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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2-29 1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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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1-24 18: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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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1-24 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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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21 18: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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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21 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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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23개월 생의 '체험, 집사의 현장'
봄방학과 요즘 유행하는바이러스의 영향으로어린이집 개학이 미뤄졌다.그렇게 요즘 때때와 고양이들은하루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소소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하지만 그 말은때때의 신생아 시절 이후로마지막인 줄 알았던육아 육묘 생활을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덕분에 고양이들과 아기집사 때때는한층 가까워졌고엄마인 나는 두 층,아니 세 층은 늙어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바로 아기집사 때 때가 고양이들의 기피 대상 목록에서 제외된 것이다. ‘살살 만지는 거야, 살살!’ 이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한 결과, 때때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 있게 됐다. 고양이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된 때때를 보며, ‘조금씩 진정한 집사로 거듭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자랑스럽고 기특한 마음이 든다. 아기와 함께 지낸 지 2년이 되어가는 용또행을 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동요가 있다.<기찻길 옆 오막살이>기찻길 옆 오막살이아기 아기 잘도 잔다칙폭 칙칙폭폭칙칙폭폭 칙칙폭폭기차 소리 요란해도아기 아기 잘도 잔다
여기서 가사를 기차는 아기로, 아기는 고양이로 수정하면 우리 집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 힘이 넘치는 사내아이와 2년만 함께 지내면 아무리 예민하고 겁 많은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웬 만한 소란스러움에는 깨지 않고 곤히 잘 수 있게 된다. 때때의 방해에도 개의치 않고 잠드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내의 시간을 보낸 용또행을 보고 있으면 항상 짠하고 고마울 뿐 이다. 단짝친구, 금복이와 때때 금복이는 때때만큼이나 에너지가 넘치는 왈가닥 아가씨다. 그 래서인지 둘의 놀이 수준은 딱 들어맞는다. 때때가 기차놀이를 하면, 금복이가 다가와 기차를 톡톡 밀어낸다. 때때는 그런 금 복이가 귀찮으면서도 또 방해해 주기를 은근히 기다린다. 다시 금복이가 나타나면 까르르하며 금복이를 쫓아간다. 그러다 때때가 바닥에 쿵 하고 넘어지고 와아앙 울음을 터뜨리면 어느 새 놀이는 끝이 난다. 그런 때때에게 호~ 하며 위로해주고 있 으면 어느새 금복이가 내 옆에 살을 맞대고 누워있다. 이런 식의 놀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면 어느새 저녁이 찾아온다. 울었다 웃었다, 우다다다 쿵쾅쿵쾅 정신없고 활기찬 하루가 잘도 흘러간다. 고양이 중 가장 어린 금복이와 때때가 둘이서 잘 놀다 보니 나에게도 약간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금복이 덕분에 에너자이저 때때가 집에만 있어도 답답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는다. 사냥 놀이를 많이 못 해주는 나를 대신해 때 때가 놀아주니 고양이들도 활동량이 많이 늘었다. 게다가 집사 역할을 자처하는 때때 덕분에 의도치 않게 도움을 받기도 한 다. 워낙 할 일이 많은 육아 육묘라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 는데 아주 아주 조금씩이나마 편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요 때때는 간식을 먹다가도 맛있는 게 있으면 용복이에게 다가가 건네주고, 보물 1호 소방차 장난감을 또복이에게 양보한다. 고양이들에게는 먹지도, 가지고 놀지도 못하는 무용지물이겠지만 때때는 언제나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눠주고 또 함께 하고 싶어한다. 그 소중한 마음을 아는지 용또행금(용복이, 또 복이, 행복이, 금복이)이는 때때의 애정 공세가 귀찮아도 참고 받아준다. 때때는 저도 아직 기저귀도 못 뗀 23개월이면서 벌써 고양이 화장실을 치워주려고 한다. 모래 놀이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어쨌든 마음가짐만은 프로 집사 못지않다. 때때는 이런 사실을 알까? 자신이 여러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의 사랑과 이해 속에서 크고 있다는 걸. 지금은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때때 를 돌봐주고 있지만 머지않아 때때가 고양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상상해본다글 사진 강은영에디터 한소원<baby&cat-23개월 생의 체험, 집사의 현장>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2-29 1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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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스위스와 한국, 어디에 살 것인가
