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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9-24 16: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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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2 1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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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2 15: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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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20-06-10 14: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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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구질구질한 사랑
- “아닌데 사람 좋아하는데?”쭈그리고 앉아 양손을 내밀고 애타게 하맹이를 부르고 있다. 웬일로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한데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해있다.하맹이가 골골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달려온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안아주려는 찰나에 나를 스치듯 지나쳐 사료를 먹는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들고 나를 한번 쳐다본 뒤 다시 사료를 먹는다. 명백하게 나를 기만하고 있다. 손님들이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보고 피식거린다. 사실 난 평소에 굳이 하맹이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서로 쿨하게 모르는 척 지나칠 때도 있고 어쩌다 기분이 좋으면 내가 가볍게 서로의 몸을 터치하는 정도의 선을 지키는 쿨한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다. 그런데 지금 내가 구질구질하게 하맹이에게 관심을 요구하는 건 창가 자리에 앉아서 웃고 있는 후배 때문이다. 주말 점심부터 대학교 후배가 카페에 왔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아침에 웃고, 점심엔 화나 있으며, 저녁엔 초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도통 예상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친구다.2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기도 한 후배는 며칠 전부터 하맹이를 보러 온다더니 전화 한 통 없이 대뜸 나타났다. 하맹이의 성격을 묻기에 독립심이 강하고 자기가 원할 때 아니면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배가 하맹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하맹이도 가만히 앉아 후배와 눈을 맞춘다. 후배가 입을 열고 말했다.“아닌데, 사람 좋아하는데?”아무리 고양이를 키운다지만 7개월을 동거 동락한 나보다 더 하맹이를 잘 안다는 듯한 말투. 자존심이 상한 나는 절로 콧방귀가 나왔다. 하맹이를 쳐다보며 후배에게 말했다.“그럼 어디 한 번 만져봐.”후배가 나를 보고 웃었다. 왠지 대학 때도 저 웃음을 본 것 같았다. 후배가 에코백에서 강아지 풀 같은 장난감을 꺼내 살살 흔들었다. 하맹이의 동공이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좌우로 움직였다. 그 뒤로 하맹인 후배가 집에 갈 때까지 껌딱지처럼 옆에 딱 붙어선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고양이는 원래 그래곁눈질로 창가 해먹에서 자고 있는 하맹이를 쳐다보고 있다.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긴 사람은 나다. 어느 날엔 콧물이 나길래 하맹이를 안고 새벽에 동물병원까지 뛰어간 사람도 나다. 그런데 머리를 몸에 비비며 교태를 부리고 '꾸르륵'거리며 비둘기 같은 기분 좋은 소리를 후배에게 내줬다. 나한테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여후배도 미웠지만 하맹이에게도 서운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자미눈을 뜨고 하맹이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내가 표현이 서툴러서 하맹이와 친해지지 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딱히 후배처럼 정성스럽게 장난감으로 놀아주지 않았고, 만지는 것도 싫어하는 것 같아 자제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서운했던 마음이 가시고 미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하맹이가 자고 있는 해먹으로 갔다. 가까이서 보니 그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것 같아 자는 하맹이의 표정이 어딘가 외롭게 느껴졌다. 눈가에 연민에 감정을 녹이고 오른손에 사랑을 가득 담아 하맹이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하맹이가 움찔거리더니 등을 세우고 기지개를 켰다. 다시 한 번 하맹이를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었다.‘날카로운 하맹이 이빨에 물려 손가락에서 피가 났다.’‘처음엔 원래 그래. 친해지려고 노력해봐.’내 방 컴퓨터 의자에 앉아 후배가 보낸 카톡을 읽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자존심이 상해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오늘도 하맹인 나와 멀리 떨어져 냉장고 위에서 자고 있다. 하맹이에게 다가가 까치발로 서 하맹이를 번쩍 들어 올려 품속에 안았다. 하맹이 얼굴에 내 볼을 대고 비벼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던 하맹이는 몇 초 뒤 정신을 차렸는지 발톱을 세우고 몸부림친다. 결국 팔뚝 여기저기 상처가 났고 버티다 못해 하맹이를 놔줬다. 이젠 냉장고보다 더 멀리 떨어져 신발장에서 잠을 잔다. 츄르를 꺼내 유인해보지만 반응이 없다. 방울이 달린 쥐 인형을 주술사처럼 흔들었다. 왠지 하맹인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 잡고 있던 장난감을 책상에 휙 집어 던지고 하맹이에게 등진 채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대단한 고양이새벽에 잠에서 깨 몸을 뒤척였다. 발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비닐 소리를 좋아하는 하맹이를 위해 침대 위에 비닐을 깔아놓았었다.등에서 땀이 난다. 