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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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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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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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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09 1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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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2-17 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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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2-17 10: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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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유묘 일기
- Cat's Life-수유묘 일기-
사과야, 살구야, 카레야.언니는 계속 자책을 하게 되네.온도가 너무 뜨거웠나, 아니면 차가웠나.사료를 조금 더 잘게 부수어 줄 걸 .분유를 좀 더 미지근하게 해 줄 걸 .조금 더 많이 안아주고 시간을 보낼 걸.자주 찾아갈게, 절대 잊지 않을게.나에게 와주어서 고맙고 미안했어.많이 사랑했어. 너희들 모두 나의 고양이란다.
수유묘 인공 포육의 일상3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분유를 먹인다. 위가 작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므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트림을 시키고 생식기를 부드럽게 자극해 대소변을 받아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분유를 먹인다. 입가를 닦아주고 케이지 온도를 점검하고 오물이 묻은 부분을 청소한다. 수유묘 인공 포육의 일상이다. 수유기가 끝날 때까지는 외출은 물론이고 잠을 자기도 어렵다. 그동안 꾸준히 어미 없는 젖먹이들 인공 수유를 해 왔지만, 이번 녀석들은 너무나 작았다. 탯줄을 그대로 달고 온 치즈 3형제는 기껏해야 태어난 지 하루 이틀. 갓 출산한 어미 고양이에게 누군가 뜨거운 물을 뿌려 쫓아낸 뒤 구청에 신고해 이 작은 것들을 보호소에 넣었다고 했다. 손바닥 위에 세 마리를 모두 올려놓아도 넉넉할 만큼 작디작았던 치즈 3형제는 젖병을 물 줄도 몰랐다. 어미젖이 아니니 분유의 맛도 어색해서 계속 먹기를 거부했다. 대부분 젖먹이들이 이렇다.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혓바닥에 흘려 넣어주며 ‘이것은 분유고 네가 먹어야 하는 거야. 먹어야 살아’ 하고 알려주어야 한다. 억지로 많은 양을 흘려 보내면 기도로 넘어가 위급한 상황이 되니 혀에 묻을 만큼만, 맛을 보여준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분유의 맛에 적응한 3형제에게 사과, 살구, 자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늘 그랬듯이 반짝반짝한 어린 고양이로 성장하면 좋은 가족을 찾아줄 계획이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갑자기 한 마리가 분유를 먹지 않고 축 늘어지기 시작했다. 동물 병원에 달려가 수액을 맞히고 이름 모를 주사도 맞혀왔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내 손바닥 안에서 작은 아기 고양이가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한 마리 역시 별이 되었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열 마리가 넘는 젖먹이들을 돌보면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일이었다. 내 품 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버티고 있는 젖먹이에게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무력했다. 젖먹이들의 숨이 점차 잦아들고 입가에 말간 침이 흘렀다. 선홍색이던 코와 젤리가 창백하게 변했다. 작은 생명이 내 품 안에서 꺼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그저 울고, 쓰다듬고, 입맞춤을 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애 처음 고양이와 이별을 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짧다고 해서 이별의 무게가 가벼운 것이 아님을 그렇게 배웠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저려온다.다행히도 남은 한 마리는 악착같이 자라주었다. 젖병을 힘차게 빨고 배가 고프면 우렁차게 나를 불러댔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 3형제를 내게 임시보호 보냈었던, 유기묘 구조활동을 하시는 지인 분께 연락이 왔다. ‘집사님, 힘드신 거 알지만…. 정말 젖먹이들을 더 받아주실 수는 없으실까요.’ 하며 젖먹이 두 마리가 보호소로 또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그맘때 나는 조금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 어린 것들을 품 안에서 보내고 난 뒤 나는 매일매일 심하게 자책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도 다른 수가 없었다. 내가 맡지 않으면 그 젖먹이들이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두 마리의 젖먹이가 또 내게 왔다. 작은 고양이 두 마리를 받아 들자 눈물이 왈칵 났다. 앞서 보낸 치즈 두 마리와 똑 닮은 아이들이었다. 태어난 날짜도 비슷했다. 먼저 와서 살아남은 한 마리는 이 녀석들이 형제려니 하고 지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또 눈물이 났다. 늦게 온 두 녀석에게는 ‘카레’와 ‘고로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앞서 온 ‘자두’와 함께 세 마리는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카레가 아프기 전까지는.어느 날부터 카레의 발작이 시작되었다. 너무 어려 CT 촬영 검사도 할 수가 없었지만 심한 전신발작의 증 상으로 미루어 볼 때 신경계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나는 그렇게 또 한 번, 내 품 안에서 고양이를 보내야 했다. 눈도 떴고 이제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다 키워 놓았다고 생각했던 아기 고양이를 보내야 했던 기억은 오래도록 나를 힘들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두 녀석, 자두와 고로케는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 좋은 가족 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보살폈던 나의 아기 고양이들. 그 누가 보살폈어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다들 이야기해주었지만 밀려오는 자책감을 덜어내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다.CREDIT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0 14: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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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 all of us
- 도담도담 하우스For all of us
나는 나의 도담도담 하우스를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소품들과자연적인 요소들로 채워가고제 빛을 내게 해주는 일을참 좋아한다.이 모든 것이 이전엔나를 위해서였다면,조니와 데비가 온 이후로는‘우리를 위해서’ 로 바뀌었다.