내가 사는 스위스는참 심심하고 조용한 곳이다.창문 밖 풍경은 언제나그림처럼 아름답지만,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선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참 컸다.그러나 스위스에서노아와 폼폼을 만나고서부터,내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스위스, 그리워지다 집사들은 반려묘 걱정이 되어 장기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스위스에 사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일 년에 두 번 정도 한 달가량 한국에 다녀오곤 한다. 다행히 내가 한국에 갈 때면 남편이 집에 남아있기 때문에 노아와 폼폼을 돌보는 것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노아와 폼폼을 입양하기 전에는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마냥 좋았고 스위스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면 괜히 우울해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내 모습은 예전과는 달랐다. 한국에 오기 전 노아와 폼폼을 살펴보기 위해 집 안에 설치한 웹캠(Web-camera)에 자꾸만 접속하는 내가 있었다. 웹캠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노아와 폼폼을 부르면 카메라로 다가와 기웃거리는 아이들을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며 언제 스위스에 다시 돌아가는지 날짜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스위스 집에서 노아와 폼폼을 껴안고, 쓰다듬고, 아이들의 고소한 향기를 맡으며 심적으로 평안함을 느끼던 순간들이 그리워졌다. 노아와 폼폼을 위한 길 매일 남편에게 노아와 폼폼은 잘 있는지, 사냥 놀이는 충분히 잘해 주는지 등등 아이들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심지어 귀국 날짜를 앞당길 수는 없는지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고양이 장난감을 잔뜩 구매하며 귀국 선물을 준비했고, 아이들이 새 장난감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 것을 상상하면 그저 흐뭇해졌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던 나였는데, 도리어 스위스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이 아이러니. 현실적으로 한국행이 노아와 폼폼에게도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지금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 성분 좋은 사료는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라 문득 걱정이 됐다. 아파트 주민들도 고양이를 키우는 데 매우 우호적이고, 집을 비울 때면 기꺼이 아침저녁으로 들러 아이들과 놀아주고 보살펴주는 친절한 이웃까지 있다. 우리가 만약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한다면, 노아와 폼폼이 원할 시 자유로이 마당에 외출시켜도 안전한 곳이다. 학대당하거나 굶주린 불쌍한 길 고양이들도 스위스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주거지를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전까지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좋은 방향이란 무엇일지 고민했었는데, 노아와 폼폼이 함께한 이후로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결정이 무엇일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노아와 폼폼은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고, 가족으로서 함께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써는 지금 이곳에 사는 장점을 누리며 노아와 폼폼에게 행복한 스위스의 일상을 선물해 주자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글.사진 이지혜에디터 이혜수<스위스에 사는 고양이-스위스와 한국, 어디에서 살 것인가>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1-24 18: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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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치앙마이, 길 위의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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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운영하다 보니좁은 실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날이 많기에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습니다.그래서 기분 전환을 위해생각한 것이 바로‘1년에 한 번은 꼭해외여행 다녀오기’입니다.지금까지 다양한 여행지를 다녀왔지만,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인치앙마이 여행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골목길에서 마주한 아이들 벌써 1년도 더 지난 18년 11월, 태국에서 매년 타이력 기준 열두 번째 달 보름에 열리는 행사인 ‘러이끄라통 축제’를 보기 위해 치앙마이로 향했습니다. 도착하기 전까진 고양이를 찍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아마도 같은 해에 다녀온 후쿠오카 여행 중 고양이 사진을 찍겠다는 계획이 빗나갔기 때문일 겁니다. '일본에 가면 고양이가 많겠지? 많이 찍어와야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본에 도착하니 한국보다도 고양이가 없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치앙마이에서도 여행 사진을 주로 찍고 와야지 했는데 웬걸, 썽태우(버스, 택시와 비슷한 태국의 이동수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오니 치앙마이의 거리에는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골목길 이곳 저곳을 자유로이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그 아이들을 봤을 땐 주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두 목에 작은 목줄을 매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제 짐작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거주 중인 스냅 촬영 작가님과 사진을 찍으며 물었습니다. '작가님, 치앙마이 주민들은 반려동물을 밖에 내놓고 기르나 봐요? 