전기장판을 뜨끈하게 틀어놓으면 하맹이가 내 옆으로 와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하맹이와 친해지긴 힘들것 같다고 생각하며 체념한 채 화장실에 가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옆에 놓아둔 베개에 하맹이가 자고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며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간 서운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헤벌쭉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도 난 하맹이에게 사랑을 갈구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를 언제나 구질구질하게 만드는, 하맹이는 참으로 대단한 고양이다 .CREDIT글 사진 양세호에디터 조문주<바리스타 하맹이-구질구질한 사랑>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9-24 16: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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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고양이와 함께 결혼하기
3년 차 부부인 우리는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연애와 결혼에는저마다의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이번 호에서는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독자분들께 조심스레 털어놓아보려 한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프고 갈 곳 없는 아이 들을 집에서 돌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네 마리를 반려하게 되었다. 그런 나를 보며 지인들은 고양이에게 쓸 돈과 시간을 남자에게 쓰라며 내 미래를 걱정하곤 했다. 결혼도 안 한 여자가 많은 고양이와 생활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확실히 연애를 반복할수록 ‘고양이가 많다’는 점은 마이너스가 됨을 실감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빌미 로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들 역시 끝내는 고양이를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건넸고, 그 즉시 인연을 잘라내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선택한 내 가족인데. 언감생심, 어디 굴러 들어온 인간이 박힌 고양 이를 빼내려 한단 말인가. 그런 일들이 반복되며 나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함께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네 마리의 고양이에게 어울리는 집을 구하고 우리가 먹고 살 만큼 저축을 하며 돈을 버는 그런 삶 을 이어나가리라고 다짐했다.“근데 난 고양이 네 마리가 있는데…괜찮겠어?”
고양이 4마리 키우는 여자그러다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 역시 어머니가 길에서 냥줍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집사였고 나보다도 훨씬 더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이었다. 소, 닭, 돼지는 물론 작은 새우와 물고기가 죽는 게 싫어 채식하는 남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먼저 프러포즈를 해버렸다. 프러포즈하며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근데 난 고양이 네 마리가 있는데…괜찮겠어?”라고.우리는 결혼 후 어미 잃은 아기 고양이들 수유 임시보호를 꾸준히 맡았다. 그중 한 마리는 시댁에서 둘째로 맞았고 두 마리는 우리가 입양해 총 여섯 고양이와 살게 되었다.결혼하고 1년 정도는 내가 데려온 성묘 네 마리와 남편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때를 회상하며 ‘아이 넷 딸린 여자와 결혼한 느낌’ 이었다는 남편의 말에 숨이 멎을 것처럼 웃었던 기억이 있다.내가 세상 전부일 테니까고양이가 낯선 집과 낯선 가족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방황하고 불안해할 녀석들을 생각해서 처음 한 달 정도는 따로 방을 내주어 네 마리가 함께 생활하며 천천히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남편의 냄새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의 첫째 고양이는 침실에 들어와 남편 냄새가 묻어있는 베개에만 일부러 소변을 봤다. 몇 개의 베개가 버려진 후 일정 기간 동안 침실은 고양이 출입 금지 구역이 되었다. 결혼과 출산의 문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파양하고 유기하곤 한다.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자고 밥을 먹던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해야 하는 결혼과 출산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람들의 삶은 정말로 행복할까. 그렇게 이어가야 하는 인연이 정말 당신을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인연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발 본인의 반려동물을 삶에서 제외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에겐 당신이 세상 전부이며 유일한 가족일 테니까.나 역시 나와 고양이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 더 이상 사람이 끼어들 틈이 없을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나와 고양이들의 좋은 반려인이 되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나 또한 그에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데리고 온 고마운 사람이겠지.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도록 고양이와 우리가 함께하는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CREDIT글 사진 장경아에디터 조문주<Cat's Life-고양이와 함께 결혼하기>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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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기류의 하모니
날이 화창한 어느 날.부서지는 햇빛에 집 앞 공원 개울물은마치 자개 가루가 흩뿌려진 듯 반짝였다.문득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영롱한 자개무늬 장롱이 떠올랐다.그때 나는 감탄했었다.‘조개가 저렇게 예쁠 수 있구나.거친 껍데기 안에저렇게 아름다운 걸 숨기고 있구나.’하고.
