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동아리인 ‘길냥이 돌봄이’가 있어요. 당시 제가 지도교사였는데요. 공부방 선생님 중 한 분이, 비를 맞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뜯고 있는 욘드를 발견하셨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새끼고양이를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었다고 해요. 욘드는 공부방에서 머물며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게 됐고 제가 첫눈에 반해 입양했습니다.다리는 어떻게 다치게 된 건지 혹시 아시나요?욘드를 데리고 수많은 병원에 다녀봤는데 교통사고다, 낙상사고다 의견이 분분했어요. 최근에 후지마비를 잘 보는 동물병원에 갔더니 유전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하더라고요. 태어날 때부터 다리를 못 썼던 거죠. 처음엔 아예 다리가 안 움직였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장애를 가진 고양이를 입양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요욘드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장애가 아니라 사랑스러움이었어요. 욘드 표정이 정말 발랄했거든요. 뒷다리는 불편했지만 두 앞발로 활발하게 걸어 다니더라고요. 그 모습이 잊히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혼자 키워야 하는 거면 힘들었을 텐데 제가 일하는 재단 사람들과 공동양육을 하기로 하면서 입양을 결심할 수 있었어요.욘드를 같이 키우는 것에 다들 찬성하셨던 건지요모든 사람들의 동의가 제일 중요했죠. 특히 재단 이사장님은 동물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동물을 키우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인데요, 그 분도 욘드를 보자마자 키우기로 마음먹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그럼 욘드는 사무실에서 지내는 건가요?저랑 같이 출퇴근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다섯 시간에 한 번은 압박배뇨를 해야 하거든요. 제가 외근을 하거나 지방에 가야하는 상황이면 다른 직원들이 돌봐주고요. 욘드 집이 서너 군데는 되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영역동물인지라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아서인지 다행히 괜찮은 듯해요.도와주시는 분들이 많긴 하지만 힘드실 것 같기도 한데요욘드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건 맞아요. 그렇지만 제가 욘드에게 해주는 것보다 욘드가 제게 해주는 것들이 훨씬 많습니다.예를 들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욘드가 특별히 애교를 부리진 않지만 존재 자체가 기쁨인 것 같아요. 사무실 분위기도 훨씬 좋아졌어요. 욘드가 오늘 밥은 잘 먹었는지, 압박배뇨는 했는지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의 거리감이 좁혀졌습니다. 재단에 방문하시는 분들께도 ‘같이 일하는 고양이’라며 욘드를 소개했는데 오실 때마다 고양이 용품을 챙겨주시더라고요. 다 같이 키우는 느낌이에요.사무실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라 사무실에서 일하는 고양이군요그럼요. 저희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성적 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하는 곳인데요, 욘드도 동등하게 활동가 자격으로 이곳에서 지내요. 재단의 마스코트죠. 홈페이지 조직도에도 욘드가 들어가 있답니다. 월급도 15만원으로 책정해 사료 값으로 사용하는데 병원비를 많이 써서 월급을 가불한 상태예요(웃음).다리 말고는 아픈 곳이 없는 건가요?혈뇨 보는 것 빼고는 건강해요. 압박배뇨가 혈뇨의 원인인데, 욘드는 사람이 계속 배뇨를 도와줄 수밖에 없으니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라 생각해야 한다더군요. 처음 욘드가 피를 흘렸을 땐 너무 놀랐고 많이 울었는데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관리해 주는 게 좋을지 차분하게 생각해요. 그래도 마음은 아프지만요.모든 일에 의연하신 것 같아요장애묘를 키우는 게 굉장히 힘든 일처럼 여겨져서 그런지 저한테 대단하다, 좋은 일 한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부담스러워요. 전신마비 고양이처럼 욘드보다 더 아픈 동물들을 보살피시는 분들도 계시는 걸요. 그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욘드를 향한 시선은 어떤가요?한번은 집에 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욘드에게 관심을 보이셨어요. 사연을 들려드리자 저를 꼭 안아주시더라요. 장애 고양이라고 하면 안쓰럽게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은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건데, 욘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자기가 남과 다르다거나 남보다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죠. 다른 고양이들처럼 활발하고 명랑하거든요. 장애묘라는 이유로 무조건 동정하진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연두 고양이>에서도 그런 바람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연두가 동등하게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거든요컨셉을 어떻게 잡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후지마비 고양이와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갑자기 연두가 장애를 극복한다는 식의 판타지는 원하지 않았거든요. 