Treasure(보물)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매일 녹화해서 보여주셨던 디즈니 인어공주를 참 좋아했다.인어공주는 발견한 보물(육지 사람들의 물건)들을 자신만의 바닷속 공간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는데 인어공주가 그 보물들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나에게는 참 인상 깊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선명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나 역시 나만의 보물들을 간직하고 있는데, 어떤 보물들은 아주 구체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보물들은 아주 추상적이다. 그래선지 사람들이 얼핏 듣고 판단했을 때 내 보물들은 너무도 단순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복잡한 것이라 여겨지는 듯했다.큰 범위에서 내 보물들은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 자연, 나무, 예술, 가족들 그리고 이제는 나와 삶을 함께하는 남편, 바다가 일으키는 소금바람 등이고, 작은 범위에서의 보물들은 오래된 가구와 소품 또 그런 것들로 집을 꾸미는 것, 자연적 패브릭들과 옷, 피스타치오 아몬드 아이스크림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과 노란 전구가 비추는 따스함 등이 있다.이 외의 여러 가지 것들이 나에게는 내 삶의 원동력이자 추진제이며,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제각기 다른 형태의 보물들이다.큰 범위에서의 보물들은 여전하지만 일부분의 보물들은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내 인생에 ‘조니’와 ‘데비’와의 만남은 말과 글로도 표현을 다 할 수가 없는 화려하고 소중한 보물의 발견이었기 때문이다.조니와 데비는 내 보물들의 순서를 뒤바꿔 놓았다. 이 아이들이 나에게 주는 순간의 감정들은 눈앞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 강렬하기도 했으며 은은하게 퍼져 내 코로 슬며시 들어오는 피톤치드처럼 어슴푸레 소소하기도 했다.냥테리어의 완성은 너희우리의 도담도담 하우스는 이처럼 본디 그렇게 원초적인 조니와 데비 (여기서 원래부터라 함은 자연적인 요소를 본능대로 따르고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것을 말한다)를 위한 집인 ‘냥테리어’에 더욱 더 충실해 지고 있다.남편과 필리핀 여행을 다녀오며 ‘우리 조니 데비에게 스크래쳐로 딱 맞겠다!’ 하고 구매해 왔던 매트가 있다. 코코넛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향기로운 풀 내음이 가득한 매트들은 현재 주방, 화장실 앞, 안방이며 할 것 없이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또 우리 집 거실에 놓여 있는 거대한 고무나무는 어느새 조니와 데비를 위한 스크래쳐가 되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흙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위해 가끔 나가서 흙을 파헤치며 놀 수 있게끔 큰 토분에 흙을 담아 베란다 한편에 마련해 놓았고, 부엌에서 웅장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목공테이블 식탁은 어느새 이 아이들이 실컷 뛰어 놀다 지칠 때쯤 쉬어 갈 수 있는 커다란 침대가 되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자연을 경험하게 하고 싶어 마련한 집안 곳곳에 있는 큰 잎사귀를 지닌 열대 식물들은 아이들이 잠시 누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기꺼이 그늘을 내어주고 있다.마지막으로 높낮이가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이 서린 가구들은 아이들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게끔 서로 잘 배치되어 복잡하지만 훌륭한 캣타워가 되었다.나와 근접해 있는 모든 것들이 이제는 나를 - STORY | 2020-06-10 1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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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고양이를 구조해도 될까요?
