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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21 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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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16 09: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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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16 09: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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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08 17: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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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08 17: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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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10-08 17: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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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I LEON YOU
2016년 1월, 추운 겨울 어느 날,동생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 곧 우리 집에 올 거라는 이야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게 고양이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동생 방에서 레옹이와 처음 마주했다. 동생은 “내 방에서만 키우면 돼”라며 호기롭게 말했지만, 과연 나는 이 일을 언제까지 부모님께 비밀로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었다. 레옹이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처음부터 우리 집에 살고 있던 녀석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동생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결국 우리는 1시간도 못 가 부모님께 들켜버리고 말았다. 동생이 방에서 레옹이 사진을 찍곤 눈치 없이 대놓고 SNS에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빠께서 “절대 안 돼”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조그마한 레옹이를 보시곤 어이가 없으시다는 듯이 허허 웃으셨다. “우리가 안 키우면, 그럼 이 추운 날 얘를 내보내?”라는 말씀과 함께. 그렇게 레옹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비록 동생은 그로부터 2주 뒤 군대에 갔지만 말이다. 나와 부모님은 평소 고양이에 대한 오해하고 있었다. ‘고양이’ 라고 하면 애교가 없고 날카로운 데다가, 왠지 새침하게 내 손등을 홱 할퀼 것만 같았달까.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레옹이는 애교가 철철 넘쳐흘렀다. 가족 중 누군가가 집에 돌아오면 어딘가 숨어있다가도 앙증맞게 뛰쳐나오며 반겨주는 건 기본. 거실이 아닌 방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본인도 꼭 함께여야 한다는 듯 조용히 다가와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곤 했다. 편견이 사라지자 레옹이의 살가운 행동 하나하나가 더욱더 크게 다가왔다. 요즘 엄마는 지나가다 새끼 고양이를 보셨다며 너무 귀여워 데리고 오고 싶다고 하시고, 아빠도 오늘은 노란 고양이를 마주쳤다며 산책하러 나가실 때마다 사료도 조금씩 챙겨 나가신다. 그럼에도 역시 레옹이가 최고라며 장 보실 때마다 레옹이 간식을 가장 먼저 챙기시는 아빠. 내 간식은 순위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지만, 나는 조금도 서운하지 않고 되레 그런 변화가 신기할 뿐이다. 레옹이의 스케일링 한 가지 에피소드를 더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레옹이의 스케일링. 레옹이의 입안을 살펴보던 중, 예전보다 치석이 많이 쌓여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 레옹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던 날에도, 심지어는 예방 접종하던 날조차도 나는 온갖 걱정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역시나 유난 대마왕 집사답게, 내 머릿속은 온통 레옹이 치아 검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의사 선생님은 레옹이를 살펴보시더니 “당장 급한 건 아니지만, 스케일링을 한 번 정도는 받는 게 좋겠네요”라고 하셨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스케일링 일정까지 잡아버렸다. 다행히도 그 외에 건강상 이상은 없었지만 내 걱정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만에 하나라도 레옹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스케일링 전날까지 나는 회사 직원들에게 걱정을 쏟아내었고, 당일엔 퇴근하자마자 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향했다. 레옹이는 얌전히 수액을 맞으며 집에서 가져온 담요를 덮고 쉬고 있었다. 아파서 수술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마음이 아프던지. 양치질을 잘 못 해준 게 너무도 후회됐다. 그 이후로 정신이 바짝 든 나는 매일매일 밤마다 꼬박꼬박 레옹이 양치질을 해주고 있다. 사실 동생이 고양이를 몰래 데려온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어릴 때 토끼를 기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와 내 동생은 심한 피부병을 겪었었다. 지금이야 이상이 없지만 앞으로 털이 있는 동물은 집에 들일 수 없다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그 뒤로 반려동물이 있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동생의 독단적인 행동 덕분에 지금 이렇게 우리 가족은 레옹이와 함께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확실히 레옹이가 우리 집에 온 뒤로 우리 가족은 전보다 훨씬 웃음이 많아졌다. 밥을 먹는 우리 가족 옆에서 쫑알쫑알 수다를 떠는 레옹이를 보며 아빠는 “쟤도 우리한테 뭐라고 말하긴 하는 건데, 정말 궁금하단 말이지”라고 하신다. 또 간식 달라고 야옹야옹 애타게 울던 이야기, 화장실에서 맛동산을 캔 이야기, 코 고는 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어이가 없더라는 이야기 등등. 레옹이가 우리에게 온 지도 어느덧 5년째. 글을 쓰는 지금도 아빠와 엄마는 번갈아가며 나에게 “레옹이 어디서 자? 안 보여~” 하고 묻고 계신다. 레옹이는 내 방 구석 숨숨집에서 곤히 자고 있다. 그리고 그런 물음을 듣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최고로 행복하다. 글.사진 이예진에디터 이혜수<MY LITTLE CAT-I LEON YOU>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0-21 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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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5묘와 함께한 5년을 돌아보며 -첫 번째 이야기-
나의 가족이고친구이자반려((伴侶)이며,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존재.바로 고양이.
