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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2-26 09: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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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25 09: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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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22 0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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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19 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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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18 1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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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15 14: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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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1-01-14 16: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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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ONLY FOR US
-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의 힘을 굳게 믿는 나. 요즘 우리 부부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우리만의 집 짓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씩은 시간을 내어 꾸준히 집을 보러 다녔었다. 어딜 가든 내가 우선순위로 생각했던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이곳에서 고양이와 함께 어울려 산다면 어떨까?’말하는 대로 처음 단독 주택을 보러 다닐 때마다 나는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보니 고양이와 아기가 함께 살 집을 찾는 우리에게 일반적인 단독 주택은 항상 2%씩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땅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원하는 부지를 찾아다니던 와중에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집 설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고양이들과 사람이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키가 큰 소나무가 우뚝 솟은 중정 주택이었다. (중정이란 집 한가운데에 별도로 지어지는 야외 공간을 의미한다) 방충망을 통과한 바람이 아니라,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초록 향기를 가득 머금은 상쾌한 바람이 집안 곳곳 불어온다면 어떨까? 싱그러운 바람에 행복이 꼬리가 살랑거릴 생각을 하니 절로 흐뭇해졌다.오직 우리만의 집 젊은 부부가 이렇게 집을 보러 다니면 여유롭게 산다고 오해를 받는데, 오히려 나는 ‘소’자 앞에 소를 열 번은 더 붙여도 될 소상공인 중 한 명이다. 그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꿈꾸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일단 무작정 시작해보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집 짓기 계획도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 가족을 위한, 세상 단 하나뿐인 집을 짓고 말거야’라고 말하고 또 말하다보면 언젠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한곳에 자리를 잡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이사를 꽤 자주 다녔다. 사실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며 참 서러운 일을 많이 겪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는 고양이를 키운다고 거절당하고 정든 집을 떠나올 때는 생활의 작은 흔적들마저 고양이 탓이 되고, 그렇게 억울한 일이 쌓여 서러움이 폭발한 적도 많았다. 더군다나 이제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3살 남자아이를 둔 엄마는 항상 아랫집 이웃에게 죄인이다. 이러니 우리만의 쉼터가 더더욱 간절하지 않겠는가?
상상해보자.눈부신 햇살이 새하얀 용복이 털에듬뿍 내려앉는 모습을.
모순적인 마음 용복이와 또복이는 원래 둘도 없는 형제 사이였다. 칠 남매 중에서도 둘은 유독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3살이 되었을 무렵, 둘 사이는 조금씩 멀어졌고 이젠 조금은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예전처럼 둘의 붙어있는 모습이 그리웠던 나는 욕심을 부려 용복이와 또복이를 더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둘의 사이를 존중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쉬움은 숨길 수가 없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크면서 고양이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우리만의 집을 찾고 있다. 우리가 이제부터 살아갈 시간 속에서 최대한 행복하기 위해. 글.사진 강은영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2-26 09: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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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삶의 고난 속에 피어나는 위트와 웃음
