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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9-24 16: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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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9-24 16: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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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접객의 프로
뱅갈인 폴리와 하니는역시 엄청난 개냥이다.이런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너무 자랑스러운 나는기회만 되면 눈치 없이 질펀하게자랑을 늘어놓곤 한다.그래도 어쩌나!자랑하고 싶은 게 넘치고 넘쳐서멈출 수가 없는걸.보자, 오늘은 여기에보따리 하나를 풀어볼까?
오이스터의 영업왕폴리와 하니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월급날 통닭을 사 온 아버지를 반기듯,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환대해준다.버선발로 총총 뛰어나와 나를 맞이하는 폴리와 이에 질세라 청량하게 울며 아장아장 뒤따라와 배를 보이며 박치기를 시전하는 하니까지.아이들에게 매번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 가끔 울적해도 그 기분이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집사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 오이스터 스튜디오에 오면 상당한 수준의 접객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이따금 집사에게 질투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서비스라면 상상이 가시려나?! 그 이유 때문인지 오이스터 스튜디오의 재방문율은 꽤 높은 편이다. 특히 폴리는 많은 애묘인의 로망인 무릎냥이로, 평소에는 주로 집사의 무릎을 방석처럼 이용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오면 새 방석(?)에 아주 안락하게 똬리를 튼다.그러면 오이스터 게스트들은 저린 다리와 차오르는 방광의 압박에 괴로움을 호소하면서도 혹여 폴리가 다시 안올라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쉬 내려놓지 못한다. 하지만 걱정 마시길. 다시 앉아 있노라면 어느새 폴리가 애살맞게 울면서 자리를 잡고 있을 터. 반면 시크해보이는 집사 바라기 하니는 예고 없이 손님들의 무릎에 올라앉아 천연덕스럽게 그루밍을 하거나 장난감을 발밑에 툭 떨구고는 칭찬의 궁디팡팡을 요구하는 깍쟁이다.그리고 아주 가끔 기분이 최상일 때면 골골송을 부르며 핥아 주기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집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질투를 도무지 감출 길이 없다. 냥므파탈의 기술폴리와 하니는 어쩜 이렇게 둘 다 낯가림이 없는지 수줍음 많은 내게 폴리와 하니는 유능한 영업사원, 아니 처세의 여왕님이시다.영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다? 바로 첫인상! 강렬하고 화려한 코트를 걸친 뱅갈들은 시크한 외모로 일단 상대의 기선부터 제압한다.그리곤, 혼을 쏙 빼는 애교와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을 한 조각도 남김없이 가져린다. 이런 냥므파탈 고난도의 처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무서운 인상만큼은 꽤 자신 있지만(?) 회심의 한방이 없다 보니 중요한 순간에 늘 고전을 면치 못하는 나는, 폴리와 하니가 내심 부럽다. 오이스터 스튜디오에는 이렇게 마스코트이자 열혈 사장님 두 마리와 비서 한 명이 지내고 있다. 셋이 있기엔 공간이 넓지 않아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겠지만, 당분간은 의기투합해서 오이스터를 열심히 꾸려가기로 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두 사장님을 모시게 된 후로 기대치 않게 좋은 일이 하나씩 하나씩 꾸준하게 생겼던 것 같다.그중 하나가 이 잡지에 기고하게 된 것인데 부끄럼쟁이인 집사 대신 우리 사장님들이 이렇게 적극 홍보를 하고 계신 거다. 또 스튜디오에 누구라도 일단 들어오면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는 접객의 프로이시니 비서이자 디자이너인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자, 이만하면 고양이는 도도하고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종족이라는 이야기만 줄곧 들어오던 집사가 팔불출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집사가 되고부터 내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사는 게 쉽지만은 않아서 다신 안 태어나는 게 제일 좋은 옵션이지만 꼭 환생해야 한다면 인간 말고 숨만 쉬어도 귀여운 고양이로 살고 싶다. 웬만하면 부잣집 고양이로. CREDIT글 사진 장보영에디터 조문주<오이스터 스튜디오-접객의 프로>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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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지친 맘을 달래는 복덩어리 복남
수의과 대학에 다니면서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주변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동기들이 많다는 것이다.덕분에 시험기간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큰 도움을 받고 있다.그렇게 우리는 종종서로의 반려동물을 자랑하면서공부할 에너지를 얻곤 한다.그러나 이 끝없는 자랑 속에서최후의 승자가 있었으니.