누군가 나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무엇이었느냐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고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설펐던 초보 집사가 어느덧 다섯 마리 고양이와 함께 하기까지, 바쁜 일상에 치여 나도 모르게 잊고 살았던 소중한 기억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하나씩 꺼내 보려 한다. 우리 집 첫째, 천사 소녀 네티 5년 전,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고양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연을 읽으며 울고 웃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엄마 잃은 아기 길고양이의 사연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묘연’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 순간 마음이 동해 임시보호 중이던 분께 단박에 전화를 걸었다. 그때 그 아기 고양이가 바로 지금 우리 집 첫째, 네티다. 엄마 잃은 새끼 길고양이는 목숨을 잃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한다. 혼자 힘으론 냉혹한 바깥 생활을 버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티는 정말 천운이 따랐다고 할 수 있었다. 엄마를 잃고 난 후, 근처 편의점에서 보살핌을 받다가 좋은 임시보호 가정을 만난 것이다. 네티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을 들인 적이 없던 나였기에 어떻게 네티를 끝까지 돌보고 사랑해줄 것인지 열심히 그분을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천사 같은 아기 고양이에게 어릴 적 좋아하던 만화 영화 주인공 이름을 따 ‘네티’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네티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던 나의 일상을 소소한 기쁨과 웃음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올해로 다섯 살을 맞은 네티는 이젠 자기가 완전히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베개를 함께 베고 자는 것은 기본, 정말 너무 친구 같아서 날마다 투닥거리기 바쁘다. 지금 생각해보면 네티를 가족으로 맞은 이후부터 내 인생이 ‘고양이’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길고양이들을 보면 왠지 네티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다 마음이 아파 이것저것 챙겨주기 시작하다 보니 길고양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렇듯 네티는 내게 계속해서 새로운 묘연, 인연을 만들어 준 보물 같은 존재다. 서열 1위, 사랑둥이 둘째 티거 올해로 네 살이 된 우리 집 서열 1위이자 둘째 티거. 호랑이처럼 힘 세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붙여 준 이름이다. 입양 당시에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당시 길고양이이던 티거를 임시보호하시던 분은 티거가 분명 2개월쯤 된 ‘여아’라고 하셨다. 우리 집에 오던 날도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천사 소녀 네티에 이어 카드캡터 ‘체리’라고 이름을 지어줬는데 티거 배 아래쪽에 뭔가 올록볼록한 혹(?)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더니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그게 바로 ‘땅콩’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때서야 나는 티거가 남자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어찌나 놀라고 당황스러웠는지 아직도 종종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러던 티거에게도 지난해 시련이 닥쳐왔다. 어느 날, 티거의 왼쪽 귀에 사람 여드름만 한 작은 덩어리가 만져 병원을 찾았는데 ‘종양’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조직 검사 결과 유전적 영향으로 생긴 악성 종양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착한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티거는 결국 고양이 전문 병원에서 몇 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티거는 정말 고맙게도 잘 버텨주었고, 왼쪽 귀가 살짝 잘린 모습을 하고 내게 돌아왔다. 종양이 또 언제 재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는 매우 건강하다. 내가 누워 있으면 종종 배 위로 풀썩 올라타, 7kg이 넘는 큰 덩치로 집사를 조금 버겁게(?) 하지만 그때마다 세상 행복한 골골송을 불러주는 사랑둥이 티거. 우리 티거가 이제는 절대 아프지 말고, 계속 우리 집 서열 1위로 남아주길 바란다. 내 아픈 손가락, 셋째 쥬쥬 주변 친구들이 가끔 다섯 마리 고양이 중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장난스럽게 물을 때, 나는 당연히 다섯 마리 모두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대답한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내심 조금 더 아픈 손가락은 있는 것 같다. 