- 길 고 양 이 의 생 활이 고양이를 구조해도 될까요?
여기저기서 태어나는 고양이는 여기저기서 주워진다. 주워온 사람은 한결같이 말한다. 불쌍해서. 냥줍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불리는 이 행위의 행위자는 병원에 가져다주거나 구조 요청을 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아주 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얼마나 책임질 수 있나요?어느 봄, 한 통의 전화가 훈혜 씨에게 걸려왔다. 낯선 사람의 익숙한 질문. “길에서 불쌍해 보이는 새끼 고양이를 주웠는데, 어떻게 해요?” 도와줄 수 있는 부분과 구조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 그에 따라 발생할 비용을 설명하자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혹시 임보처가 안 구해지면 다시 연락 달라 부탁했지만 전화기는 잠잠했다. 대신 훈혜 씨의 마음만 불안으로 일렁거렸다. 혹시나 하고 전국 동물보호소 현황을 볼 수 있는 앱에 접속했다. 거기에 전화 상담을 했던 그 고양이 둘이 있었다. 보호소로 달려간 훈혜 씨는 아는 고양이라 설명하고 입양계약서를 쓰려 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젖먹이 고양이는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마다 젖을 먹어야 하고, 그만큼 자주 배변을 유도하고 닦아주어야 한다. 수시로 먹이고 닦아가며 따뜻하게 품어줄 어미를 잃은 젖먹이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다른 하나만이라도 살려보려 입양 절차 후 데리고 나왔지만, 다음 날 제 형제의 뒤를 따랐다. 이런 전화와 죽음은 절대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처음도 끝도 아니다. 불확실로 가득한 길고양이의 삶에서 확실한 사실은 그것 하나다.제일 잘 돌보는 건 엄마“혹시 구조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그렇게 묻는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산책길에 안면을 익힌 캣맘과 고양이 식구들 이야기에 훈혜 씨는 단숨에 현장으로 갔다. 어미가 새끼를 잘 돌보지 못하니 구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캣맘의 의견이었다. 한 번은 어미에게 밀려 새끼 고양이 하나가 집 밖으로 흘러나온 적도 있다고 했다. 캣맘의 걱정과 달리 새끼 고양이들의 상태는 양호했다. 눈가가 조금 불긋한 걸 제외하면, 털은 깨끗했고 배는 통통했다. 어미가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기존의 집이 새로 생긴 식구까지 보듬기에는 좁았다. 구조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어미가 아주 잘하고 있다, 다만 집은 조금 큰 것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집 교체 요령을 알려주는 것으로 상담을 마무리했지만, 캣맘의 근심은 조금도 덜어진 것 같지 않았다. 뭔가 더 드라마틱한 변화, 거칠고 힘든 길 위의 삶에서 건져내어 위험도 불편도 없는 곳에서 살게 해주길 희망했던 모양이었다. 훈혜 씨는 그런 캣맘에게 지난 몇 년 동안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던 그 말을 다시 했다. “엄마가 제일 잘 키워요. 새끼들을 돌보고 싶으시면 어미에게 맛있고 좋은 것을 많이 주세요.”얼마 후 새끼들이 주변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하자 이 가족은 그 집을 떠났다. 그리고 그 뒤처리와 청소는 캣맘이 맡았다. 이소 후에도 고양이 가족과 두 사람은 간혹 만난다. 어미는 사람의 시선이 덜 닿는 안전한 곳에서, 젖먹이에서 아깽이, 다시 청소년묘로 자라나 갈 세 마리 새끼를 돌본다. 그리고 훈혜 씨와 캣맘은 먼발치에서 와락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아껴가며 이 고양이 식구를 챙기고 있다.그래도 구해야 할 때가 있다한겨울, 집 근처 쇼핑센터의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던 중이었다. 훈혜 씨와 친구 진선 씨의 눈에 작은 고양이 하나가 들어왔다. 버려진 걸까? 길을 잃은 걸까? 어미는 근처에 있을까? 가만히 다가가면서 새끼를 살폈다. 냄새도 나지 않았고, 눈가도 깨끗했다. 배는 빵빵했고 털도 뽀송했다. 발은 까만 아스팔트 바닥을 당당하게 딛고 있었고, 활기차고 호기심도 많아서 공처럼 굴러다녔다. 어미의 존재가 어린 고양이의 온몸에서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과 차가 오가는 지하주차장이라는 것이 걱정스러웠지만, 추운 겨울을 피할 더 나은 장소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 후로 두 사람은 한 달 가까이 같은 장소를 찾았다. 처음에는 정말 어미가 있고 잘 관리 받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그다음은 구조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옳은지 자신의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안심하고 안 와도 되겠다 싶을 때쯤, 변화가 감지되었다. 털이 눅진거리는가 싶더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눈곱이 끼고 눈가도 부어올랐다. 이른 독립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태의 어린 것을 보며 어미가 먼 곳으로 먹이활동을 하러 간 것이길 바랐다. 다시 주차장 출근이 시작되었다. 그 고양이를 찾아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확인했다. 어미가 불귀의 객이 된 것이든, 이른 독립을 시킨 것이든 이대로 길에서 살 수는 없는 상태라는 걸 확신하고서야 구조를 결정했다. 발견부터 이 결심까지 6주 동안, 매일 같은 장소를 찾으며 살피고 고민해야 했다. 