- 비 오는 날 우산 아래서 자매 고양이들은 더 가까워졌다. 일본 와니북스 주최 사진공모전 우수작길고양이 사진가, 진소라 2002년 길고양이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할 때만 해도, 같은 활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강산이 두어 번 바뀔 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은 길고양이 사진가에 도전하는 이들이 제법 늘었다.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메일로 보내며 “책을 낼 만한지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종종 접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 99%는 출판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수많은 길고양이 사진 중에 내 사진이 책으로 묶을 만큼의 차별점이 있는가’가 중요한데, 정작 중요한 그것이 없어서다. 순간 고양이가 매화나무의 요정처럼 보였다. 그러나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 사이에서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1%의 작가가 있다. 진소라 작가가 그랬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길고양이 사진에도 유형이 있다. 길고양이의 척박한 현실에 집중한 다큐멘터리 사진, 고양이의 일상에 개입해 웃기는 장면을 인위적으로 연출해 찍는 연출사진, 그냥 일상을 툭툭 찍은 것뿐인데 흐뭇한 웃음이 흘러나오는 생활 사진. 진소라의 사진을 분류한다면 마지막 유형쯤 될 것이다. SNS에서 우연히 접한 그의 길고양이 사진에는 고양이란 동물이 간직한 흥과 위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척박한 삶 속에서도 놀거리를 찾아내는 길고양이들의 사랑스러움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진을 보며, 그 너머의 작가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굴까? 길고양이를 얼마 동안 찍었기에 이런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을까? 직접 만나본 진소라 작가에게 들은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했을 뿐, 사진 전공자도 아니고 특별히 사진을 배운 적도 없다고 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도 작년 여름이니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묘생 첫눈을 보는 고양이는 어떤 기분일까?사진의 목적이 되어준 동네 고양이 1년간의 도쿄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한 작가는 염증성 질환 진단을 받으면서 취업을 미루고 투병을 시작했다. 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은 가능해졌지만 무엇에도 열정을 가질 수 없던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산 것이 디지털카메라였다. 처음엔 뭘 찍을지 몰라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딱히 목적 있는 촬영도 아니었기에 비슷비슷한 사진에 심드렁해질 무렵, 프레임 속으로 우연히 고양이가 들어왔다. 동네에서 만난 치즈색 길 고양이 뽀또였다. 뽀또는 정신없이 카레를 먹다 몸에 묻힌 듯한 얼룩무늬가 있는 귀여운 수컷 고양이였다. 작가를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멀찍이 떨어져서 발라당을 시전할 만큼 사랑이 넘치는 길고양이였다. 아마도 밥을 주는 캣맘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모양이다.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스스럼없이 마음을 여는 뽀또를 보며 작가는 뭉클함을 느꼈다. 그리고 풍경을 향했던 카메라를 돌려 고양이에게로 향했다. 목적 없던 사진에 비로소 목적이 생겼다.비밀 얘기를 속닥거리며 활짝 웃는 것처럼 보이는 뽀또와 아들 오레오.뽀또네 가족과 공원 길고양이들 뽀또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딱히 고양이에 관심이 없었다. 한데 가만히 뽀또의 활동 반경을 지켜보니 주변 길고양이들과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관계도가 제법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중심인 수컷 고양이 뽀또, 암컷 고양이 오즈와 그 자식들인 파베, 초코, 오레오, 밤에만 나타나 뽀또와어울리는 겁 많은 암컷 칙촉, 칙촉의 자식인 쿠키와 크림이…. 동네 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을 기록하면서 고양이 사진 찍기가 재미있어졌다.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을 이룬다면, 사람을 특별히 좋아하는 뽀또를 입양하고 싶은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근처 공원에서 새로운 길고양이 가족을 만나면서 찍고 싶은 고양이 모델도 부쩍 늘었다. 공원 고양이 가족은 흥이 많은 어미 고양이가 중심이 된 대가족인 데다, 사계절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공원 환경 덕분에 뽀또네와 또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 후로는 동네 고양이 촬영을 넘어 서울 근교로, 멀리 제주로도 길고양이 출사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고양이 싸움 구경. 진소라 작가가 고양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계기를 들으면서 그의 사진이 특별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몸이 아프고 너희는 삶이 고단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웃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길고양이를 보며 희망을 발견한 작가는 ‘지금 아프고 힘들지라도, 태어난 이상 누구나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마음을 사진에 담은 게 아니었을까.시도 때도 없이 애정표현하는 어느 포구의 고양이들.일본 도쿄에서 사진 전시회도 열어 세계적인 동물사진가 이와고 미츠아키의 50년 고양이 촬영 노하우를 담은 사진에세이 《고양이를 찍다》를 마음의 지침서로 삼고 꾸준히 사진을 찍는다는 진소라 작가. 평범한 거리와 동네 공원, 오래된 골목처럼 평범한 일상 공간도 그의 사진 속에서는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탈바꿈 한다. 길고양이가 지닌 생명력과, 그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진소라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빚어낸 ‘사진의 마법’을 그의 고양이 사진에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사진에 담긴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섬 고양이 사진으로 유명한 일본 길고양이 사진가 시마보스네코(@simabossneco)의 첫 사진집 《Kiss Neco》 출간을 기념해, 일본 와니북스에서 주최한 사진공모전에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지난해 8월 도쿄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cat_by_snap)에서 더 많은 사진을 접할 수 있다.글 고경원사진 진소라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1-25 09: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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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상냥한 탐험가
스위스에 있는 우리 집은 아파트 이웃들 사이에서 ‘고양이 하우스’로 알려져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노아와 폼폼을 위한물건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큰 거실은온전히 우리 집 고양이 노아와 폼폼을 위한 장소처럼 보인다.