바로 셋째, 쥬쥬다. 다섯 마리 고양이 모두 아픈 과거를 가진 채 내게 왔지만 쥬쥬와의 첫 만남은 유난히 내 기억 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어느 날, 다급하게 새끼 고양이를 돌봐 달라는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당시 셋째를 입양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너무나 조그맣고 그렁그렁 울 것만 같은 눈을 가진 새끼 고양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마침 또 정말 우연히 임시 보호처가 집 근처였다. 당시 대학생이셨던 임보분은 배달 오토바이들이 마구 다니는 위험한 장소에서 아기 고양이 하나가 바들바들 떨며 오도 가도 못하고 울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께서 쥬쥬를 발견하고 데려오시지 않았다면, 정말 하루 이틀 내로 하늘나라에 갔을지도 모른다. 쥬쥬는 정말 상태가 좋지 않았다. 태어난 지 이제 한 달 남짓 되었을까? 얼마나 길에서 혼자 방치되어 있었던 건지, 항문이 막혀 있어 변도 제대로 못 보는 상태라 따뜻한 물을 적신 천으로 조심조심 항문 근처를 닦고 배변 유도를 해 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설사가 멎지 않는 쥬쥬 때문에 밤늦게 병원으로 달려간 일도 있었다. 당시 범백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수의사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울었는데 다행히 아니어서 얼마나 안심했던지. 고맙게도 그 이후부터 쥬쥬는 점차 활력을 되찾더니 세 살이 된 지금은 살짝 통통한(?) 귀여운 뚱냥이가 되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분유도 타서 먹이고 물도 한 방울씩 직접 먹여가며 키워서인지, 어쩐지 쥬쥬는 나에게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어쩌다 내가 잠깐 화장실이라도 가면 날 찾으며 애타게 애옹애옹 우는데, 지금까지도 어쩐지 아기 같은 부분이 있어 늘 조금 더 챙겨주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집 찡찡이, 쥬쥬가 언제쯤 이 언니가 아무 데도 안 가고 곁에 꼭 붙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줄까?(웃음) 그렇게 네티와 티거, 쥬쥬, 그리고 나 집사는 알콩달콩 투닥투닥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삶에 더 이상 고양이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운명처럼 우리 집 넷째와 다섯째, ‘꼬맹즈’를 만나기 전까지는…. -MAGAZINE C 5월 호,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글.사진 김수하에디터 이혜수<FIVE CATS-5묘와 함께한 5년을 돌아보며, 첫 번째 이야기>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0-16 09: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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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1교시 : 틸다의 매력 탐구
진심을 가득 담아 말하건대,고양이는 정말 귀엽다.
“도대체 고양이의 매력이 뭐예요?”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하면 항상 듣는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글쎄요. 강아지보다 애교는 많지 않지만 무뚝뚝하진 않아요. 그런 매력이 좋아요.”라고 말도 안 되는 답변을 하곤 했다. 좋아하는데 딱히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워낙 그런 질문을 자주 듣다 보니, 오늘은 한번 틸다의 매력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유 넘치는 성격 먼저 첫 번째, 틸다는 여유가 있다. 밥도 꼭 먹고 싶은 만큼만 먹고 잠도 자고 싶은 만큼만 잔다. 나름의 기준이 뚜렷하고, 언제나 그 기준대로 행동한다. 더 못 먹을까 봐, 더 못 놀까 봐 전전긍긍하기보단 자신의 주관대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틸다는 밥그릇에 원하는 만큼의 밥이 없으면 식탁 앞에 앉아 적당한 양의 밥이 추가될 때까지 기다린다. 밥을 주는 사람이 눈치를 못 채고 있다면 사료 봉투를 긁거나 야옹! 하고 크게 울어 의사를 표현한다. 충분한 양의 사료와 물을 주면 한 번에 왕창 먹기보단 먹고 싶을 때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다. 정말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 앞에서는 체통이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 순수하게 느껴져 아주 귀엽다. 은근히 드러나는 개그본능 보통 고양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란 바로 도도한 성격일 텐데, 막상 고양이와 함께 부대끼며 살아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숨어버리는 고양이 특유의 습성 때문에 예민하고 까칠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렇게 웃기고 바보 같을 수가 없다. 