골목 골목마다 동물들이 넘쳐나네요.' 그러자 작가님은 '아, 대부분 유기견이나 유기묘에요.' 라는 대답과 함께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치앙마이라는 도시는 최근에서야 한국인들 사이에서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라는 타이틀로 유명해지고 있지만, 이미 외국인들에겐 오래 전부터 장기간 머물기 좋은 도시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1~2년 정도 머무는 여행객들 중 일부는 현지에서 반려동물들을 들여 함께 생활하곤 하는데, 귀국 시 반려동물을 데려갈 비용이 꽤 많이 드는데다가 절차가 복잡하기에 그냥 길거리에 내버려두고 돌아가는 경우가 잦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연((緣) 저는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봐왔던 그 수많은 동물들이 대부분 버려진 아이들이라니요. 국적이나 인종이 달라도 사람은 모두 이기적인 동물이구나 싶었습니다. 타지에서 지내며 외로울 때 기댈 곳이 필요해 입양했던 가족 같은 아이를 단지 비용이 많이 든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외딴곳에 홀로 버려두고 떠나다니 참 잔인한 행동이 아닌지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 유기 동물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는데 어떻게 마을 주민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생활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음식까지 잘 챙겨줘, 다들 건강상태도 꽤나 양호한 모습이었습니다. 궁금함을 뒤로한 채로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불교 사원인 왓 프라싱(Wat Phra Singh)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왓 프라싱에 도착해 사진을 찍기 위해 구석구석 돌아다니던 찰나, 뜻밖의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석상 앞에 공양된 음식들을 유기견이 먹는데도 그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지켜만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던 제가 눈에 띄었는지 일행 작가님께서 이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아마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사상 때문에 그럴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이해가 갔습니다. 죽음은 영원한 끝이 아니며, 사후 그 업에 따라 육도의 세상에서 생과 사를 거듭한다는 불교의 가르침. 태국 국민의 90% 이상은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저 작고 약한 생명과 내가 먼 존재가 아니라, 모두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믿는 이들로 인해 길 위의 동물들이 하루하루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겠지요. 필요에 의해 입양되고 필요가 없어져 파양당한 동물들이 현지 사람들에게 다시 보살핌을 받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기심을 버릴 수 있다면 과정과 결과가 어찌 되었던 치앙마이에서 만난 아이들도 우리나라의 유기견, 유기묘와 같이 버림받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모습이 서로 닮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현지인들에게 사랑 받으며 상처를 치료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유기동물은 길거리를 서성이다 누군가에게 맞아 죽거나 큰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가 잦고, 유기동물 센터는 새로 들어온 아이들로 넘쳐나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게 현실입니다. 행정적,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태국보다 선진국인 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길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 건, 어쩌면 우리나라에는 치앙마이보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좀 더 많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내가 가진 것 중 아주 조금이라도 유기동물들에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가득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번 글을 마칩니다.글.사진 안진환에디터 이혜수<내가 너희들을 기억하는 방법-치앙마이, 길 위의 생명들>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11-24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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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스핑크스 자몽이의 수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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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던 어느 겨울날.우리 부부는 평소와 다름없이자몽이에게 아침밥을 주고 출근을 했다.퇴근을 앞둔 5시 30분경,먼저 집에 도착한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자몽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으니어서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한밤중, 서울로 운전하는 내내 신랑과 계속해서 통화를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침대 밑에 숨어있던 자몽이를 먼저 도착한 신랑이 막 꺼내려던 참이었다. 전해 들은 상황은 이러했다. 아침에 그릇에 부어준 밥이 그대로 있었고 자몽이가 보이지 않아 신랑은 위험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몽이를 찾아 집안을 뒤지던 신랑의 귀에 어디선가 작게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안방 침대 밑 구석을 들여다보니 그곳에서 자몽이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을 애써 붙잡고 비상등을 킨 채 퇴근길 막히는 도로를 헤쳐 동물병원을 향해 달렸다. 