시험공부는 고양이와 함께최후의 승자란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는 자취생’이다. 그날 역시 나는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같은 과 자취생 언니의 집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언니 오늘 공부 어디서 할 거야? 카페? 도서관?”“나 집에서 하려구. 우리 집 가서 공부할래? 내가 저녁 해줄게!” 기숙사생인 나에게 언니의 자취방은 꿈의 공간이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깔끔하고 센스 있는 인테리어와 언니의 훌륭한 요리 솜씨 구경은 두 번째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언니의 반려묘 ‘복남이’의 존재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올리브색 눈동자와 진한 연필로 공들여 그린 것 같은 섬세한 이마 가르마를 소유한 고양이 복남. 복남이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은 훌쩍 지나 있다. 집사가 되기 위해서는복덩어리 복남이는 동기 언니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한다.귀가시간은 빨라졌고, 약속도 줄어들었다. 자기 물건은 잘 안 사면서 복남이 물건은 이것저것 사들이는 등 소비 패턴까지 바뀌었단다.복남이의 열성 팬인 내가 생각하건대, 현재 언니는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고 본다. 오늘도 언니는 복남이의 깔끔한 성격과 습식 캔 사료를 좋아하는 입맛을 맞추기 위해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생활하고 있다. 사람보다 훨씬 작은 생명과 가족이 되었지만, 신경 써야 할 일은 더욱 많아졌다는 그녀. 복남이는요왜 이름을 하필 ‘복남이’로 지었느냐는 물음에 언니는 대답했다.“원래 이름이 촌스러워야 오래 사는 거 몰라?“ 언니는 “나도 올리브색 눈동자를 따 ‘올리’라고 지을까 고민했었어!’라며 장난스레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 복남. 비록 그 귀티 나는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복남이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는 언니의 소망이 담뿍 담긴 사랑스런 이름이다. 그럼에도 촌스러운 이름인 건 어쩔 수 없다. 분명 이름에 혀를 굴리는 발음 하나쯤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복남인 잘생겼으니까.복남이의 미모를 감상하느라 넋이 나간 나에게 언니가 말했다.“복남이 당면이랑 노는 거 좋아해. 공부 안 할 거면 당면 가지고 복남이랑 놀아줘!” 묘생 1년 차 복남이는 우연한 기회에 마음에 꼭 드는 장난감을 찾았다고 한다.그녀가 요리하면서 흘린 당면 하나에 세상 행복해했다던 복남이.그 당면 한 가닥을 가지고 씹고 뜯고 맛보고 온갖 사냥 놀이를 하며 놀았단다.그 모습을 본 그녀가 새로운 당면을 하나 꺼내서 요리조리 흔들어주자, 복남이는 처음으로 날아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이제는 그녀가 부엌에 가서 부스럭 소리만 내도, 쪼르르 달려와 ‘당면 줘!’ 하며 열심히 애옹애옹 운다고 한다. 복남이가 잠든 사이복남이의 치명적인 자태에 홀려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우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제 막 시작된, 시험 지옥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책을 펴고 노트북을 킨다. 그렇게 각자 자신만의 공부 세계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할 때쯤 복남이도 활동을 시작한다.집사의 노트북 위에 올라가서 아무 단어나 만들어 보기, 집사의 책 위에 올라가서 고롱고롱 노래 부르기, 물 바꿔달라고 항의하기 등등. 시험공부는 아무래도 복남이가 단잠을 자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우리는새벽 늦게까지 깨어 있어야 할 테지만, 공부에 지칠 때쯤 한 번씩 곤히 잠든 복남이의 동그란 솜방망이 발을 보며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CREDIT글 사진 성예빈에디터 이혜수복남이 인스타 boknam_the_cat <예비 수의사의 일기-지친 맘을 달래는 복덩어리 복남>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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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모카와 두부는 여섯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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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어릴 때 엄마와 헤어졌어요.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엄마 젖도 제대로 떼지 않은상태로 헤어졌다고 해요.그래서 지금도 우유를 먹으면엄마 젖을 먹는 기분이라,가끔 집사의 우유를 할짝대곤 해요.저도 형제가 있었는지는 몰라요.그런데 집사는 아마 내가형제 많은 집의막내인 것 같대요.잘 삐지고, 샘 많고,식탐이 많아서 그렇다나요.