물론 토끼똥 공부방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기 때문에 픽션인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임시보호를 했으니까요. 누가 주인공을 할지는 애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정했다고 하더군요(웃음).책 속 아이들은 정말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그렇죠. 어느 날은 슈퍼에 가다가 엄마랑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싸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손에는 상자가 들려있었죠. 엄마가 “갖다 버려”, “또 들고 오면 혼날 거야”하니까 애가 울면서 담벼락 밑에 상자를 놓고 갔어요. 고양이더라고요.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난 욘드도 있는데 어떡해야 하는 건가 정신이 없는데 고양이는 계속 야옹 야옹 울고. 지나가던 커플이 정말 예뻐하면서 키우겠다고 데려가는 걸로 마무리됐지만 그때 참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욘드를 발견한 선생님도 정말 괴로웠다고 하셨는데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그러고 보니 구조 결정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욘드를 처음 봤을 때 ‘왜 나는 돈이 없나’, ‘왜 나는 이런 집에서 사나’ 많이 한탄하셨대요. 어찌 보면 욘드를 키우기로 한 저보다 길에서 데려오기로 결정한 그분이 더 큰 결심을 하신 거죠. 정말 감사해요. 얼마 전에는 나양이라는 고양이가 토끼똥 공부방에 들어왔대요. 사고로 앞발을 다쳐 큰 수술을 받았는데 다리를 절게 됐어요. 다행히 좋은 분께 입양됐습니다. 바로 연두 고양이 책을 낸 출판사로요. 욘드를 공동양육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신 것 같아요.<연두 고양이>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주는군요제 꿈이 바로 어른들이 볼 수 있는 동화책을 내는 거예요. 두 번째 책에는 공동양육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그 책 얼른 보고 싶네요. 또 계획 중이신 일은 없는지요?올해 9월 9일 고양이의 날 전시 주제가 ‘행운’이라고 해서 같이 이야기해보기로 했어요. 욘드를 만나고 많은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길고양이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사회적인 노력이 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강동구청에 마련된 고양이 급식소나 망원 파출소에서 돌보는 고양이 망고처럼, 공공기관에 고양이를 접할 수 있는 요소들이 생겼으면 해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그런 면에선 앞으로 욘드도 많은 역할을 할 듯해요욘드가 제게 주는 행복에 비하면 후지마비라는 장애는 별 것 아닌 것 같아요. 사람에게서는 받을 수 없는 위로를 욘드가 해 줍니다. 그게 동물의 힘이 아닐까요. 이런 고양이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STORY | 2015-01-02 18: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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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와 나, 우리, 같이 살아요 프…
- 길고양이와 나, 우리같이 살아요 프로젝트경기 불황, 청년 실업, 삼포 세대. 먹고 살기 참 힘든 세상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남을 신경 쓴다는 건 여유를 넘어서 사치다. 하물며 그게 길거리의 고양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공책 한 권만으로 길고양이를 돕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는 예쁜 공책을 만들고, 말솜씨가 좋은 친구는 사람들에게 공책을 소개한다. 그런 공책 한 권을 사는 것처럼, 길고양이와 같이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작은 손을 잡았던 그날서울시 성북구 석관동에 자리한 ‘같이 살아요 프로젝트’ 작업실. 빈 집 혹은 동네 슈퍼처럼 보이는 이 공간이 길고양이와의 공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FIREFISH’팀의 아지트이다. 대학원에서 처음 만나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려고 뭉친 세 청년들이 어쩌다 길고양이를 위해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된 걸까. 프로젝트를 기획한 춘배 씨는 이 모든 것이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내민 작은 손에서 시작됐다고 했다.“2년 전쯤엔 용산에 사무실이 있었어요. 건물 4층이었는데 어느 날 밑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고양이가 데려가겠거니 했는데 저녁 여덟 시부터 다음날 아침 일곱 시까지 울더라고요. 버려진 아이구나 싶었어요. 1층에 내려가 보니 실외기 뒤에 쥐인지 고양이인지 구분이 안가는 동물이 꿈틀거리고 있었죠.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이어서 손만 겨우 내밀었는데,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쫄래쫄래 나와서는 장난을 걸더군요.”춘배 씨는 그렇게 고양이 ‘장수’를 처음 보았고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 작업실로 데리고 왔다. 영화 같은 그들의 만남, 그러나 고양이 치료비는 현실이었다. 털은 숭숭 빠져있고 눈에는 덕지덕지 눈곱이 낀 장수와 동물병원에 가고 나서야 알았다. 병원비가 그렇게 비싸다는 것을.“정말 놀랐어요. 주머니에 삼만 원 있었는데……. 