대화의 형태 조니와 데비는 어렸을 적부터 장난을 치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어린이들 역시 노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 고양이들도 그렇구나.’ 싶었다. 남자아이인 조니는 도전적이고 격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고, 여자아이인 데비는 작은 반경 내에서 참 조신하고 차분하게 논다. 그날 역시 조니는 넘치는 에너지를 온 집안에 표출하고 다니느라 바빴고, 그러다 그만 창가에 놓인 예쁜 화초를 산산이 깨트려 버리고 말았다. 혼을 내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아끼던 화분이었던 터라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그때 나는 캣닢 인형을 던져주며 조니와 함께 놀고 있었다. 그러다 화초가 모여있는 곳에 인형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다음 조니가 취한 뜻밖의 행동에 나는 왈칵 눈물이 났다. 행여나 화분을 깨트리지는 않을까, 한 발 한 발 살포시 화분 위로 발을 디디더니 떨어진 인형을 조심스레 이빨로 물고 나오는 것이었다. 화분이 깨져버린 그날 조니는 엄마가 속상해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꼈고, 그런 엄마의 모습을 속상해했던 것이다. 거친 조개껍데기의 영롱한 이면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조니와 데비의 대화의 방식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더욱 깊게 느껴져 나는 감동에 젖곤 한다. 너희는 서로 뭐라고 말하고 대화하는 걸까? 너희의 눈짓과 몸짓. 주위를 둘러싼 기류를 타고,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매일같이 말을 걸고 있겠지. 사랑, 그 의미 데비가 트릿을 먹고선 잘 있다가 거실 한 귀퉁이에서 ‘켁 켁’ 기침을 했다. 아마 마른 트릿을 급하게 먹다가 목에 약간 걸린 모양이었다. 동시에 나와 낚싯대로 놀고 있던 조니는 그 소리에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나보다도 더 빠르게 데비에게 후다닥 달려가 킁킁 냄새를 맡고, 핥아주고, 또 살펴보는 것이었다. ‘왜 그래? 어디가 아파? 왜 그런 소리를 내?’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많이 아끼는구나. 조니가 데비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조니와 데비는 어렸을 적부터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둘 다 주먹만큼 작았을 때부터, 둥그런 라탄 하우스 안에서 누군가 자고 있으면 살며시 다가가 그루밍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니는 데비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든 양보해줄 때가 많았다. 맛난 간식 역시 ‘자, 너 더 먹어.’ 하며 자리를 비켜주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장난감 근처로 가 놀았다. 또 따뜻한 뜨개 스툴 위 조니의 자리는 항상 1/3정도로 비좁았다. 행여나 데비가 떨어질까 염려하는 듯, 조니는 언제나 자리의 대부분을 데비에게 양보하곤 했다.우리의 따스한 하모니 따뜻한 봄, 더운 여름, 시원한 가을, 추운 겨울에도 조니와 데비는 언제나 꼬옥 붙어서 자야 한다고 배우기라도 한 듯, 한쪽 발로 서로를 꼭 끌어안거나 품에 얼굴을 부비며 자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다. 내가 조니와 데비를 키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으로부터 내가 오히려 배울 때가 더 많다. 뾰족뾰족 표면이 거친 돌이던 나는 어느새 깎이고 깎여 매끄러운 조약돌처럼 변하고 있다. 사랑. 이 짧은 단어에 담긴 무게를 이 아이들은 내게 온몸으로 표현하며 알려주고 있다. 오늘도 우리의 도담도담 하우스는 조니, 데비, 그리고 우리가 나누는 따스한 마음과 하모니로 가득하다.CREDIT글 사진 김보미에디터 이혜수<도담도담 하우스-기류의 하모니>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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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아기, 그리고 아기 고양이