바쁜 고양이 모카 아침엔 잠이 많은 집사를 깨우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사실 몇 번을 깨워도 잘 일어나진 않는 편이라, 결국 저도 옆에서 다시 자 버리긴 하지만요. 낮에는 포근한 이불에 들어가 잠을 자요. 자다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으면 너무 무서워요. 전 외로움을 아주 많이 타거든요. 자다가 부스스 일어나 야옹야옹 집사와 두부를 찾으면, 집사가 반가운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불러줘요.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같이 사는 두부는 착하지만 좀 느리고 답답한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가끔 화내고 때리는데, 미워서 그런 건 아니에요. 장난치는 건데 두부가 엄살이 좀 심하거든요. 예전에 우다다를 하다가 실수로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있어요. 너무 무서워서 그냥 앞만 보고 달렸는데, 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멈춰섰어요. 춥고 어두운 곳이라 너무 무섭고, 집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어서 덜덜 떨고 있었어요. 조금 있다가 집사가 눈물로 범벅이 돼서 저를 부르며 달려 와줬어요. 다행히 같은 건물의 옥상이었다고 해요. 그 이후론 다시는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저도 무서웠지만, 집사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다시 또 보고 싶진 않거든요. 집사 무릎 위에서 식빵 구우며 느긋하게 잠드는 밤이, 나는 참 따뜻하고 좋아요. 나는 아직도 엄마가 기억나요. 형제 중에서 가장 늦게까지 엄마랑 같이 살았거든요. 형제들이 하나둘 씩 떠나가고, 그때마다 엄마가 훌쩍거리며 나를 꼭 껴안아 주었죠. 나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작고 약했대요. 그래서 엄마가 늘 나를 감싸주고 먹을 것도 더 챙겨줬어요. 모카는 엄마 얼굴도 모른다고, 내가 부럽대요. 그런데 난 잘 모르겠어요. 엄마 얼굴이 기억나는 게 가끔은 많이 슬프거든요. 꿈에서는 옛날처럼 같이 뛰어놀고 늘 엄마 품에서 잠들 수 있어요. 그래서 많이 자려고 해요. 그럼 엄마를 자주 볼 수 있으니까. “아예 생각도 안 나면 덜 슬플까?”라며 모카한테 말했다가 한 대 맞았어요. 배부른 소리 한다고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모카와는 달리, 저는 입이 조금 까다로운 편이에요. 조금이라도 낯선 음식에는 입도 안 대죠. 그래서 아픈 데도 없고, 속도 늘 편해요. 아무거나 받아먹고 주워 먹는 모카는 가끔 배탈이 나거든요. 캣 타워의 맨 위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식빵 굽는 걸 가장 좋아해요. 모카는 매일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녀석이라 여기까지 잘 안 올라와서, 거의 제 피신처 같은 곳이죠. 위에서 내려다보면 집사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고, 모카는 이리저리 참견하며 다니다가 집사의 커피에 몰래 발을 넣어 맛보더라고요. 걔는 왜 이리 사람 먹는 거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가끔 저를 귀찮게 하고, 또 가끔 제 밥까지 홀랑 먹어버리는 얄미운 녀석이지만, 이제 모카 없는 조용한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모카는 불같은 성격이라 금방 화르르 불타오르고 금방 식어버려요. 나는 상처받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게 좋아요. 그런 나에게 소심하다고들 하지만, 그것보단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고 해두면 좋겠어요. 나는 그런 고양이니까요. CREDIT글 이수현사진 최상원에디터 조문주<냥이의 숲-모카와 두부는 여섯 살>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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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마루의 젤리 발도장
- 영국 출신 개냥이 마루 마루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고향인 런던에서 4개월, 서울에서 2개월을 지낸 마루는 현재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두 달째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집사가 가는 곳마다 함께 따라다니다 보니, 이제 고작 8개월밖에 되지 않은 마루는 벌써 3개 나라에 젤리 발도장을 찍은 ‘여행냥’이 되고 말았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새로운 곳에 가면 밥도 잘 안 먹고 숨어서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마루는 이상하게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금세 배를 홀라당 까고 드러눕더니 골골송을 불렀다. 