콜럼버스 못지않은 집안 점령기 거실 입구에는 스위스 샬레 스타일로 지어진 고양이 전용 별장 하우스가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스위스 메이드’인 특별한 별장이다. 그 옆에 놓인 텔레비전 수납장 또한 원래는 게임기 등을 수납하려고 했지만 겁 많은 폼폼이 낯선 손님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 무서울 때마다 숨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나와 남편은 이제 텔레비전 수납장을 ‘폼폼 전용 별장’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만 머무르는 고양이들에게는 수직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천장까지 닿는 대형 캣타워를 구매했다. 대형 캣타워에는 보드라운 천으로 덧대어진 공간이 있어 밤이면 노아와 폼폼이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잠에 들곤 한다. 작은 크기의 2단 캣타워는 노아와 폼폼이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거실 창문 바로 앞에 놓아두었다. 작은 캣타워에서 식빵을 구우며 멋진 스위스 풍경을 감상하는 노아와 폼폼을 볼 때면 뿌듯하기 그지없다. 스위스 풍경 속에 있는 귀여운 고양이들을 감상하는 집사의 삶은 꽤나 만족스럽다. 거실 마루 위 또한 고양이들 물품으로 점령되었다. 박스를 좋아하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위해 남편이 직접 만든 고양이 하우스, 스크래처, 사냥놀이를 할 때 인기 폭발인 터널, 각종 고양이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한국에서 사 온 장난 감도 있겠다, 사냥놀이를 하며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거실도 있겠다, 이만하면 노아와 폼폼의 삶은 상당히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우리만의 방식으로 지켜주고 싶어 한국의 고양이 집사님들을 보면 원목 캣타워에 캣 휠, 스크래처 등 수많은 고양이 물품들로 집 안을 채우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스위스 집사들의 경우 대체로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있어 외출 냥이로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굳이 아이들을 위해 실내에 캣휠이나 캣타워 등등 고양이를 위한 환경을 따로 만들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외출 냥이들은 바깥에서 천연 스크래쳐인 나무에 손톱을 긁고, 천연 캣타워인 나무에 오르고, 진짜 사냥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이기 때문에 외출냥이로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다 온 나는 실내 고양이로 키우는 것이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스위스의 외부 환경이 외출 냥이들에게 안전한 편이라고 해도, 가족 같은 노아와 폼폼이 실수로 길을 잃어 영영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우리 마음은 전부 너희의 것 동네에서 자주 외출 냥이들을 볼 때면 노아와 폼폼도 집 안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고양이를 위한 물품들을 하나둘씩 사 모으게 되었고, 지금의 고양이 하우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리 집을 방문한 스위스 손님들의 눈에는 우리 집의 풍경이 굉장히 인상 깊은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이 집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를 위한 집 같아!”라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렴 어떤가, 노아와 폼폼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바로 집사의 행복인 것을.글. 사진 이지혜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22 0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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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우리들만의 사랑 표현법
언제부터일까?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며,다른 동물에게서 고양이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은.