우리 집 사고뭉치,용또행의 기피 대상 1호.사람 아들 때때에게드디어 동생이 생겼다.세상 귀여운 치즈 냥이 남매 ‘삼뿜이’와 ‘사뿜이’가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섯 냥이+반인반묘 대가족 삼뿜이와 사뿜이는 이웃사촌인 모리네 집사님이 구조한 엄마 고양이 ‘단비’의 새끼들이다. 하지만 단비는 건강상 아기들에게 젖을 먹일 수 없었고, 나는 모리네 집사님을 도와 인공 수유 도우미를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인연은 자연스레 입양으로까지 이어졌다. 수컷인 용복이와 또복이는 성묘가 되고부터 서열 싸움을 하는 듯 자주 몸싸움을 했다. 또 성격이 잘 맞는 또복이와 행복이는 자주 붙어 다니면서 꽁냥꽁냥 놀았고, 질투가 심한 용복이는 점점 더 외로워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나는 ‘용복이에게 예쁜 여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암컷인 사뿜이를 데려오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수컷 삼뿜이의 입양 처에 사정이 생겨 당분간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 집은 ‘다섯 냥이+반인반묘 한 마리’의 대가족이 되었다. 저절로 엄마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깽이 두 마리와 시한폭탄 같은 18개월 남아인 때때가 한 집에 있으니 여기가 가정집인지, 어린이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없다. 좋은 점이 있다면 빈둥빈둥 누워있기 좋아하는 뚱뚱이 용복이와 또복이도 뿜이들과 함께 노느라 활동량이 훨씬 늘어났고, 이리저리 뛰어노는 뿜이들 덕분에 서열 싸움도 잠시 잊었는지 용복이와 또복이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본 지도 한참 되었다는 것이다. 뿜이들이 함께해서 좋은 점도 많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아졌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은 우리 집 서열 1위, 행복이다. 아깽이들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행복이 눈엔 그리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행복이의 미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자식들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자식이 생기면 저절로 엄마가 되는 건 줄 알았는데.역시 ‘엄마’가 되는 일이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뿜이들이 오는 첫날. 먼저 때때와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를 시켜놨다. 통제가 어려운 18개월 남자아이는 고양이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걱정이 무색하게 때때는 집에 고양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행동했다.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때때 손에 낚시 장난감을 쥐여 주었을 때의 반응이 잊히지 않는다. 때때는 행여나 뿜이들이 다칠까 제대로 낚싯대를 흔들지도 못하고 망부석처럼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 아기와 아기 고양이가 함께하는 일상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미치도록 예쁘다. 내 품에 안겨 뽀로로를 보는 때때 위에 사뿜이가 살포시 올라와 잠을 청하고, 그런 동생을 쓰담 쓰담 해주는 때때. 함께 뒤엉켜 잠든 모습, 혼나고 있는 때때에게 장난을 치는 뿜이들을 보고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라는 말이 이럴 때 하는 거구나 싶다. 본인도 신장 1m가 안 되는 꼬꼬마면서, 더 작은 뿜이들을 지켜주려고 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하게 기특하다. 이 작은 아이의 사랑을, 배려를, 따뜻함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이 작은 천사들이 맘 놓고 살아갈 수 있는 착한 세상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모여 만든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단 더 따뜻하지 않을까.온 힘을 다해 지켜줄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자꾸만 겹쳐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그땐 나를 둘러싼 이 세상이 참 나쁘게만 보였다. 하지만 무기력하던 내 삶에 어느 날 고양이가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힘을 내 열심히 살아보아야겠다고, 빈 주먹을 꽉 쥐게 만들어줬다. 이렇듯 나에게 고양이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고맙고도 은인 같은 존재다. 사는 게 힘들어 아이 낳을 생각은 차마 못 했는데, 자꾸 웃으며 살다 보니 내게 아기천사가 찾아왔다. 몸은 힘든데 자꾸만 어디서 힘이 솟아나고, 힘든 일이 생겨도 어느새 까먹어버리곤 웃고 있다. 약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이 천사들을 위해 나도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최선을 다해 지켜줄 것이다. 착한 마음에 상처 입지 않도록, 이 맑은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만 볼 수 있도록 말이다.CREDIT글 사진 강은영에디터 이혜수<BABY&CAT-아기, 그리고 아기 고양이>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STORY | 2020-09-24 16: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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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C. 혈연이 아니어도, 내가 택한 가족