누가 봐도 좁은 공간에 몸을 욱여넣고는 세상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고, 낚시 놀이를 하다 한껏 신이 나면 망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니기도 한다. 또 점프할 때 거리를 잘못 재서 의도치 않게 엉뚱한 곳에 착지를 하는 등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터지는 일들이 매일 일어난다. 틸다랑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평소에 잘 쓸 일도 없던 ‘귀여워’라는 단어를 하루에 수십 번씩 내뱉고 있다. 고양이도 애교 많아요 마지막으로 꼽는 매력은 애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는 애교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강아지와 비교하자면 없는 편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애교의 장르가 조금 다를 뿐. 틸다는 이미 아기 때부터 애교가 많은 고양이였다. 질투도 많아서 형제들에게 돌아가는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도 당연히 낯을 많이 가리고 어딘가로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거실을 한번 쭉 걷더니 엄마 무릎에 올라가 폭풍 꾹꾹이를 해주었다. 틸다에게 먼저 다가가면 놀랄까 봐 멀리 떨어져 신경 안 쓰는 척하고 있었더니, 그 조그만 발로 아장아장 걸어와서 다리 사이에 폭 누워 그르렁거리던 모습이 생생하다. 격한 애정표현은 아닐지라도 먼저 다가와 슬쩍 자기 몸을 비비고 가거나 발라당 드러누워 만져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또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들으려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들 하나하나가 다 사랑스럽다. 알고 보면 매력 덩어리 앞선 물음에 내가 쉬이 답하지 못했던 건 고양이의 매력이란 것이 아마도 짧은 문장으로 정의될 수 없어서 일 것이다. 같이 살아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이 사소하고 수많은 사랑스러움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고양이는 정말 온갖 매력으로 똘똘 뭉친 매력 덩어리라는 것이다. 알고 보면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고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것. 그리고 그 매력이 무엇인지 진정 궁금하다면 직접 느껴보시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글.사진 송지영에디터 이혜수<장난감 가게의 틸대리-1교시: 틸다의 매력 탐구>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0-16 09: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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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너희의 봄날이 지금이기를
3월, 아직은 채 가시지 않은 겨울의 차가움이 남아있는 달. 하지만 이제 정말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 곧 꽃도 잔뜩 필 테고그 아래엔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가 있을테니 그 생각만으로도 곧장 나른해져 주변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 같다.
꽃과 고양이, 이상과 현실 하지만 사실 나는 집사로서 이 아름다운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많은 예술가에게 기쁨과 영감을 주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들은 실제로는 우리 고양이들에게 매우 위험하고 해로운 식물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향이 강한 백합이나 튤립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소중한 반려동물과의 유대를 위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집사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일 것이다. 내 부주의로 인해 보리 굴비가 아프게 된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래서 우리 집 한쪽에는 꽃이 아닌 선인장과 다육식물들이 가득하다. 한 팔 용신목 선인장과 나쁜 기운을 물리쳐준다는 파인애플을 닮은 괴마옥, 무시무시한 가시덤불이 매력적인 잔설령, 그리고 대형 아가베 아테누아타까지. 함께 하는 고양이 보리와 굴비에게 유해하지 않을 식물을 선별해 종류별로 골고루 데려왔다. 종종 느끼지만 초록초록한 식물들은 역시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인테리어의 완성을 위해 예쁘고 화려한 꽃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집사라면, 차선책으로 조화를 추천한다. 요즘 조화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생화로 착각할 정도로 진짜와 꼭 닮아 있는 데다가 영원히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겸비했으니 고양이와 집사의 마음을 모두 어루만져 주지 않을까.“봄이 오는지 정말 알고 있는 거야,이 귀여운 고양이들아?”