지구를 지키고 싶어졌다 호랑이는 그 생김새부터가 마치 큰 고양이 같았고, 물개의 수염은 고양이의 수염 비슷했으며, 하얀 백곰은 우리 집 하얀 고양이인 모리와 닮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러다 보니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동물들에게로 흘러갔다. 무분별한 육식, 비도덕적인 도축,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사라져 가는 북극곰이나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를 먹고 죽음을 맞이하는 물속 동물들의 일까지. 그때부터 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육식의 소비를 줄여나갔다. 즉 지구를 살리기 위한 작은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 노력의 씨앗은 바로 환경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 곧 지구를 지키는 일이 된 셈이다.찡콩이의 완벽한 하트 나와 함께 살고 있는 7마리 고양이들은 성격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 다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우리 집 둘째 찡콩이는 왼쪽 앞발과 오른쪽 앞발에 반반씩 하트 무늬를 지니고 있어서 두 앞발을 모으면 완벽한 하트 무늬가 완성된다.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알 수 없기에, 이 무늬로나마 마음을 전해요’라고 찡콩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하트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시크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조용히 두 앞발을 모으곤, 찡콩이는 그렇게 오늘도 사랑을 표현한다. 그럼 나는 언제나처럼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고양이들의 방식에 맞춰 사랑한다는 대답을 건넨다. 그렇게 언어가 다른 우리는 우리 둘만의 사랑 표현의 방식을 찾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찡콩이는 내게 사랑을 잔뜩 전하고 싶은지, 컴퓨터 자판을 마구 눌러대며 하트를 발사하고 있다.(웃음)엄마, 오늘도 사랑한다옹.쓰담쓰담, 궁디팡팡.너와 나, 우리들만의 달달한 사랑 표현법.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른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사랑 표현 규칙이 있다. 하루 종일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사랑을 요구하는 단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지만, 늘 곁에 꼭 붙어 있는 모리, 눈만 마주치면 쫑알쫑알 떠들어대는 수다쟁이 모카, 동그란 눈으로 항상 나를 주시하고 있는 모모, 이름만 불러도 허스키한 목소리를 뽐내며 폭 안기는 고등어, 얼굴이며 손이며 열심히도 핥아주는 찡가까지. 어쩌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모습일지 모르지만, 고양이들은 언제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 그렇기에 언제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사랑에 응답해 주는 것이 우리 집사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날마다 들려오는 고양이들의 달콤한 사랑 고백. 그 덕에 내 삶은 언제나 4월의 봄날처럼 따뜻할 수 있는 거겠지. 오늘도 나는 사람의 언어로 ‘사랑해’라고 다정스레 속삭인다. 그럼 나의 고양이들은 또 고양이의 언어로 ‘골골골’ 대답을 한다.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어도 충분히 대답이 된다. 이렇게 우리는 소소하지만 간질거리는 행복한 기억을 날마다 쌓아간다.글. 사진 황류리아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19 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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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뜻밖의 손님, 궁디와 빵디
싱그러운 봄 내음이 조금씩 짙어지던 3월 초, 오랜만에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고양이를 잠시 맡아줄 수 있겠느냐는 전화였습니다. 집 주변에 정원이 있기에 맡아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으나, 다른 길고양이들의 텃세, 집을 나가 따로 독립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또 농번기가 다가와 마을 주변에 놓인 화학약품을 먹고 변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흔쾌히 답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궁디와 빵디 좀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에 동생은 다급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습니다. 남자친구가 3년간 거주하던 집 계약이 끝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집을 관리하는 분께서 고양이는 들일 수 없다고 하셨답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고양이들이 당장 갈 곳이 없어지자 하는 수 없이 저에게 연락한 것이지요. 물론 동생과 부모님 사이의 타협도 있었습니다. 동생은 가게 건물 2층이나 식당 정원에서 고양이들을 보살피길 원했으나, 2층은 아직 리모델링이 덜 된 데다가 만약 탈출해 가게로 내려온다면 식당 손님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또 식당 정원 근처에는 큰 도로가 있기에 환경 적응이 덜 된 고양이들이 차에 치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결국 아이들의 임시 거처는 본가에 있는 안 쓰는 창고로 정해졌습니다. 