-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줄리아 카메론은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에서 글이란 마음을 담고 치유하는 그릇과 같다고 설파한다. 그는 남편인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불륜으로 이혼하면서 얻은 고통과 분노를 씻어내는 수단으로 글을 썼고, 그 안에서 무한한 치유력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면 좋은 글이란 미려한 문장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글이 아닐까.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지만,《고양이 순살탱》을 출간하며내면의 치유를 경험한 김주란 작가에게서 그 치유의 힘을 다시 본다.김주란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5월이었다. 야옹서가의 첫 책 《히끄네 집》 출간을 앞두고 이신아 작가와 초고 자료를 함께 정리하러 갔던 제주 출장길에, 그 일대의 고양이 명소들을 돌아보고 귀경하던 참이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고단했지만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김주란 작가였다. 그와 연락하게 된 건,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스치듯 본 살구라는 고양이의 사진 때문이었다.▲한쪽 눈으로도 더없이 예쁜 표정으로 세상을 보는 둘째 살구한쪽 눈이 없는 고양이, 살구살구는 어렸을 때 한쪽 눈을 잃은 채 종이박스에 담겨 버려졌다가 작가에게 입양됐다. 하지만 첫날부터 첫째 순구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비장애묘인 순구와 싸워도 지는 법이 없을 만큼 당당했다. 게다가 남은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동그란 얼굴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이전 게시물을 거슬러 올라가 보호소 시절의 살구 사진을 보니, 작가가 얼마나 큰 사랑으로 살구를 돌봤는지 뚜렷하게 보였다. 성묘 입양과 더불어 장애묘 입양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줄 작가를 찾고 있었기에, 김주란 작가를 꼭 만 나고 싶었다.그는 “한 번도 제대로 글을 써 본 적 없는데 책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망설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마음을 끌었다. 전문 작가의 글을 받아서 책으로 만드는 건 쉽다. 그러 나 그보다는, 서툴고 어설픈 ‘초보 집사’ 시절을 거치며 지금도 꾸준히 고양이에 대해 배울 자세를 갖춘 평범한 사람의글이 더 큰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다.▲순살탱 셋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작가작가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보니, 순구와 살구의 귀여운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던 작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는 강압적인 아버지 밑에서 오랜 기간 힘든 시절을 보냈고,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데도 딱히 치료법이 없는 섬유근통증후군이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사그러들지 않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순구와 살구가 주는 평안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노라고 했다. 아픔이 있는 고양이를 인간이 구원하는 것뿐 아니라, 아픔을 간직한 사람의 마음을 고양이가 치유하는 이야기도 함께 담고 싶었기에 흔쾌히 계약을 제안 했고, 2년간에 걸친 집필이 시작됐다.고양이 사진 일기도 작품이 된다흔히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 사진이라고 하면 세계의 풍광 좋은 장소를 찾아가, 자유롭게 놀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는 것을 상상한다. 