묻고 더블로 가! 겨울을 대비해 온몸의 털을 바짝 끌어올려 따뜻한 겨울을 보내보겠다던 보리와 굴비. 하지만 요즘 이 녀석들은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 묵은 털을 다 털어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온 집안에 솜먼지 같은 털들을 뿜뿜 굴리고 다닌다. 보리와 굴비가 앉은 자리, 지나간 자리, ‘우다다’ 한 자리마다 노르스름한 털과 회색 털이 뭉쳐져 거의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한 술 더 떠 지금은 돌아다니는 털과 빗질을 해 줄 때마다 걸려드는 털을 차곡차곡 소중히 모아 야구공보다 더 큰 털공을 한 땀 한 땀 빚는 장인의 단계에 이르렀다. 보고 있음 뿌듯하기까지 하다. 던져주면 자기 털로 만든 공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없이 공놀이를 하다 숨을 헐떡인다. 새로운 목표는 볼링공 만한 크기가 될 때까지 털공을 빚는 것이다. ‘털공 빚기’ 의 일인자가 될 때까지! 어느덧 봄은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과는 다르게 흐른다는 사실이 떠올라 울적해진다. 어디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의 1년은 고양이의 4년이고, 출근한 집사를 기다리는 고양이의 시간은 꼬박 이틀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양을 늘릴 순 없으니 보리 굴비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퇴근 후 나는 가장 먼저 화장실을 비워주고 밥그릇을 씻고 새로운 사료를 부어주며 “오늘 하루 어땠어?” 하고 물어본 뒤, 마지막으로 모두의 엉덩이를 들썩일만한 신상 장난감도 열심히 흔들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좋은 시절을 ‘봄날’이라 부르며 회상하곤 한다. 보리, 굴비, 너희들의 봄날이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시간이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본다.글.사진 차아람에디터 이혜수<나만 없어 고양이 탈출기-너희의 봄날이 지금이기를>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0-08 17: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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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오븐에 고구마를 넣어두고 밥그릇에 사료를 채운다. 식탁과 거실을 정리하고 고양이들을 가만가만 쓰다듬는다. 그리고선 무릎과 옆구리에 고양이 한 마리씩을 끼고 앉아 창 밖 너머 풍경 구경을 한다. 골골 소리를 따라 올록볼록 움직이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고양이의 시선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잠시 사색에 잠겨본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있구나. 아마도 행복하겠지. 오늘도 우리는.’
나의 시선으로 고양이와 함께 산 지 어느덧 9년이 다 되어간다. 예전의 나는 고양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노력했었다. 고양이 용품 박람회를 다니며 유행하는 간식을 사고, 사료보다 생식이 좋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듣곤 억지로 생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고양이용 패션 소품들과 유기농 음식, 유기농 면 소재로 만들어진 장난감 인형 등등 온갖 물건을 구비해 놓기도 했다. SNS를 하다 보면 멋진 캣타워와 장난감, 또는 비싼 사료와 간식을 배경으로 찍은 고양이들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우리 고양이에게 저렇게 해주지 못하는데, 내 고양이는 일반 사료를 먹이는데 하는 등의 속상한 감정은 집사라면 모두가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고양이를 반려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고양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진실한 애정과 관심을 쏟기보다는 그야말로 로봇처럼 물질적인 지원을 풍족하게 해주는 데 집중했었다.보리야 미안해 그런 내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은 바로 셋째 고양이 ‘보리’다. 당시 나는 SNS에서 유명세를 타던, 비싸고 좋은 신상 사료로 아이들 밥을 바꿔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사료가 바뀌고서부터 보리가 밥을 먹기를 거부했다. 언젠가 고양이 서적에서 ‘식단 투정을 하는 고양이에게 끌려 다니면 안 된다’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먹어주겠지 싶어 한동안 그 사료를 고집했었다. 보리도 배가 고픈지 가끔 밥그릇 근처에서 입질도 하고 기웃거리는 것을 보고 이제 되었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리를 안아보니 몸무게가 심각하게 줄어 있는 게 느껴졌다. 워낙 모량이 풍성해 몸무게가 확 줄어도 외관상으론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보리의 시선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대로 살펴보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보리가 거식증에 걸려있던 상태였다. 병원에 다녀오고, 물 한 모금 입에 대려고 하지 않는 보리에게 고 열량 캔을 물에 곱게 개어 주사기로 하루 여섯 번씩 먹였다. 먹성이 좋아 늘 통통했던 보리가 앙상하게 변해 있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때의 나는 정말이지 빵점 짜리 집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게 한두 달의 강제 급식 기간을 마치고 나서야 보리는 몸무게와 입맛,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그 브랜드의 사료를 모두 처분했다. 아무리 좋고 비싸다고 한들 내 고양이에게 맞지 않는 사료라면 의미 가 없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나는 호된 값을 치르고서야 배울 수 있었다.내 모든 행동은 ‘고양이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내가 고양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좋은 반려인의 모습 물론 반려동물에게 어떤 물건이 좋을지 고민하고 구입해보는 것 또한 사랑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 지만 분명 그것이 좋은 반려인의 모습 전부는 아니다. 나의 고양이들은 멋지고 예쁜 장난감보다 빵 끈과 택배 박스를, 유행하는 간식보다는 내가 집에 일찍 돌아와 엉덩이를 토닥여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는 조금은 늦게 배웠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도 그리고 나도 앞으로는 조금 더 고양이의 시선에서 고민하고 노력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하루하루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를 진심을 다해 바라본다.글.사진 장경아에디터 이혜수<Cat's Life-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0-08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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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두 마리의 수선화
조니와 데비가 좋아하는 라탄 하우스 위로 햇빛이 마구 흩뿌려지던 어느 봄의 문턱.서로 얼굴을 부비며 잠을 청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노란 수선화를 떠올렸다. 얼굴을 맞대고 포개어 누운 조니와 데비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보이기 때문일까.