도착한 후 자몽이는 곧장 X-ray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자몽이의 상태는 이러했다. 자몽이의 장 속에서 7㎜x 13㎜ 정도 되는 이물질이 발견되었는데, 현재로서 가능한 첫 번째 치료 방법은 이물질이 변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었고 두 번째 치료 방법은 서울에 있는 24시간 대형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응급 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24시간 운영하는 큰 동물병원이 없었다. 당장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는 곧장 서울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도 자몽이는 물 구토를 했다. 입원 생활을 시작하다 자몽이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탈수가 심해 수술을 바로 할 수도 없어, 1시간 정도 수액을 맞고 나서야 자몽이는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자몽이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계속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저 수술이 잘 끝나서 자몽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서울에 살고 계시는 양가 부모님께서 자몽이 소식을 듣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오셨다. 길게만 느껴지던 수술은 결국 끝났고, 다행히 소장이 유착되었거나 주변 조직에 근처에 이상한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소장을 작게 절개하고 이물질을 빼낸 뒤 꿰매는, 어렵지 않은 수술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자몽이는 입원실로 옮겨졌다. 마취가 덜 풀려 흥분할 수도 있으므로 아주 짧은 시간만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투명 유리창 너머에서는 자몽이가 가만히 누운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가녀린 몸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그리고 자몽이는 그 날로부터 약 열흘간의 입원 생활을 시작했다. 날마다 너를 만나러 갈게 우리 부부는 거의 매일 저녁 퇴근 후 자몽이를 만나러 갔다. 주말에는 다행히 서울 부모님 댁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나 평일마다 자몽이를 만나러 서울까지 가는 일은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수술 후에는 꼬박꼬박 밥을 잘 먹어야 회복도 빠른 법인데, 워낙 예민한 성격의 자몽이는 역시나 걸핏하면 식사를 거부했다. 계속 밥을 거부하면 식도에 관을 삽입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집사가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있을까. 밥을 거부한다던 자몽이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그르릉’ 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냈고 밥도 잘 먹었다. 자몽이의 상태는 날마다 나아졌다. 다만 네 발에 돌아가며 링겔 주삿바늘을 꼽다보니 다리에는 붕대가 가득했다. 면회가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께 자몽이를 건네드릴 때면 자몽이는 하악질을 했다. 자신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지독히도 싫었던 모양이다. 퇴원 수속을 밟고 집에 오는 길, 자몽이는 집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흔들리는 이동장 속에서도 담요에 얼굴을 묻곤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자몽이는 그새 제대로 먹지 못해 몸집이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곧 밥도 잘 먹기 시작하더니 금세 원래의 몸집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수술 상처도 잘 아물었다. 대신 한 번 아팠던 탓인지 자몽이는 예전보다 더 수다스러워졌다. 또 우리 곁에 딱 붙어선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집사라면 조금 더 세심하게 다시는 그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와 신랑은 집을 더욱 깨끗이 정리했다. 전에 자몽이를 아프게 하던 그 이물질은 바로 리모컨 버튼이었는데, 리모컨을 깨물며 놀다가 뾰족한 이빨에 말랑한 고무 버튼이 떨어지자 그대로 꿀꺽 삼킨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리모컨을 사용하고 나면 꼭 서랍 속에 넣어둔다. 또 자몽이가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물건들은 되도록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벌써 약 두 달이 흐른 지금 우리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다. 가끔씩은 귀찮기도 하지만 자몽이가 아팠던 그때를 생각하면 몸이 먼저 움직인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반려묘와 함께 살면서 언제나 집 안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 꽤나 어려운 일이다. 관련 용품만 해도 한가득이고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호기심 많은 녀석들 탓에 집 안은 금세 어질러진다. 하지만 정리를 바로 하는 작은 습관 하나로 크나큰 위험을 막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 모두 조금씩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글.사진 김성은에디터 이혜수<스핑크스 자몽이-자몽이의 수술일기>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11-24 18: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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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C 방랑자의 마음으로
매섭게 추운 날 거의 없이 무난하게 지나간 겨울. 어느새 봄이 멀지 않았다. 개나리를 시작으로, 목련과 벚꽃이 차례대로 피어나우리를 밖으로 나오라 유혹하는 계절이 코앞이라는 것!