물론 그런 고양이들만 모은 작품 사진도 멋있지만, 평범한 반려인이 가장 자주 보고 사진 찍을 수 있는 대상은 바로 곁에 있는 반려묘다.자칫하면 흔한 스냅사진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을 집고양이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애정과 시간이다. 마음을 다해 오랜 기간 고양이의 생로병사를 기록한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가족의 역사가 된다. 다행히 작가는 첫 고양이 순구를 만난 순간부터 거의 매일같이 사진을 찍었고, 모든 사진들이 중요한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고양이들 사진을 찍은 것은 물론이다. 특히 매일 올리는 인스타그램 글은 《고양이 순살탱》의 소중한 씨앗이 되었다.▲엄마 껌딱지 노릇을 충실히 하는 셋째 탱구작가의 첫 고양이는 펫숍에서 데려온 순구였다. 고양이를 하나도 몰랐던 시절, 한번 구경만 해 보려고 들렀던 길이었지만,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하얀 새끼 고양이에게 연민을 느껴 충동적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링웜에 칼리시, 허피스바이러스까지 감염되어 있던 순구는 첫날부터 아팠다. 펫숍에 연락을 때 “문 제가 있으면 교환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그제야 생명을 상품처럼 거래하는 펫숍의 현실을 직시했다고 한다.그리고 그때부터 작가는 ‘고양이 공부’를 시작한다. 동물단체 에서 왜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말하는지도 알게 되고, 순구 의 납작한 코와 짧은 꼬리가 스코티시폴드 간의 동종교배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전질환의 징후 중 하나라는 것도 깨닫는다.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자의 아픔을 이해한다둘째인 살구를 보호소에서 데려온 것도, 이미 다 큰 고양이인 데다가 한쪽 눈까지 잃어서인지 오랜 기간 입양되지 않았던 살구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작가는 점잖고 순한 순구와 매일 장난치고 싶은 살구-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고양이를 키우며 생명의 다양성을 알게 되었고, 고 양이들 덕분에 매일 웃을 일이 생겨 힘든 투병 생활도 견딜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안구가 형성되지 않아 한 번도 세상을 본 적 없는 탱구를 셋째로 입양한 것도, 시각장애가 있는 살구를 키우며 공부한 경험이 탱구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였다. 놀라운 것은,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탱구가 뛰어난 기억력과 청각을 활용해 온 집 안을 누비고 다닌다는 점이었다.장애를 이겨내고 명랑쾌활하게 살아가는 살구와 탱구를 보며, 작가 역시 알게 모르게 삶의 의지를 배웠는지도 모른다. 고양이는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저 존재하는것만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일까. 고양이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다양한 고양이의 사 연을 접했지만, 살구와 탱구의 사랑스럽고 당찬 모습은 “고양이 출판사를 시작하길 잘했어”라고 되뇌게 만들었다. 어쩌면 묻힐 뻔했을 지도 모르는 이들의 귀한 이야기를 책으로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세 고양이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포착해, 매일 같이 사진으로 보여준 작가의 힘이 가장 크겠지만.▲좀처럼 단체샷을 찍기 힘든 순살탱 세 고양이가 함께한 장면을 어렵게 찍어 보았다.고양이가 가르쳐준 큰 사랑부모님도 동생도 있었지만 늘 외로웠던 작가에겐, 순살탱 세 마리 고양이가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깊은 유대감으로 맺어진 가족이 되어주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이웃한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졌다. 제주에 유독 많은 유기견과 들개를 보면 마음 아파하고, 집 앞에 찾아오는 길고양이에게도 급식소를 열어 매일 밥을 챙겨주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주란 작가의 첫 책 《고양이 순살탱》은 고양이라는 존재가 한 인간을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산 증거가아닐 수 없다.한국 고양이의 날 11주년 행사가 열린 지난 9월 9일, 서울에서 작가를 다시 만났다. ‘물범친구’라는별명으로 익숙한 남편과 함께였다. 세 고양이가 준 사랑으로 충만한 작가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작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오랫 동안 숙제처럼 미뤄둔 작업인 내 첫 고양이, 스밀라에 대한 책을 하루빨리 완성하고 싶어졌다. 