두 마리의 꽃 어릴 적,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께서 수선화 씨앗을 사주셨던 적이 있다. 식물을 다루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것저것 여쭤보며 열심히도 그 작은 식물을 키웠었다. 물 주는 주기, 건강하게 식물이 자라려면 어떤 흙이 필요한지, 수선화와 잘 어울리는 예쁜 화분은 어떤 것인지, 작은 존재를 향한 따뜻한 마음까지도. 시간이 흘러 황홀하게 아름다운 노란색 수선화가 피어났을 때의 그 기쁨은 정말이지 말로 다 하기 힘들 정도였다. 돌이켜보건대, 조니와 데비가 내게 주는 기쁨 또한 온갖 정성 끝에 피워낸 수선화를 마주했을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는 듯하다. 어느 날 내게 찾아온 두 마리의 작은 수선화 씨앗(조니와 데비)은 전에는 없었던 은은한 감동, 또는 진한 향내를 풍기는 고혹적인 수선화와 같은 형형색색 다채로운 날들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두 씨앗만을 위한 정원사가 되어 흙에서 파란 싹이 나고, 잎사귀가 나뉘어 꽃대가 나오고, 마침내 지극한 행복을 주는 아름다운 꽃이 피기까지의 그 모든 여정에 기꺼이 함께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럭무럭 행복하게 커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매 순간 고민하고 또 그득히 구비해놓곤 했다. 알맞은 양의 물과 양분, 기분 좋은 바람과 따스한 햇빛 같은 것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니와 데비를 향한 예쁘고 다정한 말이나 따스한 마음까지 말이다.모든 순간의 향기 그때 나는 조니와 데비가 있어 더욱 특별한, 함께 맞는 첫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벚나무에 분홍빛 작은 몽우리가 움틀 무렵 조니와 데비는 어느새 어린 고양이 티를 벗고 제법 자라 있었다. 내 무릎 위로 아이들이 옹기종기 앞다투어 누우면, 그 귀여움이 묵직하게 느껴져 한동안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소파에 앉아있다 창밖을 볼 때면 나를 둘러싼 집 안의 공기는 지극히 평온해 거의 향기로울 정도였다.함께 낮잠을 자다가도 창문을 건너온 따뜻한 봄 햇살의 조각들에 눈가가 간지러워 뒤척이다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엄마가 나에게 뭐라고 하는 걸까?’, '너희들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하고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우리들만의 대화법. 또 맛있는걸 먹을 때면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미묘한 몸짓과 눈짓. 내가 어디로 가든, 어디에서 부르든 바늘 가는 곳에 실이 가듯 후닥닥 쫓아오는 귀여운 모습들. 이렇듯 조니와 데비가 나에게 온 후로 나의 모든 순간엔 달콤한 봄 내음이 가득 배어있다.조금만 더디게 그러나 진짜 수선화 꽃을 키울 때와 이 작은 수선화 두 마리를 키울 때의 다른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씨앗이 어서 자라 빨리 수선화를 볼 수 있음 좋겠다는 바람은 조니 데비에겐 반대로 적용되었다. 조금 더디게, 아니, 조금 많이 더디게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5배 빠르게 흐른다는 것, 그만큼 체감하는 시간도 우리는 서로 다를 거라는 것. 그 사실은 나를 너무 서글프게 만들었다. 이상하리만치 행복하지만 어딘가 시큰한 마음이 들게 하는 이런 생각은 마치 달콤하지만 쌉싸레하고 무거운 카카오 향을 떠오르게 한 다. 내 옆에 평생 존재할 것만 같은 이 작은 씨앗들은 왜이렇게 빨리 커가는 걸까. 나를 순수함과 성숙함의 경계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이 아이들은, 마치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려 내 옆에 온 것 같다. 어느 새 겨울의 끝자락. 겹겹이 쌓여있던 차가운 공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옅어져 간다. 창문 너머로 새어 들어온 따스한 햇살이 눈가를 간지럽히는 상냥한 계절이 돌아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조니와 데비가 만들어내는 달콤한 향기는 우리의 도담도담 하우스를 가득 채워 들꽃이 만개할 아름다운 봄의 정점을 함께 기다리고 있다.글.사진 김보미에디터 이혜수<도담도담 하우스-두 마리의 수선화>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10-08 17: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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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엄마가 된 행복이