훈혜 씨의 전화기에는 눈에 회반죽을 얹은 듯한 회색 고양이 사진이 있다. 신비한 우주 풍경 같은 눈동자 대신에 붉게 부풀어 레이스처럼 쪼글거리는 눈꺼풀의 아기 고양이 사진도 있다. 보여주기 위해, 정말 구조가 필요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서 저장해둔 사진이다. 선뜻 손 내밀고 싶지 않은 상태, 딱 보기에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은 상태, 냄새나고 아파 보이는 상태, 그런 상태만이 인간이 개입해도 괜찮은 때이다. 인간에게 맡기는 순간몇 년 전, 훈혜 씨 집 뒤에 한 고양이 가족이 살았다. 고양이 밥을 싸들고 다니며 동네 고양이들과 눈도장을 찍고 안면을 익혀왔던 덕분에 동네 대장 고양이의 부인인 어미 고양이와 대장 고양이의 새끼 세 마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담장 위에서 어미와 세 새끼가 평화로이 노니는 모습을 보며 때때로 밥이나 간식을 챙겨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문 아래서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다보니 새끼 고양이였다. 며칠 전까지 제 가족과 있던 새끼 중 하나였다. 새끼가 사람도 들을 정도로 소리 높여 우는데 어미는 어디 있나 봤더니, 늘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등을 보인 채였다.어미가 버린 거구나, 나 주는 거구나. 순간 알았다고 한다. 살려는 운명이었는지, 쉽게 잡힌 새끼는 병원 치료 후 그 집에 셋째가 되었다. 새끼가 너무 약하게 태어났거나, 병이 깊거나, 어미가 힘에 부치면 때때로 새끼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대부분의 어미 고양이는 제 새끼를 지극히 돌보고 아낀다는 점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아기 고양이가 보인다고 덥석 잡아들거나 불쌍하다고 쓰다듬지 말아야 한다. 또 정리해준다고 이것저것 만지거나 옮겨서도 안 된다. 낯선 냄새가 나는 새끼나 서식지로 돌아오길 어미는 주저한다.바라봄과 기다림고양이는 사람과 가까이 살고 있기에, 고양이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망각한다. 길 위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방법은 인간의 기준과 감정을 성급히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바라보고 지치지 않고 기다리다 그들이 필요할 때에야 손을 내미는 것이다. 내가 필요할 거라는 인간의 확신이 아니라 ‘내가 필요하니?’라는 조심스러운 질문과 그들의 대답을 기다리는 자세이다.글 김바다 자료협조 배훈혜, 노진선 행복한 고양이 마을 : 네이버 카페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cafe.naver.com - STORY | 2020-06-10 14: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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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iendly
- 스 핑 크 스 자 몽 이Friendly아침에 눈을 떠서 잠드는 그 순간까지 너는 항상 내 옆에,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해가 지는 오후에 나는 너를 안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왈츠를 추고, 너는 내어깨에서 잠이 든다. 나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네가 ‘애옹’ 하고 울면 나는 네가 뭘 원하는지 다 알 수 있게 되었다. 졸리니까 안아달라며 다가오는 너를 안아주고 그렇게 내 품에서 잠드는 널 보면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때가 존재했을까 싶다.겁쟁이, 집사가 되다군인 남편을 따라 타지 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어가던 어느 가을.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첫 직장을 그만 두고 백수가 된 지 2달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대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결혼을 한 나는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엄청난 겁쟁이에 무서운 꿈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난 인간이었다. 하루는 내 상상력이 만들어 낸 무서운 생각들에 빠져 집에 혼자 있는 것조차 너무 무서웠다. 결혼 전부터 본가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던 남편은 고양이를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 냐며 먼저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는 이제껏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우리 인간보다 훨씬 짧 다는 것을 알기에 사랑을 잔뜩 준 존재가 먼저 떠나가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꾸준한 남편의 설득은 나에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보내면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반려묘에 대해 알아 보다가 우연히 스핑크스 고양이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 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천안에 사는 작은 아기 고양이 들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중 내 눈을 사로잡았던 한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샤워를 하던 남편의 욕실 문을 벌컥 열며 ‘아기 고양이가 자꾸 생각나, 데려오고 싶어’라고 통보를 했다. 그렇게내 생에 첫 반려동물 스핑크스 고양이 자몽이를 만나게 되었다.