다행히 장수는 치료 후 건강을 되찾고 저희와 같이 살게 됐지만 길고양이의 고생스러운 삶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장수처럼 아파서 죽어가는 고양이들이 많겠다 싶었습니다.” 기부는 투명하고 분명하게장수와 같은 처지에 놓인 길고양이를 위해 무엇이든 하자고 뜻을 모은 춘배 씨와 팀원들.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자니 다들 심하게 낯을 가리는 게 문제였다. 결국 각자의 재능을 살려 디자인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해, 수익금의 일부를 길고양이를 돕는 비영리 시민단체 ‘한강맨션 고양이’에 치료비로 기부하기로 했다.그러나 여태 애니메이션만 만들었지, 무언가 팔아본 적은 없었기에 잘 안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다고. 제일 먼저 커다란 노트 하나를 내놨는데 아니나 다를까, 판매가 영 신통치 않았다.“한 달 동안 노트 열 몇 권 팔았던 것 같아요. 적은 돈을 보내기 미안해서 판매 금액과 관계없이 사비를 보태 기부했죠. 그러다가 한강맨션 고양이에서 주최하는 바자회에 초대를 받았어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게 좋을 것 같아 공책 여러 개와 에코백을 제작해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반응이 뜨거워서 가져간 물건을 거의 다 팔았어요. 그날 바자회 수익 중 5분의 1이 저희가 낸 거였죠.”그 후 입소문을 타 판매량이 조금씩 늘었고 드립 커피세트, 보온병까지 상품 군에 추가됐다. 모든 제품은 수익금의 반액을 기부하는 것이 원칙인데 현재 한 달 평균 사십만 원가량을 길고양이 치료비로 보내고 있다.“수익의 일부를 좋은 일에 쓴다는 상품들을 보면 판매 금액의 일 프로 혹은 정말 미미한 수준이 기부되더라고요. 기부 내역이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금액도 정확히 밝히고 용도도 치료비로 정했습니다.”같이 살아요 프로젝트의 올해 목표는 월 백 만원 기부하기. 지금은 블로그를 통해서 판매 중이지만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앞으로 쇼핑몰도 갖추고 상품도 다양하게 만들 계획이다. 우리 같이 살아요운명처럼 장수를 만나 시작한 같이 살아요 프로젝트. 그 후 고양이 ‘태평이’를 둘째로 맞이하면서 작업실은 사장님 격인 고양이 두 마리와 일꾼인 팀원 세 명으로 복작거리고 있다. 본업과 프로젝트를 병행하느라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춘배 씨는 고양이들이 없었다면 팀이 진작 해체됐을 것이라 말했다.“저희들끼리 얼마나 많이 싸우는데요. 장수랑 태평이 먹여 살리려고 지금까지 모여 있는 거예요(웃음). 지금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프로젝트가 활성화하면 길고양이들을 돕는 일만 하는 게 꿈입니다.”임시 오픈 식으로 소소하게 활동한 작년 한 해에 대해 춘배 씨는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고양이를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프로젝트를 돕는 사람들을 보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의 강한 결집력을 느꼈다고.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은 멀다.“저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단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착각이었더라고요. 제 주위에는 고양이를 예뻐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였어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을 만나보면 여전히 도둑고양이라 부르고 고양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고양이를 돕는 사람들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춘배 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단지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고양이에 집착해서 길고양이를 돕는 게 아니라고.“이 도시에는 사람 말고도 다른 생물들이 살고 있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이에요. 큰 해를 끼친다면 고민해야 할 문제인 건 당연하지만 최소한 사람이 필요해서 데려온 고양이나 개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 같이 사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 STORY | 2015-01-02 1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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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소리, 라…
- 똑똑!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소리라이프노킹 캠페인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과 못마땅해 하는 이웃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휘둘리는 힘없는 길고양이들……. 언제부턴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마을 사람들과의 분쟁을 품은 시한폭탄처럼 여겨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애써 단념했던 일. 그러나 그토록 찾던 공생의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길고양이와 이웃 그리고 캣맘까지 모두 행복해지는 캠페인, ‘라이프노킹’이 그것이다.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협동조합 살림‘우리’를 지키다따뜻한 곳을 찾아 자동차 엔진룸으로 들어가게 된 아기고양이가 아침이 밝았음에도 깨지 못해 변을 당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사안. 