- 엄마가 된 행복이 행복이는 3살이 조금 넘은, 아직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 고양이다. 예전엔 발정이 와도 3일 정도면 끝이 났는데, 아기 고양이 ‘금복이’가 오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행복이의 발정은 행복이 내면에 잠들어있던(?) 모성애를 깨운 모양이었다. 진작 어미젖을 다 떼고 4개월 차에 우리 집에 온 금복이에게 행복이는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애지중지 키우는지,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 모유수유도 힘들다고 투덜대던 1년 전의 나의 모습과 너무도 대비되어 철없던 나를 반성하게 할 정도였다. 금복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경계하고 미워하던 행복이었는데, 호르몬의 변화는 참 무섭다. 처음엔 젖 물리는 시늉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진짜로 젖이 나오기 시작한 걸 보면 ‘엄마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복이의 모습이 기특하고 신기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발정과 수유가 계속되니 조금씩 행복이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젖을 먹이니 발정이 끝나지 않았고, 발정이 계속된다는 건 자궁벽이 계속 두껍게 유지되고 있다는 거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자궁과 유선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젖을 끊고 발정이 진정된 후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그 사이에 큰 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행복이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비록 호르몬의 장난으로 시작된 가짜 엄마였지만 어느 순간 행복이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의 아기, 금복이를 사랑하는 진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엄마보다 야옹 하루에 ‘엄마!’보다 ‘야옹!’을 더 많이 외치는 사람 아들 때때는 다른 동물은 ‘음메, 어흥, 멍멍’ 하고 어설픈 흉내를 낼 뿐이지만 고양이 소리 하나만큼은 ‘용복이가 나를 불렀나?’ 착각할 정도로 똑같다. 또 때때를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의심은 더욱 커지는데, 분리수거하려고 놔둔 빈 박스에 들어가기 좋아하고, 높은 곳은 무조건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고, 낮보단 밤에 더 신나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영락없는 고양이가 분명하다. 때때의 유일한 형제는 고양이 4마리가 전부이며, 가장 많은 시간을 고양이들과 함께하니 서로 닮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 때때는 이제 야옹이 형, 누나, 동생에게 간식도 나눠줄 줄 아는 어엿한 아기 집사가 되었다. 간식을 나눠주면서 뺏어 먹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 모습마저 너무나 사랑스럽다. 때때가 두 돌이 되어가니 주변에서 하나는 너무 외로우니 형제를 만들어주는 건 어떠냐며 둘째 이야기를 종종 꺼내곤 한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비록 고양이긴 하지만 이미 때때에겐 형 둘에 누나 하나, 게다가 예쁜 여동생까지 있으니 분명한 5남매라고 말이다. 나중에 때때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또다시 출산과 육아를 반복할 자신이 없는 엄마에겐 아주 좋은 핑계다. 온기를 전해줄게 내 어린 시절도 늘 동물과 함께였다.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강아지 동생들에게는 속 시원히 다 털어놓고 위로받곤 했다. 그들은 분명 어린 시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제였다. 슬픈 일이지만, 때때가 중학생이 되면 고양이들은 하나 둘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과 시간이 때때에게 사랑의 소중함과 기쁨을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을, 그래서 훗날 더 많은 생명을 품어 줄 커다란 나무 같은 아이로 자랄 것을 나는 믿고 있다.아이들이 빛나는 시간을 꽃피우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용복이, 또복이, 행복이, 때때, 금복이의 모든 순간에 신나는 일이 가득하도록, 언제나 온기를 전해주며 함께 길을 걷는 엄마가 되어줘야겠다. 글.사진 강은영에디터 이혜수<BABY&CAT-이 계절을 함께 걷자>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10-08 17:3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