지금도 마루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 경계하기는커녕 신나서 놀자고 달려가는 개냥이다. 그래서인지 이사를 꽤 많이 했음에도 새로운 집에 도착하면 무서워하기는커녕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탐색전을 펼친다. 마루는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마루를 영국에서 한국으로 데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마루를 비행기 화물칸에 혼자 두고 싶지 않았던 나는 기내 동반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비행기 한 대당 데리고 탈 수 있는 동물 수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여차여차 운 좋게 예약을 하긴 했는데, 하필 비행 당일 아침에 마루가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당장 표를 취소하고 부랴부랴 동물 병원부터 달려갔다. 검사 결과 다행히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 다시 처음부터 표를 사고 마루 자리를 예약해야 했다. 너무 막막했지만 ‘마루를 책임지기로 한 이상, 이런 변수들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겠지.’라고 자신에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신 준비를 이전보다 더 철저히 했다. 비행기 안에서 또 설사를 할까 봐 기내용 가방에 마루 화장실이랑 모래를 바리바리 싸서 갔다.'혹시 실수했나?’ 싶어 계속 배변 패드를 체크하느라, 또 몇 번씩이고 기내 화장실에 가서 마루 배변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걱정했던 건 큰 비행기 소음과 비좁은 공간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 마루가 계속 울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집사의 마음을 알아준 것인지, 마루는 16시간의 긴 비행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야옹’ 소리도 않고 얌전히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말 힘들었던 비행이지만, 마루야말로 만만치 않게 힘들었을 터다. 씩씩하게 버텨준 마루가 기특하다. 이번엔 말레이시아로! 두 달 뒤, 마루와 난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엔 말레이시아다! 이전보다 비행시간도 훨씬 짧아진 데다가 마침 옆자리에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앉으셔서 한결 수월했다. 그분은 마루에게 “이야, 너 정말 출세한 고양이구나.”라며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마루는 일주일 동안 계류장(강아지나 고양이가 해당 국가에 입국하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곳. 질병이나 특이사항이 없는지 확인한다)에서 지내야 했는데, 이른 새벽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마루는 곧바로 그곳으로 보내졌다. 물론 면회가 가능하기는 했지만, 보호자가 없을 땐 마루 혼자 오랜 시간 케이지 안에 갇혀있어야 했다. 마루는 외로움을 잘 타서 내가 10분만 밖에 나갔다 와도 야옹 하고 마중 나오는 고양인데…. 일주일이나 혼자 둘 생각을 하니 너무 미안했다. 나는 날마다 마루를 보러 계류장에 갔다. 도착해 케이지 문을 열어주면 마루는 온몸을 쫙 펴 가며 스트레칭을 한 다음, 하루 동안 아껴둔 애교를 다 피우러 다가왔다. 어느 새 너무나도 길었던 일주일이 지나갔다. 마루를 데리고 돌아가는 길은 처음 마루를 만났을 때만큼 들뜨고 설렜다. 다행히도 마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집에 들어가자마자 ‘푹’ 누워서 골골송을 불러댔다. 그동안 밀린 폭풍 애교는 덤이었다. 곧 우린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또 그다음엔 어디로 가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마루가 있어 정말 든든하다.앞으로도 쭉 나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어디를 가든 마루가 함께할 테니까. CREDIT글 사진 한예림에디터 이혜수<HI MARU-마루의 젤리 발도장>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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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너와 함께한 사계절
처음 만났을 때 든 생각은'고소한 콩떡인절미처럼 생겼네?’였다.콩떡 인절미는 조그만 발로집 안을 아장아장 걸어다니고,킁킁 냄새를 맡으며탐색전을 펼쳤다.그 모습이 정말 너무 귀여워서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세상에 이렇게귀여운 고양이가 있다니.그리고 그 고양이가 바로내 고양이라니!