방랑 욕구를 달래는 고양이 이렇게 ‘봄’이라는 단 한 글자가 주는 설렘과 기대감에 아직은 추운 3월이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샤르륵 녹아버린 듯하다. 꽃샘추위 따위에는 더 이상 떨지 않는다. 이렇게 따뜻해지면 나를 견딜 수 없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 불치병인 역마살이요, 다음은 ‘무릎냥이 시즌 종료’라는 점이다. 국내외는 물론 틈만 나면 이 동네 저 동네 온 동네를 쏘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방랑벽이 있는 내게 사실 계절은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매년 봄이면 증상이 가장 극심해진다. 예전처럼 스튜디오도 고양이도 없던 시절에야 방랑 욕구를 굳이 억누를 이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지 않은가. 누가 오든 안 오든 약속 시간에 맞춰 늘 열려 있어야만 하는 스튜디오는 물론이거니와 이제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폴리와 하니가 있다. 올해로 5살, 6살이 된 성묘지만 욘석들이 영 눈에 밟혀서 장시간 외출을 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하여 요 몇 년간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전에 아기가 있는 친구들의 이러한 모습을 볼 때면 ‘아기는 아빠가 어련히 잘 봐줄까, 오랜만에 고작 몇 시간 만나는 건데 저렇게까지 초조해 할 일인가?’ 싶어 내심 서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다. 아니, 더 할지도?! 이래서 사람이 남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다. 오이스터 세계 여행 시리즈 수키(Suki)라는 뱅갈 고양이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올리는 유명 해외 인플루언서의 소식을 받아보고 있는데, 사진도 정말 멋지고 장소도 하나같이 군침이 돈다. 시쳇말로 ‘냥바냥’이겠으나 ‘고양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뱅갈 고양이가 산책과 물놀이가 가능한 유일한 종(?)이라는 설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구) 집사가 이전엔 단 한 번도 산책과 목욕 두 가지만은 시도한 적이 없기에 나 역시 지금에 와서 아이들에게 억지로 리드 줄이나 샤워기를 들이밀 생각은 없다. 그저 집 근처 공원 산책을 나온 인기쟁이 강아지를 볼 때마다 ‘흥! 우리 애기들이 나오면 너희들은 아무것도 아냐!라며 화르륵 타오르는 질투와 여기저기에 내 새끼를 자랑하고픈 욕구가 솟구치기는 하지만 말이다.지금은 잠깐 멈췄지만. 여하튼 그래서 오이스터(Oister) 고양이 세계 여행 시리즈가 만들어졌다는 말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주인님(들) 모시느라 역마살을 억누르고 있는 또 다른 집사님들이 오이스터의 여행하는 고양이를 통해 방랑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 솔직히 그다지 큰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는 걸 나도 잘 안다. 하하하.) 그런, 계절 봄이 한창일 때면 스튜디오 앞에는 벚꽃이 한가득 핀다. 오래 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인데, 나무도 아파트만큼 오래되어 줄기가 굵고 꽃송이도 탐스러운 것이 상당히 볼만하여 작년엔 따로 벚꽃 구경을 가지 않았다. 스튜디오에서 보이는 벚꽃을 배경으로 폴리와 하니 사진도 꽤 찍을 수 있었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따스한 계절이 오면 더 이상 폴리와 하니는 내품에 있어 주지 않는다. 이게 아주 신기했는데, 왜냐하면 여름에 처음 만난 폴리와 하니는 개냥이답게 무릎에 폴싹 올라와 애교를 부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뉴페이스 꼬시기(?)에 성공했다 싶었는지 이후 여름 동안엔 더 이상 무릎냥이가 되어주지 않다가 그해 늦가을 즈음부터 겨우내 내 무릎은 녀석들의 방석이 되었다 특히 하니는 비좁은 무릎 위에서도 어찌나 앙증맞게 자는지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다리 저린 줄도 모른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눈에 넣어도 안 아 녀석들이라 하루 종일도 안고 있을 수 있는데 추워지기 전까진 절대 허락해주지 않으시니 원. 한여름에는 괜히 에어컨도 세게 틀어보곤 하지만 나만 추울 뿐 정작 녀석들은 뭐가 좋은지 골골대며 창가에서 일광욕이나 할 뿐이라 그 모습이 영 서운하다. 그런 계절이 오는 중이다.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계절! 하지만 역마살이 낀 집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훌쩍 떠나고 싶었다 싫었다 하는 변덕에 죽을 맛인 두려운 계절. 우리 폴리와 하니는 수키(Suki)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그림 그리는 오이스터 집사는 다시 펜대를 잡고 흰 백지를 항공권 삼아 폴리, 하니를 멀리멀리 여행 보낼 수 있다. 방랑자의 마음을 지닌 집사까지도 함께.글.사진 장보영에디터 이혜수<오이스터 스튜디오-방랑자의 마음으로>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1-24 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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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세르와 알퐁이에 대한 정의