네가 없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아
스핑크스 고양이가 키우기 쉽다고?털이 많이 빠지는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고양이 키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털이 없는 고양 이가 있다니 모두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SNS상에 스핑크스 고양이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스핑크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키우기 어려운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스핑크스 고양이는 목욕을 자주 시켜줘야 한다. 털이 없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처럼 기름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적게는 2주,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몽이의 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스핑 크스용 고양이 샴푸가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주로 고양이의 털 관리를 위한 샴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몽이는 신생아용 샴푸와 무향 로션을 사용한다. 스핑크스 고양이의 특징인 큰 귀는 일주일만 지나도 까만 때로 가득해지는데 유독 귀는 기름 분비가 많아 식염수를 묻힌 탈지면으로 청소를 해줘야 한다.스핑크스 고양이는 털이 없어 발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 수밖에 없다. 가끔 자몽이가 뒷발로 본인의 목덜미를 세차게 긁어대다가 빨간 상처라도 내는 날이면 발톱 정리를 미처 못 해준 나를 자책하곤 한다. 발바닥에 털에 없어 털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털 대신 자리를 차지한 검은 때들을 틈틈이 제거해주지 않으면 구수하고 진한 발바닥꼬순내를 맡게 된다. 마지막으로 스핑크스 고양이의 피부는 예민하기 때문에 집사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청소 여부가 피부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집에 먼지가 최대한 없도록 유지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털이 없는 고양이를 키워서 청소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청소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다. 사료 선택 역시 중요하다. 스핑크스 고양이의 경우 사료의 반응을 피부로 알려주기 때문에 사료를 고르는데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몽이는 집에 처음 온 날부터 피부에 두드러기가 항상 서너 개 내외로 나 있었는데 가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아무것도 나 있지 않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스핑크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데 있어서 ‘편하고 쉽게’라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글·사진 김성은에디터 글월문 글·사진 김성은에디터 글월문 - STORY | 2020-06-10 12: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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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마리의 고양이
- C a t ' s L i f e 여섯 마리의 고양이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살게 되면, 집사의 모든 시간에 고양이가 살게 된다. 내 곁에서 잠을 자기를 원하는 고양이와 함께 잠을 자고, 무릎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어느새 무릎에 앉아있고, 집사 구경이 취미인 또 다른 고양이는 식탁에 앉아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식사에 참견한다. 또 한 녀석은 욕조 난간에 걸터앉아 내가 씻는 모습을 구경하고, 그렇게 외출 준비를 마치면 문 앞까지 배웅하기를 원하는 고양이가 나와 배웅을 해준다. 그렇게 나는 매일 고양이로 꽉 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위해 신혼집도 복층으로 결정을 한 우리 부부는 늘 장난처럼 ‘손을 뻗으면 항상 고양이가 있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층 난간에도 고양이, 식탁 위에도 소파 위에도 그렇게 고양이가 가득한 삶. 여섯 배의 행복 많은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또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다. 고양이 마릿수만큼 시간과 돈이 배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외동묘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다묘가정의 고양이들 때문에 완벽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다묘가정은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고양이가 심하게 아플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가고 삶이 무너지는 그런 경험들을 여섯 배로 감당해야 한다. 