봄 많은 분이 “새리는 왜 새리예요?”라며 이름의 유래에 대해 묻곤 한다. 사실 여기엔 다소 허무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때는 2019년 봄. 나와 친구들은 아기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 장난삼아 “이 새뤼 뭐 하냐?”라고 웃으며 떠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머리에 꽂히는 한 단어. ‘이새리? 어? 괜찮은데?’ 사실 이게 끝이다. 하나 말해둘 것은 난 이씨도 아니라는 점. (웃음) 그렇게 작은 인절미는 이새리가 되었다 여름 한창 날씨가 더워질 무렵, 이제 좀 컸다고 새리는 점점 ‘냥아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새리야~” 하고 부르면서 열심히 새리를 쓰담쓰담 해주고 있었는데, 새리가 갑자기 “컹! 칵!” 하는 이상한 소릴 냈다. 나는 새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새리가 왜 강아지처럼 짖을까요?” 하지만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정말 충격적이고 웃겼다. 글쎄 ‘고양이가 침을 뱉는 것’이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반성을 하며 “미안해 새리야, 이제 귀찮게 안 할게.”라고 속삭이며 쓰다듬어줬다. 아니나 다를까 또 0.1초 만에 침을 뱉는 이새리. 그 해 여름, 나는 우리 이새리가 어쩔 수 없는 냥아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을 걸핏하면 나에게 침을 뱉던 냥아치 새리는 어느 순간 ‘개냥이’로 변했다. 나만 보면 졸졸 쫓아다니며 애교를 부리더니, 얼마 안 있어 하루 온종일 울어대기 시작했다. 애옹애옹. ‘혹시 내가 충분히 못 놀아주고 있는 걸까?’ 하는 마음에 흡사 한 마리 곤충이 되어 온갖 장난감을 동원해 열심히 놀아줬지만, 새리는 그런 내겐 눈길조차 안 주고 그저 울기만 했다. 도대체 얘가 왜 이럴까? 속상한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고양이 발정 시 행동’에 대한 글이었다. 바로 이거다! 나는 날이 밝자마자 급하게 병원을 예약했다. 시간에 맞춰 방문한 내게 선생님은 “벌써…?”라는 강력한 멘트를 날리더니 수술실로 사라졌다. 길게만 느껴졌던 30분이 지나고, 선생님은 비장한 얼굴로 새리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렇게 19년 가을 이새리는 중성화를 마친 어른(?)이 되었다. 겨울 새리는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작은 인절미에서 왕 인절미로 성장했다. 차가워지는 날씨에 나는 보일러를 틀었고, 묘생 9개월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뜨뜻한 보일러 바닥에 새리는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다. 따뜻한 바닥에 앉아 식빵을 굽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때 절대 허락 없이 만져선 안 된다. 반드시 코 인사를 정중하게 한 이후 조심스레 만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 사이 새리는 다시 냥아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금 멀게 느껴지지만, 곧 새리와 처음 만났던 따뜻한 봄이 돌아올 것이다. 함께 보낸 요 1년, 울고 웃고 마음 졸이고 또 안도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요즘 나는 다가올 새리의 첫 생일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궁리하는 중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축하해 줄 것이다. 또다시 돌아올, 우리가 함께 보낼 사계절을 기대하면서 말이다.CREDIT글 사진 홍예원에디터 이혜수<곰돌이 새리-너와 함께한 사계절>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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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도 저마다 취향이 있다.