다음날 점심 무렵, 광주시에서 충청남도까지 차로 2시간 넘게 달려 온 동생과 고양이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을 아껴주던 집사의 곁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예기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앞으로 몇 달간은 동고동락할 사이가 되었기에 모쪼록 좋은 일만 생기길 기원하며 츄르로 환영식을 열었습니다.닮았지만 성격은 정 반대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은 자연스레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둘의 성격은 동생에게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서로 반대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외모만 보면 형제라고 믿을 만큼 둘 다 제법 살집이 퉁퉁한 고양이었으나, 궁디는 아주 낯가림이 심하여 무심코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면 주저 않고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대곤 했습니다. 반면에 빵디는 볼을 꼬집던, 얼굴을 비비던 모두 넉살 좋게 받아주는 낙천적인 아이였습니다. 마당에 데려다 놓자마자 잽싸게 창문으로 올라가 내려올 생각도 않고 주위만 살피는 궁디의 모습이 답답했는지, 빵디는 정원 곳곳을 누비며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빵디는 강아지들과도 곧잘 친해져 함께 정원을 돌아다니는 데 반해 궁디는 끝까지 창문에 붙박인 채 내려올 생각을 않았습니다. ‘아직 첫날이라 적응이 안 돼서 그런가 보다’ 하였으나 겁먹은 채 창문 근처에서 밑을 내려다보던 궁디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모습을 감추다 그 뒤 일주일 정도가 지난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는데 이상하게 궁디와 빵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사료를 챙겨 먹고 마을로 나가던 아이들인데 걱정이 앞섰습니다. 어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다니며 불러 보아도 눈에 보이는 건 다른 길고양이뿐이었습니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자 동생은 ‘도시에서 살 때도 종종 집을 나가 며칠 만에 들어오곤 했다’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었으나, 그곳에서는 지리를 잘 알아 돌아올 수 있었을 테고 이곳에선 정착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기에 혹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궁디가 먼저 집에 들어왔습니다. 궁디는 그동안 어디서 밥은 안 굶었는지 뚱뚱한 모습 그대로 돌아와, 무슨 호들갑이냐는 듯 맛있게 사료를 먹고 창고로 다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이 참 황당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빵디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큰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아니야, 좀 더 기다려보자. 궁디도 돌아왔으니까 빵디도 무사히 돌아올 거야’라며 애써 나쁜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빵디, 돌아오다 빵디가 사라지고 3주가 지났을 무렵, 가족들은 붙임성 좋은 빵디가 분명 다른 집에 들어가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돌아오지 않을 리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다시 한 주가 지나고 동생이 집에 왔습니다.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과 함께 빵디를 찾으러 마을 곳곳을 누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살이 쏙 빠져 야윈 모습의 빵디가 동생에게 타박타박 걸어오는 겁니다. 그러곤 매우 성난 목소리로 ‘야옹, 야옹’ 하고 우는데, 마치 왜 자기를 여기에 두고 갔느냐는 듯 화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빵디에게 동생은 미안하다 말한 뒤 간식으로 성난 빵디를 달래주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나온 건지,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반가워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무사히 빵디를 찾을 수 있어 퍽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빵디와 궁디는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뀐 게 있다면 둘 다 과체중 고양이에서 정상 체중 고양이로 탈바꿈했다는 겁니다. 부디 원조 집사의 곁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렇게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글. 사진 안진환에디터 이혜수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18 1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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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세 식구 24시간 생활기