- 세르게이와 알퐁스 수의학과를 다니다 보니, 주변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와 토끼 등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꽤 많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반려동물 SNS 계정을 적어도 하나씩은 운영하고 있다.오늘은 SNS를 통해 만난 다른 대학의 수의학과 친구의 고양이, 이름이 유독 럭셔리한 미묘 남매- 누나 세르와 남동생 알퐁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세르의 풀 네임은 세르게이, 알퐁이는 알퐁스이다. 하지만 풀 네임으로 잘 안 부른다고. ‘이름’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쩐지 어려운 일 같아서 세르를 처음에는 그저 야옹이라고 불렀지만 다른 수많은 야옹이들과 구별하기 위해 이름을 짓기로 결심했단다. 꽤 정성껏 여러 이름을 추천 받은 끝에 ‘세르게이’가 뽑혔다. 더할 나위 없이 찰떡인 이름이다. 알퐁스라는 이름은 처음 만난 알퐁이를 보고 왠지 파란 눈을 지닌 고귀한 왕자님(?) 이 떠올라 붙여 준 이름이다. 둘 다 꽤나 럭셔리한 외국 이름들인데, 사실 그녀의 마음대로 변형에서 부른다. 세르게이는 세르, 알퐁이는 퐁이, 알가야(알퐁이+아가) 등등. 삼색이는 전부 미묘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오래 전부터 집사의 로망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2년하고도 몇 개월 전, 아직 새끼이던 세르게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확신이 섰다고. 세르는 삼색 고양이인데 귀가 세모 모양으로 큰 편이고, 눈은 평소에는 노란색이나, 햇빛을 받으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자신을 쳐다보는 또렷한 앞모습도 예쁘고 졸고 있는 동그란 뒤통수도 귀엽단다. 삼색 고양이 중에선 미묘가 아닌 녀석이 없다고 집사는 덧붙였다.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적어도 아직까지 내가 본 삼색냥은 모두 미묘였으니까. 세르를 포함해서. 세르, 괜한 걱정이었다 세르의 엄마는 길냥이이자 반(半) ‘마당냥’이었다. 자꾸만 문틈을 비집고 침입해대는 녀석에게 주인 부부는 아예 한 켠에 고양이 집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안과 밖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생활하던 고양이는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시간이 흘러, 한밤 중에 문을 긁는 소리에 밖으로 향한 집 주인 앞에 나타난 것은 배가 한껏 부른 그 고양이였다고. 집 주인은 즉시 녀석을 안으로 들여보냈고, 그날 새벽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 6마리를 낳았다. 그 새끼 고양이들 중 하나가 바로 세르다. 엄마 고양이가 입질이 심한 편이라 들어 세르도 그렇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안 무는 고양이로 잘 컸다며 그녀는 웃었다. 알퐁이는 가족이 될 운명이었다 세르는 다른 동물들에게 다정한 고양이로 자랐다. 본가에 있는 강아지를 만나서도 잘 지냈고, 친구 고양이를 잠깐 맡아주었을 때도 텃세 한번 부리지 않았단다. 하지만 집사인 그녀에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에 대한 세르의 의존도가 점점 심해진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바로 ‘다른 고양이’였다. 그녀는 고양이를 더 키울 준비가 된 집사였고, 세르도 친구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난 3개월 차 아깽이 알퐁이는 겁도 많고 애교도 많은 고양이였다고. 재미있는 사실은 세르가 알퐁이를 친구가 아닌 자신의 아기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알퐁이는 거의 한 살이 될 때까지 엄마에게 하듯 세르에게 쭙쭙이를 했고, 또 세르는 순순히 배를 내어준 걸 보면 서로 조금은 특별한 관계인 게 확실하다. 캣닢 가루와 화분은 다르다 하루는 그녀가 캣닢 화분을 학교에서 사온 적이 있었다. 전에 캣닢 가루를 주었을 때는 시큰둥했기에,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고.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단다. 현관으로 마중을 나온 세르는 화분을 발견하자마자 킁킁 냄새를 맡으면서 캣닢에 코를 박곤 꿈쩍도 않았고, 나중에는 바닥을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소심쟁이 알퐁이도 뒤늦게 나와 캣닢 냄새를 맡아보고는 충격 받은 표정을 짓더니, 마치 ‘이 세상에는 나와 캣닢밖에는 존재하지 않아!’라는 듯 열광적으로 부비고, 냄새를 맡고, 먹었단다. 그날부터 그녀는 신기한 것이나 새로운 장난감이 있으면 두근대며 사 간다. 좋아할 주인님들을 생각하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중 지난 방학 동안 그녀는 세르와 알퐁이와 함께 본가에 내려와 있었다고 한다. 밤이 되면 열심히 ‘우다다’ 전력 질주를 하는 두 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낮에는 산책을 즐기는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알찬 방학을 지냈다고. 지루할 틈 없는,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으며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반려동물들은 서로에게 더욱 애틋한,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글.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예비 수의사의 일기-세르와 알퐁이에 대한 정의>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10-21 18: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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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올해로 여섯 살 동갑내기모카와 두부.아비시니안 모카와브리티시 숏 헤어 두부는나이 말고는 모든 것이다르고 또 다르다.