사람들의 성격과 취향이 모두 다르듯, 고양이들에게도각자의 성격과 취향이 존재한다!
고양이의 취향? 고양이들은 좋아하는 향과 맛, 촉감, 장소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소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야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저 밥을 챙겨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에 좋은 기억들을 많이 심어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역할이지 않을까. 틸다와 함께한 5년 동안 내 나름대로 틸다를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 틸다도 저만의 성격과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틸다는 엄청난 참견쟁이다. 관심받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소외당하는 건 절대 참지 못한다. 왕성한 호기심만큼 겁도 많아서 집사와 친분이 없는 낯선 이는 잔뜩 경계한다. 또 두툼한 극세사 담요는 좋아하지만 푹신한 쿠션은 좋아하지 않는다. 세탁한 침구를 좋아해서 침구 교체하는 날이면 이불 위를 뒹굴 거리며 환영 세례를 한다. 이 밖에도 틸다만의 웃기고 독특한 취향들이 많아 1박 2일을 꼬박 새워야 모두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고양이 용품 쇼핑하는 법 고양이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종종 '우리 고양이의 최애 장난감이에요' 라든지 '우리 고양이는 잘 안 쓰네요' 같은 극과 극의 피드백이 오곤 한다. 이처럼 고양이의 취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장난감과 생활용품인데 고양이는 좋다 싫다고 말을 하지 않으니 집사로선 답답한 경우가 많다. 다른 집 고양이가 잘 쓴다고 해서 비싼 돈을 주고 장난감을 샀는데 막상 우리 고양이는 포장 박스에만 들어가 있을 때면 정말 속상하고 난감하다. 그래서 평소에 반려묘의 취향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종류의 제품들을 많이 사보고 실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우스나 스크래쳐 같은 종류는 처음 샀을 때 바로 쓰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장소로 옮기거나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근처에서 놀아주며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좋다. 모래나 사료는 갑자기 바꾸면 당황하기 때문에 천천히 원래 사용하던 것과 섞어서 천천히 바꿔주어야 한다. 장난감은 최대한 다양한 것들로 구비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낚시 장난감, 막대 장난감, 쿠션 장난감 등을 주고 어떤 움직임을 좋아하는지, 소재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두면 추후 다른 장난감을 살 때 실패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취향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틸다와 함께 해 왔지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틸다만의 취향이 있다. 그중 하나는 노트북이나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펄쩍 나타나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버리는 거다. 훨씬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이 많은데 왜 굳이 좁고 불편한 곳에 웅크리기를 자처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식탁에 밥상을 차리면 그릇들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다니며 집사들을 긴장시킨다. 같은 디자인의 장난감도 원래 갖고 놀던 것보다 새것을 더 좋아하고, 캣닢 가루는 좋아하지만 캣닢 장난감은 시큰둥하다. 가끔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틸다만의 특별한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어느덧 5년 차 집사 나도 어느덧 5년 차 집사가 되었다. 연차가 쌓인 덕분일까? 모든 것이 서툴고 조심스러웠던 초보 집사 시절에 비하면 제법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제는 틸다의 눈빛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지만, 간혹 말없이 내 눈을 뚜렷하게 응시할 땐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아직도 이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이 익숙하기보다 신기하고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틸다를 통해 하나둘 깨우쳐간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동안 틸다에게 좋은 시간으로 기억되는 날들이 더 많았기를. 그리고 앞으로도 기쁘고 즐거운 기억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CREDIT글 사진 송지영에디터 조문주<장난감 가게의 틸대리-고양이도 저마다 취향이 있다>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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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 식빵이 가져다 준 마음의 평화
창문 틈새를 비집고 볕이 들면,바닥엔 따스한 온기가사르르 스민다.‘도도도독’ 하고잰걸음으로 걸어온 고양이는바닥에 얌전히 엎드려그 따뜻함을 오롯이즐길 준비를 한다.