이제 열 다섯 살인 스밀라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이 이야기의 끝을 스밀라가 없는 장면으로 매듭 고 싶지 않아서. 좋은 작가는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김주란 작가 역시 내가 만난 ‘좋은 작가’ 중 하나로 오래 마음속에 자리매김할 듯하다. CREDIT글 고경원사진 김주란<아틀리에의 고양이 - 혈연이 아니어도, 내가 택한 가족>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2 1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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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지 안아줄게
- 자몽이의 울음소리털이 없는 새끼 스핑크스 고양이를 위해 극세사 털이 가득한 담요를 준비했다. 새끼일 때 많이 안아주면 커서도 덜 ‘시크’하고, 사람과 잘 붙어 지낸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어서 우리는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아기처럼 자몽이를 담요로 감싸 안아주고 재웠다. 그렇게 일 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 우리는 자몽이 곁을 떠날 수 없었다.고양이가 주로 울음소리를 내며 의사표시를 강렬하게 하는 경우는 배가 고플 때, 화장실이 더러울 때, 놀고 싶을 때 등이 있다. 그런데 자몽이는 한 가지 경우가 더 있다. 바로 ‘졸릴 때’이다.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신 후, 화장실 까지 다녀왔는데 엄청 서럽고 불쌍하게 우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졸리다는 표시다. 자몽이는 졸릴 때, 밥을 주고 놀아주거나 화장실까지 치워줘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저 아기 때부터 쓰던 극세사 담요를 가지고 와서 포근하게 안아줘야만 울음소리를 멈춘다. 내 품에 안기고 나서야 자몽이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잠이 든다.불편해도 괜찮아자몽이의 졸리다는 의사표시는 꽤 당혹스러운 순간에 찾아온다. 첫 번째, 나는 집에 있는 시간에 주로 공부를 하는데 자몽이는 그 시간 이면 내 의자 밑에 와서는 굉장히 서럽게 운다. 자기는 밥도 먹었겠다 충분히 여유로움을 즐겼으니 이제는 잠이 와 재워 달라는 것이다. 나는 담요로 자몽이를 안아 무릎과 책상 그 사이 적당한 곳에 두고 공부를 마저 한다. 체온이 높은 고양이를 극세사 담요에 감싸 안았으니 겨울엔 따뜻하지만, 여름이면 굉장히 덥게 느껴진다. 하지만 안겨 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 자몽이를 위해서라면 무릎과 허벅지에 흐르 는 땀 정도야 참을 수 있다.두 번째는 퇴근하고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는 순간에 온다. 우리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으면 자몽이는 굉장히 서럽게 우는데 처음에 는 배가 고프다는 신호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미 사료를 든든히 줬는데도 불구하고 울고 있으면 ‘아! 밥을 먹었으니 졸리다는 거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면 우리는 밥을 먹다 말고 주섬주섬 담요를 가져와서 자몽이를 왼팔로 안고 오른손으로 밥을 마저 먹는다.아직 아기가 없는 신혼집인데도 아기가 있는 집처럼 자몽이를 돌아가 며 안아 서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엄마 아빠의 왼팔에 안겨 있으면서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는 자몽이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밥을 먹다 가도 웃고는 한다.세 번째는 밤 10시쯤 남편과 내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때이다. 저녁 시간에 장난감과 열심히 놀았던 자몽이는 잠이 오는지 소파에 앉아있는 우리에게 와서 역시나 서럽게, 특히 밤에는 불쌍하게 운다. 그때 만약 우리가 TV에 정신이 나가 있으면 자몽이는 어느새 안방 침대 위 자신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짠한지 미안함이 마구 솟구친다. 그래서 우리는 자몽이가 울 때는 최대한 안아주려고 한다. TV를 다 보고 안방에 들어갈 때, 안고 있던 자몽이를 그대로 데리고 가 이불에 쏙 넣어준다. 그러면 ‘갸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이불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우리를 쳐다본다. 그 옆에 함께 누워 자몽이를 쳐다보면 편안함이 최고치에 달했다는 듯 자신의 베개에 얼굴을 대고 스르륵 깊은 잠이 든다.