다르기에 더 괜찮은 활동량이 많고 호기심 가득한 모카는 한시도 가만있질 않고 늘 집안 이곳저곳을 순찰하느라 바쁘다. 집사들이 뭘 하는지 일일이 쫓아다니며 야옹야옹 잔소리는 기본이고, 음식을 할 때면 킁킁 냄새를 맡고 나도 한 입 달라며 성화다.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 강아지처럼 으르렁대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유난히 집사 옆에 꼬옥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반면 두부는 하루 22시간은 자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잠이 많고 조용하다. 원래 고양이가 잠이 많다곤 하지만 두부는 깨어있는 시간이 드물 정도라, 어떨 땐 걱정이 될 정도. 심지어 코까지 드릉드릉 골며 자는 모습을 보면 혹시 며칠 밤이라도 샌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또 두부는 꾹꾹이를 거의 하지 않는데, 가끔 자면서 꾹꾹이를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평소 모카에게 기가 눌려 제대로 표현을 못 하고 사는 건 아닐까 싶어 가끔 모카가 잠든 사이 두부를 슬쩍 깨워 간식을 몇 개 챙겨주기도 한다. 활발하고 솔직한 모카와 얌전하고 조용한 두부. 이렇게 전혀 다른 성향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다 보면 가끔은 강아지 고양이 각각 한 마리씩과 함께 사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모카는 두부를 쫓아다니며 장난치고, 두부는 그런 모카에게서 도망치느라 바쁘고. 마치 톰과 제리 같은 모양새지만 6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낸 둘의 사이는 의외로(?) 각별하다. 누구라도 안 보이면 세상 서러운 목소리로 서로를 찾는데, 정작 찾고 나면 한번 스윽 보고 다시 제 할 일로 돌아가고 마는 ‘현실 자매’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하는 것. 우린 참 많이 닮았어 가끔 고양이들과 있을 때면 흠칫흠칫 놀라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모카와 두부에게서 내 모습이 보일 때, 또 나에게서 모카와 두부의 모습이 보일 때가 그렇다. 연인도 부부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닮아간다고 했다. 우리 역시 함께 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구나. 이렇게 가족이 돼 가고 있었구나 싶어 새삼스레 글썽이곤 한다. 호기심 많은 모카는 강아지처럼 나를 따라다니면서 사사건건 참견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뭘 먹고 있으면 꼭 냄새라도 맡아봐야 하고, 자기가 직접 확인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가만 보면 이런 부분은 나를 꼭 닮았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멍 때리는 걸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내가 모카처럼 식빵을 구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모카의 편안한 식빵 포즈는 무척이나 탐이 난다.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성도, 친화력 있는 성격도, 세보려니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우린 참 많이 닮아 있다. 두부는 또 어떤가. 느긋한 성격이라 평상시엔 조용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모카 못지않은 날렵함과 전투력을 지닌 그녀. 모카가 자는 사이 쉴 새 없이 내게 말을 걸고 수다를 떠는 두부. 가끔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모카와 두부는 언제나 아무 말 없이 나를 위로해준다.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존재. 우린 이렇게 서서히 서로에게 기댄 채 물들어가며, 가족이 되어 온 게 아닐까. 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이혜수<장난감 가게의 틸대리-1교시: 틸다의 매력 탐구>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0-21 18: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