그런 일련의 이유들로 나는 다묘를 반려 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은 부정적이다. 다묘를 키우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그중 제일 나를 힘들게 했던한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면 바로 '유자'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네 번째 고양이 유자는 내가 밥을 챙겨주던 길냥이였는 데, 어느 날 다리를 심하게 쩔뚝이며 나에게 걸어왔다.이동장을 챙겨와 유자를 안아드니 유자는 순순히 내 품에 안겨주었다. 나는 곧장 병원으로 갔고 유자의 뒷다리 뼈는 심하게 골절되어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마 사람이 해코지한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다리 골절 수술을 위해 유자를 병원에 맡겨놓고 집으로 돌아온 그때 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수술 중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가 들어왔고, 그 고양이의 상태를 살펴보는 짧은 순간 유자의 산소가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유자는 뇌를 다쳤고 머리와 몸을 마구 떨며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다리 수술은커녕 기립도 불가능한 유자를 병원 입원실에서 마주했을 때 나는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자책감에 많이 괴로워했다. ‘내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원장선생님께서는 분명한 병원의 과실이니 자폐묘의 삶을 살게 될지 모르는 유자를 거두어 책임지겠다고 하셨지만나는 오랜 상담 후 입원중인 유자를 집에 데려오기로 했고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유자를 보살폈다. 그 시절의 나의 시간은 모두 유자였다. 다리가 완전히 붙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작은 케이지에서 한 달을 보내야 했던 유자는 기적적으로 자폐묘가 되는 상황을 면했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딱히 해준것도 없는데 말이다. 머리맡에 유자의 케이지를 두고 자폐묘를 반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며 수도 없이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유자는 그 시간들을 강하게 이겨내 주었다. 아직까지 유자에게 그 시절의 후유증이 남아 있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를 정도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늘 나의 곁을 맴도는 유자는 현재 우리집의 스윗함 담당으로 집사들의 힐링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녀석이다. 그 외에도 방광염 때문에 요도에 관을 꼽아 소변을 빼내는 카테터를 받다 요도가 찢어져 큰 수술을 해야 했던 둘째 율무, 갑자기 거식증이 와서 음식을 강제 급여하며 보살펴야 했던 셋째 보리, 치아 흡수성 병변으로 이른 나이에 치아를 발치해야 했던 넷째 유자, 새빨간 핏물을 흘리며 위급한 상황이 왔었던 다섯째 계피까지. 우리 부부는 고양이 여섯을 반려하며 많은 사건을 겪었고 같이 이겨냈다. 텍스트로 써내려가니 꽤 담담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런 사건을 겪을 때마다 삶이 무너져내렸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이런 굵직한 일들은 드문 편이지만 고양이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약한 동물이라 나는 매일 여섯 마리의 음수량, 피부, 치아 상태 등 건강 상태를 살피는 일에 집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묘가정이라서 다묘가정 집사들은 더러 우스갯소리로 ‘욕심이 많으시 네요’ 하는 말들을 듣곤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많이 반려하는 사람일수록 정말 욕심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다묘가정의 고양이들은 아마 정말 갈 곳이 없고 다친 아이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과 집사가 금전적, 시간적인 부분을 고양이에게 쏟아 부음으로 인해 강제로 청렴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다정한 여섯 마리 고양이들로부터 매일 위로를 받고 있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다묘가정을 꿈꾼다면 나는 두 마리가 적당하고 세 마리까지가 가장 행복하다고 조언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미 나처럼 여럿을 반려하는 집사님이라면 ‘우리 힘내요. 열심히 고양님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시다. 집사님도 꼭, 행복하세요.’라고 얘기하고 싶다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글월문
- STORY | 2020-06-09 1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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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HEMIAN LIFE