식빵 굽는 고양이고양이가 식빵을 굽는 단계는 꽤나 체계적이다.먼저 통통한 두 앞발을 ‘포옥, 폭’ 하고 순서대로 가슴팍에 꽂아 수평을 맞추고, 복실한 겨울 털이 잔뜩 오른 묵직한 궁둥이로 몸 전체의 중심을 잡아 몸을 둥글게 한다.고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눈은 지그~시 감아준다. 정확히 10시 10분의 형태로.따뜻한 햇살 아래 고양이는 기분이 좋다. 금세 골골골 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온다. 그 모습은 마치 갓 구워 모락모락 연기 나는 식빵의 모습과 꼭 닮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두고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다’고 한다.또 고양이들은 단체로 식빵을 굽기도 한다. 햇살 좋은 날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하나둘 고양이들이 나타나는데, 모두 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하고서 부처님 같은 얼굴로 식빵을 굽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양이들은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걸까?궁금한 마음에 그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다. 고양이들은 신체 부위 중 유독 앞발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잠을 잘 때도 앞발을 꼭 품속에 고이 넣고선 잠이 드는 것이라고 한다. ‘아아, 너무나도 소중한 내 앞발!’이란 말이지. 풉, 역시 고양이는 엉뚱하고 너무 귀엽다. 식빵 자세까지도 냥바냥우리 집 보리굴비 식빵은 어떨까? 물론 보리도 식빵을 굽지만, 그 자세는 굴비만 못하다. 자고로 ‘고양이 식빵 자세’라 함은 앞발을 접어 가슴팍에 밀어 넣는 것이 정석이라 생각하는데, 보리는 꼭 두 앞발이 삐죽 나와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집사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냥바냥(고양이 by 고양이. 고양이마다 성격도 특징도 다르다는 뜻)’이란 단어가 나온 것도 이해가 간다. 반면 굴비는 식빵을 자주, 많이 굽는다. 당장에라도 막 구워진 달큰한 식빵 냄새가 풍겨올 것만 같다.굴비의 모색, 등 부분의 회색 털과 배 쪽의 하얀 털은 턱시도 입은 펭귄을 생각나게 하지만, 얌전히 앞발을 가슴팍에 넣고 겁 많은 눈동자를 되록되록 굴리며, 납작 엎드린 채로 열심히 식빵을 굽는 굴비를 보노라면 생크림을 양껏 넣은 먹물 식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통통한 체형 덕분인지 굴비 식빵은 유난히 더 둥글고 쫀쫀해 보인다. 종종 개인 SNS에 굴비가 식빵 굽는 사진을 올리곤 하는데, 그때마다 “굴비 식빵 포장되나요?”, “굴비 식빵 10개 부탁합니다”와 같은 재미난 댓글이 달리곤 한다. 모두가 사랑하는 굴비 식빵의 집사로서 너무나 행복하다. 안 귀여워하곤 배길 수 없지‘고양이 식빵’.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대체 고양이와 식빵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실제로 고양이에 대해 관심 없는 주변 사람들은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에게 많이도 물어왔다.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내 핸드폰에는 이미 열심히 식빵을 굽는 고양이들의 수많은 사진이 존재한다. 누구에게든 일단 보여주고 나면 이내 보일 듯 말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은 미소와 함께 덧붙이는 한마디.“귀엽다…. “ 그래! 안 귀여워하고는 배길 수가 없지. 누구 고양인데!이렇게 오늘도 난 열심히 내 고양이 자랑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어쩔 수 없는 보리굴비의 집사다. (웃음) CREDIT글 사진 차아람에디터 이혜수<나만 없어 고양이 탈출기-고양이 식빵이 가져다 준 마음의 평화>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