이제 우리는 자몽이 곁을떠날 수 없었다.
안아줘야 잠이 드는 자몽이라서누군가는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습관을 잘못 들였다며 좋지 않은 말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구라도 ‘도도’한 줄로만 알았던 고양이가 졸음에 칭얼거리며 안아 달라고 다가오면 좋아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우리는 자몽이를 보며 미래의 아기는 안아줘야만 잠이 드는 버릇을 들이지 말자고다짐했다.비록 팔이 아프고 땀이 나며 밥을 불편하게 먹는다 해도 자몽이 묘생에서 행복한 일 중 하나가 안겨서 잠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몽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안아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머리맡 가장 가까운 곳에 누워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볼 수 있으며, 자기 전에는 얼굴 가까운 곳에서 굿나잇 눈인사를 건네주는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자몽이에게 말한다. ‘평생 네가 행복만 느낄 수 있도록 해줄게.’CREDIT글 사진 김성은에디터 이유경<스핑크스 자몽이 - 언제든지 안아줄게>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 STORY | 2020-06-12 15: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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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집고양이와 놀아주는 법
- 스위스 집사의 삶처음에는 스위스 펫샵에 가서 여러 가지 장난감을 구매해 봤다.조그만 쥐돌이 인형을 사 왔을 때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노아와 폼폼은 작은 인형을 축구공 차듯 차며 한 시간이 넘도록 쥐돌이에게 열광했다. 그때부터 장난감을 사 모으는 집사의 삶이 시작되었다.모든 장난감에 열렬하게 반응하던 노아와 폼폼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깃털 막대의 털을 다 뽑아 망가뜨리고, 몇 번 가지고 논 장난감에도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그 모습에 애간장이 타 여러 번 펫샵에 가서 장난감을 사 왔지만, 스위스 펫샵에서 파는 고양이용 장난감의 종류는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스위스는 동물의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인데 어째서 고양이용 장난감의 수는 적은 걸까. 스위스 고양이는 ‘외출 냥이’스위스는 고양이를 집안에만 두고 키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위스 가정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고양이는 자유롭게 집 밖을 나다닐 수 있는 ‘외출 냥이’라고 한다.외출 냥이는 인위적인 사냥놀이가 굳이 필요 없다. 바깥에서 진짜 사냥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공기, 푸른 잔디, 천연 나무 스크래쳐 등을 마음껏 즐기고, 따스한 햇볕 아래 광합성도 즐기다가 집에 돌아온다.집고양이들처럼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다. 물론 이것은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파트에 살더라도 외출 냥이로 키울 수 있다.스위스의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 건물 외벽에 고양이가 딛고 내려갈 수 있는, 일명 ‘고양이 사다리’를 설치하기도 한다.하지만 이 또한 아파트 층수가 낮은 경우에서나 실현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7층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노아와 폼폼은 집고양이로 사는 것이 안전하다. 노아와 폼폼의 한국 장난감 사랑올겨울,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고양이 장난감을 몇 가지 구매해왔다.스위스와 비교하면 종류가 아주 다양했고, 질은 훨씬 좋은데 가격은 저렴했다. 한국의 고양이들은 집 안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스위스와 비교해 한국의 고양이 장난감 시장이 훨씬 큰 것 같았다.한국에서 사 온 장난감을 접한 노아와 폼폼의 반응은 아주 대단했다.특히 사냥 본능이 강한 폼폼의 경우, 한국에서 사 온 낚싯대 모양의 장난감을 잡기 위해 믿을 수 없는 높이로 연달아 점프해 가며 열심히 사냥감을 쫓았다.사냥감을 낚아챈 후에는 ‘으르르’ 소리를 내며 격한 만족감을 표현하기까지 했다. 한국산 낚싯대 장난감은 고리에 다는 사냥감만 교체해주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사냥감을 여러 종류 갖춰 두고, 자주 교체해주면 아이들이 금세 질리지도 않는다.무엇보다 스위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사냥놀이에 시큰둥해진 아이들에게 다시 격한 사냥 본능을&nb
- STORY | 2020-06-10 14:37:04