- 도 담 도 담 하 우 스BOHEMIAN LIFE 이 조용한 집에서 혼자 할 건 많다고 생각했다. 책도 마음껏 읽고, 꽃집에 가서 좋아하는 꽃을 한 아름 사와 식탁에 꽂아놓거나, 남편이 오기 전 장을 보고 저녁 준비를 하는 여러 가지의 것들. 그래서 외로울 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남편의 퇴근 전까지 외롭고 공허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즈음 가족이 된 조니와 데비는 언제나 나의 옆자리를 지키고,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스타치오 아몬드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쳐내 떨어뜨리고, 예쁜 그릇장 위를 아슬아슬 걸어 다녀도, 그 모든 것이 다 아이들의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너희가 있어야 우리의 집은 완벽하다는 것을. 자유와 성숙함이 물들어 가는 우리들의 ‘도담도담’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 도담도담: 어린애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 ” 우리들의 보헤미안 라이프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빛과 초록색의 청량함, 듣기 좋은 벌레들의 사각거림, 나뭇가지들의 형태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조니와 데비는 본능적으로 사랑한다. 우리 주변에 흐르는 대부분의 것들은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며 자유분방하다. 어쩌면 조니와 데비는 원래부터가 그럴지도 모른다. 원초적인 조니와 데비가 서로를 위하는 행동들과 먹고 마시는 것들, 표현하고 싶은 데로 표현하는 감정 자체가 바로 보헤미안이다. 우리가 바라는 삶, 우리가 꿈꿔오며 실천하는 삶을 조니와 데비는 필연적으로 우리와 동행하고 있다. 습한 공기와 바람이 새겨진 가구들과 아이들이 매달려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고무나무, 흙을 다 퍼내며 어질러도 엄마 아빠가 깨끗하게 다시 담아줄 화분 속의 흙까지, 아이들이 느껴야 할 자연적인 부분들을 ‘도담도담 하우스’의 대부분의 사물이 해내고 있다. 하나의 작은 자연 속 복잡한 캣타워를 가지고 있는 어린 보헤미안인 조니 데비는, 우리 부부가 만들어 놓은 도담도담 하우스에서 점점 연장되어가는 자유분방한 공간에 함께 녹아들어 살고 있다. 묘연, 그 색채의 농도결혼 후 줄곧 혼자 집에 있던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 친정에서는 이미 고양이 ‘링고’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다. 고양이를 키우자는 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남편은 친구를 통해 2018년 7월 20일 조니를 데려왔고, 그로부터 한 달 후 길고양이였던 데비가 2018년 8월 29일 우리 부부와의 소중한 묘연이 되어 비로소 우리는 완전한 가족이 되었다. 우리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철부지스러웠다. 꾸밈없이 헝클어진 멋, 있는 그대로의 세상 안에서 보헤미안스러운 색채를 드러내고싶은 게 우리였다. 자연스러움과 헝클어짐의 미학이 있는 영화배우 조니 뎁을 좋아했던 우리의 영향은 두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조니’와 ‘데비’라는 이름이 되었다. 이 아이들도 우리와 같은 빛깔을 내기를, 자연이 담긴 집에서, 너희 있는 그대로의 짙은 색을 내며 지내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이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옷을 만드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색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할 때면, 기존에 있는 색들과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무한한 색들에 묘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지고 있는 내 마음 또한 그러하다. 서로 다른 색의 마음이지만, 모두 아름답고 짙은 농도를 가지고 있다 이 아이들이 우리에게 온 묘연의 색채는 차이를 논할 수 없는 짙은 향기를 내고 있었다. 우리집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는 모양’의 도담 도담을 ‘조금의 탈이 있기에 성숙되어 가는 모양’이라는 뜻으로 재해석해 ‘도담도담 하우스’라 부른다. 무슨 하고 싶은 말이 그리 많은지 “꺙꺙”이라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을 거는 조니와 부드러운 곳에 두 손을 뻗어 꾹꾹이를 하는 데비까지. 내 옆에서 자리 잡고 누워 새근새근 자며 잠꼬대하는 이 둘의 사랑스러움으로 도담도담 하우스에는 매일매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의 간지러운 행복이 있다. " 외로움 가운데 나를 찾아와 곁에 있어준 이 아이들의 마음속 눈짓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오래전 “너무 행복할 땐 이 행복이 없어지면 어쩌지? 걱정할 때가 있는 거 같아.”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불행은 행복을 질투할 때가 있나 봐.”라고 대답했었다. 데비가 온 후로 남편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침을 해 잠이 들지 못했고, 눈이 간지러워 긁다가 벌게지는 등의 알레르기 증세가 계속되었다. 병원에 가보니, 고양이 알레르기라는 진단. 오히려 조니와 데비를 감싸고 남편에게 화를 내는 철부지 아내인 내가야속한 남편은 조니와 데비에게 나를 뺏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남편의 그런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빠의 고충을 알 길이 없는 아이들과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글·사진 김보미 에디터 글월문