- 어쩌다 보니 우리 부부는 약 2주 동안 자몽이와 함께 집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당시 임신 중이던 나는 3개월간의 짧은 휴직기를 보내고 있었고, 신랑은 하필 시국이 좋지 않을 때 감기에 걸려 군대(신랑은 직업군인이다)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지시받았다. 우리 부부는 혹시나 모를 만일의 가능성을 방지하고자 현관문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생활 1일 차 자몽이는 아침부터 굉장히 당황한 눈치였다. 평소에 자몽이 아침밥을 7시 30분쯤 주는 편인데 나와 남편이 계속 거실에 앉아있으니 자몽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우리 쪽을 힐끔거렸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우리 부부가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자 자몽이는 담요에서 나와 우리를 빤히 올려다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엄마 아빠가 쉬는 날인가 보다’ 하며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려는 듯했다. 밤이 되자 자몽이는 거실 소파로 슬금슬금 올라왔다. 주로 안방 침대에서 함께 자거나 거실 소파에서 혼자 자는 자몽이가 오늘은 아빠가 있는 거실 소파에 누웠다. 그렇게 자몽이는 곧장 아빠 품으로 파고들어 잠을 청했다.생활 4일 차 지난 며칠 동안 자몽이는 아빠와 밤새 거실에서 놀다 아침에 잠들어, 점심때쯤 눈을 뜨는 일상을 반복하더니 4일 차인 오늘도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을 달라고 우는 거였다. 정오에 첫 식사를 하는 대단한 자몽이. 우리 부부도 이렇게 온종일 함께하는 생활은 처음인지라, 낮 동안에는 거실에서 잘 안 하던 퍼즐을 꺼내 맞추는 등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쪼그려 앉아 퍼즐 조각을 만지작 거리는 우리들 옆에서 자몽이는 최애 장난감인 머리끈으로 축구놀이를 하며 뛰어다녔다. 그러다 문득 작은 퍼즐 조각들이 꽤나 흥미롭게 느껴진 건지, 자몽이는 축구놀이를 하는 자세를 잡더니 맞춰진 퍼즐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우리는 그런 자몽이의 모습에 큰 소리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는 우리 부부의 퇴근 시간인 6시 전후에 저녁밥을 줬었다. 아마 그때의 자몽이는 배고파도 꾹 참고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렸나 보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 있는 지금, 자몽이는 오후 5시 30분 정도가 되면 어김없이 부엌으로 가 배가 고프다는 듯 울어댄다. 특히 우리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고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면 자몽이의 칭얼거림은 한층 더 심해진다.생활 10일 차 이제 자몽이와 우리 부부의 생활 패턴은 서로에게 완전히 맞춰져 있다. 11시쯤 일어난 자몽이는 햇살 아래 그루밍을 한다. 그렇게 해가 지고 저녁 식사까지 마치면 자몽이는 조금씩 잠이 오는 듯 눈을 끔뻑거리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반드시 자몽이의 몸을 긁어줘야만 한다. 좋아하는 부위를 정확히 긁어주다 보면 자몽이는 기분이 아주 좋은 듯 낮은 소리로 계속해서 그르릉거린다. 그리고 잘 시간이 되면 자몽이는 정말 기절한 것처럼 잔다. 종일 우리를 놀아주느라 본인은 낮잠도 못 자고 뛰어다니다 보니 피곤한 게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곯아떨어진 자몽이는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자세만 조금씩 바꿔가며 색색 잘도 잔다.240시간 생활이 끝나고 자몽이는 아무래도 굉장한 지능을 가진 것 같다. 똑똑한 고양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정말 대화가 통하는 수준에 이르렀달 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면 눈빛, 발짓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건가 싶다. 어느 날은 자몽이가 머리끈을 가지고 놀다가 가구 밑으로 쏙 들어가더니, 이내 우리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애옹애옹 우는 거였다. 그리곤 이내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은근한 눈짓을 보내더니, 사뿐사뿐 걸어가 어떤 가구 앞에 서서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래서 가구 밑, 서랍 등을 들여다보면 아니나다를까 자몽이가 잃어버린 머리끈이 들어있었다. 또 한 번은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고 있었는데, 자몽이가 또 애옹 하고 울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 바로 따뜻한 물을 물그릇에 담아줬더니 자몽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여 물을 마셨다. 자몽이도 자신의 말을 다 알아듣는 우리가 편해졌는지 요즘따라 이것저것 요청사항이 부쩍 많아졌다. 꼬박 240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꼭 붙어있다 보니, 문득 인제야 ‘진짜 집사’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자몽이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바로 함께 잠들고, 함께 밥을 먹으며 마치 한 사람처럼 세 식구가 서로를 닮아가는 것. 허락된다면 아주 아주 오래.글. 사진 김성은에디터 한소원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1-01-15 14: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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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TERRORISM
으악! 이럴 수가, 폴리의 생일을 까먹었다! 캣페어를 마친 직후,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던 데다가 또 만성이 되어가는 두드러기로 몸까지 만신창이라는 핑계까지 더해 까맣게 모르고지나치고야 말았다. 사실 냥님들이야 생일 따위가 뭔지 알 턱이 있으시겠느냐마는 집사들의 맘이야 또 그렇지가 않지!