그러나 보닛이나 운전석 바닥을 쿵쿵 노크하는 것만으로 예방이 가능한 간단한 일이기도 하다. 라이프노킹 캠페인은 이러한 사실을 도어사인을 통해 모두에게 알리는 일이다.라이프노킹을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살림’은, 기존 광고회사의 직원들이 다 함께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총 22명의 조합원. 그 중 라이프노킹 캠페인을 담당하는 이상준 씨는, 광고회사에 다니던 과거와 비교해 업무 강도는 비슷하지만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겨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했다.“협동조합 살림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존입니다. 동물을 잘 아는 조합원을 통해 라이프노킹에 대해 듣게 되었고, 길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캠페인이라는 생각에 착수하게 되었어요. 작년 겨울에 시즌 1을 끝냈고 얼마 전 시즌 2를 시작했습니다.”하나둘씩 도어사인을 건 인증샷도 도착하고 있다며 활짝 웃는 상준 씨. 그 미소에선 길고양이를 넘어 모두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손에서 손으로7천 부 배포로 조촐하게 끝났던 시즌 1. 과거의 홍보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시즌 2인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커뮤니케이션이다.“도어사인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채널인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사람들의 입을 타고 모두가 알게 되어 결국 라이프노킹 캠페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니까요.”귀여운 고양이 모양의 도어사인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럼, 옆 차 손잡이에 저를 걸어 주실래요.’ 이상준 씨는 도어사인이 한 번 보고 버려지기보단 이웃의 손을 빌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혹시 시즌 1땐 어땠을까.“기억에 남는 배포자분들이 두 분 계세요. 한 분은 따님에게 라이프노킹에 대해 가르쳐서 유치원에서 발표를 시키신 학부모님이고요, 또 한 분은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게스트 하우스, 음식점 등등 도어사인을 건 곳을 표시해 지도처럼 만드신 여성분이에요. 이런 식으로 지인에서 지인으로 이어져 모든 사람이 알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이프노킹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인터넷 기사의 댓글란에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고양이를 정말 싫어해 시비성 댓글을 남기던 사람도 결국 라이프노킹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싸움이지만 무관심보단 나았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알게 되고 고양이는 살게 되니까. 라이프노킹은 언제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공존을 확신하다길고양이에 대한 의견이 팽팽한 지금, 우리는 확실히 과도기에 와 있다. 과연 길고양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상준 씨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저희는 분명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라이프노킹 캠페인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상준 씨. 그건 바로 길고양이를 통한 이웃 간 화합의 가능성이었다고 했다.“가장 놀랐던 사실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도어사인을 받으러 오신다는 거였어요. 20-30대 여성 뿐만 아니라 철물점 아저씨, 양로원분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요. 어떤 날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오셔서 주민들에게 나눠 주겠다고 가져가셨어요. 이런 일들로 저도 사실은 선입견이 있었다는걸 깨달았죠. 경비원 아저씨는 연세도 있으시고, 주민들의 불평 때문에 길고양이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반대로 젊은 여성분들 중에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많이 반성하게 되었어요. 이런 점에 있어서 길고양이 문제는 이웃 간 화합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고리가 되어 주는 거죠.”어느 날에는 길가를 지나가다 노부부와 함께 있는 길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상준 씨. 고양이가 혼나면 어쩌지 하며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반대로 집에서 우유를 가지고 나와 새끼고양이에게 먹이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단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세상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공존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똑똑 두 번의 노크 그리고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그만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공존이라는 새싹은 겨울을 뚫고 피어날 것이다.
- STORY | 2015-01-02 17:4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