- STORY | 2019-12-17 1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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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육아 스승님
- B a b y & C a t나의 육아 스승님이제 막 돌이 지난 나의 아들은 웃음이 많고 사랑이 넘친다. 그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하게 자랐다. 부족하기만 한 엄마 밑에서 이렇게 잘 자라준 건 용또행의 사랑과 털 뭉치 가득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높아진 면역력 덕분이 아닐까? ? ? 육아 담당 용또행 고양이 세 마리와 이제 막 돌이 된 아기를 키우는 나에게 사람들은 ‘육아 육묘’에 대해 많이 궁금해한다. 나는 조산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했다. 그렇게 태어난 지 6시간 된 아기와 함께 고양이 3마리가 있는 집으로 왔고 나의 육아 육묘는 출산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내가 병원이 아닌 조산원을 선택한 이유는 고양이 때문이었다. 하루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어 오랜 시간 아이들과 떨어져 있을 자신이 없었다.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최소 하루는 꼭 입원을 해야 한다기에 산후조리원은 고민도 해보지 않은 채, 출산 후 바로 집에 갈 수 있는 조산원을 선택했다. ? ? 처음 겪어보는 출산과 엄마로서의 힘든 삶이 버거웠고, 예전의 내 모습이 꿈이었던 것 마냥 너무나 그리웠다. 급격히 변하는 호르몬의 영향과 망가져 버린 몸, 그리고 잠을 못 자 바닥나버린 체력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건 나의 고양이 용또행 (용복이, 또복이, 행복이)였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가 있는 낯선 상황에 용또행을 향한 나의 관심은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지만, 그럼에도 늘 한결같이 사랑을 주고웃게 해주는 용또행이 있어 나의 우울한 마음은 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마음이다. 맑고 투명한 아기에게는 엄마의 마음 상태가 필터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고 한다. 항상 나를 웃게 하고 행복을 나눠주는 용또행은 육아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주 소리를 지르고, 때로는 힘 조절이 안 돼 아이들을 세게 쥐고, 수시로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요구하는 아기집사가 밉기도 할 텐데 솜방망이 한 번 안 날리고 잘 참아주는 용또행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아기집사는 고양이와 같은 네발 동물에서 두 발 동물로 진화하면서 배려하는 마음도 함께 성장하는 중이다. 이제는 아이들을 조심스럽게 만질 줄도 알고 낚싯대도 제법 잘 흔들어 준다. 시간이 흘러 아기집사가 간식을 줄 수 있는 날이 오면 엄마인 나보다 더 애틋한 형제 사이가 되겠지? 아기와 고양이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게 예쁜데, 함께 자고 함께 노는 모습을 상상하니 앞으로의 육아 육묘가 더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 고양이는 어떡할 건데?실제로 임신 초기였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앞으로 고양이는 어떡할 건데?’였다. 어떡하긴 가족인데 당연히 함께 살아야지. 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지 화가 날 때가 많았다. 고양이와 함께 자라도 건강하다는걸, 더 많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365일 털갈이 중인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아기가 없는 집에서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발바닥에 잔뜩 화장실 모래를 묻혀 나오기 때문에 수시로 청소기를 돌려야 해서 한 손에는 돌돌이, 한 손에는 물티슈를 놓지 못한다. 그러니 체력적으로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육아 육묘를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응원하는 건 이를 다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엄마의 정신건강에 좋아서다. 고양이로 태교하고 고양이와 함께 육아하며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게 늘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받은 것 이상의 더 큰 사랑을 나눠 주는데, 이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참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나는 용또행의 사랑을 받으며 항상 반성하고 더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한다. 어쩌면 용또행은 부족한 나를 채워주고 깨닫게 하는 나의 육아 스승일 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육아 육묘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부모님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그 자체가 정말 복 받은 일이니 걱정은 훌훌 털어버려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STORY | 2019-12-17 10:5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