치명적인 옥에 티 곧 있으면 하니 생일도 다가오니 올 상반기에는 선물(?)로 종합검진을 해줄 계획이다. 둘 다 매우 잘 놀고 잘 싸고 맘마도 잘 드시는 걸 보면 문제는 없어 보이나, 이제 폴리는 6살, 하니는 5살이 되었으니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한 번씩은 건강 체크를 하는 게 좋겠노라 작은 집사 삵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폴리, 하니와 함께 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이 좁은 곳에서도 건강하고 발랄하게 잘 지내주는 고마운 우리 폴리와 하니. 외모는 물론 성격과 머리도 좋은 우리 폴리와 하니는 정말로 모든 게 완벽한 100점 만점에 100점 고양이님이시다. 하지만 딱 하나! 엄청난 옥에 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무시무시 한………… 쉬 테러!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기에, 범인은 대체 누군지 (혹은 둘 다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티 없이 해맑고 사랑스러운 짓만 쏙쏙 골라 하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전 주인과 있을 때 맘고생을 했던 시기가 좀 있다. 내가 그 공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사무실 주인이자 (구) 집사의 오랜 부재와 잦은 장소 이동, 그로 인해 밥과 물, 화장실 등 기본적인 관리를 제대로 받은 걸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폴리와 하니는 주인과의 유대감을 비롯해 심적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도 뭐라 할 수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기에 안타까움이 컸다. 특히 하니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1살 반 정도였으니, 아마 하니 는 1살이 되기도 전부터 불안정한 생활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아무튼 그 당시 고양이 오줌 테러가 뭔지 알 턱이 없던 나는 크게 당황했고, 그곳에서의 1년 반 동안 나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어가야만 했다. 잘 오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어떻게 해서든 배변 실수를 고쳐주고자 화장실을 청소하며 관리를 했고, 나중에는 모래가 문제인가 싶어 사비까지 들여 비싼 수입 모래로 바꿔 주기도 했다. 또 날마다 고양이 오줌 테러에 관한 공부도 했다. 야단도 쳐보고, 싫어하는 향수나 냄새 제거제 등등 수없이 뿌려보았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이곳으로 와서도 이어지는 쉬 테러 때문에 내다 버린 패브릭만 몇갠지. 후각이 극도로 예민한 나는 오줌 냄새를 맡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냄새를 지우려고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느라 지치고 지쳤다. 물론 그래도 아이들은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냄새는 미웠지만 좋다고 와서 비벼주고 애교를 부리는 이 강아지 같은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오줌쯤이야….’ 하고 스르르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렇게 반쯤 자포자기한 채로 1년 반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또다시 시작된 오줌 테러 엇! 그런데 어느새 쉬 테러가 사라졌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어쩌면 아이들이 나아진 건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는 쾌적한 화장실 상태는 물론, 매일 곁을 지켜주는 집사들 덕분은 아닐까 생각한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혹시 폴리와 하니는 오랜 시간 분리불안을 겪고 있었던 건 아닐까? 캣 페어로 한창 정신없던 얼마 전, 아마 행사 마지막 날이었을 거다. 일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또다시 바닥엔 오줌 자국이 흥건했다. 내 머릿속에서 오줌 테러가 지워진 지 꽤 되었기에, 다시 전쟁 시작인가 싶어 내심 좀 절망스럽기도 했다. 오랜만이든 아니든 고양이 오줌 냄새는 정말로 적응이 안 된단 말이다. 어찌나 지독한지 닦아도 빨아도 남아있는, 마치 외양간에 온 것 같은 그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 폴리 하니, 아무 걱정 하지 마 행사 기간이었음에도 나는 늘 폴리와 하니의 곁을 지켰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치워주고 밥과 물도 늘 풍족히 채워줬다. 하지만 보채도 놀아주지 않고 하루에 딱 두 번인 좋아하는 간식 타임도 빼먹기 일쑤에, 연일 들이닥치는 커다란 택배 상자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작업실 분위기에 혹시 우리 폴리와 하니가 불안함을 느꼈던 걸까? 고양이들의 불리 불안이 왜 배변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바로 그 케이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 쉬 테러에서 어느 정도는 해방되어서 좋다. 어쩜 이렇게 장한지. 요 작고 작은 녀석들이 집사와 환경이 바뀌는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열심히 참고 견딘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코끝이 찡하다. 사실 이건 가설일 뿐이니, 정확한 원인은 이참에 진료를 받고 나면 알 수 있으려니 한다. ‘혹시나?’ 하는 부분없이 면밀하게 건강 체크를 해주고 폴리와 하니에게 맞는 쾌적한 환경과 편안함을 주고자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면 정말로 테러가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폴리, 하니야, 앞으로 우리와 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리 아가들. 지금처럼 해맑고 건강하고 또 건강하게만 지내주렴. cat&oister(@cat_and_oister) ㆍ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팔로워 513명, 팔로잉 155명, 게시물 423개 - cat&oister(@cat_and_oister)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www.instagram.com글. 사진. 일러스트 OYSTER STUDIO(장보영) 에디터 이혜수<오이스터 스튜디오-TERRORISM>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1-01-14 16:4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